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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3. 6. 22. 선고 93도1035 판결

[명예훼손][공1993.9.1.(951),2199]

판시사항

가. 명예훼손행위가 형법 제310조 의 규정에 의해 위법성이 조각되기 위한 요건

나.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볼 수 없어 명예훼손행위의 위법성이 조각되지 아니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가 형법 제310조 규정에 따라서 위법성이 조각되어 처벌받지 않기 위하여는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행위자도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그 사실을 적시한 것이어야 될 뿐만 아니라, 그 사실이 진실한 것이어야 되고,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 함은 국가·사회 기타 일반 다수인의 이익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이익에 관한 것도 포함된다고 할 것인바,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 여 부는 적시된 사실 자체의 내용과 성질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사실을 적시한 행위자의 주요한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목적이 있더라도 형법 제310조 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

나.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볼 수 없어 명예훼손행위의 위법성이 조각되지 아니한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피 고 인

피고인 1 외 2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안수일

주문

원심판결 중 피해자 1 및 2에 대한 명예훼손의 점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에 관하여 사건을 인천지방법원 본원합의부에 환송한다.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1 및 2는 공소외 1 학교법인이 설치·경영하는 제1대학교의 교수들이고, 피고인 3은 같은 학교법인이 설치·경영하는 제2여자중학교의 교사로서 범 공소외 1 학교법인정상화추진위원회의 공동의장인바, 학교법인측과 재단의 운영방법 등에 관하여 다투어 오던 중 공동하여, 1991. 7. 18. 인천 소재 제1대학교 교수협의회 사무실에서 위 위원회의 명의로 “ 공소외 1 학교법인 현재단을 전면 개편, 정상화하여야 할 10가지 이유, 100가지 사례”라는 제목하에 “교감자격증도 없는 충성파 김모씨는 제3여상의 교장으로, 무자격의 김모씨는 제4고교 교장으로, 1981년 학원비리주모자로 징계처분을 받은 고모씨는 제2 여자 중학교 교장으로 발령하는 등 공소외 2에 대한 충성 여 부만을 기준으로 인사를 한다”는 내용이 기재된 유인물 1,200여 부를 작성하고 그 무렵 제3여상 교사 황길선 등 학교법인이 운영하는 학교의 교직원 1,200여 명에게 배포하여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인 제3여상 교장 피해자 3, 제4고교 교장 피해자 1, 제2여중 교장 피해자 2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것이다.

2. 원심판결이 유지한 제1심판결의 이유의 요지

제1심판결은, 피고인들이 재직하고 있는 학교법인의 설립자인 공소외 2가 1981년경 학원운영의 비리로 구속기소된 후 학교법인의 재산을 국가에 헌납하고 학원운영을 국가에 맡기기로 한 바 있음에도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아니하고 학교운영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학교 내에 이로 인한 분규사태가 빈발하게 되자, 학교법인 산하의 16개 교육기관의 교수·교직원 들이 중심이 되어 1991. 7. 15. 학원운영의 정상화를 기하기 위한 목적으로 범 공소외 1 학교법인정상화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피고인들을 공동의장으로 선출한 사실, 위 위원회는 공소외 1 학교법인 정상화의 필요성을 교육부 등 관계당국에 호소하기 위하여 학원 내의 제반 문제점에 대하여 객관적인 자료를 수집하기로 결의하고 이에 따라 수십명의 추진위원들이 수집한 자료에 기초하여 “ 공소외 1 학교법인 현재단을 전면개편, 정상화하여야 할 10가지 이유, 100가지 사례”라는 제하의 유인물을 위 위원회의 명의로 작성한 다음, 이를 관계당국에 청원서 형식으로 제출하기 위하여 학원 내 교직원들의 서명을 받기로 하고 그에 따라 교직원 1,200여 명에게 위 유인물을 배포하게 된 사실, 위 유인물은 학내의 문제점에 관한 100가지 사례를 10개의 유형으로 나누어 12장의 분량으로 작성된 것인데, 그 가운데 공소사실에 관계되는 부분은 “인사교육운영에 관한 불법, 부당한 간섭에 대하여 맹종하는 문제”에 관한 8가지 사례 중 3번째 사례(교원보직인사의 전횡)로서 위 유인물 중 극히 짧은 부분을 할애하여 적시한 것인 사실, 피해자 1· 2· 3은 모두 교감자격이 없이 이른바 추천검정에 의하여 교장의 자격을 취득하였고, 또한 피해자 1에 대하여 “무자격”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추천검정에 의한 교장자격신청을 가급적 억제하도록 한 문교부의 방침에도 불구하고 교원인사에 있어서 일정한 교직경험 및 교감의 자격과 직책을 거친 후 교장으로 승진하는 일반적 관행을 거치지 않은 채 위 공소외 2가 교감자격이 없는 피해자 1을 추천검정의 방식을 통하여 교장자격을 취득하게 하고 교장으로 임용하여 교원인사의 원칙을 무시하였다는 점을 밝힐 의사로 한 것이며, 피해자 2는은 1981. 3. 경 위 유인물에 적시된 바와 같이 감봉 3개월의 징계처분을 받았던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위 유인물 중 교원보직인사에 관한 적시부분은 모두 진실한 사실이고, 또 피고인들은 위학원정상화추진위원회의 공동의장으로서 학원의 정상화를 기하기 위한 일념으로 교직원들만을 상대로 위 유인물을 배포하였던 점, 위 유인물의 전체적 내용 및 그중 위 사실적시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의 위 사실적시행위는 오로지 학원정상화라는 공소외 1 학교법인 교직원 전체의 이익을 위한 것이어서 형법 제310조 에 의하여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이라는 이유로, 피고인들에 대하여 모두 무죄를 선고하였다.

3. 당원의 판단

가. 형법 제310조 는 “ 제307조 제1항 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가 위 규정에 따라서 위법성이 조각되어 처벌받지 않기 위하여는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행위자도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그 사실을 적시한 것이어야 될 뿐만 아니라, 그 사실이 진실한 것이어야 될 것이다.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 함은 널리 국가·사회 기타 일반 다수인의 이익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이익에 관한 것도 포함된다고 할 것인바, 공공에 이익에 관한 것인지의 여 부는 적시된 사실 자체의 내용과 성질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사실을 적시한 행위자의 주요한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목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형법 제310조 의 적용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 당원 1989.2.14. 선고 88도899 판결 참조).

나.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들이 위와 같은 유인물을 작성하여 배포하게 된 동기와 경위 및 그 배포대상, 이 사건에서 문제된 피고인들이 적시한 사실을 포함한 위 유인물의 내용 등에 관하여 원심이 유지한 제1심판결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위 유인물에 적시된 사실 중 피해자들과 관련된 교원보직인사의 전횡에 관한 부분은 공소외 1 학교법인의 정상화를 위하여 학내의 문제점과 학원운영의 난맥상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사례로 교원의 인사에 원칙이 없음을 거론한 것으로서, 이는 공소외 1 학교법인의 교직원 및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사회 일반 다수인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사실임이 분명할 뿐더러, 피고인들이 공소외 1 학교법인의 운영을 정상화시킬 목적으로 결성된 단체의 공동의장으로서 그 목적을 수행하기 위하여 교육부 등 관계기관에 제출할 의도로 작성한 위 유인물에 동료 교직원들의 서명을 받기 위하여 그들에게 한정하여 이를 배포한 이상, 위와 같은 유인물이 배포됨으로써 피해자들의 개인적인 명예가 훼손되고 또 피고인들이 그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들이 위 유인물을 배포한 주된 목적은 공소외 1 학교법인의 교직원 및 학생과 학부모들 전체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이와 같은 취지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유지한 원심판결에 소론과 같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다. 다음 피고인들이 적시한 사실이 진실한 것인지의 여 부에 관하여 살펴보자.

(1) 원심이 유지한 제1심판결이 채용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해자 3이 교감자격증을 수여받고 일정한 기간 이상 교육경력이 있어서 교장으로 임명된 것이 아니라 이른바 추천검정의 방법(교원자격검정위원회의 추천에 의하여 문교부장관의 인가를 받은 것)에 따라 교장의 자격을 취득한 다음 교장으로 임명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들이 적시한 사실 중 피해자 3에 관한 부분이 진실한 사실(“충성파”라는 표현은 사람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저하시키는 구체적 사실의 적시라고 볼 수 없다)이라고 판단한 제1심판결을 유지한 원심판결에 소론과 같이 명예훼손죄의 위법성조각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

(2) 그러나 피고인들이 적시한 사실 중 피해자 1 및 2에 관한 부분도 진실한 것이라고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먼저 피해자 1에 관한 부분을 보면, 피해자 1이 무자격임에도 제4고교 교장으로 발령되었다는 사실의 적시는, 피해자 3에 대하여는 “교감자격증도 없는”이라고 표현하면서 피해자 1에 대하여는 “무자격의”라고 표현하는 등 그 표현의 전후 문맥과 교육법상 교장으로 임명되기 위하여는 교육부장관이 수여하는 자격증을 받아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피해자 1이 교장으로 임명될 법적인 자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교장으로 임명되었다는 사실을 적시한 취지로 이해되는데, 관계증거와 기록에 의하면 피해자 1이 1976. 12. 29. 이른바 추천검정의 방법에 따라 문교부장관으로부터 교장의 자격을 인정받았음을 알 수 있는 자료(수사기록 6면, 82면)만 있을 뿐, 위와 같은 교장자격의 인가가 그 후에 취소되었다고 볼만한 자료는 찾아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들이 피해자 1이에 관하여 적시한 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점은 증명되지 아니하였다고 볼 수 밖에 없고, 다음으로 피해자 2에 관한 부분을 보면, 원심이 유지한 제1심판결이 채용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해자 2가 1981. 3. 경 정원초과입학문제로 감봉 3월의 징계처분을 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기는 하지만, 피고인들이 그와 같은 징계사유만으로 피해자 2를 학원비리주모자라고 표현한 것은 과장의 정도가 지나쳐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들이 피해자 2에 관하여 적시한 사실도 진실한 것임이 증명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판시한 바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인들이 적시한 사실 중 피해자 1 및 2에 관한 부분도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고 판단하여 피고인들의 위 피해자들에 대한 명예훼손행위도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으로 보아 이 점에 관한 공소사실에 대하여까지도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명예훼손죄의 위법성조각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한 위법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고, 이와 같은 위법은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것임이 분명하므로, 논지는 이 점을 지적하는 범위 내에서 이유가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해자 1 및 2에 대한 명예훼손의 점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에 관하여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는 한편, 검사의 나머지 상고(피해자 3에 대한 명예훼손의 점에 관한)를 기각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윤관(재판장) 김주한 김용준(주심) 천경송

심급 사건
-인천지방법원 1993.2.25.선고 92노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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