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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0. 4. 29. 선고 2010도2414 판결

[사기][공2010상,1087]

판시사항

[1] 법원이 공소장 변경 없이 직권으로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과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

[2] ‘토지매매계약체결에 관한 약정이 없음에도 피해자를 기망하였다’는 공소사실과 ‘수분양자들의 분양계약체결 의사를 확인한 바 없음에도 피해자를 기망하였다’는 원심 인정의 범죄사실은 그 기망의 내용이나 태양을 달리하는 것이어서, 공소장의 변경 없이 직권으로 공소사실과 다른 위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조치는 위법하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법원이 공소장의 변경 없이 직권으로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과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이어야 할뿐더러, 또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어야 한다.

[2] ‘토지 소유자와 토지매매계약을 체결하기로 약정한 사실이 없음에도 피해자를 기망하였다’는 공소사실과 ‘의사들로부터 건물을 분양받아 병·의원을 개업하겠다는 제안을 받고 분양계약체결만 앞두고 있는 것처럼 피해자를 기망하였다’는 원심 인정의 범죄사실은 그 기망의 내용이나 태양을 달리하는 것이어서, 공소장의 변경 없이 직권으로 공소사실과 다른 위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조치는 위법하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권용모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법원이 공소장의 변경 없이 직권으로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과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이어야 할 뿐더러 또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어야 한다 ( 대법원 2003. 7. 25. 선고 2003도2252 판결 참조).

2.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그 소유자와 매매계약을 체결하기로 약정한 사실이 없어 피해자로부터 토지매매계약금으로 1억 원을 투자받더라도 투자원리금을 상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에게 “이 사건 토지를 매입한 후 건물을 신축하여 분양할 계획인데, 토지매입계약금으로 1억 원을 투자하면 9일 이내에 투자원리금으로 1억 2,500만 원을 상환하겠다”라는 취지로 거짓말하여 피해자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1억 원을 교부받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피고인은 의사들로부터 이 사건 토지 지상의 건물을 분양받아 병·의원을 개업하겠다는 제안을 받거나 그 수분양 의사를 확인한 바 없음에도 불구하고, 의사들로부터 위 건물을 분양받아 병·의원을 개업하겠다는 제안을 받고 분양계약체결만 앞두고 있는 것처럼 피해자를 기망한 뒤 이 사건 토지 구입 등 위 건물신축사업과 관련한 투자금 명목으로 1억 원을 편취하였다’는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원심은 무죄를 선고한 1심판결을 위와 같은 이유를 들어 파기하면서도 그 범죄사실을 기재함에 있어서는 공소사실을 그대로 인용하였는바, 원심의 판단과정에 비추어 볼 때 원심이 인정한 범죄사실은 공소사실이 아니라 위 인정사실로 봄이 상당하다).

그런데 원심의 이와 같은 판단은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이를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먼저 이 사건 공소사실은 토지매매계약체결에 관한 약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기망하였다는 것인 반면, 원심이 인정한 범죄사실은 피고인이 수분양자들의 의사를 확인한 바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기망하였다는 것이어서 그 기망의 내용이나 태양을 달리하는 것이고, 따라서 그에 대응하는 피고인의 방어행위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다. 나아가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1심법원은 피고인이 토지매매계약을 체결하기로 약정하고 피해자로부터 받은 투자금을 매도인에게 지급하려 하였으나 매도인이 계약금의 증액을 요구하는 바람에 매매계약체결이 결렬되었다는 점을 들어 무죄판결을 선고한 사실, 1심판결에 대한 검사의 주된 항소이유도 매매계약체결 여부에 관한 1심법원의 판단이 채증법칙에 위배되었음을 주장한 것이었을 뿐 분양계획이나 수분양자의 진정성을 문제 삼은 것은 아니었던 사실, 수사과정이나 1심의 심리과정에서도 분양계획이나 수분양자의 진정성에 대하여는 별다른 문제가 제기된 바 없었으며, 원심 역시 이 부분에 관하여 소송지휘권 내지 석명권을 행사한 적은 없었던 사실, 원심은 최종 공판기일에 이르러서야 이 사건 건물에서 병원을 운영하려 하였던 공소외인에 대한 증인신문을 실시하였는데, 원심 증인 공소외인은 자신이 이 사건 건물을 분양받을 만한 능력이 없었다는 취지로 증언하면서도 정작 피고인이 분양계획의 기초로 삼았던 입점의향서들 중 자신 명의의 입점의향서는 자신이 작성한 것이고 다른 사람들 명의의 입점의향서는 자신이 의사들로부터 교부받아 피고인에게 건네준 것이라는 취지로 증언한 사실, 원심은 공소외인에 대한 증인신문을 실시한 다음 곧바로 변론을 종결하고 그 판시와 같은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여 판결을 선고한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이와 같은 공소제기 및 심리의 전경과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공소장변경 없이 그 판시와 같은 기망의 내용이나 태양을 직권으로 인정하려면 소송지휘권 내지 석명권을 행사하거나 분양계획의 진정성 등에 관하여 충분한 심리를 진행함으로써 피고인으로 하여금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였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소송지휘권 내지 석명권을 행사하거나 분양계획의 진정성 등에 관하여 충분한 심리도 하지 아니한 채 공소사실과 기망의 내용이나 태양을 전혀 달리하는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말았으니, 이와 같은 원심의 조치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원심판결에는 공소장변경 없이 심판할 수 있는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의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차한성(재판장) 안대희(주심) 신영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