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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방법원 2003.4.2. 선고 2002구합374 판결

국가유공자유족비해당결정처분취소

사건

2002구합374 국가유공자유족비해당결정처분취소

원고

A

피고

제주보훈지청장

변론종결

2003. 3. 12.

판결선고

2003. 4. 2.

주문

1. 피고가 2002. 7. 5. 원고에 대하여 한 국가유공자유족비해당결정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다음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호증, 갑 제2호증의 1, 2, 을 제1호증, 을 제2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의 아들인 B(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2000. 4. 10. 육군에 입대하여 훈련과정 마치고 C부대 본부중대에 배치되어 정비병으로서 약 22개월간 근무하다가 2002. 1. 30. 17:30-19:10 사이에 부대 내 야외화장실 옆 150m 떨어진 곳에서 목을 매어 자살하였다.

나. 원고는 피고에게 망인이 국가유공자등예우및지원에관한법률(이하 '법'이라 한다.) 제4조 제1항 제5호의 순직군경에 해당된다고 하여 국가유공자유족등록 신청을 하였으나, 피고는 2002. 7. 5. 망인이 자살한 것이고 이는 법 제4조 제5항 제4호의 자해행위로 인한 경우에 해당된다는 이유를 들어 국가유공자유족비해당결정을 하고 이를 통보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당사자의 주장

피고는 위 처분사유와 그 근거가 되는 관계 법령을 들어 이 사건 처분이 적법하다고 주장함에 대하여, 원고는 망인이 당시 소속부대의 전차정비와 연장관리 등의 임무를 맡고 있던 중 '2002년 전군재물조사'에 대비하여 품목별 전산대장과 실셈확인을 하였는데 전차수공구 등의 물자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과도한 부담감을 가졌던 데다가 소속 상급자 등으로부터 가혹행위와 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아 이를 견디다 못해 자살한 것이므로, 망인의 사망은 이 가혹행위 및 정신적 고통과 상당인과관계가 있고, 망인의 자유로운 의지를 벗어난 것이어서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에 해당되지 않는다 할 것이므로, 원고가 국가유공자유족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나. 인정사실

다음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3호증의 1 내지 75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1) 망인이 근무하던 정비과는 2001. 8.경 부터 망인이 사망할 때까지 6개월 동안 간부가 5회나 교체되는 등 간부가 자주 보직이 변경되어 업무연계성이 없고 간부들이 업무파악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담당 간부들은 수공구 현황을 직접 확인 및 정리하지 않은 채 망인에게 일방적으로 지시하여 정리하게 하는 등 수공구 업무에 관하여는 망인이 사실상 모두 처리하는 실정이었다.

(2) 망인의 사망 당시 소속대 정비과의 수공구 재산대장 현황은 사단 군수처 재산에 비해 그리스 주입기 등 73개 품목이 부족한 실정이었고, 11개 품목은 명칭조차 확인되지 않는 상태이었으며 각 중대에서 관리하는 렌치 등 22개 품목 169점이 정비과 재산대장에 등재되어 있는 상태로 그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2002년 전군 재물조사'가 시행되자 망인은 그 조사에 임박하여 2002. 1. 25.경부터 재물을 맞추기 위하여 엄청난 부담감을 가지게 되었다.

(3) 거기에다가 정비관 중사 D은 2001. 11.부터 2002. 1. 사이에 망인에게 도저히 맞출 수 없는 수공구 재산대장을 무조건 맞추라고 지시하고 망인이 실제 재물조사를 하여 작성한 현황보고서를 찢어버리거나 구겨버리고, 심지어는 망인에게 3일 동안 2시간 정도의 잠만을 자게 하며 재물조사를 시켰고, 정비관 준위 E은 2002. 1. 29. 19:00경 재물조사 관련 수공구 재산이 맞지 않는다고 보고하는 망인에게 “야, 이 새끼야, 왜 맞지 않느냐”며 질책하였고, 같은 달 30, 14:00경 정비과에서 재물조사중인 망인에게 “하지 말라는 것을 왜 하냐, 이 새끼야 당장 치워라”고 질책하였으며, 정비관 하사 F은 재물 조사시 부족한 재물의 대금이 1,000만 원 가량 될텐데 이는 개인인 원고가 변상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야기하여 망인에게 상당한 심리적 압박감을 주었다.

(4) 망인은 2002. 1. 30. 13:30경 전투복 차림으로 전투체육체조를 하던 중 정비과로 오라는 전화를 받고 갔다가 (3) 항에서와 같이 준위 E에게 질책을 받은 후 앞서본 바와 같이 그 날 저녁 17:30-19:10 사이에 나일론 끈으로 목을 매어 자살하였다.

다. 판단

망인은 부대의 수공구 등 재물관리 업무를 사실상 전적으로 담당하던 중, ‘전군 재물 조사'에 임박하여 그 재물이 제대로 파악도 되지 아니하고 파악된 재물조차도 그 수량이 부족하자 이에 과도한 심리적 부담감을 가지게 된 점, 망인은 사병으로 군에 징병된 처지로서 주된 관리책임은 장교와 하사관 등 간부들이 지는 것이 온당한데도, 책임질 간부들은 오히려 욕설 등 폭언과 함께 사병인 망인에게 망인이 부족한 재물에 대한 변상책임을 져야 할 것처럼 말하여 모든 책임을 전가한 점 등을 비롯한 위 인정사실에 비추어 달리 망인이 자살할 만한 특별한 사정을 찾아 볼 수 없는 이 사건에 있어서, 망인의 사망은 부대 내 간부들의 이와 같은 폭언 등 가혹행위와 자신이 수공구 부족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 등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다 할 것이고, 이는 망인의 정상적이고 자유로운 의지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보는 것이 옳고, 이러한 경우 망인의 자살은 법 소정의 자해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할 것이므로, 망인은 법 소정의 직무수행중 사망한 경우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따라서, 망인의 사망이 자해행위에 기인한 것이라는 이유로 망인의 유족인 원고가 국가유공자유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정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할 것이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박종문

판사 최병률

판사 김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