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증권회사 직원이 근무지 외에서 파출수납의 형식으로 위탁금을 수령한 경우, 주식 등 매매거래 위탁계약의 성립시기
[2] 고객이 증권회사 직원에게 주식 등 매매거래에 관한 포괄적인 일임을 하고 증권카드를 보관시켰다고 하더라도, 그 직원이 고객으로부터 위탁계좌에 대한 출금권한을 부여받았다거나 채권의 준점유자의 지위에 있었다고는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주식 등 위탁매매거래에 있어서는 위탁금을 받을 직무상 권한이 있는 증권회사 직원이 주식 등 매매거래를 위탁한다는 의사로 이를 위탁하는 고객으로부터 돈을 수령하면 곧바로 주식 등 매매거래의 위탁계약이 성립한다 할 것이고, 그 이후에 그 직원의 돈에 관한 처리는 계약의 성립에 영향이 없으며, 이러한 법리는 직원이 근무지 외에서 고객으로부터 직접 돈을 받아오는 파출수납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2] 고객이 증권회사 직원에게 주식 등 매매거래에 관한 포괄적인 일임을 하고 증권카드를 보관시켰다고 하더라도, 그 직원이 고객으로부터 위탁계좌에 대한 출금권한을 부여받았다거나 채권의 준점유자의 지위에 있었다고는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원고
박가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기석)
피고
한국투자증권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영효)
변론종결
2004. 9. 3.
주문
1. 피고는 원고에게 499,856,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04. 4. 22.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3.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위탁금반환 또는 사용자책임을 원인으로 주문과 같은 판결
이유
1. 기초사실
원고가 2003. 1. 30. 피고 한국투자증권 주식회사(이하 '피고 회사'라 한다) 대전 둔산지점의 과장인 소외 1로부터 투자 권유를 받고 피고 회사와 사이에 주식 등 매매거래에 관한 위탁계좌설정계약을 체결한 후, 같은 해 2. 3.부터 12. 12.까지 사이에 10회에 걸쳐 2억 5,150만 원을 위탁계좌(계좌번호 : 60619981- (이하생략))에 입금하였고, 같은 해 4. 8.부터 10. 28.까지 사이에 거주지인 광주에서 소외 1로부터 피고 회사 명의의 무통장입금증을 교부받고 13회에 걸쳐 3억 4,000만 원을 주식 등 거래위탁의 의사로 소외 1에게 직접 교부한 사실, 소외 1은 직접 교부받은 3억 4,000만 원 중 2억 6,335만 원만을 원고의 계좌로 입금하고 나머지 7,665만 원은 임의로 사용하여 횡령하였으며, 계좌에 입금된 돈도 2003. 2. 21.부터 2003. 12. 19.까지 사이에 57회에 걸쳐 424,506,000원을 임의로 인출하여 횡령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2, 3, 4, 7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와 증인 소외 1의 증언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다.
2. 판 단
가. 당사자의 주장
원고는, 자신이 위와 같이 위탁계좌로 입금하였거나, 소외 1에게 직접 교부한 돈 전부에 대하여 피고 회사와 사이에 주식 등 매매거래 위탁계약이 성립하였음을 전제로, 이 사건 소장의 송달로서 위 위탁계약을 해지하고 위와 같이 위탁된 돈 중 정상적인 거래액을 제외한 나머지 잔액의 반환을 구하고, 이에 대하여 피고 회사는 위탁계좌로 입금된 돈에 대하여는 위탁계약 성립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위탁계약이 그 후 소멸되었다고 주장하면서 반환의무를 부인하고, 소외 1에게 직접 교부한 돈에 대하여는 위탁계약 성립 자체를 부인하면서 이를 다툰다.
나. 주식 등 매매거래 위탁계약의 성립 여부
원고의 위탁계좌로 입금된 위 2억 5,150만 원에 대하여는 원고와 피고 회사 사이에 주식 등 매매거래 위탁계약이 유효하게 성립되었다는 점에 관하여는 당사자 사이에 이견이 없으므로, 원고가 소외 1에게 직접 교부한 3억 4,000만 원에 대하여도 원고와 피고 회사 사이에 위탁계약이 성립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주식 등 위탁매매거래에 있어서는 위탁금을 받을 직무상 권한이 있는 증권회사 직원이 주식 등 매매거래를 위탁한다는 의사로 이를 위탁하는 고객으로부터 돈을 수령하면 곧바로 주식 등 매매거래의 위탁계약이 성립한다 할 것이고, 그 이후에 그 직원의 돈에 관한 처리는 계약의 성립에 영향이 없으며, 이러한 법리는 직원이 근무지 외에서 고객으로부터 직접 돈을 받아오는 파출수납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할 것인바, 그렇다면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 회사의 과장인 소외 1이 원고가 주식 등 매매거래위탁의 의사로 교부하는 돈을 수령한 이상, 위 돈에 대하여도 원고와 피고 회사와 사이에 위탁계약이 성립하였다 할 것이다.
다. 피고 회사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대리권 남용 주장
피고 회사는 먼저, 위와 같이 소외 1에게 직접 교부한 돈에 대하여는, 소외 1이 피고 회사의 의사나 목적에 반하여 횡령할 목적으로 대리권을 남용한 것이고, 원고는 소외 1의 횡령 의사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므로, 원고는 위 돈에 대하여는 피고 회사와 사이에 위탁계약이 성립되었음을 주장할 수 없다고 하므로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에 의하면, 소외 1이 처음부터 원고로부터 교부받은 돈을 유용할 생각으로 위탁금을 교부받았고, 실제로 이를 원고의 허락 없이 임의로 사용하여 횡령한 사실은 인정되나, 당시 소외 1은 원고에게 직접 위탁금을 수수하는 것도 자신의 업무라고 말하면서 피고 회사 명의의 무통장입금증을 교부하여 주고 위탁금을 수령한 점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소외 1의 위와 같은 횡령의사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2) 출금권한 부여 주장
피고 회사는 다음으로, 원고가 소외 1에게 주식 등 거래에 관하여 포괄적인 일임을 한 후 증권카드까지 보관하게 함으로써 원고 계좌에 대한 출금권한을 부여하였으므로, 가사 소외 1이 횡령의 의사로 원고의 계좌에서 돈을 인출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적법한 권한이 있는 자에 의한 것으로서 위 인출금에 대하여는 위탁계약이 소멸된다고 주장하나, 증인 소외 1의 증언에 의하면, 소외 1은 계좌개설 당시에 원고로부터 인감도장을 교부받고도 원고의 위탁금을 임의로 인출하여 횡령할 의도로 몰래 자신의 처의 인장을 날인하였고 이를 이용하여 원고의 계좌에서 위탁금을 인출하여 사용한 사실,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원고가 출금을 신청하면 소외 1은 원고의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하여 원고에게 출금표를 가져가서 도장을 날인받은 후 이를 폐기하고 출금표에 자신의 처 도장을 찍어 돈을 인출하여 원고에게 송금함으로써 자신의 범죄를 은폐하였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사실관계가 그러하다면 원고가 비록 증권카드를 소외 1에게 보관시켰다고 하더라도 그에게 출금권한을 부여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3)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 주장
피고 회사는 마지막으로, 피고 회사의 출금담당 직원이 소외 1이 제시한 원고의 증권카드와 계좌신청서상의 인영과 출금신청서상의 인영의 동일성을 확인한 다음 돈을 출금해주었으므로, 피고 회사는 소외 1이 원고의 위탁계좌에 대한 출금권한이 있는 것으로 믿었고, 이에 대하여 선의·무과실이므로 위 부분에 대하여는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로서 유효하다고 주장하나, 피고 회사의 직원인 소외 1이 앞서 본 바와 같은 방법으로 피고 회사의 원고 계좌에서 돈을 인출한 이상 이를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라고 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라. 위탁금 반환의무
그렇다면 원고가 위 위탁계약을 해지한다는 의사를 표시한 이 사건 소장이 2004 4. 21. 피고에게 송달되었음은 기록상 분명하여 위 위탁계약은 같은 날 해지되었다 할 것인바, 이로써 피고는 앞서 본 위탁금 합계 5억 9,150만 원(= 2억 5,150만 원 + 3억 4,000만 원)에서 피고가 위탁계약에 기하여 원고에게 이미 지급하였거나, 위탁한 주식 등 매매거래로 원고가 입은 손실금의 합계로서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는 91,644,000원을 공제한 나머지 499,856,000원(= 5억 9,150만 원 - 91,644,000원)을 원고에게 반환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가 위탁금의 잔고를 장기간 확인하지 아니하였고 위탁금을 출금할 수 있는 증권카드를 소외 1에게 보관시켰으며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위탁금을 입금하는 등의 과실이 있으므로 이러한 원고의 과실은 피고가 지급할 금액을 산정함에 있어 참작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나,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가 아니라 위탁계약에 기한 위탁금반환청구 사건에 있어서는 위와 같은 과실을 들어 피고의 채무액을 감경하거나 과실상계할 여지는 없다 할 것이니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 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 499,856,000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이 사건 소장 송달일 다음날임이 기록상 분명한 2004. 4. 22.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에 정한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므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