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8년에 처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원심의 형량(징역 9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피고인은 피해자 D이 운영하는 주식회사 E(이하 ’E‘라 한다)의 영업사원으로 근무하면서 E 측 몰래 아내 이름으로 H을 세운 다음 위 업체를 내세워 E로부터 중간유통업체를 거쳐 물품을 공급받은 후 이를 용산전자상가에 정상가 대비 20% 정도 낮은 가격에 매각하여 현금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피해자들을 기망하여 약 2년 동안 합계 200억 원이 넘는 재물을 편취하였다.
항소이유서에 피고인이 잠적하지 않고 경찰에 출석하여 자수하였다는 취지가 기재되어 있으나, 고소 및 초동 수사의 진행 경과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의 행위가 형법 제52조에 정해진 자수에 해당된다고 볼 수는 없다.
피고인은 H 명의로 직접 E에 주문할 경우 자신이 개입된 사실이 발각될 것을 염려하여 정상적인 유통업체를 끼워 넣는 등 사전에 치밀하고 전문적인 범행계획을 수립한 뒤 범행을 저질렀다.
개별 거래횟수가 700회를 초과하며, 범행이 오랜 기간 계속되었다.
피해 규모가 거액에 이를 뿐만 아니라, 사정을 모르고 거래에 임하였던 피해자들은 지금까지 열정을 바쳐 운영해 오던 사업체가 일순간 부도 위기에 처하는 등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되었다.
그럼에도 피해자들과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현실화된 피해액 중 회복되지 못한 부분의 수액이 크다.
범행 동기와 관련된 피고인의 변소는 범행에 대한 비난가능성을 낮출 만한 사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에 의하면 이 사건 각 범행은 선의의 유통업자나 물품판매자를 상대로 하여 행하여졌다는 점에서 상거래 질서의 근본을 훼손하는 행위로서 그 죄질이 매우 무겁고, 피고인에 대하여 책임에 상응하는 엄중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