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5가단5024396 위약금 청구의 소
원고
주식회사 피피비스튜디오스
피고
A
변론종결
2015. 9. 16.
판결선고
2015. 10. 21.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10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의류 도소매업 및 의류 전자상거래업을 업으로 하는 법인이고, 피고는 피팅모델이다.
나. 피고는 2013. 6.부터 2014. 6.까지 원고가 운영하는 쇼핑몰 'B'의 피팅모델로 활동하다가, 원고와 2014. 8. 21. 다시금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피고가 원고의 영상광고물에 전속으로 모델로 출연하기로 하는 피팅모델 컨텐츠 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제3조 제1항 : 본 계약의 유효기간은 계약 체결일로부터 12개월로 한다. 제4조 제2항 : 피고는 퇴사 후 5년 이내 원고가 지정하는 회사의 모델 또는 컨텐츠로서 활동할 수 없다(C, D, E, F). ※ 피고가 제4조의 의무를 위반할 경우 피고는 원고에게 위약벌로서 금 100,000,000원을 지급하여야 한다. 이 금액은 민법상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아니며, 어떠한 사유로도 감액할 수 없다(이하 '이 사건 경업금지 조항'이라 한다). |
다. 그러던 2014. 9. 17.경 원고 회사와 피고 사이에 촬영 컨셉 등을 놓고 이견이 생기자 원고 회사 대표이사는 피고에게 '10월부터는 다른 쇼핑몰에서도 일하면서, 월급여를 지급받는 전속 모델이 아니라 일당으로 지급받는 프리 모델로 일하는 것으로 하자'고 요구하였고, 피고는 이에 동의하였다.
라. 위와 같이 결정된 후 피고는 이 사건 경업금지 조항에서 들고 있는 여성의류 쇼핑몰 중 하나인 'D'에서 모델로 활동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갑 제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
피고는 이 사건 경업금지 조항을 위반하여 원고와의 계약 기간 중 원고가 지정하는 경업금지 업체인 D에서 모델로 활동하였으므로 이 사건 계약상 위약벌 10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
1) 원고는 피고와 5년간 전속으로 모델 출연 계약을 체결할 것처럼 피고를 속여 피고에게 불리한 경업금지 조항이 포함된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는바 피고는 이 사건 계약을 기망에 의한 법률행위로 취소한다.
2) 피고가 2014. 9. 17. 이 사건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제하였으므로 이 사건 경업금지 조항 역시 소급적으로 무효가 되었고, 원고는 피고에게 경업금지 의무를 부담하지 아니한다.
3) 원고는 피고에게 경업금지 조항이 포함된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는 대가로 아무런 보상도 제공하지 아니하였을 뿐 아니라,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해진 위약벌은 그 액수가 부당하게 과중하여 직업선택의 자유 내지 재산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므로 민법 제103조 위반으로 무효이다.
4) 가사 위 경업금지 조항이 민법 제103조 위반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원고는 이 사건 계약 당시 위 경업금지 조항의 내용을 설명하지 않았으므로 약관규제법 제3조 제3항, 제4항에 따라 원고는 피고에게 위 경업금지 조항을 이 사건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거나 같은 법 제6조, 제8조에 따라 위 경업금지 조항은 무효가 된다.
3. 판단
가. 피고의 경업금지 조항 위반 여부
원고와 피고 사이에 원고 주장과 같은 내용의 경업금지 조항을 포함한 이 사건 계약이 체결되어 있고, 피고가 그에 위반하여 경업금지 조항에 기재된 업체인 쇼핑몰 D의 모델로 활동한 사실은 위에서 인정한 것과 같다.
나. 이 사건 계약이 원고의 기망에 의하여 체결되었는지 여부
갑 제1호증, 을 제1호증의 2의 각 기재만으로는 원고는 피고와 5년간 전속으로 모델 출연 계약을 체결할 것처럼 피고를 기망하였다거나 원고가 2014. 9. 17. 일방적으로 이 사건 계약 해지 통보를 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원고가 피고를 기망하여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점에 대한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계약을 취소한다는 피고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다. 이 사건 계약이 소급적으로 해제되었는지 여부
을 제1호증의 2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는 2014. 8.에는 피고에게 월 전속 모델료로 600만 원을 지급하였고 같은 해 9.에는 일당 방식으로 계산한 210만 원만 지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갑 제1호증, 갑 제4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계약에는 모델료에 관한 정함이 없고, 원고와 피고는 2014. 9. 이후에도 계속 모델 계약을 이어 나가기로 한 사실이 또한 인정되어 위 인정 사실만으로 이 사건 계약이 소급적으로 해제되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 사건 계약과 경업금지 조항이 소급적으로 무효가 되었음을 전제로 한 피고의 주장도 이유 없다.
라. 이 사건 경업금지 조항이 민법 103조 위반으로 무효인지 여부
그러나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경업금지약정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약정이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103조에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하며, 이와 같은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에 관한 판단은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경업 제한의 기간 지역 및 대상 직종, 근로자에 대한 대가의 제공 유무, 근로자의 퇴직 경위, 공공의 이익 및 기타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것인바, 피고가 원고와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쇼핑몰의 광고용 사진을 촬영할 경우 원고 쇼핑몰의 영업에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이고, 경업금지 대상도 C, D, E, F 등 4개 업체에 불과하기는 하나,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해진 계약기간이 1년에 불과한데 경업금지 기간이 5년이라는 장기간이고, 위약벌로 정해진 금액이 1억 원에 달하여 피고가 1년간 전속 모델로 받을 수 있는 급여보다도 훨씬 높은 금액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이 사건 경업금지 조항은 피고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민법 제103조에 위반하여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마. 약관규제법의 적용여부
가사 이 사건 경업금지 조항이 민법 제103조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보더라도, 약관규 제법이 적용되는 약관이란 그 명칭이나 형태 또는 범위에 상관없이 계약의 한쪽 당사자가 여러 명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일정한 형식으로 미리 마련한 계약의 내용을 말하고(약관규제법 제2조 제1호), 갑 제5호증의 1, 2, 을 제6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계약은 원고가 여러 명의 상대방과 모델 출연 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일정한 형식으로 미리 마련한 계약의 내용인 것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이 사건 계약이 원고와 피고가 개별적으로 합의하여 결정한 약정으로서 약관에 해당하지 않아 약관규제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나, 약관에 포함된 사항이라도 계약체결에 즈음하여 당사자 사이에서 그 사항에 대한 구체적 합의가 성립하였다면 그 사항은 이른바 "개별약정" 또는 "개별적 합의"로 되는 것이고, 약관조항이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개별약정으로 되었다는 사실은 이를 주장하는 사업자 측에서 입증하여야 하는바(대법원 2003. 3. 14. 선고 2001다83319 판결), 갑 제6호, 증의 기재만으로는 이 사건 계약의 내용에 관하여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약관규제법은 제6조 제1항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공정을 잃은 약관조항은 무효이다"라고 규정하고, 제2항에서 "약관은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되는 내용을 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당해 약관 조항은 공정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규정하면서 그 제1호에 '고객에 대하여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을 들고 있으며, 제8조에서는 "고객에 대하여 부당하게 과중한 지연손해금 등의 손해배상의무를 부담시키는 약관조항은 이를 무효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고객에 대하여 부당하게 과중한 손해배상의무나 위약벌 등을 부담시키는 약관 조항은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하여 공정을 잃은 것으로 추정되고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9다20475, 20482 판결).
앞서 인정한 사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경업금지 조항은 1억원이라는 고액의 위약벌을 정하고 있어 피고에 대하여 부당하게 과중한 손해배상의무를 부담시키는 조항일 뿐만 아니라, 과중한 경업금지의무의 부과로 피고에게 부당하게 불리하여 공정을 잃은 것으로 추정되고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조항으로서 약관규제법 제8조, 제6조 제1항, 제2항 제1호에 따라 무효라고 봄이 상당하다.
바. 소결
결국 이 사건 경업금지 조항이 유효함을 전제로 피고에 대하여 위약벌을 청구하는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판사 이수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