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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4. 2. 15. 선고 2023도15164 판결
[주거침입]〈피고인이 피해자가 거주하는 공동주택의 공동현관, 계단을 통해 피해자 주거지 현관문 앞까지 들어간 사건〉[공2024상,548]
판시사항

[1] 공동주택 내부의 엘리베이터, 공용 계단, 복도 등 공용 부분이 주거침입죄의 객체인 ‘사람의 주거’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 거주자가 아닌 외부인이 공동주택의 공용 부분에 출입한 것이 공동주택 거주자들에 대한 주거침입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2] 주거에 들어가는 행위가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주관적 사정이 주거침입죄에서의 침입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 고려할 하나의 요소인지 여부(적극) 및 이때 그 고려의 정도는 주거 등의 형태와 용도·성질, 외부인에 대한 출입의 통제·관리 방식과 상태 등 출입 당시 상황에 따라 달리 평가되는지 여부(적극)

[3] 피고인이 예전 여자친구인 갑의 사적 대화 등을 몰래 녹음하거나 현관문에 갑에게 불안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문구가 기재된 마스크를 걸어놓거나 갑이 다른 남자와 찍은 사진을 올려놓으려는 의도로 3차례에 걸쳐 야간에 갑이 거주하는 빌라 건물의 공동현관, 계단을 통해 갑의 2층 주거 현관문 앞까지 들어간 사안에서, 빌라 건물 공용 부분의 성격, 외부인의 무단출입에 대한 통제·관리 방식과 상태, 피고인과 갑의 관계, 피고인의 출입 목적 및 경위와 출입 시간, 출입행위를 전후한 피고인의 행동, 갑의 의사와 행동, 주거공간 무단출입에 관한 사회 통념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갑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빌라 건물에 출입하였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 주거침입죄의 ‘침입’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다가구용 단독주택이나 다세대주택·연립주택·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 내부의 엘리베이터, 공용 계단, 복도 등 공용 부분도 그 거주자들의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으므로 주거침입죄의 객체인 ‘사람의 주거’에 해당한다. 거주자가 아닌 외부인이 공동주택의 공용 부분에 출입한 것이 공동주택 거주자들에 대한 주거침입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공용 부분이 일반 공중의 출입이 허용된 공간이 아니고 주거로 사용되는 각 가구 또는 세대의 전용 부분에 필수적으로 부속하는 부분으로서 거주자들 또는 관리자에 의하여 외부인의 출입에 대한 통제·관리가 예정되어 있어 거주자들의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 부분인지, 공동주택의 거주자들이나 관리자가 평소 외부인이 그곳에 출입하는 것을 통제·관리하였는지 등의 사정과 외부인의 출입 목적 및 경위, 출입의 태양과 출입한 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는지’의 관점에서 객관적·외형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2] 주거에 들어가는 행위 자체가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주관적 사정만으로는 바로 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침입행위에 해당하는지는 종국적으로는 주거의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인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인지를 평가할 때 고려할 하나의 요소가 될 수 있다. 이때 그 고려의 정도는 주거 등의 형태와 용도·성질, 외부인에 대한 출입의 통제·관리 방식과 상태 등 출입 당시 상황에 따라 달리 평가될 수 있다.

[3] 피고인이 예전에 사귀다 헤어진 여자친구인 갑의 사적 대화 등을 몰래 녹음하거나 현관문에 갑에게 불안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문구가 기재된 마스크를 걸어놓거나 갑이 다른 남자와 찍은 사진을 올려놓으려는 의도로 3차례에 걸쳐 야간에 갑이 거주하는 빌라 건물의 공동현관, 계단을 통해 갑의 2층 주거 현관문 앞까지 들어간 사안에서, 빌라 건물은 갑을 포함하여 약 10세대의 입주민들이 거주하는 전형적인 다세대주택으로, 피고인이 들어간 공동현관, 공용 계단, 세대별 현관문 앞부분은 형태와 용도·성질에 비추어 거주자들의 확장된 주거공간으로서의 성격이 강하여 외부인의 출입이 일반적으로 허용된다고 보기 어려운 점, 빌라 건물 1층에는 거주자들을 위한 주차장 및 공동현관이 있고, 각 세대에 가려는 사람은 외부에서 주차장을 거쳐 공동현관에 이른 뒤 위층으로 연결된 내부 계단을 통해 각 세대의 현관문에 이르게 되는데, 주차장 천장에 CCTV가 2대 이상 설치되어 있고 그 아래 기둥 벽면에 ‘CCTV 작동 중’, ‘외부차량 주차금지’라는 문구가 기재된 점, 피고인의 출입 당시 CCTV가 실제로 작동하지는 않았고, 공동현관에 도어락 등 별도의 시정장치가 설치되지 않았으나, 빌라 건물의 거주자들이나 관리자는 CCTV 설치나 기둥 벽면의 문구를 통하여 외부차량의 무단주차금지 외에도 주차장 및 이와 연결된 주거공간인 빌라 건물 일체에 대한 외부인의 무단출입을 통제·관리한다는 취지를 대외적으로 표시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점 등을 비롯하여 빌라 건물 공용 부분의 성격, 외부인의 무단출입에 대한 통제·관리 방식과 상태, 피고인과 갑의 관계, 피고인의 출입 목적 및 경위와 출입 시간, 출입행위를 전후한 피고인의 행동, 갑의 의사와 행동, 주거공간 무단출입에 관한 사회 통념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갑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빌라 건물에 출입하였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보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주거침입죄의 ‘침입’에 관한 법리오해 및 심리미진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검사

원심판결

서울북부지법 2023. 9. 21. 선고 2023노633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방법원으로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① 2021. 6. 12. 22:00경 예전에 사귀다 헤어진 여자친구인 피해자 공소외인(여, 37세)의 집에서, 집 안의 피해자가 나누는 대화 등을 녹음하기 위해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 피해자의 주거에 침입하고, ② 2021. 7. 20. 21:00경 같은 피해자 집에서, 현관문에 ‘게임은 시작되었다.’는 문구가 기재된 마스크를 걸어놓기 위해 같은 방법으로 피해자의 주거에 침입하고, ③ 2021. 7. 22. 22:00경 같은 피해자의 집에서, 현관문에 피해자의 사진을 올려놓기 위해 같은 방법으로 피해자의 주거에 침입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가. 피해자의 거주지가 있는 빌라 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의 공동현관에 도어락이 설치되어 있지 않고 경비원도 없으며, 이 사건 건물 1층의 공동현관과 연결된 주차장 천장에 CCTV가 설치되어 있으나 작동되지 않는 등 외형적으로 외부인의 무단출입을 통제·관리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나. 피고인은 이 사건 건물의 공동현관이 항상 열려 있어 당시 그냥 들어갔다고 진술하였고, 피고인이 당시 피해자의 현관문을 열려고 하는 등의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아 피해자도 이를 전혀 알지 못하였다.

다. 이러한 사정 등에 비추어, 피고인의 이 사건 행위가 이 사건 건물인 공동주택 거주자의 사실상 주거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인 ‘침입’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3.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피고인의 이 사건 행위가 ‘침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다가구용 단독주택이나 다세대주택·연립주택·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 내부의 엘리베이터, 공용 계단, 복도 등 공용 부분도 그 거주자들의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으므로 주거침입죄의 객체인 ‘사람의 주거’에 해당한다 ( 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9도4335 판결 등 참조). 거주자가 아닌 외부인이 공동주택의 공용 부분에 출입한 것이 공동주택 거주자들에 대한 주거침입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공용 부분이 일반 공중의 출입이 허용된 공간이 아니고 주거로 사용되는 각 가구 또는 세대의 전용 부분에 필수적으로 부속하는 부분으로서 거주자들 또는 관리자에 의하여 외부인의 출입에 대한 통제·관리가 예정되어 있어 거주자들의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 부분인지, 공동주택의 거주자들이나 관리자가 평소 외부인이 그곳에 출입하는 것을 통제·관리하였는지 등의 사정과 외부인의 출입 목적 및 경위, 출입의 태양과 출입한 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는지’의 관점에서 객관적·외형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22. 1. 27. 선고 2021도15507 판결 , 대법원 2022. 8. 25. 선고 2022도3801 판결 등 참조).

나. 주거에 들어가는 행위 자체가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주관적 사정만으로는 바로 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 대법원 2021. 9. 9. 선고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침입행위에 해당하는지는 종국적으로는 주거의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인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인지를 평가할 때 고려할 하나의 요소가 될 수 있다. 이때 그 고려의 정도는 주거 등의 형태와 용도·성질, 외부인에 대한 출입의 통제·관리 방식과 상태 등 출입 당시 상황에 따라 달리 평가될 수 있다 ( 대법원 2022. 3. 24. 선고 2017도1827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다.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따라 알 수 있는 아래 사실관계 및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의 이 사건 행위는 ‘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1) 이 사건 건물은 피해자를 포함하여 약 10세대의 입주민들이 거주하는 전형적인 다세대주택이다. 피고인이 들어간 이 사건 건물의 공동현관, 공용 계단, 세대별 현관문 앞부분은 공동주택 거주자들이 일상적인 주거 생활을 영위하는 각 세대의 전용 부분에 필수적으로 부속하는 공간이다. 이 공간은 그 형태와 용도·성질에 비추어 볼 때 거주자들의 확장된 주거공간으로서의 성격이 강하여 일반 공중에게 개방된 상가나 공공기관 등과 비교할 때 사생활 및 주거 평온 보호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큰 곳이므로 외부인의 출입이 일반적으로 허용된다고 보기 어렵다.

2) 이 사건 건물의 1층에는 거주자들을 위한 주차장 및 공동현관이 있는데, 각 세대에 가려는 사람은 외부에서 주차장을 거쳐 공동현관에 이른 뒤 공동현관에서 위층으로 연결된 내부 계단을 통해 각 세대의 현관문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1층 주차장의 천장에는 CCTV가 2대 이상 설치되어 있고 그 아래 기둥 벽면에 ‘CCTV 작동 중’, ‘외부차량 주차금지’라는 문구가 기재되어 있다.

3) 피고인의 출입 당시 이 사건 건물의 CCTV가 실제로 작동하지는 않았다. 또한 이 사건 건물에는 경비원이 배치되어 있지 않았고, 공동현관에는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열리는 도어락 등 별도의 시정장치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그러나 이 사건 건물의 거주자들이나 관리자는 위와 같은 CCTV의 설치나 기둥 벽면의 문구를 통하여 외부차량의 무단주차금지 외에도 주차장 및 이와 연결된 주거공간인 이 사건 건물 일체에 대한 외부인의 무단출입을 통제·관리한다는 취지를 대외적으로 표시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또한 이 사건 건물에 출입하는 사람은 주차장을 지나는 과정에서 이러한 표시를 쉽게 인식할 수 있다.

4) 피고인은 피해자와 사귀었다가 헤어진 관계에 있었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사적 대화 등을 몰래 녹음하거나 현관문에 피해자에게 불안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문구가 기재된 마스크를 걸어놓거나 피해자가 다른 남자와 찍은 사진을 올려놓으려는 의도로 야간인 21시 내지 22시경 이 사건 공동현관, 계단을 통해 피해자의 현관문 앞까지 들어갔다. 피고인은 이러한 행동을 전후하여 피해자에게 심한 욕설이나 성희롱적 언사가 포함된 메시지를 두 차례 보내기도 하였다.

5) 피해자는 피고인의 출입을 승낙한 사실이 없다. 피해자는 피고인이 현관문 앞까지 들어온 행위를 그 당시 인식하지는 못하였다. 하지만 피해자는 이를 알게 되면서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였고, 이러한 피고인의 행위로 공포감을 느꼈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

라. 이러한 이 사건 건물 공용 부분의 성격, 외부인의 무단출입에 대한 통제·관리 방식과 상태,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피고인의 출입 목적 및 경위와 출입 시간, 이 사건 행위를 전후한 피고인의 행동, 피해자의 의사와 행동, 주거공간의 무단출입에 관한 사회 통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피고인은 피해자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이 사건 건물에 출입하였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그런데도 원심은 앞서 든 사정만을 들어 피고인의 이 사건 행위를 ‘침입’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주거침입죄의 ‘침입’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김상환 권영준(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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