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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17. 6. 28. 선고 2017나2002173 판결
[근저당권말소][미간행]
원고,피항소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화우 담당변호사 박기년 외 1인)

피고,항소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퍼스트 담당변호사 구본주)

2017. 6. 14.

제1심판결

서울북부지방법원 2016. 11. 16. 선고 2015가합23684 판결

주문

1.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별지 목록 기재 각 부동산에 관하여 의정부지방법원 남양주등기소 2013. 5. 13. 접수 제56805호로 마친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하라.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관계

원고와 내연관계에 있던 피고는 2011. 3. 25. 원고와 사이에서 혼외자 소외인을 출산하였다.

나. 원고의 각서 작성

1) 원고는 2012. 1. 27. 다음과 같은 각서(이하 ‘제1 각서’라고 한다)를 작성하였다.

‘갑’을 원고라고 하며, ‘을’을 피고라고 한다.
원고가 이 글을 남기는 이유는 원고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타계하거나, 의식이 없을 경우 원고의 자산(동산/부동산) 소유 중 40%를 피고에게 모두 넘기기 위한 목적이다.
원고가 피고에게 넘긴다는 것은 원고와 피고의 자식인 소외인에게 모두 넘기는 것과 같은 뜻이다.
원고에게 불의의 사고가 발생한 경우 가족, 친지와의 유산 등 법적분쟁 발생 없이 모든 권한은 자식 소외인의 엄마인 피고에게 넘기며, 원고의 재산(동산/부동산 포함) 40%를 피고에게 넘긴다.
원고의 자식인 소외인 또한 원고 즉, 나의 소중한 자식이며, 핏줄이기 때문에 원고의 재산 중 40%는 아들인 소외인에게 넘길 것이다. 즉, 원고의 아들인 소외인의 엄마인 피고가 관리·위탁하여 관리하며 생활해 나가고, 아들인 소외인이 30세의 성인이 되면 그때 아들인 소외인이 직접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 그 상황은 그때 가서 피고와 협의하여도 된다.
상기 내용을 원고가 증명하며, 원고의 부모님인 소외 2/소외 3에게도 아들로서 드리는 요청이니 이해해주실거라 사료됩니다.
원고의 아들 소외인은 나의 소중한 소중한 아들이오니 그렇게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위의 내용을 증명하기 위하여 원고의 인감증명서 1통과 함께 원고 손도장을 이 각서와 인감증명서에 연결해서 찍는다. 그리고 아래 수기로 이름과 도장을 찍을 것이다.
작성한 날짜와 인감증명서 발행날짜는 조금 틀릴 수 있다. 그 이유는 각서를 작성하고 추후에 인감증명서를 발행받으러 갔다 왔기 때문이다.
이 각서는 분실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작성은 2부로 작성되며 1부는 피고에게도 전달될 것이다.

2) 원고는 2013. 4. 25. ‘(상속내용)’이라는 제목 아래 다음과 같은 내용의 서류(이하 ‘제2 각서’라고 한다)를 작성하였다.

회사에 출근하여 일하다가 문득 내가 무슨 문제라도 일어나면 내 주위사람들이 어떻게 될까 해서 이 글을 쓴다.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재산(토지/현금)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정리한다.
현재 토지 일부분(별지 목록 기제 제1, 3, 4항 부동산)에서 20억 원 정도의 금액은 ‘소외인’에게 상속한다(근저당 설정).
소외인은 피고의 아들이자 원고의 아들이다.
- 주민등록번호: (생년월 생략)- *******
- 주소: 서울 성북구 (주소 생략)
소외인이 35세 이전에는 엄마인 피고가 관리한다.
위 내용은 사실이며, 어느 누구도(우리 엄마, 아빠도) 관여할 수 없다(위 토지에 근저당 설정할 것임).

라. 피고의 이 사건 근저당권 취득

원고는 2013. 5. 13. 피고에게 의정부지방법원 남양주등기소 접수 제56805호로 그 소유의 별지 목록 기재 각 부동산에 관하여 2013. 5. 8.자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원인으로 한 채권최고액 15억 원의 근저당권설정등기(이하 ‘이 사건 근저당권’이라고 한다)를 마쳐 주었다.

마. 원고와 피고 및 소외인 사이의 임의조정

1) 원고와 피고의 내연관계는 소외인의 출생 이후 피고 명의로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가 이루어질 무렵까지 유지되었고, 원고는 불규칙적으로나마 피고에게 일부 생활비를 지급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후 원고와 피고 사이의 내연관계가 파탄 나면서 원고와 소외인과의 관계도 단절되었다.

2) 원고는 2015. 2. 6. 서울가정법원 2015드단303280호 로 피고와 소외인을 상대로 친생자관계존재확인소송을 제기하여, 2015. 11. 23. 피고 및 소외인과 사이에 ‘원고가 소외인을 원고의 친생자로 인지하고, 피고를 소외인의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하며, 원고는 피고에게 소외인의 양육비로 2015. 12.부터 소외인이 성년이 될 때까지 월 200만 원을 지급하고 원고의 면접교섭권을 인정하는 내용’의 임의조정이 성립되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

1) 주위적 주장

이 사건 근저당권은 제2 각서에 기하여 설정되었는바, 제2 각서의 내용은 원고의 사후에 자신의 재산을 소외인에게 무상으로 주겠다는 유언으로 상대방 없는 단독행위인 유증에 해당한다. 유증은 유효하게 성립한 후에라도 그 효력이 발생하기 전에 언제든지 유증의사를 철회할 수 있다. 원고는 이 사건 2016. 4. 4.자 준비서면의 송달로써 소외인에 대한 유증을 철회한다.

2) 제1 예비적 주장

가) 제2 각서가 유증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사인증여로 볼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사인증여는 낙성, 불요식의 쌍무계약으로 유증자와 수증자의 의사합치가 있어야 할 것인데, 제2 각서는 원고의 날인만이 이루어져 사인증여계약을 위한 청약의 의사표시의 의미만을 가진다. 수증자의 명시적인 승낙의 의사표시가 존재하지 않는 이상 사인증여계약이 성립되지 않았다.

나) 수증자의 승낙의 의사표시가 인정되더라도, 이는 서면이 아닌 묵시의 의사표시이므로 서면에 의한 사인증여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볼 수 없는바, 원고는 민법 제555조 에 기하여 2016. 4. 4.자 준비서면의 송달로써 사인증여계약을 해제한다.

3) 제2 예비적 주장

가) 제2 각서가 사인증여에 해당하더라도, 그 수증자는 피고가 아닌 소외인이므로, 피고가 원고에 대한 채권을 갖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 근저당권은 피담보채권이 존재하지 않는다.

나) 제2 각서에 따라 소외인(또는 피고의 주장에 의할 경우 피고)이 사인증여이행청구권을 갖는 상대방은 원고가 아니라 추후 원고가 사망할 경우 원고의 상속인들이다. 그러한 점에서도 이 사건 근저당권은 피담보채권이 존재하지 않는다.

나. 피고

1) 제2 각서에는 소외인에 대한 20억 원 증여사유에 대해 ‘무슨 문제가 발생한 경우’라고 정하고 있다. 이는 사망 외에 의식불명의 상황 또는 원고가 임의로 재산을 처분할 수 없는 상황까지 포함한 것으로서 유증이나 사인증여가 아닌 단순한 증여(생전증여)에 해당한다.

2) 다음과 같이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의 채권자는 소외인과 피고이다.

가) 제2 각서의 수증자는 소외인이지만, 피고에게 관리·처분권을 준다는 취지임이 분명하다.

다) 원고는 평소 피고에게 금원을 주겠다는 말을 자주 하였고, 피고에 대한 금원 지급의 의사로 제2 각서 작성 당시 이 사건 근저당권의 내용과 동일한 약속어음(액면금 15억 원, 발행인 원고, 수취인 피고)을 작성하여 피고에게 교부하였다.

3. 판단

가.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

1) 관련 법리

근저당권은 그 담보할 채무의 최고액만을 정하고, 채무의 확정을 장래에 보류하여 설정하는 저당권으로서( 민법 제357조 제1항 ), 계속적인 거래관계로부터 발생하는 다수의 불특정채권을 장래의 결산기에서 일정한 한도까지 담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정되는 담보권이므로, 근저당권설정행위와는 별도로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을 성립시키는 법률행위가 있어야 하고, 근저당권의 성립 당시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을 성립시키는 법률행위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한 입증책임은 그 존재를 주장하는 측에 있다( 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9다72070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을 발생시킨 법률행위

가) 원고가 2012. 1. 27. 작성한 제1 각서에 ‘원고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타계하거나, 의식이 없을 경우 원고의 자산(동산/부동산) 소유 중 40%를 피고에게 넘긴다. (...) 원고의 재산 중 40%는 아들인 소외인에게 넘길 것이다. 즉 원고의 아들인 소외인의 엄마인 피고가 관리·위탁하여 관리하며 생활해 나가고, 아들인 소외인이 30세의 성인이 되면 그때 아들인 소외인이 직접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 그 상황은 그때 가서 피고와 협의하여도 된다’라는 취지의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나) 그러나 앞에서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제1 각서는 2012. 1. 27. 작성되었는데, 그로부터 약 1년 3개월이 지난 2013. 5. 13.에야 2013. 5. 8.자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원인으로 한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가 이루어진 점, ②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가 경료된 때로부터 약 20일 전인 2013. 4. 25. 원고가 작성한 ‘(상속내용)’이라는 제목의 제2 각서에 ‘현재 토지 일부분(별지 목록 기재 제1, 3, 4항 부동산) 20억 원 정도의 금액은 “소외인”에게 상속한다(근저당). 위 토지에 근저당 설정할 것임‘이라는 문구가 기재되어 있는 점, ③ 제1 각서에는 근저당권의 설정 등이 언급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당시에는 원고가 별지 목록 기재 각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을 제2호증의 1, 2의 각 기재만으로 제1 각서에 의하여 원고가 피고 또는 소외인에게 부담하는 채무를 피담보채무로 하여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계약이 체결된 것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며, 오히려 제2 각서에 의하여 원고가 부담하는 채무를 피담보채무로 하여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제2 각서에는 별지 목록 기재 제1, 3, 4항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한다는 취지의 기재만이 있으나, 별지 목록 기재 제2항 부동산은 같은 목록 기재 제1항 기재 부동산 위에 존재하는 동물관련시설(계사)로서 그 가치가 크다고 할 수 없고, 건물의 크기 및 용도상 별지 목록 기재 제1항 부동산과 일체로 거래된다고 보여, 제2 각서의 내용이 별지 목록 기재 제2항 부동산을 근저당권에서 제외하고자 하였던 것으로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제2 각서의 내용은 별지 목록 기재 각 부동산 전체에 대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한다는 취지로 봄이 상당하므로, 별지 목록 기재 제2항 부동산 부분이 원인 없이 경료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다) 한편, 피고는 원고가 평소 피고에게도 재산을 증여하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표시하였고, 그에 따라 제2 각서 작성 당시 이 사건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과 동일한 약속어음(액면금 15억 원, 발행인 원고, 수취인 피고)을 작성하여 피고에게 교부하였으므로, 위 약속어음금 채무가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라는 취지의 주장도 하나, 이를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라) 따라서 제2 각서에 기한 채무가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가 된다고 할 것이다.

3) 피담보채권의 내용(제2 각서의 채무 내용)

가) 제2 각서가 유언의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

원고가 자필로 ‘상속내용’이라는 제목 아래 ‘현재 토지 일부분(별지 목록 기개 제1, 3, 4항 부동산)에서 20억 원 정도의 금액은 소외인에게 상속한다(근저당 설정)‘는 내용의 제2 각서를 자필로 작성한 사실은 앞에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민법 제1066조 에 의하면,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그 전문과 연월일, 주소, 성명을 자서하고 날인하여야 하는데, 이 사건 제2 각서는 유언자인 원고의 주소가 기재되지 않아 자필유언증서로서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

따라서 제2 각서는 유언으로서 효력이 없다.

나) 사인증여로서의 효력 유무

유언자가 상속인들에게 작성·교부한 유언증서가 유언으로서의 법적 방식에 맞지 않아 무효라 할지라도, 그 증서에 자신이 사망하는 경우 특정한 재산을 위 상속인들에게 증여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이에 위 상속인들이 동의한 경우에는 유언자와 위 상속인들 사이에 유효한 사인증여계약이 성립할 수 있다.

앞에서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제2 각서의 제목이 ‘(상속내용)’인 점, ② 원고는 ‘내가 무슨 문제라도 일어나면 내 주위 사람들이 어떻게 될까 해서 이 글을 쓴다’고 제2 각서의 작성 목적을 밝히고 있는 점, ③ 원고는 ‘원고가 가지고 있는 재산을 정리한다’, ‘20억 정도의 금액을 소외인에게 상속한다’고 표현하면서 소외인이 자신의 ‘아들’임을 강조하고 있는 점, ④ 원고는 제2 각서를 작성할 당시 원고와 피고 사이에서 출생한 혼외자 소외인이 아직 원고에게 인지되지 않은 상태여서, 자신이 사망할 경우 소외인이 자신을 피상속인으로 하는 상속을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하여 위와 같은 각서를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⑤ 제2 각서의 내용은 미성년자인 소외인이 권리만을 얻는 내용이고, 피고는 원고의 근저당권설정에 동의하여 필요한 서류를 교부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제2 각서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사인증여의 의사표시를 담은 청약을 하였고, 소외인의 친권자이자 법정대리인인 피고가 이에 승낙함으로써 원고와 소외인 사이에 사인증여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가 제1 각서에서 원고가 사망한 경우뿐만 아니라, ‘의식이 없을 경우’에도 자신의 자산 40%를 피고 또는 소외인에게 이전하기로 하였음을 근거로 원고가 사인증여의 의사표시를 한 것이 아니라 생전증여의 의사표시를 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의 피담보채무는 제1 각서에 의하여 원고가 부담하는 채무가 아니라, 제2 각서에 의하여 원고가 부담하는 채무임은 앞에서 본 바와 같고, 제1 각서의 내용을 염두에 두고 제2 각서의 내용을 살펴보더라도, 원고는 자신이 사망할 때에 비로소 효력이 생길 증여의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따라서 위와 같은 사인증여계약에 의하여 원고가 소외인에게 부담하는 채무가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가 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이 사건 근저당권의 유효 여부

1) 관련 법리

채권담보의 목적으로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여 저당권을 설정하는 경우에는 담보물권의 부종성의 법리에 비추어 원칙적으로 채권과 저당권이 그 주체를 달리할 수 없는 것이지만, 채권자 아닌 제3자의 명의로 저당권등기를 하는 데 대하여 채권자와 채무자 및 제3자 사이에 합의가 있었고, 나아가 제3자에게 그 채권이 실질적으로 귀속되었다고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거래경위에 비추어 제3자의 저당권등기가 한낱 명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제3자도 채무자로부터 유효하게 채권을 변제받을 수 있고 채무자도 채권자나 저당권 명의자인 제3자 중 누구에게든 채무를 유효하게 변제할 수 있는 관계 즉 묵시적으로 채권자와 제3자가 불가분적 채권자의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그 제3자 명의의 저당권등기도 유효하다( 대법원 2007. 1. 11. 선고 2006다50055 판결 등 참조)

2) 피고 앞으로 이루어진 등기가 유효한지 여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는 사인증여계약에 기하여 원고가 소외인에게 부담하는 채무라고 할 것인데, 이 사건 근저당권은 소외인이 아닌 피고를 근저당권자로 하여 설정되었다.

그러나 갑 제2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원고가 제2 각서를 작성할 당시 소외인은 만 2세에 불과했고, 피고가 소외인을 양육하고 있었던 점, ② 이에 따라 원고는 소외인이 35세가 되기 이전에는 이 사건 사인증여로 소외인이 취득하는 권리를 피고가 관리하도록 하였던 점, ③ 제1 각서 작성 당시 원고는 자신의 재산을 피고에게 넘기는 것과 원고와 피고의 아들인 소외인에게 넘기는 것은 ‘같은 뜻’이라고 이해하고 있었던 점, ④ 위와 같은 이해 아래 원고는 제2 각서를 작성한 이후 피고와 사이에 2013. 5. 8.자 근저당권설정계약서를 작성하고, 피고 명의로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쳐 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 명의의 근저당권등기가 한낱 명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외인이 35세에 이를 때까지 피고도 원고(정확하게는 원고를 피상속인으로 하는 상속인)로부터 유효하게 채권을 변제받을 수 있고, 원고도 소외인이나 근저당권의 명의자인 피고 중 누구에게든 유효하게 변제할 수 있는 관계, 즉 피고와 소외인이 불가분적 채권자의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사인증여는 사망에 의해 그 효력이 발생하므로 사인증여에 따른 채무이행은 증여자가 사망한 이후에 이루어지지만, 사인증여도 증여자와 수증자의 의사합치로 이루어지는 계약이고, 사인증여계약이 해제되거나 철회되기 전까지는 유효하며, 근저당권은 그 담보할 채무의 최고액만을 정하고 채무의 확정을 장래에 보류하여 설정하는 저당권으로서 사인증여계약의 체결과 같이 기본적인 법률관계가 성립되어 있다면 증여자의 사망 후에 발생할 채권의 담보를 위하여도 근저당권을 설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사인증여계약의 채무자는 증여자인 원고가 사망한 이후의 상속인이므로 원고가 채무자가 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사인증여계약이란 증여자가 생전에 무상으로 재산의 수여를 약속하고 증여자의 사망으로 인하여 그 약속의 효력이 발생하는 계약이므로, 증여자가 사망하기 전까지는 증여자가 채무자의 지위에 있을 수밖에 없고, 증여자가 사망한 경우 그 채무자의 지위가 상속인에게 승계된다 할 것이어서, 이 사건 근저당권의 채무자가 원고로 되어 있어 무효라는 취지의 원고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 명의의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효하다.

다. 이 사건 사인증여계약의 철회가능성

1) 쟁점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는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와 소외인 사이의 사인증여에 기하여 원고가 부담하는 채무라고 할 것인바, 원고는 2016. 4. 4. 준비서면의 송달로써 제2 각서에 따른 사인증여를 철회하였고(‘유증’의 의사표시를 철회한다고 하였으나, 제2 각서가 유증으로서 효력이 없고 사인증여계약의 청약으로서 효력이 있는 경우 위 청약을 철회한다는 의사표시도 포함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위와 같은 철회가 유효하다면 그에 따라 원고가 소외인 또는 피고에 대하여 사인증여에 기하여 부담하는 채무 또한 소멸한다고 할 것이므로, 결국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는 존재하지 않게 된다.

2) 사인증여계약의 철회 가능성

가) 문제의 제기

우리 민법은 채권편의 증여의 절에 사인증여에 관한 규정을 두었고, 그 내용은 “증여자의 사망으로 인하여 효력이 생길 증여에는 유증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라고 하였다( 민법 제562조 ). 그리고 유언에 의해 타인에게 재산을 무상으로 증여하는 것을 유증이라 하여 상속편의 유언의 장에서 그 유형과 효력 등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 민법 제1065조 ~ 제1111조 ). 사인증여는 무상의 재산처분을 목적으로 하는 계약이라는 점에서 생전증여와 같지만, 증여자의 사망으로 인하여 효력이 발생한다는 점에서는 유증과 유사하다. 이러한 점에서 사인증여는 사인(사인)행위라는 성질상 또는 유증의 규정을 준용하여 증여자가 생전에 임의로 철회할 수 있는지, 아니면 계약이라는 성질상 임의로 철회할 수 없고, 민법 제555조 내지 제557조 가 적용되는 등의 경우에만 해제가 가능한 것인지 문제된다.

나) 다른 나라의 입법례

(1) 독일 민법상의 사인증여

증여자의 사망으로 인하여 효력이 발생하는 사인증여와 사망을 조건 또는 기한으로 하는 생전증여를 구분하여 전자에 대하여는 상속법의 규정(독일 민법 제2301조, 제2302조)을, 후자에 대하여는 채권법의 증여 규정(독일 민법 제516조 ~ 제534조)을 적용한다. 독일 민법 제2301조 제1항 1문은 사인증여에 관하여 “수증자가 증여자보다 오래 생존하는 것을 조건으로 사인증여 약속에는 사인처분에 관한 규정이 적용된다”고 하고 있다. 사인증여는 사인처분의 방식을 준수하여야 하고, 증여자는 사망 시까지 구속되지 않으며, 생전에 증여를 약속한 목적물을 자유로이 처분할 수 있다. 이와 달리 채권편에 규정된 사망을 조건 또는 기한으로 하는 생전증여는 조건의 성취 여부에 따라 계약의 효력이 좌우될 뿐 증여자가 일방적으로 철회할 수는 없고, 다만 증여의 철회에 관한 독일 민법 제530조 이하의 규정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이를 철회할 수 있다. 주1)

(2) 프랑스 민법상의 사인증여

프랑스 민법전에는 사인증여에 관한 규정은 없고, 프랑스 민법 제943조는 생전증여에 관하여 “생전증여는 증여자의 현재 재산만을 생전증여의 내용으로 할 수 있다. 증여에 장래 재산이 포함된 때에는 이 부분에 한하여 무효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주2) 프랑스 민법은 생전증여 또는 유언에 의해서만 그 재산을 무상으로 처분할 수 있도록 하여(프랑스 민법 제893조), 그 중간적인 성질의 것으로 이해되는 사인증여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주3)

(3) 일본 민법상의 사인증여

채권편에 있는 일본 민법 제554조는 “증여자의 사망에 의하여 효력을 발생하는 증여에 있어서는 그 성질에 반하지 않는 한, 유증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규정하여 우리 민법 제562조 와 유사하다. 다만 우리나라 민법은 증여계약 체결 이후 수증자의 망은행위가 있는 경우( 민법 제556조 ), 증여자의 현저한 재산상태의 악화가 있는 경우( 제557조 )에 증여자는 증여를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일본 민법에는 이와 같은 규정이 없고, 서면에 의하지 않은 증여의 철회에 관한 규정(일본 민법 제550조)만 존재한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사인증여는 증여자의 사망에 의하여 증여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지만, 이러한 증여자의 사후의 재산에 관한 처분에 대해서는 유증과 같이 증여자의 최종의사를 존중하고, 이것에 의하여 결정하는 것이 상당하다’는 점을 근거로 사인증여에는 유언철회의 방식에 관한 부분을 제외하고 유언의 철회에 관한 규정을 준용해야 한다고 한다. 다만 ‘부담의 이행기가 증여자의 생전으로 정해진 부담부 사인증여의 수증자가 부담의 전부 또는 이것에 비슷한 정도의 이행을 한 경우, 계약체결의 동기, 부담의 가치와 증여계약 가치의 상관관계, 계약상의 이해관계인 사이의 신분관계, 그 밖의 생활관계 등에 비추어 위 계약의 전부 또는 일부를 취소하는 것이 불가항력적이라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본 민법 제1108조, 제1109조의 각 규정은 준용될 수 없다’고 하여 부담부 사인증여에서 수증자가 부담을 이행한 경우에는 수증자의 이익을 고려하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인증여의 취소가 제한된다고 한다. 주4)

다) 우리나라의 학설 및 판례 - 유증의 철회권 준용 여부

(1) 학설

(가) 준용 부정설

유언자의 최종의사를 존중하기 위해 제정된 민법 제1108조 의 정신은 비록 증여의 입법 취지와 무관한 것은 아닐지라도 사인증여의 법적 성질이 계약이고, 수증자는 조건부 권리를 취득하므로 단독행위의 성질에 기초하여 규정한 일방적인 철회규정을 사인증여에 준용할 수 없다고 한다. 주5) 다만 사인증여는 기본적으로 증여계약이므로 증여의 해제에 관한 민법 제555조 내지 제557조 가 적용될 수 있다. 따라서 서면에 의하지 않은 사인증여의 경우( 민법 제555조 )나 사인증여 성립 후 수증자의 망은행위( 민법 제556조 ), 증여자의 현저한 재산상태의 악화( 민법 제557조 )가 있는 경우에는 증여자는 사인증여를 해제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주6)

(나) 준용 긍정설

사인증여가 실질적으로 유증의 기능을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준용을 허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한다. 즉 민법 제562조 의 입법 취지가 사인증여의 사회경제적 의미를 유증과 동일하게 취급하려는 것으로 파악한다면, 처분자가 처분행위를 철회할 수 있다는 것도 동일하게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유언자의 최종의사 존중이라고 하는 민법 제1108조 의 입법 취지도 사인증여와 같다고 할 수 있으므로, 유증의 철회규정을 준용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사인증여의 계약성은 어느 누구도 의사에 반하여서는 이익이라 할지라도 강요되어서는 안 된다는 법리에 따라 수증자가 증여를 받을 의사를 표시해야 한다는 점에 있지, 증여자가 그에 바로 구속되어야 한다는 점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에 따라 민법상 해제가 제한되는 증여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된 경우에도 언제라도 자유로이 증여의 의사를 철회할 수 있다고 새기는 것이 유증과 기본적으로 동일하게 취급하려는 사인처분으로서 사인증여의 성질에 부합한다고 한다. 주7)

(2) 판례

(가) 사인증여에 유증의 철회에 관한 규정이 준용되는지에 관한 명시적인 대법원 판례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부산고등법원(창원) 2014. 6. 12. 선고 2012나5530 판결 은 “사인증여는 비록 계약이지만 증여자가 사망하기까지는 수증자에게 확정적인 지위 또는 권리가 발생하지 않고, 증여자의 의사에 따라 언제든지 철회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은 근거를 제시하였다(위 판결은 상고되었으나, 대법원 2014. 10. 27. 선고 2014다215369 판결 로 심리불속행으로 기각되어 확정되었다).

① 사인증여에는 유증에 관한 규정이 준용되고( 민법 제562조 ), 유언자는 그 유언의 효력이 발생하기 전에 언제든지 유언 또는 생전행위로써 유언의 전부나 일부를 철회할 수 있다( 민법 제1108조 제1항 ). 사인증여의 실제적 기능이 유증과 같으므로, 유언자가 사망하기까지 최종 의사를 존중하려는 민법 제1108조 제1항 의 취지는 사인증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의미가 있다.

② 사인증여의 계약성은 누구도 그 의사에 반하여서는 이익이라 할지라도 강요당해서는 안된다는 법리에 따라서 수증자가 증여받을 의사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일 뿐 증여자가 그 내용에 곧바로 구속되어 사인증여를 철회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 사인증여를 증여자의 사망 시까지 취소권이 유보된 계약으로 본다면 철회를 인정하더라도 계약성과 모순되지 않고, 그것이 사인증여에 있어서 증여자의 실제 의사에 부합된다.

민법 제1087조 에 의하면, 유언의 목적이 된 권리가 유언자의 사망 당시에 상속재산에 속하지 아니한 때에는 유언은 그 효력이 없는데, 위 규정은 민법 제562조 에 의하여 사인증여에도 준용된다. 증여자가 사망하기 전에 증여재산을 이미 처분하여 사망 시에는 더이상 증여재산을 소유하지 않을 경우에 증여자의 사망을 정지조건으로 한 일반증여계약은 여전히 효력이 있으나, 사인증여계약은 민법 제1087조 제562조 에 의하여 효력이 없게 되므로, 사인증여계약의 수증자는 처음부터 일반증여계약의 수증자보다 증여재산을 취득할 권리가 약하고, 따라서 사인증여자는 일반증여와 달리 일방적으로 사인증여를 철회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사인수증자의 기대권을 해치는 것이 아니다.

(나) 민법 제562조 는 “증여자의 사망으로 인하여 효력이 생길 증여에는 유증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라고만 규정하고 있어, 유증에 관한 규정 중 어느 규정들이 사인증여에 준용되는지에 관하여 논의가 되어 왔다. 그중 유증의 방식에 관한 민법 제1065조 내지 제1072조 가 사인증여에 준용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대법원 2001. 9. 14. 선고 2000다66430 판결 등은 “ 민법 제562조 는 사인증여에 관하여는 유증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유증의 방식에 관한 민법 제1065조 내지 제1072조 는 그것이 단독행위임을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계약인 사인증여에는 적용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였고, 포괄유증의 효력에 관한 민법 제1078조 가 포괄적 사인증여에도 준용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대법원 1996. 4. 12. 선고 94다37714, 37721 판결 등은 “ 민법 제562조 가 사인증여에 관하여 유증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하여, 이를 근거로 포괄적 유증을 받은 자는 상속인과 동일한 권리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민법 제1078조 가 포괄적 사인증여에도 준용된다고 해석하면 포괄적 사인증여에도 상속과 같은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그러나 포괄적 사인증여는 낙성·불요식의 증여계약의 일종이고, 포괄적 유증은 엄격한 방식을 요하는 단독행위이며, 방식을 위배한 포괄적 유증은 대부분 포괄적 사인증여로 보여질 것인바, 포괄적 사인증여에 민법 제1078조 가 준용된다면 양자의 효과는 같게 되므로, 결과적으로 포괄적 유증에 엄격한 방식을 요하는 요식행위로 규정한 조항들은 무의미하게 된다. 따라서 민법 제1078조 가 포괄적 사인증여에 준용된다고 하는 것은 사인증여의 성질에 반하므로 준용되지 아니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여 그 준용을 부정하였다. 이러한 대법원 판결은 사인증여의 계약성을 중시한 것으로 보인다.

(다) 그러나 유류분반환청구 사건에서 대법원 2001. 11. 30. 선고 2001다6947 판결 은 “유류분반환청구의 목적인 증여나 유증이 병존하고 있는 경우에는 유류분권리자는 먼저 유증을 받은 자를 상대로 유류분침해액의 반환을 구하여야 하고, 그 이후에도 여전히 유류분침해액이 남아 있는 경우에 한하여 증여를 받은 자에 대하여 그 부족분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며( 민법 제1116조 참조), 사인증여의 경우에는 유증의 규정이 준용될 뿐만 아니라 그 실제적 기능도 유증과 달리 볼 필요가 없으므로 유증과 같이 보아야 할 것이다”고 판시하여 유류분의 산정과 관련하여서는 사인증여와 유증을 같이 보았다. 민법 제1116조 는 “증여에 대하여는 유증을 반환받은 후가 아니면 이것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와 같이 규정한 이유는 증여는 상속개시 이전에 이미 상속재산으로부터 일탈하고 있는데 반하여, 유증은 상속개시에 의하여 비로소 효력이 생기므로, 거래의 안전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유증을 우선적으로 반환시키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위 대법원 판결은 사인증여의 실제적 기능을 고려하여 유류분과 관련하여 사인증여도 유증에 준하는 것으로 보고 증여보다 먼저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하였다.

라) 민법 제562조 등 관련 법률의 해석

(1) 관련 법리

이처럼 우리나라 민법 규정은 사인증여에 대하여 철회가 인정되는지 여부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이 없고, 그에 따라 학설도 갈리고 있으며, 이에 대한 명시적인 대법원의 판단도 없었다. 결국, 민법 제1108조 유증의 철회 규정이 민법 제562조 사인증여 규정에도 준용될 수 있는지 여부는 법률 해석의 문제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법해석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법적 안정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찾는 데 두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능한 한 법률에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충실하게 해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나아가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그 제·개정 연혁,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는 체계적·논리적 해석방법을 추가적으로 동원함으로써, 위와 같은 법해석의 요청에 부응하는 타당한 해석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0. 12. 23. 선고 2010다81254 판결 등 참조)

(2) 문리해석

민법 제562조 는 “증여자의 사망으로 인하여 효력이 생길 증여에는 유증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만 규정하고 있고, 준용의 범위에 관하여는 별다른 언급이 없어 그 문언만으로 사인증여에 유증의 철회에 관한 민법 제1108조 제1항 이 준용되는지 여부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민법 제555조 는 “증여의 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각 당사자는 이를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를 반대해석하면 증여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된 경우에는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없는데, 앞에서 본 준용 긍정설에 의할 경우 사인증여의 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된 경우에도 증여자는 자유롭게 증여의 의사를 철회할 수 있게 되어 위 규정이 무의미해질 우려가 있다.

(3) 연혁적 고찰 주8)

① 로마법에서 사인증여는 곧 죽음의 위험에 처할 자가 자신이 죽을 것을 염려하는 상황에서 유증과 형식을 달리하는 법률행위로서 발전하였으며, 전고전법학에 의하여 증여자의 사망이 본질적인 계기(causa)를 이룬다는 점에 이 법률관계의 개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에 따라 사망이 본질적인 계기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철회 가능성을 인정하였다.

② 우리나라 민법은 사인증여를 그 효과 면에서 기본적으로 유증과 등치시키는 방식을 채택하였으나, 그 개념적 요건을 규정함에 있어서는 일본 민법과 마찬가지로 "증여자의 사망으로 인하여 효력이 생길 증여"라고 간단히 규정함으로써 사망이라는 ‘원인(causa)'을 계기로 하는 사인증여뿐 아니라 증여자의 사망을 ‘조건’으로 하는 모든 증여까지 사인증여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우리 민법의 사인증여를 증여자의 사망을 본질적인 계기로 삼아 이루어지는 증여계약으로 이해한다면, 이는 유증과 등치되는 것이고, 수증자는 증여자의 사망 시에 생존해야만 하며, 증여자는 자신의 사망 시까지는 언제라도 자신의 의사를 철회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4) 논리적·체계적 해석 - 계약으로서의 사인증여

① 행위자의 사망으로 그 효력이 발생하는 법률행위 즉, 사인(사인)행위의 대표적인 것으로 유언과 사인증여가 있는데, 유언에 의해 타인에게 재산을 무상으로 증여하는 것을 유증이라 하고, (증여자와 수증자 사이의) 의사의 합치로 타인에게 재산을 무상으로 증여하는 것을 사인증여라 한다. 주9)

유증은 증여와 유사하지만, 증여는 증여자의 생전처분이고 또 수증자와의 계약이나, 유증은 유언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단독행위이고, 반드시 유언의 법정방식에 의하여야 하며, 사후행위인 점에서 다르다.

사인증여란 증여자와 수증자 사이의 낙성·불요식의 계약에 의하여 체결된다는 점에서 증여와 같지만, 증여와 달리 증여자의 사망에 의해 효력이 발생한다.

따라서 유증과 사인증여는 모두 행위자의 사망에 의해 그 효력이 발생한다는 점과 무상행위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으나, 유증이 단독행위인 데 반하여 사인증여는 계약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민법 제562조 는 사인증여에 관하여 유증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사인증여는 낙성·불요식의 증여계약의 일종이고, 유증은 엄격한 방식을 요하는 단독행위인 점을 고려해보면, 유증에 관한 규정 중 그것이 단독행위임을 전제로 하는 것은 계약인 사인증여에는 적용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01. 9. 14. 선고 2000다66430,66447 판결 등 참조). 즉 사인증여에는 그것이 계약이라는 성질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증에 관한 규정이 준용되는 것이다.

민법 제1108조 제1항 은 “유언자는 언제든지 유언 또는 생전행위로써 유언의 전부나 일부를 철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2항 은 “유언자는 그 유언을 철회할 권리를 포기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언자의 최종의사를 존중하기 위해 제정된 민법 제1108조 (유언의 철회)의 정신이 비록 사인증여의 입법 취지와 무관한 것은 아닐지라도 사인증여의 법적 성질은 기본적으로 계약이고 계약의 상대방인 수증자는 사인증여계약에 응하여 조건부권리(일명 기대권)를 취득하는 것이어서 이를 보호할 필요가 있으므로, 단독행위의 성질에 기초하여 규정된 일방적 철회규정인 민법 제1108조 를 사인증여에 곧바로 준용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④ 더욱이 우리나라 민법의 경우 일본의 민법규정 등과 달리 증여의 해제에 관한 민법 제555조 내지 제557조 규정을 두어 위와 같은 사유가 있으면, 즉 서면에 의한 증여라 하더라도 사인증여 성립 후 수증자의 망은행위( 민법 제556조 ), 증여자의 현저한 재산상태의 악화( 민법 제557조 )가 있는 경우에는 증여자는 사인증여를 해제할 수 있다(앞서 본 일본 최고재판소 판례는 일본 민법을 문리적으로 엄격하게 해석한다면 서면에 의하지 않은 사인증여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계약 이후 중대한 사정 변경이 있더라도 증여자의 일방적 의사표시로 수증관계를 해소할 수 없는데, 이는 일반인의 법감정에 부합하지 않는 점을 고려하여 원칙적으로 철회가능설의 입장을 취하되, 사인증여의 동기가 되는 정의관계 등을 고려하여 철회의 가부를 판단함으로써 구체적 타당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5) 목적론적 해석 - 사인증여의 특수성

① 사인증여는 일반적으로 즉시 그 효력이 발생하며, 비교적 단기에 계약에 따른 채무의 이행이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인 증여와 달리 ‘증여자가 사망’한 경우에 비로소 그 효력이 발생하는 계약으로서 유증과 같이 증여자의 최종 의사를 존중할 필요가 있으며, 사인증여계약 체결 이후 증여자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하거나 법률관계의 변동 등이 생길 경우 이를 사인증여 계약관계에 반영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한편, 사인증여가 법률적으로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사람들, 즉 혼외자나 내연관계, 자신을 돌봐주지만 상속권이 없거나 후순위의 친족, 친구, 이웃 등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빈번하므로, 이에 대한 보호의 필요성 또한 분명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관계는 사인증여 이후 얼마든지 변동이 되어 그 관계가 파탄되거나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법률관계로 포섭될 수 있고, 이러한 경우까지 사인증여의 구속성을 고집하는 것은 일반인의 법감정에 부합하지 않는다.

② 사인증여의 계약성을 누구도 그 의사에 반하여서는 이익이라 할지라도 강요당해서는 안된다는 법리에 따라서 수증자가 증여받을 의사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증여자가 그 내용에 곧바로 구속되어 사인증여를 철회할 수 없다고 볼 것은 아니다. 나아가 사인증여를 증여자의 사망 시까지 취소권이 유보된 계약으로 본다면 철회를 인정하더라도 사인증여의 계약성과 모순되지 않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것이 사인증여에 있어서 증여자의 실제 의사에 부합할 수 있다.

③ 사인증여는 애정, 의리, 정의(정의) 등에 기하여 은혜적인 요소가 강하며 사후행위로서의 성격도 가지고 있으므로, 계약이라고는 하지만 통상의 계약에 비하여 강한 구속력을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고, 비계약적인 성질도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위와 같이 정의관계 등에 기하여 증여자가 수증자와 사인증여계약을 체결한 이후에 수증자의 망은행위, 불법행위 등에 의하여 당해 정의관계가 파탄상태에 이른 경우까지 증여자의 사인증여 의사표시의 철회를 절대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민법 제556조 는 수증자가 망은행위를 한 경우 증여자가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위 규정에 따른 망은행위는 ‘증여자 또는 배우자나 직계혈족에 대한 범죄행위가 있는 때’, ‘증여자에 대하여 부양의무 있는 경우에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때’로 한정되므로, 위 규정만으로 사인증여자에게 일방적으로 수증관계를 해소할 의사표시의 기회가 충분히 보장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④ 또한, 사인증여는 혼외자 등과 같이 법률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는 관계에서 상속 내지 보상의 의미로 이루어지는 것이 엄연한 현실인바, 위와 같은 법률관계가 이후 합법적인 관계로 포섭되거나 그에 합당한 경제적인 보호조치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면, 증여자에게 철회권을 인정하여 사인증여관계의 구속에서 벗어나게 함이 타당하고, 이처럼 사인증여를 철회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사인수증자의 기대권을 해친다고 보기도 어렵다.

⑤ 더욱이 실무상으로 사인증여 주장은 민법상 무효인 유언의 효력을 유효한 것으로 내세우기 위하여 주장되는 경우가 많고, 우리나라 대법원 판례는 무효인 유언이라 할지라도 일정한 경우 사인증여로서의 효력을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경우에 철회의 가능성까지 배제한다면 유언에 관한 민법의 엄격한 규율을 회피하고 잠탈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유언자의 의사를 존중하여 사인증여의 철회를 인정할 필요성이 있다.

(6) 종합적인 검토

① 우리 민법은 사인증여를 유증과 구별되는 독자적인 제도로 상정하여 상속편에 규정하지 않고, 채권편의 증여의 절에 사인증여에 관한 규정을 두어 계약의 방식으로 사인증여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사인증여도 증여계약의 하나임이 분명하므로 사인증여에도 민법 제555조 내지 제557조 가 적용된다. 위 규정들은 일정한 경우에 한하여 증여자의 의사표시로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있고 위 해제는 증여자가 일방적으로 수증관계를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철회와 법적 성질이 다르지 않다. 이와 같이 민법이 증여자에게 계약인 사인증여의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있는 권한을 제한적으로 부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률상 또는 철회권 유보 등과 같은 계약상 근거 없이 위 규정들과 무관하게 증여자가 언제든지 자유롭게 사인증여의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있다는 주장은 현행 민법의 해석론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② 한편 민법 제1108조 제1항 은 “유언자는 언제든지 유언 또는 생전행위로써 유언의 전부나 일부를 철회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유언자의 최종의사를 존중하기 위하여 같은 조 제2항 은 “유언자는 그 유언을 철회할 권리를 포기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언제도는 유언자의 의사에 따른 사후처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므로, 유언자의 유언 철회의 자유 역시 유언제도의 본질적인 요소라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사인증여는 유증과 마찬가지로 증여자가 사망한 경우에야 비로소 그 효력이 생기고, 사인증여의 실제적 기능은 유증과 동일하기 때문에 유언자가 사망하기까지 최종 의사를 존중하려는 민법 제1108조 의 취지는 사인증여에 있어서도 일정한 범위 내에서 반영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사인증여계약이 체결된 이후에 증여자와 수증자 사이의 정의관계, 부양관계 등 사인증여계약 체결의 전제가 된 관계에 중대한 변동이 있는 경우에까지 사인증여의 철회를 절대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 역시 타당하지 않다.

③ 따라서 원칙적으로 유언의 철회 규정이 사인증여에 준용될 수 없지만, ⅰ) 사인증여계약의 전제가 된 증여자와 수증자 사이의 정의(정의)관계가 파탄에 이르거나, ⅱ) 증여자와 수증자 사이의 법률관계의 변경이 있고 그로 인하여 사인증여계약으로 추구하고자 하였던 목적이 충분히 달성될 수 있는 등 사인증여계약 체결 당시 전제하였던 관계에 중대한 변동이 있고, 증여자가 사인증여를 철회하더라도 신의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민법 제1108조 를 준용하여 사인증여의 철회를 긍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3) 이 사건 사인증여계약의 철회 여부

이 사건에서 원고는 내연관계에 있던 피고와 사이에서 소외인을 출산하였으나, 소외인은 피고의 자로만 출생신고가 되었다. 원고는 혼외자인 소외인을 인지하지 않은 시점에, 자신이 사망하고 피고 혼자 소외인을 키우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그에 대한 보상방법 등을 피고와 상의하였고, 그 과정에서 제1 각서와 제2 각서가 작성되었으며, 결국 제2 각서에 따라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근저당권이 설정되었다. 이와 같은 제1각서 및 제2 각서의 내용에는 위 각서 작성 당시 원고의 경제적 지원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피고 혼자 소외인을 키우고 있었다는 사정 역시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즉 원고는 자신이 사망할 경우 소외인이 원고를 피상속인으로 하는 상속인이 되지 않을 것을 우려하여 소외인에 대한 양육비분담이나 재산상속 등을 위하여 이 사건 사인증여계약을 체결하였고, 원고가 사망할 경우 피고가 혼자 소외인을 키울 수밖에 없는 사정을 고려하여 소외인과 불가분 관계에 있는 피고 앞으로 이 사건 근저당권을 설정하였다.

그런데 원고와 피고의 내연관계가 파탄 나면서 소외인과의 관계도 단절되자, 원고는 2015. 2. 6. 소외인과 피고를 상대로 친생자관계존재확인과 양육자지정을 구하는 소을 제기하였고( 서울가정법원 2015드단303280 ), 2015. 11. 23. 위 소송에서 원고와 피고 및 소외인 사이에 ‘원고는 소외인이 원고의 친생자임을 인지한다. 원고는 피고에게 소외인의 양육비로 2015년 12월부터 소외인이 성년이 될 때까지 매월 말일 월 200만 원씩 지급한다’는 등의 내용으로 조정이 성립되었다.

그에 따라 원고와 소외인 사이에 법률적인 친자관계가 성립되어 소외인의 상속권이나 양육비청구권이 법률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게 되었고, 이 사건 사인증여계약의 전제가 되었던 피고 혼자 소외인을 양육하여야 하는 상황에 대하여도 어느 정도 법적인 보호장치가 마련되어 사인증여 이후 원고와 소외인 또는 피고 사이의 법률관계에 중대한 변동이 있었다.

여기에 이 사건 사인증여로 인하여 소외인 또는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어떠한 의무를 부담한 바 없고, 원고는 피고에게 소외인이 성년이 될 때까지 양육비를 지급하기로 하였으며, 원고가 사망하더라도 소외인이 원고의 상속인으로서 적법하게 상속을 받을 수 있으므로, 원고가 소외인에 대하여 사인증여의 의사표시를 철회하는 것이 소외인 또는 피고의 신뢰를 중대하게 침해한다거나 신의칙에 반한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등을 보태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사인증여의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4) 소결론

이와 같이 원고는 이 사건 사인증여계약을 철회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고, 원고는 2016. 4. 4. 준비서면의 송달로써 이 사건 제2 각서에 따른 사인증여계약을 철회하였으므로, 현재 이 사건 근저당권은 피담보채권이 존재하지 않아 무효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근저당권의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

판사   박형남(재판장) 이정희 이민영

주1) 고상현, “사인증여에 관한 논고”, 민사법학 제48호, 한국민사법학회, 2010

주2) 최금숙, “사인증여에 관한 고찰”, 이화여자대학교 법학논집 제9권 제1호, 2004

주3) 윤철홍, “사인증여에 관한 소고”, 법학의 현대적 제문제(김병대교수회갑기념논문집), 1998

주4) 양형우, “사인증여에 의한 등기”, 홍익법학 13권 1호, 2012

주5) 김영희, “자필증서유언에 있어서 날인의 의미와 방식 흠결로 무효인 유언의 사인증여로의 전환”, 중앙법학 제9집 제4호, 2007

주6) 구연창, 사인증여, 고시계 34/6, 1989; 윤철홍, 앞의 논문

주7) 최병조, “사인증여의 개념과 법적 성질”, 민사판례연구(XXIX), 박영사; 고상현, 앞의 논문

주8) 최병조, 앞의 논문

주9) 유상성의 의미를 가질 수 있는 부담부증여에 대하여는 쌍무계약에 관한 규정이 준용되고, 상대방이 부담을 이행한 경우에는 그 해제권(또는 철회권)이 제한될 것이므로, 이하에서는 부담이 없는 사인증여임을 전제로 하여 논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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