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전주지법 정읍지원 2002. 7. 15.자 2002가합293 위헌제청결정 : 위헌결정
[대여금][하집2002-2,20]
판시사항
결정요지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제3조 제1항 본문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한 '법정이율'은 국민의 재산권과 관련된 중요한 사항 내지 본질적인 내용이므로 법정이율의 범위를 법률로써 가능한 한 구체적이고도 명확하게 규정하여야 하나, 위 조항은 법정이율의 범위를 스스로 정하지 아니하였을 뿐 아니라 법정이율의 범위를 전적으로 대통령령이 정하도록 위임하였고 위 조항의 규정내용과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의 목적 및 전반적인 체계 등에 관한 관련 조항과 연 5푼의 민사법정이율을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에서 상향조정하려는 취지 등을 유기적·체계적으로 종합판단하여 보아도 위 조항의 위임에 따라 시행령에 규정될 법정이율의 범위가 어떻게 될지를 전혀 예측할 수도 없고, 구 이자제한법(1998. 1. 13. 법률 제5507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1조 제1항 에서는 금전대차에 관한 계약상의 최고이자율은 연 4할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규정되었고, 구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1998. 1. 13. 법률 제550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의 제3조 제1항 본문은 '이자제한법의 범위 안에서'라는 제한을 정함으로써 연 4할의 상한이 설정되어 있었으나, 이자제한법의 폐지와 함께 위 법률조항은 '이자제한법의 범위 안에서'라는 제한을 폐지함으로써 위 조항만으로는 법정이율의 상한을 전혀 예측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위 법률조항은 국민의 재산권과 관련된 중요한 사항 내지 본질적인 요소인 법정이율의 범위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하지 아니한 채 시행령에 포괄적으로 위임함으로써, 금전채무자로 하여금 법정이율의 범위를 전혀 예측할 수 없게 하고, 나아가 행정부의 자의적인 행정입법권 행사에 의하여 국민의 재산권이 침해될 여지를 남김으로써 경제생활의 법적 안정성을 현저히 해친 포괄적인 위임입법으로서 헌법 제75조 에 위반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참조조문

[1] 헌법 제75조 , 구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1998. 1. 13. 법률 제550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의 제3조 제1항 ,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제3조 제1항

원고

변산농업협동조합

피고

피고

주문

위 사건에 관하여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1998. 1. 13. 법률 제5507호로 개정된 것) 제3조 제1항 본문의 위헌 여부에 관한 심판을 제청한다.

이유

1. 사건의 내용과 재판의 전제성

원고는 1999. 2. 19. 피고에게 30,000,000원을 이율은 연 5.5%, 연체이율은 연 15%, 변제기는 2014. 2. 19.로 정하여 대여하였다가 피고가 이자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위 계약을 해지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이 법원에 피고를 상대로 33,328,344원과 그 중 30,000,000원에 대하여 2002. 1. 9.부터 소장송달일까지는 약정연체이율인 연 1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소촉법')이 정한 연 2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2002가단272)을 제기하였다. 이 법원은 2002. 2. 27. 피고에 대한 송달을 공시송달로 할 것을 명령하였고, 이 사건은 2002. 5. 17. 재정합의부의 결정을 거친 후 현재 합의부에 계속 중이다.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1998. 1. 13. 법률 제5507호로 개정된 것) 제3조 제1항 본문('이 사건 법률조항')은 "금전채무의 전부 또는 일부의 이행을 명하는 판결(심판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을 선고할 경우에 금전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액 산정의 기준이 되는 법정이율은 그 금전채무의 이행을 구하는 소장 또는 이에 준하는 서면이 채무자에게 송달된 날의 다음날부터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이율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제3조제1항 의법정이율에관한규정(1981. 3. 2. 대통령령 제10240호, '이 사건 대통령령')은 "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제3조 제1항 의 규정에 의한 법정이율은 연 2할 5푼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따라서 소장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할 5푼의 비율로 계산한 돈의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소송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재판의 전제가 된다.

2. 구법조항에 대한 합헌결정의 내용

구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1998. 1. 13. 법률 제550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 본문('이 사건 구법조항')은 "금전채무의 전부 또는 일부의 이행을 명하는 판결(심판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을 선고할 경우에 금전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액 산정의 기준이 되는 법정이율은 그 금전채무의 이행을 구하는 소장 또는 이에 준하는 서면이 채무자에게 송달된 날의 다음날부터는 이자제한법의 범위 안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이율에 의한다."고 규정하였다.

헌법재판소는 2000. 3. 30. 이 사건 구법조항에 대한 합헌결정(97헌바49)을 선고하였는데, 그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이 사건 구법조항 은 금전채무의 이행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할 경우 소장 등이 채무자에게 송달된 날의 다음날부터 대통령령이 정하는 법정이율에 의하도록 위임함으로써 법정이율을 현실이자율 등 경제여건의 변동에 따라 탄력적으로 정하여 채권자가 소송제기 이후부터는 원칙적으로 실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제3조 제2항 은 채무자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를 선언하는 사실심판결이 선고되기까지 그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그 상당한 범위 안에서 이 사건 구법조항을 적용하지 아니하도록 함으로써 채무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고 채권자와 채무자의 이해를 조정하는 장치를 마련하고 있고, 또한 이 사건 구법조항은 그 적용범위를 소송상 청구하는 경우에만 적용하도록 함으로써 소송의 지연과 상소권 남용의 방지, 사실심판결 선고 후의 채무의 신속한 이행이라는 입법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필요하고도 불가피한 경우로 제한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구법조항은 기본권제한의 방법에 있어서도 적정하고 합리적이라고 할 것이어서 청구인의 계약의 자유, 재산권 및 재판청구권을 침해하거나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나아가 헌법재판소는 위 결정문에서, 이 사건 구법조항이 고정된 민사법정이율을 경제여건의 변동에 따라 현실화하여 채권자가 실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이자제한법의 범위 안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이자율에 의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 사건 구법조항의 위임에 따라 제정된 이 사건 대통령령은 법정이율을 연 2할 5푼으로 정한 후 현실이자율이 그 법정이율보다 훨씬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한 차례의 개정도 없이 그 법정이율을 그대로 고정시켜 두고 있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 사건 대통령령에서 정한 법정이율이 현실이자율보다 지나치게 높은 경우에는 이 사건 구법조항 자체에서 기인한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법정이율을 이자제한법의 범위 안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한 취지에 반하므로 이 사건 구법조항의 헌법상 정당성이 문제될 수가 있다."고 하는 한편, 더욱이 이자제한법이 1998. 1. 13. 법률 제5507호로 폐지됨에 따라 이 사건 구법조항 중 "이자제한법의 범위 안에서" 부분이 삭제되는 것으로 개정되어, 개정된 법 제3조 제1항 본문('이 사건 법률조항')은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지 아니한 채 법정이율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함으로써 헌법상 금지된 포괄위임 여부의 문제도 생기게 되었다."고 한 후, 입법자는 이러한 문제를 재검토하여 법률조항 자체에 법정이율이 현실이자율의 변동에 따라 탄력적으로 정하여질 수 있도록 기준을 규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을 개정할 필요성이 있음을 밝혔다.

그러나 입법자는 헌법재판소가 위 결정을 선고한 후 2년 이상이 지나도록 이 사건 법률조항을 개정하지 않고 있다.

3.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성

국민주권주의, 권력분립주의 및 법치주의를 기본원리로 채택하고 있는 우리 헌법체제에서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 및 기본의무와 관련된 중요한 사항 내지 본질적인 내용에 대한 정책형성기능은 원칙적으로 주권자인 국민에 의하여 선출된 대표자들로 구성되는 입법부가 담당하여 법률의 형식으로써 이를 수행하여야 하고, 이와 같이 입법화된 정책을 집행하거나 적용함을 임무로 하는 행정부나 사법부에 그 기능을 넘겨서는 아니 된다. 헌법 제75조 는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위임입법의 근거를 명시하는 한편,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하도록 하여 위임의 한계를 제시하고 있다. 법률에 미리 대통령령으로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여 둠으로써 행정권에 의한 자의적인 법률의 해석과 집행을 방지하고 의회입법의 원칙과 법치주의를 달성하고자 하는 헌법 제75조 의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라 함은 법률에 이미 대통령령 등 하위법규에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이 구체적이고도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어서 누구라도 당해 법률 그 자체로부터 대통령령 등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위임입법의 구체성, 명확성의 요구 정도는 그 규율대상의 종류와 성격에 따라 달라질 것이지만, 특히 국민의 기본권을 직접적으로 제한하거나 침해할 소지가 있는 법규에서는 구체성, 명확성의 요구가 강화되어 그 위임의 요건과 범위가 일반적인 급부행정법규의 경우보다 더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규정되어야 하는 반면에, 규율대상이 지극히 다양하거나 수시로 변화하는 성질의 것일 때에는 위임의 구체성, 명확성의 요건이 완화되어야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 1999. 1. 28.자 97헌가8 결정 등 참조).

이 사건 법률조항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한 "법정이율"은 국민의 재산권과 관련된 중요한 사항 내지 본질적인 내용이므로 법정이율의 범위를 법률로써 가능한 한 구체적이고도 명확하게 규정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정이율의 범위를 스스로 정하지 아니하였을 뿐 아니라 법정이율의 범위를 전적으로 대통령령이 정하도록 위임하였다. 그리고 이 사건 법률조항의 규정내용과 소촉법의 목적 및 전반적인 체계 등에 관한 관련 조항과 연 5푼의 민사법정이율을 소촉법에서 상향조정하려는 취지 등을 유기적·체계적으로 종합판단하여 보아도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임에 따라 시행령에 규정될 법정이율의 범위가 어떻게 될지를 전혀 예측할 수도 없다. 구 이자제한법(1998. 1. 13. 법률 제5507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1조 제1항 에서는 금전대차에 관한 계약상의 최고이자율은 연 4할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규정되었고, 이 사건 구법조항은 "이자제한법의 범위 안에서"라는 제한을 정함으로써 연 4할의 상한이 설정되어 있었으나, 이자제한법의 폐지와 함께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이자제한법의 범위 안에서"라는 제한을 폐지함으로써 이 사건 법률조항만으로는 법정이율의 상한을 전혀 예측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국민의 재산권과 관련된 중요한 사항 내지 본질적인 요소인 법정이율의 범위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하지 아니한 채 시행령에 포괄적으로 위임함으로써, 금전채무자로 하여금 법정이율의 범위를 전혀 예측할 수 없게 하고, 나아가 행정부의 자의적인 행정입법권 행사에 의하여 국민의 재산권이 침해될 여지를 남김으로써 경제생활의 법적 안정성을 현저히 해친 포괄적인 위임입법으로서 헌법 제75조 에 위반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임을 받아 이 사건 대통령령에 규정된 법정이율이 일정한 비율(연 25%)로 고정됨으로써 현재의 이자율에 비하여 지나치게 높아진 것은 우선 이 사건 대통령령이 경제사정의 변화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되지 못했기 때문이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법정이율의 범위를 정하지 아니한 채 포괄위임을 한 이 사건 법률조항 자체의 위헌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4. 이 사건에 관하여만 위헌제청을 하는 이유

법원은 어떤 법률조항을 위헌이라고 판단하는 경우에 원칙적으로 그 법률조항이 재판의 전제가 된 모든 사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의 심판을 제청하여야 하고, 이 경우 헌법재판소법 제42조 제1항 에 의하여 당해 소송의 재판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여부의 결정이 있을 때까지 정지된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대다수의 민사사건에서 재판의 전제가 되기 때문에 만일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재판의 전제가 된 모든 사건에 대하여 위헌제청을 하면 대다수의 민사재판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여부의 결정이 있을 때까지 상당한 기간 동안 정지되고, 재판정지기간 동안 국민의 재판청구권은 심각한 침해를 받게 된다. 대다수의 민사재판에서 국민의 재판청구권이 침해되는 위헌적 사태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선고될 때까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잠정적으로 계속 적용됨으로써 비롯되는 위헌성보다 훨씬 중대하다. 이에 금융기관이 원고가 되고 피고에 대하여 공시송달로 재판이 진행됨으로써 재판정지로 말미암은 재판청구권의 침해가 비교적 적은 이 사건에 한하여 위헌제청을 하기로 한다.

이에 따라 위헌제청을 하지 아니한 다른 사건에 대하여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을 때까지 이 사건 법률조항을 적용하여 계속 재판을 하게 되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선고되기 전에 그 판결이 확정되는 경우에는 재심이 허용되지 아니하게 되는 문제점이 있으나, 헌법재판소는 어떤 법률조항이 위헌인 경우에도 단순위헌결정을 내리지 않고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할 수도 있으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면서 그 법률조항의 잠정적용을 명할 수도 있으므로, 헌법재판소 결정의 주문에 따라 그 동안 이 사건 법률조항을 계속 적용한 재판에 대하여 헌법적 정당성이 부여될 여지도 있는 것이다.

5. 결 론

이 사건 법률조항은 위헌의 의심이 있으므로 헌법재판소에 직권으로 그 위헌 여부의 심판을 제청한다.

판사 박상훈(재판장) 강상덕 박용우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