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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22. 7. 21. 선고 2020나2044191 판결
[손해배상(의)][미간행]
원고,항소인

원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와이케이 담당변호사 신은규 외 1인)

피고,피항소인

재단법인 천주교까리따스수녀회유지재단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남도 담당변호사 신현일)

2022. 6. 23.

제1심판결

서울동부지방법원 2020. 10. 15. 선고 2017가합109852 판결

주문

1. 제1심 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원고들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 1에게 54,072,189원, 원고 2에게 33,714,793원 및 각 이에 대하여 2016. 12. 12.부터 2022. 7. 21.까지는 연 5%,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 지급하라.

2. 원고들의 나머지 항소를 각 기각한다.

3. 소송 총비용 중 60%는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 중 금전 지급 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 1에게 204,360,950원, 원고 2에게 139,573,967원 및 각 이에 대하여 2016. 12. 2.부터 이 사건 항소심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 지급하라(원고들은 항소심에서 지연손해금 청구를 감축하였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원고 1은 망 소외인(이하 ‘망인’이라 한다)의 배우자이고, 원고 2는 망인의 자녀이다. 피고는 순천성가롤로병원(이하 ‘피고 병원’이라 한다)의 운영자로서 피고 병원 의료진의 사용자이다.

나. 망인의 치료 경과

1) 망인은 2016. 11. 28.경부터 발생한 발열, 오한, 근육통 등을 이유로 2016. 12. 2. 06:34경 피고 병원 응급실에 내원하였다. 피고 병원 의료진은 혈액검사, 복부 CT 촬영 등을 통하여 망인의 상태를 다발성 간농양으로 진단하고 망인을 입원시켰다. 당시 망인의 체온은 39.5℃, 호흡수는 분당 22회, 맥박은 분당 134회로 빈맥 상태였으며, 혈액검사 결과 백혈구 수치는 14,800/㎣, 염증반응수치(CRP: C-Reactive Protein)는 27.8㎎/㎗이었다. 이에 따르면 망인은 패혈증으로 의심되는 전신염증반응(SIRS: Systematic Inflammatory Response Syndrome)이 있었던 상태였다.

본문내 삽입된 이미지

2) 간은 해부학적으로 오른쪽 그림과 같이 쓸개(gall bladder)와 하대정맥(inferior vena cava) 사이를 연결하는 칸틀리 선(cantlie line)을 따라 우엽과 좌엽으로 크게 나뉘고, 다시 간정맥(hepatic vein)과 간문맥(hepatic portal vein)을 기준으로 S1부터 S8까지 8개 구획(segment)으로 세분된다. 피고 병원 의료진은 망인의 간 우엽(S5, S8) 부위에 생긴 5cm 크기의 농양 두 군데에 배액관을 삽입하는 경피적 배액술을 시행하였다. 경험적 항생제 세프트리악손(ceftriaxone)과 항원충제 트리젤(trizele)을 투여하는 치료도 시작하였다.

3) 피고 병원 의료진은 2016. 12. 5. 및 2016. 12. 6. 배양검사를 통해 망인의 간농양 원인균으로 폐렴간균(Klebsiella pneumoniae)을 확인하였다. 망인의 입원 후 염증반응수치가 호전되는 등 활력징후가 다소 안정되자 피고 병원 의료진은 세프트리악손 투여를 지속하였다.

4) 한편 경피적 배액술에도 불구하고 배농(배농)은 거의 이루어지지 아니하였다(상세는 아래 9면의 표 참조). 망인의 주치의는 2016. 12. 6. 영상의학과에 협진을 요청하였다. 영상의학과 의료진은 2016. 12. 6. 망인의 농양이 작은 격벽(micro septation)들로 이루어져서 액화 여부에 따라 배농량이 적을 수 있으므로 초음파로 추적 관찰하라는 취지로 답변하였다.

5) 망인의 주치의는 2016. 12. 7. 회진 시 망인에게 염증수치가 높고, 농양이 다발성인 데다 격벽이 있어 치료가 빠르지 않을 수 있으며, 간농양 치명률이 10% 정도로 높은 질환이라는 취지로 설명하였다. 다음 날에는 항생제 치료를 하고 있지만 농양이 간 내부에 있어 시간이 오래 걸리며, 망인은 입원 당시부터 균혈증 상태(세균이 혈액 속으로 들어가 세균 감염으로 인한 면역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 상태)여서 피고 병원 의료진이 항생제를 통해 패혈증을 예방하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6) 피고 병원 의료진은 2016. 12. 9. 항생제를 프리페넴(prepenem)으로 바꾸려 하였으나 망인이 사전 검사에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자 기존 항생제를 유지하기로 하였다. 한편 같은 날 시행한 망인에 대한 CT 촬영 결과 망인의 간농양은 2016. 12. 2.경보다 약간 커졌고, 망인의 오른쪽 폐에 흉수가 많이 찬 상태가 확인되었다.

7) 피고 병원 의료진은 2016. 12. 12. 망인에 대한 혈액검사를 하였다. 검사 결과 파종성 혈관내응고증(DIC: Disseminated Intravascular Coagulation, 선행 질환으로 응고 촉진인자가 혈관 내로 유입되어 광범위한 혈전 형성 및 출혈을 야기하는 증후군)이 확인되었고, 간효소수치도 상승하였으며, 염증반응수치도 15.1㎎/㎗로 여전히 높았다.

8) 2016. 12. 14.까지 경피적 배액술에 의한 배농은 거의 이루어지지 아니하였다. 그동안 망인은 지속적으로 통증과 호흡 곤란을 호소하여 흉수 천자를 받았다. 피고 병원 의료진은 2016. 12. 14. 오전 영상의학과와 협진해 망인의 간 우엽에 위치한 농양 한 군데에 경피적 배액술을 재시도하였으나, 이전과 마찬가지로 실패하였다.

9) 2016. 12. 14. 오후 망인과 망인의 보호자인 원고 1은 대학병원으로 전원을 요청하여 망인은 18:34 구급차로 출발, 같은 날 21:51 서울아산병원에 도착하였다. 그러나 망인은 활력징후가 급격히 악화되어 2016. 12. 15. 23:54경 간농양으로 인한 패혈성 쇼크로 사망하였다.

[인정 근거] 일부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의 각 기재, 제1심 법원의 대한의사협회장에 대한, 이 법원의 서울특별시 서울의료원장에 대한 각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가. 원고들의 주장

피고 병원의 의료진은 아래와 같은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망인이 사망하게 되었다. 따라서 피고는 사용자 또는 진료계약의 당사자로서 불법행위책임 또는 채무불이행책임에 따라 원고 1에게 204,360,950원[= 상속금 179,360,950원(= 망인의 일실수입 258,934,918원 + 망인 위자료 40,000,000원) × 3/5) + 장례비 5,000,000원 + 고유 위자료 20,000,000원], 원고 2에게 139,573,967원[= 상속금 119,573,967원(망인의 손해 298,934,918원 × 2/5) + 고유 위자료 20,000,000원] 및 각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1) 경피적 배액술 시행상 과실

망인에게 발생한 간농양은 5개의 다낭성(다낭성) 형태였다. 피고 병원 의료진이 망인의 간 우엽에 경피적 배액관을 삽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농양이 거의 배액되지 않았다. 2016. 12. 9. 시행한 복부 CT 촬영 결과 간농양이 오히려 입원 당시보다 더 커져 있었다. 이 경우 간농양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으로서는 배액 정도 및 초음파나 CT 등 영상의학적 검사를 통해 농양 상태를 확인하며 농양이 제대로 배액되지 않는 경우 그 위치를 조절해 주어야 한다. 그런데 피고 병원 의료진은 배액관의 위치를 조정하지 않는 등 경피적 배액술을 부적절하게 시행한 과실이 있다.

2) 항생제 선택상 과실

피고 병원 의료진은 배양검사를 통해 간농양 원인균이 확인되기 전에는 경험적 항생제인 세프트리악손을 투여하였다. 2016. 12. 5. 및 2016. 12. 6. 배양검사를 통해 원인균으로 폐렴간균이 확인되었음에도 피고 병원 의료진은 원인균에 적합한 항생제로 바꾸지 않았다. 피고 병원 의료진은 항생제 변경을 지연하여 2016. 12. 9.이 되어서야 항생제를 프리페넴으로 바꾸려 하였으나 망인의 알레르기 반응으로 기존 항생제를 유지하였다. 피고 병원 의료진은 기존 항생제의 치료 효과가 떨어질 경우 망인의 폐렴간균에 대해 감수성이 있는 다른 항생제를 고려했어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 병원 의료진은 효과가 부족한 기존 항생제 세프트리악손을 유지한 과실이 있다.

3) 외과적 배액술 미고려 과실

경피적 배액술로 배농이 이루어지지 않고, 항생제 투여에도 망인의 증상이 악화되고 있었다. 이 경우 피고 병원 의료진인 외과수술을 통한 배농 또는 농양 부위의 절제 등 다른 치료방법을 적극 고려하였어야 했다. 그럼에도 효과가 없는 경피적 배액술만을 계속 시도함으로써 망인의 간농양을 악화시킨 과실이 있다.

4) 패혈증 치료를 소홀히 한 과실

피고 병원 의료진은 망인의 간농양 및 원인균 제거에만 집중하여 패혈증 치료를 소홀히 하였다. 이로 인하여 과량의 흉수로 인한 호흡 곤란 등 망인의 전반적 상태를 악화시킨 과실이 있다.

5) 전원조치상 과실

피고 병원 의료진으로서는 환자가 전원을 원한다고 하더라도 환자 상태를 정확히 판단한 후 전원 과정에서 상태 악화가 예상되는 경우 조금 더 전신 상태를 회복시킨 후에 전원 보내거나 환자 상태가 그와 같이 악화되기 전에 조기에 상급병원으로 전원을 하여야 했다. 그럼에도 피고 병원 의료진은 잘못된 전원 결정으로 망인의 사망이라는 결과를 초래한 과실이 있다.

나. 판단

1) 경피적 배액술 시행 과정 및 항생제 선택상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소극)

가) 망인에게 경피적 배액관을 삽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관을 통하여 농양이 거의 배액되지 않았고, 내원 이후 항생제 세프트리악손이 투여되었으나 망인의 상태가 크게 호전되지 않았던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나) 그러나 갑 제1호증의 기재와 제1심 법원의 대한의사협회장에 대한, 이 법원의 서울특별시 의료감정원장에 대한 각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에 변론 전체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 사실이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앞서 본 사실과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피고 병원 의료진의 경피적 배액술 시행 및 항생제 선택과 투여 과정에 과실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초음파상 망인의 간농양 배액을 위한 배액관이 정확한 위치에 삽입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망인의 간농양은 다발성인 데다 고름집이 아주 작은 격벽들로 이루어져 있고, 액화 상태도 낮아 정확한 위치에도 불구하고 배농이 잘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② 2016. 12. 9. CT 검사 결과 농양이 2016. 12. 2. 자 검사 결과보다 더 커졌고(다만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변화는 아니라는 게 제1심 감정의 소견이다), 다발성 격벽도 더 심해진 데다 액화가 진행되지도 않았다.

③ 배농이 잘 이루어지지 않자 피고 병원 의료진은 망인에게 처음 투여한 경험적 항생제 세프트리악손을 프리페넴으로 바꾸려 하였다. 그러나 망인의 프리페넴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으로 프리페넴으로 변경하지 못하였다. 제1심 감정의는 피고 병원 의료진이 망인에게 투여한 세프트리악손은 배양검사에서 확인된 폐렴간균에 대한 치료에 적절한 항생제였고, 피고 병원 의료진이 바꾸려 했던 프리페넴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의학적 소견을 제시하였다. 이 법원 감정의도 세프트리악손이 배양된 폐렴간균에 감수성이 있는 항생제라고 밝혔다.

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2) 경피적 배액술 이외의 치료방법 미고려 과실이 인정되는지 여부(적극)

가) 앞서 든 증거와 갑 제3 내지 8, 25 내지 34호증, 을 제1, 2, 6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 사실이나 사정을 인정할 수 있다.

① 간농양이 작고 단발성인 경우에는 항생제 치료만으로도 수월하게 낫지만, 간농양의 크거나 다발성인 경우에는 배농을 적극적으로 시행하여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이 법원 감정의는 단발성 간농양의 경우 치명률이 0~3%로 낮은 편이고, 다발성이라도 배액술과 내과적 치료에 잘 반응하는 경우 치명률이 10% 이내라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② 배농방법으로는 외과적 배액술 또는 외과적 절제는 환자에게 부담이 커 경피적 배액술이 우선적으로 고려된다. 다만 ㉮ 농양이 크고 내부에 격벽이 있는 다발성 간농양인 경우, ㉯ 고름의 점성도가 높아 경피적 배액술을 통한 배액이 잘 되지 아니하는 경우, ㉰ 농양 위치가 간 깊숙한 곳이어서 경피적 배액술이 어려운 경우 등에는 외과적 배액술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

③ 피고 병원 의료진은 망인의 간농양 일부가 있는 간 우엽(S5, S8) 부위 두 곳에 배액관을 삽입하여 배농을 시도하였다. 5cm 이상 크기의 간농양의 경우 며칠 동안 1일 최소 15~20㏄ 이상 배액되어야 한다. 그런데 망인의 경우 아래 표와 같이 배농량이 없거나 미미하였다. 한편 망인의 간농양은 간 우엽(S5, S8) 부위뿐만 아니라 간 좌엽(S4) 부위에도 5cm 크기로 있었는데, 간 좌엽의 농양은 깊은 곳에 있는 데다 간 우엽의 농양에 가려 초음파로도 잘 확인이 되지 않았다. 이러한 이유로 간 좌엽에 있는 간농양에는 초음파 유도에도 배액관 접근이 어려워 경피적 배액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날짜 12/3 12/4 12/5 12/6 12/7 12/8 12/9 12/10 12/11 12/14
위치 1 2 1 2 1 2 1 2 1 2 1 2 1 2 1 2 1 2 1 2
배액량(cc) 0 0 0 0 2.2 2.1 0 0.4 0 0 0 0.4 0 2 0 0 0 11 3 2.2

④ 망인은 항생제 치료도 병행하였다. 2016. 12. 9.까지는 발열이 없어지고, 생체 활력징후도 안정되는 한편 염증반응수치도 감소되는 등 패혈증 저지로 초기 증상이 호전되었다. 2016. 12. 9.경 망인은 흉막성 통증이 생기고, 같은 날 시행한 복부 CT 검사 결과 망인의 간농양은 더 커지고, 다발성 격벽도 더 심해졌으며 오른쪽 폐에 흉수도 확인되었다. 2016. 12. 12. 자 혈액검사 결과상 파종성 혈관내응고증까지 확인되고, 간효소수치가 상승하였다. 이처럼 망인은 항생제 투여로 전신염증반응은 나아졌지만 간농양 배농이 제대로 되지 않아 간농양 염증은 계속 진행, 악화되고 있는 상태였다. 이 법원 감정의는 위와 같은 상황이 피고 병원의 망인에 대한 경피적 배액술 실패를 시사하는 것이라는 의학적 소견을 밝혔다.

⑤ 망인의 간농양에 대한 배액이 필요한 상태였으나 간 우엽의 농양에 대해서만 경피적 배액술을 시행하였고, 그나마 배액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간 좌엽의 간농양에는 경피적 배액술을 시행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피고 병원 의료진은 2016. 12. 14. 간 우엽 부위에 경피적 배액술을 다시 시도하였지만 배액량은 부족하였고, 이때에도 간 좌엽(S4) 부위에는 접근하지 못하였다. 간 깊은 곳에 있는 농양의 배액을 위한 수술적(외과적) 배액술은 고침습적 치료법으로 사망 위험도가 높지만 수술적 배액술을 하지 않을 경우 그 위험성은 더욱 높아진다(이 법원 감정의는 배액에 실패한 간농양 환자에서 패혈증이 진행될 경우 치명률은 60~70% 이상이라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외과적 배액술이라고 해서 간 절제를 반드시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복강경 배액술은 복부에 0.5~1.5㎝ 정도의 절개창을 내고 그 내부로 카메라와 각종 기구를 넣는 방법으로 시행하는 외과적 수술의 하나이다. 복강경 배액술은 침습성이 간 절제보다 낮고, 영상의학적 방법을 사용하여 망인의 간 좌엽(S4) 심부와 같이 경피적 배액관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있는 간농양을 배액시킬 수 있다. 항생제 치료나 경피적 배액술이 실패한 간농양에 대하여 복강경 수술을 통한 53개의 치료 사례에서 평균 성공률이 약 90%였다는 2010년도 의학논문도 있다.

⑥ 피고는, 주치의가 망인과 가족들에게 필요한 경우 수술적 치료를 할 수 있다고 설명하였는데, 망인의 농양 크기가 크고 여러 군데에 있는 데다 격벽도 있고, 충분히 액화되지 아니하여 수술적 치료가 부적절하였고, 흉수가 차는 등 망인의 활력징후도 좋지 않아 수술적 치료를 받기 어려운 상태였으므로, 피고 병원 의료진이 다른 배액방법을 고려하지 아니한 데에 과실이 없다고 주장한다. 망인의 주치의가 2016. 12. 9. 회진하면서 망인에게 “2016. 12. 2. 촬영 시와 달리 폐에 물이 찼다. 일주일 뒤에 다시 CT 촬영해 농양 크기를 확인한 후 관을 제거하자. 드물지만 농양이 터지는 경우 수술까지 할 수 있다.”고 설명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위 내용은 망인의 간농양이 파열될 경우에 수술 필요성을 설명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고, 이를 두고 배농을 위한 외과적(수술적) 배액술에 대한 설명이라고 보기 어렵다. 한편 제1심 감정의도 망인의 간농양이 격벽으로 나뉘어 있고, 액화되지 않아 수술이 어려웠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이에 반해 이 법원 감정의는 간농양이 격벽으로 나뉘어 있고, 액화되지 않아 배농이 안 되는 경우는 오히려 수술적 배액술이 필요할 수 있다는 의학교과서 내용을 제시하며 제1심 감정의 견해를 다음과 같이 반박하고 있다. “간농양이 액화되지 않아 외과적 배액술이 불가능한 경우는 ‘공동(공동, cavity: 염증으로 장기에 생긴 빈 공간)’이 형성되지 않았을 때이다. 망인의 경우에는 CT 검사 결과 간 조직과 구별되는 공동 소견이 확인되므로 외과적 배액술이 가능하다. 망인의 간농양처럼 여러 개의 격벽으로 농양이 나뉘어 있는 경우 외과적 배액술로 격벽을 제거하고 배농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망인은 2016. 12. 12. 당시 간이나 담관의 변형이나 기저질환이 없는 상태로 수술이 불가능한 상황이 아니었다. 또한 망인의 혈액검사상 수치도 2016. 12. 12. 이전에는 비교적 정상 범위에 있었다. 피고도 전원 당일인 2016. 12. 14. 망인의 활력징후는 정상이었음을 인정하고 있다. 피고 병원은 그 소재지인 순천시를 포함한 전남 동부권 권역응급센터로 간농양 치료에 대한 진료체계를 모두 갖추고 있어 망인에게 상급병원과 같은 정도의 치료를 제공할 수 있었다. 그 밖에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당시 망인의 상태가 외과적 수술 치료가 불가능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

나) 위 인정 사실과 사정을 종합하면, 의사에게는 치료방법 선택에 상당한 범위의 재량이 있음을 고려하더라도 배농이 필요하지만 경피적 배액술이 실패한 상태에서, 피고 병원 의료진은 망인에 대한 외과적 수술이 가능했던 2016. 12. 12.경까지는 피고 병원의 외과와 협진하여 외과적 배액술을 적극 고려하고, 망인과 보호자에게 이를 알려 그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었어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 병원 의료진은 배농 효과가 거의 없는 경피적 배액술만을 반복 시도하여 망인의 간농양과 이로 인한 전신상태가 악화되는 것을 지연하거나 방지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3) 패혈증 치료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소극)

가) 망인은 다발성 간농양으로 피고 병원 내원 당시 패혈증으로 의심되는 전신염증반응 상태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나) 그러나 피고 병원 의료진의 망인에 대한 항생제 치료로 2016. 12. 9.까지는 발열이 없어지고, 활력징후도 안정되는 한편 염증반응수치도 감소되는 등 패혈증 저지로 초기 증상이 호전되었다. 실제로 망인은 피고 병원 내원 당시를 제외하고는 혈액 배양에서 균이 자라지 않았다. 이는 균혈증 자체는 항생제로 어느 정도 조절되고 있음을 뜻하고, 망인의 오른쪽 폐 흉수 악화는 전신적 악화 상태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배액관이 삽입되지 않은, 망인의 간 좌엽 부위 농양의 배액 실패로 인한 것이라는 이 법원 감정의의 의학적 소견이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피고가 망인의 패혈증 치료를 소홀히 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4) 전원조치상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소극)

가) 의사가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할 때에는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 성질에 비추어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 수준을 기준으로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나 위와 같은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면 전문적 치료를 할 수 있는 다른 병원으로의 전원조치 등을 신속히 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6. 12. 21. 선고 2006다41327 판결 등 참조).

나) 망인이 2016. 12. 14. 18:34 구급차로 순천시에서 서울아산병원으로 출발하여 같은 날 21:51 도착하였으나, 이후 활력징후가 급격히 악화되어 2016. 12. 15. 23:54경 간농양으로 인한 패혈성 쇼크로 사망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이와 같은 사정 및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피고 병원 의료진에게 망인의 전원과 관련한 과실이 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다. 상당인과관계 및 손해배상책임의 성립

피고 병원 의료진이 망인에 대하여 외과적 배액술 등 배농을 위한 다른 치료방법이 있음에도 이를 고려하지 아니한 과실이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한편 이로 인하여 망인은 임상수준에서 시행할 수 있는 최선의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간농양 악화로 인한 패혈성 쇼크로 결국 사망하게 되었다고 판단되므로 그 인과관계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는 피고 병원 의료진의 사용자로서 원고들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라. 책임 제한

피고 병원 의료진은 망인의 간농양 치료를 위해 여러 차례 시술 및 영상·혈액검사 등을 시행하고, 항생제 변경 등을 시도하였다. 피고 병원 의료진이 시행한 경피적 배액술과 항생제 투여 자체는 간농양에 대한 치료로서 우선 고려되고 있는 방식이다. 배액관을 삽입한 위치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었고 투여된 항생제의 종류도 적절하였다. 망인의 간농양 병증은 농양이 크고 여러 개이며 내부에 격벽이 있는 등 예후가 좋지 않은 편으로 피고 병원 내원 시 망인의 활력징후 또한 이로 인한 패혈증을 시사하는 수준으로 위중한 상태였다. 제1심 감정의는 간농양에 의한 치명률은 6~7%이고, 다발성 병변의 경우 2/3 정도에서 치료 실패를 보이고 있으며, 망인처럼 간농양이 크고 다발성이나 배액이 어려운 경우 치명률이 60~100% 정도였다는 보고가 있다고 회신하였다. 간농양에 대한 외과적 배액술은 위험도가 높고, 그 예후도 장담하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이 법원 감정의도 수술적 배액술은 사망 위험도가 높은 고침습적 치료법으로 내과적 치료가 실패하여 수술적 치료를 요하는 다발성 간농양의 경우 예후가 불량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들 사유와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의 책임을 20%로 제한함이 타당하다.

3.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망인과 원고들이 피고 병원 의료진의 과실로 입게 된 손해는 아래와 같다. 계산의 편의상 기간의 계산은 월 단위로 계산하며, 현가 계산은 월 5/12%의 비율에 의한 중간이자를 공제하는 단리할인법에 따른다. 그리고 당사자 주장 중 별도로 설시하지 않는 것은 배척하고, 계산 편의상 원 미만은 버린다.

가. 재산상 손해

1) 망인의 일실수입

망인의 일실수입 손해는 아래 인정사실 및 평가내용을 기초로 하여 계산한다.

가) 인정사실 및 평가내용

(1) 성별: 여자

(2) 생년월일: (생년월일 생략)(사망 당시 연령 44세)

(3) 소득 및 가동기간

도시 일용노동에 종사하는 보통 인부의 노임, 월 22일씩 가동하여 65세가 될 때까지

(4) 생계비 공제: 수입의 1/3

나) 계산: 258,934,918원

도시 일용노임 범위 내로서 원고가 구하는 노임 단가 102,628원 × 22일 × 172.0257(2016년 12월부터 2037년 12월까지 252개월의 호프만계수) × 2/3

[인정 근거]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 갑 제1, 2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 1의 재산상 손해 장례비: 5,000,000원(다툼 없음)

3) 책임 제한

가) 책임 비율: 20%

나) 계산

(1) 망인의 재산상 손해: 51,786,983원(= 258,934,918원 × 20%)

(2) 원고 1의 재산상 손해: 1,000,000원(= 5,000,000원 × 20%)

나. 위자료

이 사건 의료 사고의 경위 및 결과, 주의의무 위반의 내용 및 정도, 망인의 나이, 직업, 망인과 원고들의 관계, 그 밖에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 등을 참작하여 아래와 같이 정한다.

1) 망인: 20,000,000원

2) 원고 1: 10,000,000원, 원고 2: 5,000,000원

다. 상속관계

1) 상속금액: 71,786,983원(= 일실수입 51,786,983원 + 위자료 20,000,000원)

2) 상속분: 원고 1 3/5, 원고 2 2/5

3) 계산

가) 원고 1: 43,072,189원(= 71,786,983원 × 3/5)

나) 원고 2: 28,714,793원(= 71,786,983원 × 2/5)

라.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 1에게 54,072,189원(= 상속분 43,072,189원 + 재산상 손해 1,000,000원 + 위자료 10,000,000원), 원고 2에게 33,714,793원(= 상속분 28,714,793원 + 위자료 5,000,000원) 및 각 이에 대하여 외과적 배액술 고려 의무 위반일인 2016. 12. 12.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한 이 판결 선고일인 2022. 7. 21.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각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이 일부 달라 부당하다. 원고들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제1심 판결 중 위에서 인용한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들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피고에게 위 돈의 지급을 명한다. 원고들의 나머지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각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남성민(재판장) 백숙종 유동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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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참조판례

대법원 2006. 12. 21. 선고 2006다41327 판결

원심판결

- 서울동부지방법원 2020. 10. 15. 선고 2017가합109852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