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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부지법 2010. 10. 21.자 2010카합2341 결정
[진료업무방해금지등가처분][각공2010하,1576]
판시사항

[1] 친권자가 존재하지 아니하거나 친권자가 친권을 남용하여 긴급하고 필수적인 진료행위를 거부하는 경우, 의료인이 의사능력이 없는 자녀의 진료행위에 대한 의사를 추정하여 필요한 진료행위를 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2] 부모가 자신들의 종교적 신념에 기초하여 신생아 자녀의 수술에 수반되는 수혈을 거부한 사안에서, 정당한 친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서는 수혈 거부의 의사는 효력을 인정할 수 없고, 수술이 시행되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하고 긴급하므로 병원 측은 환자에 대하여 수혈을 시행할 수 있고, 친권자들이 이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 이러한 진료행위에 대한 방해의 배제를 구할 수 있다고 한 사례

결정요지

[1] 신생아는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있으나 문제되는 진료행위를 받을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고 그러한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이러한 경우 친권자가 자녀를 대신하여 진료행위에 대한 동의를 하게 되는데, 이러한 친권자의 동의는 자기결정권이 일신전속적인 성격을 갖고 있음을 고려할 때 자녀의 자기결정권을 대리하여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친권에서 파생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민법 제912조 는 “친권을 행사함에 있어서는 자의 복리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하여 ‘자녀의 복리’가 친권 행사의 기준이 됨을 명시하고 있고, 민법 제913조 는 “친권자는 자를 보호하고 교양할 권리의무가 있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친권은 자녀를 양육, 보호 및 감호하여 자녀의 복리를 실현하도록 하기 위한 친권자의 권리이자 의무의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친권자의 친권 행사가 자녀의 생명·신체의 유지, 발전에 부합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러한 내용의 친권의 행사는 존중되어서는 아니 되고, 이는 민법에서 친권의 상실을 허용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명백하다. 또한 의사능력이 없는 자녀에 대한 진료행위가 긴급하고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상황에서 친권자가 존재하지 아니하거나 친권자가 친권을 남용하여 그러한 진료행위를 거부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의료인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자료에 기초하여 의사능력이 없는 자녀의 진료행위에 대한 의사를 추정하여 제한적이고 필수적인 범위에 한하여 필요한 진료행위를 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2] 부모가 자신들의 종교적 신념에 기초하여 신생아 자녀의 수술에 수반되는 수혈을 거부한 사안에서, 위 환자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하여 현재 시행될 수 있는 가장 적절하고도 필수적인 치료방법은 수혈을 수반하는 수술임에도, 친권자들이 자신들이 믿고 있는 종교의 교리에 반한다는 이유로 수혈을 거부하는 행위는 부모를 자녀의 친권자로 지정한 취지 및 친권 행사의 기준에 비추어 볼 때 정당한 친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므로 그 수혈 거부의 의사는 효력을 인정할 수 없고, 수혈을 통한 수술이 시행되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하고 긴급하므로 병원 측은 환자에 대하여 수혈을 시행할 수 있고, 친권자들이 이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 이러한 진료행위에 대한 방해의 배제를 구할 수 있다고 한 사례.

채권자

재단법인 아산사회복지재단 (소송대리인 변호사 신현호외 4인)

채무자

채무자 1외 1인

주문

1. 채무자들은 채권자 산하 서울아산병원에서 신청외인( 주민번호 생략, 주소 생략)에 대하여 구명(구명)을 위하여 행하는 수혈 행위를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2. 채권자의 나머지 신청을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주문 제1항 및 주문 제1항 기재 명령에 대한 집행관 공시를 구하는 취지.

이유

1. 인정 사실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에 따르면, 다음 각 사실이 소명된다.

가. 채무자들의 딸인 신청외인은 2010. 9. 6. 태어나 대동맥판막의 선천 협착, 양방단실 유입증, 심방심실 중격 결손증 등의 진단을 받고, 채권자 산하 서울아산병원(이하 ‘채권자 병원’이라고 한다)의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나. 채권자 병원은 2010. 9. 24. 신청외인에게 우선적으로 폐동맥 밴딩술을 시행하였으나, 신청외인의 심장 질환을 완전히 치료하기 위해서는 심장교정 수술인 폰탄 수술(이하 ‘이 사건 수술’이라고 한다)이 필요하다.

다. 이 사건 수술은 신청외인과 같이 단심실 형태를 가진 심장 기형에 대해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수술 방법으로 3단계를 거쳐 행해지는데, 채권자 병원은 이 사건 수술 중 수혈이 필수적인 1단계 수술(Norwood 수술)을 시행할 경우 신청외인의 회복가능성을 30% 내지 50%로 예상하고 있으며, 1단계 수술이 성공할 경우 나머지 수술은 약간의 위험을 감수한다면 수혈 없이 시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라. 1단계 수술은 무수혈 방법으로 시행될 수도 있으나 채권자 병원은 신청외인의 체중, 혈액량 및 현재 증상에 비추어 볼 때 무수혈 수술이 시행될 경우의 회복가능성을 5% 미만으로 예상하고 있고, 이 사건 수술을 하지 않을 경우 신청외인의 기대 생존기간은 길게 잡아도 3개월에서 6개월 정도로 예상하고 있으나, 예상되는 생존기간 이전에 생명에 위해가 되는 응급 상황이 발생될 가능성도 매우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마. 채권자 병원은 이 사건 수술을 시행하기 위하여 채무자들에게 신청외인의 증상, 치료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 등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였으나, 채무자들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서 수혈을 금하는 자신들의 종교적 신념에 기초하여 신청외인에 대하여 이 사건 수술에 수반되는 수혈을 거부한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 이에 채권자 병원은 윤리위원회를 개최하여 이 사건 수술과 수술과정에서의 수혈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채무자들의 동의를 재차 구하였으나 채무자들은 여전히 이를 거부하고 있다.

2. 판 단

가.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진료행위에 대한 동의

의료인은 진료행위를 하는 경우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설명하여 당해 환자가 그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해 보고 그 진료행위를 받을 것인지의 여부를 선택하도록 함으로써 그 진료행위에 대한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 때 환자의 동의는 헌법 제10조 에서 규정한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에 의하여 보호되는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므로 환자가 생명과 신체의 기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에 대하여 스스로 결정하고 진료행위를 선택하는 것이 원칙이다( 대법원 2009. 5. 21. 선고 2009다17417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그런데 신청외인과 같은 신생아는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있으나 문제되는 진료행위를 받을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고 그러한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이러한 경우 친권자가 자녀를 대신하여 진료행위에 대한 동의를 하게 되는데, 이러한 친권자의 동의는 자기결정권이 일신전속적인 성격을 갖고 있음을 고려할 때 자녀의 자기결정권을 대리하여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친권에서 파생되는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민법 제912조 는 “친권을 행사함에 있어서는 자의 복리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하여 ‘자녀의 복리’가 친권 행사의 기준이 됨을 명시하고 있고, 민법 제913조 는 ‘친권자는 자를 보호하고 교양할 권리의무가 있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친권은 자녀를 양육, 보호 및 감호하여 자녀의 복리를 실현하도록 하기 위한 친권자의 권리이자 의무의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친권자의 친권 행사가 자녀의 생명·신체의 유지, 발전에 부합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러한 내용의 친권의 행사는 존중되어서는 아니 된다 할 것이고, 이는 민법에서 친권의 상실을 허용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명백하다.

또한 의사능력이 없는 자녀에 대한 진료행위가 긴급하고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상황에서 친권자가 존재하지 아니하거나 친권자가 친권을 남용하여 그러한 진료행위를 거부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의료인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자료에 기초하여 의사능력이 없는 자녀의 진료행위에 대한 의사를 추정하여 제한적이고 필수적인 범위에 한하여 필요한 진료행위를 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나. 이 사건에 관한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에 따르면, 이 사건 수술이 시행되지 않거나 무수혈 방법에 의할 경우 회복의 가망성이 희박하여 신청외인의 생명에 중대하고도 심각한 침해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반면, 수혈을 수반하여 이 사건 수술이 시행될 경우 그 회복가능성이 훨씬 높은 것으로 보이고, 현재 임상의학의 수준에서 이와 동일한 수준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다른 대체 진료방법이 없다. 따라서 신청외인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하여 현재 시행될 수 있는 가장 적절하고도 필수적인 치료방법은 수혈을 수반하는 이 사건 수술이라 할 것이므로, 이를 시행하는 것이 채무자들의 딸인 신청외인의 복리에 부합한다.

그럼에도 신청외인의 친권자인 채무자들은 자신들이 믿고 있는 종교의 교리에 반한다는 이유로 수혈을 거부하고 있는바, 채무자들의 이러한 행위는 부모를 자녀의 친권자로 지정한 취지 및 친권 행사의 기준에 비추어 볼 때 정당한 친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므로 채무자들이 표시한 수혈에 대한 거부의 의사는 그 효력을 인정하기 어렵다.

한편 신청외인은 태어난 지 1달 남짓 된 신생아로서 자신에 대한 진료행위에 동의할 것인지 여부를 추정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가 없으나, 앞서 살핀 신청외인의 현재 상태와 치료과정 및 회복가능성과 생명을 유지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인 점을 함께 고려한다면, 진료행위의 긴급성이 충분히 인정되는 현재의 상황에서 신청외인은 수혈을 받는 데 동의하는 의사를 가지고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비록 채무자들은 자신의 신앙에 반하는 행위를 강요받지 아니할 종교의 자유를 가지고 있어 자신들이 믿는 종교의 교리에 반하는 수혈에 대한 동의를 강제할 수는 없다 할지라도, 생명권은 인간의 생존본능과 존재목적에 바탕을 둔 선험적이고 자연법적인 권리이고 헌법에 규정된 모든 기본권의 전제로 기능하는 기본권 질서의 가치적인 핵으로서 다른 기본권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인 점, 수혈을 통한 이 사건 수술이 시행되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하고 긴급한 점 등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본다면, 채권자 병원은 신청외인에 대하여 수혈을 시행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신청외인의 친권자인 채무자들이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채권자 병원으로서는 채무자들에 대하여 이러한 진료행위에 대한 방해의 배제를 구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아가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선천성 심장 기형 질환을 가지고 태어난 신청외인이 이미 1달 이상 필요한 진료를 받지 못한 채 현재에 이르게 된 점, 현재의 상태에 비추어 신청외인의 생존 기간을 섣불리 예상하기 어려워 수혈 및 이 사건 수술이 시급히 시행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의 사정을 고려할 때, 이 사건 가처분을 발령할 보전의 필요성도 소명된다.

다만 채권자는 이 사건 가처분에서 명하는 내용을 집행관을 통하여 공시할 것도 구하고 있으나, 명령의 내용 및 성격에 비추어 이 부분은 인용하지 아니하기로 한다.

3. 결 론

그렇다면 채권자의 채무자들에 대한 이 사건 신청은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신청은 이유 없어 기각하며, 이 사건 소송이 제기된 경위 및 당사자들의 의사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하도록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판사 이성철(재판장) 이재혁 임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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