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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가법 2004. 2. 11. 선고 2003드합8510 판결
[손해배상(사실혼파기)] 항소[각공2004.4.10.(8),472]
판시사항

피고가 처와 법률혼 관계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약 28년간 원고와 동거하여 온 사안에서, 원·피고의 동거생활은 부첩관계에 불과할 뿐 사실혼이 아니라는 이유로 원고의 사실혼 해소에 따른 위자료 및 재산분할 청구를 배척한 사례

판결요지

동거생활을 유지하여 온 원·피고의 의사를, 부부로서의 공동생활을 영위할 의사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단순히 부첩관계를 형성하고자 하는 의사에 불과하였던 것으로 봄이 상당하며, 설령 적어도 원고 일방에게는 혼인의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피고에게는 혼인의 의사가 없었다고 할 것이므로, 결국 원·피고 사이에 혼인의 의사가 있었다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원·피고 사이에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원·피고의 동거생활은 부첩관계의 한 유형이라고 할 것이며, 나아가 피고가 처와의 법률혼 관계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원고와 동거하여 온 것이므로, 원·피고의 동거생활은 사회관념상 가족질서적인 면에서도 용인될 수 없는 것이어서, 이를 사실혼으로 인정하여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할 수는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사실혼 해소에 따른 위자료 및 재산분할 청구를 배척한 사례.

원고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바른법률 담당변호사 강훈 외 1인)

피고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심창섭)

변론종결

2004. 2. 4.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로 금 10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 연 20%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피고는 원고에게 재산분할로 금 3,00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이 판결 확정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 연 5%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유

1. 인정 사실

아래 각 사실은 갑 제1, 2호증, 갑 제3호증의 1 내지 9, 갑 제4호증의 1 내지 4, 갑 제6, 10, 12호증, 을 제1 내지 3, 6호증의 각 1, 2, 을 제8, 10, 11호증, 을 제12호증의 1 내지 4의 각 기재 내지 영상(다만, 갑 제12호증의 기재 중 뒤에서 믿지 아니하는 부분 제외)과 가사조사관 작성의 조사보고서의 내용 및 증인 소외 1의 증언(다만, 뒤에서 믿지 아니하는 부분 제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반하는 갑 제12호증의 일부 기재 및 증인 소외 1의 일부 증언은 믿지 아니하며, 달리 반증이 없다.

가. 원고는 소외 2와 1967. 5. 17. 혼인신고를, 1969. 5. 15. 이혼신고를 각 마쳤고, 위 이혼신고 후에도 소외 2와 3년 정도 더 동거하면서 소외 2와 사이에 아들 소외 1(1970. 1. 12.생), 소외 3(1971. 2. 3.생)을 두었다.

나. 피고는 소외 4와 1957. 3. 4. 혼인신고를 마쳤고, 소외 4와 사이에 아들 소외 5(1944. 10. 18.생), 6(1955. 2. 25.생), 7(1957. 6. 4.생), 8(1964. 2. 22.생), 딸 소외 9(1952. 4. 11.생), 10(1959. 7. 19.생), 11(1961. 8. 21.생)을 두고 있다.

다. 피고는 1975.경 서울 마포구에 전셋집을 얻어 원고와 동거하기 시작하였고, 1981.경 피고의 의류 및 사진 등을 원고와 동거하는 집(이하 '원고 집'이라고 한다)에 옮겨 놓았으며, 이후 1주일에 3일 정도 원고 집에 머물면서 원고와 함께 생활하였고, 나머지 날에는 피고 가족들이 사는 집(이하 '피고 본가'라고 한다)으로 가서 피고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였는데, 피고 가족들은 피고가 피고 본가에 오지 않는 날에는 피고가 경영하는 호텔에서 지내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라. 피고는 원고와 동거생활을 지속하면서도, 명절이나 피고 부부 생일에는 피고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고, 조상에 대한 제사도 피고 본가에서 지냈다.

마. 원고는 피고와 동거하면서 피고에게 보약을 달여 주는 등 피고의 건강 유지를 위하여 노력하였고, 피고의 호텔 사업과 관련하여 조언을 해 주기도 하였으며, 피고가 경영하는 호텔 및 피고 본가의 커튼을 직접 세탁해 주기도 하였다.

바. 원고는 피고와 동거하면서 피고로부터 지급받는 생활비가 적다고 생각하여 피고에게 이에 관하여 불평하기도 하였는데, 피고는 그럴 때마다 일정 기간 원고 집에 들르지 아니하였고, 이에 원고는 피고에게 위 불평에 관하여 용서를 구하곤 하였다.

사. 원고는 피고와의 동거 중 3회에 걸쳐 임신을 하였으나, 모두 낙태를 하였다.

아. 원고는 피고 자녀들 및 사위들의 생년월일을 이용하여 사주를 보기도 하였고, 피고 딸들이 혼인할 당시 화장품, 커피잔 등을 사서 피고에게 선물하기도 하였으나, 피고 가족들과 한 번도 만나거나 인사를 나눈 적이 없다.

자. 원·피고는 1996.경 서울 시내 한 중국음식점에서 결혼식을 올렸는데, 당시 피고의 가족 및 친척들은 아무도 참석하지 아니하였다.

차. 피고는 2000.경부터 간암을 앓기 시작하였고, 이후 병원에의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다가 2003. 4. 11.경 병원에서 다시 퇴원을 하였는데, 피고는 그 무렵 원고와의 동거를 중단하였으며, 2003. 7.경 원고 집에 있던 피고의 의류 및 가재도구 등을 수거하여 갔다.

카. 원고는 2003. 7. 15.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고, 피고 가족들은 이 사건 소 제기를 통하여 비로소 피고가 원고와 동거생활을 하여 온 사실을 알게 되었다.

타. 한편, 피고는 1990. 5. 1. 원고 명의로 서울 동작구 흑석동 204-29 대 140㎡ 및 지상 2층 주택(이하 각 '흑석동 부동산'이라고 한다)을 매수한 후 1990. 5. 9. 원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고(을 1-1, 2, 6-1, 2, 12-1, 3, 4. 위 부동산의 소유권은 그 후 원고 올케 소외 12, 원고 아들 소외 1을 거쳐 2003. 7. 31. 소외 유영훈에게 이전되었다), 1995. 3. 9. 원고 명의로 서울 서초구 방배동 933-7 대 185.2㎡ 및 지상 2층 주택(이하 각 '방배동 제1부동산'이라고 한다)을 매수한 후 1995. 6. 21. 원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으며(을 2-1, 2, 12-1. 원고는 2002. 6. 3. 위 부동산을 주식회사 우일예건에 매도하였다. 갑 6), 원고는 2001. 9. 13. 원고 명의로 서울 서초구 방배동 816-8 대 273.2㎡ 및 지상 2층 주택(이하 각 '방배동 제2부동산'이라고 한다)을 매수한 후 2001. 12. 11. 원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을 3-1, 2).

파. 피고는, 원고의 이 사건 소 제기에 대하여 배신감을 느꼈고(을 12-4), 이에, 방배동 제1부동산 구입 당시 원고가 흑석동 부동산을 매도하여 그 대금을 피고에게 지급하기로 약속하였고 방배동 제2부동산 구입 당시 원고가 피고로부터 금 100,000,000원을 차용하였다고 주장하면서, 2003. 8. 14. 서울지방법원 2003가합60629호로 원고를 상대로 대여금등청구의 소를 제기하였고, 2003. 9. 3. 방배경찰서에 원고를 사기죄 등으로 형사고소하였다.

2. 주장 및 판단

가. 당사자의 주장

원고는, 원·피고가 장기간 사실혼을 유지하여 왔는데, 피고가 정당한 사유 없이 일방적으로 위 사실혼을 파기하였으므로, 피고로부터 위자료와 재산분할금을 지급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피고의 동거생활은 사실혼이 아닌 부첩관계에 불과하였으므로, 원고의 청구에 응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나. 판 단

사실혼의 성립요건에 관하여 보건대, 사실혼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주관적으로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 사회관념상 가족질서적인 면에서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어야 한다( 대법원 2001. 4. 13. 선고 2000다52943 판결 등 참조).

그러므로 우선 원·피고 사이에 혼인의 의사가 있었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혼인의 의사라 함은 사회적·실질적으로 부부로서의 공동생활을 영위할 의사를 말하고,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의사가 있다고 함은 쌍방 간에 혼인 의사의 합치가 있음을 의미한다고 할 것인바, 비록 원고가 피고와 약 28년간 동거하면서 피고의 건강 유지 등을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뒤늦게나마 피고와 결혼식을 올린 점 등은 인정되나, 피고가 1주일에 3일 정도만 원고 집에 머물고 나머지 날에는 피고 본가에서 소외 4와 생활한 점, 피고가 명절이나 피고 부부 생일에 피고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고, 조상에 대한 제사도 피고 본가에서 지낸 점, 피고가 한 번도 피고 자녀들에게 원고를 소개시켜 주지 않았고, 피고 가족들은 이 사건 소 제기를 통하여 비로소 원·피고의 관계에 대하여 알게 된 점, 피고가 원고와의 결혼식에 피고의 가족이나 친척들을 참석시키지 않은 점, 원고가 뚜렷한 이유 없이 3회에 걸쳐 피고와의 사이에 생긴 태아를 낙태한 점, 원·피고가 약 28년간 동거하면서도 혼인신고를 마치지 않은 점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하면, 동거생활을 유지하여 온 원·피고의 의사를, 부부로서의 공동생활을 영위할 의사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단순히 부첩관계를 형성하고자 하는 의사에 불과하였던 것으로 봄이 상당하며, 설령 적어도 원고 일방에게는 혼인의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앞에서 본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에게는 혼인의 의사가 없었다고 할 것이므로, 결국 원·피고 사이에 혼인의 의사가 있었다고 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앞에서 본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원·피고 간에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원·피고의 동거생활은 부첩관계의 한 유형이라고 할 것이며, 나아가 피고가 소외 4와의 법률혼 관계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원고와 동거하여 온 것이므로, 원·피고의 동거생활은 사회관념상 가족질서적인 면에서도 용인될 수 없는 것이어서, 이를 사실혼으로 인정하여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원·피고 간의 동거생활이 사실혼임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위자료 및 재산분할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강원(재판장) 황승태 오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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