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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1. 8. 19. 선고 2020도16111 판결
[성폭력범죄자의성충동약물치료에관한법률위반]〈피고인이 헌법불합치결정에 따른 개선입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집행면제 신청을 할 수 없어 집행의 필요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받지 못한 채 이루어진 성충동 약물치료 명령의 집행에 따른 준수사항을 위반한 사건〉[공2021하,1736]
판시사항

[1] 성충동 약물치료 명령에 따른 준수사항 위반행위를 처벌하는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제35조 제2항 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의 법적 성격(=구성요건해당성 조각사유) 및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사실에 대한 증명책임 소재(=검사) / 준수사항 위반행위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판단하는 방법

[2] 피고인이 성폭력범죄를 저질러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에 따른 1년간의 성충동 약물치료 명령(치료명령)을 선고받아 확정되었는데, 그 집행에 불응하여 같은 법 위반죄로 징역 1년 6월을 복역하다가 징역형 집행종료 2개월 전 재개된 치료명령의 집행시도에서 약물치료 부작용에 대한 우려 등을 이유로 보호관찰관의 약물치료 지시에 다시 불응함으로써 ‘정당한 사유’ 없이 준수사항을 위반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은 집행시도 당시 집행의 필요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었음에도 그 기회를 얻지 못한 상황에서 이러한 점을 이유로 약물치료 지시에 불응한 것으로 볼 수 있어 피고인의 준수사항 위반행위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이하 ‘성충동약물치료법’이라고 한다) 제10조 제1항 제1호 는 성충동 약물치료 명령(이하 ‘치료명령’이라고 한다)을 받은 사람은 치료기간 동안 보호관찰관의 지시에 따라 성실히 약물치료에 응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제35조 제2항 은 “이 법에 따른 약물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제10조 제1항 각호의 준수사항을 위반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한다.

성충동 약물치료는 치료대상자의 신체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개인의 자기운명결정권, 인격권 등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조치이므로, 성충동약물치료법 제35조 제2항 은 약물치료 등 치료명령을 수인하기 어려운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피고인이 치료명령에 따른 준수사항을 위반하더라도 벌할 수 없도록 하여 기본권의 침해를 최소화하고자 하고 있다.

정당한 사유는 구체적인 사안에서 법관이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불확정개념으로서, 실정법의 엄격한 적용으로 생길 수 있는 불합리한 결과를 막고 구체적 타당성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정당한 사유는 구성요건해당성을 조각하는 사유로,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사실을 검사가 증명하여야 하고, 이는 형법상 위법성조각사유인 정당행위나 책임조각사유인 기대불가능성과는 구별된다.

준수사항 위반행위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성충동약물치료법의 목적과 기능 및 준수사항 위반에 대한 같은 법 제35조 제2항 의 입법 취지를 충분히 고려하면서, 피고인이 준수사항을 위반하게 된 구체적인 동기와 경위, 준수사항을 위반함으로써 발생한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2] 피고인이 성폭력범죄를 저질러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이하 ‘성충동약물치료법’이라고 한다)에 따른 1년간의 성충동 약물치료 명령(이하 ‘치료명령’이라고 한다)을 선고받아 확정되었는데, 그 집행에 불응하여 성충동약물치료법 위반죄로 징역 1년 6월을 복역하다가 징역형 집행종료 2개월 전 재개된 치료명령의 집행시도에서 약물치료 부작용에 대한 우려 등을 이유로 보호관찰관의 약물치료 지시에 다시 불응함으로써 ‘정당한 사유’ 없이 준수사항을 위반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치료명령을 규정한 성충동약물치료법 제8조 제1항 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에 따라 성충동약물치료법이 2017. 12. 19. 법률 제15254호로 개정되어 치료명령의 집행시점에 집행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심리ㆍ판단하도록 하는 집행면제 신청 제도가 신설되었는데( 같은 법 제8조의2 ), 그 부칙 제3조는 신설된 집행면제 관련 규정이 개정법 시행 전에 치료명령을 선고받은 사람에 대해서도 적용된다고 규정한 점, 피고인의 경우 집행시도 당시 치료명령 선고일로부터 6년 가까이 경과하였으므로 여전히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지 등 치료명령 집행의 필요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다시 받을 필요가 있었고, 피고인도 이를 원한다는 의사표시를 하였던 점, 그런데 피고인은 성충동약물치료법 제8조의2 제2항 의 집행면제 신청기간의 제한 등으로 인하여 법원의 판단을 다시 받지 못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집행시도 당시 집행의 필요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었음에도 그 기회를 얻지 못한 상황에서 이러한 점을 이유로 약물치료 지시에 불응한 것으로 볼 수 있어 피고인의 준수사항 위반행위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보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 성충동약물치료법 제35조 제2항 의 ‘정당한 사유’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박기훈

원심판결

대전지법 2020. 11. 4. 선고 2020노2007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경위와 쟁점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3. 8. 2.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서 미성년자의제강간죄 등으로 징역 5년 및「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이하 ‘성충동약물치료법’이라고 한다)에 따른 1년간의 성충동 약물치료 명령(이하 ‘치료명령’이라고 한다) 등을 선고받았고, 그 판결은 2014. 4. 10. 확정되었다(이하 ‘성폭력 사건’이라고 한다).

피고인은 치료명령에 따라 치료기간 동안 보호관찰관의 지시에 따라 성실히 약물치료에 응하라는 준수사항을 이행하여야 함에도, 치료기간인 2019. 5. 7. 보호관찰관의 지시를 정당한 사유 없이 따르지 아니함으로써 준수사항을 위반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준수사항을 위반하였다고 인정하여 징역 2년을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피고인에게 헌법불합치결정에 따라 신설된 집행면제 신청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고 집행된 치료명령은 위헌이거나 위법하여 무효라는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다. 이 사건 처벌규정

성충동약물치료법 제10조 제1항 제1호 는 치료명령을 받은 사람은 치료기간 동안 보호관찰관의 지시에 따라 성실히 약물치료에 응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제35조 제2항 은 “이 법에 따른 약물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제10조 제1항 각호의 준수사항을 위반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한다(이하 ‘이 사건 처벌규정’이라고 한다) . 한편 2017. 12. 19. 신설된 성충동약물치료법 제8조의2 는 징역형과 함께 치료명령을 받은 사람이 징역형의 집행종료 무렵에 치료명령의 집행면제를 신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라.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피고인이 치료명령 집행개시 시점에 집행의 필요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음에도 이러한 판단을 받지 못하였다고 볼 수 있다면, 준수사항 위반행위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아야 하는지 여부이다.

2. 성충동 약물치료와 관련 규정의 해석

가. 성충동 약물치료 제도

1) 성충동 약물치료 제도는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성도착증 환자로서 성폭력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에 대하여 성충동 약물치료를 실시하여 성폭력범죄의 재범을 방지하고 사회복귀를 촉진하기 위한 제도이다( 성충동약물치료법 제1조 참조). 그런데 치료대상자의 동의 없이 법원의 명령에 따라 강제로 성충동 약물치료를 하도록 하는 제도는 세계적으로 드물고, 특히 약물치료를 거부하는 경우 형사처벌을 하도록 하는 경우는 더욱 드물다. 더구나 국내외적으로 실제 약물치료 집행 사례가 많지 않아 약물치료의 효과나 치료약물의 부작용 등에 대하여 충분한 사례를 통한 연구가 이루어지지도 못한 상황이다.

2) 헌법재판소는, 치료명령을 규정한 성충동약물치료법 제8조 제1항 에 대하여 입법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절성이 인정되고, 원칙적으로는 침해의 최소성 및 법익균형성이 충족되나, 장기형이 선고되는 경우 치료명령의 선고시점과 집행시점 사이에 상당한 시간적 간극이 있어 집행시점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필요한 치료와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는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균형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이를 막을 수 있는 절차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였다( 헌법재판소 2015. 12. 23. 선고 2013헌가9 전원재판부 결정 , 이하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이라고 한다). 헌법재판소는 위 결정에서 성충동약물치료법에 따른 치료명령에 의하여 약물투여가 되면 범죄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성적 욕구나 행위까지도 억제될 수 있고, 이는 헌법 제12조 의 신체의 자유, 헌법 제17조 의 사생활의 자유, 헌법 제10조 에서 유래하는 개인의 자기운명결정권, 인격권을 제한한다고 하고 있다.

3) 대법원 역시 성충동약물치료법 제8조 제1항 에 따른 치료명령은 원칙적으로 형 집행종료 이후 신체에 영구적인 변화를 초래할 수도 있는 약물의 투여를 피청구자의 동의 없이 강제적으로 상당 기간 실시하게 된다는 점에서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신체의 자유와 자기결정권에 대한 가장 직접적이고 침익적인 처분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3도12301, 2013전도252, 2013치도2 판결 참조).

4)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헌법 제10조 후문). 모든 국가기관은 헌법을 준수할 의무가 있으므로 헌법에 합치되게 제도를 설정하고 운용하여야 할 책무가 있다. 성충동 약물치료 제도에 위와 같은 기본권 제한적 성격이 있음을 충분히 고려하여 기본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가 되지 않도록 제도를 운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의 취지에 비추어, 치료명령의 선고시점과 집행시점 사이에 상당한 시간적 간극이 있는 경우 집행시점에도 여전히 집행의 필요성이 있는지에 대하여 판단을 받을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제도를 합헌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필수적인 절차로 보아야 한다.

나. 헌법불합치결정에 따른 개선입법

1) 헌법재판소가 법률의 위헌성을 지적하되 입법시한을 정하여 개선입법을 촉구하는 내용의 헌법불합치결정을 하는 경우 입법부는 그 취지를 충분히 고려하여 헌법불합치결정에서 지적된 위헌성을 제거할 수 있는 개선입법을 해야 하고, 만일 개선입법의 내용이 불충분하여 헌법불합치결정에서 지적된 위헌성이 제거되지 못하였거나 그 개선입법의 효과를 받아야 하는 사람에게 효과를 미치지 못한다면, 그러한 개선입법은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위헌이 될 수 있다[ 헌법재판소 2019. 9. 26. 선고 2018헌바218, 2018헌가12(병합)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2)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에서 ‘ 성충동약물치료법 제8조 제1항 의 위헌적 부분은 치료명령의 선고에 의하여 곧바로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라 집행시점에서 비로소 구체적으로 문제가 되며, 그 집행시점까지 개선입법을 함으로써 제거될 수 있다.’는 이유로 입법시한을 2017. 12. 31.로 정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였다.

이에 따라 성충동약물치료법은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에서 정한 입법시한 내인 2017. 12. 19. 법률 제15254호로 개정되어 치료명령의 집행시점에 집행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심리ㆍ판단하도록 하는 집행면제 신청 제도를 신설하였는데( 같은 법 제8조의2 ), 그 부칙 제3조는 신설된 집행면제 관련 규정은 개정법 시행 전에 치료명령을 선고받은 사람에 대해서도 적용한다고 규정하였다.

3) 헌법불합치결정에 따른 개선입법의 원칙에 관한 위와 같은 법리를 토대로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의 내용과 개정법 부칙 제3조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적어도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에서 정한 입법시한 이후에 치료명령이 집행되는 경우에는 위헌성이 제거된 개선입법의 취지가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입법시한 이후 치료명령이 집행되는데도 개선입법에 따른 면제신청을 할 수 없는 경우라면, 법원으로서는 앞서 본 헌법 규정의 취지를 충분히 고려하여 그 집행에 대한 준수사항 위반행위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다. 성충동 약물치료 집행의 필요성 판단

1) 성폭력범죄의 동기와 원인은 성적 충동에 한정되지 않고 정서적 욕구 또는 권력적 통제욕구 등이 중요한 동기가 되므로, 성충동약물치료법은 약물치료와 함께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반드시 병행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약물의 도움을 받되, 인지행동 치료 등 심리치료를 통하여 근본적으로 치료대상자의 사고를 변화시킴으로써 교화 및 치료를 도모하려는 것으로, 이러한 성충동약물치료법에 의한 치료명령의 본질상 치료대상자의 치료 의지와 협조 없이는 그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2) 성충동약물치료법은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치료명령을 집행하기 전에 약물치료의 효과, 부작용 및 약물치료의 방법ㆍ주기ㆍ절차 등에 관하여 충분히 설명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제14조 제2항 ) 치료대상자의 치료의지와 협조를 유도하도록 하고 있고, 치료대상자가 약물치료에 불응하는 경우에도 강제로 약물을 투여하는 직접강제 방법을 규정하지 않고 형사처벌 규정을 둠으로써 치료대상자의 협조에 따라 치료명령을 집행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성충동약물치료법 제8조의2 제5항 은 “법원은 면제신청에 따른 결정을 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보호관찰소의 장에게 치료명령을 받은 사람의 교정성적, 심리상태, 재범의 위험성 등 필요한 사항의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3) 따라서 치료명령의 집행시점에 법원이 치료대상자의 면제신청에 따라 집행의 필요성에 대한 판단을 할 때에는 치료대상자의 심리상태가 어떠한지를 고려할 필요가 있고, 치료대상자가 약물치료 지시에 불응하여 형사처벌을 받았음에도 치료를 거부하고 있는 경우에는 그와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약물치료를 강제할 필요성과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한 판단을 할 필요가 있다.

라. 정당한 사유의 해석

1) 성충동 약물치료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치료대상자의 신체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개인의 자기운명결정권, 인격권 등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조치이므로, 이 사건 처벌규정은 약물치료 등 치료명령을 수인하기 어려운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피고인이 치료명령에 따른 준수사항을 위반하더라도 벌할 수 없도록 하여 기본권의 침해를 최소화하고자 하고 있다 .

2) 정당한 사유는 구체적인 사안에서 법관이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불확정개념으로서, 실정법의 엄격한 적용으로 생길 수 있는 불합리한 결과를 막고 구체적 타당성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정당한 사유는 구성요건해당성을 조각하는 사유로,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사실을 검사가 증명하여야 하고, 이는 형법상 위법성조각사유인 정당행위나 책임조각사유인 기대불가능성과는 구별된다 ( 대법원 2018. 11. 1. 선고 2016도1091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3) 준수사항 위반행위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성충동약물치료법의 목적과 기능 및 준수사항 위반에 대한 처벌규정의 입법 취지를 충분히 고려하면서, 피고인이 준수사항을 위반하게 된 구체적인 동기와 경위, 준수사항을 위반함으로써 발생한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

3. 이 사건에 대한 판단

가.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실관계

1) 피고인에 대한 성폭력 사건의 징역형 집행이 2018. 1. 5. 종료 예정이었으므로, 피고인은 성충동약물치료법 제14조 제3항 에 따라 석방 2개월 전인 2017. 11. 5.경부터 치료명령의 집행을 개시하기 위하여 2017. 10. 26. 공주치료감호소로 이송되었다.

2) 피고인은 약물치료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 등을 들어 2017. 11. 8.경부터 시작된 보호관찰관의 약물치료 지시에 불응하였고, 2018. 1. 5. 석방 직후 성충동약물치료법 제10조 제1항 제1호 위반죄로 발부된 체포영장이 집행되어 수감되었으며, 2018. 1. 6. 구속영장이 집행되었다. 한편 피고인에 대하여 2017. 12. 27.부터 심리치료 프로그램이 실시되었는데, 피고인이 2018. 1. 6. 구속되면서 중단되었다.

3) 피고인은 2018. 6. 22. 대전지방법원 공주지원에서 성충동약물치료법 위반죄로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았고, 그 판결은 2019. 1. 10. 확정되었다(이하 ‘선행사건’이라고 한다).

4) 피고인에 대한 선행사건의 징역형 집행이 2019. 7. 5. 종료 예정이었으므로, 담당 보호관찰관은 2019. 5. 7. 다시 피고인에 대한 치료명령의 집행을 시도하였으나(이하 ‘이 사건 집행시도’라고 한다), 피고인은 여전히 약물치료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 등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약물치료 지시에 불응하였고, 2019. 7.경 검찰에 제출한 진술서에서는 ‘피고인은 성도착증 환자가 아니므로 약물치료의 필요가 없으니, 이를 확인받을 수 있도록 정신감정을 받게 해 달라.’는 의사를 표시하였다.

5) 피고인은 2019. 7. 5. 석방 직후 성충동약물치료법 제10조 제1항 제1호 위반죄로 발부된 체포영장이 집행되어 다시 수감되었고, 2019. 7. 6. 구속영장에 의하여 구속되었으며, 2019. 7. 12. 이 사건으로 공소제기 되었다.

나. 판단

위와 같은 사건의 경위 및 기록에 따라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은 이 사건 집행시도 당시 집행의 필요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었음에도 그 기회를 얻지 못한 상황에서 이러한 점을 이유로 약물치료 지시에 불응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피고인의 준수사항 위반행위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1) 피고인의 경우 아래와 같은 점에서 이 사건 집행시도 당시 치료명령 집행의 필요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다시 받을 필요가 있었고, 피고인도 이를 원한다는 의사표시를 하였다.

가) 이 사건 집행시도 당시인 2019. 5. 7.경은 피고인에 대한 치료명령 선고일인 2013. 8. 2.로부터 6년 가까이 경과한 때로 상당한 시간적 간극이 있으므로, 이 사건 집행시도 당시 치료명령 선고시점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지에 대한 판단을 받도록 할 필요가 있었다.

나) 피고인은 선행사건 약물치료 불응 행위로 인하여 치료명령에서 명한 치료기간인 1년을 초과하는 기간인 1년 6월의 징역형의 집행을 받았음에도 다시 수감되는 것을 감수하고 약물치료 지시에 불응하였는바, 이러한 피고인의 심리상태를 고려하여 약물치료를 강제할 필요성과 그 실효성 등에 대한 새로운 판단을 할 필요도 있었다.

다) 피고인은 성폭력 사건 재판 당시에는 정신감정을 받는 것을 거부하였고, 성폭력 사건 징역형 집행종료 무렵에도 치료의 필요성에 대한 재판단을 받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적이 없으나, 2019. 7.경 검찰에 제출한 진술서에서는 정신감정을 받아 현재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받겠다는 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혔으므로, 이 사건 집행시도 무렵에는 면제신청의 의사를 표시하였다고 볼 수 있다.

2) 그런데 피고인은 이 사건 집행시도 무렵 치료명령 집행의 필요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다시 받지 못하였고, 이는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 및 그에 따른 개선입법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에 대해서는 여전히 위헌성이 제거되지 못한 것과 다름이 없다.

가)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으로 신설된 성충동약물치료법 제8조의2 제2항 본문은 “집행면제 신청은 치료명령의 원인이 된 범죄에 대한 징역형의 집행이 종료되기 전 12개월부터 9개월까지의 기간에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이 규정은 2018. 1. 1. 시행되었다. 피고인의 성폭력 사건에 대한 징역형의 집행은 2018. 1. 5. 종료되었는바, 개정법의 시행 당시 이미 면제신청 기간이 지나 있어 신청을 할 수 없었다.

나) 성충동약물치료법 제8조의2 제2항 단서는 ‘다른 범죄를 범하여 징역형의 집행이 종료되기 전 12개월부터 9개월까지의 기간’에만 집행면제 신청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피고인에 대한 선행사건의 판결이 확정되어 징역형의 집행종료일을 알 수 있게 된 2019. 1. 10.에는 이미 징역형의 집행종료일인 2019. 7. 5.이 6개월밖에 남지 않아 면제신청 기간이 지났다는 취지의 담당 보호관찰관의 안내에 따라 피고인은 이 사건 집행시도 당시에도 면제신청을 할 수 없었다.

3) 성충동약물치료법 제14조 제3항 은 석방 2개월 전에 치료명령의 집행을 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피고인은 이전 징역형 종료 이전에 준수사항 위반죄를 범하게 되고, 그 결과 석방과 동시에 다시 구금되며, 같은 조 제4항 에 따라 구금으로 인하여 치료명령의 집행은 정지되는바, 이러한 집행 관련 규정들로 인하여 피고인이 반복적으로 처벌을 받으면서도 앞서 본 것과 같은 이유로 집행의 필요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받지 못할 위험이 있고, 이는 신체의 자유와 자기결정권에 대한 침해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

4) 개정된 성충동약물치료법은 집행면제 신청의 일률적 기준을 마련하는 취지에서 신청기간을 규정한 것이고, 피고인과 같이 기간을 준수할 수 없는 경우 이를 배제하려는 취지는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집행기관으로서는 이 사건 집행시도 당시 치료명령 집행의 필요성에 대한 판단을 다시 받고자 하는 의사를 표시한 피고인에게 집행면제 신청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개정된 법률을 그 개정 취지에 맞게 합헌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었다.

다. 소결론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보호관찰관의 약물치료 지시에 응하지 않았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성충동약물치료법 제35조 제2항 의 ‘정당한 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다만 피고인의 이 사건 준수사항 위반행위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아 처벌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에 대한 확정된 치료명령의 효력에 영향이 있는 것은 아니므로, 집행기관은 피고인에게 집행의 필요성에 대한 심사를 받을 기회를 부여한 후 집행의 필요성이 있다는 결정이 나오면 이에 따라 적법하게 잔여기간에 대한 치료명령을 집행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앞서 본 바와 같은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의 내용, 그에 따라 신설된 성충동약물치료법 제8조의2 집행면제 신청 제도의 취지, 피고인이 이 사건 집행시도 당시 면제신청 의사를 표시하였다고 볼 수 있음에도 그 기회가 부여되지 않았던 점, 그 과정에 피고인의 귀책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피고인에 대하여는 성충동약물치료법 제8조의2 제2항 의 신청기간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으므로, 향후 피고인은 명시적으로 치료거부 의사를 밝힌 경우가 아니라면 신청기간의 제한을 받지 아니하고 상당한 기간 내에 집행면제 신청을 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보호관찰관은 피고인에 대하여 치료명령 집행의 필요성에 대한 심사절차를 거친 다음 그 결과에 따라 잔여기간에 대한 치료명령의 집행 여부를 정하여야 하고, 이와 같은 조치를 통하여 개선입법의 취지에 따라 위헌성이 제거된 적법한 집행을 할 수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흥구(재판장) 김재형 안철상(주심) 노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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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석

- 2021년도 형법판례 회고 김혜정 博英社

- 2021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⑧ 형법총칙 정범의 범죄와 관련 없는 행위 도와준 경우 방조범 성립 안돼 임의적 감경의 경우 감경사유 존재해도 인정여부는 법관 재량 이주원 法律新聞社

관련문헌

- 김정한 구성요건 요소인 ʻ정당한 사유ʼ 유무의 입증에 관한 소고 형사법의 신동향 통권78호 / 대검찰청 2023

- 송주용 공무상비밀누설죄에서 ‘누설행위’의 의미 - 대상판결 : 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21도2486 판결 - 서강법률논총 제11권 제1호 / 서강대학교 법학연구소 2022

참조판례

- [1] 대법원 2018. 11. 1. 선고 2016도1091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조문

- [1] 대한민국헌법 제10조

- 대한민국헌법 제12조

- 대한민국헌법 제17조

- 대한민국헌법 제37조 제2항

-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제1조

-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제8조 제1항 위헌조문 표시

-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제8조의2 위헌조문 표시

-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제10조 제1항

-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제14조

-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제35조 제2항

- [2]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제8조의2 제1항 위헌조문 표시

-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제8조의2 제2항 위헌조문 표시

-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제10조 제1항 제1호

-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제14조

-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제35조 제2항

본문참조판례

헌법재판소 2015. 12. 23. 선고 2013헌가9 전원재판부 결정

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3도12301, 2013전도252, 2013치도2 판결

헌법재판소 2019. 9. 26. 선고 2018헌바218, 2018헌가12(병합) 전원재판부 결정

대법원 2018. 11. 1. 선고 2016도10912 전원합의체 판결

본문참조조문

-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제10조 제1항 제1호

-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제35조 제2항

-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제10조 제1항

-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제8조의2

-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제1조

-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제8조 제1항

- 대한민국헌법 제12조

- 대한민국헌법 제17조

- 대한민국헌법 제10조

-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제8조의2

-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2항

-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제8조의2 제5항

-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3항

-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제8조의2 제2항

-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제8조의2 제2항

-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4항

-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제8조의2

-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제8조의2 제2항

원심판결

- 대전지법 2020. 11. 4. 선고 2020노2007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