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구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2호 에서 정한 접근매체의 ‘전달’의 의미
[2] 전자금융거래의 이용자가 법인인 경우, 접근매체의 점유를 이전한 행위가 구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2호 에서 말하는 접근매체의 ‘전달’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검사
변호인
변호사 장보혜
원심판결
서울남부지법 2020. 5. 26. 선고 2020노407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그 부분 사건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7. 6. 20.경 서울 금천구에 있는 기업은행에서 공소외 1 주식회사 명의로 계좌를 개설한 후 담당 직원으로부터 통장, 체크카드, OTP를 교부받고, 그 다음 날 지하철 7호선 가산디지털역 인근에서 40대 성명불상 남자를 만나 통장 1개당 30만 원을 받고 그에게 공소외 1 주식회사 명의의 기업은행 통장, 체크카드, OTP 및 비밀번호를 적은 쪽지를 건네준 것을 비롯하여, 그때부터 2017. 8. 19.경까지 같은 방법으로 공소외 1 주식회사 및 공소외 2 주식회사 각 명의로 개설한 총 4개의 은행계좌 통장 및 관련 체크카드, OTP, 비밀번호를 각 전달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할 수 없다.
가. 관련 법리
구 전자금융거래법(2020. 5. 19. 법률 제172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전자금융거래법’이라고 한다)은 전자금융거래의 법률관계를 명확히 하여 전자금융거래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을 입법 목적의 하나로 하고 있고( 제1조 ), 금융회사 또는 전자금융업자가 접근매체를 발급할 때에는 이용자의 신청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본인임을 확인한 후에 발급하도록 규정하며( 제6조 제2항 ), 접근매체의 양도 등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제6조 제3항 , 제49조 제4항 ). 이는 전자금융거래에서 거래지시를 하거나 이용자 및 거래내용의 진실성과 정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접근매체를 이용자 본인의 의사에 따라 사용 및 관리되도록 함으로써 전자금융거래의 법률관계를 명확히 하고자 하는 것이다 .
2015. 1. 20. 법률 제13069호로 개정되기 전의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은 접근매체를 양도하거나 양수하는 행위( 제1호 ), 대가를 주고 접근매체를 대여받거나 대가를 받고 접근매체를 대여하는 행위( 제2호 ), 접근매체를 질권의 목적으로 하는 행위( 제3호 ), 위 각 행위를 알선하는 행위( 제4호 )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는데, 2015. 1. 20. 개정으로 ‘대가를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보관·전달·유통하는 행위’도 추가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였다. 이러한 개정의 취지는 타인 명의 금융계좌가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각종 범죄에 이용되는 것을 근절하기 위함이었다 .
이러한 구 전자금융거래법의 입법 목적과 접근매체의 ‘전달’ 행위를 금지하는 취지 등을 종합하여 보면, 구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2호 에서 정한 접근매체의 ‘전달’은 타인 명의 금융계좌를 불법적으로 거래하거나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매체의 점유 또는 소지를 타인에게 이전하는 행위를 말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
전자금융거래의 이용자가 법인인 경우 그 접근매체는 법인의 의사에 따라 사용·관리되어야 하는바, 접근매체의 점유를 이전한 이후에도 여전히 법인의 실질적인 의사에 따라 접근매체가 사용·관리되는 경우라면 이는 구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2호 에서 말하는 접근매체의 ‘전달’에 해당한다고 할 것은 아니다. 그러나 법인의 설립 경위, 전자금융거래계약의 체결 경위, 접근매체의 점유를 이전하게 된 동기 및 경위, 접근매체의 점유를 이전한 이후의 정황 등 관련 사정을 객관적으로 판단해 볼 때, 피고인이 가지고 있던 접근매체의 점유를 타인에게 이전함으로써 접근매체가 법인의 실질적인 의사에 따라 사용·관리될 수 없게 되어 타인 명의 금융계좌의 불법적인 거래 및 이용에 기여하게 되는 경우라면 이는 위 규정에서 말하는 접근매체의 ‘전달’에 해당하고, 피고인이 이러한 사정을 알고 미필적으로라도 이를 용인하였다면 그에 관한 고의도 있다고 보아야 한다 .
나.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인은 불법 도박사이트에서 통장을 산다는 글을 보고 전화를 하였고, 40대 성명불상자로부터 피고인을 대표이사로 하는 법인을 설립하여 그 법인 명의의 금융계좌를 개설하여 접근매체를 건네주면 통장 1개당 매월 30만 원씩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2) 피고인은 이에 응하여 40대 성명불상자와 함께 실질적으로 회사를 운영할 의사 없이 금융계좌 개설만을 목적으로 공소외 1 주식회사, 공소외 2 주식회사를 설립하였다(이하 ‘이 사건 각 법인’이라고 한다).
3) 피고인은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이 사건 각 법인 명의의 금융계좌를 각 2개씩 개설하여 총 4개의 계좌에 대한 통장 등 접근매체를 계좌 1개당 30만 원씩을 받고 40대 성명불상자에게 교부하였다.
4) 피고인이 40대 성명불상자에게 교부한 접근매체에 연결된 4개의 계좌 중 일부는 보이스피싱 사기,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등 범죄에 이용되었다.
다. 위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이른바 ‘대포통장’ 매수 광고를 낸 성명불상자의 지시에 따라 이 사건 각 법인을 설립한 후 법인 명의로 발급받은 계좌의 접근매체를 대가를 받고 위 성명불상자에게 전달하였고 결국 이 사건 각 법인의 금융계좌 중 일부는 범죄에 이용되었는바, 위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는 이 사건 각 법인 명의의 금융계좌가 이용자인 각 법인이 아닌 자에 의하여 불법적으로 거래되거나 이용될 수 있도록 접근매체의 점유를 타인에게 이전한 것으로, 구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2호 에서 말하는 접근매체의 ‘전달’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라.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인의 행위가 ‘전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는바,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구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2호 의 ‘전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그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참조조문
- [1] 전자금융거래법(구) 제6조 제3항
- [2] 전자금융거래법(구) 제6조 제3항
- 형법 제13조
본문참조조문
원심판결
- 서울남부지법 2020. 5. 26. 선고 2020노407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