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05헌마188 불기소처분취소
청구인
문 ○ 전
국선대리인 변호사 김 재 식
피청구인
의정부지방검찰청 고양지청 검사
주문
피청구인이 2004. 7. 27. 의정부지방검찰청 고양지청 2004년 형제19727호 사건에서 피고소인 이○우에 대하여 한 혐의없음의 불기소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이 사건 기록 및 수사기록(의정부지방검찰청 고양지청 2004년 형제19727호 불기소․기소중지․참고인중지 사건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 청구인은 청구외(피고소인) 이○우를 민사집행법위반혐의로 고소하였던 바, 그 고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소인은,
청구인이 피고소인을 상대로 제기한 약정금청구소송의 이행권고결정에 터잡아 신청한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03카명960호 재산명시사건에 관한 명시기일에 출석하여 재산목록을 제출하게 되었으면 강제집행의 대상이 되는 재산 등의 목록을 성실
하게 기재하여 제출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2003. 12. 1. 14:00경 고양시 일산구 장항동 소재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413호 조정실에서 피고소인 외 2인의 공동소유인 전북 진안읍 ○○리 167 답 1,812㎡와 같은 읍 □□리 전 1,375㎡를 위 재산명시사건에 관한 재산목록에 기재하지 아니하고 제출함으로써, 거짓의 재산목록을 제출하였다.
나. 피청구인은 이 사건을 수사한 후 2004. 7. 27. 혐의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하였다.
2. 판단
가. 쟁점의 정리
피고소인은, 자신이 대표로 있는 ○○이씨 ○○공파 ○○ 계파 종중(이하 ‘이 사건 종중’이라 한다)이 전북 진안읍 ○○리 167 답 1,812㎡와 같은 읍 □□리 전 1,375㎡(이하 ‘이 사건 토지들’이라 한다)의 실제 소유자로서 그 명의만을 피고소인과 이□우, 이△우에게 신탁하였으므로, 이 사건 토지들은 강제집행의 대상이 되는 재산이라고 할 수 없어 피고소인이 재산목록에 이를 누락하였다 하더라도 거짓의 재산목록을 제출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피청구인도 이 점을 중시하여 불기소처분을 한 것이라고 보인다.
따라서, 과연 이 사건 토지들이 원래 이 사건 종중의 소유인데 피고소인 등에게 명의신탁한 것인지, 그리고 그런 경우에는 재산목록에 기재하지 않더라도 민사집행법위반죄가 성립하지 않는 것인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나. 이 사건 토지들이 명의신탁된 것인지 여부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토지들은 1980. 10. 10. 피고소인, 이□우, 이△우의 명의로 1956. 3. 20.자 증여를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된 사실, 피고소인, 이□우, 이△우는 모두 6촌지간인 사실이 인정된다.
이△우는 이 사건 토지들이 원래 이 사건 종중의 소유로서 그의 아버지인 청구외 망 이○수가 관리를 하다가 종손들 중 3인을 지정하여 공동명의로 등기를 경료한 것이라고 하면서 피고소인의 주장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고, 이□우도 경찰과의 전화통화에서 피고소인의 주장과 같은 내용을 진술하였으며, 피청구인은 피고소인의 주장과 위 공유자들의 진술만을 받아들여 이 사건 토지들이 이 사건 종중 소유로서 피고소인 등에 명의신탁된 것이라고 쉽게 판단하였다.
그러나, 피고소인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위하여는, 우선 이 사건 토지들에 관하여 피고소인 등의 명의로 등기가 경료될 당시 이 사건 종중이 어느 정도의 유기적 조직체로서 실체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의 증명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고, 그 다음으로 이 사건 토지들이 이 사건 종중의 소유로 된 과정이나 내용이 직접 증명되거나, 아니면 등기명의인들과 이 사건 종중과의 관계, 등기명의인들 상호간의 관계, 등기명의인들 앞으로 등기가 경료된 경위, 이 사건 토지들의 용도․규모․관리상태와 종중의 이용․수익관계, 제세공과금의 납부관계, 등기필증의 소지관계 등 여러 정황에 미루어 이 사건 토지들이 이 사건 종중의 소유라고 볼 수밖에 없는 상당한 자료가 있어야 이 사건 토지들이 이 사건 종중의 소유로서 등기명의인 앞으로 명의신탁된 것이라고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과연 이 사건 토지들이 이 사건 종중의 소유로서 피고소인 등에게 명의신탁되었는지는 위와 같은 점을 좀더 조사해 보아야 알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 명의신탁관계에 있는 경우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지 여부
설령 피청구인이 판단한 대로 이 사건 종중이 이 사건 토지들을 실제로 소유하고
명의만을 피고소인 등에게 신탁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 사건 토지들이 피고소인의 채권자가 신청한 강제집행절차에서 그 집행의 대상이 되는 재산이 아니라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소인이 재산목록에서 이를 누락하였다면 거짓의 재산목록을 제출한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원칙적으로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 제4조에 의하여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라 행하여진 등기에 의한 물권변동은 모두 무효이나 같은 법 제8조 제1호에 의하여 종중이 보유한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종중외의 자의 명의로 등기한 경우로서 조세포탈, 강제집행의 면탈 또는 법령상 제한의 회피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예외로 하므로, 이 사건 종중이 이 사건 토지들을 피고소인 등에게 명의신탁하였다면, 그 명의신탁약정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효하다. 그렇다면, 이 사건 종중과 피고소인과의 이 사건 토지들을 둘러싼 법률관계는 명의신탁에 관한 법리에 따라, 이 사건 종중과 피고소인과의 대내적 관계에서는 이 사건 종중이 이 사건 토지들에 대한 소유권을 보유하나 대외적 관계에서는 피고소인이 그 소유권을 가지므로, 피고소인의 채권자는 피고소인 명의의 재산에 대하여 강제집행을 할 수 있고 신탁자인 이 사건 종중은 신탁관계를 이유로 그 채권자에 대하여 소유권을 주장할 수도 없다.
그런데, 피청구인은 이 사건 토지들이 피고소인과 제3자인 청구인과의 관계에서도 강제집행의 대상이 되는 재산인지 여부는 등기명의와 같은 형식적인 소유관계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소유관계에 따라 결정된다고 전제하고 이 사건 불기소처분을 하였는바, 이는 수탁자에게 신탁된 재산도 대외적인 관계에서는 수탁자의 재산으로 취급되어 강제집행을 면할 수 없다는 법리를 오해한 것이다.
한편, 피청구인은 민사집행규칙 제28조 제3항 제1호에서 ‘제3자에게 명의신탁 되어 있거나 신탁재산으로 등기 등이 되어 있는 것도 적어야 한다’는 취지로 규정되어 있으니, 이를 반대해석하면 명의신탁된 부동산에 관하여는 등기명의인에게 재산목록 기
재의무가 없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하나, 그렇게 해석하는 것이 올바른지는 의문이다.
민사집행법 제64조 제2항에는 재산명시명령을 받은 채무자는 강제집행의 대상이 되는 재산 등을 명시한 재산목록을 제출하도록 하고 같은 조 제3항에는 재산목록에 적을 사항과 범위는 대법원규칙에 위임하고 있는바, 이에 따라 민사집행규칙 제28조 제2항에서는 재산목록에 적어야 할 재산을 열거하고 있는데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도 당연히 이에 포함되어 있고, 같은 조 제3항에서는 제2항에서 규정된 재산 가운데 권리의 이전이나 그 행사에 등기·등록 또는 명의개서가 필요한 재산으로서 제3자에게 명의신탁 되어 있거나 신탁재산으로 등기 등이 되어 있는 것도 적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명의수탁자에게 명의신탁된 재산은 대외적인 관계에서 당연히 수탁자가 그 소유권을 가지는 것이므로 이는 민사집행법 제64조 제2항에서 말하는 강제집행의 대상이 되는 재산으로서 민사집행규칙 제28조 제2항에서 말하는 재산목록에 적어야 할 재산임이 당연하고, 민사집행규칙 제28조 제3항의 취지는 명의신탁자로 하여금 비록 자신에게 공부상의 명의는 없지만 제3자에게 명의를 신탁한 재산마저도 재산목록에 적어야 하는 의무를 부과하여 강제집행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라. 이 사건 수사와 불기소결정의 문제점
이 사건 수사는 우선 이 사건 토지들이 원래 이 사건 종중의 소유로서 그 명의만을 피고소인과 이□우, 이△우에게 신탁한 것에 불과한 것인지에 관하여 충분히 밝히지 아니하고, 만연히 피고소인의 6촌형제들로서 공동명의인들인 이□우, 이△우의 진술만을 들어 이를 쉽게 인정하여 이를 전제로 판단한 잘못이 있다.
또한, 피청구인은 법리를 오해하여 피고소인이 이 사건 종중으로부터 이 사건 토지
들의 명의를 신탁받았다면 이는 강제집행의 대상이 되는 재산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소인이 재산목록에 이를 누락하였다 하더라도 거짓의 재산목록을 제출한 것이 아니라고 잘못 판단하고 이 사건 불기소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불기소처분은 청구인을 차별하여 청구인에게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과 재판절차상의 진술권 등을 침해한 위헌적인 처분이라 할 것이므로, 피청구인의 피고소인에 대한 불기소처분은 이를 취소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어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2005. 9. 29.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윤영철
재판관 권성
재판관 김효종
재판관 김경일
재판관 송인준
재판관 주선회
주심재판관 전효숙
재판관 이공현
재판관 조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