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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법 동부지원 1994. 2. 18. 선고 93가합14149 제5민사부판결 : 항소
[임원선출확인청구사건][하집1994(1),498]
판시사항

투표용지상의 기표에 본래의 방식을 결한 점이 있더라도 당해 투표인의 의사를 헤아릴 수 있는 경우 투표용지의 효력

판결요지

임원선출을 위한 투표에 있어 각 투표인은 특정후보를 임원으로 선출할 의사로써 투표한다고 추정되고, 이처럼 특정후보에 대한 선출의사로 투표를 함에 있어 비록 그 투표용지에 기재된 기표에 본래의 방식을 결한 점이 있다 할지라도 제반 상황이나 그 기재된 기표의 일체적 고찰에 의하여 당해 투표인의 의사가 어떠한 후보를 지지하였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면, 의도적으로 다른 표시를 하거나 투표용지를 훼손하는 등으로 투표의 비밀을 보장하는 데 지장을 초래한다든지 그 투표선출의 자유공정을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가 아닌 한, 이를 유효득표수에 포함시켜 그 투표의사를 존중하여야 한다.

원고

유쾌하 외 1인

피고

서울특별시 버스운송사업조합

주문

1. 원고 유쾌하가 피고 조합의 이사장, 원고 이병훈이 피고 조합의 부이사장의 각 지위에 있음을 확인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피고 조합 제8대 이사장인 소외 민경희가 1993.5.20. 그 직을 사임하자 피고 조합 제8대 부이사장인 소외 이원래가 그 이사장의 직무를 대행하여 오던 중, 같은 해 9.22. 피고 조합 제9대 이사장 및 부이사장의 임원선출을 위한 제4차 임시총회를 개최하고 그날 재적인원 89명 전원이 출석하여 무기명 비밀투표를 실시한 결과 동반출마방식(이른바 Running Mate 방식)에 의한 후보들로서 원고들 조와 소외 조희량 및 위 이원래조는 각 별지목록 기재와 같은 득표를 한 사실 및 피고 조합의 정관규정에 의하면, 그 임원은 재적인원의 과반수 출석으로 성립된 총회에서 무기명 비밀투표를 실시하며, 그 투표결과 출석인원의 과반수 득표자를 선출하도록 되어 있는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이에 원고들은, 그들이 동반후보별 기표란에 2개의 기표(속칭 쌍가락지표)가 된 별지목록 제2란 기재 투표용지를 포함하여 위 임시총회에서 출석인원 과반수 득표를 얻어 피고 조합의 제9대 이사장, 부이사장으로 각 선출되었으므로 그 지위확인을 구한다고 주장함에 대하여, 피고 조합은 이와 같은 2개의 기표는 위 투표실시에 앞서 출석인원 전원이 그 투표용지를 무효처리하기로 의결한 특별표식에 해당하여 그 투표용지를 각 동반후보별 득표수에서 제외하여야 하므로, 결국 원고들은 같은 목록 제1란 기재의 득표에 그쳐 과반수 득표에 이르지 못하였다고 다투므로 먼저 문제가 된 같은 목록 제2란 기재와 같이 동일 기표란 내 2개의 기표가 된 투표용지의 유·무효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증인 조기원, 박기서의 각 증언(다만 위 증인들이 각 증언 중 아래에서 채용하지 아니하는 부분 제외) 및 이 법원의 녹음테이프 검증결과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임원선출을 위하여 개최된 피고 조합의 위 임시총회에서 그 투표실시에 앞서 피고 조합원 소외 최용문이 어떠한 투표용지를 무효처리하여야 할 것인지를 미리 정하여 두는 것이 좋겠다고 제의하자 그 임시의장인 소외 조기원이 각 동반후보별로 선정한 검표위원 4인과 협의를 거쳐 동반후보별 기표란의 구분선상 또는 기표란 밖에 "O"표를 하였거나 붓뚜껑이 아닌 볼펜이나 연필 등에 의한 표기 내지 핀에 의한 천공, 용지의 절단훼손 등 투표의 비밀을 보장할 수 없는 특별표식이 있는 투표용지는 무효로 처리하기로 하고, 이를 출석 피고 조합원들에게 발표하여 전원의 찬성을 얻었는데, 당시 동일 기표란 내 2개의 기표가 된 위 투표용지에 관하여는 명시적인 협의나 발표가 이루어지지 아니하였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반하는 위 증인들의 각 일부증언은 믿지 아니하며 달리 반증 없는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 조합원은 위와 같이 후보제도를 둔 피고 조합의 정관에 따라 특정 동반후보를 임원으로 선출할 의사로써 투표한다고 추정된다 할 것이고, 이처럼 특정 동반후보에 대한 선출의사로 투표를 함에 있어 비록 그 투표용지에 기재된 기표에 본래의 방식을 결한 점이 있다 할지라도 제반 상황이나 그 기재된 기표의 일체적 고찰에 의하여 당해 투표인의 의사가 어떠한 동반후보를 지지하였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이상 이를 유효투표로 하여 그 투표의사를 존중하여야 하며, 그 투표용지의 무효화는 재량의 여지가 없이 그 한계를 명확히 하도록 함이 투표선출제도 본래의 취지에 적합하고 모든 투표선출의 기조가 되는 대표민주주의의 근본이념에 합치한다 할 것이며, 피고 조합원들이 위와 같이 소정의 투표용지를 무효로 처리하도록 합의한 것도 투표인의 의사를 미루어 헤아리려 하여도 그 판별이 어렵다든지, 의도적으로 자서 및 기타 특별한 기재를 하고 본래의 투표용구 아닌 것을 사용하여 기표하거나 투표용지를 훼손하는 등으로 투표의 비밀을 보장하는 데 지장을 초래한다든지 그 투표선출의 자유공정을 해할 우려가 있을 경우를 피하기 위함이라 할 것이나, 위 인정 투표경위 및 득표현황 등에 비추어 별지목록 제2란 기재와 같이 동일 기표란 내 2개의 기표가 된 투표용지는 그 투표인이 원래의 붓뚜껑에 의한 정상적인 기표를 함에 있어 초벌기표가 선명하지 아니하여 재차기표를 한 것이거나 아니면 이 사건 투표용지 자체에 이사장, 부이사장 후보표시 아래 각각 "O"표를 할 수 있는 여백이 있어 특별한 의도 없이 병기된 동반후보를 개개인별로 지지한다는 뜻으로 오로지 기표방법에 대한 단순한 착오에 기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여겨지고, 또한 그 기표로써 지지후보를 판단함에 있어 오인될 여지가 있다거나 투표의 비밀을 해칠만한 특별한 표식이 있는 것으로는 보이지 아니하는 만큼, 이는 유효투표로서 각 동반후보의 득표에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피고 조합은 위 투표 당시 검표위원들이 피고 조합으로부터 미리 포괄위임받았을 뿐 아니라 그 직분상의 고유한 권한에 따라 개표 당시 별지목록 제2란 기재 투표용지를 무효로 판정하여 양 동반후보에 대한 득표에서 모두 제외시켰으니, 위 무효판정의 창설적 효력에 배치되는 원고들의 청구에 응할 수 없다는 취지로 항변하므로, 먼저 피고 조합이 사전에 검표위원들에게 투표용지의 유.무효 판정권한을 포괄위임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보건대, 을 제1호증(임원개선에 따른 협의), 을 제4호증(인증서), 을 제5호증(사실확인서)의 각 기재 및 이 법원의 녹음테이프 검증결과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는 부족하고 그 밖에 위에서 배척한 위 증인 박희서의 일부증언 이외에는 위 주장사실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며, 나아가 검표위원들이 동반후보별로 유·무효를 선별하거나 확인하는 직무를 수행한다 하여 검표위원들에게 당연히 투표용지의 유·무효를 판정할 권한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니, 위 항변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다시 피고 조합은 당시 위 조기원이 위 임시총회 의장으로서 원고들의 당선공고 내지 발표를 하지 아니한 채 휴회를 선언하고 다음 총회로 이를 미룬 만큼 이미 그 당선공고 내지 발표가 이루어졌음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다는 취지로 항변하므로 살피건대, 위와 같이 개표절차가 완료된 후 그 득표수 산정 또는 유·무효 판정에 다툼이 있거나 잘못이 있어 그 당선공고 내지 발표가 이루어지지 아니하거나 그릇되었는지 여부에 따라 적법한 당선의 효력이 좌우된다고는 볼 수 없다 할 것이니, 위 항변 역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그렇다면, 원고들은 별지목록 기재와 같이 위 동일 기표란 내 2개의 기표가 된 투표용지를 포함하여 위 임시총회 출석인원의 과반수 투표를 얻어 피고 조합의 이사장, 부이사장으로 선출되었다 할 것인데, 피고 조합이 위와 같은 사정을 들어 이를 다투는 만큼 피고 조합을 상대로 그 지위확인을 구할 이익이 있다 할 것이고, 또한 이는 피고 조합의 임원으로서 원고들의 각 법률상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 내지 위험을 제거함에 있어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이라 할 것이니(이에 관한 피고 조합의 본안전 항변에 대한 판단을 따로이 하지 아니한다), 그 지위확인을 구하는 원고들의 각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모두 인용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생략]

판사 김완섭(재판장) 지영철 전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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