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가압류 상태에서의 소멸시효 진행 여부(적극)
참조조문
신 청 인
고영숙 (소송대리인 변호사 강윤호)
피신청인
강근홍
주문
1. 신청인과 피신청인 사이의 당원 83카193호 부동산가압류신청사건에 관하여 당원이 1983. 2. 7. 별지목록 기재 각 부동산에 대하여 한 가압류결정은 이를 취소한다.
2. 신청인의 가압류신청을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신청인의 부담으로 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신청취지
신청인은 주문 제1항 기재 가압류결정을 인가한다라는 판결을 구하고 피신청인은 주문과 같은 판결을 구함.
이유
신청인이 1983. 2. 4. 피신청인을 상대로 사실혼관계 해소 등을 원인으로 한 합계 금 12,975,000원의 손해배상채권이 있다 하여 이 법원 83카193호로 부동산가압류신청을 하고 이 법원이 신청인의 신청을 받아들여 주문 제1항 기재 가압류결정을 하였고 1983. 2. 10. 위 가압류결정이 피신청인에게 송달된 사실은 이 법원에 현저하고, 소을 제1, 2호증(각 판결), 소을 제3호증(판결확정증명)의 각 기재에 의하면 신청인이 피신청인을 상대로 위 신청원인 사실을 내세워 이 법원 83가합30호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는데 1984. 4. 24. 신청인의 청구가 기각되었다가 그 항소심인 광주고등법원 84나264호 손해배상사건에서 피신청인은 신청인에게 금 7,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범위에서 신청인의 청구가 인용되어 위 판결이 1985. 6. 23. 확정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신청인의 피보전권리는 일단 그 소명이 있다 할 것이다.
피신청인은 이에 대하여 신청인의 위 권리는 판결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으로서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인 위 판결확정일로부터 10년 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여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항변하므로 살피건대, 위 판결 확정 후 그 소멸시효기간인 10년이 경과하였음은 역수상 명백하나, 다만 민법 제168조 제2호에 의하면 소멸시효는 가압류에 의하여 중단된다고 규정되어 있으므로 이 사건과 같이 가압류 상태에서도 소멸시효가 완성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민법 제178조 제1항에 의하면, "시효가 중단된 때에는 중단까지에 경과한 시효기간은 이를 산입하지 아니하고 중단사유가 종료된 때로부터 새로이 진행한다."고 규정되어 있는바 가압류의 경우 위 "중단사유가 종료된 때"에 관하여 종래 이를 가압류절차의 종료시, 즉 가압류절차가 최종단계(예컨대, 가압류이의소송의 판결 확정시, 본압류로의 이행시, 채권의 만족 등)에 이른 때로 보아 가압류등기가 남아 있는 한 소멸시효가 중단된다고 해석되어 왔다.(서울고등법원 1975. 6. 4. 선고 74나1781 판결 및 그 상고심인 대법원 1976. 2. 24. 선고 75다1240 판결 각 참조)
그러나 첫째, 권리자의 권리행사로 말미암아 권리불행사의 상태가 중단되는 점에 시효중단제도의 근거가 있다고 볼 때, 가압류 자체는 단순한 권리보전행위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원래 등기의 존재만으로는 이를 권리행사로 보지 아니하므로(등기의 존재만으로 권리행사가 있다고 보면 부동산에 대한 점유취득시효와 같은 제도는 설 자리가 없다) 등기부에 가압류등기가 등재되어 있는 사실만으로 시효중단의 법률효과를 인정하는 것은 부당하고, 둘째, 권리의 존재의 확정과 채무명의의 획득을 목적으로 하는 재판상의 청구의 경우 재판이 확정된 때부터 다시 소멸시효가 진행하고, 구체적인 권리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부동산경매절차에서 압류의 경우 위 절차의 종료, 즉 구체적인 배당절차의 종료시에 소멸시효의 중단사유가 종료된다고 해석하는 것과 대비하여 장래의 집행보전을 목적으로 단순한 소명만으로 인용되는 가압류절차에 있어서 가압류등기가 남아 있는 한 소멸시효가 중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보다 약한 의미의 권리행사의 경우에 채권자를 보다 더 강력하게 보호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고, 셋째, 가압류등기가 남아 있는 한 소멸시효가 중단된다고 해석한다면 가압류채권자가 가압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한 채 권리행사를 해태함으로써 휴면상태에 빠진 경우 그 채권에 대한 소멸시효의 진행이 영구히 저지되어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는 청구권을 인정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므로, 가압류로 인한 시효중단의 경우에도 일정한 시적 한계가 필요하다 할 것인데, 가압류의 보전처분으로서의 특성 및 민법 제176조에 "압류, 가압류 및 가처분은 시효의 이익을 받은 자에 대하여 하지 아니한 때에는 이를 그에게 통지한 후가 아니면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가압류의 경우 "중단사유가 종료된 때"란 가압류집행절차종료시 즉, 부동산가압류의 경우 가압류명령에 기한 가압류등기가 행하여지고 위 명령이 채무자에게 고지된 때를 가리킨다고 보아야 하고 위 가압류집행절차 종료 후 별도로 고유의 시효중단효력을 가지는 권리행사를 하지 않고 방치하는 가압류채권자는 권리 위에 잠자는 자로서 가압류등기만으로는 시효의 진행을 저지할 수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과 같은 가압류상태에서도 소멸시효는 완성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피신청인의 항변은 이유 있다.
그렇다면, 위 가압류결정은 그 피보전권리가 소멸시효기간 경과로 인하여 소멸하였다 할 것이므로 보전의 필요성에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부당하여 이를 취소하고 신청인의 가압류신청을 기각하며 소송비용에 관하여는 민사소송법 제89조를, 가집행선고에 관하여는 같은 법 제199조를 각 적용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