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입찰방해 피의사실에 대한 검사의 불기소처분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가 인정된 사례
결정요지
담합의 모의는 입찰기일전에 관계회사들 사이의 사전연락을 통하여 이미 이루어졌는데, 단지 차기 공사담당회사에 관해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경우, 이는 입찰담합의 합의와는 별개의 것이라 할 것이므로 입찰방해죄의 성립에는 아무런 소장이 없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청구외 ○○전업 만이 예정가격 밑으로 응찰하여 결과적으로 단독응찰한 것과 같은 결과가 발생하였고, 차기 공사업체 선정문제는 추후에라도 논의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사전 협상을 거쳐 성립한 담합이 약간의 다툼으로 결렬
되었다는 변명은 신빙성이 없고, 담합이 있었음을 시인한 참고인들의 진술이 훨씬 설득력이 있음에도 피청구인이 위 참고인들의 진술을 배척한 것은 증거에 대한 잘못된 가치판단으로 자의적인 결론에 이른 것이므로 이로 인하여 청구인의 기본권인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 것이다.
심판대상조문
참조조문
당사자
청 구 인 주식회사 ○○
대표이사 손○무
대리인 법무법인 율 촌
담당변호사 우창록 외 2인
피청구인 서울지방검찰청 검사
주문
피청구인이 1997. 2. 20. 서울지방검찰청 96형제98893호 사건의 피의자 김○, 같은 이○조에 대하여 한 불기소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이 사건 심판기록과 서울지방검찰청 96형제98893호 불기소처분사건 기록을 살피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 청구인 회사는 1996. 7. 24. ○○경찰서에 청구외(이하 피의자라 한다) 김○, 같은 이○조를 입찰방해 혐의로 고소하였는바,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고소사실의 요지
청구인 회사는 종합건설업을 영위하는 주식회사로서○○잉크 주식회사로부터 칠서도료공장의 신축공사를 도급받아 그중 전기설비공사의 하도급을 위하여 1996. 1. 10. 14:00경 ○○전업 주식회사(이하 ○○전업 이라고 한다), 주식회사 ○○전설(이하 ○○전설이라고 한다), □□전업 주식회사(이하 □□전업이라고 한다), □□전기 주식회사(이하 ○○종합이라고 한다)를 대상으로 지명경쟁의 방식으로 위 공사에 관한 입찰을 실시하였는바, 위 ○○전업 의 대표이사인 피의자 이○조는 다른 입찰참여 회사들과 담합하여 위 공사를 수주할 생각으로 위 ○○전설의 대표이사인 김○훈에게 위 공사를 낙찰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사
전에 전화상으로 요청하여 동인의 승낙을 얻는 한편, ○○전업 의 전무이사인 피의자 김○은 입찰시간 직전인 1996. 1. 10. 13:30경 입찰장소 부근인 ○○다방에서 □□전업의 사장인 김○재, ○○종합의 사장인 유○호에게 위 공사를 ○○전업 이 낙찰받을 수 있도록 밀어 달라고 요청하여 동인들의 승낙을 얻는 등, 피의자들은 공모하여 그 시경 청구인 회사가 실시한 위 하도급공사의 입찰에 있어서 위 김○재, 유○호 및 위 김○훈으로부터 미리 담합의 지시를 받고 위 장소에 나온 ○○전설의 직원인 고○배 등으로 하여금 위 ○○전업 보다 높은 가격으로 응찰하게 함으로써 위 ○○전업 으로 하여금 위 공사를 낙찰받게 하여 위 입찰의 공정을 해하였다.
나. 피청구인은 1996. 9. 16. 서울 ○○경찰서장으로부터 위 사건을 송치받아 서울지방검찰청 96형제98893호 사건으로 수사하다가 1997. 2. 20. 혐의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하였다. 그 이유요지는 다음과 같다.
불기소처분의 이유요지
피의자들은 범행을 부인하면서, 청구인 회사의 사장인 김○열로부터 이 사건 공사를 수주해 보라는 연락을 받고 입찰에 참석하기 전에 경쟁업체 관계자들인 김○재, 유○호, 고○배 등에게 ○○전업 에서 수주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요청하여 고○배는 이에 동의하였으나, 김○재와 유○호가 이 사건 공사를 ○○전업 에서 수주하는 대신 다음 공사는 자신들이 서로 맡겠다고 다투어 결국 담합에 이르지 못하고 각자의 의사에 따라 입찰에 참가한 것일 뿐이라고 변명하고 있고, 김○재, 유○호 역시, 위 ○○다방에 입찰참가자들이 모였을 때 김○이 ○○전업 에서 이 사건 공사를 맡을 수 있도록 밀어달라고 하여 그럴 의사가 있었으나 다음 공사를 누가 수주할 것인지의 문제로 다툼이 생겨 김○재가 담합은 없었던 것으로 하자고 하면서 자리를 박차고 나가 담합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피의자들의 변명에 부합되게 진술하며, 비록 고○배의 진술이 청구인의 주장에 부합하기는 하나 동인의 진술만으로는 피의자들의 주장을 번복하기 어렵고, 달리 피의사실을 인정할 뚜렷한 자료가 없다.
다. 청구인 회사는 위 처분에 불복하여 검찰청법 소정의 항고·재항고를 제기하였으나 1998. 2. 2. 대검찰청이 재항고를 기각하므로 적법한 기간내인 1998. 3. 3. 이 사건 심판을 청구하였다.
2. 당사자의 주장
가. 청구인의 주장요지
이 사건 입찰관계자 사이에 ○○전업 이 이 사건 공
사를 수주하기로 담합하였음은 피청구인 및 서울고등검찰청의 수사결과와 공정거래위원회의 회신 등 관계자료에 비추어 명백하다. 다만 피청구인은 김○재와 유○호가 서로 다음 공사를 맡겠다고 다투다가 담합이 결렬된 것으로 판단하였으나, 이는 서로 별개의 것이라 할 입찰담합의 모의와 차기 공사의 담당자에 관한 합의를 동일한 연장선상에서 파악한 잘못에 기인한 것이다. 차기 공사 담당자에 관한 합의는 반드시 입찰현장에서 담합과 동시에 성립할 필요는 없는 것이며, 차기 공사 입찰전까지 그 합의가 이루어지면 되는 것이다. 고○배의 일관된 진술, 유○호, 김○훈, 김○호 작성의 각 확인서 등의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의 경우 담합의 모의는 입찰기일 전에 관계 회사들 사이의 사전 연락을 통하여 이미 이루어졌으며, 입찰 직전 관계자들이 ○○다방에 모여 이를 확인하였던 것이다. 다만 그 자리에서 차기 공사 담당회사에 관한 논의가 시작되려다 만 것에 불과하며, 담합의 모의가 파기되었던 것은 아니다.
따라서 담합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혐의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한 피청구인은 현저히 수사를 미진하였거나 증거의 취사선택을 자의적으로 함으로써 공정한 수사 및 처분을 받아야 할 청구인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하였다.
나. 피청구인의 답변요지
입찰을 하기 전에 담합이 깨어졌다는 취지의 피의자들의 변명과 참고인 김○재, 유○호의 진술은 동인들이 실제 응찰한 가격에 비추어 볼 때 다소 신빙성이 없어 보이기는 하나, 고○배의 진술만으로는 피의자들이 실제로 담합입찰을 했다고 단정하기에는 부족하고 달리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의자들의 행위는 입찰방해죄의 미수 또는 예비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지만 입찰방해죄의 경우 미수범이나 예비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으므로 결국 이 사건은 범죄의 혐의없음에 귀결되어 피청구인의 불기소처분은 정당하다.
3. 판 단
가. 쟁점 및 관계인들의 진술요지
이 사건의 쟁점은 피의자 이○조, 김○이 청구외 유○호, 김○재, 고○배 등과 담합하여 이 사건 입찰에 응찰함으로써 그 공정을 해하였는지 여부이다. 일건기록을 살피면 이 사건 입찰과 관련하여 금품이 수수된 사실이나 담합을 인정할 만한 물적 자료는 전혀 없고, 오로지 관계인들의 진술만이 있을 뿐이며,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청구인 회사측의 진술요지
청구인 회사 관계자들은, 이 사건 입찰 이후인 1996. 7. 3.경 ○○전설의 대표이사인 김○훈으로부터 담합행위가 있었음을 듣고 입찰에 실제 참가한 유○호, 고○배 등을 상대로 담합 여부를 확인한바, 그들이 이를 시인하므로 그들로부터 담합에 관한 시인서 내지 확인서(수사기록 6-8쪽)를 작성받아 이 사건 고소에 이른 것이라고 주장하며, ○○전업 만이 유일하게 입찰예정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응찰한 사실이 담합을 뒷받침한다고 주장한다.
(2) ○○전설 관계자들의 진술요지
○○전설의 대표이사인 김○훈, 부사장인 김○호, 직원인 고○배 등은 시종일관하여 청구인의 주장과 마찬가지로 담합이 있었음을 시인하고 있다. 위 김○훈, 김○호 등은, 사전에 ○○전업 의 이○조, 김○ 등으로부터 ○○전업 이 이 사건 공사를 낙찰받을 수 있도록 협조하여 달라는 요청을 받고 이에 응하기로 하여 ○○전설의 응찰가격을 금 770,000,000원으로 하기로 ○○전업 측과 합의한 다음 실무자인 고○배에게 위 금액으로 응찰하도록 지시하여 동인이 그대로 실행하였다고 담합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특히 고○배는, 입찰 당일 입찰장소 부근의 ○○다방에서 관계자들이 모였을 때 김○이 자신의 회사가 이 사건 공사를 수주받을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응찰가격이 적힌 쪽지를 주기에 이를 건네받았으며, 그 쪽지에 응찰가격은 1차 금 790,000,000원, 2차 금 770,000,000원으로 되어있었으나 회사로부터 지시받은 대로 1차, 2차로 모두 금 770,000,000원으로 응찰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다.
(3) 피의자들의 주장요지
피의자 이○조, 김○은, 청구인 회사의 당시 사장이던 김○열로부터 이 사건 공사는 공기가 짧은 저가의 공사로서 방폭(防爆)기술을 필요로 하는 어려운 공사이므로 방폭공사 경험이 있는 ○○전업 에서 이를 수주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 보라는 권유를 받고 이○조가 ○○전설의 김○훈에게 협조요청을 하여 일응 승낙은 받았으나, 입찰 당일 ○○다방에서 김○이 □□전업의 김○재, ○○종합의 유○호에게 ○○전업 이 이 사건 공사를 수주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취지로 협조요청을 하였을 때 김○재와 유○호가 이 사건 공사를 ○○전업 에서 수주하는 대신 다음 공사는 서로 자신들이 맡겠다고 다툼을 벌어 결국 담합행위에 이르지 못하고 각자의 의사에 따라 입찰에 참가하였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4) □□전업 김○재의 진술
□□전업의 김○재는, 사전에 담합에 관한 제의를
받은바 없으며, 입찰 당일 ○○다방에서 김○으로부터 ○○전업 이 이 사건 공사를 수주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그렇게 할 마음이 있었으나 다음 공사를 누가 수주할 것인지를 두고 유○호와 다툼이 생겨 자신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기 때문에 결국 담합에 이르지 못하였다고 시종일관 진술하여 피의자들의 변명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고 있다.
(5) ○○종합 유○호의 진술
○○종합의 유○호는, 이 사건 고소 이전에 담합사실을 인정하는 시인서(수사기록 6쪽)를 청구인에게 작성하여 주었으나, 고소 이후 경찰과 검찰에서 참고인조사를 받을 때에는 위 김○재와 대동소이한 진술을하여 담합사실을 부인하였다. 그러나 피청구인의 불기소처분 이후 재차 담합사실을 인정하는 시인서와 사실확인서를 인증서의 형식으로 작성하였으며(수사기록200~207쪽), 청구인의 항고로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조사받을 때에는 종전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을 번복하여 담합을 시인하였다. 즉 사전에 ○○전설의 부사장인 김○호로부터 전화상으로 담합제의를 받고 이를 승낙하였으며, 입찰 당일 ○○다방에서 김○으로부터 응찰가격이 1차 금 795,000,000원, 2차 금 790,000,000원으로 적힌 쪽지를 건네받았으며, 다음 공사를 누가 수주하느냐를 두고 김○재와 언쟁이 있었으나 담합이 결렬된 것은 아니고 이 문제는 그 자리에서 당장 정하여야 하는 급박한 문제가 아니라서 미제로 남겨두고 입찰에 참가하였을 뿐이라고 진술하여 고○배 등 ○○전설의 관계자들의 진술과 일치하고 있다(수사기록 215~219쪽).
나. 가항의 자료들을 비교·종합하여 살피면 피청구인의 채증법칙위배 또는 수사미진의 잘못을 인정하기에 족하다.
(1) 우선 유○호의 진술이 피의자들의 변명에 부합한다는 피청구인의 판단은 수긍할 수 없다. 담합을 부정한 유○호의 경찰이나 피청구인 앞에서의 진술은 동인이 담합사실을 시인하여 작성한 시인서, 사실확인서 등의 기재내용과 동인의 서울고등검찰청에서의 진술에 비추어 믿기 어렵다. 오히려 담합사실을 인정하고 있는 서울고등검찰청에서의 진술이 그 내용이 상세한데다가 고○배의 진술과 부합할 뿐 아니라 입찰결과와도 일치하고 있는 점에서 믿을 수 있다. 즉 이 사건 공사의 예정가격은 금 740,000,000원이었는데, 1차 입찰에서는 ○○전업 이 금 750,000,000원에, ○○전설이 금 770,000,000원에, □□전업이 금 765,000,000원에, ○○전기가 금 795,000,000원에 응찰함으로써 모두 예정가격
을 초과하여 유찰되었으며, 2차입찰에서 ○○전업 이 금 705,000,000원에, ○○전설이 금 770,000,000원에, □□전업이 금 750,000,000원에, ○○전기가 금790,000,000원에 응찰하여 유일하게 예정가격 이하로 응찰한 ○○전업 이 낙찰자로 선정되었는바(수사기록 13쪽, 248-249쪽), 유○호의 서울고등검찰청에서의 진술은 이러한 입찰결과와 일치하고 있다.
또한 담합이 결렬되었다는 김○재의 진술이나 피의자들의 변명이 오히려 믿기 어렵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전업 만이 예정가격 밑으로 응찰하고 나머지 회사는 모두 그 이상으로 응찰하여 결과적으로 ○○전업 이 단독 응찰한 것이나 마찬가지에 이른 점과, 차기 공사를 누가 수주하느냐 하는 문제는 반드시 이 사건 공사에 관한 담합과 동시에 결정되어야 할 문제는 아니며, 추후에라도 논의할 수 있는 것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사전 협상을 거쳐 성립한 담합이 약간의 다툼으로 결렬되었다는 취지의 김○재의 진술이나 피의자들의 변명은 신빙성이 없다 할 것이다.
나아가 피청구인은, 시종일관하여 청구인의 주장과 마찬가지로 담합이 있었음을 시인하고 있는 김○훈, 김○호, 고○배 등 ○○전설 관계자들의 진술을 의심할 만한 뚜렷한 사정을 찾을 수 없는데도 특별한 이유 없이 그 진술의 증명력을 부정하고 있다.
따라서 피청구인은 증거에 대한 가치판단을 잘못하고 있거나 증명력이 있는 진술들을 자의로 배척하였거나 상반되는 진술들에 대한 증명력의 유무판단에 필요한 자료수집 등의 수사를 다하지 못하였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2) 가사 김○재가 위 ○○다방에서 차기 공사문제로 유○호와 다투다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남으로써 담합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인정하더라도, 고○배, 유○호 등은 담합이 계속 유지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고 자인하고 있으며, 입찰내용도 ○○전업 만이 유일하게 예정가격 이하로 응찰함으로써 결국 ○○전업 의 단독입찰과 같은 결과에 이른 점을 감안하면, 김○재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 사이에는 입찰의 공정을 해할 정도의 담합이 있었던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히 있다. 입찰방해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반드시 입찰자 전원이 담합에 가공할 필요는 없으며, 유효히 자유경쟁을 해치는 협정을 하는 한 일부의 입찰자에 의한 담합의 경우도 입찰방해죄를 구성한다 할 것인바, 이 사건 입찰 결과가 실질적으로는 ○○전업 이 단독입찰한 것과 동일한 이상 담합을 시인하고 있는 고○배, 유○호 등과 피의자들 사이에 입찰의 공정을 해하기에 족한 담합행
위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또한 피청구인은 입찰방해죄의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수사를 미진하였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다. 그렇다면 피청구인의 위와 같은 잘못으로 인하여 공정한 수사와 처분을 받아야 할 청구인의 평등권과 피해자로서의 재판절차상진술권이 침해되었다 할 것이다.
4. 결 론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가 있으므로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재판관 김용준(재판장) 김문희 이재화 조승형(주심)
정경식 고중석 신창언 이영모 한 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