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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7. 7. 11. 선고 2015두2789 판결
[요양기관업무정지처분취소][미간행]
판시사항

행정소송에서 증명책임 분배의 원칙 및 항고소송의 경우 처분의 적법성에 관한 증명책임의 소재

참조조문

행정소송법 제26조 〔증명책임〕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샘 담당변호사 박복환)

피고, 상고인

보건복지부장관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태신)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민사소송법 규정이 준용되는 행정소송에서 증명책임은 원칙적으로 민사소송 일반원칙에 따라 당사자 사이에 분배되고, 항고소송의 경우에는 그 특성에 따라 처분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피고에게 그 적법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이 있다. 피고가 주장하는 일정한 처분의 적법성에 관하여 합리적으로 수긍할 만한 증명이 있는 경우에는 그 처분은 정당하다고 볼 수 있고, 이와 상반되는 예외적인 사정에 대한 주장과 증명은 그 상대방인 원고에게 그 책임이 있다 ( 대법원 2012. 6. 18. 선고 2010두27639, 27646 전원합의체 판결 , 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5두42817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구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2007. 1. 23. 보건복지가족부 고시 제2007-3호로 개정된 후 2011. 11. 25. 보건복지부 고시 제2011-14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중 ‘인조테이프를 이용한 요실금 수술 인정기준’(이하 ‘이 사건 급여인정기준’이라 한다)에 따르면 요실금 수술에 대해 국민건강보험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요류역학검사에서 요누출압이 120cmH₂O 미만으로 측정되어야 한다.

나. 요류역학검사는 방광, 요로기능과 하부기능에 대한 생리학적, 병리학적 기능을 밝히는 검사로서 보통 환자의 방광에 인위적으로 생리식염수를 주입한 다음 환자에게 기침을 하게 하거나 배에 힘을 주게 하는 등 여러 가지 상황에서 소변이 새는지를 확인하고 그 순간의 복압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그 검사의 진행 특성상 검사결과에서 나타난 그래프 파형과 검사 수치는 같은 환자라도 검사마다 다르게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 주식회사 조선메디컬 서비스는 해외에서 수입한 요류역학검사기계와 요실금 수술재료를 지역의 산부인과 의원에 판매하는 업체이다. 소외 1은 위 회사 직원으로서 위 회사로부터 요류역학검사기계를 구입한 산부인과 의원들에 기계를 설치하고 기계의 사용방법을 설명해 주는 업무를 수행하였다. 그는 기계의 사용방법을 설명하는 기회에 이 사건 급여인정기준에 부합하도록 검사결과를 조작하는 방법까지 설명해 주었다.

라. 요류역학검사기계를 구입한 산부인과 의원들은, 요실금 수술대상 환자에 대한 요류역학검사 결과가 이 사건 급여인정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소외 1로부터 배운 방법으로 직접 검사결과를 조작하기도 하였고, 기계사용이 서툰 경우에는 소외 1에게 검사결과의 조작을 요청하였다.

마. 소외 1이 사용한 검사결과 조작방법은 대략 3가지였다. 즉, 첫째는 이 사건 급여인정기준을 충족한 다른 환자의 기존 검사결사를 불러와 환자의 이름과 검사일자를 수술대상 환자의 것으로 변경입력하거나 기존 검사결과를 복사하여 수술대상 환자의 것에 덮어쓰는 방법(이하 ‘첫째 방법’이라 한다)이다. 둘째는 리무브(remove) 기능을 이용해서 그래프의 바(bar)를 임의로 조작하는 방법(이하 ‘둘째 방법’이라 한다)이다. 셋째는 방광내압과 복압이 음압으로 측정되는 경우에 셋(set) 버튼을 계속 눌려 음압이 0(영)으로 보정되도록 조작하는 방법이다.

소외 1은 수술대상 환자의 그래프 파형 자체가 불량인 경우에는 첫째 방법을 사용하였고, 그래프 파형 자체는 양호하지만 검사수치가 120cmH₂O 이상인 경우에는 둘째 방법으로 측정수치만 일부 변조하였으며, 이들 방법을 혼용하기도 하였다.

바. 첫째 방법으로 조작한 수술대상 환자의 검사결과는 다른 환자의 기존 검사결과를 복사해서 붙인 것이어서 그래프 파형과 검사 수치가 같게 되며, 첫째 방법에 둘째 방법을 혼용한 경우 그래프 파형과 검사 수치가 일부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첫째 방법을 사용해서 검사결과를 조작하려면 이 사건 급여인정기준을 충족한 다른 환자의 기존 검사결과(속칭 ‘샘플’이라 한다)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소외 1은 의사, 간호사들에게 검사기계 조작방법을 설명하여 주기 위한 검사결과와 검사기계 제조업체에서 기본으로 제공하는 검사결과 등을 USB메모리에 저장하여 가지고 다니면서 검사결과 조작에 사용하였다.

사. 각 산부인과 의원에서 요류역학검사를 시행하면 그 검사결과가 해당 검사기계에 자동으로 저장되지만, 소외 1이 검사결과를 조작한 때에는 조작된 검사결과만 덮어쓰기 방식으로 저장되고 종전의 진실한 검사결과는 자동으로 삭제되었다. 소외 1은 2008년 초까지는 기존 검사결과를 검사결과 조작에 사용하도록 각 산부인과 의원에서 구입한 검사기계에 저장하여 주기도 하였고, 각 산부인과 의원의 요청을 받아 검사결과를 조작할 때 평소 USB메모리에 저장하여 가지고 다니던 검사결과를 불러와 사용한 적도 있으며, 해당 산부인과의 검사기계에 저장되어 있던 다른 검사결과를 불러와 사용하기도 하였다.

아. 원고가 운영하는 ‘원고 산부인과 의원’에서 2007. 2. 1.부터 2009. 12. 31.까지 총 35개월 동안 실시한 요실금 수술 사례 총 117건 중 43건에 관한 요류역학검사결과는 다른 병원 환자의 검사결과와 그래프 파형과 검사 수치가 같거나 상당 부분 일치한다.

자. 피고는, 원고가 위 43건에 대하여 국민건강보험 급여비용의 지급 대상이 되는 것처럼 조작한 검사결과를 토대로 요실금 수술을 시행하고 그에 관한 요양급여비용 합계 33,527,440원을 부당 청구하여 수령하였다는 이유로, 2011. 5. 2. 원고에 대한 60일의 업무정지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3.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처분의 근거가 된 43건의 경우 요실금수술 급여비용청구와 관련된 피고 처분사유는 합리적으로 수긍할 수 있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와 상반되는 주장과 증명은 그 상대방인 원고에게 그 책임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요류역학검사결과들 사이에 그래프 파형과 검사 수치가 같거나 상당 부분 일치하는 경우 그중 검사일자가 앞선 것은 조작되지 않은 원본이고, 검사일자가 늦은 것은 원본의 데이터를 이용하여 조작한 것일 개연성이 있다고 하려면 제3의 원본(기존 샘플)이 이들 검사결과의 조작에 사용되었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야 한다는 점이 담보되어야 한다.

나. 소외 1은 각 산부인과 의원의 요청을 받아 검사결과를 조작할 때 평소 USB메모리에 저장하여 가지고 다니던 검사결과를 불러와 사용하였다. 원심이 진실한 검사결과일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한 11건(그중 소외 2는 위 43건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중 대부분은 다른 병원에서 검사·수술을 받은 환자의 그래프 파형과 검사 수치가 같으므로, 해당 산부인과 검사기계에 저장되어 있는 다른 검사결과를 불러와 사용한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매우 드물다고 보아야 한다.

다. 나아가 해당 산부인과 검사기계에 저장된 다른 검사결과를 이용하는 방식을 취한 경우에도 그 검사결과가 이 사건 요양기관의 실제 검사결과로만 구성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소외 1이 2008년 초까지는 각 산부인과의 검사기계에 기본 샘플을 저장해 주었고, 그 밖에 각 산부인과의 검사기계에 저장되어 있는 기존 검사결과들도 종전에 소외 1에 의해 조작되어 저장된 것일 가능성 역시 상당하기 때문이다.

라. 따라서 요류역학검사결과들 사이에 그래프 파형과 검사 수치가 같거나 상당 부분 일치하는 경우에 검사일자가 앞선 것이 진실한 원본일 가능성보다는, 그 검사결과가 모두 제3의 원본(기존 샘플)의 사용으로 조작된 것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

마. 원고와 소외 1은 수시로 검사결과를 조작하여 부당 청구를 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진정한 검사결과는 조작과 동시에 삭제되거나 폐기하여 보관하고 있지 않으며, 이 사건 처분 당시를 기준으로 어떤 요류역학검사결과가 조작된 것인지를 자신들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원고가 앞에서 본 첫째 방법 이외의 방법으로 검사결과를 조작하였을 가능성이 있는데도, 피고는 오로지 요류역학검사결과들 사이에 그래프 파형과 검사 수치가 동일하거나 상당 부분 일치하여 첫째 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사례만을 이 사건 처분 대상으로 삼았다.

4.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요류역학검사결과들 사이에 그래프 파형과 검사 수치가 같거나 상당 부분 일치하는 경우에 그 검사일자가 같거나 앞선 것은 검사결과가 조작되지 않은 원본일 개연성이 있다는 이유로 이 사건 처분 중 그러한 11건에 관한 부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처분사유의 증명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한편, 여러 처분사유에 관하여 하나의 제재처분을 하였을 때 그중 일부가 적법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나머지 처분사유들만으로도 그 처분의 정당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처분을 위법하다고 보아 취소해서는 안 된다(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두15674 판결 등 참조).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에서 증명이 부족한 처분사유들을 제외할 경우 시행령이 정한 행정처분기준에 따른 업무정지기간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를 심리하여 종국적으로 처분이 위법한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함을 지적해 둔다.

5. 피고의 상고는 이유 있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보영(재판장) 권순일 김재형(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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