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검사가 구술로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면서 변경하려는 공소사실의 일부만 진술하고 나머지는 전자적 형태의 문서로 저장한 저장매체를 제출한 경우,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의 범위(=공소사실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진술한 부분) 및 이때 법원이 저장매체에 저장된 전자적 형태의 문서 부분에 대해서까지 공소장변경허가를 한 경우, 적법하게 공소장변경이 된 것인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검사가 공소장을 변경하고자 하는 때에는 그 취지를 기재한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하여야 하고, 다만 피고인이 재정하는 공판정에서 피고인에게 이익이 되거나 피고인이 동의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법원은 구술에 의한 공소장변경을 허가할 수 있다( 형사소송규칙 제142조 제1항 , 제5항 ). 따라서 검사가 구술에 의한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는 경우에도 변경하고자 하는 공소사실의 내용은 서면에 의하여 신청을 할 때와 마찬가지로 구체적으로 특정하여 진술하여야 하므로, 검사가 구술로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면서 변경하려는 공소사실의 일부만 진술하고 나머지는 전자적 형태의 문서로 저장한 저장매체를 제출하였다면, 공소사실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진술한 부분에 한하여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이 된 것으로 볼 수 있을 뿐이다. 그 경우 저장매체에 저장된 전자적 형태의 문서는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이 된 것이라고 할 수 없고, 법원이 그 부분에 대해서까지 공소장변경허가를 하였더라도 적법하게 공소장변경이 된 것으로 볼 수 없다.
참조조문
형사소송법 제57조 제1항 , 제254조 제1항 , 제3항 , 제4항 , 제266조 , 제298조 제1항 , 제327조 제2호 , 형사소송규칙 제142조 제1항 , 제5항
참조판례
대법원 2016. 12. 15. 선고 2015도3682 판결 (공2017상, 191)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오수환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직권으로 판단한다.
1. 형사소송법은, 공소를 제기함에는 공소장을 관할법원에 제출하여야 한다고 하고, 공소장에는 피고인의 성명 기타 피고인을 특정할 수 있는 사항, 죄명, 공소사실, 적용법조를 기재하여야 하며( 제254조 제1항 , 제3항 ), 공소가 제기된 때에는 지체 없이 공소장 부본을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게 송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266조 ). 또한 “공무원이 작성하는 서류에는 법률에 다른 규정이 없는 때에는 작성 연월일과 소속 공무소를 기재하고 기명날인 또는 서명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제57조 제1항 ), 공소장에는 검사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있어야 한다.
이처럼 형사소송법이 공소제기에 관하여 엄격한 방식에 의한 서면주의를 취하는 것은 법원의 심판 대상을 명확하게 하고 피고인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하기 위한 것이므로, 그 방식에 따르지 아니한 공소제기는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검사가 공소사실의 일부인 범죄일람표를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하여 열어보거나 출력할 수 있는 전자적 형태의 문서로 작성한 후, 종이문서로 출력하지 아니한 채 그 저장매체 자체를 서면인 공소장에 첨부하여 제출한 경우에는, 서면에 기재된 부분에 한하여 적법하게 공소가 제기된 것으로 볼 수 있을 뿐이다. 이러한 형태의 공소제기를 허용하는 별도의 규정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저장매체나 전자적 형태의 문서를 공소장의 일부인 ‘서면’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전자적 형태의 문서의 양이 방대하여 그러한 방식의 공소제기를 허용해야 할 현실적인 필요가 있다거나 피고인과 변호인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변론에 응하였다고 하여 달리 볼 것도 아니다.
검사가 위와 같은 방식으로 공소를 제기한 경우, 법원은 저장매체에 저장된 전자적 형태의 문서 부분을 고려함이 없이 서면인 공소장에 기재된 부분만으로 공소사실을 판단하여야 한다. 만일 그 기재 내용으로 볼 때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아니한 부분이 있다면 검사에게 특정을 요구하여야 하고, 그럼에도 특정하지 않는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공소를 기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법원 2016. 12. 15. 선고 2015도3682 판결 참조).
한편 검사가 공소장을 변경하고자 하는 때에는 그 취지를 기재한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하여야 하고, 다만 피고인이 재정하는 공판정에서 피고인에게 이익이 되거나 피고인이 동의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법원은 구술에 의한 공소장변경을 허가할 수 있다( 형사소송규칙 제142조 제1항 , 제5항 ). 따라서 검사가 구술에 의한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는 경우에도 변경하고자 하는 공소사실의 내용은 서면에 의하여 신청을 할 때와 마찬가지로 구체적으로 특정하여 진술하여야 하므로, 검사가 구술로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면서 변경하려는 공소사실의 일부만 진술하고 나머지는 전자적 형태의 문서로 저장한 저장매체를 제출하였다면, 공소사실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진술한 부분에 한하여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이 된 것으로 볼 수 있을 뿐이다. 그 경우 저장매체에 저장된 전자적 형태의 문서는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이 된 것이라고 할 수 없고, 법원이 그 부분에 대해서까지 공소장변경허가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적법하게 공소장변경이 된 것으로 볼 수 없다.
2.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공소장에 기재된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아래와 같다.
1) 피고인은 2014. 6.경부터 2015. 6. 10.경까지 그 개인정보가 누설된 사정을 알면서도 피고인이 고용한 상담원들로 하여금 그 개인에게 전화하여 대출신청 여부, 직업 또는 신용불량 여부 등 추가적인 개인정보를 수집한 후 이를 가공하여 대출중개업자에게 제공하거나 타인에게 판매하는 데 사용할 생각으로, 성명불상의 개인정보 판매업자로부터 인터넷 또는 네이트온 등을 통하여 개인정보를 구입하거나 대출정보수집업체로부터 피고인이 가지고 있는 개인정보와 교환하는 방법으로 타인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및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 1,453,249,597건을 제공받았다(이하 ‘제1 공소사실’이라고 한다).
2) 피고인은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3과 공모하여 2014. 7. 1.경 사실은 저축은행의 위탁을 받지 않았고 상대방의 인적사항과 대출신청 여부, 직업, 신용불량 여부 등의 개인정보를 대출중개 외에도 타인에게 판매하는 데 사용할 계획임에도 불구하고, 위 1)항과 같이 제공받은 공소외 4 등의 전화번호를 오토콜 프로그램에 입력하고, 성명불상의 상담원으로 하여금 공소외 4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OK저축은행과 제휴한 회사인데, 저금리로 대환을 하거나 추가 대출도 가능하다.”라고 거짓말을 하게 하여, 공소외 4로부터 그의 이름, 휴대전화번호, 성별, 대출 필요금액 등의 정보를 얻은 것을 비롯하여 2014. 7. 1.경부터 2015. 6. 10.경까지 위와 같은 방법으로 공소외 4 등 29,943명으로부터 그들의 성명, 생년월일, 성별, 휴대전화번호, 직업, 대출 필요금액 등의 개인정보를 취득하였다(이하 ‘제2 공소사실’이라고 한다).
3) 피고인은 공소외 1, 공소외 2와 공모하여, 2014. 7. 1.경 위 2)항과 같이 대출중개를 위해 업무상 알게 된 공소외 4 등 165명의 개인정보를 성명불상자가 이용하는 메신저로 전송하거나 대출중개업 인터넷 홈페이지에 입력하는 방법으로 판매한 것을 비롯하여 2014. 7. 1.경부터 2015. 6. 10.경까지 위와 같은 방법으로 공소외 4 등 연인원 47,914명의 성명, 생년월일, 휴대전화번호, 직업, 대출 필요금액 등의 개인정보를 공소외 5 등에게 판매하였다(이하 ‘제3 공소사실’이라고 한다).
나. 검사는 피고인이 재정한 제1심 제9회 공판기일에서, “제1 공소사실 중 ‘개인정보 1,453, 249,597건을 제공받았다.’라는 부분을 ‘별지 범죄일람표 1 기재와 같이 개인정보 417,543,326건을 제공받았다.’로, 제2 공소사실 중 ‘공소외 4 등 29,943명으로부터 개인정보를 취득하였다.’라는 부분을 ‘별지 범죄일람표 3 기재와 같이 공소외 4 등 28,394명으로부터 개인정보를 취득하였다.’로, 제3 공소사실 중 ‘공소외 4 등 연인원 47,914명의 개인정보를 공소외 5 등에게 판매하였다.’라는 부분을 ‘별지 범죄일람표 2 기재와 같이 공소외 4 등 연인원 47,364명의 개인정보를 공소외 5 등에게 판매하였다.’로 변경한다”는 취지로 구술하여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면서 각 범죄일람표는 전자적 형태의 문서로 저장한 CD를 제출하고 거기에 저장된 문서의 내용은 진술하지 않았다.
다. 제1심은 위와 같은 공소장변경을 허가하면서, 검사로부터 제출받은 CD를 공판조서에 첨부하였다.
라. 위 CD에는 범죄일람표 1을 구성하는 엑셀파일 4개와 범죄일람표 2, 3이 저장된 엑셀파일이 담겨 있다. 그중 범죄일람표 1을 구성하는 4개의 엑셀파일에는 제1 공소사실 중 ‘피고인이 제공받은 개인정보 417,543,326건’에 관하여 보관된 저장매체별로 파일 수정날짜, 개인정보 내용, 개인정보량 등이 기재되어 있다. 범죄일람표 2가 저장된 엑셀파일에는 제3 공소사실 중 ‘피고인이 판매한 공소외 4 등 연인원 47,364명의 개인정보’에 관하여, 범죄일람표 3이 저장된 엑셀파일에는 제2 공소사실 중 ‘피고인이 공소외 4 등 28,394명으로부터 취득한 개인정보’에 관하여 각 개인정보 내용, 연락처, 판매방법, 자료출처 등이 기재되어 있다.
3.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제1심 제9회 공판기일에서 구술에 의한 검사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에 따라 변경된 이 사건 공소사실의 내용은, 그 범죄의 성격에 비추어 개괄적인 표시가 부득이하다는 점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제1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제공받은 개인정보 417,543,326건에 관하여 개인정보 종류별 구성내역 및 수량이 전혀 특정되어 있지 않고, 제2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기망하여 개인정보를 취득한 공소외 4 등 28,394명에 관하여 공소외 4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에 대한 부분이 특정되어 있지 않으며, 제3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개인정보를 판매한 일시별 상대방과 개인정보 범위에 관하여 2014. 7. 1.경 이루어진 판매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이 특정되어 있지 않아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초래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제1심으로서는 검사에게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위와 같이 특정되지 않은 부분에 관한 특정을 요구하고, 만약 검사가 특정하지 아니하면 이 부분에 대한 공소를 기각하였어야 할 것인데,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이 부분에 대해서도 모두 유죄로 인정하였다. 또한 원심도 그 부분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으니, 거기에는 공소제기 방식과 공소사실 특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위와 같이 특정되지 않은 공소사실 부분은 파기되어야 할 것인데, 원심은 그 부분과 나머지 부분이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고 하여 하나의 형을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으므로,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이에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