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공직선거에 출마할 정당 추천 후보자 선출을 위한 당내경선에서 당선 또는 낙선을 위한 행위가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에 해당하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및 위 행위에 부수적으로 공직선거에서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하고자 하는 의사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선거운동’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2] 어떠한 기관·단체·시설이 특정 후보자의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설치된 것이 아니고 그 후보자가 당내경선에서 후보자로 선출되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된 경우, 그러한 유사기관 설치 등 행위가 구 공직선거법 제89조 제1항 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참조판례
[1][2] 대법원 2013. 5. 9. 선고 2012도12172 판결 (공2013상, 1061) 대법원 2013. 5. 9. 선고 2013도2681 판결
피 고 인
피고인 1 외 2인
상 고 인
피고인 1 및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 케이씨엘 외 5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유죄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인 1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관련 법리
공직선거법(이하 ‘법’이라 한다) 제58조 제1항 본문과 제2조 및 제57조의2 제1항 과 제57조의3 제1항 본문의 내용, 체제, 입법 취지 등을 종합하면, ‘선거운동’은 공직선거에서의 당선 또는 낙선을 위한 행위를 말하고, 공직선거에 출마할 정당 추천 후보자를 선출하기 위한 당내경선에서의 당선 또는 낙선을 위한 경선운동은 위 ‘선거운동’과는 구별된다 할 것이고, 다만 당내경선에서의 당선 또는 낙선을 위한 행위를 구실로 실질적으로는 공직선거에서의 당선 또는 낙선을 위한 행위를 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그 범위 내에서 경선운동도 선거운동으로 볼 수 있다. 나아가 법 제57조의3 제1항 은 “정당이 당원과 당원이 아닌 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여 실시하는 당내경선에서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방법 외의 방법으로 경선운동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함으로써 제한적으로나마 당내경선 과정에서 당원뿐만 아니라 경선선거인단으로 등록될 가능성이 있는 당원 아닌 일반 유권자를 상대로 한 경선운동을 허용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당내경선에서의 당선 또는 낙선을 위한 행위에 부수적으로 공직선거에서의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하고자 하는 의사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와 같은 행위가 ‘선거운동’에 해당하는 것으로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 대법원 2013. 5. 9. 선고 2012도12172 판결 등 참조).
또한 구 공직선거법(2012. 10. 2. 법률 제1148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법’이라 한다) 제89조 제1항 (유사기관의 설치금지)의 규정은 후보자 간 선거운동기구의 형평성을 유지하고 각종 형태의 선거운동기구가 난립함으로 말미암은 과열경쟁 및 낭비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그 조문의 체계나 입법 취지, 그리고 당내경선 과정에서 특정 후보자가 선출되게 하기 위하여 법 제57조의3 제1항 에 위배하여 유사기관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진 당내경선운동 행위에 대해서는 법 제255조 제2항 제3호 에 따로 처벌규정이 있는 점, 구법 제89조 제1항 과 그 입법 취지가 유사한 법 제87조 제2항 이 ‘선거운동’을 위한 사조직 기타 단체의 설립 등을 금지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어떠한 기관·단체·시설이 특정 후보자의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설치된 것이 아니고 그 후보자가 당내경선에서 후보자로 선출되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된 것이라면 그러한 유사기관의 설치 등 행위는 구법 제89조 제1항 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 대법원 2013. 5. 9. 선고 2012도12172 판결 참조).
나. 유사기관 설치 및 그와 관련한 사전선거운동의 점에 대하여
(1) 원심은, 이 사건 비선조직이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설립된 것이고 ○○○ ○○○○(이하 ‘○○○’이라 한다) 사무실에서 이루어진 공소외 1 등의 활동이 선거운동이라는 전제하에, 이 사건 비선조직이 구법 제89조 제1항 이 금지하는 유사기관에 해당하고, 피고인 1은 공소외 2, 1과 순차적으로 공모하여 ○○○에 유사기관을 설치하고, 이를 이용하여 사전선거운동을 하기로 공모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였다.
(2) 그러나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이 사건 비선조직이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설립된 것이고 ○○○과 관련한 공소외 1 등의 활동이 ‘선거운동’이라고 본 원심의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우선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 1은 2011. 12. 16. 이 사건 선거에 △△△△△ 선거구의 예비후보로 등록하였고 □□□□당 공천심사위원회의 면접을 거쳐 2012. 3. 5. 경선후보자로 확정되었으며 이른바 국민경선방식의 경선(모바일투표와 현장투표)을 거쳐 2012. 3. 12. □□□□당의 후보자로 선출된 사실, 이후 2012. 3. 29.부터 정식 선거운동기간이 시작되었고 2012. 4. 11. 실시된 이 사건 선거에서 피고인 1이 당선된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부분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 1이 공소외 1 등과 공모하여 2011년 12월경부터 2012. 4. 10.경 사이에 유사기관 또는 유사조직을 설치·운영하고, 2011년 12월경부터 2012. 3. 28.까지 사전선거운동을 하였다는 것으로서, 그 공소사실로 적시된 구체적인 내용들을 보더라도 대부분 피고인 1이 □□□□당의 후보로 선출되기 전 당내 경선운동과 관련된 것들로 보이고 그 이후의 구체적인 ‘선거운동’의 내용은 적시되어 있지 않다(공소사실 중 피고인 1이 □□□□당의 후보로 선출된 이후 ▽▽▽당 후보가 여론조사에 앞서는 등 선거가 어려워지자 피고인 1 및 공소외 2가 공소외 1에게 비선조직을 가동하여 총력을 다하여달라고 부탁하였다는 내용이 있기는 하나, 이에 따라 공소외 1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선거운동’을 하였다는 것인지는 적시되어 있지 않다). 한편 이와 관련하여 원심은 공소외 3의 검찰 진술을 근거로, ○○○과 관련하여 공소외 1, 4가 이 사건 공식 선거운동기간에도 지속적으로 지인명단을 수집하여 피고인 1의 선거사무소에 전달하였다고 인정하였으나, 공소외 3에 대한 각 검찰 진술조서를 살펴보아도 거기에서 위와 같은 사실을 인정할 만한 직접적인 진술기재는 찾아볼 수 없다.
또한 원심이 든 사정들만으로는 위 경선운동기간 동안 공소외 1 등이 ○○○에서 한 활동이 ‘경선운동을 구실로 실질적으로는 선거운동을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즉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지역구에서는 □□□□당의 후보가 되면 본선에서 당선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반면 당시 피고인 1이 경선에서 승리하리라고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으며, 당내 경선 이전까지 공소외 1 등이 ○○○에서 한 활동은 주로 조직원들로부터 지인명단을 수집하여 이를 피고인 1의 공식 선거사무소에 전달하는 일이었고, 이러한 지인명단은 1차적으로 당내경선에서 피고인 1을 지지할 경선선거인단을 모집하는 기초자료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지인카드가 당내 경선선거인단 신청기간 이전부터 수집되었다거나 지인명단 양식과 경선선거인단 신청서 양식이 다르다는 등 원심판시와 같은 사정이 인정된다고 하여 지인명단을 수집한 행위가 경선운동을 구실로 실제로는 ‘선거운동’을 한 것으로 볼만한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는 근거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아울러 피고인 1의 선거사무소에서 당내 경선 이후 공식 선거운동기간에 위와 같이 수집된 지인명단을 ‘선거운동’에 활용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가지고 공소외 1 등이 처음부터 경선운동이 아닌 ‘선거운동’을 주된 목적으로 지인명단을 수집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오히려 이는 경선운동을 주목적으로 하면서 부수적으로 ‘선거운동’에도 활용하고자 하는 의사가 포함되어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보일 뿐이다.
(3)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공소외 1 등의 지인명단 수집 등 활동이 ‘선거운동’이라고 판단하여 그러한 전제하에 이 부분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조치에는 경선운동과 선거운동의 구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못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다. 직무상 지위 이용 선거운동의 점에 대하여
(1) 원심은, 피고인 1이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회사인 ◇◇◇◇◇과 ◁◁◁◁◁의 직원들인 공소외 5, 6 및 피고인 2(이하 ‘공소외 5 등’)가 2011년 12월경부터 2012. 4. 10.경까지(피고인 2의 경우 2012. 2. 29.경까지) 피고인 1을 위하여 ‘선거운동’을 한 것이라는 전제하에,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1이 조직 내에서의 직무상 행위를 이용하여 그 구성원에 대하여 ‘선거운동’을 하게 한 것이라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2) 그러나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볼 때, 공소외 5 등의 행위가 ‘선거운동’이라고 본 원심의 판단도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이 부분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되려면, ① 피고인이 조직 내에서의 직무상 행위를 이용하여야 하고, ② 그 구성원에 대하여 ‘선거운동’을 하게 하여야 하며, ③ 이에 따라 그 구성원이 ‘선거운동’을 하였어야 한다. 그런데 이 부분 공소사실에서 공소외 5 등이 한 선거운동이라고 적시된 내용들을 보면, 피고인 1이 □□□□당의 후보로 선출된 2012. 3. 12. 이전의 행위인지 이후의 행위인지 구분이 되어 있지 않고(피고인 2의 경우에는 공소사실 자체로 2012. 3. 12. 이전의 행위임이 분명하다), 기록상 공소외 5, 6이 2012. 3. 12. 이후에 구체적으로 어떠한 활동을 하였다는 것인지도 분명히 드러나 있지 않다.
또한 이 부분 공소사실 중 2012. 3. 12. 이전의 것임이 분명해 보이는 행위(공소외 6의 당내경선 선거인단 등록 권유 등 행위와 피고인 2의 행위)는 외형적으로 피고인 1의 당내경선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이 ‘경선운동을 구실로 실질적으로는 선거운동을 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 검사는 별다른 입증을 하지 못하였고 원심판결에도 그 판단의 근거를 제시한 것이 없다.
(3)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공소사실에 적시된 공소외 5 등의 행위가 ‘선거운동’이라고 판단하여 그러한 전제하에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조치에도 경선운동과 선거운동의 구별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못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도 이유 있다.
2.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그러나 사실의 인정과 그 전제로 행하여지는 증거의 취사선택 및 평가는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한 사실심법원의 전권에 속한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원심이 이 부분 각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이 없다고 한 것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다. 또한 이 부분 원심판결에 관련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만한 사유도 발견할 수 없다.
3. 결론
이에 피고인 1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유죄부분을 파기하여,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하고,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