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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2. 7. 16.자 2009마462 결정
[선박임의경매결정에대한이의][미간행]
판시사항

[1] 국내에 영업소가 있는 선박대리점이 외국의 선박소유자 등과 선박대리점계약을 체결하면서 준거법을 따로 선택하지 않은 경우, 위 계약에 따른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에 적용할 준거법(=선박대리점의 영업소가 있는 우리나라의 법)

[2] 선박대리점이 선박소유자 등을 대리하여 체결한 계약에서 발생한 채무를 자신의 재산을 출연하여 대신 변제하기로 한 약정의 법적 성질 및 위 약정에 따른 선박대리점의 변제가 ‘제3자의 변제’에 해당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3] 민법 제481조 에 의하여 법정대위를 할 수 있는 ‘변제할 정당한 이익이 있는 자’의 의미 및 이행인수인이 ‘변제할 정당한 이익이 있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4] 국내에서 선박대리점업을 영위하는 갑 주식회사가 선박 용선자인 미국 법인 을 회사와 체결한 선박대리점계약에서 선박의 입·출항시 발생하는 항비 등 비용을 을 회사가 부담하되 갑 회사가 을 회사를 대신하여 채권자에게 우선 지급하기로 약정한 사안에서, 갑 회사가 위 약정에 따른 변제로 인하여 항비 등 채권을 당연히 대위할 수 있는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등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채권자, 재항고인

그로발스타해운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삼양 담당변호사 노홍수 외 4인)

소유자, 상대방

메츠니코프 마리타임 에스에이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담당변호사 강종구 외 2인)

채 무 자

에머랄드 리퍼 라인즈 엘엘씨

주문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재항고이유(재항고이유서 제출기간 경과 후에 제출된 재항고이유서보충서의 기재는 재항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선박대리점의 법정대위에 관한 재항고이유에 대하여

가. (1) 국내에 영업소가 있는 선박대리점이 외국의 선박소유자 등과의 선박대리점계약에 기하여 외국 선적의 선박에 관하여 항해 등에 관한 사무의 처리를 위탁받아 그 사무를 처리하는 경우에, 그 선박대리점계약에 의하여 발생하는 채권 및 채무의 종류·내용과 효력, 그리고 변제 그 밖의 방법에 의한 소멸 등의 사항에 관하여 당사자가 준거법을 따로 선택하지 아니하였다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제사법 제26조 제2항 단서에 의하여 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선박대리점의 영업소가 있는 우리나라의 법이 준거법이 된다.

그리고 선박대리점이 선박소유자 등을 대리하여 선박의 항해에 필요한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통상 상법 제87조 소정의 대리상의 지위에서 하는 것이다. 그러나 선박대리점은 선박소유자 등의 상업사용인이 아니라 독자적으로 영리를 추구하는 독립한 상인으로서 자신의 명의로 영업을 영위하는 것으로서, 선박대리점이 선박소유자 등과 사이에 그러한 계약으로부터 발생한 채무를 선박소유자 등을 대신하여 자신의 재산을 출연하여 변제하기로 한 경우 그 법적 성질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행인수약정으로 보아야 한다. 그리고 선박대리점이 이러한 이행인수약정에 따라 자신의 재산을 출연하여 한 변제는 선박소유자 등의 대리인으로서 한다는 점을 밝히는 등 본인의 변제라고 평가되어야 할 만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469조 에서 정하는 ‘제3자의 변제’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2) 한편 민법 제481조 에 의하여 법정대위를 할 수 있는 ‘변제할 정당한 이익이 있는 자’라고 함은 변제함으로써 당연히 대위의 보호를 받아야 할 법률상의 이익을 가지는 자를 의미한다 ( 대법원 1963. 7. 11. 선고 63다251 판결 , 대법원 1990. 4. 10. 선고 89다카24834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이행인수인이 채무자와의 이행인수약정에 따라 채권자에게 채무를 이행하기로 약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채무자에 대하여 채무불이행의 책임을 지게 되어 특별한 법적 불이익을 입게 될 지위에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행인수인은 그 변제를 할 정당한 이익이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선박대리점이 선박소유자 등을 대리하여 체결한 계약으로부터 발생한 채무를 선박소유자 등과의 이행인수약정에 따라 자신의 재산을 출연하여 채권자에게 변제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선박대리점은 ‘변제할 정당한 이익이 있는 자’로서 채권자가 선박소유자 등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을 당연히 대위한다.

원심이 인용하고 있는 대법원 1978. 5. 23. 선고 77다1679 판결 은 선박대리점이 입항료 등을 선박소유자의 대리인으로 지급한 사안에 관한 것으로서 이 사건과 사안을 달리하여 여기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나. 원심결정 이유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선박에 대하여 선박우선특권의 실행을 위한 경매를 신청한 재항고인은 국내에서 선박대리점업을 영위하는 법인이고, 이 사건 경매개시결정에 대하여 이의신청을 한 상대방은 외국법인으로서 이 사건 선박의 소유자인 사실, 채무자는 미합중국 워싱턴주 씨애틀시에 주소를 두고 있는 외국법인으로서 이 사건 선박의 용선자이고, 이 사건 선박의 선적국은 2000. 5. 12.경부터 2006. 12. 3.경까지는 러시아였다가 2006. 12. 4.경 파나마로 변경된 사실, 재항고인은 채무자와 선박대리점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그 계약에서 이 사건 선박의 입·출항시 발생하는 항비 등 비용은 이 사건 선박의 용선자인 채무자가 부담하기로 하되 재항고인이 채무자를 대신하여 우선 지급하기로 약정한 사실, 이에 재항고인은 2006. 2. 28.경부터 2006. 4. 30.경까지 화물 양·적하를 위하여 부산항에 입·출항한 이 사건 선박의 입·출항료, 정박료, 접안료, 도선료, 도선선비, 예선료, 강취방료(강취방료), 오염방제비 등 합계 15,987,277원(이하 ‘이 사건 항비 등’이라고 한다)을 채무자를 대신하여 부산항만공사 등 이 사건 항비 등의 채권자에게 지급한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재항고인이 채무자와 체결한 선박대리점계약에 따라 채무자를 대리하여 이 사건 선박의 입·출항에 필요한 계약을 체결하고, 나아가 그로 인하여 발생한 이 사건 항비 등의 지급채무를 채무자 대신 자신이 출연하여 이행하기로 약정한 것은 이행인수약정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나아가 재항고인이 이러한 이행인수약정에 따라 부산항만공사 등 이 사건 항비 등의 채권자에게 자신의 출연으로 그 채무를 변제한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481조 에서 정한 ‘변제할 정당한 이익이 있는 자’의 변제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결국 재항고인은 이 사건 항비 등의 채권을 당연히 대위한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재항고인이 부산항만공사 등과의 관계에서 이 사건 항비 등을 부담할 법률상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고, 재항고인이 채무자를 대신하여 이 사건 항비 등을 지급하지 아니할 경우 법률상 손해를 입게 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재항고인이 이 사건 항비 등의 채무를 변제할 정당한 이익이 있는 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재항고인의 선박우선특권 대위에 관한 주장을 배척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민법 제481조 가 규정하는 법정대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재항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2. 법정변제충당에 관한 법리오해 등에 관한 재항고이유에 대하여

가. 채무자가 동일한 채권자에 대하여 같은 종류를 목적으로 한 수개의 채무를 부담한 경우, 당사자가 변제에 있어서 변제에 충당할 채무를 지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민법 제477조 의 규정에 따라 법정변제충당이 행하여지는 것이다. 특히 민법 제477조 제4호 에 의하면, 법정변제충당의 순위가 동일한 경우에는 각 채무액에 안분비례하여 각 채무의 변제에 충당된다. 따라서 위 안분비례에 의한 법정변제충당으로 발생하는 법률효과 이상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변제충당의 지정이나 당사자 사이의 변제충당의 합의가 있다거나 또는 당해 채무가 법정변제충당에 있어 우선순위에 있어서 당해 채무에 전액 변제충당되었다고 주장하는 이는 그 사실을 주장·입증할 책임을 부담한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84. 1. 31. 선고 83다카1560 판결 , 대법원 1994. 2. 22. 선고 93다49338 판결 등 참조).

나. 원심결정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채무자는 이 사건 항비 등 채권이 발생한 기간 동안 재항고인에게 이 사건 항비 등 채권액을 상회하는 미화 수백만 달러를 송금한 사실, 재항고인은 2007. 2. 12. 채무자에 대한 이 사건 항비 등 채권을 선박우선특권의 피담보채권으로 기재하여 이 사건 선박에 관하여 담보권실행을 위한 경매를 신청한 사실, 채무자측은 2007. 3. 16.경 재항고인에게 “귀사의 미수금에 대하여도 지급할 능력이 없습니다. 귀사는 상기 두 회사로부터 귀사가 받아야 할 미수금을 회수할 수 없다는 증거로 이 서류를 사용하여도 무방합니다.”라는 내용의 공증인이 공증한 서신을 보내온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재항고인은 채무자에게 이 사건 항비 등 채권 이외에 다른 채권을 가지고 있었고, 재항고인의 이 사건 경매신청 후인 2007. 3. 16.경에도 미수금이 남아 있었으므로, 채무자가 재항고인의 이 사건 경매신청 당시까지 재항고인에게 송금한 위 금전만으로는 이 사건 항비 등을 포함하여 재항고인에 대한 채무 전부를 완제하기에는 부족한 상태에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원심으로서는 앞서 본 법리에 따라 먼저 채무자측이 이 사건 경매신청 후 재항고인에게 존재를 자인한 미수금채무가 이 사건 항비 등의 채무를 가리키는지 여부 및 채무자가 재항고인에게 송금하였다는 미화 수백만 달러의 구체적인 지급 명목 내지 내역을 밝혀서 어느 채권의 변제에 지정충당 내지 합의충당이 되었는지 등을 살펴보아야 하고, 만약 지정충당 내지 합의충당을 인정하기 어렵다면 이 사건 항비 등 채권과 다른 채권 사이의 우선순위를 가려 법정변제충당을 하고 상호간의 우선순위를 가릴 수도 없는 경우에는 각 채권액에 안분비례하여 법정변제충당을 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위와 같은 사항들에 대하여 심리하지 아니한 채, 재항고인이 채무자로부터 송금받은 미화 수백만 달러가 이 사건 항비 등 채권이 아닌 다른 채권에 우선적으로 충당되었다는 점에 관하여 재항고인의 아무런 주장·증명이 없으므로 이 사건 항비 등 채권이 위 송금된 금전에 의하여 전부 변제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법정변제충당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재판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재항고이유의 주장도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재항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대법관 이상훈 양창수(주심) 김용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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