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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1. 5. 13. 선고 2010다62680 판결
[채무부존재확인][미간행]
판시사항

[1] 사용자책임의 성립요건인 ‘사무집행에 관하여’의 의미 및 판단 기준

[2] 피용자의 행위가 사용자 등의 사무집행행위에 해당하지 않음을 피해자 자신이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한 경우, 사용자책임이 성립하는지 여부(소극) 및 이 경우 ‘중대한 과실’의 의미

[3] 갑이 을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돈을 은행 지점장 병에게 교부하여 개인적으로 운용하게 하고 일정 이자를 지급받기로 하였는데 병이 이를 자신의 개인 채무 변제에 사용한 사안에서, 병이 고객의 대출금을 개인적으로 위탁받아 운용하는 행위는 외형상 객관적으로 은행 지점장의 사무집행행위와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갑으로서는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위 자금운용 약정이 은행 지점장으로서의 사무집행이 아님을 알 수 있었음에도 고이율의 이자를 지급받을 목적으로 일반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한 것으로 보이므로, 갑은 을 은행에 대하여 사용자책임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한 사례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충정 담당변호사 김홍우 외 2인)

피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신한은행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담당변호사 전병하 외 2인)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증거의 취사선택과 사실인정은 그것이 자유심증주의에 위반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한 사실심법원의 전권에 속한다( 대법원 2006. 5. 25. 선고 2005다77848 판결 등 참조).

원심은 그 채택 증거들을 종합하여 피고의 여의도지점은 2008년 3월 초순경 2008. 6. 15. 입주예정인 여의도한성아파트 재건축조합 조합원들의 입주 잔금 대출 주거래은행으로 선정된 사실, 피고의 여의도지점장인 소외 1은 2008년 3월경 위 재건축조합의 조합장인 소외 2에게 입주 잔금 대출을 미리 받아 자신에게 맡기면 아파트 입주시까지 2개월 동안 월 4%의 이자소득을 얻을 수 있도록 해 주겠다고 제의하였고, 이에 소외 2는 아들 소외 3 명의로 대출받은 돈 중 3억 2,000만 원, 자신의 명의로 대출받은 돈 중 5억 8,500만 원을 각 소외 1에게 교부하여 운용하게 한 사실, 소외 2는 소외 1에게 위 재건축조합의 대의원인 원고도 같은 방법으로 도와줄 것을 부탁하였고, 원고와 소외 1은 원고가 피고로부터 5억 2,000만 원을 후취담보취득 조건으로 대출받아 그 중 4억 8,000만 원을 소외 1에게 교부하여 아파트 입주시까지 2개월 동안 개인적으로 운용하게 하되 월 3~4%의 이자를 지급받기로 합의한 사실, 원고는 2008. 4. 15.경 국민은행에 4억 1,400만 원의 대출금 채무를 부담하고 있는 상태에서 피고로부터 가계일반자금대출 플러스모기지론으로 5억 2,000만 원을 대출받기로 하는 대출거래약정 서류를 작성하고, 출금액란 등을 공란으로 한 예금인출신청서와 함께 피고의 여의도지점 소외 4 과장에게 건네준 사실, 소외 1은 위 대출이 승인된 직후인 2008. 4. 16. 13:20경 원고 명의의 예금인출신청서에 출금액란 등을 보충하여 창구직원에게 제시하는 방법으로 원고의 계좌에서 4억 8,000만 원을 인출하여 자신의 개인 채무 변제에 사용한 사실, 소외 1은 위 운용자금에 대한 선이자 명목으로 2008. 4. 22. 원고의 국민은행 계좌로 1,500만 원을 송금하고, 2008년 5월 중순 원고에게 현금 1,500만 원을 지급한 사실을 인정하였다.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사실인정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

원심판결에는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위배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민법」제756조 에 규정된 사용자책임의 요건인 ‘사무집행에 관하여’라는 뜻은, 피용자의 불법행위가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업활동 내지 사무집행행위 또는 그와 관련된 것이라고 보여질 때에는 주관적 사정을 고려함이 없이 이를 사무집행에 관하여 한 행위로 본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무집행에 관련된 것인지 여부는, 피용자의 본래 직무와 불법행위와의 관련 정도 및 사용자에게 손해발생에 대한 위험 창출과 방지조치 결여의 책임이 어느 정도 있는지를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1. 3. 9. 선고 2000다66119 판결 등 참조).

또한 피용자의 불법행위가 외관상 사무집행의 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에도 피용자의 행위가 사용자나 사용자에 갈음하여 그 사무를 감독하는 자의 사무집행행위에 해당하지 않음을 피해자 자신이 알았거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한 경우에는 사용자 또는 사용자에 갈음하여 그 사무를 감독하는 자에 대하여 사용자책임을 물을 수 없다 ( 대법원 1992. 7. 28. 선고 92다10531 판결 등 참조). 이 경우 중대한 과실이라 함은, 거래의 상대방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피용자의 행위가 그 직무권한 내에서 적법하게 행하여진 것이 아니라는 사정을 알 수 있었음에도, 만연히 이를 직무권한 내의 행위라고 믿음으로써 일반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에 현저히 위반하는 것으로 거의 고의에 가까운 정도의 주의를 결여하고, 공평의 관점에서 상대방을 구태여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상태를 말한다 ( 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0다34426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피고의 여신업무규정에는 이 사건 대출과 같은 후취담보취득조건 아파트 입주 잔금 대출의 경우 기존 대출금을 상환한 나머지 금액을 인출해 주도록 되어 있음에도, 피고의 여의도 지점 소외 4 과장은 지점장인 소외 1의 지시에 따라 원고의 국민은행 대출금 4억 1,400만 원을 상환하지도 아니한 채 원고의 이 사건 대출금 중 4억 8,000만 원을 인출해 준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정과 아울러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비추어 볼 때, 일반적으로 은행이 개인으로부터 단기간 동안 금전의 운용을 위임받아 월 3~4%의 이자를 지급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점, 그럼에도 원고는 소외 1에게 이 사건 대출금 중 4억 8,000만 원을 맡겨 개인적으로 운용하도록 한 후, 그 이자 명목으로 2회에 걸쳐 3,000만 원을 지급받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여의도지점장인 소외 1이 고객의 대출금을 개인적으로 위탁받아 운용하는 행위는 외형상 객관적으로 은행 지점장의 사무집행행위와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원고로서는 위 자금운용 약정이 통상의 은행거래에서 있을 수 없는 대단히 이례적인 것이어서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실제로는 피고의 지점장으로서의 사무집행이 아님을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이율의 이자를 지급받을 목적으로 일반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에 현저히 위반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사용자책임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할 것이므로,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은 정당하다.

원심판결에는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사용자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양창수(재판장) 김지형(주심) 전수안 이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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