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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8. 9. 25.자 2006아35 결정
[위헌제청신청][미간행]
판시사항

일정한 경우 사업자들에게 부당한 공동행위에 관한 합의를 추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5항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한 사례

신 청 인

원고 주식회사

변 호 인

법무법인(유) 태평양 담당변호사 오금석외 4인

주문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기각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및 신청대상 법률조항

가. 사건의 개요

(1) 신청인과 아이엔아이스틸 주식회사, 동국제강 주식회사, 한국철강 주식회사, 한보철강공업 주식회사, 주식회사 한보, 환영철강공업 주식회사 등 총 7개의 철근제조회사들(이하 ‘이 사건 회사들’이라 한다)은 2002. 2. 15. ~ 2002. 3. 1., 2002. 5. 27. ~ 2002. 6. 1., 2002. 11. 27. ~ 2002. 12. 5., 2003. 1. 1. ~ 2003. 1. 3., 2003. 4. 4. ~ 2003. 4. 10.의 기간 동안 총 5차례에 걸쳐 철근 가격을 인상(다만, 주식회사 한보는 앞의 두 차례만 가격을 인상)하였는데, 피고는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04. 12. 31. 법률 제731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이라 한다) 제19조 제5항 에 의하여 이 사건 회사들이 공동으로 이 사건 각 가격인상행위에 관한 합의를 한 것으로 추정하여 신청인에게 시정명령, 공표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을 부과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2) 이에 신청인은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고, 상고심 계속중 법 제19조 제5항 이 위헌이라는 이유로 이 사건 신청을 하였다.

나. 신청대상 법률조항

신청의 대상은 법 제19조 제5항 {신청인은 신청취지상에 신청의 대상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05. 12. 29. 법률 제7796호로 개정된 것)’이라고 기재하였으나 이는 오기로 보인다}이고,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법 제19조(부당한 공동행위의 금지) 제5항 : 2 이상의 사업자가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제1항 각 호의 1 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고 있는 경우 동 사업자 간에 그러한 행위를 할 것을 약정한 명시적인 합의가 없는 경우에도 부당한 공동행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2. 신청이유의 요지

가. 자기책임의 원리 위배

위 조항은 법률상의 사실 추정 조항으로 이용되고 있으므로 합의의 존재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입증책임이 사업자들에게 전환되었는바, 합의의 추정을 복멸하기 위하여는 ‘합의가 없었다는 사실’ 또는 ‘외부적으로 드러난 동일 또는 유사한 행위가 합의에 따른 공동행위가 아니라는 점을 수긍할 수 있는 정황’을 법관에게 확신을 심어줄 수 있는 본증의 방법으로 입증해야 하는데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고, 또한 대법원도 정부의 행정지도가 있었거나 커피와 같이 통상의 수요공급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고 오히려 가격을 올려 고급품이라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심어주는 것이 가격 경쟁에 더 유리한 특수한 상품시장의 경우에만 합의 추정의 복멸을 인정하였고 그 외에는 합의 추정의 복멸을 인정한 경우가 없었으므로, 신청인과 같이 소수의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사업자는 스스로 합의에 참여하지 않았음을 입증하여 부당한 공동행위의 혐의를 벗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따라서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을 부과하더라도 신청인으로서는 이를 납부할 수밖에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형사책임까지 부담해야 한다.

나.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 위반

위 조항은 위법성이 없는 ‘가격의 외형상 일치’ 현상을 전제로 아무런 논리적 인과관계가 없는 ‘가격 합의’가 있었음을 추정하고 있으므로 부당공동행위의 규제 방법으로 적절한 수단이라 할 수 없고, 또한 ‘경쟁제한성’ 요건은 경쟁당국이 당해 상품의 특성, 소비자의 제품선택 기준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는 ‘평가 개념’이지 객관적 사실이 아니므로 이를 통해 합의를 추정하는 것은 ‘방법의 적절성 원칙’에 부합하지 않으며, 그리고 위 조항을 법률상 사실 추정 조항으로 해석함으로써 공정거래위원회의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수준이 아니라, 합의의 부존재에 관하여 고도의 경제학적 분석 및 증거자료에 대한 제출책임을 합의에 참여한 사실이 없는 사업자에게 전적으로 부담시켜 입증책임을 전환하고 있으므로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반하고, 또한 위 조항으로 인하여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이 촉진되는 공익보다는 자기책임의 원리에 반하는 제재를 받지 아니할 권리가 더 침해된다.

3. 판 단

가. 자기책임의 원리에 반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위 조항은 2 이상의 사업자가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제19조 제1항 각 호의 1 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고 있는 경우에만 그들 사이에 부당공동행위에 관한 합의가 있음을 추정하고 있고, 위와 같은 행위와 무관하게 시장에서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영위하는 사업자에게까지 합의의 존재를 추정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대법원은 위와 같은 추정이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것이어서 추정의 복멸까지 엄격하게 인정하면 사업자들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면이 있으므로 사업자들이 거래통념상 합의가 없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정도의 정황을 입증한다면 추정의 복멸을 인정함이 상당할 것이라는 취지에서, 법 제19조 제5항 에 따라 부당한 공동행위의 합의추정을 받는 사업자들로서는 외부적으로 드러난 동일 또는 유사한 행위가 실제로는 아무런 합의 없이 각자의 경영판단에 따라 독자적으로 이루어졌음에도 마침 우연한 일치를 보게 되는 등 부당한 공동행위의 합의가 없었다는 사실을 입증하거나, 또는 외부적으로 드러난 동일 또는 유사한 행위가 합의에 따른 공동행위가 아니라는 점을 수긍할 수 있는 정황을 입증하여 그 추정을 복멸할 수 있다고 판시함으로써 원고의 주장과 같이 합의 추정의 복멸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는 해석은 하지 않고 있다( 대법원 2003. 12. 12. 선고 2001두5552 판결 참조).

이에 따라 위 조항에 의하여 합의의 추정을 받는 사업자로서는 구체적인 소송과정에서 법원의 판단으로 외부적으로 드러난 동일 또는 유사한 행위가 독자적 경영판단의 결과라는 사실 등을 입증하여 그 적용을 배제할 수 있으므로, 사업자가 억울하게 과징금을 부과받는 경우를 제도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주장에 대하여

위 조항으로 인하여 일정한 경우 사업자들에게 부당공동행위에 관한 합의를 추정하고 그 사업자들에게 추정을 복멸시키는 입증책임을 부담하게 하는 문제는 개인의 본질적이고 핵심적 자유영역에 속하는 사항이라기보다는 사회적 연관관계에 놓여지는 경제적 활동을 규제하는 경제사회적인 입법사항에 해당하므로 비례의 원칙을 적용함에 있어서도 보다 완화된 심사기준이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 2005. 2. 24. 선고 2001헌바71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위 조항을 살펴보면, 우선 위 조항의 취지는 은밀하게 행하여지는 부당공동행위의 속성상 그러한 합의를 입증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어서 공정거래위원회로 하여금 사업자들의 합의를 입증하는 것에 갈음하여 행위의 외형상 일치 및 경쟁제한성이라는 두 가지 간접사실만을 입증하도록 함으로써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규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데 있는 점, 위 조항은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일정한 경우에 합의를 추정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합의의 추정을 받는 사업자로서는 외부적으로 드러난 동일 또는 유사한 행위가 독자적 경영판단의 결과라는 사실 등을 입증하여 위 추정을 복멸시킬 수 있고, 더욱이 각 사업자의 경제활동에 관한 증거자료는 기본적으로 사업자의 영역 안에 있는 것이어서 추정을 복멸할 수 있는 정황에 대한 자료도 사업자가 더 잘 제출할 수 있으므로 위 조항이 방법의 적절성을 위반한 것으로는 보기 어려운 점, 대법원이 위와 같은 취지에서 추정의 복멸을 인정하고 있는 이상 위 조항이 추구하는 창의적인 기업활동의 조장, 소비자 보호, 국민경제의 균형있는 발전 등과 같은 공익은 합의의 추정으로 인하여 입증책임이 전환됨으로써 입게 되는 입증상의 곤란과 같은 불이익보다 더 크다고 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위 조항이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도 역시 이유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신청은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대법관 김영란(재판장) 이홍훈 안대희(주심) 양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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