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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방법원 2009. 7. 1. 선고 2009노657 판결
[의료법위반][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검사

김경근

변 호 인

변호사 정찬원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의료법 제37조 제1항 은 피고인이 사용한 X-선 골밀도측정기(이하 ‘이 사건 측정기’라고 한다)와 같은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를 설치·운영하려는 의료기관을 양의사가 운영하는 의료기관으로 한정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한의원을 포함한 모든 의료기관이 위 장치를 설치·운영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한 규정으로 보아야 하는 점, 따라서 그 위임에 따라 제정된 보건복지가족부령에 의하여 한의사의 면허의 범위를 판단할 수는 없는 점, 이 사건 측정기의 제조회사는 양의사뿐만 아니라 한의사에게도 이 사건 측정기를 판매하여 온 점, 대한한의학회 및 대한한의사협회가 발행한 한국한의표준의료행위분류 및 한국한의표준의료행위 정의개발연구에 의하면, 한의사의 한방의료행위에 이 사건 측정기를 사용한 골밀도 측정행위를 포함하고 있는 점, 피고인은 한의대 재학 중 2학기에 걸쳐 방사선과목을 수강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한의사인 피고인이 이 사건 측정기를 이용하여 성장판 검사 등을 한 것은 한방의료행위의 범위 내에 있는 것이어서 면허 없이 의료행위를 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피고인은 이 사건 측정기 전면에 학술연구 목적으로만 사용한다는 문구를 부착하고, 성장침 시술을 받지 아니한 사람도 대상으로 삼아 성장판 검사 등을 하였으며, 그들로부터 측정비용을 받지 아니한 점, 피고인의 성장침 시술은 이 사건 측정기를 사용하여 얻은 검사결과와 관계없이 모두 동일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자신이 연구 중인 성장침 시술의 효과에 관하여 자료를 수집하기 위한 학술연구 목적으로 이 사건 측정기를 이용하여 성장판 검사 등을 한 것이어서, 의료법상 처벌의 대상이 되는 치료 등의 목적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다.

나아가, 위와 같은 사정들에 더하여 피고인은 보건복지가족부로부터 이 사건 측정기를 연구목적으로 사용하면 적법하다는 취지의 질의회신을 받은 점, 당시 다수의 한의사들이 이 사건 측정기를 설치하여 사용하고 있었던 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대한 장비현황 신고시 피고인 스스로 이 사건 측정기를 보유장비로 신고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측정기를 사용하여 성장판 검사 등을 한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거나, 당시 피고인에게는 이 사건 측정기를 설치하여 사용하는 것이 의료법상 처벌대상이 되는 면허된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에 관한 위법성의 인식이 없었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2. 판단

가. 먼저, 피고인이 이 사건 측정기를 사용하여 성장판 검사 등을 한 것이 한방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서양의학과 한의학으로 이원적으로 구분되어 있고, 의료법상 의사는 의료행위, 한의사는 한방의료행위에 종사하도록 되어 있으며, 면허도 그 범위에 한하여 주어지고 있는 점, ② 이 사건 측정기를 이용하여 성장판 검사 등을 한 것은 해부학적으로 뼈의 성장판의 상태를 확인하여 성장의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진단하기 위한 것이어서 이에 관하여 한의학적 진단방법이 사용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③ 의료법 제37조 제1항 에서는 모든 의료기관이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를 설치·운영할 수 있는 것을 전제로 규정하고 있다고 볼 여지도 있으나, 이는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설치·운영에 관한 규정으로 의료기관에 대하여 그 위험에 따른 의무를 부과하기 위하여 규정한 것이지 한의사와 의사의 면허 범위에 관한 것을 규정한 것은 아니어서 이를 근거로 한의사가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인 이 사건 측정기를 사용하여 성장판 검사 등을 한 것을 한방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는 점, ④ 오히려 의료법 제37조 제1항 은 앞서 본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이원성 및 의료법상 의료인의 임무, 면허의 범위 등에 비추어 위 규정이 정하는 ‘의료기관’에는 한방병원이나 한의사는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고, 의료법 제37조 의 위임에 따라 제정된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안전관리에 관한 규칙’ 제10조 제1항 , 별표 6이 안전관리책임자를 두어야 하는 의료기관에 한방병원이나 한의원을 포함시키지 않은 것은 이를 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⑤ 또한 의료법 제37조 제1항 구 의료법(1994. 1. 7. 법률 제4732호로 개정된 것) 제32조의 2 로 처음 신설된 내용인데, 당시의 입법경위나 한의사, 한방병원 등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동 조항의 의료기관에 한방병원 등이 포함됨을 전제로 했다고 보기 어렵고, 또한 2009. 1. 30. 법률 제9386호로 개정된 의료법(시행은 1년후) 제43조 에서 양방병원에서 한의사를 두거나, 한방병원에서 의사를 두게 함으로써 양·한방 협진 체계를 더욱 용이하게 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는 양·한방의 엄격한 분리를 예외적으로 다소 완화시키는 것에 불과하여 이러한 사정으로 인하여 의료법 제37조 제1항 의 의료기관에 모든 양·한방 의료기관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는 점, ⑥ 또한, 이 사건 측정기가 주당 최대 동작부하가 10mA/분 이하의 것이어서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안전관리에 관한 규칙’에 정한 각종 의무가 면제된다고 하더라도 이론적으로 서양의학적 기초에 둔 기기임에는 변함이 없고 그 의무가 면제되는 대상도 종합병원, 병원, 치과병원 등 원래 안전관리책임자 선임의무 등이 부과되어 있는 의료기관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이를 근거로 한의사가 주당 최대 동작부하의 총량이 10mA/분 이하인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를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점, ⑦ 면허제도는 헌법상 보장된 직업선택의 자유를 법률로 전면적으로 금지시켜 놓은 다음 일정한 자격을 갖춘 자에 한하여 직업선택의 자유를 회복시켜 주는 것이므로( 헌재 1998. 7. 16. 96헌마246 결정 ), 면허를 얻었다는 것은 그 면허에 따른 직업을 선택할 자유를 회복하였다는 것이며, 전문분야에 관한 자격제도를 마련함에 있어서 입법재량이 인정되어야 하고 이렇게 회복된 직업선택의 자유에 대하여 그 전문분야의 성격에 따라 그 제도의 목적을 고려하여 내용을 정할 수 있으며 그러한 내용을 정한 입법부의 판단은 존중되어야 하는바( 헌법재판소 2007. 12. 27. 선고 2004헌마1021 결정 ), 위에서 본 해석론에 따라 입법자가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사용을 의료법상 의사의 진료행위의 범주내로 설정하고, 반면 한의사에 대하여는 이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것은 국민의 건강권을 보호하고 국민의 보건에 관한 국가의 보호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것으로서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기 어렵고, 이로 인하여 한의사의 직업 수행의 자유가 제한되는 측면이 있다고 하여도 이를 가리켜 입법재량의 일탈로서 위와 같은 입법부작위(혹은 해석내용)가 위헌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는 점, ⑧ 한의학의 발전을 위하여 현대 서양과학적인 이론에 바탕을 둔 의료기기를 사용한 한의학적 진단 및 치료방법의 개발이 요구되고 있으나, 한의사와 의사의 면허범위를 구별하여 서로 업무영역을 구분하고 있는 이원적인 의료관계법을 취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입법태도를 고려하면, 이러한 한의학과 의학의 상호교차 문제는 한의사와 의사 등 이해관계자들이 상호 이해관계를 조정하여 국민적인 합의를 통하여 입법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인 점 등을 종합하면, 한의사인 피고인이 이 사건 한의원에서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인 이 사건 측정기를 이용하여 환자들에 대하여 성장판검사 등을 한 것은 한방의료행위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고, 결국 한의사의 면허 범위 이외의 의료행위를 한 때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나. 다음으로, 피고인의 이 사건 측정기 사용 행위가 학술연구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어서 의료법상 처벌 대상이 되는 의료행위로 볼 수 없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인의 치료행위의 방법, 장소적 제한성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측정기를 이용하여 성장판 검사 등을 하는 것 자체로 이미 의료법상의 의료행위를 하였다고 볼 수 있고, 설령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피고인은 자신이 개원한 이 사건 한의원에 내원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그들로부터 진료비를 받고 이 사건 측정기를 사용하여 성장판 검사 등을 한 이상, 피고인이 환자로부터 촬영비용을 별도로 받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순수한 학술연구 목적으로 이 사건 측정기를 이용하였다고 볼 수 없고, 적어도 치료 등의 목적을 위한 의료행위와 병행하였다고 볼 수 있다.

다. 마지막으로, 피고인의 이 사건 측정기 사용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거나, 피고인에게 의료법상 처벌대상이 되는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에 관한 위법성의 인식이 없었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인이 이 사건 측정기를 사용하여 성장판 검사 등을 한 것은 앞서 본 바와 같이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는 점, 이 사건 측정기는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로 의료법은 이를 설치·운영하려는 의료기관에 대하여 안전관리에 관한 각종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점, 피고인이 이 사건 측정기를 사용함으로써 그로 인한 부작용 내지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측정기를 사용하여 성장판 검사 등을 한 행위는 의료법을 포함한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지 아니한다 할 것이고, 피고인은 원심이 적절하게 설시하고 있듯이 한의사로서 누구보다 한의사에게 허용되는 한방의료행위의 범위에 관하여 잘 알고 있다고 보아야 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자신의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오인하였다 하더라도 앞서 본 항소 이유에서 주장하는 사유만으로는 그와 같은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의 위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3. 결론

따라서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준상(재판장) 김민철 박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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