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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1.2.4.선고 2020도3439 판결
예비군법위반
사건

2020도3439 예비군법위반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검사

원심판결

청주지방법원 2020. 2. 13. 선고 2019노1141 판결

판결선고

2021. 2. 4.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쟁점은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예비군훈련을 거부한 것이 예비군법 제15조 제9항 제1호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가. 병역법 제88조 제1항은 본문에서 "현역입영 또는 소집 통지서(모집에 의한 입영통지서를 포함한다)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이나 소집일부터 다음 각 호의 기간이 지나도 입영하지 아니하거나 소집에 응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정하면서, 제1호에서 '현역입영은 3일'이라고 정하고 있다. 위 조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병역법의 목적과 기능, 병역의무의 이행이 헌법을 비롯한 전체 법질서에서 가지는 위치, 사회적 현실과 시대적 상황의 변화 등은 물론 피고인이 처한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 병역의무의 부과와 구체적 병역처분 과정에서 고려되지 않은 사정이라 하더라도, 입영하지 않은 병역의무자가 처한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정이 그로 하여금 병역의 이행을 감당하지 못하도록 한다면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설령 그 사정이 단순히 일시적이지 않다거나 다른 이들에게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헌법 제19조에서 보호하는 양심은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때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로서 절박하고 구체적인 것이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는 종교적·윤리적·도덕적·철학적 또는 이와 유사한 동기에서 형성된 양심상 결정을 이유로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러한 양심적 병역거부의 허용 여부는 헌법 제19조 양심의 자유 등 기본권 규범과 헌법 제39조 국방의 의무 규범 사이의 충돌·조정 문제가 된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소극적 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에 해당한다. 국가가 개인에게 양심에 반하는 작위의무를 부과하고 그 불이행에 대하여 형사처벌 등 제재를 함으로써 의무의 이행을 강제하는 것은 결국 내면적 양심을 포기하고 국가가 부과하는 의무를 이행하거나, 아니면 내면적 양심을 유지한 채 의무를 이행함으로써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를 스스로 파멸시키는 선택을 강요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헌법상 국방의 의무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양심을 포기하지 않고서는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를 이행할 수 없고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의 이행이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를 스스로 파멸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그러한 병역의무의 이행만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의 경제력과 국방력, 국민의 높은 안보의식 등에 비추어 이러한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한다고 하여 국가안전보장과 국토방위를 달성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의 이행을 강제하고 그 불이행을 처벌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된다.

요컨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병역의무의 이행을 일률적으로 강제하고 그 불이행에 대하여 형사처벌 등 제재를 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비롯한 헌법상 기본권 보장체계와 전체 법질서에 비추어 타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이라는 자유민주주의 정신에도 위배된다. 따라서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면, 이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대법원 2018. 11. 1. 선고 2016도1091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진정한 양심은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하여야 한다. 인간의 내면에 있는 양심을 직접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으므로 사물의 성질상 양심과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판단하여야 한다(위 대법원 2016도1091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예비군법 제15조 제9항 제1호병역법 제88조 제1항과 마찬가지로 국민의 국방의 의무를 구체화하기 위하여 마련된 것이고, 예비군훈련도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의 이행이라는 점에서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관한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에 따라 예비군법 제15조 제9항 제1호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를 해석함이 타당하다. 따라서 진정한 양심에 따른 예비군훈련 거부의 경우에도 예비군법 제15조 제9항 제1호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2. 제1심은 다음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예비군훈련을 거부한 것은 종교적 신념에 근거한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양심에 따른 것으로 예비군법 제15조 제9항 제1호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인정하였고, 원심은 제1심 판결이 정당하다고 판단하여 이를 그대로 유지하였다.

가. 피고인의 부모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이고, 피고인은 부모를 따라 신앙생활을 시작하였으나, 고등학교 무렵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서 요구되는 도덕적 기준에 부담을 느껴 신앙생활을 중단하였다.

나. 피고인은 신앙생활을 중단한 기간인 2011. 6. 7. 육군에 입대하여 현역군인으로 복무한 후 2013. 3. 16. 병장으로 만기 제대하였고, 제대 후에도 2016년경까지 예비군 훈련을 정상적으로 이수하였다.

다. 피고인은 2016. 5.경 다시 성서공부를 시작하여 2017. 7. 29. 침례를 받고 정식으로 '여호와의 증인' 신자가 되었다. 피고인이 다시 신앙생활을 시작한 이후 그 종교적 신념에 반하는 폭력적인 성향을 보였던 사정을 인정할 자료가 없다.

라.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마태복음의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하라'는 가르침에 따라 훈련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진술하였다.

마. 피고인은 2017년경부터 지속적으로 예비군훈련을 거부하여 장기간 동안 여러 차례 걸쳐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고 형사재판에 출석하게 되었다. 피고인이 예비군훈련을 거부함으로써 받게 되는 불이익이 훈련에 참석함으로써 발생하는 불이익보다 현저히 크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형사처벌의 위험과 사회생활의 불안정함을 감수하면서 신앙을 이유로 예비군훈련을 거부하고 있다.

3. 위에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예비군법 제15조 제9항 제1호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검사의 상고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이동원

주심대법관김재형

대법관민유숙

대법관노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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