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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2021. 9. 30. 선고 2020구합71710 판결
[비영리법인설립허가취소][미간행]
원고

사단법인 자유북한운동연합 (소송대리인 홍익법무법인 외 1인)

피고

통일부장관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지평 담당변호사 민창욱 외 1인)

2021. 8. 19.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피고가 2020. 7. 17. 원고에게 한 비영리법인 설립허가 취소처분을 취소한다.

.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당사자 지위

1) 원고는 2011. 7. 20. 민법 제32조 ‘통일부 소관 비영리법인의 설립 및 감독에 관한 규칙’ 제4조 에 따라 피고로부터 설립허가를 받은 비영리법인이다.

2) 피고는 통일 및 남북대화·교류·협력에 관한 정책의 수립, 통일교육, 그 밖에 통일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는 행정관청이다.

나. 원고의 전단 등 살포행위

원고는 2020. 4. 30., 2020. 5. 31., 2020. 6. 22. 접경지역 지원 특별법 제2조 제1호 , 같은 법 시행령 제2조 가 정한 접경지역에 해당하는 인천 강화군·김포시·파주시·강원도 일대 등에서 북한의 지도부나 체제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대북전단지 50만 장·소책자 500권·USB/SD카드 1,000 ~ 2,000개 및 미화 1달러 지폐 2000장(을 제46호증의 1의 기재에 비추어, 위조 지폐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등을 대형 풍선(ad balloon, 애드벌룬) 여러 개에 실어 북한 방향 상공으로 무단으로 살포하는 행위를 하였다(이하 위와 같은 대형 풍선을 이용한 원고의 전단 등 물품 살포행위를 통틀어 ‘이 사건 전단 살포’라 한다).

다. 비영리법인 설립허가 취소처분

피고는 2020. 7. 17. 민법 제38조 에 따라 원고에게 아래와 같은 사유로 법인설립허가를 취소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취소사유]
○ 동 법인은 2020. 4. 30., 2020. 5. 31. 등 수회에 걸쳐 전단 등 물품을 북한으로 살포하는 등
- 법인 설립목적 이외의 사업을 수행하였고(이하 ‘제1처분사유’라 한다),
-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안전의 위험을 초래하고, 한반도에 긴장상황을 조성하는 등 공익을 해하였으며(이하 ‘제2처분사유’라 한다),
- 이와 함께, 법인 설립허가 조건(제1호, 제3호)을 위반하였음(이하 ‘제3처분사유’라 한다).
허가조건: 법인이 다음과 같은 사업이나 활동을 전개할 경우 설립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
1. 민법 제38조(법인의 설립허가의 취소)에 규정된 사항이 발생한 경우
3. 정부의 통일정책이나 통일추진 노력에 저해가 되는 활동이나 사업을 했을 경우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요지

원고가 이 사건 전단 살포를 행한 것은 맞지만,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한 근거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 그 처분사유를 인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비례원칙과 신뢰보호원칙을 위반하는 등으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 또한, 일반적 행동자유권, 결사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 등 헌법상 기본권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하는 등 중대하고 명백하게 위법·부당한 처분에 해당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나. 관계 법령

1) 이 사건 각 처분에 주로 적용되는 관계 법령은 아래와 같고, 관계 법령의 전체적인 내용은 [별지] ‘관계 법령’ 기재와 같다.

가) 헌법은 제3조 에서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4조 에서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 이에 근거하여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이하 ‘남북교류협력법’이라 한다) 제1조 는 이 법은 군사분계선 이남지역과 그 이북지역 간의 상호 교류와 협력을 촉진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 제13조 제1항 은 물품 등을 반출하거나 반입하려는 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물품 등의 품목, 거래형태 및 대금결제 방법 등에 관하여 통일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승인을 받은 사항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주요 내용을 변경할 때에도 또한 같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 한편 민법 제32조 는 학술, 종교, 자선, 기예, 사교 기타 영리 아닌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사단 또는 재단은 주무관청의 허가를 얻어 이를 법인으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38조 는 법인이 목적 이외의 사업을 하거나 설립허가의 조건에 위반하거나 기타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한 때에는 주무관청은 그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2) 이하에서는 관계 규정들과 이 사건 처분 전후의 여러 사실관계를 기초로 이 사건 처분사유의 존재 여부 및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에 관하여 논하기로 한다.

다. 인정 사실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5, 6, 7, 10, 11, 14, 15, 17, 18, 22, 27, 34, 35, 36, 39, 40, 41, 42호증, 을 제2 ~ 22, 26 ~ 38, 42 ~ 46, 48, 49, 50, 54 ~ 62, 63, 64, 66, 68, 70, 72, 73, 77, 78, 79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및 영상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대한민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노력

가) 남북한은 1991. 9. 국제연합(UN)에 동시 가입한 후, 1991. 12. 13. 서울에서 열린 제5차 고위급회담에서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이하 ‘남북기본합의서’라 한다)를 채택하였는데, 위 합의서 제3조에는 ‘남과 북은 상대방에 대한 비방·중상을 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 1992. 9. 17. 채택된 남북기본합의서의 ‘제1장 남북화해’ 관련 부속합의서 제8조는 ‘남과 북은 언론·삐라 그 밖의 다른 수단 방법을 통하여 상대방을 비방·중상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13조는 군사분계선 지역에서의 방송과 시각매개물 등을 통한 비방·중상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다) 대한민국 정부는 1994. 8. 15. 헌법 제4조 에 따른 통일정책으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수립하여 ‘화해·협력의 단계, 남북연합 단계, 통일국가 완성 단계’ 등 3단계를 거쳐서 평화통일을 완성한다는 기조 아래, 통일의 기본 원칙으로 자주, 평화, 민주의 원칙을 제시하였다.

라) 남북한은 2004. 6. 4. ‘서해해상에서 우발적 충돌 방지와 군사분계선 지역에서의 선전활동 중지 및 선전수단 제거에 관한 합의서’를 채택한 후, 2004. 6. 12. 위 합의서에 관한 부속합의서를 약정하였는데, 그 내용 중에 군사분계선 지역에서 방송과 게시물, 전광판, 전단 등을 통한 모든 선전활동과 풍선, 기구를 이용한 각종 물품 살포 등 일체 선전활동을 중지하기로 하는 합의도 포함되어 있다.

마) 위와 같은 일련의 남북 합의를 통하여 정부 차원의 대북전단 활동은 전면 중지되었으나, 일부 국내 탈북민단체 등이 2008년경 전후 무렵부터 피고의 승인 등을 받지 않은 채 접경지역에서 대형 풍선을 이용한 대북전단 살포를 무단으로 계속해 오고 있다. 이에 대한민국 정부는 지속적으로 관련 여러 단체에 대북전단 살포의 중단을 요청해 왔다.

2) 대북전단 살포 관련 북한의 고사포 등 발사

가) 원고는 법인 설립 이래로 연간 기부금 등 예산 대부분을 투입하여 매년 수차례씩 2020년경까지 총 60여 회에 걸쳐 단독으로 또는 다른 단체와 함께 북한 지역에 대북전단 등을 무단으로 살포해 왔고, 이 사건 소송절차에서도 대북전단 살포를 계속 추진할 계획임을 거듭 표명한 바 있다. 원고가 살포한 대북전단은 대부분 북한의 지도부나 체제에 대해 비하적 표현 등을 사용하여 정치적, 인격적으로 비판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나) 북한의 서부전선 사령부는 2012. 10. 19. 남한 탈북자단체의 대북전단 살포계획 발표에 대해 ‘임진각과 그 주변에서 사소한 움직임이 포착되는 즉시, 경고 없는 무자비한 군사적 타격이 실행될 것이다’고 위협하며 서부전선 최전방 북한군 포병부대의 자주포와 견인포를 사격 진지까지 전진 배치하고, 병력도 대기 상태로 배치하였으며, 이에 대한민국 국군이 대응타격을 준비하는 등 교전의 급박한 분위기가 조성된 바 있다.

다) 북한 노동당 창건일인 2014. 10. 10. 일부 국내 민간단체들이 경기 연천군, 파주시 등에서 대형 풍선을 이용하여 대북전단을 살포하였고, 원고도 2014. 10. 10. 오전 11시경 파주시 등 접경지역에서 대북전단 20만 장을 살포하였다. 이에 북한군이 대형 풍선을 향해 145㎜ 고사포와 기관총을 발사하였고, 대한민국 국군도 대응사격을 실시하였으며, 이로 인하여 남북 사이의 군사적 긴장상태가 최고도로 심화되었다(이하 ‘2014. 10. 10. 교전’이라 한다). 원고의 위와 같은 대북전단 살포 장소는 위 연천군 교전 장소와 약 7 ~ 8km 정도의 거리에 있었고, 위와 같은 과정에서 북한군의 포탄 파편이 경기 연천군 민간인 거주지역으로 떨어졌다. 이후 북한은 2015. 3. 22. 원고가 천안함 사건 5주기 전후 시점에 수행하기로 예고한 대북전단 살포에 대하여 무력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하였다.

3) 대북전단 살포를 계기로 한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가) 위와 같은 긴장 상황하에서 남북한은 2015. 8. 25. 판문점에서 개최된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 회담을 통해 ‘남북은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당국회담을 서울 또는 평양에서 빠른 시일 내에 개최하며 앞으로 여러 분야의 대화와 협상을 진행하기로 하고, 남측은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모든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기로 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민간 교류를 활성화하기로 한다.’는 취지 등의 합의를 맺었다. 그런데 2016. 1.경 북한의 4차 핵실험을 둘러싸고 남북 간의 심리전이 격화되는 과정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군사분계선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북한도 이에 대한 대응으로 대남전단을 살포하였다.

나) 남북 정상은 2018. 4. 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을 통하여,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해 2018. 5. 1.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전단 살포, 확성기 방송을 포함한 상대방에 대한 모든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합의하였다는 내용 등을 포함하는 판문점선언을 하였다. 이에 대한민국 정부는 2018. 5. 4. 통일부 대변인을 통하여 ‘대북전단 살포는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남북 양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의 합의 정신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는 취지로 정부의 방침을 공식 표명하였다. 위와 같은 대한민국 정부의 남북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 및 평화통일 정책의 기조는 2018. 5. 26. 남북정상회담, 2018. 9. 18. ~ 9. 20. 남북정상회담, 2018. 9. 19.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 채택에서 거듭 확인되었다. 이에 피고는 원고를 비롯한 관련 여러 단체에 대북전단 살포의 중단을 거듭 요청하였다.

다) 그런데도 원고는 대북전단 살포를 멈추지 않았고, 원고가 2020. 4. 30. 대북전단을 살포한 직후 무렵, 북한은 대북전단 살포를 비판하는 보도를 하고 군사분계선 인근 고사포를 남쪽으로 전진 배치하여 물리적 대응 태세에 나섰다. 이후 북한은 2020. 6. 4. 원고가 2020. 4. 30. 및 2020. 5. 31. 수행한 이 사건 전단 살포가 판문점선언 위반에 해당함을 지적하면서, 대한민국 정부가 적절한 대처를 하지 않는다면 개성공업지구의 완전 철거,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폐쇄, 남북군사합의 파기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견을 표명하였다. 이후 북한은 실제로 2020. 6. 16. 개성공업지구에 위치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였고, 이로 인하여 남북 사이의 긴장관계가 다시 고조되었다.

4) 통일부의 원고에 대한 대북전단 살포 중단 요청과 원고의 불응

가) 통일부는 2012. 10. ~ 2020. 6. 총 18회(= 공문 발송 2회 + 단체 면담 12회 + 유선 접촉 4회)에 걸쳐 원고 대표자 소외인(갑 제1호증 법인등기부에 대표자 등기가 되어 있지 않으나, 을 제1호증 법인설립허가증 및 소송위임장 각 기재를 종합하여, 대표자를 소외인으로 특정한다)에게 대북전단 살포의 중단 협조를 계속 요청하였다.

나) 그러나 원고는 이에 응하지 않은 채 2014. 10. 10. 교전 이래 2021. 4.경까지 총 41회(= 파주시 20회 + 김포시 14회 + 강화군 3회 + 연천군 4회)에 걸쳐 접경지역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하였다.

라. 처분사유의 존재 여부

1) 제1처분사유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민법 제38조 는 “법인이 목적 이외의 사업을 하거나 설립허가의 조건에 위반하거나 기타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한 때에는 주무관청은 그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비영리법인에 관한 설립허가취소사유를 정하고 있다. 여기서 비영리법인이 ‘목적 이외의 사업’을 한 때란 법인의 정관에 명시된 목적사업과 그 목적사업을 수행하는 데 직접 또는 간접으로 필요한 사업 이외의 사업을 한 때를 말하고, 이때 목적사업 수행에 필요한지는 행위자의 주관적·구체적 의사가 아닌 사업 자체의 객관적 성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4. 1. 23. 선고 2011두25012 판결 참조).

나) 이 사건 전단 살포가 ‘목적 이외의 사업을 한 때’에 해당하는지 여부

위 인정 사실과 더불어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대북전단 살포의 기간이나 경위, 소요 예산, 그로 인한 결과 등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전단 살포는 원고의 핵심 사업으로서 그 객관적 성질상 원고의 설립목적 이외의 사업 수행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1) 원고의 정관 제2조는 원고의 설립목적에 대하여, ‘민간차원에서 정부의 통일정책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북한의 실상을 국내외에 적극 홍보하고, 북한 민중이 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누리는 자유민주주의를 이룩하여 한반도 평화통일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피고는 2011. 7. 20. 원고에게 설립허가를 하면서 ‘ 민법 제38조 (법인의 설립허가 취소)에 규정된 사항이 발생했을 경우(제1항)’와 ‘정부의 통일정책이나 통일추진 노력에 저해가 되는 활동이나 사업을 했을 경우(제3항)’ 등에는 설립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는 허가조건을 부가하였다.

위와 같은 원고의 정관상 목적, 설립 허가조건의 내용과 취지 등을 살펴보면, 원고의 설립목적은 ‘정부의 통일정책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라는 제한된 조건하에서 유효하게 성립될 수 있음이 문언해석상 명백하다. 만일 원고의 사업이나 활동의 주요 부분이 대한민국 정부가 표방해 온 통일정책 및 통일추진 노력에 저촉되는 것이라면, 원고의 설립목적에 속하는 사업이나 활동에 포함된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2) 그런데 이 사건 전단 살포는 앞서 본 바와 같은 남북 간 일련의 적대행위 중단 합의에 정면으로 반하고 대한민국 정부의 계속된 대북전단 살포의 중단 요청을 묵살한 채 강행한 것이며, 남북 간 군사적 긴장상태를 고조시키는 등 정부의 통일정책 추진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012. 1. ~ 2020. 6. 이루어진 대북전단 살포행위에 대하여 총 75회에 걸쳐 이를 비난하는 공식 입장을 표명하며 군사적 충돌을 유발하는 적대행위로 간주한 바 있고, 실제로 대북전단 살포는 남북의 군사적 긴장 고조 및 충돌을 유발시킨 하나의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3) 또한 이는, 원고의 정관 제4조에 명시된 여러 사업을 통하여 북한의 실상을 국제사회와 국내에 널리 알리고 이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거나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북한에 알리려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내용 등에 비추어 주된 목적이 북한의 체제와 지도자를 정치적·인격적으로 비판하는 내용의 의견을 북한 지역에 널리 호소·표명하려는 것에 불과하다.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전단 살포가 ‘북한 민중이 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누리는 자유민주주의를 이룩하여 한반도 평화통일에 이바지함’이라는 법인의 목적 달성에 어떠한 실효적이고 직간접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는, 그 전후의 사정에 비추어 그 주장을 뒷받침할 객관적인 근거가 부족하다.

(4) 그리고 원고의 정관 제4조는 원고가 위와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행할 수 있는 사업에 대하여, ‘북한인권 실태조사 및 국제 연대사업(제1호), 북한 민주화 실현을 위한 분야별 네트워크 구축사업(제2호), 북한사회 바로 알리기(제3호), 민주주의, 인권, 평화, 통일에 관한 시민교육(제4호), 기타 법인의 목적달성에 필요한 사업(제5호)’을 규정하고 있다. 원고가 2011년경 피고에게 법인설립 허가를 신청하면서 제출한 사업계획서에는 정관 제4조에 기재된 사업에 관한 세부내용이 적시되어 있다. 즉, ① 북한인권 실태조사 및 국제 연대사업은 북한정부에 의한 인권유린, 정치범 수용소, 기아 등 북한 실태 전반에 대해 조사하여 그 참상을 국내와 국제사회에 알리고 기록하기 위한 것으로 그 장소는 원고 사무실이고, 구체적으로 북한 관련 NGO 단체들의 조사내용 참고, 신문 방송을 비롯한 언론을 통한 조사, 탈북자를 대상으로 북한실태 조사 등을 수행하는 것이다. ② 북한 민주화 실현을 위한 분야별 네트워크 구축사업은 원고 사무실에서 탈북자단체, 북한 NGO 단체와 합동세미나 등 정보교류, 인터넷 홈페이지 네트워크 구축, 국제인권단체와의 협력 등을 수행하는 것이다. ③ 북한 관련 정보 서비스 사업(북한사회 바로 알리기 사업)은 원고 사무실이나 홈페이지를 이용하거나 기자회견, 행사, 세미나, 강연, 사진전 등의 방법으로 북한정권의 인권탄압에 대한 고발활동, 국제컨퍼런스 및 정책세미나 등을 통한 효과적인 북한의 실상 알리기 및 대정부 정책제안 활동, 북한의 열악한 정치사회 실상과 정보를 국민에게 알리고 자유민주주의 체재 우월성을 고취하기 위한 캠페인 등을 수행하는 것이다. ④ 민주주의, 인권 평화, 통일에 관한 시민교육 사업은 탈북자 증언, 강연, 사진전을 통한 고발활동, 국제컨퍼런스 및 정책세미나 등을 통한 효과적인 북한 민주화운동방안 모색과 대정부 정책제안 활동, 북한의 열악한 정치사회 실상을 알리고 민주주의 이념을 강화하기 위한 관련 교육도서 및 정기간행물 기획, 제작, 출판 보급을 수행하는 것이다.

위와 같은 원고의 정관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행사업이나 활동의 구체적 내용, 장소, 방법 등을 면밀히 살펴보면, 원고가 설립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사업수행 및 활동의 일환으로 원고의 홈페이지나 기자회견, 세미나, 강연, 사진전, 도서출판, 외부단체와의 정보교류 등을 활용하여 북한의 실상을 국제사회와 대한민국 국민에게 널리 알리는 사업을 추진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을 뿐이다. 달리 이 사건 전단 살포에 관련된 사업이 정관의 사업 범위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다거나 그에 포함되어 있다고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는 찾기 어렵다.

(5) 원고는, 이 사건 전단 살포가 북한 주민이 인권을 누리는 자유민주주의를 이룩하여 한반도 평화통일에 이바지하기 위한 것이므로, 법인의 목적 사업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북한은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이면서 우리나라의 자유민주체제에 위협을 가할 우려가 있는 반국가단체로서의 성격을 동시에 지닌 이중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 헌법재판소 1993. 7. 29. 선고 92헌바48 결정 , 대법원 2010. 7. 23. 선고 2010도1189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즉, 우리나라와 북한이 휴전 상태에서 여전히 군사적·정치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등 특수한 긴장상황에 있음을 감안하더라도, 원고의 지속적 전단 살포는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에 해당하는 북한의 존재 자체를 부정한 채, 반국가단체로서의 성격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것으로 남북관계를 악화시키고 대한민국 정부의 민주적 평화통일 정책에 위배되는 것에 해당한다. 나아가, 대북전단 살포행위는 원고의 정관이나 사업계획서에 명시되어 있지도 않고, 그 전후의 사정에 비추어 달리 남북관계를 실질적으로 개선하거나 정부의 평화적 통일정책에 기여한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근거나 합리적 이유를 찾아볼 수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6) 결국, 원고가 연간 기부금 등 예산 대부분을 투입하여 매년 주된 목적사업으로 추진 중인 이 사건 전단 살포 등 대북전단 활동은 정부의 통일정책을 저해하는 것으로서, 정관으로 정한 목적사업과 이를 수행하는 데 직접 또는 간접으로 필요한 사업이나 활동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그 설립목적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다) 소결론

따라서 제1처분사유를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에 관한 피고의 판단은 정당하고, 이를 다투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2) 제2처분사유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민법 제38조 가 정한 비영리법인에 관한 설립허가 취소사유인 비영리법인이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한 때’란 법인의 기관이 그 직무의 집행으로서 공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하거나 그 사원총회가 그러한 결의를 한 경우를 의미한다. 그리고 민법 제38조 는 법인이 설립될 당시에는 그가 목적하는 사업이 공익을 해하는 것이 아니었으나 그 후의 사정변경에 의하여 그것이 공익을 해하는 것으로 되었을 경우에 대처하기 위한 규정인 점, 법인 설립허가취소는 법인을 해산하여 결국 법인격을 소멸하게 하는 제재처분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민법 제38조 에서 정한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한 때에 해당하려면 당해 법인의 목적사업 또는 존재 자체가 공익을 해한다고 인정되거나 당해 법인의 행위가 직접적이고도 구체적으로 공익을 침해하는 것이어야 하고, 목적사업의 내용, 행위의 태양 및 위법성의 정도, 공익 침해의 정도와 경위 등을 종합하여 볼 때 당해 법인의 소멸을 명하는 것이 불법적인 공익 침해 상태를 제거하고 정당한 법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제재수단으로서 긴요하게 요청되는 경우이어야 한다( 대법원 2014. 1. 23. 선고 2011두25012 판결 , 대법원 2020. 2. 27. 선고 2019두39611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 전단 살포가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한 때’에 해당하는지 여부

앞서 인정한 사실들과 더불어 앞서 든 증거들에 갑 제33호증, 을 제23, 24, 25, 39, 40, 41, 47, 51, 71, 74, 75, 76, 80 ~ 96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전단 살포를 실시하여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안전의 위험을 초래하고 한반도 긴장상황을 조성하는 등 공익을 해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남북이 분단 상태로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접경지역 지원 특별법 제2조 제1호 , 같은 법 시행령 제2조 제1항 이 정한 접경지역에 속하는 10개의 지역(옹진군, 강화군, 김포시, 파주시, 연천군, 철원군, 화천군, 양구군, 인제군, 고성군)에는 약 120만 명의 주민들이 생업에 종사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대북전단 살포로 남북 사이에 군사적 긴장과 위기 상황이 고조되면 민간인 출입통제선 부근 파주시 통일촌 등 접경지역 주민들은 농경지 출입과 교통의 통제를 받게 되고 지하 대피소로 대피해야 하는 등 일시적이나마 일상적 활동을 할 수 없게 되고, 교전 발생의 위험에 따른 극도의 불안한 생활환경에 처하게 될 뿐만 아니라, 지역경제의 침체도 발생하게 된다.

(2) 그런데 2014. 10. 10. 교전 당시 북한군이 대북전단 대형 풍선을 향해 고사포를 발포하고 그 과정에서 포탄 파편이 경기 연천군 등 접경지역에 추락하면서 군사적 긴장과 접경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이 크게 고조된 바 있다(2014. 10. 18. ~ 10. 19. 강원 철원군과 파주시 부근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남북 사이에 총격전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원고도 2014. 10. 11. 오전 11시경 위 연천군 교전 장소와 약 7 ~ 8km 정도의 거리에 있는 파주시 등 접경지역에서 대북전단 20만 장을 살포한 이상, 같은 날 오후 북한군의 무력 대응을 유발시킨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하여 연천군의회와 경기도의회 소속 의원들은 2014. 10. ~ 11.경 파주시와 연천군 등 접경지역 내 대북전단 살포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잇따라 발표하기도 하였다. 나아가, 접경지역 주민들은 탈북민단체 회원들의 대북전단 살포활동을 제지하기 위해 몸싸움과 격한 언쟁을 벌이거나 현수막을 내걸어 대북전단 살포 중단을 촉구하며 생명·신체·재산에 대한 위험 노출로 인한 불안감 해소를 적극 호소하고 있다[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이하 ‘남북관계발전법’이라 한다)이 2020. 12. 29. 개정되면서 신설된 제24조 대북전단살포 금지조항은 비록 국회 내 의견 대립으로 다수당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만 의결되었는데, 이러한 개정은 대북전단 살포로 인한 북한의 도발행위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접경지역 주민 3,000여 명이 법률개정 촉구 청원을 한 것 등에도 관련이 있다].

(3) 접경지역의 풍향과 기후 등의 영향을 감안하면, 관련 단체 등이 보낸 일부 대북전단이 북한 지역에 들어갔을 개연성이 상당하고, 이에 따라 접경지역 전역에서 북한군의 무력 대응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대한민국 정부는 원고 등에 대하여 거듭하여 대북전단 활동의 중지를 요청했음에도, 원고는 접경지역에서 대북전단 활동을 지속해 오면서, 2014. 10. 10. 교전 무렵부터 2021년경까지 총 41회(= 파주시 20회 + 김포시 14회 + 강화군 3회 + 연천군 4회)에 걸쳐 접경지역에서 지속적 대북전단 살포활동을 하였다.

특히 원고가 2020. 4. 30. 및 2020. 5. 31. 이 사건 전단 살포를 무단으로 강행한 이후 북한은 이에 대한 무력 대응을 시사하였고, 2020. 6. 16.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였다(이에 대한민국 국군은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을 우려하여 전군 주요 지휘관들에 대해 비상 대기령을 명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원고의 이 사건 전단 살포는 북한의 대남 적대조치 및 그로 인한 긴장상황 심화를 직접 초래한 빌미의 하나가 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4) 접경지역 시장군수 협의회는 2020. 6. 4. 피고에게 ‘대북전단 살포는 남북 긴장 완화와 갈등 해소, 안전하고 평화로운 삶을 원하는 접경지역 주민들의 바람과 여망을 무너뜨리는 무책임한 행위이므로 탈북민단체들이 접경지역에서 행하고 있는 대북전단 살포행위를 즉각 중단시켜 줄 것을 요청하고,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을 건의한다.’는 내용을 담은 호소문을 전달한 바 있다. 같은 취지로 ① 고양시·파주시 지역 37개 시민사회단체의 2020. 6. 11.자 성명서, ② 파주시 장단면 지역 이장단협의를 비롯한 사회단체 및 주민들의 2020. 6. 19.자 성명서, ③ 접경지역 평화기도 목사모임의 2020. 9. 4.자 탄원서, 민간인통제구역 내 통일촌 주민들의 2020. 10. 5.자 탄원서, ④ 접경지역 시민사회단체 일동의 2020. 12. 14.자 성명서, ⑤ 접경지역 주민들 일동의 2020. 12. 15.자 성명서, ⑥ 접경지역 철원군 주민들 일동의 2021. 7. 27.자 호소문 등이 잇따라 발표되거나 피고에게 전달되었다. 이처럼 접경지역 주민들은 대북전단 살포는 정치적 이념의 문제를 뛰어넘는 생존과 안전이 걸린 중대한 문제라고 호소하며 대북전단 살포 금지를 촉구하는 데 적극 동참해 오고 있는바, 원고의 이 사건 전단 살포는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 확보라는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것임이 명백하다.

(5) 경기도는 북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추가적 무력 대응을 우려하여, 2020. 6. 17.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제41조 (위험구역의 설정)에 따라 경기북부 5개 기초 지방자치단체 전역을 위험구역으로 설정하고 대북전단 살포자의 위험구역 출입과 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설정기간: 2020. 6. 17. ~ 2020. 11. 30., 설정지역: 연천군, 포천시, 파주시, 김포시, 고양시 전역, 경기도 공고 제2020-1227호)을 공고하였다. 인천광역시도 2020. 6. 17. 같은 취지로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열고 대북전단 살포행위를 원천적으로 금지시키기 위해 살포 예상지역에 대한 경비를 강화할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원고는 위와 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2020. 6. 20.경 언론을 통해 6·25를 즈음하여 대북전단을 살포할 것이라는 계획을 거듭 표명한 바 있고, 실제로 2020. 6. 22. 파주시 일대에서 이 사건 전단 살포를 수행하였다. 이후에도 원고가 거듭하여 밝힌 추가적인 전단 살포 예고는 북한의 군사적 도발을 야기할 가능성이 다분하고 이로 인해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신체·재산은 상시 위험에 노출되어 불안감이 심화될 것임은 자명하다( 대법원 2016. 2. 25.자 2015다247394 심리불속행 기각판결 의 원심인 의정부지방법원 2015. 10. 8. 선고 2015나50546 판결 의 취지 참조). 즉, 원고의 계속된 대북전단 살포는 2014. 10. 10. 교전 사건과 유사한 상황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고, 상황 변화에 따라서는 군사분계선 부근에서 남북 간 우발적 군사 충돌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이러한 당시의 상황 인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6) 이 사건 전단 살포는 남북관계의 발전 및 정부의 평화통일 정책이라는 헌법적 가치 및 이념에 반하는 점에서도 공익을 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만일 원고가 접경지역에서 대북전단 살포 등의 행위를 지속한다면 남북 간의 평화합의는 유지되기 어렵게 되고, 군사적 긴장의 고조로 대화와 협력을 통한 평화적 통일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훼손되는 결과가 초래될 우려가 있다.

(7) 원고의 대표자 소외인은 이 사건 전단 살포로 인하여 남북교류협력법 제13조 위반 혐의 등, 2021. 4.경 실시한 대북전단 살포행위로 인하여 남북관계발전법 제24조 제1항 제1호 위반 혐의 등으로 각 형사 입건되었고, 현재 검찰청에서 그에 관해 수사 중이다(원고의 대표자 소외인은 이 법정에서 형사 입건과 상관없이 향후 대북전단 활동을 지속할 것임을 밝히기도 하였다). 대한민국 정부의 통일정책과 관계되는 위 각 법률을 위반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원고 대표자의 행위는 법인 대표기관의 독단적인 비위행위에 그친 것이 아니라, 일련의 대북전단 살포행위라는 원고의 주된 사업활동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평가된다.

(8) 북한 당국은 2020년경부터 남한 상공에서 날아오는 물체를 통한 코로나 감염병 전염 가능성을 우려하여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더욱 예민한 반응을 보이며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고의 지속적 대북전단 활동이 북한의 군사적 도발의 빌미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9) 결국, 원고가 주된 사업으로 추진해 오고 있는 대북전단 활동의 기간, 행위의 태양, 그로 인해 유발된 위해의 내용, 피고의 계속적 중단요청에 대한 원고의 태도, 공익 침해의 정도와 경위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이 사건 전단 살포는 접경지역에서 군사적 충돌의 위험을 야기하여 그곳 주민들의 생명·신체 안전에 대한 위험을 야기하고, 남북 사이의 군사적 긴장 고조로 대한민국 정부의 평화적 통일정책 추진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등 직접적이고도 구체적으로 공익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나아가, 원고의 설립허가를 취소하는 것이 위와 같은 불법적 공익침해 상태를 제거하고 정당한 법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제재수단으로서 긴요하게 요청된다고 볼 수 있다.

다) 소결론

따라서 제2처분사유를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에 관한 피고의 판단은 정당하고, 이를 다투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3) 제3처분사유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전단 살포가 설립허가의 조건을 위반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

앞서 인정한 사실들과 더불어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해 보면, 원고의 이 사건 전단 살포는 대한민국 정부의 통일정책이나 통일추진 노력에 저해가 되는 사업 활동에 해당하여 원고가 법인 설립허가 조건을 위반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원고가 2014. 9. 8. 파주시에서 대북전단 20만 장을 살포한 이후, 북한 국방위원회는 2014. 9. 13. 및 2014. 9. 15. 두 차례에 걸쳐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대북전단 살포를 포함한 적대행위를 중단해야만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이 열릴 수 있고, 전단살포가 개시될 경우, 도발 원점과 그 지원 및 지휘세력을 초토화하기로 결심한 상태이다.’는 내용의 통지문을 보냈다. 그럼에도 원고는 2014. 9. 18. 북한의 반응과 상관없이 같은 달 21일 대북전단을 살포할 것임을 예고하였고, 북한의 노동신문이 2014. 9. 20. 대북전단 살포는 엄중한 적대행위라면서 군사적 대응 방침을 보도했지만, 원고는 2014. 9. 21. 파주시에서 대북전단 20만 장을 살포하였다.

(2) 계속하여 원고는 2014. 10. 8. ‘북한 노동당 창건일인 2014. 10. 10. 대북전단 살포’를 예고하였고, 2014. 10. 10. 교전 사건이 발생하였다. 북한은 그 전후 무렵 원고의 대북전단 살포를 특정하여 ‘대북전단 살포로 인하여 남북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게 될 것이고 이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논평을 잇따라 발표하였다. 피고는 당시 국회의 국정감사에서 ‘대북전단 살포가 남북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현명한 처신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의사를 표명하였다.

(3) 북한은 2020. 6. 4. ~ 6. 13. 여러 차례 원고의 2020. 4. 30. 및 2020. 5. 31. 이루어진 이 사건 전단 살포 등을 특정하면서 ‘남북군사합의 파기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견을 표명하였고, 2020. 6. 16.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였다. 이와 같은 심각한 상황에서 피고 측이 계속하여 중지를 요청하고 이 사건 처분의 사전통지를 하였음에도, 원고는 2020. 6. 20. ‘향후 대북전단 살포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힌 후, 2020. 6. 22. 밤 11시경 파주시 일대에서 대북전단 50만 장, 소책자, SD카드 등을 살포하였다.

(4) 대북전단 살포 등은 헌법 제4조 에 따라 대한민국 정부가 우발적 군사 충돌을 방지하기 위하여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를 채택한 이래 2018년 남북정상회담에 이르기까지 남북이 중지하기로 합의한 적대행위라는 점에서, 원고가 지속하여 온 대북전단 살포는 대한민국 정부의 평화적 통일정책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또한 이 사건 전단 살포는 헌법 제4조 를 기반으로 하는 남북교류협력법과 남북관계발전법 위반의 소지가 있고,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라는 북한의 이중적 지위를 부정함으로써 접경지역에서의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을 야기할 우려가 있는 활동이다. 이에 따라 남북 사이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관련 합의의 이행이 실질적으로 중단되는 등으로, 대한민국 정부가 한반도 평화와 협력을 통한 통일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상당한 지장을 받게 되었음은 명백하다. 달리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전단 살포가 대한민국 정부의 자유민주적 평화통일 정책에 기여하는 활동이라고 볼 만한 객관적인 사정은 찾아보기 어렵다.

(5) 결국, 원고의 이 사건 전단 살포는 앞서 본 바와 같이 민법 제38조 에 규정된 법인 설립허가 취소사유인 목적 이외의 사업을 수행하고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한 것으로서 법인 설립에 관한 허가조건 제1항을 위반한 경우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의 통일정책이나 통일추진 노력에 저해가 되는 것으로서 법인 설립에 관한 허가조건 제3항을 위반한 경우에도 해당한다.

나) 소결론

따라서 제3처분사유를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에 관한 피고의 판단은 정당하고, 이를 다투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마. 표현의 자유 등 헌법상 기본권 침해 여부

1) 관련 법리

국가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헌법상 의무가 있지만( 헌법 제10조 ),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표현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 등 헌법상 기본권을 합리적 범위 내에서 제한할 수 있다( 헌법 제37조 제2항 ).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 ICCPR) 제19조 제3항도 ‘같은 조 제2항의 표현의 자유를 행사함에는 특별한 의무와 책임이 따르므로, 타인의 권리 또는 신용의 존중, 국가안보 또는 공공질서, 공중보건 또는 도덕의 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표현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다.’는 취지로 명시하고 있다[The exercise of the rights provided for in paragraph 2 of this article carries with it special duties and responsibilities. It may therefore be subject to certain restrictions, but these shall only be such as are provided by law and are necessary: (a) For respect of the rights or reputations of others, (b) For the protection of national security or of public order (ordre public), or of public health or morals].

한편 국가가 국민의 표현행위를 규제하는 경우, 표현내용에 대한 규제는 원칙적으로 중대한 공익의 실현을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에 한하여 엄격한 요건 하에서 허용되는 반면, 표현내용과 무관하게 표현의 방법을 규제하는 것은 합리적인 공익상의 이유로 비례의 원칙(과잉금지의 원칙)을 준수하여 이루어지는 이상 폭넓은 제한이 가능하다( 헌법재판소 2002. 12. 18. 선고 2000헌마764 결정 등 참조).

2) 과잉금지원칙 위배 여부

앞서 든 증거들과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처분이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배하여 표현의 자유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를 다투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 또한 이유 없다.

가) 2018. 4. 27. 판문점선언 이후 정부의 거듭된 대북전단 살포 중단 요청에 따라 여러 민간단체들이 전단 살포를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원고는 정부의 대북전단 살포 중단 요청과 경찰의 여러 조치에도 불구하고, 대북전단 등의 살포를 지속적으로 강행함으로써, 평화 유지를 위한 대한민국 정부의 통일정책 추진에 지장을 초래하였고, 2020. 6.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 북한의 대남 적대조치에 직접적인 빌미를 제공하였다. 또한 접경지역에서 군사적 충돌의 위험이 고조되면서 접경지역 주민들은 생명과 신체의 안전에 대한 불안감으로 큰 정신적 고통을 겪게 되었고, 상당한 경제적 피해도 입은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대한민국 정부의 승인 없이 무단으로 수행되는 원고의 지속적 대북전단 활동은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 및 재산 등 타인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고,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켜 국가안보를 저해할 소지가 있으며, 접경지역 주민과의 심각한 갈등을 조성하여 공공질서의 안정을 깨뜨리는 등으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9조 제3항이 정한 표현의 자유의 합리적 제한 대상에 해당한다.

한편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제정한 법률은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헌법재판소에서 위헌결정을 내리기까지는 합헌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남북교류협력법과 남북관계발전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원고 대표자는 향후 수사기관의 처분이나 자신이 제기한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조항 대상 헌법소원 사건 관련 헌법재판소의 결정 결과와 무관하게 앞으로도 대북전단 활동을 강행할 계획임을 밝혀, 향후 원고가 비영리법인의 실체를 유지하며 기존 방식대로 대북전단 활동을 그대로 수행할 경우에는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정당한 법질서를 훼손할 우려가 크다.

나) 원고의 이 사건 전단 살포 등 지속적인 대북전단 활동으로 인한 남북 사이의 특수한 긴장·위기상황의 고조는 과거 그 활동 전후에 몇 차례 있었던 충돌이나 적대행위 등을 감안할 때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에 해당하고, 달리 단순한 추상적 위험의 개연성이 있는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결국 이 사건 처분은 위와 같은 경험과 인식 등을 기초로 이 사건 전단 살포로 증폭되는 북한의 무력 도발의 급박한 위험 상황에서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신체·재산을 보호하고, 대한민국 정부의 평화적 통일정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선택한 불가피한 최후의 조치에 해당한다.

다)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하여 원고가 해산·소멸되는 중대한 제한을 받게 되는 사정은 인정되나, 앞서 본 바와 같은 구체적·현실적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합리적인 공익상의 이유로 표현의 방법을 규제하는 것은 비례의 원칙(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비교적 폭넓게 허용될 수 있다.

이 사건 처분은, 피고가 위와 같은 위험의 발생을 이유로 계속하여 중단 협조를 요청하였음에도, 원고가 이에 불응하면서 지속해 온 일련의 대북전단 활동이라는 원고의 표현 방법과 수단 등을 문제삼아 이루어진 것일 뿐, 실질적으로 그 표현 내용을 제재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원고가 이 사건 처분으로 해산·소멸함으로써 종전과 비교하여 기부금과 후원금을 모금하는 데에 일정한 제약을 받게 된다고 할지라도, 목적사업의 뜻을 함께 하는 원고 소속 회원들이 비법인단체로서 실체를 유지하거나, 기존 회원들이 개인적으로 합법적인 방법과 수단을 통해 북한의 실상을 국내외에 적극 홍보하는 등 대북사업 활동을 전개하며 표현의 자유 등 헌법상 기본권을 행사하는 데에는 별다른 지장이 생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 사건 처분의 효력을 유지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공익(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 한반도 긴장 완화를 통한 정부의 평화적 통일정책 추진)의 중대함에 비추어, 그러한 공익적 가치와 원고의 기본권 제한의 정도가 합리적인 비례관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고, 이 사건 처분은 헌법상 허용되는 필요하고도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3)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 일반적 행동자유권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바. 재량권의 일탈·남용 여부

1) 앞서 살핀 것처럼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하여 원고가 입게 되는 기본권 제한 등 불이익보다 이 사건 처분의 효력을 유지함으로써 달성하고자 하는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 한반도 긴장 완화를 통한 정부의 평화적 통일정책 추진’이라는 공익적 필요가 훨씬 더 크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처분이 비례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2) 또한, 피고가 원고에게 법인 존속과 관련하여 신뢰의 대상이 되는 공적 견해표명을 하였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사정을 찾기 어렵다. 더구나 원고의 이 사건 전단 살포는 공익 또는 제3자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로서 원고에게 귀책사유가 없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처분이 신뢰보호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3) 결국, 원고가 주장하는 여러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이 사건 처분이 비례원칙과 신뢰보호원칙 위배로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를 다투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

판사   정상규(재판장) 김병주 지은희

판사 지은희 병가로 인하여 서명날인 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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