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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1994. 2. 24. 선고 93헌마192 결정문 [교육법 제96조 제1항 위헌확인]
[결정문]
사건

93헌마192 敎育法 第96條 第1項 違憲確認

(1994. 2. 24. 93헌마192 全員裁判部)

[판시사항]

가. 교육(敎育)을 받을 권리(權利)의 헌법(憲法)상 의의(意義)와 기능(機能)

나. 의무교육(義務敎育) 취학연령(就學年齡)을 획일적으로 규정한 것이 헌법(憲法)에 위반되는지 여부

[결정요지]

가. 교육(敎育)을 받을 권리(權利)는, 첫째 교육(敎育)을 통해 개인(個人)의 잠재적인 능력을 계발(啓發)시켜 줌으로써 인간다운 문화생활(文化生活)과 직업생활(職業生活)을 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해 주고, 둘째 문화적이고 지적인 사회풍토(社會風土)를 조성하고 문화창조(文化創造)의 바탕을 마련함으로써 헌법(憲法)이 추구하는 문화국가(文化國家)를 촉진시키고, 셋째 합리적이고 계속적인 교육을 통해서 민주주의(民主主義)가 필요로 하는 민주시민(民主市民)의 윤리적(倫理的) 생활철학(生活哲學)을 어렸을 때부터 습성화시킴으로써 헌법(憲法)이 추구하는 민주주의(民主主義)의 토착화에 이바지하고, 넷째 능력에 따른 균등한 교육을 통해서 직업생활(職業生活)과 경제생활(經濟生活)의 영역에서 실질적인 평등(平等)을 실현시킴으로써 헌법(憲法)이 추구하는 사회국가(社會國家), 복지국가(福祉國家)의 이념을 실현한다는 의의와 기능을 가지고 있다.

나. (1). 현재 국가(國家)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의 국가에서 만 6세부터 의무교육(義務敎育)을 받도록 하고 있는바, 이처럼 대부분의 국가(國家)에서 만 6세 전후가 되는 시기에 초등교육기관(初等敎育機關)에 입학하여 교육을 받도록 의무화하고 있는 것은 아동(兒童)의 신체(身體), 지능(知能), 정서(情緖), 심리발달단계(心理發達段階) 및 단계별(段階別) 제 특징(特徵)과 학습준비도(學習準備度)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국민기초교육으로서의 초등교육을 이 시기부터 받게 하는 것이 국가사회적 측면으로도 보편타당하다는 인류사회공동체(人類社會共同體)의 역사적(歷史的), 전통적(傳統的) 합의(合意)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 헌법(憲法) 제31조 제1항에서 말하는 "능력(能力)에 따라 균등(均等)하게 교육(敎育)을 받을 권리(權利)"란 법률(法律)이 정하는 일정한 교육을 받을 전제조건(前提條件)으로서의 능력을 갖추었을 경우 차별 없이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기회가 보장된다는 것이지 일정한 능력, 예컨대 지능(知能)이나 수학능력(修學能力) 등이 있다고 하여 제한 없이 다른 사람과 차별하여 어떠한 내용과 종류와 기간의 교육을 받을 권리가 보장된다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의무취학(義務就學) 시기를 만 6

세가 된 다음날 이후의 학년초(學年初)로 규정하고 있는 교육법(敎育法) 제96조 제1항은 의무교육제도(義務敎育制度) 실시를 위해 불가피한 것이며 이와 같은 아동(兒童)들에 대하여 만 6세가 되기 전에 앞당겨서 입학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헌법(憲法) 제31조 제1항의 능력(能力)에 따라 균등(均等)하게 교육(敎育)을 받을 권리(權利)를 본질적(本質的)으로 침해(侵害)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참조조문]

헌법(憲法) 제31조 제1항 내지 제3항, 제6항

청구인

: 이○하

미성년자이므로 법정대리인

친권자 부 이○환(변호사자격이 있음)

모 박○영

박은영 대리인 변호사 이철환

[주 문]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이 유]

1. 청구인이 교육법 제96조 제1항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가. 청구인은 1988.5.25. 생으로 1993.3.1. 현재 만 4세 9개월된 여자 어린이로서 1991.3.경부터 1993.2.말까지 근 2년간 유치원에서 수학하여 집단생활을 경험하면서 언어교육과 그림, 음악, 유희, 회화, 수기 등의 표현력을 배워 왔고 한글해독은 물론 매일 일기까지 작성하는 습관을 몸에 익혀 왔기 때문에 국민생활에 필요한 기초적인 초등보통교육을 받을 만한 충분한 능력이 있다.

그런데 아동이 국민학교에 취학하기 위해서는 교육법시행령 제92조, 제93조의 각 규정에 의하여 읍, 면, 동장이 취학할 아동의 보호자에게 취학통지를 하고 관계 학교장에게는 취학아동명부를 통보해야 하는데 위와 같은 취학통지 및 취학아동통보는 매년 학년이 시작되는 3월 1일 현재로 만 6세가 된 어린이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청구인처럼 아무리 취학능력이 있는 어린이라 할지라도 만 6세가 되지 아니하면 취학이 불가능한 실정인 바, 이렇게 된 원인은 교육법 제96조 제1항이 "모든 국민은 그 보호하는 자녀가 만 6세가 된 다음날 이후의 최초학년초부터 만 12세가 되는 날이 속하는 학년말까지 그 자녀를 국민학교에 취학시켜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며, 이 규정은 결국 청구인처럼 국민학교 취학능력이 충분하면서

도 불과 몇개월 차이로 만 6세가 안된 어린이의 취학을 방해하는 규정이고 이는 헌법 제31조 제1항에서 보장하고 있는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위헌법률이다. "능력에 따라" 교육을 받을 권리라 함은 재능이나 그 밖의 일신 전속적인 능력(정신적·육체적 능력)에 따른, 즉 정신적·육체적 능력에 상응한 적절한 교육을 받을 권리를 말하기 때문이다.

나. 청구인은 1993.3.1.부터 시작되는 학년초에 국민학교에 취학코자 하였으나 교육법시행령 제92조, 제93조의 각 규정에 의한 취학통지 및 취학아동명부통보가 없었기 때문에 취학하지 못하였으며 이는 앞에서 본 것처럼 교육법 제96조 제1항 때문이므로 청구인은 교육법 제96조 제1항의 위헌확인을 구하고자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는 것이다.

2. 교육법 제96조 제1항의 위헌 여부에 관하여 판단한다.

가. 우리 헌법은 문화국가·민주국가·사회국가·복지국가에서 차지하는 교육의 중요성을 감안해서 교육을 모든 국민의 권리로 규정함과 동시에 국가와 국민의 공동의무임을 명백히 밝히고 있다.

교육을 받을 권리는, 첫째 교육을 통해 개인의 잠재적인 능력을 계발시켜줌으로써 인간다운 문화생활과 직업생활을 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해 주고, 둘째 문화적이고 지적인 사회풍토를 조성하고 문화창조의 바탕을 마련함으로써 헌법이 추구하는 문화국가를 촉진시키고, 셋째 합리적이고 계속적인 교육을 통해서 민주주의가 필요로 하는 민주시민의 윤리적 생활철학을 어렸을 때부터 습성화시킴으로써 헌법이 추구하는 민주주의의 토착화에 이바지하고, 넷째 능력에 따른 균등한 교육을 통해서 직업생활과 경제생활영역에서 실질적인 평등을 실현시킴으로써 헌법이 추구하는 사회국가, 복지국가의 이념을 실현한다는 의의와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교육을 받을 권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 우리 헌법제31조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함으로써 모든 국민의 교육의 기회균등권을 보장하고 있다. 이는 정신적·육체적 능력 이외의 성별·종교·경제력·사회적 신분 등에 의하여 교육을 받을 기회를 차별하지 않고, 즉 합리적 차별사유 없이 교육을 받을 권리를 제한하지 아니함과 동시에 국가가 모든 국민에게 균등한 교육을 받게 하고 특히 경제적 약자가 실질적인 평등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 정책을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헌법 제31조 제2항 및 제3항은 "모든 국민은 그 보호하는 자녀에게 적어도 초등교육과 법률이 정하는 교육을 받게 할 의무를 진다."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독립하여 생활할 수 없는 취학연령에 있는 미성년자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실효성 있게 확보하기 위하여 학령아동의 친권자 또는 후

견인에 대해 그 보호아동에게 교육을 받게 할 의무를 부과하고, 그 의무교육을 무상으로 하고 있다. 아울러 동조 제6항에서 "학교교육 및 평생교육을 포함한 교육제도와 그 운영, 교육재정 및 교원의 지위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함으로써 교육을 받을 권리의 실현과 형성을 위한 본질적인 사항을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이로써 교육기본권이 행정기관의 부당한 간섭에 의해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예방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에 관한 기본제도를 정한 법률이 교육법인데, 교육법은 교육의 기본방침과 내용, 교육행정의 조직, 교육기관 및 그 감독 등에 관한 제도를 규정하고 있고 특히 헌법 제31조 제2항의 교육을 받게 할 의무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다.

나. 헌법상 보장된 의무교육제도의 실현을 위해 교육법 제8조는 국가가 의무교육 실시를 위한 시설을 확보함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도록 하고, 지방자치단체에 대하여는 그 관할구역 안에서 국민학교와 중학교를 설치경영하도록 하면서, 동법 제96조는 보호자에게 만 6세가 된 다음날 이후의 최초학년초부터 만 12세가 되는 날이 속하는 학년말까지 그 보호하는 자녀를(이하 학령아동이라 한다) 국민학교에 취학시킬 의무를 부과하고, 동법 제97조는 학령아동을 사용하는 자로 하여금 학령아동의 의무교육을 방해할 수 없도록 규정하였으며, 동법 제99조는 학령아동이 소속한 시·군 및 자치구로 하여금 경제적 이유로 학령아동을 취학시키기 곤란한 학령아동 보호자에게 교육비를 보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의무교육제도는 대부분의 현대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는 교육제도로서 그 의무교육의 기간을 규정하는 방식과 관련하여 아동능력의 최대계발을 위하여 일정 연령범위의 모든 아동에 대하여 필수교육과정을 이수토록 하게 하는 연령주의를 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의무교육이 시작되는 시기와 마치는 시기를 아동의 연령으로 정하는 연령주의는 일정 연령범위의 모든 아동에게 취학의무를 부여함으로써 저소득계층의 아동들을 노동으로부터 해방시키려는 인도주의적 빈민구제정책을 배경으로 하여 동 연령기간 중 아동능력의 최대한의 발달을 보장하려는 제도라고도 할 수 있다. 현재 국가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대부분의 국가는 만 6세부터 의무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대부분의 국가에서 아동이 만 6세 전후가 되는 시기에 초등교육기관에 입학하여 교육을 받도록 의무화하고 있는 것은 아동의 신체, 지능, 정서, 심리발달단계 및 각 단계별 제 특징과 학습준비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국민기초교육으로서의 초등의무교육을 이 시기부터 받게 하는 것이 국가사회적 측면으로도 보편타당하다는 인류사회공동체의 역사적·전통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볼 수 있

다.

따라서 의무교육 취학연령을 획일적으로 규정함으로써 능력있는 아동의 조기 입학을 불허하는 현 제도가 부당하다는 청구인의 주장은 이러한 의무교육제도의 취지와 유래에 대한 이해를 결여한 것으로서 타당하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학령아동의 재능이나 지식 내지 수학능력을 기준으로 취학 여부를 정한다면 이는 단순한 지식전달 뿐 아니라, 동일한 연령 아동과의 교제와 단체생활능력·사회적응력 배양, 사회규범준수훈련, 예절·윤리교육, 국가관 내지 민족관과 역사의식 함양 등 오늘날의 민주국가·사회국가·문화국가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필수적인 교양과 상식과 덕목을 갖춘 전인간적인 교육을 내용으로 하는 의무교육기관으로서의 국민학교교육의 기능과 이념 및 본질에 부합된다고 보기 어렵다.

이러한 국민학교교육의 취지와 기능때문에 국민학교교육을 의무·무상교육으로 한 것이며, 이 점에서 다른 고등교육기관이나 직업학교 또는 전문교육기관과 구별되는 것이다. 헌법 제31조 제1항에서 말하는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란 법률이 정하는 일정한 교육을 받을 전제조건으로서의 능력을 갖추었을 경우 차별없이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기회가 보장된다는 것이지, 일정한 능력 - 예컨대 지능이나 수학능력 등 - 이 있다고 하여 제한 없이 다른 사람과 차별하여 어떠한 내용과 종류와 기간의 교육을 받을 권리가 보장된다는 것은 아니다. 능력에 따라 교육을 받을 권리를 청구인의 주장대로 이해한다면 의무교육제도를 실행함에 있어 연령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수학능력'을 기준으로 의무교육대상자를 확정하는 것이 논리적일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일종의 선발시험 또는 자격인정시험을 부과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을 텐데, 일일이 시험 등을 거쳐 의무교육대상자를 선정하게 된다면 초등교육 이전에 어떤 교육을 받았는가의 여부, 즉 선수학습 유무에 의해 입학이 결정되고, 결국 이는 보호자의 사회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은 아동의 경우 도리어 의무교육에서 탈락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며, 극단적으로는 시험 결과 수학능력이 없다고 인정되는 사람은 영원히 의무교육을 받지 못하거나 또는 성인의 연령에 달하여 국민학교에 다니게 될 것이다. 이것이 오히려 교육을 받을 권리 및 의무교육제도의 기본취지에 위배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것은 명백하다. 다만 의무교육취학연령을 획일적으로 규정함으로써 육체적·정신적 능력이 충분하면서도 만 6세에서 불과 며칠 또는 1, 2개월이 모자라다고 해서 국민학교에 입학할 수 없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으나 이는 취학연령을 어느 시점으로 정하더라도 똑같이 발생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의무취학시기를 만 6세가 된 다음날 이후의 학년초로 규정하고 있는 교육법 제96조 제1항은 의무교육제도 실시를 위해 불가피한 것이며 위와 같은 아동들에 대하여 만 6세가 되기 전에 앞당겨서 입학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헌법 제31조 제1항의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

다. 한편 아동의 성장발달 속도가 빨라지고 조기교육이 보편화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국민학교 취학연령을 만 6세 이하로 낮추는 문제, 기준연령 미달이지만 지적으로 성숙한 아동을 위한 조기입학제도의 도입문제, 지적으로 우수한 아동들을 위한 특수영재교육제도 운영문제 등도 마땅히 검토해 보아야 할 문제라고 생각되나 이는 입법자가 우리의 시대상황과

경제·문화여건 등 제반사항을 고려하여 정할 입법정책의 문제이다.

라. 이상과 같은 이유로 교육법 제96조 제1항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조규광

재판관 변정수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한병채

재판관 최광률

재판관 김양균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황도연

재판관 이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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