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인
【당 사 자】
청 구 인 김 ○ 철
대리인 변호사 김 백 영
관련사건
부산고등법원 93노1113호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절도)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1993.3.21. 16:30경 마산시 회원구 석전1동 ○○산업에서 그 철문을 넘어 침입하여 같은 회사 소유인 동 스크랩조각 약30키로그램 시가 약 5만원 상당을 절취하려다가 경찰관에게 체포되어 미수에 그친 혐의로 기소되어 1심법원에서 유죄선고를 받고 부산고등법원에 항소하여 같은 법원 93노1113호로 심리를 받던 중 1심법원이 적용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4 제1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위헌제청신청을 하였으나 같은 법원은 1993.11.18. 같은 법원 93초149호로 그 신청을 기각하였고 1993.11.25. 그 결정문을 송달받고 1993.12.8. 적법하게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이하 “특가법”이라 칭한다) 제5조의4 제1항(제정 1966.2.23. 법률 제1744호, 개정 1980.12.18. 법률 제3280호, 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로서 그 규정내용은 다음과 같다.
2. 부산고등법원의 위헌제청신청기각의 이유 요지
절도죄, 야간주거침입절도죄, 특수절도의 각 상습범에 대하여는 형법 제332조에 가중처벌규정이 마련되어 있는데도 다시 위 범죄들의 상습범을 한데 묶어 일률적으로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한 특가법 제5조의4 제1항의 규정을 두는 것은 입법론상으로는 바람직스러운 것은 아니나, 특가법상의 위 규정은 절도범죄의 상습범이 증가되고 있는 현상을 중요시하여 그에 대한 대책으로서 그 상습범을 가중처벌하기 위하여 제정한 특별법으로서, 재판에 있어서 형법 각 본조의 불법내용과 정상에 따라 양형이 조절될 수 있는 것이므로(헌법재판소 1989.9.29. 선고, 89헌마53 결정 참조) 위 각 상습범들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였다고 해서 범죄행위와 형벌간의 형평에 반한다거나 과잉금지의 법리를 위반했다거나 신체의 자유에 대한 과잉규제로서 가혹한 형벌을 정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그리고 형법 제342조에 상습절도의 미수범도 처벌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형법상 처벌대상이 아닌 범죄를 가중처벌하는 규정이라는 주 장은 그 주장 자체로 이유 없다).
3. 청구인 및 이해관계인의 주장
가. 청구인의 주장
형법 제332조는 상습절도범에 대하여 그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도 또 다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그 형의 하한선을 3년 이상으로 묶고, 또 형법상에 처벌규정이 없는 미수범까지 그 처벌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은 범죄행위와 형벌간에 있어 비례의 원칙, 형벌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을 넘어선 과잉금지의 법리 위배, 신체의 자유에 대한 과잉규제 등으로서 위헌이며, 현행 형법만으로도 범죄행위에 맞게 적절하게 형벌을 가할 수 있는데도 이로 인하여 법관의 양심을 위태롭게까지 하고 있는 실정이므로 위헌의 소지가 있고, 재판실무상 상습성 여부를 전과사실을 가지고 판단하고 있음을 보면 이미 처벌받은 종전의 전과사실을 또 다시 내세워 상습성을 인정하고 처벌함은 실질적으로 이중처벌하는 것이 된다.
나. 법무부장관의 의견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청구인 주장의 헌법상의 기본원칙 내지 기본권 제한의 법리에 위반된 바가 없다.
즉,
(1) 입법목적의 정당성
(2) 평등의 기본원리인 합리성과 비례의 원칙에 반한 바가 없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상습범을 가중처벌하는 것은 단순히 전과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상습범에게는 그 속성으로서 범죄행위를 반복하여 저지르는 범죄의 습벽이 있어 그러하지 아니한 사람에 비하여 반사회적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며, 상습성을 인정하는 것은 구체적 사건에 있어서 법관이 피고인의 전과사실과 종합하여 재판의 대상이 된 범죄행위가 범죄의 습벽의 발현으로 인한 것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야 비로소 인정할 수 있는 것이고, 가중처벌도 전범(前犯)에 대하여 하는 것이 아니라 범죄의 습벽이 있는 자가 다시 범죄를 저지른 것은 그 만큼 비난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3) 법관의 독립을 침해할 만큼 무겁다는 등의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한 바가 없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개별적 사안에 따라 법관이 구체적으로 타당한 판결을 선고할 수 있도록 법정형의 선택의 폭을 넓게 설정하고 있는 한편 극형인 사형을 배제함으로써, 범죄의 질에 비추어 지나치게 무겁게 규정하였다고는 볼 수 없다. 또한 작량감경을 하지 아니하더라도 집행유예의 선고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등 법관의 양형의 폭을 극도로 제한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다. 검찰총장의 의견
법무부장관의 의견과 대체로 같다.
4. 판단
가. 먼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배경과 목적을 살피면,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우리 사회는 상습으로 행하는 절도범의 범행수법이 날로 대담하여지고 지능적으로 자행될 뿐 아니라 범행 중에 강도·강간·살인범으로 돌변하여 가는 등 상습절도범의 이와 같은 위험성이 급격하게 증대되었으며 이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제기되기에 이르렀으나, 형법 소정의 법정형만으로써는 범인들에 대한 일반예방적인 형벌의 효과를 달성할 수 없었으므로 국민의 불안을 해소시키고 사회기강을 바로잡으며 형벌의 일반예방의 효과를 극도로 증대시키기 위하여, 1980.12.18. 법률 제3280호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을 개정하면서 이 사건 법률조항을 신설하기에 이른 것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은 그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량범위를 현저히 제한하여 헌법상 보장되고 있는 법관의 재판의 독립을 사실상 형해화시킴으로써 신체의 자유권을 과잉하게 제한하고 있는지의 여부에 관하여 다투고 있으므로 다음에서 차례로 본다.
나. 죄형간의 균형상실 여부 등에 관하여
(1) 일반법인 형법에 상습가중규정을 두었다 하더라도, 한시적 효력을 가지고 있는 특별법으로 보여지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다시 상습가중규정을 두었다 하여 법률체계상 잘못이 있다고는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법률조항이 형법상의 상습가중규정 방식과 달리 상습절도·상습야간주거침입절도·상습특수절도를 구별함이 없이 일률적으로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한 취지는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위 범죄를 범한 범인들 중 그 어느 범인들이나 범행수법 또는 그 경향이 대담하여지고 지능적이며 때로는 강도·강간·살인의 범행으로 돌변할 위험성을 모두 지니고 있으며 그 위험성은 모두 동일하다고 보아서 일률적으로 법정형을 규정한 것에 불과하고, 구체적인 사안에 있어서 어느 경우에는 형법상 법정형이 경미한 상습절도범이 그보다 무거운 상습야간주거침입절도범이나 상습특수절도범보다도 그 위험성의 정도가 훨씬 클 경우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형을 규정하여 둠으로써 재판시에 때로는 위와 같은 형법상 절도범의 유형과 법정형의 경중에 상관함이 없이 범행 당시의 상황이나 범인의 범행시 습벽 등을 참작하여 그 위험성의 정도를 엄밀하게 판단한 후 선고형을 자유롭게 양정할 수 있게 할 목적으로, 그와 같이 규정한 것이라고 보여지므로, 이를 두고 죄형간의 균형을 잃었다거나 형벌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에 반하는 것이라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2)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의 법정형을 다른 유사범죄와 비교하더라도 위 조항이 비례의 원칙이나 과잉금지원칙에 반한 규정이라고는 볼 수 없다. 살피면,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의 가중취지가 상습절도범이 강도범 등으로 돌변할 위험 성에 있으므로 비교대상의 범죄와 법정형은 상습절도범 등이 돌변할 가능성이 있는 형법상의 강도·강간·살인의 범죄와 그 법정형이라 할 것이며, 형법 제233조 강도죄와 형법 제297조 강간죄의 각 법정형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형이고 형법 제250조 살인죄의 법정형은 5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무기징역 또는 사형인바, 이와 같은 법정형량이 유사하게 규정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위 형법규정들이 잃지 아니하고 있는 죄형간의 균형과 다름없이 그 죄형간의 균형을 잃지 아니하고 있다 할 것이다.
다. 법관의 양형에 있어서 재량범위를 현저히 제한한 규정인지 여부 등에 관하여
라. 청구인의 나머지 주장에 관하여
(1) 재판실무상 상습성 유무를 전과사실에 의존하여 판단하고 있음을 보면 이미 처벌받은 종전의 전과사실을 내세워 상습성을 인정하고 처벌함은 실질적으로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하나, 살피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처벌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은 이미 처벌받은 전범(前犯)이 아니고 후범(後犯)이며 앞서 본 상습성의 위험성 때문에 일반범죄와 달리 가중처벌함에 그 목적을 두고 있으므로 이는 헌법 제13조 제1항 소정의 일사부재리의 원칙
에 위배되지 아니하다고 볼 것이다.
(2) 이 사건 법률조항만이 상습절도 등(앞서 본 3개의 범죄)의 미수범까지 그 처벌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은 역시 죄형간의 균형을 잃어 형벌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을 넘어선 과잉금지의 법리를 위배하였다고 주장하나, 형법에서도 그 제342조 본문에서 “제329조 내지 제334조(제332조 상습범이 포함되고 있음), 제336조, 제337조 전단, 제338조 전단, 제339조, 제340조와 전조의 미수범은 처벌한다”라고 규정하여 상습절도죄의 미수범, 상습야간주거침입절도죄의 미수범, 상습특수절도죄의 미수범을 모두 처벌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바, 이 사건 법률조항만이 상습절도죄 등의 미수범을 처벌하고 있는 것이 아님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청구인의 주장은 부당하여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5. 결론
그렇다면 청구인의 주장은 그 어느 것이나 이유가 없으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김용준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황도연
재판관 이재화
주심재판관 조승형
재판관 정경식
재판관 고중석
재판관 신창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