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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1995. 5. 25. 선고 95헌마105 결정문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87조 등 위헌확인]
[결정문]
청구인

【당 사 자】

청구인 : 환경운동연합 외 2인

대표자 이○중 외 1인

청구인들 대리인 변호사 오세훈

【심판대상조문】

공직선거(公職選擧)및선거부정방지법(選擧不正防止法) 제87조 (단체(團體)의 선거운동금지

(選擧運動禁止))

단체(團體)는 사단(社團)·재단(財團) 기타 명칭의 여하를 불문하고 선거기간(選擧期間) 중에 그 명의(名義) 또는 그 대표자(代表者)의 명의(名義)로 특정 정당(政黨)이나 후보자(候補者)를 지지(支持)·반대(反對)하거나 지지(支持)·반대(反對)할 것을 권유(勸誘)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공직선거(公職選擧)및선거부정방지법(選擧不正防止法) 제255조 (부정선거운동죄(不正選擧運動罪))

① 다음 각호(各號)의 1에 해당하는 자(者)는 3년(年) 이하의 징역(懲役) 또는 600만(萬)원 이하의 벌금(罰金)에 처(處)한다.

1.∼10. 생략

11. 제87조(단체(團體)의 선거운동금지(選擧運動禁止))의 규정(規定)에 위반하여 특정 정당(政黨)이나 후보자(候補者)를 지지(支持)·반대(反對)하거나 지지(支持)·반대(反對)할 것을 권유(勸誘)하는 행위를 하거나 하게 한 자(者)

②∼③ 생략

【참조 조문】

주문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 환경운동연합(이하 “환경련”이라 약칭한다)은 개인 및 단체를 그 회원으로 하여 환경보호를 위해 필요한 여러가지 운동과 사업을 하는 단체이며, 청구인 이○중, 동 장○병은 그 공동대표직을 맡고 있는 사람들이다. 청구인들은 1995.6.27. 실시될 지방자치 4대선거에 임하여 환경문제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게 함과 아울러 환경보호에 적극적인 후보자를 지지하는 등 제반 선거활동을 전개할 예정인데,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87조, 제255조 제1항 제11호는 각종 단체의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지지·반대 등의 행위를 일체 금지하고 그 위반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청구인들의 선거활동이 위축될 위기에 처해 있는바, 이는 곧 위 법률조항들로 인하여 청구인들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이 침해당하는 것이므로 그 조항들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면서 1995.4.13.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따라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는지의 여부이고, 그 규정내용은 다음과 같다.

법 제87조(단체의 선거운동금지) 단체는 사단·재단 기타 명칭의 여하를 불문하고 선거기간 중에 그 명의 또는 그 대표자의 명의로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반대하거나 지지·반대할 것을 권유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법 제255조(부정선거운동죄) ①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1. 제87조(단체의 선거운동금지)의 규정에 위반하여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반대하거나 지지·반대할 것을 권유하는 행위를 하거나 하게 한 자

2. 청구인들의 주장과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들의 주장

(1) 환경련은 환경운동을 위한 전국단위의 단체로서, 개인 및 단체를 그 회원으로 하고 환경보호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여러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데, 1995.6.27.에 실시되는 4대 지방선거에 임하여, 이상(理想)을 함께하는 지역대표들을 많이 당선되도록 하여 환경문제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게 함과 아울러 환경에 관심을 가져온 녹색정치인을 선정·발표하고 환경보호에 적극적인 후보자를 지지하는 등 제반 선거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그런데 대검찰청은 1995.4.3. 전국검사장회의에서 각종 사회단체의 선거후보자들에 대한 의견표명을 일체 금지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 근거하여 재야단체의 선거운동개입을 엄단하기로 하는 방침을 천명하였다. 이에 따라 환경련은 앞으로의 그 선거활동이 위축되어 소신껏 전개되지 못할 위기에 처해 있는데, 이는 위 법률조항이 지니는 다음과 같은 위헌요소로 인해 청구인들의 평등권 및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가 침해당하는 것이다.

(2) 오늘날의 민주정치는 표현의 자유를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의 보장을 받아야 하며, 불가피하게 이를 제한하더라도 그 제한은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단체가 후보자에 대한 의견을 발표하는 일체의 행위를 사전적·무차별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단체의 의견표명에 어떤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나 선거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는 요소가 존재하는지 의문이지만, 가사 그러한 위험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의견표명의 형식과 방법 그리고 내용을 세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합리적이고 적절한 제한만을 규정하여야 할 것인데, 모든 경우의 의견표명을 무차별적으로 금지시키는 위 법률조항은 “과도하게 광범위를 제한하기 때문에 무효”라는 법리에 비추어 보더라도 무효라 아니할 수 없다.

(3) 선거에는 유권자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되어야 하는바, 이것이 가능하려면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에 대한 객관적 평가에 접할 기회를 가져야 하며 그러한 정보에 대한 접근이 차단될 때 공정선거는 근원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법 제87조에서 단체나 그 대표자가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의 의견을 표명할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없이 개인과 단체를 차별하는 것이며, 공정선거를 달성하는 데 유용한 수단도 아닐 뿐만 아니라 그러한 금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우월적인 헌법

가치가 무엇인지 의문시된다.

(4) 시민단체는 기존 정당이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욕구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하여 결성된 결사이다. 정당을 결정할 수 있는 정도의 경제력과 규모를 갖추지 못한 소수의 사람들은 자신들과 뜻을 함께 하는 후보자를 지지하는 의사표현도, 정책을 달리하는 사람에 대한 반대의 의사표현도 자제하라는 것은 모든 정치적 욕구는 오로지 정당을 통해서만 배출하라는 뜻이 되는데, 이는 헌법에 정당제도를 둔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우리 헌법이 정당의 설립과 활동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것은 선거제도의 민주화와 국민주권을 실질적으로 현실화하고 정치적으로 자유민주주의 구현에 기여하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지, 정당에게 특권을 부여하기 위한 것은 결코 아니다.

(5) 지역사회에서 어떤 정책을 가장 효율적으로 현실사회에 적용시키고 펼칠 기회는 선거에서 자치단체의 장이나 그 의회 의원으로 당선된 자만이 가질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의 정치적·정책적 의견을 대변해 줄 수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을 고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인 선거운동기간 중에 특정 후보나 정당의 정책을 지지하거나 비판할 수는 없고, 자기가 속한 단체의 정책을 주장하거나 정당에 대한 로비활동 등 간접적 방법만을 사용하라는 것은 의사표현의 자유에 대한 중대하고도 명백한 침해이다.

나. 내무부장관의 의견

각종 단체의 정치활동 허용여부는 그 나라의 정치발전수준, 정치·문화 등을 고려하여 결정할 문제라 할 것인바, 이 법 제87조에서 각종 단체가 선거기간 중에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반대 할 수 없도록 한 것은 과거 우리 정치사에 있어 각종 단체가 선거에 과다 개입함으로써 과열과 타락을 심화시켰다는 비판을 받아들여 공명선거를 확보코자 한 것이므로, 이러한 입법취지를 고려하여야 한다.

다. 법무부장관의 의견

(1) 청구인들 중 환경련 이외의 자들은 자연인으로서, 단체에 대한 선거운동의 제한을 명시한 이 법 제87조 등에 의하여 자신들의 기본권이 침해되었음을 주장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없다. 따라서 이들의 심판청구는 각하되어야 한다.

(2) 이 사건 심판청구는, 가사 그것이 적법하다고 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이유로 기각되어야 한다.

(가) 우리 헌법정당법은 정당이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조직을 확보하도록 요구하고 있고, 이에 따라 정당법은 정당에 대하여 그 민주적인 조직과 활동을 보장하고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여러가지 의무조항을 두고 있다. 그런데 정당이 아닌 단체가 그 조직의 규모나 설립의 목적 등을 불문하고 공직선거에서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반대하는 활동을 한다면 정당법의 입법취지가 몰각됨은 물론 정당의 요건을 갖추지 아니한 채 정당에 준하는 각종 정치활동을 하는 단체의 난립으로 인하여 우리 정치문화의 퇴행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

(나) 이 법 제87조는 선거운동의 금지기간을 “선거기간 중”으로 한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지지나 반대를 명시하지 않고 자신의 정치적·정책적 주장을 개진하는 것까지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 또한 환경련을 비롯한 각종 단체는 법 제87조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간접적 방법을 통하여 공직선거 후보자의 선정, 공약의 채택, 정책의 추진과정에서 그 의견을 반영시킬 수 있다.

(다) 결국, 이 법 제87조 등은 언론·출판의 자유 등 기본권의 본질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우리 헌법정당법 등과 조화를 이루어 단체의 선거운동에 일정한 제약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3. 이 법 제87조의 입법경위

제14대 국회에서 여·야는 1993년 7월에 “정치관계법개정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통합선거법 제정을 위한 정치협상을 시작하였다. 민주자유당과 민주당은 각각 그 소속의원들의 이름으로 [공직자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안]을 발의하였다. 이 두 법안은 선거운동 규제방법을 “포괄적 제한·금지” 방식에서 “개별적 제한·금지” 방식으로 전환하여 금지·제한되지 아니한 선거운동은 모두 허용되도록 하여 선거운동의 자유를 확대한다는 데에는 일치하고 있다.

이 법 제87조와 관련하여, 민주자유당안의 내용은 “단체는 그 명의로 선거운동을 할 수 없으나,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의 정강·정책·정견 중에서 당해 단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항을 그 구성원에게 통상적인 방법으로 알리거나 논평하는 것은 금지하지 아니함”으로 되어 있었고(안 제82조), 민주당안의 내용은 “단체는 사단·재단 기타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선거기간 중에 그 명의로, 또는 그 대표자의 명의로 선거구민에게 특정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반대하거나 이를 권유하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함”으로 되어 있었다(안 제87조).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같은 해 8월에 [선거법제정의견]을 제출하였는데, 그 안 제83조는 “단체나 사단·재단 기타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선거기간 중에 그 명의로 또는 그 대표자 명의로 선거구민에 대하여 특정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반대하거나 지지·반대할 것을 권유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다만, 단체가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의 정강·정책이나 정견 중에서 당해 단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항과 이에 대한 논평을 소속구성원의 정규적인 모임 또는 통상적으로 발행하는 당해 단체의 기관지 기타 간행물을 이용하여 알리는 행위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여·야는 1994년 1월에 6인 협상대표를 구성하여 하나의 선거법안, 즉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안]을 성안하였고, 이 법안이 위 특별위원회안으로 채택되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4. 판단

가. 먼저, 이 사건 심판청구의 적법여부에 관하여 본다.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면 단체는 사단·재단 기타 명칭의 여하를 불문하고 선거기간 중에 그 명의 또는 그 대표자의 명의로 특정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반대하거나 지지·반대할 것을 권유하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되어 있고(법 제87조) 이 규정에 위반하여 이러한 행위를 하거나 하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는바(법 제255조 제1항 제11호), 이와 같이 위 법률조항에 의하여 금지되어 있는 행위는 이를 단체가 그 명의로 한 경우 뿐만 아니라 “그 대표자의 명의로”한 경우도 처벌하고 있는 점, 단체의 대표자는 그가 “그 대표자의 명의”로 이러한 행위를 할 경우 뿐만 아니라 “그 단체의 명의로” 한 경우에도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단체의 행위는 그 대표자의 행 위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그 단체 외에 대표자 개인도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 법도 이러한 경우를 예상하여 그 벌칙조항(법 제255조 제1항 제11호)의 법정형에 벌금형 외에 징역형을 규정하고 있는 점, 청구인 이○중, 동 장○병은 현재 환경련의 공동대표자인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청구인 이○중, 동 장○병은 이 사건 심판청구를 할 청구인적격이 있다 할 것이고 이 점에 관한 법무부장관의 주장은 이유 없다. 그 밖에도 심판청구의 적법요건에 관하여는 아무런 흠이 없으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적법하다고 할 것이다.

나. 다음으로, 본안에 관하여 본다.

(1) 선거의 자유와 공정

대의민주제를 채택하고 있는 민주국가에 있어서 공직자의 선거는 주권자인 국민이 그 주권을 행사하는 행위이므로 국민이 선거에 참여하여 그 의사를 표현할 기회와 자유는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한편, 민주적 의회정치의 기초인 선거는 동시에 공정하게 행하여지지 않으면 아니된다. 금권·관권 등으로 인한 타락선거를 막고 아무런 제한 없는 과열된 선거운동으로 인하여 발생할 사회경제적 손실과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국민의 진정한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기 위하여는 우선 선거의 공정이 보장되어야 한다. 선거의 공정 없이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선거의 자유도 보장되지 아니한다는 것은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나라마다 선거운동에 관하여 일정한 규제를 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으며, 이 점에서 선거의 공정성 확보를 위하여는 선거운동에 관한 어느 정도의 규제가 불가피함을 쉽사리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선거에 관한 각종 입법은 선거의 “자유와 공정”의 두 이념이 적절히 조화되도록 형성되어야 할 것이나, 선거운동을 어느 정도로 허용하고 어느 정도로 제한하는 것이 적절한 조화인가에 관하여 모든 국가, 모든 사회에 공통적으로 타당한 절대적인 기준은 있을 수 없고, 각 나라마다의 사정 즉 그 나라의 역사와 정치문화, 선거풍토와 선거문화의 수준, 민주시민의식의 성숙정도 등 제반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말하면, 민주주의가 정치문화에 확고한 뿌리를 내리고 공명선거가 잘 보장되어 있는 정치선진국에서는 선거운동의 자유를 보다 많이 허용하여도 좋을 것이나, 민주주의의 역사가 짧고 그것이 정치문화에 확고한 뿌리를 박지 못한 채 자유롭고 공명한 선거의 경험보다는 부정·타락선거의 경험이 많은 정치후진국에서는 선거의 공정성의 확보가 정치, 사회적으로 더 절실한 요청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헌법은, 주권재민의 원칙을 선언하고(제1조) 국민의 선거권 및 공무담임권(제24조, 제25조)과 표현의 자유(제21조) 등을 보장하면서도, 다른 한편 국가안정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이러한 국민의 자유와 권리도 그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제37조 제2항)

선거운동의 자유도 “선거의 공정성의 보장”이라는 공익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음을 분명히 하였고, 특히 제116조에서는 선거공영제가 선거운동의 기본방식임을 천명하면서 선거운동은 각급 선거관리위원회의 관리하에 “법률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하되,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라는 특별규정을 두었는바, 이러한 헌법규정들에 의거 하여 이 법은 선거운동에 관하여 그 주체·방법·기간 및 비용의 측면에서 여러가지 규제를 하고 있다.

이러한 입법자의 의지는, 그것이 선거의 공정과 기회균등의 확보를 위한 것이고 현재 우리나라의 고유한 사정을 고려하여 선거에 있어서의 “자유와 공정”의 두 이념이 슬기롭게 조화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인 한, 원칙적으로 존중되어야 한다.

(2) 단체에 의한 선거운동의 문제점

각종 단체는 헌법 제21조에서 말하는 “결사(結社)”로서 그 중에는 그 목적·조직과 활동내용으로 보아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어느 정도 측면적인 기여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것도 있을 것이므로 국민은 반드시 정당을 통하지 아니하고도 이러한 단체의 결사를 통하여 그 정치적 의사를 결집,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반면, 각종 단체의 선거운동을 원칙적으로 허용한다면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발생할 것이란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가) 우리 헌법제8조에서 정당설립의 자유, 복수정당제의 보장, 정당에 대한 국가의 보호 등을 규정하는 한편 “정당은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나아가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정당법은 이러한 헌법규정에 따라 정당에 대하여 그 민주적인 조직과 활동을 확보하고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특권을 부여하는 한편 그 조직과 활동에 관한 여러가지 규제와 의무조항을 두고 있다. 그런데 정당이 아닌 단체가 그 설립의 목적, 조직의 규모나 형태 및 활동의 내용 등을 불문하고 공직선거에서 후보자를 추천하거나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반대하는 등의 활동을 한다면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려는 정당법의 입법취지가 몰각됨은 말할 것도 없고 정당의 요건을 갖추지 아니한 채 정당에 준하는 각종 정치활동을 하는 단체의 난립으로 인하여 우리 정치문화의 퇴행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

(나) 오늘날의 사회는 고도로 다원화되고 전문화된 사회이어서, 사회 각 분야에는 각 계층의 사람들이 조직한 각양각색의 무수한 단체들이 있다. 이러한 각양각색의 수많은 단체들이 그 설립의 목적, 조직의 규모나 형태 및 활동의 내용 등을 불문하고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반대하는 활동을 할 수 있다고 한다면, 선거는 필연적으로 과열될 것이고 금권 내지 상호비방 등에 의한 혼탁선거가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는 사회경제적으로 막대한 손실일 뿐만 아니라 정작 유권자에게는 올바른 후보자의 선택에 있어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판단의 혼란만을 가져다 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다) 각종 단체와 이해관계를 맺고 단체의 힘을 등에 업은 후보자와 그렇지 못한 후보자간에 실질적인 기회균등의 면에서 불공평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진정 국민과 지역구민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후보자 보다는 단체이기주의나 집단이기주의를 대표하는 후보자가 당선될 가능성이 많게 되어, 선거제도의 목적과 이상(理想)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개인적 연고를 토대로 조직된 각종 친족단체, 지역단체, 학연(學緣)단체 등이 선거에 깊숙이 개입함으로써 공직선거가 건전한 정책대결이 아니 라 정실(情實)과 친소관계, 지역감정 등에 의해 좌우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또 친정부적인 각종 관변단체와 반정부적인 각종 재야단체의 자의반(自意半) 타의반(他意半)의 충성경쟁적, 정략적, 공명위주의 성명서(聲明書)등이 난무할 것도 쉽게 짐작이 되는데, 이것도 공명선거에 분명히 해(害)가 될 것이다.

(라) 각종 단체가 그 구성원의 뜻과는 상관없이 간부 몇 사람만의 의견으로 단체의 이름을 빌려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의 의사를 표명할 경우도 상정할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에는 여론을 오도할 우려가 있다.

(마) 끝으로, 각종 단체를 일정한 기준에 따라 선별하여 그 어느 것은 선거운동을 허용하고 그 어느 것은 이를 제한하는 문제도 일응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선별기준의 설정은 이론적인 일면의 합리성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각종 단체의 설립목적, 성격, 규모 및 그 구성원의 성격 등의 다양성과 복잡성에 비추어 입법기술상 용이한 문제가 아닐 뿐만 아니라 가사 그러한 기준을 설정한다고 하더라도 “선거운동이 허용된 단체”와 “정당”사이에 있어서 선거운동에 관한 규제상의 균형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복잡한 문제가 남고 더구나 선별기준에 관한 입법기술에 조금이라도 흠이 있어 편파적인 법집행가능의 소지가 남겨진 경우에는 오히려 선거에 있어서의 공정과 기회균등을 더 해칠 우려가 있다.

(바) 위와 같은 여러가지 문제점들을 고려해 보면, 우리의 현 실정하에서는 단체에게 선거운동을 허용할 경우의 순기능, 즉 각종 단체가 선거운동을 통하여 국민의 올바른 여론형성에 기여한다는 기능이 제대로 발휘될 지는 극히 의문이고, 오히려 각종 역기능들 이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여지므로, 쉽사리 단체의 선거운동을 허용해도 좋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3) 이 법 제87조의 입법이유

우리나라는 해방 이래 수많은 선거를 치러 왔지만, 대체적으로 그 때마다 금권, 관권 및 폭력에 의한 부정, 타락선거가 문제되어 왔고,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분위기 속에서 국민의 진정한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는 이상적인 선거풍토를 이룩하지 못하고 있다. 입법자는 이러한 선거풍토를 일신하여 깨끗하고 돈 안드는 선거를 실현함으로써 공정한 선거문화를 정착시킬 것을 목적으로 이 법을 제정한 것인데, 선거관리당국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의견도 참작하여 여·야 합의에 따라 민주적으로 제정된 이 법은 선거운동의 자유를 확대함과 아울러 그에 못지 않게 공정한 선거를 향한 강한 의지를 보여 주고 있다.

이러한 입법자의 의지는 이 법의 곳곳에서 읽을 수 있다. 우선 이 법의 명칭을 단순히 “공직선거법”이라고 하지 않고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이라고 한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제1조에서 자유로우면서도 공정한 선거와 부정방지를 입법의 목적으로 명시하고 있고, 제7조에서는 정당·후보자 등의 공정경쟁의무를, 제8조에서는 언론기관의 공정보도의무를, 제9조에서는 공무원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의 중립의무를 각 선언하고 있다. 또한 법 제10조는 그 제1항 각호에 열거되지 아니한 사회단체 등은 선거부정을 감시하는 등 공명선거추진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되, 그 활동이 공정한 자세를 견지하여야 하며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의 선거운동에 이르러서는 아니됨을 분명히 하고 있다.

법 제1장(총칙)에 규정된 위와 같은 원칙규정들에 상응하여 이 법은 제7장(선거운동), 제8장(선거비용), 제9장(선거와 관련있는 정당활동의 규제), 제16조(벌칙) 등에서 선고의 공정성을 실현하기 위한 여러가지 규정들을 마련해 놓고 있다.

이 법 제87조는 위 (2)에서 본 바와 같이 단체에서 선거운동을 허용할 경우에 야기될 여러가지 문제점들을 차단하여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고자 규정된 것이다. 따라서 법 제87조의 의미는 선거의 공정성 보장을 위한 위와 같은 이 법의 전체적 체계 속에서 이해되어야 하고, 그 위헌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선거의 공정성이 강조되어 있는 입법의 전체적 취지를 충분히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4)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청구인들의 평등권 및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였는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위에서 본 여러가지 사실(즉, 법 제87조의 입법경위, 선거에 있어서의 자유와 공정의 조화의 문제, 단체에 의한 선거운동의 문제점 등)과 더불어 아래와 같은 사실들이 고려되어야 한다.

(가) 첫째로, 정당이 아닌 단체에 대하여 정당과 같은 정도의 정치적 활동을 허용할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 헌법은, 주권재민의 원칙을 선언하고(제1조) 그 주권자인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과 공무담임권을 가진다고 규정하면서도(제24조, 제25조) 그 국민들의 결합체인 단체 그 자체에 대하여는 이러한 기본권을 인정하지 아니하였고, 모든 국민에게 언론·출판의 자유(제21조)를 보장하면서도 그 일환으로 볼 수 있는 선거운동에 관하여는 선거운동은 각급 선거관리위원회의 관리하에 “법률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하되,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규제를 하고 있으며(제116조 제1항), 또 모든 국민에게 결사의 자유(제21조)를 보장하면서도 결사의 한 형태인 정당에 관하여는 일반단체(일반결사)와는 다른 특별한 보호와 규제를 하고 있다(제8조).

헌법이 정당에 대하여 일반결사와는 다른 특별한 보호와 규제를 하고 있는 이유는 정당이 “국민이 이익을 위하여 책임 있는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을 추진하고 공직선거의 후보자를 추천 또는 지지함으로써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함을 목적으로”하여 조직된 단체이고 또 그러한 목적수행에 필요한 조직을 갖추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이해되고(정당법 제1조, 제2조 참조) 반대로 일반결사에 대하여 정당의 경우와 같은 헌법상의 보호와 규제가

없는 것은 그러한 단체는 각기 자기고유의 설립목적이 따로 있고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함을 직접 목적으로 하여 조직된 것이 아니며 또 그러한 의사형성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조직도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이해된다.

이렇게 볼 때, 공직선거에 있어서 후보자를 추천하거나 이를 지지 또는 반대하는 등 선거활동을 함에 있어서 “정당”과 “정당이 아닌 기타의 단체”에 대하여 그 보호와 규제를 달리한다 하더라도 이는 일응 헌법에 근거를 둔 합리적인 차별이라 보아야 할 것이고, 따라서 정당이 아닌 단체에게 정당만큼의 선거운동이나 정치활동을 허용하지 아니하였다 하여 곧 그것이 그러한 단체의 평등권이나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제한 한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 다. 우선 이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나) 둘째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금지된 행위의 범위, 바꾸어 말하면 그 법률조항에 규정된 단체의 의사표현자유의 제한정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법 제87조에 의하여 금지되는 행위는 단체가 선거기간 중에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반대하거나 지지·반대할 것을 권유하는 행위”이므로 단체가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지지·반대나 그 권유행위를 명시하지 않고 단지 그 설립목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항에 관하여 자신의 정치적·정책적 주장을 개진하거나 그러한 정책에 동조하는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한다는 일반적 논평(법 제58조 제1항 단서 참조)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또 그 단체가 “그 명의 또는 그 대표자의 명의로”하는 지지·반대행위 등만을 금지하고 있으므로 단체를 구성하는 개개의 구성원은 얼마든지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데 이는 실질적으로는 단체의 간접적인 선거운동이 될 수 있다(이 사건 법률조항은 형벌법규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그 규정내용은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 법 제87조는 단체에 대하여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명시적인 지지나 반대 등의 행위만 금지하고 있을 뿐 단체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달리 더 제한한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다) 셋째로, 단체의 정치적 의사결정 및 그 표현을 위한 이 법의 배려(配慮)규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법은, 제87조에서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에 대한 단체의 지지 또는 반대 등의 행위를 금지하고 있지만, 제81조와 제82조에서 단 체가 후보자들에 대한 객관적 평가에 접할 기회를 보장함으로써 그 자신의 정치적·정책적인 의견개진 등에 있어서 참고로 할 정보수집의 기회를 주고 있다.

우선, 이 법 제81조에 의하면 그 제1항 각호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단체는 후보자 및 대담·토론자를 초청하여 소속정당의 정강·정책이나 후보자의 정견 등을 알아보기 위한 대담·토론회를 옥내에서 개최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다음으로, 법 제82조에 의하면 텔레비전방송국·라디오방송국·일반일간신문사 등 언론기관은 선거운동기간 중 후보자 또는 대담·토론자를 초청하여 소속정당의 정강·정책이나 후보자의 정견 등을 알아보기 위한 대담·토론회를 개최하고 이를 보도할 수도 있도록 되어 있다.

(라) 넷째로, 개인(국민)과 정당의 선거운동에 대한 각종 규제와의 균형도 고려되어야 한다.

이 법은 선거운동이 허용되어 있는 자, 즉 유권자인 개인(국민)과 정당에 대하여도 그 선거운동의 주체·방법·기간 및 비용의 측면에서 여러가지 까다로운 규제를 하고 있는데, 개인(국민)과는 달리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없으며 정당과는 달리 헌법상 그 지위와 활동에 관하여 특별한 보호나 보장을 받지 못하는 일반단체에게 공직선거에 있어서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지지·반대 등의 선거운동을 허용한다면, 이는 개인(국민)과 정당의 선거운동에 관한 규제와의 사이에 균형이 맞지 않는다. 이러한 점도 고려되어야 마땅하다.

(마) 끝으로, 각종 단체를 일정한 기준에 따라 선별하여 그 어느 것은 선거운동을 허용하고 그 어느 것은 이를 제한하는 문제는 그 이론적인 일면의 합리성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여러가지 난점과 역기능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이미 위에서 본 바와 같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나라의 기존정당들이 국민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욕구를 제대로 충족시켜 주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곧 정당 아닌 각종 시민단체나 사회단체에게 정당과 같은 정도의 정치활동이나 선거운동을 허용할 합리적인 이유는 될 수 없다.

(바) 위에서 살펴본 여러가지 사실들을 모두 종합해 보면, 이 법 제87조가 청구인들의 평등권이나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였다거나 이를 과도하게 제한한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고, 또 그 벌칙조항인 법 제255조 제1항 제11호에도 별다른 위헌요소가 있다고 보여지지 아니한다.

5. 결론

그렇다면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김용준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김문희

주심재판관 황도연

재판관 이재화

재판관 조승형

재판관 정경식

재판관 고중석

재판관 신창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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