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95헌마208 不起訴處分取消
(1996.3.28. 95헌마208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검사(檢事)의 기소유예처분(起訴猶豫處分)이 기소재량권의
남용(濫用)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사례(事例)
【결정요지】
경찰관(警察官)이 범죄(犯罪)의 피해(被害)를
신고(申告)하러 온 청구인(請求人)을 뚜렷한 혐의(嫌疑)도 없이
오히려 경범죄처벌법(輕犯罪處罰法) 위반자(違反者)로 몰아
즉결심판(卽決審判)을 청구(請求)하고 보호유치(保護留置)의
명목(名目)으로 감금(監禁)하는 과정에서 상처를 입힌 것이
사실이라면, 당해 경찰관(警察官)이 초범(初犯)이고, 이미
경고(警告)의 징계처분(懲戒處分)을 받았으며 상해(傷害)의
정도가 경미(輕微)하다는 등의 사유만으로 기소(起訴)를
유예(猶豫)한 검사(檢事)의 처분(處分)은 기소재량권의
내재적(內在的) 한계(限界)를 넘어 헌법상 보장된 청구인의
평등권(平等權)과 재판절차진술권(裁判節次陳述權)을
침해(侵害)한 자의적인 처분(處分)이다.
【참조조문】
【참조판례】
1995.1.20. 선고, 94헌마246 결정
청구인
【당사자】
청구인 유○순
대리인 변호사 오치도
피청구인
서울지방검찰청 북부지청 검사
주문
서울지방검찰청북부지청 1994년 형제38354호 사건에 있어서
피청구인이 1994.10.26. 피의자 정○관에 대하여 한
불기소처분에 관한 심판청구는 기각하고, 피의자 김○철에
대하여 한 불기소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은 1994.7.21. 피청구인에게 청구외 정○관,
김○철을 고소하였는데(서울지방검찰청북부지청 94형제38354) 그
고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소인 정○관, 같은 김○철은 노원경찰서 하계파출소
소속 경찰관인바,
(가) 피고소인 정○관은 1993.7.26. 16:00경 노원경찰서
하계파출소에서 청구인 유○순이 청구외 버스운전기사
김○정으로부터 심한 욕설을 듣고 그 피해를 신고하였으면 즉시
피해자를 조사하고 피의자를 검거하여 조사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직무가 있음에도 위 김○정의 상사에게 말하여
사과토록 하자면서 무마하려는 등 신고를 묵살하여 그 직무를
유기하고,
(나) 피고소인 김○철은 같은 날 22:00경 노원경찰서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즉결심판을 청구하면서 청구인을
방범지도계에서 관리하는 즉결심판대상자 대기자실로 데리고 가
그곳 보호실에 밀어 넣기 위하여 위 유○순의 팔을 당기고 등을
밀었으나 청구인이 극력 저항하자 이를 포기하고 즉결심판대상자
대기실에 대기하게 하고 그곳 담당 경찰관으로 하여금 감시하게
하여 다음날 오전 시불상경 즉결심판을 받을 때까지 청구인을
경찰관의 직권을 남용하여 감금하고, 이 과정에서 청구인으로
하여금 요치기간 불상의 우견갑부좌상 등의 상해를 입게 한
것이다.
(2) 위 고소사건을 수사한 피청구인은 1994.10.26.
피고소인 정○관에 대하여는 혐의없음 불기소처분을, 피고소인
김○철에 대하여는 기소유예 불기소처분을 하였다.
(3) 청구인은 피청구인의 위 불기소처분에 불복하여
검찰청법이 정한 바에 따라 항고 및 재항고를 하였으나, 모두
기각되고 1995.6.21. 대검찰청으로부터 재항고기각결정의 통지를
받고 같은 해 7.7.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에 이르렀다.
나. 심판의 대상
서울지방검찰청북부지청 94형제38354호 사건에 대한
피청구인의 불기소처분이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하였는지의 여부이다.
2. 판단
가. 피고소인 정○관에 대한 혐의없음 불기소처분에 관하여
일건 기록을 자세히 살펴 보아도 피청구인이 청구인의
고소사실에 대하여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수사를
하였거나 헌법의 해석, 법률의 적용 또는 증거판단에 있어서
불기소처분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잘못이 있다고
보여지지 아니한다.
나. 피고소인 김○철에 대한 기소유예 불기소처분에 관하여
형사소송법 제247조 제1항은 "검사는 형법 제51조의
사항을 참작하여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공소를 제기할 것인지의 여부는 기본적으로 검사의
"재량"에 속한다고 할 것이나 그와 같은 검사의 소추재량은 그
운용에 있어 자의가 허용되는 무제한의 자유재량이 아니라
스스로 내재적 한계를 가지는 합목적적 자유재량이라고 함이
상당하다. 따라서 검사의 기소유예 불기소처분이 위와 같은
소추재량권의 내재적 한계를 일탈하였다고 평가된다면 그것은
소추재량의 남용을 통한 자의적인 처분으로서 정의와 형평에
반하고 헌법상 인정되는 국가의 평등보호의무에 위반되는 것으로
귀착된다.(헌법재판소 1995.1.20. 선고, 94헌마246 결정 참조)
그런데 피청구인의 이 사건 기소유예 불기소처분이
소추재량권의 남용에 해당하는 지의 여부는 결국 피청구인이
기소유예 불기소처분의 이유로서 제시하고 있는 사유들이
피고소인이 저지른 범행의 동기와 방법, 결과, 기타의 정황을
이루는 사유들에 비하여 누가 보더라도 명백하다고 할 정도로
현저히 불합리한 것인 지의 여부에 의하여 결정될 것이므로(위
94헌마246 결정 참조) 이를 살펴 본다.
(1) 우선 불기소사건기록에 나타난 이 사건 고소사건의
상세한 경위는 다음과 같다.
(가) 청구인은 1993.7.26. 15:40경 서울 노원구 당현대교
앞길에서 당시 그곳을 운행하고 있던 15번
시내버스(서울5사○○○○호) 운전자가 청구인이 운전하는 승용차의
진로를 가로막는 등 난폭한 운전을 하므로 항의를 하였으나 위
운전자는 오히려 청구인에게 욕설을 함으로써 모욕을 당하였다.
(나) 청구인은 그 즉시로 위 시내버스가 소속된 운수회사의
운전자대기실로 찾아가 그곳 배차담당직원에게 위 시내버스
운전자와의 면담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마침 그곳에 있던 같은
운수회사 소속 운전기사 청구외 김○정으로부터 여러 성명불상
운전기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심한 욕설(청구인의 주장에
의하면 그 욕설의 구체적 표현은 "이런 씹팔년 어디에서
큰소리쳐, 니미 보지같은 년"이었다고 한다. 불기소사건기록
75정 참조)을 함으로써 모욕을 당하였다.
(다) 청구인은 같은 날 16:20경 노원경찰서 하계파출소를
찾아가 청구인에게 위와 같이 거친 욕설을 한 위 김○정을
처벌하여 달라는 취지의 신고(이는 구두의 고소라고 보여진다)를
하고 피해자인 자신에 대한 즉각적인 조사를 요구하였으나 위
김○정이 출석하지 않았다는 구실로 대기하라고 하여 아무런
조사도 받지 못한 채 같은 날 21:00경까지 위 파출소에서
대기하였다.
(라) 그런데 피고소인은 같은 날 21:00경 위 김○정이
나타나자 청구인과 위 김○정으로 하여금 각자 경위서를
작성하도록 한 다음 별다른 이유의 설명도 없이 청구인에게
범칙금통고서를 교부하고 청구인으로부터 범칙금의 납부를
거절당하자 청구인에 대한 즉결심판청구서를 작성하고 그 내용의
구체적인 고지나 서명날인도 받지 아니한 채 같은 날 22:00경
노원경찰서로 청구인을 연행하였다.
(마) 피고소인은 위 노원경찰서에서 자신이 즉결심판에
회부되어야 할 이유를 따지고 드는 청구인을 잡고 강제로 그곳
보호실로 밀어 넣고 감금하려고 하였으나 청구인의 완강한
반항으로 중도에서 일단 포기하였으나, 그 과정에서 청구인의
팔이 보호실 창살에 부딪치는 등으로 타박상을 입었고, 청구인은
결국 보호실에 유치되었다가 익일 즉결심판에서 형면제의 판결을
선고받고 석방되었다.
(2) 한편 피청구인의 이 사건 기소유예 불기소처분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의자는 초범으로 약18년간 경찰관으로 성실히 복무하여
왔고 본건은 고소인을 즉결심판 대기자로 보호실에 유치한
것으로 고소인이 경찰관직무집행법상 보호대상자는 아니어서 그
유치가 적법한 것은 아니나 본건이 발생된 1993.7.경까지
즉결심판 대상자들을 즉결심판시까지 즉결심판 대상자 보호실에
사실상 강제적으로 유치시키는 실무상 관행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고 피의자는 이 관행을 따라 고소인을 즉결심판 대상자
대기실에 유치시킨 것이며 고소인의 상처는 피의자가 고소인을
보호실에 유치하기 위하여 저항하는 고소인을 밀어 넣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그 정도가 그리 중한 것은 아니고
피의자는 본건으로 이미 견책의 징계처분을 받은 바 있으며, 그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
(3) 그러므로 피청구인이 내세우고 있는 기소유예처분의
사유는, (가) 피고소인이 초범인 점, (나) 피고소인이 18년간
경찰관으로서 성실히 근무하여 온 점, (다) 즉결심판대상자를
보호실에 감금유치하는 것은 일선경찰서의 실무상 관행이었고
피고소인도 그러한 관행에 따른 것에 불과한 점, (라) 청구인이
입은 상해의 정도가 경미하고 그 발생경위가 우발적인 점, (마)
피고소인이 이 사건과 관련하여 이미 한차례 징계처분을 받은
점, (바) 피고소인이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는 점 등
여섯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4) 그러나 살피건대 우선 위 (나), (다), (마), (바)의
네가지 점은 피고소인의 이 사건 범죄사실에 대한 기소유예
사유로서는 부적절한 것이라고 판단된다.
첫째, 피고소인이 18년간 경찰관으로서 "성실히"근무하여
왔다는 점은 기록상 이를 입증할 만한 아무런 특단의 자료를
발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여러사람 앞에서 모욕을 당한
부녀자로서 피해자 조사는 물론 그 가해자의 조사와 처벌을
요구하는 청구인을 뚜렷한 근거도 없이
경범죄처벌법위반사범으로 몰아 강제로 보호실에 감금하려고
했던 이 사건 경우에 비추어 보면 피고소인은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여야 할 일선경찰관으로서 오히려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기는 커녕 권리를 억압한 "불성실한"업무행태를
보여왔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둘째, 즉결심판대상자를 보호실에 감금유치하는 것이
일선경찰관의 관행이었다는 점은 그것이 비록 관행이었다고는
하나 불법적인 것임은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피고소인 역시
18년간을 복무한 경찰관으로서 그 불법성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기록에 의하면 청구인은 단지
자신에게 욕설을 하였던 시내버스의 운전자를 만나기 위하여 위
버스의 소속회사로 찾아 갔으나 그곳 배차담당직원으로부터 위
운전자와의 면담을 거절당하자 다소 언성을 높여 항의한 사실이
인정될 뿐이므로, 청구인의 이러한 행위를 두고 경범죄처벌법에
위반된다고 볼 여지가 없음은 위 처벌법의 어떠한 규정에
의하더라도 명백하고, 피고소인으로서도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려고 하는 약간의 노력이라도 기울였다면 그러한 사정을
용이하게 확인할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데 피고소인은
사실관계의 확인을 위한 아무런 실질적인 조사도 없이
경범죄처벌법 적용의 남용을 금하는 동법 제4조의 규정에
위반하여 즉결심판대상자가 되어서는 아니되는 청구인을
즉결심판대상자로 몰아 불법하게 감금하려고 했던 것이므로
실제로 경범죄를 범한 자에 대한 유치의 관행이 있었다고 하여
이 사건 피고소인의 위와 같은 범행의 정상이 상쇄된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셋째, 상해의 정도가 경미하고 그 발생의 경위가
우발적이라고 하는 점은 피고소인의 범행과 그로 인한 피해를
지나치게 피상적으로 파악한 결과 채택된 부적절한 사유로
보인다.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경찰관리가 직권을
남용하여 불법감금하거나 상해를 입게 한 행위가 경미하지
아니한 것은 현행법규정성 명백할 뿐 아니라 경찰을 믿고 법에
의하여 처리할 것을 기대하면서 모욕을 당한 피해를 호소하러
갔다가 오히려 경찰관인 피고소인에 의하여 경범으로 몰려
강제로 보호실에 감금되고 즉결심판까지 받게 되었던 청구인이
느꼈을 모멸감과 배신감을 고려하면, 이 사건 피고소인의
범행으로 인한 피해는 결코 청구인의 팔에 난 가벼운 타박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좁게는 유린된 청구인의 인권 그 자체이고
넓게는 공권력과 사회적 정의에 대한 심각한 불신의 초래라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눈에 드러난 상처의 경미함이라든가 그
발생과정의 우발성이라든가 하는 사유를 위와 같은 중대한
피해의 결과를 초래한 이 사건 피고소인의 범행에 대한
참작사유로 삼을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넷째, 피고소인이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다는
점은 기록상 인정되는 사실과도 다르다. 오히려 피고소인은
"양심에 비추어 잘못이 없다"거나(불기소사건기록 70정 참조)
청구인에 대한 즉결심판의 결과가 무죄가 아니라
"형면제"였음을 내세워 기소를 한 검사가 법원의 판결결과로
인하여 처벌받지 아니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피고소인도
면책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불기소사건기록 71정 참조)을
하는 등으로 자신의 이 사건 범행을 부인하거나 합리화하고 있는
사실이 인정되므로 진정으로 잘못을 인식하고 이를 뉘우치고
있다고 보이지 아니한다.
(5) 나아가 위 (가),(라)의 나머지 두가지 점은 피고소인의
이 사건 범죄사실에 대한 기소유예 사유로는 지나치게 적은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 판단된다.
즉 피고소인에 대한 징계처분은 그 정도가 가장 가볍고
형식적인 견책에 불과하고, 피고소인이 초범이라고 하는 것은
경찰관으로서 그 신분을 유지하기 위하여 당연히 요구되는
자격요건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여진다. 이에 비하여
피고소인의 이 사건 범행은 공권력을 담당한 경찰관이 범할 수
있는 직권남용의 한 전형으로서 그로 인하여 청구인의 인권이
유린되고 공권력에 대한 심각한 불신과 시민의 건전한 정의감이
상처를 입는 결과를 초래한 전형적인 범행이다.
그러므로 위와 같이 초범이라든가 견책의 징계처분을
받았다는 두 가지의 적은 가치의 사유만으로 피고소인의 이 사건
범행에 대한 기소를 유예한다면 이는 현저히 균형을 잃은 자의적
조치가 될 수밖에 없다고 할 것이다.
(6) 그렇다면 현재의 증거자료 이외에 다른 정상이 없는 한
피청구인으로서는 피고소인에 대한 이 사건 범죄사실을 인정하는
경우 그것이 갖는 위와 같은 의미와 결과의 중대성을 감안하여
마땅히 공소권을 행사하였어야 할 것이라고 판단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이 현저히 근소한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거나 이 사건 피고소인의 범행에 대한
참작사유로서는 불충분하거나 혹은 부적절한 사유들을 내세워
기소를 유예하는 처분에 나아간 것은 기소재량권의 내재적
한계를 넘은 자의적인 처분으로 인하여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 것이다.
3. 결론
그러므로 이 사건 피청구인의 불기소처분 중 피고소인
정○관에 대하여 한 혐의없음 불기소처분에 관한 청구인의
심판청구는 이유가 없어 이를 기각하고, 피고소인 김○철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 불기소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김용준
주심재판관 정경식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황도연
재판관 이재화
재판관 조승형
재판관 고중석
재판관 신창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