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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1996. 10. 4. 선고 95헌가2 공보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등 위헌제청]
[공보(제18호)]
판시사항

國家保安法(1991. 5. 31. 법률 제4373호로 개정된 것, 이하 “법”이라고 한다) 제7조 제1항, 제3항, 제5항의 違憲 與否

결정요지

法 제7조 제1항은 憲法裁判所 1990. 4. 2. 宣告 89헌가113 決定 등의 취지를 받아들인 것으로서 舊法 規定보다는 그 構成要件이 훨씬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만 아직도 구법 규정의 결함이었던 법문의 다의성과 적용범위의 광범성이 조금은 남아 있다. 그러나 법 제7조 제1항에서는 “國家의 存立·安全이나 自由民主的 基本秩序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주관적 구성요건이 추가됨으로써 이 법의 입법목적을 일탈하는 확대해석의 위험은 거의 제거되었고, “構成員”, “活動”, “同調” 등 多義的이고 適用範圍가 廣範圍한 일부 개념도 위와 같이 신설된 主觀的 構成要件과 결합하여 하나의 구성요건을 이루고 있고 이 주관적 구성요건을 헌법재판소가 위 결정 등에서 판시한 견해와 같이 제한해석한다면 이들 개념의 다의성과 적용범위의 광범성은 제거된다. 따라서 위 條項 및 이를 전제로 하는 같은 조 제3항, 제5항은 表現의 自由의 本質的 內容을 侵害하거나 이를 지나치게 制限할 위험성이 있다고 할 수 없고 罪刑法定主義에 위배된다고도 할 수 없다.

재판관 조승형의 반대의견

이 사건 審判對象 條項들은 그 改正에 불구하고 憲法裁判所 1990. 4. 2. 宣告 89헌가113 決定 등이 지적한 憲法上의 言論·出版·學文·藝術 및 良心의 自由를 위축시킬 염려, 刑罰過剩을 초래할 염려, 國家安全保障이나 自由民主的 基本秩序의 守護와 관계없는 경우까지 擴大適用될 만큼 不透明하고 具體性이 결여되어 憲法 제37조 제2항의 限界를 넘는 制限인 점, 法執行者의 恣意的 執行을 허용할 소지가 있는 점, 罪刑法定主義에 위배된다는 점 등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고 있으므로 憲法에 違背된다.

심판대상조문

國家保安法(1991. 5. 31. 법률 제4373호로 개정된 것) 제7조 제1항, 제3항, 제5항

참조조문

憲法 前文, 제4조, 제8조 제4항, 제11조, 제12조 제1항, 제19조, 제21조 제1항, 제22조 제1항, 제37조 제2항

참조판례

헌법재판소 1990. 4. 2. 선고, 89헌가113 결정

헌법재판소 1990. 6. 25. 선고, 90헌가11 결정

헌법재판소 1992. 1. 28. 선고, 89헌가8 결정

제 청 법 원 부산지방법원 (1995. 1. 17. 94고합1325 위헌제청)

당해 소송사건 부산지방법원 94고합1325 국가보안법위반

주문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등

가. 사건의 개요

(1) 위 당해 사건의 피고인 정○경은 1994. 11. 12. 제청법원에 국가보안법위반죄로 기소되어 현재 재판계속중에 있다. 그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가) 1994. 7. 일자불상경 부산에서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하는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인 소위 ○○○○○○○○그룹(International Socialists, 약칭 ○○)에 가입하고, (나) 1991. 1. 초순경부터 1994. 10. 9.경까지 사이에 경남 양산, 부산 등지에서 6회에 걸쳐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인 북한공산집단의 활동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할 목적으로 “혁명적 신문” 1부 등 책자나 유인물 형태의 표현물 9점을 취득·소지하였는 바, 위 (가)항의 소위는 국가보안법 제7조 제3항 제1항에, (나)항의 소위는 같은 법 제7조 제5항 제1항에 각 해당한다는 것이다.

(2) 이에 제청법원은 1995. 1. 17. 직권으로 위 당해 사건의 재판의 전제가 되는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제3항 및 제5항에 대한 위헌제청결정을 하였고, 그 결정은 같은 해 2. 14. 당 재판소에 접수되었다.

나. 심판의 대상

그러므로 이 사건 위헌여부심판의 대상은 1991. 5. 31. 법률 제4373호로 개정된 국가보안법(이하 “신법”이라 한다) 제7조 제1항, 제3항 및 제5항이 헌법에 위반되는지의 여부인바, 그 규정내용은 다음과 같다.

국가보안법 제7조[찬양·고무 등]①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는 7년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③ 제1항의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를 구성하거나 이에 가입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⑤ 제1항·제3항 또는 제4항의 행위를 할 목적으로 문서·도화 기타의 표현물을 제작·수입·복사·소지·운반·반포·판매 또는 취득한 자는 그 각항에 정한 형에 처한다.

다. 구 국가보안법 제7조의 규정내용

설명의 편의를 위하여, 1991. 5. 31. 법률 제4373호로 개정되기 전의 국가보안법(이하 “구법”이라 한다) 제7조의 규정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①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한 자는 7년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② 국외공산계열의 활동을 찬양·고무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한 자도 제1항의 형과 같다.

③ 제1항 및 제2항의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를 구성하거나 이에 가입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④ 제3항에 규정된 단체의 구성원으로서 사회질서의 혼란을 조성할 우려가 있는 사항에 관하여 허위사실을 날조·유포 또는 사실을 왜곡하여 전파한 자는 2년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⑤ 제1항 내지 제4항의 행위를 할 목적으로 문서·도화 기타의 표현물을 제작·수입·복사·소지·운반·반포·판매 또는 취득한 자는 그 각항에 정한 형에 처한다.

⑥ 제1항 내지 제5항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⑦ 제1항 내지 제5항의 죄를 범할 목적으로 예비 또는 음모한 자는 5년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2. 제청법원의 제청이유와 관계기관의 의견

가. 제청법원의 제청이유

별지와 같다.

나. 법무부장관 및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의 의견

(1) 기본권제한법률의 내용이 외견상 추상적인 것으로 보이더라도 합리적 해석에 의하여 그 내용을 충분히 알 수 있다면 이를 두고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고 할 수 없는 것인 바, 이 사건 심판대상 법률조항들의 의미는 이미 판례, 학설 등에 의하여 명확히 정립되어 있으므로 이를 지나치게 다의적이라거나 포괄적이라고 할 수 없어,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2) 남북이 분단된 채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 및 표현과 행동을 2분적으로 명확히 나눌 수 없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자신의 생각을 실현시키기 위하여 구체적 활동을 준비하거나 폭력 등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표현만으로도 충분히 국가안보에 실질적 해악을 초래할 수 있는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위험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국가안보를 위하여 이를 규제하는 것을 두고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3. 판 단

가. 구법 제7조신법 제7조의 대비

구법 제7조신법 제7조를 대비하여 보면 다음과 같은 규정내용의 변경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1) 제1항에 관하여,

신법 제1항에서는 구법 제1항에는 없던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주관적 구성요건이 추가되어 있고, 또 구법 제1항 후단에 규정되어 있던 “기타의 방법으로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한 자”라는 부분이 삭제된 대신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라는 부분이 새로이 들어가 있으며, 또 구법 전단의 “(활동

을) 찬양·고무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라는 부분이 신법에서는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로 개정되었다.

(2) 제2항, 제3항에 관하여,

구법 제2항(국외공산계열의 활동에 대한 찬양·고무등)이 삭제되었고, 제3항의 규정 그 자체에는 실질적인 변경이 없었다.

(3) 제4항, 제5항에 관하여

구법 제4항 후단의 (사회질서의 혼란을 조성할 우려가 있는 사항에 관하여) “사실을 왜곡하여 전파”하는 행위가 삭제되었고, 제5항의 규정 그 자체에는 실질적인 변경이 없었다.

(4) 제6항, 제7항에 관하여

제6항의 규정 그 자체에는 실질적인 변경이 없었고, 다만 구법 제7항은 “제1항 내지 제5항의 죄를 범할 목적으로 예비 또는 음모한 자”를 처벌대상으로 하였으나, 신법 제7항은 그중 “제3항의 죄를 범할 목적으로 예비 또는 음모한 자”만을 처벌대상으로 규정함으로써 예비·음모죄의 처벌범위를 축소하였다.

이상으로 보건대, 구법 제7조신법 제7조의 가장 큰 상이점은 신법 제1항에 있어서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주관적 구성요건이 추가된 점과 그 제1항 후단에 있어서 “기타의 방법으로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한 자”라는 부분이 삭제된 대신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라는 새로운 구성요건이 추가된 점 및 구법 제2항이 삭제된 점이라 할 수 있다.

나. 구법 제7조 제1항 및 제5항의 위헌성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요지

(1) 우리 재판소는 1990. 4. 2.선고, 89헌가113 결정, 같은 해 6. 25.선고, 90헌가11 결정 및 1992. 1. 28.선고, 89헌가8 결정에서 구법 제7조제1항 및 제5항의 위헌성에 관하여 그 견해를 밝힌 바 있는데,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가) 구법 제7조 제1항에 관하여,

이 조항은 “구성원”, “활동”, “동조”, “기타의 방법”, “이롭게 한”등의 용어가 지나치게 다의적(多義的)이고 그 적용범위가 광범하여 이를 문언 그대로 해석·운영할 경우에는, 첫째로 헌법상의 언론·출판, 학문·예술의 자유를 침해할 개연성이 있고 나아가 그와 같은 자유의 전제가 되는 양심의 자유도 침해할 가능성이 있으며, 둘째로 법운영 당국의 자의적(恣意的) 집행을 허용할 소지가 있어 법치주의에 위배되고 결국 법의 집행을 받는 자에 대한 평등

권의 침해가 되며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될 소지가 생기고, 셋째로 헌법전문과 헌법 제4조가 천명한 평화적 통일지향의 규정과 양립하기 어려운 문제점 등이 생길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조항을 완전폐기하는 경우에는 완전폐기에서 오는 법의 공백과 혼란도 문제이지만 남북간에 일찍이 전쟁이 있었고 아직도 휴전상태에서 남북이 군사력으로 대치하고 있으며 긴장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하에서는 이 조항의 완전폐기에서 오는 국가적 불이익이 폐기함에서 오는 이익보다 이익형량상 더 클 것이고, 또 평화시대를 기조로 한 형법상의 내란죄나 외환죄만으로는 오늘날 우리가 처한 현실에서 국가의 안전보장에 미흡하여 이와 별도로 이 조항의 존재의의가 있다고 할 것이며 국가의 존립·안전에 대한 침해나 민주체재전복을 부추기는 내용의 언동까지도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보호하는 것이 헌법이 아닐진대 여기에 합헌적이고 긍정적인 면도 간과할 수 없고, 문제의 소재가 법문의 다의성과 그 적용범위의 광범성에 있는 만큼 이를 헌법합치적으로 축소·제한하면 앞서 본 이 조항의 위헌성은 제거될 수 있다.

그렇다면 문리해석상으로는 일응 이 조항에 해당하는 행위라 할지라도 그 가운데서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무해(無害)한 행위는 처벌에서 제외하고 이에 위해를 줄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만 이를 적용하도록 처벌범위를 축소제한하는 경우에는 앞서 본 헌법전문이나 헌법규정들에 합치되는 합헌적 해석이 되고, 그 위헌성이 제거된다.

(나) 구법 제7조 제5항에 관하여,

이 조항은 제1항을 그 요건으로 하고 있는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제1항의 개념들이 다의적이고 광범위한 데에 문제점이 있는 이상 문리에 충실한 해석을 하면 제5항에도 같은 위헌적인 요소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이 조항도 제1항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국가보안법의 입법목적 등에 비추어 그 소정의 행위에 의하여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여기서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란 일응 그 표현물의 내용이 그와 같이 된 경우를 말한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이 될 정도가 못된다거나 해악이 되는지의 여

부가 불분명한 때에는 그 적용이 배제된다고 할 것이며, 문제의 표현물과 외부관련성의 정도 또한 여기의 위험성 유무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고 부연하면서 이와 같은 해석하에서는 구법 제7조 제5항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요지로 판시하였다.

(2) 우리 재판소의 위 1990. 4. 2.선고, 89헌가113 결정 및 같은 해 6. 25.선고, 90헌가11 결정 후에 남·북한이 1991. 9. 17. 동시에 유엔에 가입하고 또 남·북한의 정부 당국자가 같은 해 12. 13. 소위 남북합의서에 서명하여 이것이 발효되었는 바 이러한 사실들이 위의 결정내용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관하여 보건대, 남·북한의 유엔동시가입이 곧 남·북한 상호간에 국가승인의 효력을 발생시켰다고는 볼 수 없고 또 남북합의서의 서명과 그 발효로써 바로 북한이 대남 적화혁명노선을 명백히 포기하였다고 볼 수도 없으며 지금도 이 노선에 따른 각종 도발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으므로, 위와 같은 사정변경만으로는 우리 재판소가 위와 같이 한정합헌결정을 한 후에 그 결정의 논리적 내지 현실적 근거가 된 사실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할 수 없고, 지금에 이르러 위와 달리 판단하여야 할 다른 사정변경이 있다고도 인정되지 아니한다.

다. 신법 제7조 제1항, 제3항 및 제5항의 합헌성

우선, 신법 제7조 제1항에 관하여 보건대, 이 조항은 구법 제7조 제1항과 대비하여 보면 두가지 점에서 뚜렷한 변경이 있었는 바, 그 하나는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주관적 구성요건을 추가한 점이고 다른 하나는 구법 제7조 제1항 후단의 “기타의 방법으로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한 자”라는 부분을 삭제한 대신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라는 부분을 삽입한 점이다.

신법 제7조 제1항에 위와 같은 주관적 구성요건이 추가된 것은 우리 재판소의 위 한정합헌결정의 취지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이며 구법규정보다는 그 구성요건이 훨씬 명확히 규정되었다고 보여지나 아직도 구법규정의 결함이었던 법문의 다의성(多義性)과 적용범위의 광범성이 조금은 남아 있다.

그래서 문제는, 이 정도의 결함 때문에 신법 제7조 제1항에 대하여서도 다시 그 구법규정에 대한 것처럼 한정합헌의 결정을 할 것인가, 아니면 이 정도의 규정내용으로 구법규정에 있던 위헌적 요소는 제거되었다고 보고 그래도 남은 용어의 추상성은 법적용·집행자의 합헌적·합리적 해석에 맡기기로 하여

단순합헌의 결정을 할 것인가에 있다.

이 문제에 관하여 우리 재판소는 우선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기본적 인권 특히 이른바 “표현의 자유”는 그 어떤 경우에도 부당하게 제한되거나 침해되어서는 아니된다는 기본적 입장에 서있지만, 아래와 같은 이유로 신법 제7조 제1항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게 되었다.

첫째로, 구법 제7조 제1항의 가장 큰 위헌적 요소는 법문의 다의성과 적용범위의 광범성 때문에 이를 법문의 문리대로 해석하는 경우 행위자의 행위의 동기나 그 행위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그 헌법적 기반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미치는 영향등을 불문하고 객관적으로 나타난 언행(言行)만을 형식논리의 잣대로 재어서 이 조항을 함부로 적용할 위험성이 있었기 때문인데, 신법 제7조 제1항에서는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주관적 구성요건이 추가됨으로써 이 법의 입법목적(신·구법 제1조)을 일탈하는 확대해석의 위험은 거의 제거되었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신법제2조 “반국가단체”의 정의규정에서 이 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반국가단체의 범위를 축소하였고(신·구법 제2조 참조), 또 제1조 제2항에서 “이 법을 해석적용함에 있어서는 제1항의 목적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하며, 이를 확대해석하거나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일이 있어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함으로써 이 법의 해석·적용에 관한 기본준칙을 신설한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규정내용은 비단 국가보안법 뿐만아니라 모든 형벌법규의 해석·적용에 있어서 법집행자가 의당 지켜야 할 준칙이라 할 것인데도, 신법이 특히 그 제1조에서 이를 천명한 것은 비록 이를 위반한 경우의 벌칙규정은 없다고 하더라도 법집행자의 합헌적인 법해석·적용을 이끌어 내는데 중대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이와 비슷한 규정이 1958. 12. 26. 법률 제500호로 제정된 구 국가보안법 제2조에 “주의규정”이라는 표제로 규정되어 있다가 1960. 6. 10. 법률 제549호로 국가보안법이 전문개정되면서 삭제되어 그 이후에는 줄곧 없던 규정인데, 신법 제1조 제2항에서 다시 신설된 것이다).

둘째로, 신법 제7조 제1항의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구성요건도 그 내용이 다소 추상적이어서 불명확하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자유

민주적 기본질서”란 무엇을 말하는가에 관하여는 앞서 본 우리 재판소의 결정내용이나 학설, 판례에 의하여 그 개념정립이 되어 있고,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부분도 우리 재판소의 위 결정들의 판시취지에 따라 이를 합법적(특히 이 법의 입법목적을 규정한 신법 제1조 제1항과 그 해석준칙을 규정한 같은 조 제2항의 규정취지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한다면 개념의 불명확성은 제거될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관점에서 풀이하면, 신법 제7조 제1항은 그 소정의 행위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해악(害惡)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만 적용되어야 한다(이러한 견해는 우리 재판소의 종전 결정들의 주문내용과는 표현상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그 기본적 견해에 변경이 있는 것은 아니므로 종전의 판례를 변경하는 것은 아니다).

셋째로, 신법 제7조 제1항 후단에 새로이 신설된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라는 구성요건 중 “변란(變亂)”이라는 개념은 1948. 12. 1. 법률 제10호로 공포, 시행되었던 구 국가보안법에서부터 계속 사용되어 온 용어이고 신법 제2조의 “반국가단체”의 정의규정에서도 사용되고 있는 용어로서 이미 판례에 의하여 그 개념이 상당한 정도로 정립되어 있다. 더구나 이 부분 즉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라는 구성요건은 같은 항 전단의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부분과 연결되어 하나의 구성요건을 이루고 있다고 보여지므로 그 개념의 불명확성은 제거되었다고 볼 수 있다.

넷째로, 신법 제7조 제1항에서도 “구성원”, “활동”, “동조”등 다의적이고 적용범위가 넓은 개념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으나, 구법규정과는 달리 이들 개념은 모두 같은 항 앞머리의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주관적 구성요건과 결합하여 하나의 구성요건을 이루고 있고 이 주관적 구성요건을 우리 재판소의 위 견해와 같이 제한해석한다면 이들 개념의 다의성과 적용범위의 광범성은 제거된다.

그리고 신법 제7조형법상의 내란죄 등 규정의 존재와는 별도로 그 독자적 존재의의가 있는 것이어서 표현의 자유의 필요최소한도의 제한원칙에 반하는 것이 아님은, 앞서 본 우리 재판소의 결정내용에서 이미 밝힌 바 있다.

다음으로, 신법 제7조 제3항 및 제5항에 관하여 보건대, 이 조항들은 모두 같은 조 제1항을 전제로 하

는 조항들로서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제1항에서 그 위헌성이 제거된 이상 이들 조항도 그 구법규정이 띠고 있던 위헌성은 제거된 것으로 보여지고 달리 이 조항들 그 자체에 따로이 어떤 독립적인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도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신법 제7조 제1항, 제3항 및 제5항은 제청법원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거나 이를 필요이상으로 지나치게 제한할 위험성이 있다고 할 수 없고 또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고도 할 수 없다.

4. 결 론

따라서 신법 제7조 제1항, 제3항 및 제5항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에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재판관 조승형의 아래와 같은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그 나머지 관여재판관 전원의 의견일치에 따른 것이다.

5. 재판관 조승형의 반대의견

나는 이 사건 심판대상의 법조항들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다수의견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의견으로 이를 반대한다.

가. 이 사건 심판대상 법조항들은 다수의견에서 보는 바와 같이 우리재판소가 89헌가113 국가보안법 제7조에 대한 위헌심판사건을 1990. 4. 2.에 한정합헌임을 선고한 이후에 개정된 바는 있으나, 우리재판소가 문언해석상 법률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시한 구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상의 문언 중 “기타의 방법” “이롭게 한”에 대하여서만 다수의견이 지적한 바와 같이 개정하였을 뿐 “구성원” “활동” “동조” 등의 문언을 여전히 존치시키고 있는 바, 지적한 문언 중 과반수가 넘는 문언에 대하여 입법자가 우리재판소의 위 결정취지에 따르지 아니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비록 변형결정이지만 단순위헌결정이 아니라는 이유로 입법자가 우리재판소의 결정취지에 따르지 아니하였다고 가정하더라도 이미 위헌이라고 지적하였던 “구성원” “활동” “동조”의 각 문언은 여전히 존치되고 있으므로 우리재판소로서는 이 3개 문언 부분에 대하여서만은 여전히 그 위헌성을 지적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다수의견은 위 3개 문언 부분에 대한 종전 판시내용을 변경하지 않음을 분명히 하면서 종전 판시취지에 반하여 단순합헌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바, 이 논리는 그 선후가 모순되어 설득력이 없다(변경하지 아니하는 이유로 들고 있는 바는 그 결정의 논

리적 내지 현실적 근거가 된 사실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할 수 없다는데 있으나, 위의 논리상의 모순을 탈피할 수는 없다).

나. 또한 다수의견은 신법 제7조 제1항구법 같은 조항과 대비하여 뚜렷한 두가지의 변경이 있었다고 주장하나, 앞에서 본 바와 같이 5개의 문언 중 2개만을 개정했을 뿐인데 이를 두고 어찌 뚜렷한 변경이 있었다고 할 것이며, 새롭게 도입한 “변란”이란 문언마저 문언해석상 법률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고 있는데 즉 위헌성이 새롭게 추가되었는데 어찌 이를 두고 합헌적으로 뚜렷한 변경이 있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이 논리마저 모순됨은 불문가지의 일이다. 또한 다수의견이 아직도 구법 규정이었던 문언의 다의성과 적용범위의 광범성이 남아 있음을 자인하고 있으면서도 입법자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충분하게 따라오지 아니하는 큰 잘못을 탓하기는 커녕 이를 두둔하고 나서는 이유가 나변에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다만 신법 규정에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주관적 구성요건이 추가됨으로써 확대해석의 위험이 거의 제거되었다고도 주장하나, 알고 있는 위태성이 명백하지도 않으며, 그 행위가 실질적으로 해악을 끼치지 아니하는 경우나, 반국가단체에 아무런 이득을 주지 못하는 경우에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찬양·고무·선전 또는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 선동만 하면, 처벌위험은 여전히 상존한다고 할 것이므로, 위 주관적 요건이외에 “반국가단체를 위하여”라는 주관적 요건과 “반국가단체에 실질적인 이득을 제공한 때”라는 객관적인 요건을 추가하지 않는 한 위 결정이 지적하는 위헌성을 모면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부분의 위 다수의견도 부당하다.

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 신법조항들이 여전히 위헌성을 모면할 수 없고 위 종전결정 중 그 결정이 지적하고 있는, 헌법상의 언론·출판·학문·예술 및 양심의 자유를 위축시킬 염려, 형벌과잉을 초래할 염려, 국가안전보장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수호와는 관계가 없는 경우까지 확대 적용될 만큼 불투명하고 구체성이 결여되어 헌법 제37조 제2항의 한계를 넘은 제한인 점, 법집행자에 의한 자의적 집행을 허용할 소지가 있는 점,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는 취지의 판시내용은 여전히 이 사건의 경우에도 타당하며 제청법원의 위헌여부에 관한 심판제청 결정이유도 같은 취지이므로 제청법원의 이 사건 제

청은 받아 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라. 따라서, 나는 이 사건 심판대상 법조항들은 모두 헌법에 위반된다는 의견이므로 다수의견을 반대하는 것이다.

재판관

재 판 장 재 판 관 김 용 준

재 판 관 김 진 우

재 판 관 김 문 희

재 판 관 황 도 연

주 심 재 판 관 이 재 화

재 판 관 조 승 형

재 판 관 정 경 식

재 판 관 고 중 석

재 판 관 신 창 언

별지

[ 별 지 ]

이 사건 피고인의 공소사실 행위는 위와 같이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3항, 5항으로 공소제기되었으나 그 해석과 관련하여 직권으로 위 조항들에 대하여 살피건대 위 조항들은 헌법 제12조 1항 후문의 죄형법정주의와 제37조 제2항 후문의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 침해금지 규정 등 헌법규정과 합치하지 아니한다는 의심이 있다.

먼저 우리 헌법은 사상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등 여러가지 표현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는 바, 우리의 국가기본질서의 기초인 자유민주주의의 이념은 새삼스럽게 설명할 필요도 없이 자유와 평등이고, 그것은 개인의 인권과 인격의 존중에 밑바탕을 둔 것으로서 집단보다도 개인에게서 더 높은 인간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개인이 집단 또는 반대자의 의사와 상반되는 자신의 의사를 표명할 수 있는 자유는 자유민주주의의 필요적 요건의 하나일 뿐 아니라 그 대표적 징표이기도 하다. 이러한 의사표현의 자유는 개인의 가치표현이라는 측면만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정치적 의사결정에 참가할 수 있는 민주적 정치참여의 권리확보라는 측면에서도 필요불가결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표현의 자유는 사상의 경쟁이 자유롭게 허용되는 사회에서만 건전하고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다. 한 시대 또는 한 사회에서의 기존의 진리와 가치는 사상의 자유경쟁과 도전을 거쳐 새로운 진리와 가치로 발전 또는 창조되어 나아가는 것이고, 우리는 이것을 역사의 발전과정으로 인식한다. 이러한 새로운 진리와 가치의 발전과 창조는 때로는

기존의 진리와 가치를 부정하고 극복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기존의 사상·이념에 반한다 하여 무조건 배척하거나 억제할 것이 아니라 무가치하고 유해한 사상과 이념이라고 할 지라도 가급적 자유경쟁의 시장에서 비판되고 도태되는 과정을 거치게 함으로써 건전한 국가와 사회체제의 기초가 형성될 수 있는 것이다. 오늘날과 같이 대중매체가 고도로 발달되고 조직화되어 사상의 전달과 형성이 인위적으로 조작가능한 시대에 있어서는 자유방임에 의한 경쟁원리가 그대로 통용되지 않는다는 반론이 없는 것은 아니나, 사상의 경쟁이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유지와 발전에 있어서 필요불가결한 요소임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런데 위와 같이 자유민주주의 이념이 표현의 자유를 그 대표적 징표로 삼고 심지어 기존의 사상과 가치체계를 부정하는 사상의 표현에 대해서 조차도 관용을 베푸는 것은 사상의 경쟁을 통하여 민주주의 사회의 건전한 보전과 발전을 도모하려는 데에 있는 것이지, 자유민주주의의 질서와 체제 자체를 파괴하려는 행위까지도 관용하려는 것은 물론 아니며, 이러한 행위는 표현의 자유의 한계 밖에 있고 그 한계를 벗어나는 행위의 규제는 자유민주주의 자체의 방어를 위하여 당연하다고 할 것이나 기존질서의 이념과 가치를 부정하거나 이와 상반되는 사상·의견을 표명한다는 것은 기존질서측에서 볼 때에는 매우 불쾌한 공격임에는 틀림없으나, 그것이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폐지·전복을 유도·선동하는 행위의 일환으로 즉 대한민국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할 “구체적이고 가능한 위험”이 있는 표현행위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와 같은 사상·의견에 대해서도 표현의 자유를 허용하는 것이 바로 자유민주주의의 존재이유인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는 그 구성원들의 다양한 사상, 다양한 생활방식 즉 다원성이 보장되는 사회로서 우리 헌법 또한 국민들의 사상의 자유, 양심의 자유 등을 규정하고 있고 민주주의의 제도적 보장이라고 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의 우월적 지위는 널리 인식되고 있는 바이며 표현의 자유는 민주정치의 필수불가결하고도 전제가 되는 것으로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국가는 민주정치국가라 할 수 없으며 이와 같은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제도적 토대라고 할 수 있어 헌법에서 보장된 여러 기본권 가운데에서도 특히 중요한 기본권이며, 그러기에 의사표현에 대하여 형벌을 과하는 법률은 최고도의 명확성이 요구될 뿐더

러 그 의사표현 행위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장래에 있어 국가나 사회에 단지 해로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성향을 띄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법률에 의하여 금지된 해악을 초래할 명백하고도 현실적인 위험성이 입증된 경우에 한정되어야 한다는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위험의 원칙 외에도 사전억제금지의 이론,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입법의 합헌성추정의 배제원칙, 막연하기 대문에 무효의 이론, 필요최소한도의 규제수단의 선택에 관한 원칙, 비교형량의 원칙과 이중기준의 원칙 등이 발전되어 오고 있는 것이므로 국민의 사상과 신념의 자유, 이를 표현하는 자유는 그 제한에 있어서 위 여러 원칙에 합당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인다. 이에 따라 헌법 제37조 제2항 후문에서 규정하고 있는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의 침해금지 규정의 적용에 있어서도 그 대상이 표현이 자유라면 보다 엄격하게 그 제한법률을 규정하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에서는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정을 알면서도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하는 자를 처벌하고, 제3항에서는 제1항의 목적으로 하는 단체를 구성하거나 이에 가입한 자에 대한 처벌규정을 두고 또한 제5항에서는 그러한 행위를 할 목적으로 문서 등 표현물을 제작하거나 소지하는 등의 행위를 처벌할 것을 규정하고 있는 바, 이는 이른 바 표현범죄에 대한 반국가활동성을 처벌하는 것으로서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은 엄격한 기준에 이르러야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위험성이 없다고 할 것이나,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고 국가변란을 선전하는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되어 있어 그 해석이나 적용에 있어서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위험성이 내포되어 있다고 보인다. 즉 기존의 체제를 비판하거나 반대하는 사상임을 인식하고 이를 표현하는 행위라면 위 조항을 문리적으로 해석할 때 처벌하도록 되어 있어 국민의 사상의 다양성을 사전에 봉쇄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사건을 살펴보면 피고인은 대우정밀의 한 노동자로서 우리 사회 현실의 문제점을 나름대로 인식하고 보다 나은 사회가 되려면 어떻게 하여야 할 것인가에 관해 고민하고 비슷한 생각을 가진 다른 사람들과 정기적이며 조직적인 모임을 가지며 토론하고 ‘노동자 연대’라는 같은 성향의 정치신문을 읽어 본 것으로서 비록 그 목표로서 주장하는 바가 기존의 체

제와는 상반되는 노동자당을 건설하고 노동자들이 지배계급이 되는 사회를 이상으로 보고 있으나, 피고인은 현재의 북한사회도 노동자들의 혁명이 필요한 왜곡된 사회라고 비판하고 있으며 비록 목표달성을 위한 현재 가능한 수단으로서 과격한 방법을 내세우고 있으나 피고인이 자신의 생각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혁명의 구체적 실현을 준비하거나 그를 위하여 폭력 등을 행사한 사실이 없고, 자신들이 가지는 생각들에 관하여 서로 토론을 거듭한 순수이념단체적인 성격도 가진다고 할 것이므로 위와 같은 표현내용이 우리에게 당혹스러운 느낌을 주는 것은 사실이나 그것은 이러한 종류의 표현이 북한이 종전에 펴온 간접침략정책에 의한 선전내용과 흡사하여 그 동안 국가안전보장을 이유로 철저하게 금지되어 온 것이어서, 그 내용의 실제적 위험성보다도 금기된 표현물이 갖는 상징적 위험성이 더 강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보이나 피고인이 참여한 모임은 북한도 비판하고 있는 점에서 위와 같은 상징적 위험성도 약하다고 할 것이다. 피고인의 위와 같은 사상과 표현물도 사상의 경쟁시장에 상장되면 그 허구성과 무가치한 실체가 드러나서 저절로 스러져 버릴 표현물이라고 할 지라도 이를 금기시함으로써 상징적 위험성을 지니게 만드는 것이므로, 이 사건 표현물의 내용이 기존의 이념과 가치를 부정하고 공격하는 내용이어서 당장은 당혹스럽고 불쾌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과감하게 허용, 피고인이 주장하는 노동자당의 결성 등도 허용하여 현실에서의 사상의 경쟁을 거쳐 현실정치의 상황에 순응하게 함으로써 그 상징적 위험성을 제거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정도라고 보인다.

국민의 지지와 정당성을 갖추고 문민정부가 출범한 이래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기초한 현재의 체제에 대한 우월성을 바탕으로 과거와 달리 북한과의 교류와 협력을 넓히면서 사상의 다양성을 폭넓게 수용, 세계화를 향하여 나아가고 있는 현재의 시대의 변화에 비추어서도 지금은 과거와 달리 사상의 포용성을 한층 더 높여도 대한민국의 존립이나 안전이 위협받지 않으리라고 보이는 바, 서구의 여러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의 경우를 보더라도 사회당이나 공산당이 합법적으로 활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므로 세계화를 향한 현 시점에서 이러한 사정 또한 참작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위와 같이 피고인이 국가체제에 비판적 사상을 가졌다는 행위를 국가존립 등을 위태롭게 한

다는 정을 알면서 국가변란을 선전하는 것으로 보아 처벌하는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은 표현의 자유의 제한의 엄격성의 기준에 철저하지 못하며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이 죄형법정주의에도 철저하지 못한 점이 있어 헌법 제37조 제2항 후문의 본질적 내용의 침해가능성의 소지가 있다고 보인다.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은 이른 바 죄형법정주의를 규정한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에서 말하는 법률은 국민이 처벌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되어야 하고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애매하거나 막연하고 불명확한 처벌법규는 자의적인 행정권의 행사에 의한 국민의 기본권 침해의 여지를 가지게 되기 때문에 삼권분립 내지 법치주의 이념과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위헌의 법률이라고 할 것인데, 구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제5항에 대하여는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제1항의 ‘구성원’, ‘활동’, ‘동조’ 등의 용어가 지나치게 다의적이고 그 적용범위가 광범위하여 문언을 그대로 해석적용한다면 헌법상의 언론·출판·학문·예술의 자유 및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고 법운영 당국에 의한 자의적 집행이 가능하여 법치주의원리에 반하고 법의 집행을 받는 자에 대한 평등권 침해가 되며 헌법 전문 및 헌법 제4조의 평화적 통일 지향의 규정에 양립하기 어려운 문제가 생길 수 있으나 그 소정행위에 의하여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줄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고 위 조항의 위헌의 소지가 있음을 밝힌 바 있고 이에 따라 국가보안법의 위 규정이 현행과 같이 개정되어 제7조 제1항에는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란 모두의 요건이 추가되었고, “기타의 방법으로”, “이롭게 한”이라는 부분은 삭제 되면서 구 법 같은 조 제2항의 국외공산계열에 관한 조항이 삭제되고 대신 제1항에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하는”을 추가하는 것으로 바뀐 바 있다. 그런데 개정조항들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취지를 어느정도 수용한 면은 있으나 여전히 “구성원”, “활동”, “동조” 등의 용어가 남아 있어 기왕에 논의되었던 위헌의 시비를 아직까지도 불식하지 못하고 있고,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란 모두의 주관적 구성요건으로 기왕의 위헌의 소지를 줄이려고 하고 있으나 이는 행위자의 내심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것으로서 이를 인정하는 기준이 불명확

할 뿐 아니라 어떠한 행위가 행위자의 내심의 의사를 어떻게 평가하는 가에 따라 범죄가 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하며 무엇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것인지 아무런 내용이 규정되어 있지 않아 여전히 그 해석의 기준이 불명확함에 따르는 해석기관의 자의에 따른 적용이 가능하다는 우려를 가지고 있다.

또한 ‘국가변란’이라는 개념도 그 의미나 내용이 명확하지 아니할 뿐 아니라 단순히 ‘국가변란’이라고만 정의하고 있는데 형법상의 내란죄의 경우 ‘폭동할 것’이라는 보다 명확한 개념을 구성요건으로 두고 있음에도 같은 법 제91조에 국헌문란에 대한 자세한 정의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는 것과 비교하여 보아도 ‘국가변란’이 형법상 규정된 국헌문란과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불분명하다고 할 것이고, 국가변란을 목적으로 폭동하는 등의 행위는 그 행위가 가지는 구체적이고 가능한 위험성을 가려내어 형법에 규정된 내란죄의 각 구성요건에 맞추어 처벌하는 것이 가능할 뿐 아니라 타당하다고 보이며 그 처벌도 가볍지 아니하여 국가보안법의 위 제 규정들은 형법규정과 중복되는 점도 있다고 보이므로 표현의 자유의 필요최소한도의 제한원칙과도 부합되지 아니하는 점이 있어 그 필요성에서도 어느 정도 의문이 있다고 할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재판의 전제가 되는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제3항, 제5항은 헌법상의 죄형법정주의와 표현의 자유의 우월적 보장, 기본권의 본질적 침해금지 규정 등에 합치하지 아니하는 의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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