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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1999. 11. 25. 선고 99헌바28 결정문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84조 위헌소원]
[결정문]
청구인

【당 사 자】

청 구 인 최○준

대리인 변호사 곽준흠

당해사건

대법원 98도4356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위반

주문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1995. 4. 1. 법률 제4947호로 개정된 것)제84조 중 “자치구·시·군의회의원선거의 후보자”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사건개요 및 심판대상

가. 청구인은 1998. 6. 4. 실시된 제2회 전국동시 지방선거 광주광역시 북구의회 의원선거에 후보자로 출마하여 당선되었으나, 새정치국민회의의 지지 또는 추천받음을 표방하였다는 이유로 1998.8. 25. 광주지방법원(98고합344)에서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1995. 4. 1. 법률 제4947호로 개정된 것, 이하 “법”이라 한다)제84조, 제256조 제1항 제1호 라목 위반으로 벌금 2,000,000원의 판결을 선고받았다.

이에 청구인은 항소심을 거쳐 {광주고등법원 1998. 11. 18. 선고 98노570 판결(항소기각)} 대법원에 상고를 하는 한편, 자치구·시·군의회의원선거의 후보자는 특정 정당의 지지 또는 추천받음을 표방할 수 없도록 규정한 법 제84조에 대하여 위헌심판제청신청을 하였다. 대법원(98도4356)은 1999. 2. 26. 상고를 기각함과 동시에 위헌심판제청신청도 기각하자 이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하였다.

나.심판대상은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1995. 4. 1. 법률 제4947호로 개정된 것)제84조 중 재판의 전제가 되는 ‘자치구·시·군의회의원선거의 후보자’ 부분이고 그 내용 및 관련 법률조항은 다음과 같다.

제84조(무소속후보자등의 정당표방금지)자치구·시·군의회의원선거의 후보자와 무소속후보자는 특정 정당으로부터의 지지 또는 추천받음을 표방할 수 없다. 다만, 정당의 당원경력의 표시는 그러하지 아니하다(이하 ‘이 법률조항’이라 한다).

제47조(정당의 후보자추천)①정당은 선거(자치구·시·군의회의원선거를 제외한다)에 있어 선거구별로 선거할 정수범위 안에서 그 소속당원을 후보자(이하 “정당추천후보자”라 한다)로 추천할 수 있다.

제256조(각종제한규정위반죄)①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2년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선거운동과 관련하여 다음 각목의 1에 해당하는 자

가. 내지 다.목 생략

라.제84조(무소속후보자등의 정당표방금지)의 규정에 위반하여 특정 정당으로부터의 지지 또는 추천받음을 표방한 자

마. 내지 하.목 생략

2. 판 단

가.정당이라 함은 국민의 이익을 위하여 책임 있는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을 추진하고 공직선거의 후

보자를 추천 또는 지지함으로써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의 자발적 조직을 의미한다(정당법 제2조). 정당은 자발적 조직이기는 하나 다른 집단과는 달리 자유로운 지도력을 통하여 무정형적(無定型的)이고 무질서한 개개인의 정치적 의사를 집약·정리하고 구체적인 진로와 방향을 제시하며 국정을 책임지는 공권력으로까지 매개하는 중요한 공적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헌법도 정당의 기능에 상응하는 지위와 권한을 보장함과 동시에 그 헌법 질서를 존중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즉, 우리 헌법상 정당설립의 자유와 복수정당제는 보장되며(제8조 제1항), 정당의 목적·조직·활동이 민주적인 한, 정당은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정당운영에 필요한 자금까지도 보조받을 수 있다(같은 조 제2항 내지 제4항). 이렇게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정당(제도)의 본래적 존재 의의가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하는 데 있으며(제8조 제2항 후문), 대의민주주의에서 이러한 참여의 가장 중요한 형태가 선거를 통한 참여임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각종 선거에 정당은 후보자의 추천과 후보자를 지원하는 선거운동을 통하여 소기의 목적을 추구하는데, 이 경우 평등권 및 평등선거의 원칙으로부터 나오는 기회균등의 원칙은 후보자는 물론 정당에 대하여서도 보장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정당이 선거에 있어서 기회균등의 보장을 받을 수 있는 헌법적 권리는 정당활동의 기회균등의 보장과 헌법상 참정권의 보장에 내포되어 있으므로 헌법 제8조 제1항 내지 제3항, 제11조 제1항, 제24조, 제25조는 그 직접적인 근거규정이 될 수 있으며, 헌법 전문과 제1조, 제41조 제1항, 제67조 제1항, 제37조 제2항, 제116조 제2항은 간접적인 근거규정이 될 수 있다(헌재 1991. 3. 11. 91헌마21 , 판례집 3, 91, 113; 1995. 11. 30. 94헌마97 , 판례집 7-2, 677, 691 참조).

나.청구인은 주장하기를, 정당은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선거, 지방의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선거 등 모든 선거에서 그 소속 당원을 후보자로 지지 또는 추천할 권한이 있는데도 이 법률조항이 공직선거 중 오직 자치구·시·군의회의원선거의 후보자에 한하여 특정 정당으로부터의 지지 또는 추천받음을 표방할 수 없다고 제한한 것은 기본권제한금지원칙과 평등원칙에 위반된다는 것이다(법원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합헌의견을 개진하였다).

(1)이 법률조항은 자치구·시·군의회(이하 ‘기초의회’라 한다)의원선거의 후보자는 특정 정당으로부터의 지지 또는 추천받음을 표방(이하 ‘정당표방’이라 한다)할 수 없다. 다만, 정당의 당원경력의 표시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하여, 정당에 대하여는 헌법 제8조 소정의 정당활동의 자유를, 후보자에 대하여는 헌법 제25조의 공무담임권(피선거권)및 선거운동의 자유를, 각 제한하여 정치적 생활영역에 있어서 차별취급을 하고 있다.

헌법 제8조는 정당설립의 자유와 복수정당제를 보장하며, 그 목적·조직·활동이 민주적인 한, 국가는 제도적으로 이를 보장함과 아울러, 정당설립과 활동의 자유를 주관적인 권리로서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입법자는 그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그 내용과 활동을 규율할 수 있고, 한편, 헌법 제25조제37조 제2항에 따라 국민이 국정에 직접 참여하는 공무담임권(피선거권)과 선거운동의 자유에 대하여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법률로써 기초의회의원선거의 후보자의 등록 및 선거운동을 제한할 수 있으나, 이를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특히 공무담임권(피선거권)은 대의민주제와 관계되는 기본권이므로 그 제한은 최소한도에 그쳐야 하고 예외적·필요부득이한 경우에 국한되어야 한다(헌재 1999. 5. 27. 98헌마214 , 판례집 11-1, 675, 698).

(2)지방자치단체의 공직선거후보자(피선거권자)에 대한 자격요건을 보면, 25세 이상의 국민으로서 선거일 현재 계속하여 60일 이상 그 지방자치단체의 관할구역 안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어야 하고(법 제16조

제3항, 제4항), 선거권에 관한 법 제18조 제1항 제1호·제3호 또는 제4호에 해당하는 자 외에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형이 실효되지 아니한 자, 법원의 판결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여 피선거권이 정지되거나 상실된 피선거권이 없는 자가 아니어야 하는 등(법 제19조)선거권자보다 그 요건이 가중된다.

그런데 기초의회의원선거의 후보자는 그 선거구 안에 주민등록이 된 선거권자 50인 이상 100인 이하(인구 1000인 미만의 선거구에 있어서는 30인 이상 50인 이하)의 추천장을 등록신청서에 첨부하도록 되어 있으나(제48조 제2항 제5호, 제5항),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선거, 광역지방의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선거(이하 ‘그 밖의 공직선거’라 한다)에 허용하는 후보자의 정당표방을 금지하고 정당의 당원경력만 표시할 수 있게 하는(법 제84조)요건을 추가하고 있다.

따라서 이 법률조항으로 인한 헌법 제8조 소정의 정당활동 자유의 제한과, 헌법 제25조에 의한 청구인의 공무담임권(피선거권)및 선거운동 자유의 제한이 헌법 제37조 제2항이 규정한 기본권제한의 한계 범위와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원칙을 준수하였는지 여부를 보기로 한다.

(가)이 법률조항은 법에서 규정한 모든 선거 중 기초의회의원선거의 후보자만 정당표방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내용을 입법화하는 문제는 헌법이 정당을 보호하는 한편 지방자치 또한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점, 우리의 정치문화와 지방자치에 대한 국민의식 등 제반사정을 헤아린 입법재량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입법형성은 그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인정되지 않는 한 위헌으로 판단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나)나아가서, 이 법률조항이 입법형성의 한계를 준수한 것인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전제조건으로 지방자치제도의 현상과 그 특수성을 먼저 이해해 둘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제도는 일정한 지역을 단위로 그 지역의 주민이 그 지방주민의 복지에 관한 사무·재산관리에 관한 사무·기타 법령이 정하는 사무(헌법 제117조 제1항)를 그들의 책임하에 자신들이 선출한 기관을 통하여 직접 처리하게 함으로써 지방자치행정의 민주성과 능률성을 제고하고 지방의 균형있는 발전과 아울러 국가의 민주적 발전을 도모하는 데 있다. 지방자치는 국민자치를 지방적 범위 내에서 실현하는 것이므로 지방시정(施政)에 직접적인 관심과 이해관계가 있는 지방주민으로 하여금 스스로 다스리게 한다면 자연히 민주주의가 육성·발전될 수 있다는 소위 “풀뿌리 민주주의”를 그 이념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것은 현대 입헌민주국가의 통치원리인 권력분립 및 통제·법치주의·기본권보장 등의 제원리를 주민의 직접적인 관심과 참여 속에서 구현시킬 수 있어 자유와 책임을 중시하는 자유민주주의 이념에 부합되므로 국민(주민)의 자치의식과 참여의식만 제고된다면 권력분립원리의 지방차원에서의 실현(지방분권)을 가져다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지방의 개성 및 특징과 다양성을 국가전체의 발전으로 승화시킬 수 있고, 나아가 헌법상 보장되고 있는 선거권·공무담임권(피선거권)등 국민의 기본권 신장에도 기여할 수 있게 된다. 한마디로 지방자치제도는 민주정치의 요체이며 현대의 다원적 복합사회가 요구하는 정치적 다원주의를 실현시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협조로 지역 내의 행정관리·주민복지·재산관리·산업진흥·지역개발·문화진흥·지역민방위 등(헌법 제117조 제1항, 지방자치법 제9조 참조)그 지방의 공동관심사를 자율적으로 척결해 나간다면, 국가의 과제(課題)도 그만큼 감축되고 주민의 자치역량도 아울러 배양되어 국민주권주의와 자유민주주의 이념구현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

민주주의의 본질은 국가권력의 형성 및 행사의 근거를 국민적 합의에 두므로 지방자치가 진실로 민주정치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 위하여서는 무엇보다도 지방의회의 구성이 당해 지역주민 각계각층의 의견이 민주적이고도 합리적으로 수렴된 유루(遺漏)없는 합의에 의하여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화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헌재 1991. 3. 11. 91헌마21 , 판례집 3, 91, 99).

(다)지방자치제도의 헌법적 보장은 국민주권의 기본원리에서 출발하여 주권의 지역적 주체인 주민에 의한 자기통치의 실현으로 요약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지방자치의 본질적 내용인 핵심영역은 입법 기타 중앙정부의 침해로부터 보호되어야 함은 헌법상의 요청인 것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에 권력을 수직적으로 분배하는 문제는 서로 조화가 이루어져야 하고, 이 조화를 도모하는 과정에서 입법 또는 중앙정부에 의한 지방자치의 본질의 훼손은 어떠한 경우라도 허용되어서는 안되는 것이다(헌재 1998. 4. 30. 96헌바62 , 판례집 10-1, 380, 385).

이와 같은 입법적·행정적 측면에서 지방자치제도를 보호하고 자치기능의 활성화를 도모하는 것도 중요하나, 우리가 특히 고려하지 않으면 안될 사정은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정치현실 및 정당운영의 비민주성, 지연·혈연·학연이 좌우하는 선거풍토와 그 위에 지방자치를 실시한 경험이 일천(日淺)하다는 것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그 밖의 공직선거와 마찬가지로 기초의회의원선거에도 정당추천후보자의 참여를 허용한다면, 정당은 그 후보자의 당락뿐만 아니라 선출된 의원의 의정활동 전반에 걸쳐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것은 지역의 특성에 따라 자율적으로 운영되어야 할 기초의회의 결정이 정당의 의사에 따라 그 결론이 바뀌게 되는 것을 뜻한다. 기초의회가 정당의 의사에 따라 움직인다면, 기초의회는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상실하여 형해화(形骸化)한 모습으로 남게 된다.

기초의회의 제도적 기능의 제고에는 정당의 영향을 벗어나는 것만이 지역주민의 의사에 따른 자치의 실질화와 적극적인 참여 분위기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인 것이다.

(라)기초의회의원선거에 정당추천후보자의 참여를 제한하지 않고 허용한다면, 후보자 개인의 능력과 자질보다 소속정당이나 정강·정책이 후보자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그러나 기초의회는 국가적인 문제보다 당해 지역 주민들이 그 지역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쟁점을 자주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합의제 기관이므로, 기초의회의 구성은 범국가적인 정당의 정강·정책 등 정치색을 띄는 정당추천후보자보다 가능한 한 그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유능하고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뽑는 것이 권력분립과 지방분권을 지향하는 지방자치의 본질에도 부합하는 것이다.

다.돌이켜 생각컨대, 이 법률조항은 기초의회의 구성 및 활동에 정당의 영향이 배제된 지역실정에 맞는 순수한 지방자치를 실현하는 필요불가결한 입법이므로 그 목적의 중요성은 수긍할 수 있다.

이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기초의회의원선거의 후보자는 정당표방을 할 수 없게 금지하는 수단을 채택한 것은 필요·최소한의 적절하고 효과적인 방법에 해당된다. 이 조항으로 말미암아 후보자는 직접 선거권자에게 자신이 추구하는 정치적 이념이나 정당과 관련된 정보를 줄 수 없고, 선거권자로서는 이러한 정보를 알 기회가 제한된다고 할지라도, 간접적이나마 자신의 정치적 이념 및 정당과 관련된 정보는 정당의 당원경력의 표시를 통하여 알리도록 배려하고 있어(법 제84조 단서)피해의 최소성도 충족하고 있다. 후보자의 정당표방금지로 인한 지방자치의 제도적 보장이라는 이익은 후보자의 공무담임권 및 선거운동 자유의 침해로 입게 되는 손해보다 이익이 더 크므로 두 법익에 대한 균형성의 요건도 갖춘 것이다.

따라서, 이 법률조항은 과잉입법금지의 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청구인의 공무담임권(피선거권)과 선거운동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규정이 아니다. 그 밖의 공직선거와 비교할 때에 기초의회의원선거의 후보자에 한정하여 정당표방금지라는 정치적 생활영역에 있어서의 차별취급을 한 이 조항은 헌법이 추구하는 지방자치의 제도적 보장을 위한 입법목적에 필요불가결한 것으로써, 그 목적달성을 위한 수단 또한 필요·최소한의 부득이한 경우로 인정되므로 평등원칙 위반의 위법도 없다.

그리고 이 법률조항이 정하고 있는 후보자의 정당표방의 금지를 통한 정당활동의 자유에 대한 제한도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과잉입법금지의 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헌법 제8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정당활동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도 아니다.

3. 결 론

이상의 이유로, 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한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김용준(재판장) 김문희 이재화 정경식

고중석 신창언 이영모(주심) 한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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