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인
【당 사 자】
제청법원 서울행정법원
당해사건
서울행정법원 98구24187 징계처분취소
주문
변호사법(2000. 1. 28. 법률 제620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1조 제4항 내지 제6항은 헌법에 위반된다.
이유
1.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당해사건의 원고인 배○연은 변호사인바, 대한변호사협회변호사징계위원회는 1997. 7. 4. 배○연이 법률상의 배우자가 아닌 여자와 동거하여 품위를 손상하였고, 그가 소속한 서울지방변호사회의 월회비 및 연체가산금을 납부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과태료 300만원의 징계를 결정하였다.
배○연은 위 징계결정에 불복하여 법무부변호사징계위원회에 이의신청을 제기하였으나 1997. 10. 6. 그 신청이 기각되었고, 다시 대법원에 즉시항고를 제기하였으나 1998. 9. 9. 그 역시 기각되자, 1998. 11. 6. 서울행정법원에 위 징계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98구24187)을 제기하였는데, 서울행정법원은 변호사법 제81조 제4항 내지 제6항이 당해사건 재판의 전제가 되며 위헌 여부에 의문이 있다고 하여 1999. 8. 26. 직권으로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의 제청을 결정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변호사법(2000. 1. 28. 법률 제620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1조 제4항 내지 제6항(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고,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변호사법(2000. 1. 28. 법률 제620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1조 (징계결정에 대한 불복) ④ 법무부징계위원회의 결정에 대하여 불복이 있는 징계혐의자는 그 통지를 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대법원에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
⑤제4항의 규정에 의한 즉시항고는 집행정지의 효력이 없다.
⑥제4항의 규정에 의한 즉시항고에 관하여는 민사소송법 중 재항고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
2.제청법원의 위헌제청 이유와 이해관계인의 의견 요지
가. 제청법원의 위헌제청 이유
변호사법 제81조 제4항은 대한변호사협회변호사징계위원회의 징계결정에 불복이 있는 징계혐의자가 법무부변호사징계위원회에 이의신청을 하고, 법무부변호사징계위원회가 위 이의신청에 대한 결정을 하면, 징계혐의자는 다시 그 결정에 대법원에 즉시항고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인데, 여기서 대법원에의 즉시항고 이외에 행정소송 등 다른 사법심사도 가능하다고 보면, 이는 대법원에 의하여 2회의 사법심사를 받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하게 되므로, 변호사징계결정에 대한 불복절차에 있어서는 대법원에의 즉시항고 이외에 행정소송 등을 통하여 또 다른 사법심사를 받는 방법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해석된다.
변호사법 제81조 제6항에 의하여 위 즉시항고에 준용되는 재항고는 원결정에 영향을 미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의 위반이 있음을 이유로 하는 때에 한하는 것이므로(민사소송법 제412조),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변호사의 징계에 관하여는 대법원에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의 위반을 이유로 즉시항고하는 이외에는 사법심사를 받을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사실심재판에 관한 한 헌법 제27조에 의하여 보장된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다.
나. 당해사건 당사자 배태연의 의견 요지
(1)변호사에 대한 대한변호사협회변호사징계위원회의 징계결정은, 의사·변리사·법무사·공인회계사·세무사·감정평가사·공인중개사 등 국가가 자격을 부여한 여타 전문직 종사자들에 대한 징계처분과 마찬가지로 행정처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입법연혁상 변호사단체의 요구에 따라 변호사징계권이 당초 법무부장관에서 대한변호사협회변호사징계위원회로 위임되었을 뿐이다. 만약 변호사에 대한 징계가 행정처분이 아니라면, 변호사법이 그에 대한 불복기관을 법무부변호사징계위원회 및 대법원으로 규정한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2)의사·변리사·법무사·공인회계사·세무사·감정평가사·공인중개사 등 여타 전문직 종사자들과 비교할 때, 변호사는 헌법 제12조 제4항 등에 따라 헌법적 제도로서 보장되는 존재이므로 더욱 확고한 신분보장을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위 여타 전문직 종사자들과 달리 변호사에게는 그 징계결정에 대하여 행정소송을 통한 사법적 구제의 길을 막아놓고 있는 것은 헌법상 비례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며 기본권인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다. 법무부장관의 의견 요지
(1)헌법 제27조 제1항·제3항이 규정한 재판청구권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규정하고 있는 것일 뿐, 반드시 3심 구조에 의한 재판을 받을 것을 일컫는 규정이 아니므로, 헌법상 재판을 받을 권리가 각급 법원의 재판을 모두 받아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3)변호사법은 그 동안 변호사단체의 자치권·자율정화기능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수 차례 개정되어, 대한변호사협회변호사징계위원회의 권한을 확대하는 동시에 그 구성(판사의 관여를 보장)과 절차(재판절차에 준함)에 있어서 사실상 1심 재판과 같은 역할을 담당하도록 하고, 법무부변호사징계위원회 역시 마찬가지로 그 구성과 절차에 있어서 사실상 2심 재판과 같은 독립적인 심판기관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4)변호사징계와 관련하여 징계혐의자는, 대한변호사협회변호사징계위원회와 법무부변호사징계위원회 및 대법원을 거치면서, 법관에 의한 사실확정과 법률의 해석적용의 기회를 모두 부여받고 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그러한 절차를 규정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3. 판 단
가. 변호사징계에 대한 불복절차의 특징
우리 헌법하에서 모든 행정처분은 법원에 의한 심사를 받을 수 있고, 행정처분이나 공법상의 법률관계에 관한 분쟁에 대하여는 행정소송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행정법원을 1심으로 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행정소송법 제1조, 제9조 참조). 그러나 변호사징계결정은 대한변호사협회변호사징계위원회의 징계결정이나 그에 불복하여 열리는 법무부변호사징계위원회의 징계결정(변호사법 제81조 제1항, 제2항)이나 모두 기본적으로 공권력적 행정처분이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하여 행정법원에의 제소가 허용되지 아니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정하는 바에 따라 법무부변호사징계위원회의 결정에 대하여 그에 영향을 미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의 위반이 있음을 이유로 하는 때에 한하여 대법원에 즉시항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므로 일반행정소송에 있어서는 사실심인 행정법원 및 고등법원의 재판과 법률심인 대법원의 재판을 거칠 수 있음에 반하여, 변호사징계를 다투는 쟁송에 있어서는 법무부변호사징계위원회에서 사실심이 모두 끝나고, 그 다음에는 행정법원 및 고등법원의 재판을 거침이 없이 곧바로 법률심인 대법원의 재판을 받게 되는 점에 중요한 특징이 있다. 이것이 우리 헌법상 과연 용인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 바로 이 사건의 쟁점이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
(1) 사법국가주의 및 재판청구권과의 관계
(가) 헌법 제27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함으로써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자격과 절차에 의하여 임명되고(헌법 제101조 제3항, 제104조, 법원조직법 제41조 내지 제43조), 물적 독립(헌법 제103조)과 인적 독립(헌법 제106조, 법원조직법 제46조)이 보장된 법관에 의하여 합헌적인 법률이 정한 내용과 절차에 따라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한편, 재판이라 함은 구체적 사건에 관하여 사실의 확정과 그에 대한 법률의 해석적용을 그 본질적인 내용으로 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변호사에 대한 징계결정에 대하여 불복이 있는 경우에도 법관에 의한 사실확정 및 법률적용의 기회를 주지 아니하고, 단지 그 결정이 법령에 위반된 것을 이유로 하는 경우에 한하여 법률심인 대법원에 즉시항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바, 대한변호사협회변호사징계위원회나 법무부변호사징계위원회의 징계에 관한 결정은 비록 그 징계위원 중 일부로 법관이 참여한다고 하더라도(변호사법 제74조 제1항, 제75조 제2항 참조) 이를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한 재판이라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관에 의한 사실확정 및 법률적용의 기회를 박탈한 것으로서 헌법상 국민에게 보장된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위헌규정이라 아니할 수 없다. 대법원은 법무부변호사징계위원회의 징계결정이나 기각결정을 채증법칙위배 등을 이유로 법령위반이라 하여 이를 파기할 수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대한변호사협회변호사징계위원회나 법무부변호사징계위원회의 사실확정을 전제로 하여 법률심으로서의 사후심사로서 관여하는 것이지, 그 자신이 직접 계쟁사실에 관한 사실확정을 하는 것은 아니어서, 이는 위에서 말한 법관에 의한 사실확정이라고 할 수 없다.
(나)헌법 제101조 제1항, 제2항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 법원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법원으로 조직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헌법 제107조 제3항 전문은 “재판의 전심절차로서 행정심판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우리 헌법이 국가권력의 남용을 방지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기본원리로서 채택한 3권분립주의의 구체적 표현으로서 일체의 법률적 쟁송을 심리 재판하는 작용인 사법작용은 헌법 그 자체에 의한 유보가 없는 한 오로지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하는(헌법 제101조 제2항) 법원만이 담당할 수 있고, 또 행정심판은 어디까지나 법원에 의한 재판의 전심절차로서만 기능하여야 함을 의미한다(헌재 1995. 9. 28. 92헌가11 등, 판례집 7-2, 264, 279).
그런데 법무부변호사징계위원회의 징계결정이나 기각결정은 그 판단주체 및 기능으로 보아 행정심판에 불과함이 분명하고, 이러한 행정심판에 대하여는 법원에 의한 사실적 측면과 법률적 측면의 심사가 가능하여야만 비로소 변호사징계사건에 대한 사법권 내지는 재판권이 법원에 속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인바,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이러한 행정심판에 대한 법원의 사실적 측면과 법률적 측면에 대한 심사를 배제하고, 대법원으로 하여금 변호사징계사건의 최종심 및 법률심으로서 단지 법률적 측면의 심사만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재판의 전심절차로서만 기능해야 할 법무부변호사징계위원회를 사실확정에
관한 한 사실상 최종심으로 기능하게 하고 있는 것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일체의 법률적 쟁송에 대한 재판기능을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하는 법원에 속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101조 제1항 및 제107조 제3항에 위반된다고 하지 아니할 수 없다.
(2) 평등권과의 관계
이 사건 법률조항은 변호사징계사건에 대하여는 행정법원 및 고등법원에 의한 사실심리의 기회를 배제함으로써, 징계처분을 다투는 다른 전문자격종사자에 비교하여 볼 때, 변호사에게는 법관에 의한 사실심리 판단의 기회를 부여하지 아니하는 차별대우를 하고 있는바, 이것이 합리적 근거 없는 차별인 경우에는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 할 것이다.
그런데, 변호사의 자유성·공공성·단체자치성·자율성 등 두드러진 직업적 특성들을 감안하더라도 의사·공인회계사·세무사·건축사 등 여타 전문직 종사자들에 비하여 위와 같은 차별을 합리화할 어떠한 정당한 목적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점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평등의 원칙을 규정한 헌법 제11조 제1항에 위반된다.
4. 결 론
이상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므로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김용준(재판장) 김문희 정경식 고중석
신창언 이영모 한대현 하경철 김영일(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