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법관의 정년을 규정하고 있는 법원조직법 제45조 제4항(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청구인의 평등권, 직업선택의 자유 내지 공무담임권을 침해하거나 헌법 제106조의 법관 신분보장 규정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가.법관은 국가의 통치권인 입법·행정·사법의 주요 3권 중 사법권을 담당하고 그 권한을 행사하는 국가기관이고, 다른 국가기관이나 그 종사자와는 달리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하는 기관으로서, 법관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관의 정년을 직위에 따라 대법원장 70세, 대법관 65세, 그 이외의 법관 63세로 하여 법관 사이에 약간의 차이를 두고 있는 것으로, 헌법 제11조 제1항에서 금지하고 있는 차별의 요소인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 그 어디에도 해당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하여 어떠한 사회적 특수계급제도를 설정하는 것도 아니고, 그와 같이 법관의 정년을 직위에 따라 순차적으로 낮게 차등하게 설정한 것은 법관 업무의 성격과 특수성, 평균수명, 조직체 내의 질서 등을 고려하여 정한 것으로 그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나.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이 법관의 정년을 설정한 것은 법관의 노령으로 인한 정신적·육체적 능력 쇠퇴로부터 사법이라는 업무를 제대로 수행함으로써 사법제도를 유지하게 하고, 한편으로는 사법인력의 신진대사를 촉진하여 사법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업무의 효율성을 제고하고자 하는 것으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인간의 정신적·육체적 능력이 쇠퇴해 가게 되는 것은 과학적 사실이고, 개인마다 그 노쇠화의 정도는 차이가 있음도 또한 사실이다. 그런데, 법관 스스로가 사법이라는 중요한 업무수행 감당능력을 판단하여 자연스럽게 물러나게 하는 제도로는 사법제도의 유지, 조직의 활성화 및 직무능률의 유지향상이라는 입법목적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없고, 어차피 노령에 따른 개개인의 업무감당능력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곤란한 마당에, 입법자가 법관의 업무 특성 등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일정한 나이를 정년으로 설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므로, 그 입법수단 역시 적절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정한 법관의 정년은 60세 내지 65세로 되어 있는 다른 국가공무원의 정년보다 오히려 다소 높고, 정년제를
두고 있는 외국의 법관 정년연령(65세 내지 70세)을 비교하여 보아도 일반법관의 정년이 지나치게 낮다고 볼 수도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직업선택의 자유 내지 공무담임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
다.그리고, 헌법규정 사이의 우열관계, 헌법규정에 대한 위헌성판단은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그에 따라 헌법 제106조 법관의 신분보장 규정은 헌법 제105조 제4항 법관정년제 규정과 병렬적 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아 조화롭게 해석하여야 할 것이고, 따라서, 정년제를 전제로 그 재직 중인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하며, 징계처분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직, 감봉 기타 불리한 처분을 받지 아니한다고 해석하여야 하고, 그러한 해석하에서는 헌법 제105조 제4항에 따라 입법자가 법관의 정년을 결정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것이 입법자의 입법재량을 벗어나지 않고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고,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그 입법 자체가 평등권, 직업선택의 자유나 공무담임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어, 결국 신분보장 규정에도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심판대상조문
참조판례
헌재 1995. 12. 28. 95헌바3 , 판례집 7-2, 841
헌재 2001. 2. 22. 2000헌바38 , 판례집 13-1, 289
헌재 2001. 2. 22. 2000헌마25 , 판례집 13-1, 386, 412-413
당사자
청 구 인 전충환(변호사)
주문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법관으로 재직하다가 법원조직법 제45조 제4항에 의하여 2001. 12. 5. 정년으로 퇴직한 자이다. 그런데 청구인은 수원지방법원 판사로 재직하던 2001. 8. 10. 위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정년으로 퇴직하게 되므로, 이는 헌법 제10조의 기
본적 인권보장, 제11조의 평등권, 제15조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제106조 법관의 신분보장 규정에 위배된다고 하여 그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심판청구를 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법원조직법 제45조 제4항(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인바, 그 법률조항 및 관련 법률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법원조직법 제45조(임기·연임·정년)①대법원장의 임기는 6년으로 하며, 중임할 수 없다.
② 대법관의 임기는 6년으로 하며, 연임할 수 있다.
③ 판사의 임기는 10년으로 하며, 연임할 수 있다.
④대법원장의 정년은 70세, 대법관의 정년은 65세, 판사의 정년은 63세로 한다.
2. 청구인의 주장과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
(1)정년에 이른 법관은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법관직에서 강제퇴직을 당함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와 행복을 추구할 권리 그리고 국가로부터 기본적 인권을 보장받을 권리를 상실하게 된다. 그리고 정년에 이른 일반 법관은 강제퇴직당함으로써 정년에 이르지 아니한 법관 사이에 있어 불평등한 지위에 있게 되고, 대법원장·대법관·일반법관 상호간에 있어서는 그 정년의 차이로 인하여 같은 법관 사이에 있어서도 불평등한 지위에 있게 된다. 또한 정년으로 인하여 더 이상 법관이라는 직업에 종사할 수 없다는 점에서도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당하게 된다. 아울러 정년에 달한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 법관직을 상실하게 되며, 징계처분에 의하지 아니하고 불리한 처분을 받게 된다. 또한 정년에 이른 법관은 중대한 심신상의 장해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 해당되지 아니함에도 강제퇴직하게 된다.
(3)위 헌법 제105조 제4항의 위임에 따라 이 사건
법률조항은 대법원장을 70세로, 대법관은 65세, 그리고 그 이외의 법관은 63세로 차등을 두어 정년을 규정함으로써, 헌법 제11조 제2항에서 금지하고 있는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를 인정하고 이를 창설하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4)법관의 정년을 규정한 목적이 신분이 보장되어 있는 법관이 고령에 이르러 업무능력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사실이나 법관에게 정년 연령까지 근무의 계속을 보장함으로써 장래에 대한 확실한 예측을 가지고 직무에 전념하게 한다거나, 법관의 교체를 계획적으로 수행함으로써 연령구성의 고령화를 방지하고 조직을 활성화하여 직무능률을 유지·향상시키는 데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선 상대적으로 더 중요한 업무를 담당한 법관인 대법원장이 대법관보다, 그리고 대법관이 일반법관보다 정년이 고령으로 규정되어 있는 것은 위 정년을 규정한 취지와는 모순되고, 장래에 대한 확실한 예측을 가지고 직무에 전념하게 한다는 목적은 오히려 정년을 폐지함으로써 더 효과적으로 달성될 수 있을 것이며, 법관의 교체를 계획적으로 수행하는 것은 헌법 및 법원조직법의 법관 임기에 관한 규정으로서 그 목적을 달성하고도 남을 것이다.
또한 법원조직법 제47조에서, “법관이 중대한 심신상의 장해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대법관인 경우에는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판사인 경우에는 대법원장이 퇴직을 명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규정에 의하여 연령 구성의 고령화를 방지하고, 업무능력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법관에 대한 퇴직을 명할 수 있을 것이다.
(5)분쟁해결을 위하여 오랜 사회적 경험과 연륜을 필요로 하고 진보적이고 개혁적이기보다는 오히려 기존 법질서의 유지를 본연의 임무로 하고 있는 법관에 대하여, 그 임기에 의한 근무기간의 제한을 두고 다시 정년에 의한 근무기간의 제한을 두고 있는 것은 법관의 신분과 사법권의 독립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를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또한 헌법기관 가운데, 대통령, 국회의장 그리고 국무총리 등에 대하여는 정년에 관한 규정이 없는데도 대법원장에게는 정년이 있어야 하는 합리적 헌법질서상 근거가 없고, 선거직 공무원 또는 선출직 공무원과 달리 임명직 공무원에 대하여는 정년이 있어야 하는 헌법상의 합리적인 이유도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 제10조(기본적 인권의 보장), 제11조(평등권), 제15조(직업선택의 자유) 및 제106조(법관의 신분보장)에 위반된다.
나. 법원행정처장의 의견
(1)헌법 제105조 제4항에서, “법관의 정년은 법률로 정한다.”라고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법관정년제는 헌법상의 근거에 의한 것으로서 정년제 그 자체의 합헌성은 특별히 문제되지 아니한다.
(2)육체적·정신적 능력이 연령과 함께 감퇴되는 것은 자연의 법칙인데, 우리 헌법은 일정한 연령에 달한 법관을 교체함으로써 고도의 능력을 요하는 법관의 직무가 충실히 수행될 수 있도록 사법부를 유지하고 나아가 국민의 재판을 받을 권리라는 공적이익을 추구하고자 하는 것으로서, 연령에 의하여 퇴직여부를 구별하는 것은 합리적인 기준에 의한 구별이므로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3)선거직 공무원의 행위는 법관의 행위에 비하여 보다 많은 공중의 감시하에 놓이게 되고, 그들의 행위에 좋지 않은 점이 있는 경우 대개는 간단히 외부에 드러나게 될 뿐만 아니라, 그들은 법관 보다 쉽게 해임당할 수 있고, 국민은 선거직 공무원의 업무수행능력을 선거에 의하여 평가하고 교체할 수 있지만, 법관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한 점등에 비추어 볼 때, 선거직 공무원과 달리 법관에게 정년을 두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다.
(4)법관의 정년에 관하여 헌법이 법률에 위임하고 있다고 하여도, 그 법률에서 구체적인 정년연령을 설정함에 있어 입법자의 재량권을 일탈하였다고 해석되는 경우에는 위헌성이 문제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그 정년을 정함에 있어서 대법원장, 대법관 기타 법관의 정년을 각 70세, 65세, 63세로 조금씩 차등을 두고 있다고 하여도 이를 위헌이라고까지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즉, 대법원장 및 대법관은 거기에 적합한 경험많고 유능한 인재를 구하기가 결코 용이하지 않기 때문에 될수록 넓은 범위에서 적임자를 물색하여 임명할 수 있도록 다른 법관들에 비하여 정년을 연장함이 합리적이고, 특히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수장으로서 대통령, 국회의장과 동등한 특별한 지위에 있으므로 대법관보다 그 정년을 연장함이 상당한 것이다.
3. 판 단
가. 관련 기본권과 위헌여부 판단의 대상
청구인의 주장요지는 다음 3가지이다. 즉, 첫째, 법관정년제를 규정하고 있는 것은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퇴직시키는 것으로 헌법 제10조 인간의 존엄과 가치·행복추구권, 제11조 평등권, 제15조 직업선택의 자유 및 제106조의 법관의 신분보장 규정에 위배되고,
둘째, 선거직 공무원과 달리 임명직인 법관에만 정년을 규정하고 있는 것은 합리적 이유없는 차별로 평등권을 침해하고 있고, 셋째, 법관의 정년을 대법원장 70세, 대법관 65세, 판사 63세로 그 직위에 따라 고위 법관부터 순차적으로 차등하여 낮게 규정한 것은 합리적인 이유없는 차별로 평등권을 침해하고, 헌법 제105조 제4항 위임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선, 헌법 제105조 제1항 내지 제3항에서는 대법원장·대법관 및 그 이외의 법관의 임기제를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4항에서, “법관의 정년은 법률로 정한다.”라고 규정하여 ‘법관정년제’ 자체를 헌법에서 명시적으로 채택하고 있으며, 다만, 구체적인 정년연령을 법률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법관정년제’ 자체의 위헌성 판단은 헌법규정에 대한 위헌주장으로, 종전 우리 헌법재판소 판례에 의하면, 위헌판단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헌재 1995. 12. 28. 95헌바3 , 판례집 7-2, 841; 헌재 2001. 2. 22. 2000헌바38 , 판례집 13-1, 289 각 참조). 물론 이 경우에도 법관의 정년연령을 규정한 법률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하여는 위헌판단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다음, 법관의 정년을 차등적으로 규정한 것의 위헌주장 중, 헌법규정에 위임의 한계를 벗어나 위헌이라는 부분은 결국 국회의 입법재량권의 한계 내에 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에 귀결되므로, 평등권 등 침해여부 판단과 더불어 검토하면 족할 것이다.
그리고 헌법 제10조의 기본적 인권보장(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 규정에 대한 주장도 위 평등권 등 구체적인 기본권 침해여부에 대한 판단으로 족하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이 사건 본안판단의 대상이 되는 것은 법관의 정년을 직위에 따라 대법원장 70세, 대법관 65세, 그 이외의 법관 63세로 규정하여 법관 사이에 차이를 두고 있는 것이 평등권 및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헌법 제106조의 법관의 신분보장 규정에 위배되는지 여부라고 할 것이다.
나. 법관의 임기·정년에 관한 입법연혁
(1) 우리 헌법 규정의 변천
요컨대, 역대 우리헌법은 법관의 임기제와 정년제를 채택하여 왔던 것이다.
(2) 법원조직법 규정의 변천
1949. 9. 26. 법률 제51호로 제정된 법원조직법 제39조에 의하면, 대법원장인 대법관의 정년은 70세, 기타 법관의 정년은 65세로 규정하였다가, 1961. 8. 12. 법률 제679호 개정법률에 의하여 법관의 정년을 일률적으로 65세로 규정하였고, 1962년 헌법에 따른 1963. 12. 13. 법률 제1496호 개정법률에 의하여 대법원장인 대법관의 임기 6년(연임불가), 그 이외의 법관의 임기 10년(연임가능)으로 법관의 임기를 차등하여 규정하였으며, 1972년 헌법에 따른 1973. 1. 25. 법률 제2448호 개정법률에 의하여 대법원장과 대법원판사인 법관의 정년은 65세, 고등법원장인 법관의 정년은 63세, 그 이외의 법관의 정년은 60세로 한다고 규정하였고, 1980년 헌법에 따른 1981. 1. 29. 법률 제3362호 개정법률에 의하여 대법원장의 정년은 70세, 대법원판사의 정년은 65세, 고등법원장 및 사법연수원장인 법관의 정년은 63세, 그 이외의 법관의 정년은 60세로 한다고 규정하였으며, 현행헌법에 입각한 1994. 7. 27. 법률 제4765호 개정법률 제45조 제4항(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대법원장의 정년은 70세, 대법관의 정년은 65세, 판사의 정년은 63세로 개정하기에 이른 것이다. 한편 위 최종 법원조직법 개정과정에서 “시군판사의 정년을 70세로 한다.”라는 안이 제기되었으나, 결국 동 개정안에 포함되지 못한 바 있다.
다. 평등권 침해여부
헌법 제1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2항에서는,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떤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관의 정년을 직위에 따라 대법원장 70세, 대법관 65세, 그 이외의 법관 63세로 하여 법관 사이에 약간의 차이를 두고 있는 것으로, 헌법 제11조 제1항에서 금지하고 있는 차별의 요소인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 그 어디에도 해당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하여 어떠한 사회적 특수계급제도를 설정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의 평등권 침해여부와 관련하여 문제되는 것은 위와 같이 법관에 따라 그 정년연령에 차등을 두는 것, 다시 말하면, 대법관은 대법원장보다 5세, 그 이외의 일반법관의 정년연령은 그 보다 7세나 5세 정도 낮게 설정하는 것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가 여부라고 할 것이다.
법관정년제를 두는 것은 통상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육체적·정신적 능력이 쇠퇴해 가는 것이 사실이므로, 그에 대처하여 사법이라는 업무를 효율적으로 제대로 수행함으로써 사법제도를 유지하고자 하고, 한편으로는 사법인력의 신진대사를 촉진하여 사법조직에 활력을 불러일으키고자 하는 중요한 공익을 위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즉, 법관정년제는 법관의 쇠퇴화·보수화·관료화를 완화 또는 방지하고자 하는데 그 입법목적이 있고, 나아가 정년을 명시함으로써 법관의 신분보장에도 기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일반법관보다 대법원장·대법관의 정년연령을 더 높이 설정한 이유는, 첫째, 경험이 풍부하고 식견이 높은 인물을 가능한 한 연령에 제한됨이 없이 널리 구하고, 둘째, 대법원은 법률심이고 사실심이 아니기 때문에 신체적인 부담이 하급법원의 법관에 비하여 비교적 적다는데 있으며, 셋째, 정원이 적으므로 고령에 달할 때까지 심신이 모두 건강한 인물을 채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1)그 밖에 그 자격요건(15년 이상의 법조경력) 등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연령에서 임명된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한편, 우리나라 국가공무원의 정년에 관하여는 원칙적으로 직무의 종류 및 계급에 따라 이를 달리 정하고 있는데,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반직 공무원으로서 5급 이상의 공무원은 60세, 6급 이하의 공무원은 57세(다만 공안직 8급 및 9급 공무원은 54세)를 그 정년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일반직 공무원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연구 또는 특수기술직렬의 공무원은 57세 내지 60세(연구관·지도관은 60세, 연구사·지도사는 57세), 기능직 공무원은 50세 내
지 57세(등대직렬 및 방호직렬공무원은 59세)의 범위 내에서 국회규칙, 대법원규칙, 헌법재판소규칙,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 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정년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국가공무원법 제74조). 검찰총장의 정년은 65세, 검찰총장 외의 검사의 정년은 63세로 되어 있고(검찰청법 제41조), 경찰공무원의 정년은 경정 이상이 60세, 경감 이하가 57세로 되어 있고, 별도로 치안감 4년 등 계급정년도 규정하고 있으며(경찰공무원법 제24조 제1항), 군인의 경우는 연령정년으로 원수 종신, 대장 63세, 중장 61세, 소장 59세, 준장 58세……하사 40세에 이르기까지 계급별로 차등하게 설정되어 있고, 별도로 근속정년(대령 35년 등), 계급정년(중장 4년 등)도 두고 있고, 교육공무원의 경우는 고등교육법 제14조에 의한 대학교수, 총장, 학장 등 대학교 교원은 65세, 그 이외에는 62세로 되어 있으며(교육공무원법 제47조 제1항), 외무공무원의 정년은 60세로 되어 있는데, 다만, 외교통상부 및 그 소속기관의 직위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직위에 재직 중인 자는 정년을 초과하여 근무할 수 있으나 64세를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외무공무원법 제27조 제1항, 제3항).
그렇다면, 우리나라 공무원의 정년은 그 직무의 성격에 따라 다소 차이를 두고 있으나 군인의 경우 이외에는 대체로 60세 내지 65세로 설정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법관은 국가의 통치권인 입법·행정·사법의 주요 3권 중 사법권을 담당하고 그 권한을 행사하는 국가기관이고, 다른 국가기관이나 그 종사자와는 달리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하는 기관으로서(헌법 제103조), 법관 하나 하나가 법을 선언·판단하는 독립된 기관이며, 그에 따라 사법권의 독립을 위하여 헌법에 의하여 그 신분을 고도로 보장받고 있다(헌법 제106조). 따라서, 법관의 정년을 설정함에 있어서, 입법자는 위와 같은 헌법상 설정된 법관의 성격과 그 업무의 특수성에 합치되어야 하고, 관료제도를 근간으로 하는 계층구조적인 일반 행정공무원과 달리 보아야 함은 당연하므로, 고위법관과 일반법관을 차등하여 정년을 설정함은 일응 문제가 있어 보이나, 사법도 심급제도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과 위에서 살펴본 몇 가지 이유를 감안하여 볼 때, 일반법관의 정년을 대법원장이나 대법관보다 낮은 63세로, 대법관의 정년을 대법원장보다 낮은 65세로 설정한 것이 위헌이라고 단정할 만큼 불합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외국의 경우, 법관을 종신직으로 하고 있는 나라도 있지만, 법관의 정년을 규정하고
있는 나라에서는 대개 65세 내지 70세 전후로 설정되어 있으며, 특히 법관의 정년연령이 2원적으로 설정되어 있는 경우에는 대체로 고위법관의 정년연령이 고령으로 규정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법관의 정년을 직위에 따라 순차적으로 낮게 차등하게 설정한 것은 법관 업무의 성격과 특수성, 평균수명, 조직체 내의 질서 등을 고려하여 정한 것으로 그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다만,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여부와 별도로, 향후 국회는 의학의 발달로 인하여 평균수명이 연장되고 있고 활동연령도 높아가고 있는 추세에 맞추고, 법관 업무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일반법관의 경우에도 풍부한 경험과 숙련된 실무를 익힌 법관을 확보함으로써, 개개의 심급마다 재판의 질을 향상시켜 사법부의 권위를 유지하기 위하여 정년연령을 상향조정하는 문제를 검토할 필요는 충분히 있다고 본다.
라.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여부
직업선택의 자유는 모든 국민이 자신의 삶을 영위해 나가는 생활의 터전이 되고 각자의 개성을 발휘하고 인격을 실현하는데 필수불가결한 기본권이다. 따라서, 국민이 선택하고 수행하고자 하는 직업은 그것이 공직이든 아니든 국가는 이를 최대한으로 보장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국민이 선택하고 수행하고자 하는 직업이 공직인 경우에는 공무담임권과 결부되고 그것을 통하여 실현된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공무담임권도 국가 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나, 그 경우에도 이를 불평등이나 과도하게 침해하거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헌재 2001. 2. 22. 2000헌마25 , 판례집 13-1, 386, 412-413 참조).
다만, 공무담임권의 제한의 경우는 그 직무가 가지는 공익실현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하여 그 직무의 본질에 반하지 아니하고 결과적으로 다른 기본권의 침해를 야기하지 아니하는 한 상대적으로 강한 합헌성이 추정될 것이므로, 주로 평등의 원칙이나 목적과 수단의 합리적인 연관성여부가 심사대상이 될 것이며, 법익형량에 있어서도 상대적으로 다소 완화된 심사를 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이 법관의 정년을 설정한 것은 법관의 노령으로 인한 정신적·육체적 능력 쇠퇴로부터 사법이라는 업무를 제대로 수행함으로써 사법제도를 유지하게 하고, 한편으로는 사법인력의 신
진대사를 촉진하여 사법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업무의 효율성을 제고하고자 하는 것으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인간의 정신적·육체적 능력이 쇠퇴해 가게 되는 것은 과학적 사실이고, 개인마다 그 노쇠화의 정도는 차이가 있음도 또한 사실이다. 그런데, 법관 스스로가 사법이라는 중요한 업무수행 감당능력을 판단하여 자연스럽게 물러나게 하는 제도로는 사법제도의 유지, 조직의 활성화 및 직무능률의 유지향상이라는 입법목적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없고, 어차피 노령에 따른 개개인의 업무감당능력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곤란한 마당에, 입법자가 법관의 업무 특성 등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일정한 나이를 정년으로 설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므로, 그 입법수단 역시 적절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청구인은 법원조직법 제47조의 심신장해로 인한 퇴직규정에 의하여 연령구성의 고령화를 방지하고 업무능력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법관에 대한 퇴직을 명할 수 있어서, 그것으로 충분히 위와 같은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원조직법 제47조는, “법관이 중대한 심신상의 장해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대법관인 경우에는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판사인 경우에는 대법원장이 퇴직을 명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어서, 이는 노령으로 인한 직무수행능력결여를 염두에 둔 규정이라기 보다는 나이와 관계없이 ‘중대한 심신상의 장해’ 즉, 중병으로 인한 업무수행능력결여를 상정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사 이를 노령으로 인한 직무수행능력결여의 경우에도 활용한다고 할 때, 그 객관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이며, 그와 같은 사유로 퇴직하게 되는 법관에 대한 사회적 평가(명예손상) 등 적지 않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므로, 그 활용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국가공무원의 정년보다 오히려 다소 높고, 정년제를 두고 있는 외국의 법관 정년연령을 비교하여 보아도 이 사건 법률조항의 일반법관의 정년이 지나치게 낮다고 볼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직업선택의 자유 내지 공무담임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
마. 법관의 신분보장규정 위배여부
법관정년제를 규정한 것은 한편으로는 정년연령까지 그 신분이 보장되는 측면이 있다. 청구인은 그 법관정년제 자체를 문제삼고 있는바, 이 점에 관하여는 우리
헌법상 법관정년제를 채택하고 있어서,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원칙적으로 위헌성판단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우리는 헌법규정 사이의 우열관계, 헌법규정에 대한 위헌성판단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있으므로, 그에 따라 헌법 제106조 법관의 신분보장 규정은 헌법 제105조 제4항 법관정년제 규정과 병렬적 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아 조화롭게 해석하여야 할 것이고, 따라서, 정년제를 전제로 그 재직 중인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하며, 징계처분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직, 감봉 기타 불리한 처분을 받지 아니한다고 해석하여야 하고, 그러한 해석하에서는 헌법 제105조 제4항에 따라 입법자가 법관의 정년을 결정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것이 입법자의 입법재량을 벗어나지 않고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고,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그 입법 자체가 평등권, 직업선택의 자유나 공무담임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어, 결국 신분보장 규정에도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학자에 따라서는 사법권의 독립을 보다 효과적으로 이룩하기 위하여 법관정년제를 폐지하고 종신제로 가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그런데, 궁극적으로 이 문제는 사법권 독립, 사법의 민주화, 사법의 보수화·관료화·노쇠화 방지 등을 비교 형량한 헌법정책 내지 입법정책의 문제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법관의 정년자체를 낮게 설정함으로써 그 결과 법관의 신분보장 규정에 위배된다는 주장이라면,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이 평등권, 직업선택의 자유나 공무담임권을 침해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결과적으로 법관의 신분보장규정에도 위배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관의 신분보장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106조에도 위배되지 아니한다.
4. 결 론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평등권, 직업선택의 자유 내지 공무담임권, 나아가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하고 있지 아니하고, 헌법 제106조의 법관의 신분보장 규정에도 위배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한대현 김영일(주심)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