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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2. 11. 28. 선고 2002헌마414 결정문 [불기소처분취소]
[결정문]
피청구인

이 공소시효의 완성을 이유로 공소권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함에 있어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수사를 하였거나 증거의 취사선택 및 가치판단 또는 헌법의 해석과 법률의 적용에 있어 불기소처분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잘못을 범하였다고 보여지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재판관 김영일, 재판관 송인준의 각하의견

피청구인은 이 사건 고소사실 전부에 대하여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이유로 공소권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하였고, 다수의견은 그것이 옳다 하여 심판청구를 기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헌법재판소는 결정 선고시를 기준으로 하여 최우선적으로 적법요건의 구비여부를 심사하여야 하고, 따라서 불기소사건에 대한 헌법소원사건에 있어서 검사의 불기소처분이 정당한가를 심사함에 있어서는 결정선고시점을 기준으로 적법요건 중의 하나인 권리보호이익의 문제, 즉, 궁극적으로 공소제기에 의하여 청구인이 기본권의 구제를 받을 수 있는지 여부를 우선적으로 살펴야 하고, 불기소처분의 내용이 공소시효의 완성을 이유로 한 공소권없음 처분인 경우에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다수의견은 검사의 불기소처분이 행하여진 뒤 공소시효가 완성된 경우에는 권리보호이익의 부존재라는 적법요건의 흠결을 이유로 심판청구를 각하하면서도 검사의 불기소처분 이전에 공소시효가 완성되었음을 이유로 공소권없음 불기소처분된 사건은 그것이 옳다 하여 심판청구를 기각한다고 하나, 그것은 헌법재판소가 검찰의 사후심인 양 사건을 처리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아울러 판단의 시점도 헌법재판소의 결정시점이 아닌 검찰의 결정시점에서 판단하는 것이어서 부당하다. 헌법재판소의 입장에서는 검사의 처분 후에 공소시효가 완성된 경우와 그 이전에 완성된 경우를 구별할 필요가 없다. 두 경우 모두 헌법재판소에서 적법요건을 판단하는 기준시점인 결정선고시점에서 보면 공소시효가 완성된 것이므로 권리보호이익이 없어 부적법 각하하여야 하는 것이다. 결국, 이 사건 고소사실은 전부 공소시효가 완성되었으므로 심판청구를 각하함이 마땅하다.

【참조조문】

헌법재판소번법 제68조 제1항

【참조판례】

헌재 2001. 7. 19. 2001헌마148 , 판례집 13-2, 120

청구인

【당 사 자】

청 구 인 황○성

국선대리인 변호사 김권호

피청구인 서울지방검찰청 검사

주문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이 사건 기록과 증거자료(서울지방검찰청 2002년 형제3145호 불기소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청구인은 2002. 1. 5. 서울지방검찰청에 청구외(피고소인) 정○수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고소하였는바, 그 고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소인은 서울지방검찰청 조사부 825호 검사로서, 청구인이 1995년경 부산지방검찰청에 청구외 김○곤 외 2인을 횡령 혐의로 고소한 사건(95형제76387)의 수사담당검사였던 자인바,

1996. 4. 16. 12:30경 부산지방검찰청 내에 있던 피고소인의 사무실에서, 위 사건 수사 중 청구인이 위 사건 피의자인 위 김○곤 등과 합의를 할 의사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소인이 직접 자신의 컴퓨터를 이용하여 합의서 문구를 작성한 다음, 청구인이 위 사건의 증거자료로서 제출한 약속어음 사본 1매를 찢어 손괴하여 그 효용을 해하고, 이어서 청구인에게 합의할 것을 강요하면서 위 합의서에 강제로 서명날인을 하게 함으로써 그 직권을 남용하여 청구인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이다.

나.피청구인은 위 고소사건을 조사한 후, 2002. 1. 30.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이유로 공소권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하였다.

다.청구인은 위 불기소처분에 불복하여 검찰청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항고 및 재항고를 하였으나 모두 기각되자, 피청구인의 위 불기소처분으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청구인의 평등권 및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면서 2002. 6. 21. 위 불기소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판 단

이 사건 불기소처분의 대상이 된 피고소인에 대한 고소사실 중, 재물손괴죄는 그 법정형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범죄로서(형법 제366조) 그 공소시효의 기간이 3년이고(형사소송법 제249조 제1항 제5호),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그 법정형이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범죄로서(형법 제123조) 그 공소시효의 기간이 5년이다(형사소송법 제249조 제1항 제4호).

그러므로 위 고소사실 중 재물손괴 부분에 대한 공소시효는 피고소인이 그 범죄행위를 종료한 때로부터 3년이 경과한 1999. 4. 15.경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부분에 대한 공소시효는 피고소인이 그 범죄행위를 종료한 때로부터 5년이 경과한 2001. 4. 15.경에 각 완성되었음이 명백하다.

이상의 점을 종합하여 보면, 피청구인의 위 고소사건에 대한 위 공소권없음의 불기소처분은 정당하고, 피청구인이 청구인의 위 고소사건에 관하여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수사를 하였거나, 헌법의 해석, 법률의 적용 또는 증거판단에 있어서 불기소처분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잘못을 범하였다고 보이지 아니하며, 달리 피청구인의 위 불기소처분이 헌법재판소가 관여할 정도의 자의적 처분이라고 볼 자료도 없으므로 이로 말미암아 청구인 주장의 기본권이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재판관 김영일, 재판관 송인준의 아래 4.와 같은 각하의견이 있는 외에는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따른 것이다.

4. 재판관 김영일, 재판관 송인준의 각하의견

우리는, 청구인의 재물손괴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고소사실 전부에 대하여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이유로 검사는 공소권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하였고, 이 불기소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청구사건에서 위 검사의 처분은 정당하므로 심판청구를 기각해야 한다는 다수의견에 대하여, 이러한 결론이 부당함을 밝히고자 한다.

민사소송, 행정소송 등 일반 소송에서 본안판결을 받기 위해서는 먼저 소송요건을 갖출 것이 요구되며, 소송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는 본안에 들어가 실체에 관하여 판단할 필요없이 소를 부적법하다 하여 각하하게 된다. 이러한 소송요건제도는 국가의 재판권행사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공익적 성격을 갖는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본안판단에 앞서 소송요건의 존부를 직권으로 심리하고 조사한다.

헌법소원심판에 있어서도 헌법재판소에서는 사건의 실체에 대한 판단 전에 결정선고시를 기준으로 하여 소송요건에 해당하는 청구의 적법요건의 구비여부에 대하여 먼저 심사한다. 불기소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의 적법요건으로는 자기관련성 (범죄의 피해자일 것), 보충성(검찰청법상의 항고, 재항고를 거칠 것),

청구기간(재항고기각결정을 통지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 권리보호이익 등이 있다.

이 중 권리보호이익이 문제가 되는 예로는 공소시효의 완성, 고소기간의 도과, 피의자의 사망, 피의사실에 대한 기판력의 적용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사유가 있을 때에는 종국적으로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수 없고, 검사가 공소제기를 할 수 없으면, 공소제기를 통하여 청구인의 재판절차진술권, 평등권 등 기본권의 구제를 받을 수 없음이 확정되므로, 검사의 불기소처분의 당부를 따질 필요도 없이 권리보호이익이 없어 불기소처분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이 부적법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헌법재판소는 강제추행죄 등에 대한 고소에 대하여 검사가 무혐의 불기소처분을 하자 헌법소원을 청구한 사건에서, 직접적으로는 검사의 무혐의처분이 심판의 대상이 되지만, 고소인이 고소기간을 도과한 후에 고소한 것이라면, 어차피 검사로서는 기소할 수 없고, 따라서,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기 때문에 무혐의처분의 정당여부를 심판할 필요없이 청구를 각하하는 것이고(헌재 1998. 5. 28. 98헌마62 참조), 약식명령이 확정된 위증범죄사실과 같은 증언기회에 이루어진 별개의 위증범죄사실은 범죄혐의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약식명령의 기판력에 의하여 검사가 피의자를 다시 기소할 수는 없고, 따라서, 그에 관한 헌법소원심판청구는 직접적 심판대상인 검사의 혐의없음 처분의 당부를 따질 필요도 없이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므로 각하되어야 한다(헌재 2001. 3. 21. 2000헌마617 참조)고 판시하였다.

권리보호이익의 기준시점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시점이다. 헌법소원이 비록 적법하게 제기되었더라도 권리보호이익은 헌법재판소의 결정 당시에도 존재해야 하므로, 헌법소원심판청구 당시 권리보호이익이 인정되더라도 심판계속 중에 사실관계 또는 법률관계의 변동으로 말미암아 청구인이 주장하는 기본권의 침해가 종료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권리보호이익이 없다(헌재 1997. 3. 27. 93헌마251 , 판례집 9-1, 366, 370).

따라서, 불기소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사건에서 검사의 불기소처분이 정당한가를 심리함에 있어서는 결정선고시점을 기준으로 적법요건 중의 하나인 권리보호이익의 문제, 즉, 궁극적으로 공소제기에 의하여 청구인이 기본권의 구제를 받을 수 있는 것인지 여부를 우선적으로 살펴야 하고, 불기소처분의 내용이 공소시효완성을 이유로 한 공소권없음 처분인 경우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이 적법요건(권리보호이익)을 심사하는 단계에서는 검사의 처분내용이 무엇인지, 청구인이 주장하는 사유가 무엇인지를 문제삼을 필요도 없이 헌법재판소가 독자적 입장에서 청구의 적법성을 심사하는 것이므로, 논리적으로, 법리적으로 검찰의 불기소이유의 당부판단에 나아가기에 앞서 반드시 권리보호이익의 구비여부에 대한 심사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며, 권리보호이익 등 그 심판청구의 적법요건의 구비여부에 관한 심사를 제쳐놓고 들어가 검사가 한 처분이 옳은지의 여부를 판단할 것은 아니다.

헌법재판소에서 청구인의 주장사유에 앞서 사건의 공소시효를 따져보니 결정선고시점에서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면(검사의 처분 이전이든 그 이후이든), 그 사건은 종국적으로 청구인의 권리구제의 목적인 공소제기를 할 수 없음이 확정된 것이고, 따라서,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으므로 사건을 각하하게 된다.

헌법재판소는 검사의 처분의 당부를 심판하는 입장에 있지만, 검찰조직과는 별개의 독립기관이며 심급과도 관계없는 기관으로서 검사가 공소시효완성을 이유로 불기소처분을 하였든 아니든, 청구인이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주장을 하든 하지 않든 관계없이 헌법재판소 나름의 입장에서 직권으로 적법요건을 심사하는 것이다.

다수의견은 검사의 공소권없음 판단이 정당한 경우에는 헌법소원심판청구를 기각하여야 한다는 견해(이 견해를 ‘기각설’로 명명하고, 이에 반하여 이러한 경우 권리보호이익의 흠결을 이유로 청구를 각하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각하설’로 부르기로 한다)를 취하고 있으나, 그 이론적 근거를 전혀 밝히지 않고 있으므로 어떠한 근거에서 위와 같이 판단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다수의견을 옹호하는 취지의 보충의견이 권성 재판관에 의하여 두 차례(헌재 2001. 7. 19. 2001헌마148 , 판례집 13-2, 120, 123-130; 헌재 2001. 9. 27. 2001헌마4 , 판례집 13-2, 439, 443-446) 발표되었으므로, 이하에서는 위 보충의견에서 주장하는 내용이 기각설의 이론적 근거를 형성하고 있음을 전제로 하여 살펴본다.

위 보충의견에 따르면, 불기소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에서의 청구원인은 불기소처분이 위법이라는 것과 그로 인하여 기본권이 침해되었다는 것의 두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고, 청구인으로서는 위의 두 가지 요소에 대한 주장을 하면, 청구원인에 대한 주장책임을 다 한 것이 되므로, 이 문제가 더 이상 적법요건

으로 문제되는 것이 아니며, 그 다음에 남는 것은 그 주장의 당부에 관한 판단 즉, 본안판단뿐이라고 한다. 그리고 공소시효의 문제는 위의 두 가지 요소 중 첫째요소(불기소처분의 위법)에 관한 것이므로, 불기소처분의 이유로 검사가 제시한 사유의 정당성 유무 즉, 공소시효의 완성여부에 대한 판단이 헌법소원심판에서의 구조상의 중심 즉, 본안을 이루게 된다고 한다. 불기소처분이 잘못되었다는 청구인의 주장의 당부를 판단하는 것 즉, 공소시효의 완성여부가 불기소의 위법여부와 바로 직결되므로, 이것을 정면으로 판단하지 않고서는 불기소의 위법여부를 따질 수가 없게 되어, 이 문제가 곧 청구원인으로서 불기소처분의 위법여부를 다루는 본안의 일부를 구성하는 것이지, 본안과 별개의 적법요건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본 검사의 조치가 정당하다면, 청구를 기각하여야 하고, 그것이 부당하다면, 원칙적으로 불기소처분의 취소를 명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공소시효완성이 적법요건으로서 문제되는 것은 권리보호이익의 유무에 관한 것이지 청구원인에 관한 주장책임의 문제가 아니므로, 주장책임의 적법성에 관한 보충의견의 분석은 논의의 핵심에서 벗어난 것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본안판단이란 분쟁의 실체에 관한 판단 즉, 소송의 목적인 청구권의 존부 및 그 전제가 되는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을 말하는 것인바, 불기소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사건에서는 궁극적으로 공소제기를 통하여 기본권의 구제를 받으려는 것이므로 이 공소제기여부를 판가름하는「혐의사실의 존부」및「공소할 가치의 유무」가 핵심쟁점이고 분쟁의 실체로서 본안이 되는 것이지, 형식적 요건에 관한 판단인 공소시효완성에 관한 판단의 당부가 본안이 될 수는 추호도 없는 것이다.

기각설의 위와 같은 입장을 따르면, 다른 불기소처분 사건에서는 적법요건심사를 먼저 하면서, 공소시효완성을 이유로 공소권없음 또는 각하처분을 한 불기소사건의 경우에는 적법요건의 하나인 권리보호이익에 대한 심사를 아니한 채, 본안심사로 들어가는 결과에 이르게 되는데, 이 경우에는 당연히 권리보호이익이 있다고 보는 것인지, 아니면 권리보호이익과 같은 적법요건을 심사할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것인지 그 근거를 알 수 없다.

공소시효완성여부가 곧 본안판단의 대상이라는 기각설의 주장은 공소시효완성에 관한 검사의 판단과 헌법재판소의 적법요건에 대한 판단이 같은 내용(즉,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는 것)에 관한 것이라는 피상적 현상에만 주목하여, 헌법재판소에서 검사의 처분의 당부(즉, 공소시효의 완성여부)를 판단하였으므로 본안판단을 한 것이라고 보는 것인데, 헌법재판소에서는 직권으로 적법요건인 공소시효완성의 여부를 판단한 것이지 청구인의 주장사실이나 검사의 처분의 당부를 판단한 것이 아니다. 그 사건에서 검사가 공소시효완성을 이유로 불기소처분을 하였고, 청구인이 청구원인에서 공소시효완성여부를 다투고 있다고 하여, 헌법재판소의 적법요건심사라는 본질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보충의견에서는 공소시효의 완성여부가 언제나 적법요건으로서만 문제되는 것은 아니고 경우에 따라서는 본안의 문제도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 근거로 소송요건의 흠결을 이유로 소를 각하한 제1심 민사판결의 판단이 정당한 경우에 항소심은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는데, 이것은 소송요건의 흠결여부가 항소심에서는 본안의 일부가 되기 때문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검사의 불기소처분을 사후적으로 심사하기는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검찰과는 별개 독립의 기관으로서 단심으로 심리하는 것이지, 헌법재판소가 상급심으로서 검사의 처분을 심리하는 것은 아니다. 민·형사사건의 상소심에서는 그 심급체계 하에서 하급심의 판단의 당부를 심판하는 것이므로, 하급심의 판단이 옳다면, 상소를 기각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불기소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은 별개의 기관인 헌법재판소가 검사의 불기소처분을 대상으로 한 청구인의 헌법소원을 심리하는 독자적 절차이므로 헌법소원 자체의 적법요건을 우선적으로 심리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법원의 상소심과는 다르다고 할 것이다. 또한 법원의 항소심에서 “항소를 기각한다.”고 하는 것은 동일한 시스템 내에서의 불복절차에서 항소가 이유없다는 뜻일 뿐, 청구 자체의 실체에 대한 판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데 반하여, 헌법재판에 있어서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기각한다.”는 주문은 심판청구 자체가 실체적으로 이유가 없다는 판단을 의미하고 있어서 그 실질이 매우 다른 것이다.

만약 불기소에 대한 헌법소원을 법원의 절차와 비교한다면, 오히려 행정소송의 1심과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심판의 대상인 행정처분이 있은 후에 행정심판이라는 사전구제절차를 거쳐 행정소송의

1심법원에서 판결하는 것은, 검사의 처분에 대한 항고와 재항고 등 내부적 불복절차를 거쳐 별개의 기관인헌법재판소에서 심리하여 결정하는 구조와 기본적으로 같고, 다만, 상소가 가능한 여부만 다른 것이다. 그런데, 행정소송의 1심에서 사전구제절차인 행정심판절차에서의 각하결정이 맞다고 하여 기각판결을 하는 것은 아니고, 법원 나름대로 적법요건으로서의 소의 이익을 따져 보아 그것이 없으면 각하판결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불기소에 대한 헌법소원사건에서는 공소시효의 완성여부는 검사의 처분내용이 무엇이든, 청구인의 주장내용이 무엇이든 언제나 사건이 본안심판을 받기 위한 권리보호이익의 문제로서 적법요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논리적 일관성이 있는 것이지, 기각설의 주장과 같이 경우에 따라 본안의 문제가 되었다가 적법요건의 문제가 되었다가 하는 것으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또 위 보충의견에서는, 각하설의 입장은 ① “공소시효의 완성여부에 대하여 심리한 결과 공소시효완성으로 본 검사의 판단은 정당하다.”라는 판단 및 ② “따라서, 공소시효완성을 이유로 공소권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한 것은 정당하다.”는 판단을 하고 나서 ③ “그렇다면, 기본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전혀 없어 불기소의 취소를 구하는 청구는 부적법하다.”는 논리적 구조를 가진 것인데, 이 논리의 구조는 결국 ①② “불기소가 정당하므로”, ③ “기본권의 침해가 없다.”는 본안판단의 구조를 원래 가지고 있는 것이며, 각하설은 이러한 논리구조를 무시한 논리의 비약으로 말미암아 “청구원인이 이유없으니 청구가 부적법하다.”라고 말하는 이상한 논리에 이르게 된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위와 같은 비판은 헌법재판소가 검사의 처분내용에 앞서서 독자적으로 적법요건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공소시효의 완성여부를 판단하는 것을 검사의 판단의 당부를 심사하는 것으로 오해한 데에서 기인하는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보충의견은 또한,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이유로 검사가 공소권없음 처분을 한 것에 대한 헌법소원사건에서 공소시효의 완성여부를 적법요건으로 본다면, 검사가 판단도 하지 않은 사건의 실체의 문제를 본안으로 삼을 수도 없으므로, 이러한 사건에서는 결국 본안은 없고 적법요건만 있게 된다는 이상한 결론에 도달하게 되며, 공소시효완성을 이유로 불기소한 것이 잘못이라고 하여 헌법재판소가 불기소결정을 취소하는 것은 헌법재판소에서 본안도 판단하지 않고 적법요건만 판단한 후 청구를 인용하여 불기소처분을 취소하는 것이 되어 불합리하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불기소에 대한 헌법소원에서의 본안(실체)은 사건의「혐의의 유무」및「공소할 가치의 유무」인데, 공소권없음 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에서는 검사가 실체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은 상태여서 청구인도 우선 적법요건에 대한 검사의 판단이 잘못되었음을 이유로 그 처분을 취소하여 달라고 하는 것이므로, 헌법재판소에서도 본안에 관하여는 판단을 하지 않고, 단지 적법요건에 대하여만 심리하여 청구를 각하하거나 불기소처분을 취소하는 것이다. 헌법소원심판의 구조상 헌법재판소는 잘못된 검사의 불기소처분을 취소할 뿐 직접 기소결정을 하지는 않기 때문에, 이러한 경우 헌법재판소가 사건의 실체에 대하여까지 나아가 판단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재판에 있어서 반드시 본안에 대한 판단을 하여야 청구를 인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민사소송 사건의 제1심에서 소가 부적법하다고 하여 각하판결을 하였을 때 이에 대한 항소심에서 심리한 결과 항소가 이유 있으면(즉, 소송요건을 갖추었다고 인정되면), 원칙적으로 원심판결을 취소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도록 하고 있고(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면개정된 민사소송법 제418조), 상고심에서도 이를 준용하고 있는바, 이와 같이 민사소송에서도 본안에 앞서 소의 적법요건이 쟁점이 되어 선고된 판결에 대한 상소심에서 상소를 받아들여 적법요건에 대한 판단잘못을 이유로 원심판결을 취소하는 종국판결을 선고할 수 있는 것이므로, 헌법소원에서도 본안은 아직 심판대상이 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적법요건에 대한 판단잘못을 이유로 불기소처분을 취소할 수 있다고 보는 데에 아무런 무리가 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보충의견이, 각하설은 공소시효완성에 대한 검사의 판단이 정당한 경우에는 청구를 각하하고, 검사의 판단이 잘못된 경우에는 청구를 인용한다고 함으로써, “이유 있다는 판단은 본안판단이고, 이유없다는 판단은 본안전 판단이다.”라고 하는 셈이어서 부당하다고 비판하는 것은, 적법요건의 심사가 검사의 판단의 당부를 심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간과한 것일 뿐 아니라, 적법요건에 대한 판단잘못을 이유로 불기소처

분을 취소하는 것도 본안판단을 거친 것으로 단정한 잘못에 기인하는 것이다.

보충의견도 검사의 불기소처분이 행하여진 뒤에 공소시효가 완성된 경우에는 권리보호이익의 부존재라는 적법요건 흠결로 헌법소원청구를 각하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고, 이 때에는 공소시효의 완성이라는 사실이 불기소라는 처분의 후에 발생한 것이므로 공소시효의 완성여부를 불기소처분의 이유에서 판단한 바가 없고, 따라서, 이것은 불기소처분의 위법여부와는 관계가 없어, 불기소의 위법을 이유로 그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재판의 청구원인은 될 수 없는 것이고 권리보호의 이익이라는 별개의 적법요건으로 문제를 삼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입장에서는 검사의 처분 후에 공소시효가 완성된 경우와 그 이전에 완성된 경우를 구별할 필요가 없다. 두 경우 모두 헌법재판소에서 적법요건을 판단하는 기준시점인 결정선고시점에서 보면 공소시효가 완성된 것이므로 권리보호이익이 없어 부적법 각하하여야 하는 것이다.

보충의견은 기본적으로 불기소처분이 잘못되었다는 청구인의 주장의 당부를 본안으로 보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청구인이 불기소처분(공소권없음)의 잘못된 이유를 주장함에 있어서는 공소시효의 완성여부에 대한 판단의 잘못을 직접 거론하지 않고, 다른 사유, 예컨대 혐의의 존재를 거론하여도 무방하다고 한다. 헌법소원의 재판에서는 변론주의가 적용되지 않고, 당해사건의 위헌문제와 관련된 모든 위법사유와 헌법적 원리들이 원칙으로 검토의 대상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청구인이 무슨 사유를 들어서든지 불기소가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는 이상에는 헌법재판소로서는 그 사건에서 검사가 불기소의 이유로 삼은 실제의 사유 즉, 공소시효의 완성여부에 대하여까지도 일단 심판하여야 하며, 이때 당사자의 주장유무에 불구하고 제1차적으로 직권으로 판단하여야 하는 공소시효의 완성여부는 역시 본안에 대한 판단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공소시효완성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변론주의가 적용되지 않는 헌법재판의 특수성 때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그것이 권리보호이익에 관한 적법요건이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에서 당사자의 주장에 관계없이 그 점에 대하여 우선적으로 살펴보는 것이라고 하는 것이 보다 논리적이고 자연스러운 설명이라 할 것이다. 적법요건에 관한 것은 당사자의 주장이 없더라도 헌법재판소가 그것을 살펴보아야 하는 것이지만, 실체적인 것은 원칙적으로 청구인이 주장하는 사유에 맞추어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각설을 취하는 견해 중에서는 공소시효완성을 이유로 한 공소권없음 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사건에서 공소시효의 완성여부는 권리보호이익의 문제인 동시에 검사의 공소권없음 결정이 잘못인지 여부라는 본안에 대한 판단이기도 하다(즉, 적법요건과 본안요건이 일체화되었다)고 하면서, 이런 경우에는 본안에 대한 판단을 하여 청구를 기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는 입장도 있는 듯하다.

그러나, 판단의 논리적 순서에 있어서 적법요건은 본안에 앞서서 판단하는 것이고 적법요건에 흠결이 있다면, 본안에 들어갈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적법요건인 동시에 본안의 문제로 판단한다는 것은 이러한 적법요건의 기능과 구조를 무시하는 것이어서 부당하며, 앞에서 논한 대로 불기소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사건에서의 본안은 공소제기여부를 판가름하는「혐의사실의 존부」및「공소할 가치의 유무」인 것으로 보아야지, 적법요건에 해당하는 공소시효의 유무를 본안으로 볼 것은 아니므로, 이 점에서도 적법요건과 본안의 일체화를 주장하는 기각설의 입장은 잘못된 것이다.

도시 검사의 공소권없음 불기소처분은 실체에 관한 처분이 못되고, 따라서,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는 주장 역시 실체에 관한 주장은 아닌 것인데, 기각설은 이 점을 잘못 본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사건에서 검사의 공소권없음 처분이 정당하므로 심판청구를 기각하자는 견해는 헌법재판소에서의 권리보호이익에 관한 적법요건심사의 본질과 논리적 구조를 간과하고 사안을 피상적으로만 파악한 것이어서 부당하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볼 때,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되었으므로 검사의 처분의 당부 등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도 없이 권리보호이익의 흠결을 이유로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각하하는 것이 마땅하다.

사실상으로 보더라도, 검사나 헌법재판소가 수사기록을 검토하여 재물손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고소사실의 존부」와 그「공소할 가치의 유무」를 수사한다던가 판단한 연후에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 하여「공소권없음 불기소처분」이나「심판청구를 각하한다.」는 주문을 내보내는 불필요하고도 도로의 행위를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먼저 재물손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각 죄의 발생시점을 보고 공소시효를 판단한 다음, 공소시효가 완성되었으면, 검사는 공소권없음 불기소처분을 하게 되고, 우리 헌법재판소는 독립별개기관이므로 같은 취지에서 심판청구를 각하하게 되는 것이다.

도대체 검사의 불기소처분 이전이든 후이든 헌법재판소의 결정시점 이전에 공소시효가 완성되어, 이미 공소가 불가능한 것으로 판가름난 사건을 놓고, 검사의 불기소처분 이전에 공소시효가 완성된 사건은 권리보호이익이 있는 것처럼 다루고 있는 우리 헌법재판소의 다수의견은 그 이론적 근거가 무엇이란 말인가.

다수의견의 결론은 그 이론상 합당한 점을 찾을래야 찾을 수 없는, 한낱 공허한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이에 우리는, 이 사건은 심판청구를 각하하여야 한다는 의견을 소상히 밝히는 바이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한대현 하경철 김영일

권 성 김효종(주심)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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