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인
【당 사 자】
청 구 인 홍○자
대리인 변호사 임종선
주문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1975. 6. 2. 사망한 홍○태의 상속인인데, 청구인을 제외한 나머지 상속인들(청구인의 모 및 동생들)이 1984. 4. 4. 망인의 소유였던 마산시 중성동 대 26.8㎡에 대하여 상속등기를 경료하였다. 청구인은 모 김○생이 2000. 12. 16. 사망하자 그 재산 상속관계를 알아보는 과정에서 위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청구인은 자신이 상속회복청구권을 행사하려 하여도, 2002. 1. 14. 개정된 민법 제999조 제2항이 “상속권의 침해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10년”이라고 규정하고 있어 불가능하다고 하면서, 이 조항은 재산권 등을 침해하는 것이며, 헌법재판소에 의하여 위헌으로 결정된 구 조항(“상속개시일로부터 10년”)을 제대로 개정하지 않은 것이라며 2002. 2. 22.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그러므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민법(2002. 1. 14. 법률 제6591호로 개정된 것) 제999조 제2항 중 “상속권의 침해행위가 있은 날부터 10년” 부분(청구인은 이 조항 중 이 부분만을 다툰다. 이하 이를 “이 사건 조항”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이다. 제999조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999조(상속회복청구권)①상속권이 참칭상속권자로 인하여 침해된 때에는 상속권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은 상속회복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②제1항의 상속회복청구권은 그 침해를 안 날로부터 3년, 상속권의 침해행위가 있은 날부터 10년을 경과하면 소멸된다.
2. 청구인의 주장 및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
헌법재판소가 2001. 7. 19. 99헌바9 등 결정에서 구 민법 제999조 제2항 중 “상속이 개시된 날부터 10년” 부분을 위헌선언한 것은 위 “10년”이라는 기간이 너무 짧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사건 조항은 위 위헌결정의 취지에 여전히 배치되는 것이다. 즉, 오늘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속등기는 상속개시일에 근접하여 경료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사건 조항에 의하면 10년의 제척기간이 종전의 규정에 비하여 기껏해야 수개월 정도 연장되는데 불과한 셈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조항은 여전히 위헌이라고 보아야 한다.
나. 관계기관의 의견
법원행정처는 별 의견이 없다고 회신하였으며, 다른 관계기관의 의견은 접수된 바 없다.
3. 판 단
가. 헌법재판소의 기존 결정
헌법재판소는 2001. 7. 19. 99헌바9 등 결정(판례집 13-2, 1)에서 이 사건 조항으로 개정되기 직전의 해당 조항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하였다. 즉 종전 민법 제999조 제2항은 “제1항의 상속회복청구권은 그 침해를 안 날부터 3년, 상속이 개시된 날부터 10년을 경과하면 소멸된다.”고 규정하였는데, 헌법재판소는 이 중 “상속이 개시된 날로부터 10년” 부분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하였던 것이다. 그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아래에서 “이 법률조항”은 위헌으로 결정된 위 부분을 말한다).
『이 법률조항이 상속관계의 조속한 확정을 위한 것이라 해도 10년이라는 비교적 단기간으로 진정한 상속인의 재산권을 빼앗아 참칭상속인에게 주는 결과는 부당하다. 특히 침해행위가 상속개시일부터 10년이 경과한 이후에 발생한 경우에는 참칭상속인은 침해와 동시에 상속재산을 취득하고, 진정상속인은 권리를 잃고 구제 받을 길이 없게 되어 그 불합리성과 반윤리성은 특히 두드러진다. 침해행위가 상속개시일부터 10년이 경과하기 이전에 있다 하더라도 오늘날 피상속인이 사망한 경우 상속재산 상태를 상세히 파악하거나 조사하기가 쉽지 않으며 상속재산을 파악하였다 하더라도 상속인이 상속재산을 처분하기 전에는 상속등기를 하지 않은 채 재산권을 행사하거나 그대로 보유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문제점은 마찬가지이다. 결국 상속에 관한 법률관계의 조속한 확정을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 권리행사기간을 상속개시일부터 10년의 제척기간으로 규정한 것은 적정한 기본권제한의 방법이라고 볼 수 없다.
또한 이 법률조항이 참칭상속인의 외관을 신뢰한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임을 감안하더라도, 제3자는 따로 보호받을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있는 반면, 진정상속인은 제척기간이 경과하면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므로, 그로 인하여 보호하고자 하는 공익에 비하여 진정상속인의 불이익이 보다 크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소유권에 기한 물권적 청구권의 일종인 상속인의 상속회복청구권에 대하여 상속개시일부터 10년이 경과하면 소유권에 기한 모든 권리청구의 기회를 박탈하고 더 나아가 소유권 자체를 상실하는 결과를 생기게 하는 것은, 상속에 의하여 재산권을 취득한 자와 그 밖의 원인에 의하여 재산권을 취득한 자를 합리적으로 차별한 것이라 할 수 없다.』
나. 이 사건 조항의 위헌 여부
헌법재판소의 위 결정 취지는, 상속회복청구권은 진정상속인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임에도 짧은 기간만을 규정한 결과 참칭상속인을 보호하는 제도로 탈바꿈하게 되었으며, 특히 침해가 “상속개시일부터 10년이 경과된 이후에 발생한 경우”에는 상속회복청구권이 발생하기도 전에 소멸해 버리고 참칭상속인은 소급하여 권리를 취득하게 되는 매우 부당한 결과가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소유권이나 소유권에 기한 물권적 청구권은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는 것에 비하여 소유권에 기한 물권적 청구권의 일종인 상속회복청구권은 상속개시일부터 10년이 경과하면 모든 권리청구의 기회를 박탈하고 소유권 자체를 상실하는 결과가 생기는데, 유독 상속의 경우에만 다른 법률관계에 있어서보다 더 거래의 안전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보는 것은 합리적 차별이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사건 조항은 종전 규정상의 “상속개시일로부터 10년”을 “침해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10년”
이라고 규정하여 종전보다 상속회복청구권자에게 유리하게 기간을 규정하였다. 그 연장된 범위는 침해행위가 있은 날이 상속개시일로부터 멀수록 늘어나며, 침해행위가 상속개시일로부터 10년이 된 때에 발생한다면 이 사건 조항에 의한 기간은 종전보다 10년이 길어진 것이고, 만일 침해행위가 상속개시일로부터 10년 후에 발생하면 종전보다 10년 이상의 기간이 늘어난 것이 된다. 그렇다면 이 사건 조항은 구법 조항에 비교하여 볼 때 합리적인 정도로 기간이 연장된 것이라 볼 것이다.
청구인은 이 사건 조항에 따른 연장범위에 대하여, 통상 상속등기가 상속개시일에 근접하여 경료되므로 이 사건 조항에 의한 기간은 종전보다 기껏해야 수개월 정도 연장되는데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률적으로 그렇게 볼 수는 없으며, 이 사건에서 청구인의 경우를 보면, 상속개시일은 1975. 6. 2.이고, 상속권이 침해되었다는 때는 1984. 4. 4.이었으므로 약 9년의 간격이 존재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조항이 종전 규정보다 별로 연장된 것이 아니라는 청구인의 주장을 쉽게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한편 헌법재판소의 위 결정 이유에서는 특히 침해가 “상속개시일부터 10년이 경과된 이후에 발생한 경우”에 발생하는 불합리성이 강조된 바 있고, 이것이 위헌결정에 이르게 된 하나의 중요 논거가 되었는데, 개정법은 침해행위로부터 기간이 시작되도록 하였으므로 그러한 불합리성을 원천적으로 방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조항에 의하여 기간이 연장된 결과, 종전보다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이 경과하였다고 인정될 수 있는 사례가 적어지게 될 것이고, 따라서 종전 규정의 위헌성은 이 사건 조항을 통해 상당히 완화된 것이라고 보여 진다.
일반적으로 상속제도나 상속권의 구체적 내용은 입법자가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사항으로서 원칙적으로 입법형성의 자유에 속한다. 비록 이 사건 조항의 기간은 다른 나라의 입법례에 비하면 여전히 짧은 것이라 할 수 있지만, 종전 규정보다도 상당히 연장된 것인 점을 감안하면 이 사건 조항이 입법재량의 범위를 일탈한 것으로서 종전 규정과 똑같은 위헌성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또한 위 헌법재판소 결정은 구법 조항이 평등원칙에도 위배된다고 하였으나, 이 부분 판단 역시 구법 조항상의 기간이 지나치게 짧다는 전제하에 이루어진 것이므로, 이 사건 조항에 의하여 그 기간이 합리적인 정도로 상당히 연장된 이상,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차별로써 평등원칙에 위배되거나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조항이 재산권이나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할 수 없고, 달리 다른 헌법상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사정이 없다.
4. 결 론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한대현 하경철 김영일 권 성
김효종(주심)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