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인
【당 사 자】
청 구 인 1. 오○광(2003헌바49)
대리인 변호사 김제태 외 1인
2. 김○현( 2005헌마287 )
국선대리인 변호사 김길중
당해사건
서울지방법원 2002고합1141호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사기) 등(2003헌바49)
주문
1.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62조 제1항 단서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2. 청구인 김○현의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청구인 오○광은 2001. 12. 19. 서울지방법원에서 증권거래법위반죄 등으로 징역 1년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의 집행 중 2002. 4. 30. 가석방되어 같은 해 7. 27. 그 잔형기가 경과된 자로서 위 형 집행 종료 후 5년을 경과하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 등으로 서울지방법원에 2002고합1141호로 공소제기되어 그 소송계속중, 형법 제62조 제1항 단서가 자신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위 법원에
2002초기1987호로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하였으나 기각되자, 2003. 7. 14.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라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2003헌바49).
(2)청구인 김○현은 2001. 12. 28. 대전지방법원에서 사기죄 등으로 징역 3년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의 집행 중 2003. 12. 24. 가석방되어 2004. 3. 12. 그 잔형기가 경과된 자로서, 위 형 집행 종료 후 5년을 경과하지 않은 상태에서 유가증권위조죄 등으로 대전지방법원에 2004고단2441호로 공소제기되자, 형법 제62조 제1항 단서가 자신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05. 3. 17.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따라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005헌마287 ).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62조 제1항 단서(이하 ‘이 사건 규정’이라 한다)로서 그 내용과 관계규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62조(집행유예의 요건)①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의 형을 선고할 경우에 제51조의 사항을 참작하여 그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1년 이상 5년 이하의 기간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있다. 단,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아 집행을 종료한 후 또는 집행이 면제된 후로부터 5년을 경과하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는 예외로 한다.
제37조(경합범) 판결이 확정되지 아니한 수 개의 죄 또는 판결이 확정된 죄와 그 판결확정 전에 범한 죄를 경합범으로 한다.
제38조(경합범과 처벌례)①경합범을 동시에 판결할 때에는 다음의 구별에 의하여 처벌한다.
2.각 죄에 정한 형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나 무기금고 이외의 동종의 형인 때에는 가장 중한 죄에 정한 장기 또는 다액에 그 2분의 1까지 가중하되 각 죄에 정한 형의 장기 또는 다액을 합산한 형기 또는 액수를 초과할 수 없다. 단, 과료와 과료, 몰수와 몰수는 병과할 수 있다.
제39조(판결을 받지 아니한 경합범, 수 개의 판결과 경합범, 형의 집행과 경합범)①경합범 중 판결을 받지 아니한 죄가 있는 때에는 그 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한다.
제63조(집행유예의 실효)집행유예의 선고를 받은 자가 유예기간 중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아 그 판결이 확정된 때에는 집행유예의 선고는 효력을 잃는다.
제64조(집행유예의 취소)①집행유예의 선고를 받은 후 제62조 단행의 사유가 발각된 때에는 집행유예의 선고를 취소한다.
제65조(집행유예의 효과)집행유예의 선고를 받은 후 그 선고의 실효 또는 취소됨이 없이 유예기간을 경과한 때에는 형의 선고는 효력을 잃는다.
2.청구인들의 주장,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와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들의 주장요지
이 사건 규정은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아 집행을 종료한 후 또는 면제된 후 5년을 경과하지 않은 경우에는 예외 없이 집행유예를 선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바, 경우에 따라서는 정상참작의 여지가 많아 실형을 선고하지 않고 집행유예를 선고함이 타당한 사안도 있을 수 있는데, 우연한 사정으로 경합범 관계에 있는 수죄가 한꺼번에 공소제기되지 못하고 분리기소되었다는 이유로 실형을 선고받을 수밖에 없도록 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평등권, 정당한 재판을 받을 권리 및 법관이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재판할 권리 등을 침해하는 것이다.
나.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결정의 이유요지
경합범 관계에 있는 수죄가 한꺼번에 기소되었더라면 집행유예를 선고받을 수 있었던 경우, 분리기소되어 각각 별개의 절차에서 재판을 받게 된 결과 어느 하나의 사건에서 먼저 집행유예가 선고되어 그 형이 확정된 경우라면 나머지 다른 사건의 판결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을 수 있어야 함이 상당하나, 이 사건과 같이 경합범 관계에 있는 수 개의 죄 중 일부에 대하여 먼저 실형의 선고를 받고 그 형의 집행을 종료한 후 다시 그 나머지 죄가 기소된 경우에는 그 수죄가 같은 절차에서 재판을 받았다 하더라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을 수 없었을 것이고, 우리 형법이 경합범 관계에 있는 수죄를 한꺼번에 처벌하는 경우 그 형을 가중하도록 하고 있는 점이나 경합범 중 판결을 받지 아니한 죄가 있는 때에는 그 죄에 대해 형을 다시 정하도록 하고 있는 점, 범죄의 정상에 참작할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작량하여 그 형을 감경할 수 있도록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규정이 법관의 재판권을 침해한다거나 한꺼번에 기소된 경우와 분리기소된 경우를 차별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다. 검찰총장의 의견요지
이 사건 규정은 집행유예의 결격자를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아 집행을 종료한 후 또는 집행이 면제된 후로부터 5년을 경과하지 않은 자’로 규정함으로써 이들을 초범인 자들과 차별하고 있지만, 이는 단기자유형의 폐단을 막고 범죄인의 자발적 개선을 통하여 재범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할 것이므로 평등권이나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하지 않는다.
또한 법관의 독립은 법관이 자신의 주관적 양심에 따라 심판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법률적 양심에 따라 심판하는 것을 의미하는바, 이 사건 규정이 집행유예의 요건을 제한한 것은 재범의 위험성이 없는 자나 초범에 한하여 집행유예를 허용하려는 취지이므로 이것이 법관의 양심에 따른 재판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라. 법무부장관의 의견요지
청구인은 경합범 관계에 있는 수죄가 한꺼번에 기소되었더라면 단 한번의 실형으로 끝났을 것을 분리기소됨으로써 두 번에 걸쳐 실형을 선고받게 되면 상대적으로 실형기간이 늘어나게 되는 불합리한 결과를 낳게 된다고 주장하나, 분리기소된 경우 법관은 나머지 죄에 대한 실형 선고시 전 판결을 참작하여 적절히 양형을 함으로써 구체적 타당성을 꾀할 수 있을 것이므로, 나머지 죄에 대해 다시 실형을 선고한다 하더라도 이것이 책임주의원칙에 반한다고는 할 수 없다.
3. 판 단
『형법이 규정하고 있는 집행유예제도는 형사정책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제도로서, 그 집행유예의 결격사유를 어떻게 규정하느냐 하는 문제는 범죄자에 대한 교정처우의 실태, 범죄발생의 추이 및 범죄억제를 위한 형사정책적 판단, 형벌법규에 규정된 법정형의 내용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할 사항으로 입법자의 광범위한 재량이 인정되는 영역이다. 그런데 이 사건 규정은 재범자를 초범자에 비하여 엄하게 처벌하는 것이 재범방지의 한 방법이 된다는 판단하에 초범자나 과거의 범죄일로부터 상당한 기간이 지날 때까지 재범을 하지 아니한 자에 한하여 집행유예를 할 수 있게 규정한 것으로서 그 내용이 합리적이므로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권이나 제27조 제1항의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 제103조의 법관의 독립과 양형재량권 등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한편, 일괄기소할 수 있는 수 개의 범행이 분할기소된 경우에 먼저 재판이 끝난 사건에서 피고인이 집행유예의 선고를 받고 그 재판이 확정된 때에는 뒤에 재판하는 사건에서 다시 집행유예를 할 수도 있다는 것이 대법원 1989. 9. 12. 선고 87도2365 전원합의체 판결 이래의 확립된 판례이다. 또한, 형의 선고는 선고 당시까지 현출되는 모든 양형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형의 종류, 형기의 장단, 벌금액의 고하, 형의 감경·가중, 형의 병과, 집행유예 여부, 선고유예 여부 등을 선택하고 재량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비록 유예기간이 도과되었다 하여도 다른 양형조건의 고려에 의하여 집행유예를 선고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고, 유예기간 중이라고 하여도 다른 양형조건의 참작하에 형의 종류나 형기의 선택에 있어 더욱 유리한 조치를 받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결국, 형의 양정은 집행유예가 되느냐 안되느냐 하는 한 가지 사항만을 가지고 그 합리성의 유무를 따질 수는 없는 것이므로 이 사건 규정은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위 선례와 달리 판단하여야 할 사정의 변경이 있었다고는 볼 수 없으므로 위 결정이유는 이 사건에서도 그대로 타당하다.
나.한편 청구인들은 그 밖에, 첫째 경합범 관계에 있는 수죄가 한꺼번에 기소되어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는 사안이면 분리기소되더라도 먼저 기소된 사건과 뒤에 기소된 사건에서 모두 집행유예를 받는 것이 가능하나, 만일 앞에 기소된 사건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별도의 죄를 범하여 실형을 선고받은 후 이 사건 규정이 정한 기간을 경과하지 않은 시점에서 다시 앞에 기소되었던 범죄와 경합범 관계에 있던 죄가 분리기소되면, 이 경우에는 이 사건 규정 때문에 집행유예가 불가능하게 되므로 이것은 일괄기소되는 경우와 분리기소되는 경우를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것으로서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권과 제103조의 법관의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재판할 권리 등을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둘째 경합범 관계에 있는 수죄가 한꺼번에 기소되면 한번의 실형으로 끝나게 되나 분리기소되면 두 번의 재판을 받게 되어 일반적으로 실형기간이 늘어나는 불이익을 당하게 되는바, 이러한 경우에는 분리기소되는 후의 사건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므로 이에 대한 판단을 다음과 같이 추가한다.
(1)살피건대, 경합범 관계에 있던 수죄 중 일부만 먼저 기소되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으나 전부 기소되었더라도 집행유예가 가능했던 경우에 위 두 경우가 모두 형의 집행을 유예받는다는 점에서는 별 차이가 없겠지만, 일괄기소되는 경우에는 분리기소되는 경우보다 집행유예기간뿐만 아니라 집행이 유예되는 징역형의 기간도 장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커다란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수죄가 반복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 재판과정에서 현출되는 경우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그 비난의 정도가 높게 평가될 것이고, 이것은 징역형의 기간이나 그에 대한 집행유예의 기간을 정함에 있어서 그대로 반영되어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일괄기소되어 집행유예기간이 장기가 된다면 그 이후에 저질러진 범죄는 집행유예기간 내에 판결이 확정될 수도 있고, 그러한 경우에는 형법 제63조에 의해 집행유예 선고의 효력이 실효되어 집행을 유예받았던 징역형을 다시 집행당하는 부담을 안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일괄기소되는 것이 분리기소되는 것보다 오히려 당사자에게 불리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경합범 관계의 수죄가 전후로 나뉘어 분리기소되면 일괄기소되는 경우에 비해 경우에 따라 불합리한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이 점만으로는 이 사건 규정이 평등권이나 법관의 양심에 따른 재판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하여 그 형을 감경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므로(형법 제53조), 분리기소되는 경우의 실형기간이 일괄기소되는 경우에 비하여 항상 길다고만은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분리기소되더라도 법관은 일괄기소되는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하여 양형을 통해 그 형량을 조절할 수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은 경우에도 경합범 관계에 있는 수죄와 관련하여 한꺼번에 기소되는 경우와 분리기소되는 경우를 차별한다거나 정당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거나 나아가 법관의 양심에 따른 재판권을 침해한다고는 볼 수 없다.
다.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규정은 그 목적이 정당하고 내용이 합리성을 갖추고 있으므로 평등권이나 재판을 받을 권리, 나아가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4. 결 론
이상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규정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주심) 전효숙 이공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