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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현, "민법 제781조 제1항 위헌제청", 결정해설집 4집, 헌법재판소, 2005, p.757
[결정해설 (결정해설집4집)]
본문

- 부(父)의 성(姓)과 본(本)을 따를 것을 강제하는 규정의 위헌 여부 -

(헌재 2005. 12. 22. 2003헌가5ㆍ6(병합), 판례집 17-2, 544)

전 상 현*42)

1. 민법 제781조 제1항 본문(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중 “자(子)는 부(父)의 성(姓)과 본(本)을 따르고”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

2. 심판대상 법률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를 선고하면서 그 법률조항의 잠정적용을 명하였으나 헌법불합치 주문에 대한 이유에 있어 재판관들의 의견이 상이한 사례

이 사건 심판대상은 민법 제781조 제1항 본문(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중 “자는 부의 성과 본을 따르고”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인바, 이 사건 심판대상 및 관련규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민법(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81조(자의 입적, 성과 본) ①자는 부의 성과 본을 따르고 부가에 입적한다. 다만, 부가 외국인인 때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를 수 있고 모가에 입적한다.

제781조(자의 입적, 성과 본) ① (생략)

②부를 알 수 없는 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르고 모가에 입적한다.

③부모를 알 수 없는 자는 법원의 허가를 얻어 성과 본을 창설하고 일가를 창립한다. 그러나 성과 본을 창설한 후 부 또는 모를 알게 된 때에는 부 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른다.

제826조(부부간의 의무) ①~② 생략

③처는 부(父)의 가에 입적한다. 그러나 처가 친가의 호주 또는 호주승계인인 때에는 부(父)가 처의 가에 입적할 수 있다.

④전항단서의 경우에 부부간의 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르고 모의 가에 입적한다.

제8조(양자) ①이 법에 의하여 양자로 되는 자는 양친이 원하는 때에는 양친의 성(姓)과 본(本)을 따른다.

②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양친의 성과 본을 따른 양자가 입양이 취소되거나 파양된 경우에는 본래의 성과 본을 따른다. 이 경우 그 양자이었던 자는 본인이 제4조 각 호의 1에 해당하였던 자임을 증명하는 서류를 갖추어 호적법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신고하여야 한다.

제781조(자의 성과 본) ① 자는 부의 성과 본을 따른다. 다만, 부모가 혼인신고시 모의 성과 본을 따르기로 협의한 경우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른다.

②부가 외국인인 경우에는 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를 수 있다.

③부를 알 수 없는 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른다.

④부모를 알 수 없는 자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 성과 본을 창설한다. 다만, 성과 본을 창설한 후 또는 모를 알게 된 때에는 부 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를 수 있다.

⑤혼인외의 출생자가 인지된 경우 자는 부모의 협의에 따라 종전의 성과 본을 계속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부모가 협의할 수 없거나 협의가 이루어

지지 아니한 경우에는 자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 종전의 성과 본을 계속 사용할 수 있다.

⑥자의 복리를 위하여 자의 성과 본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부, 모 또는 자의 청구에 의하여 법원의 허가를 받아 이를 변경할 수 있다. 다만, 자가 미성년자이고 법정대리인이 청구할 수 없는 경우에는 제777조의 규정에 따른 친족 또는 검사가 청구할 수 있다.

제908조의3(친양자 입양의 효력) ① 친양자는 부부의 혼인중 출생자로본다.

②친양자의 입양 전의 친족관계는 제908조의2 제1항의 청구에 의한 친양자 입양이 확정된 때에 종료한다. 다만, 부부의 일방이 그 배우자의 친생자를 단독으로 입양한 경우에 있어서의 배우자 및 그 친족과 친생자 간의 친족관계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이 사건 제청신청인 곽○구는 1989. 1. 18. 부(父) 곽○진과 모(母) 김○진 사이에서 출생하여 곽○진의 호적에 입적되었다. 그 후 곽○진이 사망하고 김○진은 이○호와 2001. 6. 28. 재혼하면서 같은 날 이○호가 곽○구의 법정대리인인 김○진의 승낙을 얻어 곽○구를 입양하였다. 제청신청인 곽○구는 양부(養父)인 이○호의 성(姓)을 따르기를 원하면서 2002. 1. 9. 서울지방법원 북부지원에 호적정정신청을 하고(2002호파84) 그 사건 계속 중 민법 제781조 제1항 본문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며 서울지방법원 북부지원 2002호파261로 위헌여부 심판의 제청을 신청하였다. 이에 위 법원은 민법 제781조 제1항 본문 중 “자는 부의 성과 본을 따르고” 부분에 대해 위헌여부 심판의 제청신청을 받아들여 2003. 2. 13. 이 사건 심판 제청을 하고 민법 제781조 제1항 본문 중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재판의 전제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각하하였다.

이 사건 제청신청인 곽○혜는 위 2003헌가5 사건의 제청신청인 곽○구의 동생으로서, 부(父) 곽○진과 모(母) 김○진 사이에서 1990. 4. 24. 출생하였다. 곽○혜는 위 2003헌가5 사건과 같은 경위로 서울지방법원 북부지원에 호적정정신청(2002호파85)을 하고 서울지방법원 북부지원 2002호파262로 위헌여부 심판의 제청신청을 하자 위 법원이 이 사건 심판을 제청하기에 이르렀다.

(1)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여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고 있고, 제11조 제1항에서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ㆍ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하며,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혼인제도와 가족제도는 인간의 존엄성 존중과 민주주의의 원리에 따라 규정되어야 함을 천명한 것으로 전통적인 부계혈통 중심의 혼인 및 가족생활로부터 개인의 존엄과 양성 평등을 기초로 하여 현대 산업사회에 적합한 혼인 및 가족생활로 전환하기 위해 혼인 및 가족제도의 기본원리를 헌법에 규정한 것이다.

(2) 그런데 혼인의 경험이 있는 자들이 재혼하여 새로운 가정을 이루는 경우에, 남편이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자녀를 새로운 재혼 가정에서 양육하는 때에는 문제되지 않으나, 부인이 전남편과 사이에서 낳은 자녀를 새로운 재혼 가정에서 양육하는 때에는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해 그 자녀들이 생부의 성과 본을 따라야 하고 새로운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를 수 없는 불이익을 받게 되어 있다. 이와 같은 성불변의 원칙은 과거 충효정신을 기반으로 한 농경 중심의 가부장적 계급사회에서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기능하였으나 신분적 계급제도와 남존여비사상이 배척되고 혼인에 대한 관념이 ‘집안과 집안간의 결합’에서 ‘인격 대 인격의 결합’으로 바뀌었으며 가족의 형태도 가부장적 대가족에서 분화된 핵가족으로 바뀐, 자유와 평등을 근본이념으로 하는 현대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그 사회적 타당성이나 합리성이 상실되었다.

(3)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규정한 헌법 제10조 및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생활의 성립과 유지를 규정한 헌법 제36조 제1항에 반하며, 부계혈족의 유지만을 강조하여 성별에 의한 차별을 함으로써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원칙에도 위반된다.

(1) 성은 그가 속하고 있는 혈통관계를 구별하는 기준이며 특히 우리 나라의 성씨제도의 특색으로 볼 수 있는 혈통명으로서의 성과 그 혈통의 구별을 보다 정확하게 하기 위한 지명으로서의 본관을 사용하는 성씨제도는 전통적인 신분 등록의 방법으로서 안정적 가족관계의 유지에 이바지 하였다. 이러한 성본제도는 가(家)제도와는 무관한 것으로 이보다 더 뿌리 깊은 제도이고, 이름과 함께 개인을 특정하는 요소로서 기본적인 사회질서에 속하는 사항이다.

(2) 우리 나라는 고려시대부터 자(子)는 부(父)의 성(姓)을 따르는 부자동성의 원칙을 기본으로 하여왔으며 기존의 성 부여 방식을 변경하는 것은 신분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어 가족질서나 사회적으로 커다란 혼선과 파장이 예상되는 점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

(3)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처럼 부자동성의 원칙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일본 민법 제790조와 같이 “자는 부모의 성씨를 칭한다.”라고만 정하고 부의 성을 따를 것인지 모의 성을 따를 것인지를 국민의 선택에 맡길 것인지 여부는 법률문제 이전에 현재 우리의 사회적 합의에 따라야 할 것으로 우리 사회의 공동체 저변에 자리잡고 있는 보편적인 가치의 공감대에 귀착될 문제이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1) 혼인한 남녀 사이에 출생한 자는 부 또는 모 어느 한 사람의 혈통만을 승계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현행 민법 조항은 자녀의 성을 부의 성으로 할 것을 강제하고 있는바 이는 부계혈통주의와 남계혈통주의를 강제하는 것으로 개인과 가족의 자율적 결정권을 침해하고 있다.

(2) 이에 관한 외국의 입법례를 살펴보면 부부가 공동의 성을 혼인성으로 사용해온 나라에 있어서도 부부가 공동의 혼인성을 쓸 것인지 혼인전의 성을 각자 그대로 사용할 것인지 여부를 개인의 판단에 맡기는 예가 늘고 있으며 부부가 각자의 성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 자녀가 아버지의 성을 따르도록 강제하는 입법례는 점차 사라지고 부모의 합의에 따라 자녀의 성을 정하도록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상황이다. 이것은 가족법 분야에서 불필요한 국가적 강제를 줄이고 가족의 자율적 합의를 존중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는 것에 따른 것이다.

(3) 부계혈통주의는 남자가 역사를 지배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역사적 산물로서 오늘날 여성의 사회적, 법적 지위가 향상되고 양성평등의식이 확산되면서 부계혈통주의도 변화할 수밖에 없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부계혈통주의를 법으로 강제하는 나라는 거의 없으며 자녀의 성 결정은 부모의 고유한 친권에 속하는 문제이므로 부모의 의사를 존중해야 하는 것이다. 한편 자녀의 성을 부모의 협의에 따라 정할 수 있도록 할 경우의 사회적 혼란을 우려하는 견해도 있지만 가족성을 부부의 협의로 정하도록 한 일본의 경우에 있어서도 전체 국민의 98% 이상이 남편의 성을 가족성으로 하여 자녀는 부의 성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우리 나라 역시 부모가 협의하여 자녀의 성을 정하도록 하더라도 국민 정서상 대부분의 국민은 부의 성을 따를 것이므로 사회적 혼란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1) 양계 혈통을 모두 성으로 반영하기 곤란한 점, 부성의 사용에 관한 사회 일반의 의식, 성의 사용이 개인의 구체적인 권리의무에 영향을 미치

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이 성의 사용 기준에 대해 부성주의를 원칙으로 규정한 것은 입법형성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없다.

(2) 출생 직후의 자(子)에게 성을 부여할 당시 부(父)가 이미 사망하였거나 부모가 이혼하여 모가 단독으로 친권을 행사하고 양육할 것이 예상되는 경우, 혼인외의 자를 부가 인지하였으나 여전히 모가 단독으로 양육하는 경우 등과 같은 사례에 있어서도 일방적으로 부의 성을 사용할 것을 강제하면서 모의 성의 사용을 허용하지 않고 있는 것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침해한다.

(3) 입양이나 재혼 등과 같이 가족관계의 변동과 새로운 가족관계의 형성에 있어서 구체적인 사정들에 따라서는 양부 또는 계부 성으로의 변경이 개인의 인격적 이익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짐에도 부성의 사용만을 강요하여 성의 변경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개인의 인격권을 침해한다.

(4)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성은 부성주의의 원칙을 규정한 것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부성의 사용을 강제하는 것이 부당한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에 대해서까지 부성주의의 예외를 규정하지 않고 있는 것에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되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개정 법률이 공포되어 2008. 1. 1. 그 시행이 예정되어 있으므로 2007. 12. 31.까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잠정적인 적용을 명함이 상당하다.

(1) 이 사건 법률조항은 모든 개인으로 하여금 부의 성을 따르도록 하고모의 성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하여 남성과 여성을 차별취급하고 있으면서도 그와 같은 차별취급에 대한 정당한 입법목적을 찾을 수 없어 혼인과 가족생활에 있어서의 양성의 평등을 명하고 있는 헌법 제36조 제1항에 위반된다.

(2) 이 사건 법률조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에 있어 개인의 성을 어떻게 결정하고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 개인과 가족의 구체적인 상황이나 의사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국가가 일방적으로 부성의 사용을 강제하고 있음에도 그와 같은 부성 사용의 강제에 대한 구체적인 이익을 찾을 수 없어 혼인과 가족생활에 있어서의 개인의 존엄을 보장한 헌법 제36조 제1항에 위반된다.

(3)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되므로 위헌결정을 하여야 할 것이지만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해 위헌결정을 선고한다면 성의 결정과 사용에 대한 아무런 기준이 없어지게 되어 법적 공백과 혼란이 예상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개정되어 시행되기 전까지는 그 효력을 유지시켜 잠정적인 적용을 허용하는 내용의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함이 상당하다.

2. 이 사건 법률조항이 부성주의(父姓主義)를 원칙으로 규정한 것 자체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나 부성주의를 강요하는 것이 부당한 경우에 대해서도 예외를 규정하지 않은 것이 헌법에 위반되므로 헌법불합치를 선고하고 잠정적용을 명하여야 한다는 재판관 5인의 의견과 이 사건 법률조항이 부성주의(父姓主義)를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 헌법에 위반되므로 위헌을 선고하여야 하지만 법적 공백과 혼란의 방지를 위해 헌법불합치를 선고하고 잠정적용을 명하여야 한다는 재판관 2인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를 선고하고 잠정적용을 명한 사례

재판관 권 성의 반대의견

가족제도 중에도 부성주의는 헌법에 선행하는 문화이다. 기존의 문화 내지 제도가 후행의 헌법적 가치에 어긋난다는 의심을 받는 경우에는 기존의 문화가 가지는 합리성을 확인하고 그 합리성과 헌법적 가치 사이의 간극의 크기를 측정한 후, 그 간극의 크기가 더 이상 용납하기 어려운 경우에 그 간극을 해소하는 기술의 합리성을 확인하며, 그 다음으로 시기의 적합성을 판단하여야 한다. 부성주의는 출산과 수유라는 사실로 인해 외관상 확인가능한 모와의 혈통관계에 비해 본질적으로 불확실한 부와의 혈통관계를 대외적으로 공시하고 부와 자녀간의 일체감과 유대감을 강화하여 가족의 존속과 통합을 보장한다. 기호체계에 불과한 성이 여성의 실체적인 법적 지위나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친다고는 볼 수 없으며, 부성의 사용으로 인해 재혼이나 입양 등의 경우에 있어서 개인이 받는 불이익은 재혼이나 입양에 대한 사회적 편견 내지 사시(斜視)가 그 원인이지 부성주의가 그 원인은 아니다. 추상적인 자유와 평등의 잣대만으로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유효하게 존속하면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생활양식이자 문화 현상인 부성주

의의 합헌성을 부정하는 것은 시기상조(時機尙早)의 부적절한 일이다.

개인의 동일성을 식별하는 가장 기본적인 기호로 성명(姓名)이 사용되는데 성명(姓名)은 개인의 혈통을 상징하는 기호인 성(姓)과 개인의 개별성을 상징하는 이름(名)으로 구성된다. 이름(名)은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고유한 명칭으로 부여됨에 비해 성(姓)은 일정한 범위의 혈연집단에 대한 명칭으로 사용된다.

본(本)은 흔히 본관(本貫) 또는 관향(貫鄕)이라고 하는 것으로 시조(始祖)의 발상지(發祥地)를 의미한다. 본(本)은 성의 지연적(地緣的) 표지(標識)라 할 수 있는데 전혀 다른 혈통을 가지는 집단들이 서로 동일한 성(姓)을 사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이와 달리 동일한 혈통의 연원을 가지고 같은 성(姓)을 사용하지만 이미 분화하여 서로를 별개의 혈연집단으로 인식하게 되는 경우도 있어 성(姓)만으로 혈통의 동일성이 곧바로 식별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본(本)에 의해 특정된 성을 통해 혈통의 동일성을 식별할 수 있으므로 일반적으로 혈통의 동일성을 상징하는 기호로서의 성(姓)은 본(本)에 의해 특정된 성을 의미한다.

민법은 이 사건 법률조항을 통해 모든 사람이 부(父)의 성(姓)과 본(本)을 자신의 성(姓)과 본(本)으로 결정하고 사용하도록 함으로써 ‘부성주의(父姓主義)’를 선언하고 있다. 따라서 달리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모든 사람은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해 부의 성과 본을 자신의 성과 본으로 사용하여야 한다. 이는 부의 성과 본 이외의 성과 본으로의 변경 역시 허용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부성주의를 규정한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해 제기된 헌법적 쟁점은 크게 다음과 같다.

첫째, 전통적 가족제도에 대한 헌법적 심사의 문제이다. 헌법 제9조는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부성주의는 과거로부터 오랜 기간 역사적으로 형성되고 유지되어 온 제도라는 점에서 헌법 제9조에 의해 정당화되거나 또는 헌법적 심사가 배제 또는 완화될 수 있는지 여부이다.

둘째, 이 사건 법률조항이 평등원칙에 위반되고 개인의 인격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헌법제11조 제1항에서 성별에 의한 차별을 명문으로 금지하고 있고, 제36조 제1항에서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한 혼인과 가족생활을 국가가 보장할 것을 명령하고 있음에도, 이 사건 법률조항이 부성주의를 규정하고 있는 것이 남성과 여성을 차별함으로써 헌법에 위반되는 것은 아닌지 하는 것이다. 이는 차별취급이 정당한 것이거나 불가피한 것인지, 또는 차별취급으로 인한 개인의 불이익을 어느 정도로 평가할 것인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게 된다.

또 성명(姓名)은 개인의 정체성과 개별성을 나타내는 인격의 상징이라는 점에서 자유로운 성의 사용은 인격권의 한 내용을 이룬다고 볼 수 있음에도 이 사건 법률조항이 모든 개인으로 하여금 그 의사를 묻지 않고 부의 성을 따르도록 강제하는 것이 개인의 인격권이나 혼인과 가족생활에서의 개인의 존엄을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가 문제된다.

셋째, 심사 결과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되는 것으로 판단될 경우 주문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문제된다. 왜냐하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성본제도를 규율하는 원칙 조항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무효로 선언될 경우 성본제도에 대한 아무런 규율이 없어지는 것과 같은 상태가 초래되기 때문이다.

성이 언제부터 어떠한 형태로 사용되기 시작하였는지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일반적으로는 혈연관계를 기초로 한 고대의 씨족사회나 부족사회에서 각 씨족이나 부족들의 명칭으로부터 성이 유래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1)다만 오늘날 사용되고 있는 성은 삼국시대를 거치면서 한자 문화의

도입과 함께 왕실과 귀족을 중심으로 처음 시작된 것으로 보며 성과 본관의 사용이 제도적으로 정립된 것은 대체로 고려의 건국 이후, 중앙관인층(中央官人層)을 중심으로 사용되던 성이 지방행정조직의 정비 또는 재편 과정에서 지방의 호족 세력들이 그 출신지나 거주지 단위로 성을 사용하기 시작하거나 사성(賜姓)된 성을 사용함으로써 성의 사용이 전국적으로 확산된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2)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일반 양인층도 성을 사용하였으나 노비를 비롯한 천민층은 여전히 성을 사용하지 않았고, 조선 후기와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신분과 계급이 철폐되면서 모든 사람이 성을 사용하게 되었지만, 새로이 성을 사용하게 된 집단들도 새로운 성과 본을 만들어 사용하지 않고 대부분 이미 존재하는 성과 본을 따름으로써 성을 사용하는 새로운 인구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성과 본의 수는 그다지 증가하지 않았다.3)

고대에는 개인을 특정함에 있어 출신지명이 중요한 기능을 하였는데4)그와 같은 출신지명이 본관(本貫)의 기원이 되었을 것으로 추측되며, 성의

사용이 전국적으로 확산됨에 따라 같은 한자성을 사용하는 경우에도 혈통의 연원을 달리하는 경우가 있고 같은 혈통의 연원을 가지더라도 이미 지역적으로 분화된 집단이 존재하게 됨에 따라 성을 특정하기 위해서는 그 지역적 연고가 중요하게 됨에 따라 같은 한자성을 사용하는 경우에도 그 지연적 표지인 본관(本貫)을 통해 혈연적 동일성을 특정하게 된 것으로 이해된다.5)

한편 자녀가 그 부의 성을 따르는 부성주의(父姓主義)는 이와 같은 성본제도의 발전 초기에 이미 나타난 것으로 보이지만, 삼국유사에는 모계를 통해 출계를 밝힌 기록도 있고6)동일인에 대해 서로 다른 성이 전해지는 사례들도7)있는데, 이를 두고 부계의 성과 모계의 성이 같이 사용되어졌기 때문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고려시대까지도 왕의 사성(賜姓)에 따라 새로운 성으로 성을 변경한 사례가 적지 않고 성이 다른 자를 양자로 삼을 수 있었으며(異姓養子) 이 때 양자는 양부(養父)의 성과 본을 따르는 것이 인정되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고려시대에 이르기까지도 부(친부)의 성 이외의 성을 사용할 수 없다는 부성주의 원칙이 강하게 확립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추측된다.8)

그러다가 종법제(宗法制)를 바탕으로 한 유교적 가치질서가 확립되면서

부계혈통의 계승이 절대적인 원칙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어떠한 예외도 인정하지 않는 완고한 부성주의가 정립되었고, 그 결과 부의 성을 사용하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하여 남자를 통해서만 대를 이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을 가리켜 “성(姓)을 가는 일”과 맞먹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또한 강한 혈통계승의식으로 인해 다른 많은 문화권에서와 달리 여성이 혼인을 하더라도 남편의 성으로 변경하지 않았다.

전통적으로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부성주의를 취했고 여성은 혼인 후 남편의 성을 따르거나 아니면 자신의 성을 남편의 성에 붙여 사용하였다.10)

현행 중화인민공화국 혼인법은 “부부쌍방은 각자 자기의 성명을 사용할 권리가 있다”(제14조)고 하여 혼인 후 여성의 성의 변경을 강제하지 않으며, “자는 부의 성씨를 따를 수 있고 모의 성씨를 따를 수도 있다”(제22조)고 규정하여 부성주의를 강제하지 않는다. 또 부의 성도 모의 성도 아닌 제3의 성을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며 같은 부모의 자녀라 하더라도 각자 다른 성을 사용할 수 있다.

민법통칙 제99조에서 “개인은 성명권을 가지고 성명을 사용하고 변경할 수 있으며 타인에 의하여 간섭당하거나 도용되는 것이 금지된다”고 규정하여 성의 변경을 인격권의 일종인 성명권의 내용으로 보아 개인의 자유와 권리에 속하는 것으로 본다.

미성년자의 경우 부모 또는 양육자의 신청으로, 성년은 본인의 신청으로 호구등기기관(戶口登記機關)의 허가를 얻어 변경 등기함으로써 변경할 수 있으며(호구등기조례 제18조)11)호구등기기관은 ‘정당한 사유(중대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변경을 허가한다.

오늘날 실제에 있어서는 대부분 부의 성을 따르고 부부의 경우 각자가 자신의 성을 사용한다고 한다.

대만은 중화인민공화국 이전의 전통적인 제도인 부성주의(父姓主義)를 그대로 유지해 오고 있다. 다만 최근 민법개정을 통해 “부부는 각자의 성을 사용한다. 다만 서면에 의한 약정이 있으면 배우자의 성을 자신의 성에 부가하여 사용할 수 있으며 호적 기관에 등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고(제1000조 제1문, 제2문), 부부가 배우자의 성을 자신의 성에 부가하여 사용하다가 원래 자신의 성으로 회복하는 것을 허용하는 규정을 두고 있으며(제1000조 제3문), 총통령(總統令)인 성명조례(姓名條例)에서는 일정한 경우에 호적기관에 신청하여 성을 변경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는데 인지, 입양, 부모의 이혼 등의 경우에 성의 변경을 허용하고 있다.

일본에서 성(姓, 일본에서는 氏라고 함)은 전통적으로 가(家)의 명칭이므로 호적상 동일한 가(家)에 속하는 호주와 그 가족은 같은 성을 사용한다(一家一氏).

부부는 남편의 성 또는 부인의 성 가운데 하나를 같이 사용하며(750조) 그 자녀 역시 부모와 같은 성을 사용한다(민법 제790조 제1항 전단). 자의 출생 전에 부모가 이혼한 때에는 이혼할 때의 부모 성을 따르며(민법 제790조 제1항) 혼인외의 출생자는 원칙적으로는 모의 성을 따른다(민법 제790조 제2항).

성의 변경은 혼인, 이혼, 입양 등과 같은 민법상 신분행위에 의한 성의 변경과 당사자에게 불이익한 경우 등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가정재판소의 허가를 얻어 호적에 표기된 성을 변경하는 호적법상의 성의 변경으

로 나누어지는데, 이혼과 재혼 등으로 가(家)가 변경되는 경우에는 가정재판소의 허가를 얻어 성을 변경할 수 있다(민법 제791조).

전통적으로 혼인공동체 관념에 따라 부부는 동일한 성을 사용하며 아내가 남편의 성을 따르고 자녀가 아버지의 성을 따랐으나, 1976년 개정된 민법은 부부가 동일한 성을 사용해야 하지만 협의에 의해서 부부 중 누구의 성을 사용할 것인가를 정할 수 있으며 그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남편의 성을 사용하도록 하였다(민법 제1355조 제2항 제2문).

그러다가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남편의 성을 사용하도록 한 것이 남녀평등원칙을 선언한 기본법 제3조 제2항과 합치되지 않는다고 독일연방헌법재판소 제1재판부가 1991. 3. 5. 결정하자(BVerfGE 84, 9;)15)현행 독일 민법은 협의가 되지 않는 경우에는 부부가 각자 혼인전의 성을 사용할 수 있고(제1355조 제1항 제1문, 제2항) 그 경우 자녀의 성은 부부의 협의에 의하여 부의 성 또는 모의 성을 선택하되 자의 출생 후 1개월 이내에 자녀의 성을 결정하지 않으면 법원이 부모의 일방에게 결정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개정하였다(민법 제1617조 제2항).

모가 새로운 혼인을 통해 성을 변경하는 경우 모의 성을 사용하던 자는 새로운 모의 성을 사용할 수 있으며, 양자는 혼인중의 자와 같지만 입양이 해소되면 입양전의 성을 회복하되, 양친의 일방과만 입양관관계가 해소되거나 양자가 혼인하여 그 성을 혼인성으로 사용하고 있는 등 예외적인 경우 입양시의 성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종전의 민법에는 자(子)의 성(姓)에 관한 규율이 없었으나 관습에 따라 자녀는 부(父)의 성(姓)을 따랐다.

2002. 3. 4. 개정(2005. 1. 1.부터 시행)된 민법은 “출생증명서에는 출생일ㆍ시간ㆍ장소, 자녀의 성별, 자녀에게 주어질 이름, 부모가 선택한 姓에 관하여 부모 공동의 진술이 있는 경우에는 姓, 그리고 부모의 이름, 姓, 나이, 직업과 주소가 기재된다.”고 규정하여(제57조 제1항) 자녀의 성을 부모가 선택할 수 있게 하였고, 부모는 부(父)의 성 또는 모(母)의 성 아니면 부모의 성을 연결한 성 중 하나를 선택하여야 하며 첫 번째 자녀에게 부여된 성은 다른 자녀에게도 공통된다(민법 제311-21조).

혼인하더라도 부부가 각자의 성을 그대로 유지할 수도 있고 상대방의 성을 사용할 수도 있다.

“정당한 이익이 있는 경우” 법원의 결정을 통해 성을 변경할 수 있고, 4대까지의 직계존속이나 방계존속의 성의 소멸을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할 수 있다(민법 제60조 내지 제61-4조).

한편 입양의 경우에는 이른바 ‘완전양자(adoption pleniere)’와 ‘단순양자(adoption simple)’를 구분하여 완전양자의 경우 양친의 성을 사용하나, 단순양자의 경우 양친의 성을 자신의 성에 부가하여 사용하되 양친의 요구가 있으면 14세 이상인 양자의 동의를 얻어 법원의 결정으로 양친의 성을 사용하게 할 수 있다.

영미법에 있어서 성에 관한 문제는 커먼로(Common Law)와 관습에 맡겨져 있다. 커먼로(Common Law)에 의하면 성의 결정과 변경은 자유롭지만 여성들은 혼인으로 남편의 성을 따랐고 자녀는 부(父)의 성을 따랐다.

자녀의 성을 결정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가족 내에서 결정되어야 할 사항이며 국가의 불필요한 개입으로부터 보호되어야 한다는 이유로, 자녀는 부(父)의 성을 따라야 하는 것으로 규정한 주(州)의 법률들이 사생활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한 판결들이 있는가 하면,18)부의 성을 따르도록 한 것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본 판결도19)있어 각 주(州)마다 통일되어 있지 않다.

다만, 오늘날에는 부모는 쌍방이 자녀에 대한 보호 및 양육의 권리를 동등하게 가지므로 성을 결정함에 있어서도 쌍방은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부모 중 어느 쪽도 우월적인 권리를 가지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며,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연령과 지성을 갖춘 미성년자는 자신이 스스로 성을 변경할 수 있다.

자녀의 성을 변경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자의 최선의 이익(the best interest of the child)”을 기준으로 하여 결정하여야 한다고 보고 있으나20)자녀의 성에 대한 부모의 권리도 함께 고려한다.

자녀는 부모의 성으로 조합된 결합성을 취하게 되는데, 아버지의 성과어머니의 성 중에서 각 첫 번째 성을 결합한 성을 사용한다. 자녀가 만 18세가 되면 자신의 성을 구성하는 부모의 성의 순서를 변경할 수 있다. 이것은 그 자녀가 다시 자신의 자녀에게 물려줄 성을 결정하는 의미를 가진다.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에서는 부부가 협의하여 혼인성을 정할 수도 있고 각자 혼인전의 성을 그대로 유지할 수도 있다.

부부가 각자 혼인전의 성을 유지하는 경우에는 부부가 협의하여 부모의 성 가운데서 하나를 자녀의 성으로 결정하지만 부모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모의 성을 따르도록 한 것이 특이한 점이다. 이 원칙은 혼인외의 자에게도 적용된다.

스웨덴과 핀란드에서는 같은 부모에서 태어난 형제자매는 동일한 성을 따라야 하지만 덴마크와 노르웨이에서는 형제자매도 반드시 동일한 성을 따를 필요는 없다.

(1) 가족제도에 대한 헌법적 심사에서 자주 제기되는 문제는, “오랜 기간 형성되고 유지되어 온 가족제도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심사에서와는 다른 특별한 기준과 방법이 필요한가” 하는 것이다.

이것은 역사적으로 오랜 기간 유지되어 온 제도라는 사실 그 자체로부터 헌법적 정당성의 근거 또는 존재 가치가 도출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이기도 한데,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헌법 제9조의 해석과 관련하여 종종 제기된다.

(2) 이 사건 법률조항이 선언하고 있는 전통적 가족제도의 하나로서의 부성주의에 대한 헌법적 심사 자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는 없다. 헌법은 모든 국가질서의 바탕이 되고 한 국가사회의 최고의 가치체계로서 다른 모든 법적 규범이나 가치보다 우선하는 효력을 가지므로 비록 가족제도가 민족의 역사와 더불어 생성되고 발전된 역사적·사회적 산물이라 하더라도 헌법의 우위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하며, 헌법재판소도 그것을 확인한 바 있다(헌재 2005. 2. 3. 2001헌가9등, 판례집 17-1, 1, 16 - 이른바 ‘호주제 사건’). 다만, 헌법적 심사에 있어 새로운 기준이나 방법이 필요한가, 오랜 기간 유지되어 왔다는 사실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견해가 나누어 질 수 있다.

이 사건 결정에서 재판관 권 성의 반대의견은 “헌법에 선행하는 문화”가 존재할 수 있으며 부성주의와 같은 가족제도가 바로 그러한 경우에 해당하는바, 그와 같은 문화에 대한 헌법적 심사에 관한 새로운 기준과 방법을

아래와 같이 제시하였다.

“문화가 항상 헌법에 선행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선행하는 경우도 있다. 가족제도, 그 중에도 부성주의(父姓主義) 같은 것은, 분명히 헌법에 선행하는 문화의 하나이다.

기존의 문화 내지 제도가 후행의 헌법적 가치에 어긋난다는 의심을 받는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단계적 사고가 필요하다. 제1단계는 기존의 문화가 가지는 합리성을 확인하고 그 합리성과 헌법적 가치 사이의 간극의 크기를 측정하는 것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합리적이다.”라는 진리를 이 경우에 도외시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제2단계는 그 간극의 크기가 더 이상 용납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그 간극을 해소하는 기술의 합리성을 확인하는 일이다. 사회제도의 상호 유기적 관계를 고려할 때 자칫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3단계는 시기의 적합성을 판단하는 일이다. 만사 너무 늦어도 안되지만 너무 빨라도 안 되기 때문이다.”

위의 견해는 이른바 생활양식이나 문화가 반영된 제도에 대한 헌법적 심사에 관한 새로운 심사의 틀과 기준의 정립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와 같은 새로운 심사의 틀과 기준의 근거가 되는 헌법 조항이나 원칙은 언급되지 않았고 또한 평등원칙 기타 구체적인 헌법 조항들에 의한 구체적인 심사기준도 표현되지 않았다.

(3) 한편 이 결정에 관여한 나머지 7인의 재판관들22)중 재판관 윤영철, 재판관 김효종, 재판관 김경일, 재판관 주선회, 재판관 이공현(이하 “5인의 재판관”이라 한다)은 헌법적 심사의 기준이나 방법 자체에 대해서는 다른 사건에서와 달리 보지 않으면서도, 부성주의가 규범으로서 존재하기 이전부터 생활양식으로 존재해 온 사회문화적 현상이었고 그 같은 생활양식이 오랜 역사를 거쳐 형성되고 유지되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이 사건 법률조항의 원칙적인 정당성의 근거 중 하나로 보았다.23)

이에 반해 재판관 송인준, 재판관 전효숙의 의견은 부성주의가 오랜 기간 유지되어 왔으므로 오늘날에도 정당화 될 수 있다는 주장은 전통적으로 남성과 여성을 차별취급 해 왔으므로 현재도 그 차별취급이 정당하다는 논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면서 오랜 기간 유지되어 왔다는 사실만으로 그 제도가 곧바로 헌법적으로 정당화 될 수는 없으며 오늘날의 가치에 부합하고 헌법이념에 반하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4) 결국 전통적 가족제도에 대한 헌법적 심사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더라도 구체적인 심사에 있어 역사적으로 오랜 기간 유지되어 왔다는 사실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견해의 차이에 따라 이 사건 법률조항의 헌법적 정당성 여부에 대한 종국적인 결론도 달라진다.

평등원칙 위반 여부에 대한 심사 기준은, 차별을 정당화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만을 심사하는 이른바 ‘자의금지 심사’와 차별취급의 목적과 수단간에 엄격한 비례관계가 성립하는지를 심사하는 이른바 ‘비례성 심사’로 나누어지는데, 어떠한 심사기준을 택할 것인지는 입법자에게 인정되는입법형성권의 정도가 따라 달라지게 될 것인데, 일반적으로는 헌법에서 특별히 평등을 요구하고 있는 영역이거나 관련 기본권에 중대한 제한을 초래하는 경우에는 입법형성권이 축소되어 비례성 심사에 의하게 되나, 입법형성의 자유가 폭넓게 인정되는 경우에는 자의금지 심사에 그치는 것으로 본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개인이 성을 정하고 사용함에 있어 부의 성을 따르도록 강제하고 있는 것이 부(父)와 모(母), 남성과 여성을 차별취급하고 있

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그런데 성은 기호(記號)이고 기호의 사용이 실체적 법적 지위나 권리의무 관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으므로 차별취급으로 인한 구체적 효과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보는 경우에는 입법자에게 폭넓은 입법형성의 자유를 인정할 수 있다.

이 결정에서 5인의 재판관 의견은, “성은 기호가 가지는 성질로 인해 개인의 권리의무에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력이 크지 않으며, 성의 사용에 대한 입법은 주로 새로운 규율을 창설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이미 존재하는 생활양식을 반영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성의 사용에 관한 규율에는 폭넓은 입법형성의 자유가 인정된다.”고 하여 기본적으로는 성의 사용에 관한 규율에 대해 폭넓은 입법형성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다. 다만, “성에 관한 규율에 대해 폭넓은 입법형성의 자유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헌법적 이념과 가치에 반하는 것일 수는 없으므로 개인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거나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반하는 내용으로 가족제도를 형성할 수 없다는 한계를 가진다.”고 하여 입법형성의 한계에 대해서도 명확히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양계 혈통을 모두 성으로 반영하기는 곤란한 점, 부성의 사용에 관한 사회 일반의 의식, 성의 사용이 개인의 구체적인 권리의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이 성의 사용 기준으로서 부성주의를 원칙으로 규정한 것은 성에 관한 규율을 정하는 입법형성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없지만, 부(父)의 사망이나 부모의 이혼, 혼인외의 출생 등과 같은 예외적인 상황하에서 구체적인 생활관계의 모습에 따라서는 부성 사용의 이익은 거의 없어졌음에 반해 모성 사용의 이익은 구체적으로 나타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도 부성의 사용을 강제하는 것은 양성의 평등을 침해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보았다.

한편 재판관 권 성의 의견은, 성은 사람을 식별하는 데 사용되는 여러 기호체계의 하나일 뿐이고 기호의 채택이 여성이라는 존재가 갖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의 실체에 무슨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것은 기호의 본질상 자명한 일이며 실제로 친족ㆍ상속법상 실체적인 법적 지위는 물론 공사(公私)의 법률관계에 있어 여성 또는 모의 법적 지위가 부성주의로 인해 영향을 받지 않으므로, 부성주의 자체로 인하여 초래되는 여성에 대한 차별은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고 설혹 그러한 차별이 존재한다고 하여도 그러한 차별과 부성주의 사이에 무슨 선험적인 인과의 관계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본다.

그리고 부성의 사용은 부계혈통의 공시를 필요로 하는 사회적 수요에24)응하는 하나의 기술적 기호의 채택에 불과하고 이러한 기술을 채택한 것은 모계혈통의 공시 필요성이 부계혈통의 공시 필요성보다 상대적으로 적다는 자연적ㆍ사회적 상황에 따른 문화적 결단인 것으로 부성주의는 나름대로 그 합리성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하였다.

헌법 제11조 제1항이 성별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고 헌법 제36조 제1항이 양성의 평등에 의한 가족생활을 보장할 것을 명하고 있음을 들어, 부성주의를 규정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이 특별히 차별취급을 금지하거나 평등을 요구하고 있는 영역인 성별(性別)을 근거로 하여 차별취급을 하고 있다고 보아, 그 차별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비례성 심사가 적용되어야 하는 것으로 본다.

이는 차별취급이 미치는 효과의 크기가 어떠한가를 묻지 않고 차별의 근거가 남녀의 성별(性別)이라는 점에 주목하는 견해이다.

이 결정에서 재판관 송인준, 재판관 전효숙의 의견은 이러한 견해에 입각한 심사를 거쳐, 생물학적 혈통관계나 오늘날 우리 사회의 생활양식, 의식 구조 등 어느 모로 보더라도 그 차별취급의 목적 자체에 아무런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어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 제36조 제1항25)에 위반된다는

결론을 내린다.

자녀에게 부의 성을 부여할 것인가, 모의 성을 부여할 것인가는 본질적으로 개인이 자신의 가족생활을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지에 대한 것으로 사적(私的) 생활영역에 속하는 문제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개인이 성을 사용하는 것에 관해 일정한 규율을 하는 것은 개인의 인격권을 제한하는 것이 될 수 있으며 혼인과 가족생활에서의 개인의 존엄에 반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모든 개인으로 하여금 개인의 의사를 묻지 않고 일률적으로 부(父)의 성을 따르도록 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개인의 존엄 또는 인격권을 침해하는지에 대해서도 위에서 본 평등원칙 위반에 대한 심사에서와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심사 방법과 그 결론에 있어 견해가 나누어졌다.

재판관 권 성의 의견은, 개인이 성을 자유롭게 정하고 변경할 수 없음으로 인해 받는 불이익이 주로 문제되는 것은 재혼이나 입양 등의 경우인데, 계부나 양부의 성으로 성을 변경하지 못함으로 인해 받게 되는 개인의 불이익은 재혼이나 입양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그 원인이지 부성주의로 인해 그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이는 앞에서 보았듯이 기호에 불과한 성의 사용이 개인의 실체적 권리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한 판단으로 이해된다.

한편 5인의 재판관의 의견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부성주의를 규정한 것이 원칙적으로는 인격권을 침해하지 않지만, 가족관계의 변동과 새로운 가족관계의 형성 등 구체적 상황에 따라서는 생물학적 부의 성의 사용만을 강요하는 것이 개인의 가족생활에 대한 심각한 불이익을 초래하는 것으로 인정될 수 있는 경우에도 부성주의에 대한 예외를 규정하지 않고 있는 것은 입법형성의 한계를 벗어나 개인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반면, 재판관 송인준, 재판관 전효숙의 의견은, 부성 이외의 성을 사용한다고 해서 가족제도에 관한 사회질서에 위협을 초래한다거나 기타 공공의 이익에 구체적인 위험을 발생시킨다고 볼 수 없음에도 구체적 사정에서의 개인의 의사를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부성의 사용만을 강제하고 있으나,

그와 같은 부성의 사용의 강제를 정당화할 구체적인 이익을 찾을 수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에서의 개인의 존엄을 보장한 헌법 제36조 제1항에 위반된다고 보았다.

재판관 권 성의 의견은 부성주의는 오늘날에 있어서도 자연적·사회적 상황에 의해 충분히 합리성이 인정되는 문화로서 헌법적 가치와 위헌의 문제를 일으킬 정도의 간극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적절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부성주의를 위헌이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5인의 재판관의 의견은 부성주의 자체는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으나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서는 부성주의를 강제하는 것이 개인의 인격권을 침해하고 양성의 평등에 반하는 것이 될 수 있음에도, 이 사건 법률조항이 예외적 상황에 대해 규율하지 않고 있는 것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았다.

재판관 송인준, 재판관 전효숙의 의견은 부성주의는 헌법이 명문으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성별을 기준으로 한 차별을 하고 있음에도 그 차별취급에 대해 정당한 목적조차 인정할 수 없고, 사적(私的) 생활영역에 속하는 성의 결정과 사용에 대해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선택을 부정하면서 부성의 사용을 강제하고 있으나 그 강제로 인해 얻어지는 구체적인 이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성주의 자체가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였다.

5인의 재판관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성은 부성주의의원칙을 규정한 것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부의 성을 사용할 것을 강제하는 것이 부당한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에 대해서까지 아무런 예외를 규정하지 않고 있는 것에 있다 할 것인데,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위헌을 선고할 경우 합헌으로 판단되는 부성주의 원칙 자체에 대해서까지 위헌으로 선언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해 위헌적인 부분에 대한 개선 입법을 명한다는 취지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이에 반해 재판관 송인준, 재판관 전효숙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

위반되므로 위헌결정을 하여야 하지만, 이 사건 법률조항은 개인의 성을 정하고 사용하는 원칙을 규정한 조항으로서 만약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해 위헌결정을 선고한다면 성의 결정과 사용에 대해 아무런 기준이 없어지게 되는 법적 공백과 혼란이 예상된다는 이유에서 잠정 적용을 명하기 위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에 대한 이유에 있어서 견해를 달리하고, 헌법불합치 주문을 선택하는 이유도 달리 하는 5인의 재판관과 2인의 재판관이 헌법불합치 결정 및 잠정적용이라는 주문에 있어서는 의견이 일치함으로써 이 사건 결정의 주문이 도출되었다.

한편 이 사건 심리 계속중에 부성주의를 선언한 이 사건 법률조항의 개정을 포함한 민법 개정 법률이 공포되어 2008. 1. 1.부터 시행되도록 예정되어 있어 이 사건 법률조항은 2008. 1. 1.부터는 효력을 상실하게 되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잠정 적용의 기한은 2007. 12. 31.까지로 하였다.

다만, 새로 개정되어 2008. 1. 1.부터 시행될 개정 민법 조항이 이 결정의 취지에 부합하는 것인지는 이 결정에서 구체적으로 검토되지 않았는데, 만약 그와 같은 검토를 구체적으로 행하게 되면 헌법재판소가 심판의 대상이 되지 않은, 장래에 시행될 법률조항에 대해 미리 그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되므로 규범통제의 형식과 관련한 헌법재판 범위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이 결정은 전통적 가족제도의 내용 중 핵심적인 제도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부성주의에 대한 헌법적 정당성을 심판하였는데, 결론적으로 부성주의를 규정한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지만, 그 이유를 살펴보면 부성주의 자체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의견은 재판관 2인이었고 부성주의 자체는 합헌이지만 예외적인 상황에 있어서는 헌법에 위반된다는 의견이 재판관 5인이었으므로 부성주의 자체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견해가 법정의견이었다고 할 수는 없다.

이 결정은 전통적 가족제도에 대한 헌법적 심사에 적용되는 헌법적 기준이나 가치 또는 심사방법을 새로이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그 구체적인 심

사의 단계에서 전통적인 생활양식이 가지는 가치에 대한 헌법적 평가는 다양하게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전통적 생활양식과 관련한 제도에 대한 위헌 심사에 관한 기준과 방법론에 대해 계속적인 논의가 필요함을 시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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