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조판례】
헌재 1989. 9. 29. 89헌마13 , 판례집 1, 294, 296
헌재 2001. 4. 26. 2000헌마390 , 판례집 13-1, 977, 987-988
【당 사 자】
청 구 인 이○식
국선대리인 변호사 배병호
피청구인
대한민국 국회
주문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공무원으로 17년간 재직하다가 퇴직한 자이다. 공무원연금법 제46조에 의하면 재직기간이 20년 이상 되어야 퇴직연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청구인이 국민연금에 가입하더라도 위 공무원으로서의 재직기간은 국민연금법 제56조에서 정하고 있는 가입기간에 합산되지 아니한다. 청구인은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공무원 재직기간을 합산하는 규정을 두지 아니한 입법부작위는 청구인의 평등권, 행복추구권, 재산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이 사건 헌법소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공무원 재직기간을 합산하는 규정을 만들지 아니한 입법부작위가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2. 청구인의 주장 및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들의 주장
철도청이 민영화됨에 따라 재직기간이 20년 미만인 철도청 직원들은 철도공사에 입사한 뒤에도 공무원연금법에 의한 재직기간 20년이 될 때까지 공무원으로 간주되었는데, 다른 공무원은 재직기간 20년 미만 근무하다 퇴직 후 국민연금에 가입하더라도 그 재직기간이 연계되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공무원 재직기간을 합산하는 규정을 만들지 아니한 입법부작위는 청구인의 평등권, 행복추구권, 재산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다.
나. 보건복지부장관의 의견요지
3. 판 단
(1) 입법부작위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 입법자가 헌법상 입법의무가 있는 어떤 사항에 관하여 전혀 입법을 하지 아니함으로써 “입법행위의 흠결이 있는 경우”와 둘째, 입법자가 어떤 사항에 관하여 입법은 하였으나 그 입법의 내용․범위․절차 등이 당해 사항을 불완전, 불충분 또는 불공정하게 규율함으로써 “입법행위에 결함이 있는 경우”이다. 일반적으로 전자를 진정입법부작위, 후자를 부진정입법부작위라고 한다.
청구인의 주장은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공무원연금 재직기간을 합산하는 규정에 관하여 입법을 하지 아니한 것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것인바, 이는 진정입법부작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2) 진정입법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은, 헌법에서 기본권보장을 위하여 법령에 명시적인 입법위임을 하였음에도 입법자가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이거나, 헌법해석상 특정인에게 구체적인 기본권이 생겨 이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행위의무 내지 보호의무가 발생하였음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입법자가 아무런 입법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경우에 한하여 허용된다(헌재 1989. 9. 29. 89헌마13 , 판례집 1, 294, 296; 헌재 1994. 12. 29. 89헌마2 , 판례집 6-2, 395, 405; 헌재 1996. 11. 28. 93헌마258 , 판례집 8-2, 636, 643).
(3) 이 사건에서 과연 입법자가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공무원 재직기간을 합산하는 규정을 만들어야 할 헌법상 의무가 있는지에 관하여 살펴본다.
우선 헌법상 그러한 입법의무를 명시한 규정이 없다. 헌법 제34조 제2항은 국가가 사회보장, 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제5항은 질병 등 기타 사유로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규정한다. 이러한 규정들만으로는 헌법이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공무원 재직기간을 합산하는 규정을 만들어야 할 명시적인 입법의무를 부여하였다고 볼 수 없다.
한편 헌법해석상 그러한 입법의무도 인정할 수 없다. 국민연금제도는 국민의 노령ㆍ폐질 또는 사망과 같은 사회적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위와 같은 위험이 발생한 때에 그 부담을 국가적인 보험기술을 통하여 분산시킴으로써 그 구제를 도모하는 보험원리에 사회적 부양원리가 결합된 공적보험제도이다. 따라서 국민연금의 가입대상, 가입기간, 보험료, 연금수급자격 및 급여수준 등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정할 것인가는 국민의 소득수준, 경제활동연령, 정년퇴직연령, 평균수명, 연금재정 등 여러 가지 사회적, 경제적 사정을 참작하여 입법자가 폭넓게 형성재량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라고 할 것이고, 그 결정이 명백히 자의적인 것으로서 입법재량을 벗어나지 않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헌재 2001. 4. 26. 2000헌마390 , 판례집 13-1, 977, 987-988). 마찬가지로 어떤 연금제도를 둘 것인지, 그 내용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공무원 재직기간을 합산할 것인지 여부는 각 연금의 재정상태, 연계했을 때 발생하는 형평의 문제, 소득수준 및 연금제도에서 배제되는 국민에 대한 다른 소득보장제도의 완비 여부 등 사회적, 경제적 및 제도적인 제반여건을 참작하여 입법자가 그 입법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공무원 재직기간을 합산하는 규정을 만들어야 할 입법의무가 헌법상 도출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4)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입법자의 입법의무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입법부작위를 대상으로 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4. 결 론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재판관이공현(재판장)(해외출장으로 서명날인 불능) 조대현(주심) 김희옥 김종대 민형기 이동흡 목영준 송두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