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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수,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15조 제2항 등 위헌확인", 결정해설집 6집, 헌법재판소, 2008, p.191
[결정해설 (결정해설집6집)]
본문

- 재외국민 참정권 사건 -

(헌재 2007. 6. 28. 2004헌마644, 2005헌마360(병합) 판례집 19-1, 859)

최 희 수*1)

1. 구법 조항들을 대상으로 한 심판청구였음에도 불구하고 선거의 속성 등을 고려하여 장래의 기본권침해를 다투는 것으로 본 사례

2. 선거권의 의의와 선거권 제한의 한계

3. 공직선거법(2005. 8. 4. 법률 제7681호로 개정된 것, 이하 ‘법’이라 한다) 제37조 제1항의 주민등록을 요건으로 재외국민의 국정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이 재외국민의 선거권, 평등권을 침해하고 보통선거원칙을 위반하는지 여부

4. 법 제38조 제1항의 국내거주자에게만 부재자신고를 허용하는 것이 국외거주자의 선거권ㆍ평등권을 침해하고 보통선거원칙을 위반하는지 여부

5. 법 제15조 제2항 제1호, 제37조 제1항의 주민등록을 요건으로 국내거주 재외국민의 지방선거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이 국내거주 재외국민의 평등권과 지방의회의원선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6. 법 제16조 제3항의 주민등록을 요건으로 국내거주 재외국민의 지방선거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이 국내거주 재외국민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7. 주민등록을 요건으로 재외국민의 국민투표권을 제한하는 국민투표법

제14조 제1항이 청구인들의 국민투표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8. 헌법불합치결정을 하되 계속 적용을 명한 사례

9. 명시적으로 종전 결정을 변경한 사례

공직선거법(2005. 8. 4. 법률 제7681호로 개정된 것, 이하 ‘법’이라 한다)1)제15조 제2항 제1호 중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관할 구역 안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자”에 관한 부분, 법 제16조 제3항 중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관할 구역 안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주민”에 관한 부분, 법 제37조 제1항 중 “그 관할 구역 안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선거권자”에 관한 부분, 법 제38조 제1항 중 “선거인명부에 오를 자격이 있는 국내거주자”에 관한 부분 및 국민투표법(1994. 12. 22. 법률 제4796호로 개정된 것) 제14조 제1항 중 “그 관할 구역 안에 주민등록이 된 투표권자”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국민투표법 조항’이라 한다)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제15조(선거권) ②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그 구역에서 선거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의회의원 및 장의 선거권이 있다.

1. 19세 이상의 국민으로서 제37조(명부작성) 제1항의 선거인명부작성기준일 현재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관할 구역 안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자

제16조(피선거권) ③ 선거일 현재 계속하여 60일 이상(공무로 외국에 파견되어 선거일 전 60일 후에 귀국한 자는 선거인명부작성기준일부터 계속하여 선거일까지)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관할 구역 안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주민으로서 25세 이상의 국민은 그 지방의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피선거권이 있다. 이 경우 60일의 기간은 그 지방자치단체의 설치ㆍ폐지ㆍ분할ㆍ합병 또는 구역변경[제28조(임기중 지방의회의 의원정수의 조정 등)의 규정에 의한 경우를 포함한다]에 의하여 중단되지 아니한다.

제37조(명부작성) ① 선거를 실시하는 때에는 그 때마다 구청장(자치구의 구청장을 포함하며, 도농복합형태의 시에 있어서는 동 지역에 한한다)ㆍ시장(구가 설치되지 아니한 시의 시장을 말하며, 도농복합형태의 시에 있어서는 동 지역에 한한다)ㆍ읍장ㆍ면장(이하 “구ㆍ시ㆍ읍ㆍ면의 장”이라 한다)은 대통령선거에 있어서는 선거일 전 28일, 국회의원선거와 지방자치단체의 의회의원 및 장의 선거에 있어서는 선거일 전 19일(이하 “선거인명부작성기준일”이라 한다) 현재로 그 관할 구역 안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선거권자[지방자치단체의 의회의원 및 장의 선거의 경우 제15조(선거권) 제2항 제2호의 규정에 따른 외국인을 포함한다]를 투표구별로 조사하여 선거인명부작성기준일부터 5일 이내(이하 “선거인명부작성기간”이라 한다)에 선거인명부를 작성하여야 한다.

제38조(부재자신고) ① 선거인명부에 오를 자격이 있는 국내거주자[제15조(선거권) 제2항 제2호의 규정에 따른 외국인을 제외한다]로서 선거일에 자신이 투표소에 가서 투표할 수 없는 때에는 선거인명부작성기간 중에 구ㆍ시ㆍ읍ㆍ면의 장에게 서면으로 부재자신고를 할 수 있다. 이 경우 우편에 의한 부재자신고는 등기우편으로 처리하되, 그 우편요금은 국가 또는 당해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한다.

제14조(투표인명부의 작성) ① 국민투표를 실시할 때에는 그 때마다 구청장(자치구의 구청장을 포함하며, 도농복합형태의 시에 있어서는 동 지역에 한한다)ㆍ시장(구가 설치되지 아니한 시의 시장을 말하며, 도농복합형태의 시에 있어서는 동 지역에 한한다)ㆍ읍장ㆍ면장(이하 “구ㆍ시ㆍ읍ㆍ면의 장”이라 한다)은 국민투표일공고일 현재로 그 관할 구역 안에 주민등록이 된 투표권자를 투표구별로 조사하여 국민투표일공고일로부터 5일 이내에 투표인명부를 작성하여야 한다.

청구인들은 모두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한 일본 영주권자들로서 현재 일본에 거주하고 있거나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만 19세 이상의 국민들로서, 구법 제15조 제2항, 제16조 제3항 및 제37조 제1항이 국민의 참정권 행사를 위한 요건으로 주민등록을 요구함으로써 주민등록을 할 수 없는 청구인들로 하여금 대통령ㆍ국회의원 선거권, 지방선거 선거권 및 피선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한 것은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04. 8. 14.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고, 2005. 10. 11. 청구취지의 추가적 변경을 통해 국민투표법 제14조 제1항이 국가의 중요정책 및 헌법 개정안에 대한 국민투표권 행사의 요건으로 주민등록을 요구함으로써 주민등록을 할 수 없는 청구인들로 하여금 국민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한 것은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헌법소원심판청구를 추가하였다.

청구인들은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한 만19세 이상의 미국 또는 캐나다 영주권자들로서, 구법 제37조 제1항이 국내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자만이 선거인명부에 등재되어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내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지 아니하거나 말소된 국외거주자에 대하여는 선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고, 동법 제38조 제1항이 선거인명부에 오를 자격이 있는 국내거주자에 대하여만 부재자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주민등록이 되어 있지 아니한 국외거주자가 부재자로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한 것은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05. 4. 6.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법 제37조 제1항은 관할 구역 안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선거권자에 한해 선거인명부에 오를 수 있게 하고, 선거인명부에 오른 자에 한해 선거권

행사를 할 수 있도록 하여, 국외에 거주하고 있거나 또는 국내에 거주하고 있더라도 주민등록법 제6조 제3항에 따라 주민등록을 할 수 없는 재외국민은 선거인명부에 오를 수가 없어서 선거권 행사를 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부당하게 그들의 대통령 및 국회의원 선거권을 박탈하고 있다.

법 제38조 제1항은 선거인명부에 오를 자격이 있는 국내거주자에 한해 부재자신고를 허용함으로써 주민등록 여부를 기준으로 해 국내거주자와 해외거주자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고 있다.

지방자치법 제12조, 제13조 제2항은 지방의회 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선거 참여권을 주민등록 여부에 관계없이 “국민인 주민”에게 부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 제15조 제2항 제1호, 법 제16조 제3항, 법 제37조 제1항은 지방선거 참여권을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자로 한정함으로써 ‘국민인 주민’ 중에서 재외국민등록을 한 주민인 ‘주민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국민’으로부터 부당하게 지방선거 참여권을 박탈하고 있다.

선거인의 의사능력 등 선거권 및 선거제도의 본질상 요청되는 내재적 사유에 의한 내재적 제한을 제외하고, 보통선거원칙에 위배되는 선거권제한입법을 하기 위해서는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야 하고,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법 제37조 제1항과 제38조 제1항은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요건으로서 주민등록에 의한 거주요건을 설정하는 것인바, 이와 같은 거주요건은 선거권 배제의 당위성과 같은 본질적인 이유보다는 선거인명부 작성상의 필요 및 선거실시의 편의성 등 주로 기술적 요인에 기인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기술적 요건을 통해 국민의 선거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것은 입법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정성, 피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의 어떤 측면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선거권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다.

헌법 제72조제130조 제2항의 위임에 따라 제정된 국민투표법 제7조에 의하면 모든 국민은 국내거주 여부나 주민등록 여부에 관계없이 국민투표권을 가지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국민투표법 제14조 제1항은 투표권자를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자로 한정함으로써 청구인들의 국민투표권을 침해하고 있다.

외국영주권자의 경우 거주지역의 공관에 재외국민등록법에 따른 재외국민

등록을 할 수 있고, 국내에 거주하는 경우에도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지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내거소신고를 할 수 있는바, 이와 같이 재외국민등록 또는 국내거소신고를 기준으로 선거권 및 국민투표권 행사절차를 규정하는 등 합리적인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행사절차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도 두지 않은 입법적 불비는 보통선거의 원칙에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선거권을 침해하고, 헌법이 부여하고 있는 국민투표권을 침해한 것이다.

1. 이 사건 심판청구는 2005. 8. 4. 개정되기 전의 구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조항들에 대해 제기되었으나,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선거의 경우 매번 새로운 후보자들이 입후보하고 매번 새로운 범위의 선거권자들에 의해 투표가 행해질 뿐만 아니라 선거의 효과도 차기 선거에 의한 효과가 발생할 때까지로 한정되므로, 매선거는 새로운 선거에 해당한다는 점, 청구인들의 진정한 취지는 장래 실시될 선거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본권침해를 문제 삼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향후 실시될 각종 선거에서 청구인들이 선거에 참여하지 못함으로써 입게 되는 기본권침해, 즉 장래 그 도래가 확실히 예측되는 기본권침해를 미리 앞당겨 다투는 것으로 볼 수 있다.

2.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주권과 대의제 민주주의의 실현수단으로서 선거권이 갖는 중요성으로 인해 한편으로 입법자는 선거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입법을 하여야 하며, 또 다른 한편에서 선거권을 제한하는 법률의 합헌성을 심사하는 경우에는 그 심사의 강도도 엄격하여야 한다. 선거권을 제한하는 입법은 헌법 제24조에 의해서 곧바로 정당화될 수는 없고, 헌법 제37조 제2항의 규정에 따라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하고 불가피한 예외적인 경우에만 그 제한이 정당화될 수 있으며, 그 경우에도 선거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더욱이 보통선거의 원칙은 선거권자의 능력, 재산, 사회적 지위 등의 실질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성년자이면 누구라도 당연히 선거권을 갖는 것을 요구하므로 보통선거의 원칙

에 반하는 선거권 제한의 입법을 하기 위해서는 헌법 제37조 제2항의 규정에 따른 한계가 한층 엄격히 지켜져야 한다.

3. 선거권의 제한은 불가피하게 요청되는 개별적ㆍ구체적 사유가 존재함이 명백할 경우에만 정당화될 수 있고, 막연하고 추상적인 위험이나 국가의 노력에 의해 극복될 수 있는 기술상의 어려움이나 장애 등을 사유로 그 제한이 정당화될 수 없다. 북한주민이나 조총련계 재일동포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 선거의 공정성, 선거기술적 이유 등은 재외국민등록제도나 재외국민 거소신고제도, 해외에서의 선거운동방법에 대한 제한이나 투표자 신분확인제도, 정보기술의 활용 등을 통해 극복할 수 있으며, 나아가 납세나 국방의무와 선거권 간의 필연적 견련관계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단지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지 여부에 따라 선거인명부에 오를 자격을 결정하여 그에 따라 선거권 행사 여부가 결정되도록 함으로써 엄연히 대한민국의 국민임에도 불구하고 주민등록법상 주민등록을 할 수 없는 재외국민의 선거권 행사를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있는 법 제37조 제1항은 어떠한 정당한 목적도 찾기 어려우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반하여 재외국민의 선거권과 평등권을 침해하고 보통선거원칙에도 위반된다.

4. 직업이나 학문 등의 사유로 자진 출국한 자들이 선거권을 행사하려고 하면 반드시 귀국해야 하고 귀국하지 않으면 선거권 행사를 못하도록 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해외체류자의 국외 거주ㆍ이전의 자유, 직업의 자유, 공무담임권, 학문의 자유 등의 기본권을 희생하도록 강요한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며, 가속화되고 있는 국제화시대에 해외로 이주하여 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것이 자발적 계기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국민이면 누구나 향유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선거권의 행사가 부인되는 것은 타당성을 갖기 어렵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선거인명부에 오를 자격이 있는 국내거주자에 대해서만 부재자신고를 허용함으로써 재외국민과 단기해외체류자 등 국외거주자 전부의 국정선거권을 부인하고 있는 법 제38조 제1항은 정당한 입법목적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반하여 국외거주자의 선거권과 평등권을 침해하고 보통선거원칙에도 위반된다.

5. 국내거주 재외국민은 주민등록을 할 수 없을 뿐이지 ‘국민인 주민’이라

는 점에서는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국민인 주민’과 실질적으로 동일하므로 지방선거 선거권 부여에 있어 양자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할 어떠한 사유도 존재하지 않으며, 또한 헌법상의 권리인 국내거주 재외국민의 선거권이 법률상의 권리에 불과한 ‘영주의 체류자격 취득일로부터 3년이 경과한 19세 이상의 외국인’의 지방선거 선거권에 못 미치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거주 재외국민에 대해 그 체류기간을 불문하고 지방선거 선거권을 전면적ㆍ획일적으로 박탈하는 법 제15조 제2항 제1호, 제37조 제1항은 국내거주 재외국민의 평등권과 지방의회 의원선거권을 침해한다.

6. ‘외국의 영주권을 취득한 재외국민’과 같이 주민등록을 하는 것이 법령의 규정상 아예 불가능한 자들이라도 지방자치단체의 주민으로서 오랜 기간 생활해 오면서 그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와 얼마든지 밀접한 이해관계를 형성할 수 있고, 주민등록이 아니더라도 그와 같은 거주 사실을 공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한다는 점, 나아가 법 제16조 제2항이 국회의원 선거에 있어서는 주민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25세 이상의 국민이라면 누구든지 피선거권을 가지는 것으로 규정함으로써 국내거주 여부를 불문하고 재외국민도 국회의원 선거의 피선거권을 가진다는 사실에 비추어, 주민등록만을 기준으로 함으로써 주민등록이 불가능한 재외국민인 주민의 지방선거 피선거권을 부인하는 법 제16조 제3항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반하여 국내거주 재외국민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

7. 국민투표는 국가의 중요정책이나 헌법 개정안에 대해 주권자로서의 국민이 그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인데, 주권자인 국민의 지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주민등록 여부만을 기준으로 하여, 주민등록을 할 수 없는 재외국민의 국민투표권 행사를 전면적으로 배제하고 있는 국민투표법 제14조 제1항은 앞서 본 국정선거권의 제한에 대한 판단에서와 동일한 이유에서 청구인들의 국민투표권을 침해한다.

8. 재외국민에 대해 원칙적으로의 참정권을 인정하는 것이 헌법적 요청이라 하더라도, 선거기술적 측면과 선거의 공정성 확보 측면에서 충분히 검토하고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고, 또한 법 제37조 제1항 등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즉시 효력을 상실하면 향후 선거를 실시할 수 없는 법적 혼란상태를 초래할 것이므로, 잠정적용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되, 입법자는 늦어도 2008.

12. 31.까지 개선입법을 하여야 한다.

9. 구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제16조 제3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헌재 1996. 6. 26. 96헌마200 결정, 위 법 제37조 제1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헌재 1999. 1. 28. 97헌마253ㆍ270(병합) 결정, 위 법 제38조 제1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헌재 1999. 3. 25. 97헌마99 결정은 이 결정과 저촉되는 범위 내에서 이를 각 변경한다.

국민주권과 민주주의의 원리에 따른 헌법적 요청에 따라 선거권은 최대한 실현되어야 할 것이지만, 선거참여에 있어서의 평등의 요구가 선거권에 대한 모든 제한을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보통선거원칙에 대한 예외는 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 이유가 있는 경우 헌법적으로 허용될 가능성이 있다. 이미 상당기간 대한민국과는 문화적ㆍ사회적ㆍ경제적으로 상이한 환경의 외국에 생활의 기반을 잡고 그곳에 영주할 의사와 권리를 가지고 있는 자의 경우에는 그렇지 아니한 재외국민이나 국외거주자들과는 대한민국의 선거나 정치에의 참여에 대하여 가지는 태도의 진지성, 밀접성이 현저히 다른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어, 추상적이고 이념적인 통일체로서의 국민을 넘어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국가구성원으로서의 대의기관을 구성할 권리가 필연적으로 인정된다고 보기 어려운 점이 있으므로, 국외영주권자들에 대한 선거권 제한은 언제나 보통선거의 원칙에 반하여 헌법적으로 허용될 수 없는 것은 아니며, 이는 국민투표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법 제37조 제1항 등 이 사건 법률조항들의 위헌성은 선거권의 행사절차에 관하여 규정하면서 주민등록자만 규정하고 국내거소신고나 재외공관에 재외국민등록을 한 재외국민을 포함시켜 규정하지 아니한 점에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주민등록자를 규정하고 있는 부분은 정당하고 헌법에 합치되며, 일정한 재외국민을 포함시키지 아니한 부진정 입법부작위가 헌법에 위반될 뿐이다.

이처럼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일정한 내용을 포함하여 규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헌법에 위반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부진정 입법부작위가 헌법에 위반되거나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선언하여야 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들 전체에 대하여 위헌이나 헌법불합치를 선언해서는 안 된다.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규정하고 있는 합헌적인 내용까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선언할 수도 없고 그 적용을 중지시킬 수도 없기 때문이다.

법령에 대한 헌법소원의 청구기간은 그 법률의 시행과 동시에 기본권의 침해를 받게 되는 경우에는 그 법률이 시행된 사실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법률이 시행된 날부터 1년 이내에 헌법소원을 청구하여야 하고, 법률이 시행된 뒤에 비로소 그 법률에 해당되는 사유가 발생하여 기본권의 침해를 받게 되는 경우에는 그 사유가 발생하였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그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년 이내에 헌법소원을 청구하여야 한다.

이 사건 청구인들의 경우 구법을 대상으로 헌법소원을 제기하였고, 따라서 구법에 의해 실시된 선거일(예컨대 제16대 대통령선거일인 2002. 12. 19.,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2004. 4. 15. 등)을 기준으로 할 경우 청구기간을 도과한 것으로 볼 것 여지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 사건 법 조항들이 대상으로 하는 선거와 같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선거의 경우 선거 때마다 매번 새로운 후보자들의 입후보하에 매번 새로운 선거권자들에 의해 투표가 이루어지게 될 뿐만 아니라, 해당 선거를 통해 확정되는 선거의 효과는 차기선거에 의한 선거의 효과가 발생할 때까지로 한정되는 것이므로 매선거가 새로운 선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선거의 속성을 고려하면, 선거의 경우 청구기간을 탄력적으로 운용해야 할 필요성이 인정되는데, 그것은 특히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먼저 주관적으로 볼 때, 청구인들은 과거에 자신들이 선거에 참여하지 못했던 것을 문제삼는 것이라기보다는(과거의 선거권 불행사에 내재된 위헌성이 확인된다고 해서 과거의 선거를 없던 것으로 할 수도 없다) 실제로는 선거권제한 법률의 위헌성을 개선함으로써 향후에 선거에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점이다. 즉 청구인들은 주관적으로는 과거를 겨냥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장래를 지향한다는 점이다.

또한 객관적으로 볼 때, 청구인들의 문제제기를 청구기간도과를 이유로 하여 각하한다 할지라도 청구기간제도가 가진 ‘법적 안정성’이라는 법목적 내지 실익이 달성될 수 있을 것인지도 의문이다. 즉, 이 사건 법 조항들과 같이 선거권행사에 거주요건을 둠으로써 선거권행사를 제한하는 법률의 경우, 그것이 아무리 오랜 기간 동안 존속하여 왔다고 할지라도 언제든지 다른 일정한 제3자에 의해 다투어질 수 있다. 다시 말해 아직 선거연령에 도달하지 않은 만 19세 미만의 국민은 장래 확실히 도래할 기본권침해를 이유로, 또한 선거연령인 만 19세에 막 도달한 국민도 청구기간의 범위 내에서 위 조항들을 다툴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 조항들은 장래의 후속세대에 의해 언제든지 다시 문제제기 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 조항들의 경우, 청구기간 도과를 이유로 각하할 것이 아니라 청구기간을 완화하여 본안판단을 행함으로써 이 사건 법률이 위헌이라면 필연적으로 초래될 장래의 불특정다수 국민의 기본권침해를 지금 확인하여 그러한 사태를 방지해야 할 헌법적 필요성이 존재하는 경우라 할 것이다.2)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하여 국민적 합의를 통해 국가권력이 조직되어야 한다는 국민주권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한편 이와 같은 국민주권원칙의 실현수단으로서 헌법 제24조는 모든 국민에게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보장하고 있으며, 또한 제41조 제1항 및 제67조 제1항을 통해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에 있어서의 보통ㆍ평등ㆍ직접ㆍ비밀선거를 보장하고 있다. 이와 같이 헌법이 기본권으로서의 참정권을 보장하고 있음은, 국민주권 하에서는 국민의 참정권 행사를 통해 국가와 국가권력의 구성과 창설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국가와 국가권력은 참정권의 행사를 통해 비로소 정당화되며, 나아가 참정권은 국민주권의 현실적 행사수단이자 국민의 의사를 국정에 반영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국가권력을 통제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참정권은 국민주권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권리로서 다른 기본권에 대하여 우월한 지위를 갖는다(헌재 1989. 9. 8. 88헌가6, 판례집 1, 199).

하지만 그렇다고 선거권이 초국가적, 천부적 권리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칼 슈미트(C. Schmitt)에 따르면, 참정권이란 국가생활에 참여하는 정치적 성격의 민주적 시민의 권리로서 전국가적인 무제한적인 자유권과는 달리 일종의 제한적이고 상대적인 권리이며, 외국인에게는 인정될 수 없다고 한다.3)오늘날 대부분의 국내학자들도 참정권을 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인정되는 국가내적인 권리, 즉 실정권(實定權)으로 이해하고 있다.4)

따라서 선거권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의미와 내용이 결정되는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다른 정치적 기본권과 마찬가지로 법률의 제정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실현되거나 행사될 수 있다. 헌법 제24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고 규정함으로써 법률유보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이것은 국민의 선거권이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서만 인정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 포괄적인 입법형성권의 유보 하에 있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이 법률에 의하여 비로소 행사절차나 내용이 구체화된다는 의미에서의 기본권구체화적 법률유보’, 즉 선거권의 의미와 내용의

실현이 법률을 통해 구체화된다는 것을 뜻 한다5). 이러한 법률유보는 선거권을 실현하고 보장하기 위한 것이지 제한하기 위한 것이 아니므로, 선거권의 내용과 절차를 법률로 규정하는 경우에도 국민주권을 선언하고 있는 헌법 제1조, 평등의 원칙에 관한 헌법 제11조, 국회의원선거와 대통령선거에 있어서 보통ㆍ평등ㆍ직접ㆍ비밀선거를 보장하는 헌법 제41조제67조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하여야 한다. 그리고 선거권을 제한하는 입법을 함에 있어서도 헌법 제37조 제2항의 규정에 따라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만 선거권을 제한할 수 있고, 그 제한을 함에 있어서도 선거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는 것이다.

(가) 미국6)

미국은 1986년 의회에서 제정된“국외 거주 군인 및 시민 부재자투표법”(UOCAVA)7)에 따라 ‘해외에 거주하는 18세 이상의 군인⋅선원 및 그 가족과 미국시민’에게 연방대통령 및 부통령선거, 연방 상ㆍ하원선거를 포함한 연방선거(Election for federal office)에서의 부재자투표권을 인정하고 있는데, ‘국외에 거주하는 미국시민’의 부재자투표권은 ‘향후 미국으로 돌아와 거주할 의사(intent)나 국외 거주기간’에 영향을 받지 않고 인정된다.8)

미국 연방대법원은 선거권을 기본적 권리로 인정하면서9)선거권 자체가 제한되는 경우에 있어서는 평등의 원칙에 의하여 엄격한 심사를 하여야 하고 특히 인종이나 재산에 의한 제한인 경우에는 매우 엄격한 심사를 하여야 한다고 한다.

또한 연방대법원은 부재자 투표에 관한 판결에서 시민(선거권자)이 선거

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완전히 봉쇄된 경우에는 선거권의 침해가 문제된다고 하면서, 선거권자를 자의적으로 분류하여 일정한 자들에 대하여 선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는 법률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미결수들을 차별하는 것으로서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10).

그리고 선거권의 요건으로서 선거지역에서 일정기간 거주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이를 위한 compelling interest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 한해서 허용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11)12)

(나) 독일

독일의 연방선거법 제12조13)는 제1항에서 선거권자의 요건으로 독일인일

것, 18세 이상일 것, 선거지역에서 3개월 이상 거주할 것 및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할 것을 들고 있다. 1985년 연방선거법의 개정으로 ‘10년 이내의 해외주재자’에 대한 선거권을 인정함으로써 재외국민의 선거권이 인정되게 되었고, 현행 연방선거법은 제12조 제2항 제3호에서, 다른 요건이 충족된다는 것을 전제로, ‘독일 외의 지역에 살고 있는 자’로서 ‘그 퇴거(Fortzug)가 있기 전에 적어도 3개월간 계속하여 독일 내에 주거를 가지고 있었거나 기타 통상적으로 거주한 경우로서 퇴거한 때로부터 25년을 경과하지 않은 자’에 대해 선거권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재외국민의 경우에도 독일을 떠나기 전 3개월간 독일 국내에 거주하고 있었던 자의 경우 25년간은 그가 3개월 이상 선거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한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독일의 학설은 대체로 연방선거법에서 거주요건을 들고 있는 것을 위헌으로 보지 아니한다고 한다.14)특히 동서독으로 분단된 상황에서 독일국민이라 함은 동독의 시민을 포함하는 것이므로 거주개념을 선거권의 요건으로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동독과의 기본조약에 관한 연방헌법재판소의 판결(BVerfGE 36, 1)은 기본법에서 말하는 독일국민이란 독일연방공화국(서독)의 시민뿐만 아니라 동독의 시민을 포함하는 것이므로, 그러한 입장에서 볼 때 선거권자가 국내에 거주한다는 것은 결정적 의미를 가진다는 것이다.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거주요건을 선거권(또는 피선거권)의 요건으로 하

는 선거법 조항(제12조 제1항)에 대해 합헌으로 판시하고 있다15). 그 이유로는, 연방의회는 기본법의 타당영역 내에서 거주하고 있는 국민의 대표기관이라는 점, 거주요건은 보통선거의 원칙에 대한 전통적인 제한이고, 공무종사자에 선거권이 특별히 인정되는 것은 국가와 특별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라는 등을 들고 있다.

(다) 일본

일본 최고재판소는 2005. 9. 14. ‘중의원 및 참의원의 비례대표 선출의원 선거에 관해서만 재외국민선거를 실시’하도록 한 공직선거법에 대해 위헌16)으로 선언함으로써, 현재에는 중의원 소선거구 선출의원 선거 및 참의원 선거구 선출의원 선거에까지 재외국민선거권이 확대되었다.

(가) 법 제37조 제1항의 규범적 의미

법 제37조 제1항은 (지방선거를 포함한) 국정선거(대통령 및 국회의원 선거)에 있어 선거인명부의 작성에 관한 조항으로서 ‘선거를 실시할 때마다 선거인명부 작성책임자로 하여금 선거인명부작성기준일로부터 일정기간 내에 그 관할구역 안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선거권자를 조사하여 선거인명부를 작성’하도록 의무지우고 있다.

이 규정에 의해 국내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자’의 경우 공직선거

법 제15조 제1항이 부여하고 있는 국정선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즉 이 규정은 외형상 “선거절차에 관한 규율”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주민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자’의 “실체적 권리인 국정선거권을 박탈하는 법적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법 제37조 제1항에 따라서 이 사건 청구인들 중 ‘외국의 영주권을 취득하고 국내에 거주하고 있지 않은 재외국민’은 국내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지 않으므로 당연히 국정선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한편 청구인들 중 ‘재외국민17)으로서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경우’가 문제되는데, 이 경우에도 주민등록법 제6조 제3항18)이 해외이주를 포기한 후가 아니면 주민등록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으므로 ‘해외이주를 포기’하지 않는 한 ‘해외거주 재외국민’과 마찬가지로 국정선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결국 공직선거법 제37조 제1항은 ‘해외이주의 포기의사를 밝힘으로써 주민등록이 가능해 진 국내거주 재외국민’을 제외한 모든 재외국민의 국정선거권을 전면적, 획일적으로 박탈하는 규정이다.

나아가 법 제37조 제1항은 국민 중 외국의 영주권을 취득한 자의 국정선거권을 박탈하는 규정일 뿐만 아니라 ‘(아직 영주권을 취득하지 않은) 해외이주목적의 해외장기체류자’19)또는 ‘해외이주목적 없는 해외장기체류자’20)

및 ‘단기해외체류자’(예컨대 유학생, 상사주재원, 외교관 등)21)의 경우에도 그 주민등록이 말소된 경우에는 (이들이 일시적으로 국내에 체류하는지 여부와는 무관하게) 국정선거권을 박탈하게 하는 규정이기도 하다.(나) 헌법재판소는 구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37조 제1항의 위헌 여부가 다투어졌던 97헌마253등 결정(1999. 1. 28. 선고)에서 이미 이를 합헌으로 선언한 바 있으나,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종래의 결정은 재검토가 필요하다.

전술한 바와 같이 헌법 제24조의 법률유보는 ‘포괄적인 입법형성권에의 유보’가 아니라 ‘기본권구체화적 법률유보’로서 ‘선거권을 실현하고 보장하기 위한 목적’을 지니는 것이므로, 선거권 내용의 구체화는 국민주권(제1조), 평등의 원칙(제11조), 국회의원 및 대통령 선거에 있어서의 보통ㆍ평등ㆍ직접ㆍ비밀선거 원칙(제41조, 제67조)에 최대한 부합할 것이 헌법상 요청된다. 따라서 선거권을 제한하는 입법은 헌법 제24조에 의해서 바로 정당화될 수 없으며 헌법 제37조 제2항의 규정에 따라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해, 즉 과잉금지의 원칙을 준수하는 경우에만 정당화될 수 있고, 나아가 선거권을 제한함에 있어서도 선거권의 본질적인 내용이 침해되는 결과가 초래되어서는 아니 된다.

헌법 제24조에 따라 선거권을 부여받고 있는 ‘모든 국민’은 보통선거원칙에 따라 만 19세 이상이면 원칙적으로 누구에게나 선거권 및 그 행사가능성이 보장되어야 하므로, 그러한 선거권 또는 그 행사가능성에 대한 제한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예외적으로만 허용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것은 보통선거원칙에 위배되는 선거권 제한입법의 위헌 여부를 심사하는 경우에 엄격한 위헌심사기준이 적용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선거권 및 그 행사가

능성에 대한 제한은 ‘불가피한 합리적 사유’가 존재할 경우에만 정당화된다고 할 것이고 이른바 ‘덜 제한적인 다른 가능한 수단’이 존재할 경우에는 위헌의 의심을 면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이상과 같은 원칙적 고찰에 기초해 볼 때, 구법 제37조 제1항의 합헌논거로 우리 재판소가 설시한 바 있는 점들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의문이 제기된다.

첫째, ‘북한주민이나 조총련계 재일교포도 우리나라 국민이므로 재외국민 모두에게 선거권을 인정하는 선거제도를 둔다면, 이들이 선거권을 행사하는 것을 저지할 수 없다’는 논거는 ‘재외국민에게 선거권을 인정할 경우 필연적으로 북한주민이나 조총련계 재일교포에게도 선거권을 주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으나, 남북한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주민이나 조총련계 재일교포’를 선거권부여의 대상에서 배제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위헌이라 할 수는 없다는 점, 설령 위장을 통한 이들의 선거권행사의 위험성이 존재한다 할지라도 현행의 재외국민등록제도22)(및 국내거주자의 경우 재외국민 국내거소신고제도23)도 함께)의 활용을 통해 그러한 위험성을 방지하는

것이 선거기술상 반드시 불가능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위 논거는 ‘재외국민 모두의 선거권을 부정하기 위한 논거’로는 부적합하다.

둘째,‘재외국민 모두에게 선거권을 인정하는 선거제도를 둔다면, 위 북한주민이나 조총련계 재일교포들이 선거권을 행사하는 것을 저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근소한 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경우에는 이들이 결정권(casting vote)을 행사할 수 있다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라는 논거는 ‘선거의 결과를 우려하여 선거권자의 범위를 제한’하고자 하는 것으로 본말이 전도된 논거라 하지 않을 수 없고, 설령 그런 결과가 된다 할지라도 ‘재외국민도 대한민국국민’인 이상, 점차 더 심화되고 있는 글로벌화, 국제화, 지구촌화 시대의 국민통합은 재외국민의 의사 역시 ‘대한민국의 의사의 한 부분’으로 편입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재외국민의 선거권을 전면적으로 박탈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논거로 인정하기 어렵다.

셋째,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논거는, 청구인들의 주장처럼 선거홍보와 선거관리를 통한 선거의 공정성 확보는 일차적으로 국가의 책임이라는 점,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재외국민의 수가 비교적 소수이고 이들 모두가 선거에 참여한다고 볼 수도 없다는 점에서 선거의 불공정성에 따른 위험성은 상대적으로 크다고 볼 수 없고, 비록 국내에서와 같이 법적 제재 등을 통한 엄격한 선거공정성 확보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선거공정성 확보를 위한 방안이 전혀 불가능하다고 볼 수는 없다(가령 선거부정 신고제도 등을 통해 선거부정이 객관적으로 확인될 경우 선거권을 제한하는 방법 등)는 점, 특히 민주적 선거제도가 정착된 외국의 선거풍토 하에서 살고 있는 재외국민의 경우 오히려 공정한 선거운동에 대한 욕구가 더 클 수도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위 논거 역시 재외국민의 선거권을 전면적으로 박탈하기 위한 합당한 논거라 보기는 어렵다.

넷째, ‘선거기술상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기간 내에 외국에 있는 모든 국민에게 선거의 실시와 후보자를 홍보하고, 선거운동을 하며, 투표용지를 발송하여 기표된 용지를 회수하는 것이 실무상 불가능하다’는 논거는, ‘선거운동기간을 늘이는 방안(가령 2-3일 이라도)’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점은 별론으로 하고라도, 후보자홍보의 경우 위 일본 최고재판소의 판례에서도 판시

하고 있는바와 같이 통신수단이 지구적인 규모로 현저한 발달을 이루고 있는 오늘날의 상황에서 재외국민에게 후보자 개인에 관한 정보를 적정하게 전달하는 것이 현저하게 곤란하다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재외국민의 입장에서도 인터넷 등을 통해 국내의 후보자 개인의 정보에 접근하는 것이 용이해지고 있다는 점, 오늘날의 선거가 인물투표로서의 성격보다 정당투표로서의 성격을 강하게 가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 선거운동의 경우 재외국민을 상대로 한 선거운동이 선거운동기간의 전 기간에 걸쳐 국내에서와 같은 정도로 이루어지지 못하더라도 이는 선거권자인 재외국민의 입장에서 감수하여야 할 사정에 불과하다는 점, 투표용지 발송과 기표용지 회수의 경우 전자는 현지인쇄 등 대안이 없다 할 수 없고 후자, 즉 기표용지 회수 및 개표는 시기적으로 선거 이후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에도 가능할 수 있는 점(그 경우 당선자 발표시기가 늦어질 뿐이다. 또한 재외국민의 투표가 선거의 당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우에만 개표하는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다)에 비추어 볼 때, 위 논거 역시 재외국민의 선거권을 전면적으로 박탈하기 위한 합당한 논거라 보기는 어렵다. 특히 선거운동기간의 “짧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선거기술상의 어려움은 해외거주 재외국민 뿐만 아니라 국외일시체류자(재외공관원, 상사주재원, 유학생 등)의 경우에도 동시에 발생하는 문제라 할 것인데, 이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03. 8. 27. 이들 해외체류자들에게 대통령 선거와 비례대표국회의원 선거의 투표권을 허용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개정의견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위 논거가 타당하지 않음을 반증하고 있다.

다섯째, ‘우편제도가 발달한 일부 국가에 대하여서만 가능한 재외국민선거제도를 인정하는 것은 또 다른 평등의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는 논거 역시, 설령 우편투표의 채택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일부 국가에서 재외국민 선거권을 인정할 수 없는 결과가 된다 할지라도 이는 우리 헌법재판소가 채택하고 있는 ‘단계적 평등원칙’에 따를 경우 반드시 위헌이 된다고 할 수 없는 점에서 타당한 논거라 할 수 없다.

여섯째, ‘선거권이 국가에 대한 납세, 병역, 기타의 의무와 결부되기 때문에 이와 같은 의무 이행을 하지 아니하는 재외국민에게 선거권을 인정할 수는 없다’는 논거 역시 재외국민의 선거권을 전면적으로 박탈하기 위한 합당

한 논거라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논거는 ‘선거권은 국민의 국가에 대한 납세ㆍ병역의 의무 이행에 대한 대가(=반대급부)’라고 이해하는 전제에 서 있다. 물론 독일의 예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학설상 선거권을 국가에 납세 및 병역의무와 결부시키고자 하는 입장이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독일에서도 1985년 연방선거법 개정을 통해 ‘10년 이내의 해외주재자’에 대한 선거권을 인정하기 시작해 현재에는 ‘25년 이내의 해외주재자’에게까지 선거권을 부여함으로써 재외선거권자의 범위를 확대하고 있으며, 독일학설의 영향을 많이 받는 일본의 경우에도 이미 1997. 6. 중의원 및 참의원의 비례대표 선출의원 선거에서 재외국민선거를 허용하는 법안이 제출되어 1998. 4. 통과되었고, 그나마도 2005. 9. 14.에는 최고재판소에 의해 중의원 소선거구 선출의원 선거 및 참의원 선거구 선출의원 선거에서 재외국민의 투표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고 선언된 것을 보면, 더 나아가 재외국민의 선거권을 원칙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미국이나 영국 등의 예를 감안하면, 선거권과 납세 및 병역의 의무가 쌍무적 대가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중과세방지협정에 따라 납세의무가 면제되는 것일 뿐 재외국민이 국가와의 관계에서 결코 납세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청구인들의 주장은 일면 그 타당성을 인정할 수 있고, 또한 병역의무의 경우에도 이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국가의 존립과 안전이 반드시 ‘현역복무’를 통해서만 가능한 것으로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늘날 넓은 의미의 국방은 재외국민의 애국과 협력에 의존하는바 크다는 점, 더 나아가 청구인들 중 1인은 이미 국내에서 병역의무를 필하였다는 사실이 인정되는 점, 또한 병역의무는 남자에게만 부여되므로 남녀를 불문한 모든 재외국민에게 적용될 수 있는 있는 논거가 될 수 없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선거권과 병역의무간의 필연적 견련관계를 인정하기는 어렵다.24)

또한 역사적으로 납세 및 국방의 의무 이행을 선거권부여의 조건으로 하고 있었는지의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현행 헌법이나 공직선거법(가령 ‘선거권이 없는 자’를 규정한 제18조 제1항)에 따를 경우 국민의 기본권행사를 납세ㆍ국방의 의무 이행의 반대급부로 예정하고 있는 경우를 찾을 수 없다는 점도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97헌마253등 결정에서 제시하고 있는 근거들은 그 어느 것도 재외국민의 국정선거권을 획일적, 전면적으로 부정하기에 적합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

한편 이 사건 청구인들 중 일부는 국내에 주소를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민등록법 제6조 제3항25)에 따라 해외이주를 포기한 후가 아니면 주민등록을 할 수 없고(청구인 대리인에 확인한 결과, 청구인 중 1인이 동사무소에 주민등록신고를 하였다가 접수 거부된 바 있다고 하며, 이에 국가인권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기각되었다고 함), 결국 이들 청구인들 역시 공직선거법 제37조 제1항에 따라 전면적으로 국정선거권을 박탈당하고 있다. 국내에 거주지를 두고 있는 청구인들의 경우 소득활동이 있을 경우 납세의 의무를 부담할 뿐만 아니라 또한 남자의 경우 일정한 기간 국내에 거주할 경우 병역의무도 부담하게 되므로(실제로 청구인 중 1인은 병역의무를 필하였음) 이들 청구인으로부터 헌법 제24조의 선거권을 박탈할 아무런 정당한 사유도 발견할 수 없다(선거의 공정성이 훼손될 우려도 없다).

외교통상부장관은 ‘영주권자에게까지 선거권을 확대하는 것은 거주지국에서의 정착 촉진을 통한 현지화보다는 정부의 각종지원에 대한 기대심리와 모국지향성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데, 설령 거주지국에서의 정착촉진을 위한 현지화가 정부의 재외동포정책의 기본목표에 해당한다 할지라도, 그러한 정책상의 목표가 헌법 제2조 제2항의 ‘국가의 재

외국민 보호의무’라는 헌법상 의무의 희생 하에 실현될 수는 없다고 할 것인바, 재외국민의 국정선거권 인정은 곧 국가의 재외국민 보호의무의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법 제37조 제1항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반하여 재외국민의 선거권과 평등권을 침해하고 헌법 제41조 제1항제67조 제1항이 규정한 보통선거원칙에도 위반된다.

(가) 법 제37조 제1항과 제38조 제1항의 관계

법 제38조 제1항은 선거인명부에 오를 자격이 있는 국내거주자에 대해서만 부재자신고를 허용하고 있다. 따라서 법 제37조 제1항이 위헌으로 선언됨으로써 이 사건 청구인들이 선거인명부에 오를 자격을 갖추게 되더라도 법 제38조 제1항으로 인해 이 사건 청구인들 중 국외거주자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부재자신고를 할 수 없어 여전히 국정선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즉 법 제37조 제1항은 주민등록을 할 수 없는 재외국민에 대해 선거인명부에 오를 수 있는 자격 자체를 박탈하고 있는 것임에 비해, 법 제38조 제1항은 선거권 행사를 위한 요건으로서 국내 거주요건을 추가함으로써 실질적으로는 국외거주자의 선거권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규정이다. 따라서 법 제38조 제1항은 법 제37조 제1항과 결합하여 중첩적으로 국외거주 재외국민의 선거권 행사를 부인하는 규정이다.

한편 재외국민이 아니고 현행법상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국민이더라도, 국외여행자는 물론 재외공관원, 상사주재원, 유학생 등 단기 해외체류자로서 국내에 주민등록이 말소되지 않고 있는 국민은 법 제38조 제1항으로 인해 선거당일까지 국내에 귀국하지 않으면 선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나) 헌재는 1999. 3. 25. 97헌마99 결정(판례집 11-1, 218)에서 공직선거법 제38조 제1항에 대해서도 합헌으로 결정한 바 있으나, 그간의 눈부신 정보기술의 발달, 경제규모의 성장에 따른 국제화의 가속화, 민주적 국민의식의 성장, OECD 회원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부재자투표권 확대 추세 등 법리적 관점에서 무시하지 못할 내외의 여건변화가 초래되고 있어 기존판례의 변경필요성이 존재한다.

첫째, 공직선거법상 선거기간이 제한되어 있음을 이유로 부재자투표를 부정하는 것은 타당한 논거라 보기 어렵다. 선거권은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민주주의에 있어서 근본적이고도 핵심적인 정치적 권리이므로, 어느 정도 선거기간의 연장을 통해서라도 선거권을 실현하는 것이 오히려 헌법적 요청에 부합할 것이다. 더욱이 이미 과거에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에서 부재자투표가 시행된 적도 있었음을 감안할 때, 나아가 재외국민에게도 선거권을 인정하고 있는 각국의 실례들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없다.26)

특히 선거기간의 연장에 따른 후보자들의 선거비용증가 및 국가적 부담증가의 우려도 타당성을 결여한 것이다.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모의국외부재자투표를 실시한 결과를 토대로 제출한 보고서에 의하면, 국외선거운동비용을 선거비용제한액에 포함시키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으며,27)국외부재자에 대한 일부 선거운동(방송광고, 방송연설 중계 및 예비후보자 홍보물 우편발송 등)이 허용되는 경우에 선거비용이 발생할 수는 있으나, 이는 국내에서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므로 선거비용에 대한 관리가 가능하다는 견해를 취하고 있다.28)또한 국외부재자투표를 실시함으로 해서 발생하는 비용이 아무리 크다 하더라도, 이미 세계적인 경제대국의 반열에 오르고 OECD 회원국이 된 우리나라의 경제력으로 감당치 못할 정도의 비용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며, 또한 후보자 개인의 선거비용 증가의 문제는 후보자들에게 모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문제로서, 이러한 선거비용의 부담우려를 민주국가에서 가장 근본적이고도 중요한 정치적 권리인 국민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근거로 심는 것은 합리적인 것이라 하기 어렵다.

둘째, 해외부재자투표를 인정할 경우에 가장 우려되는 점이 바로 선거의 공정성 문제이다. 중앙선관위는 국외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사실에 대해서도 처벌이 가능하지만 귀국하지 않으면 사실상 처벌할 수 없는 한계

가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29)나아가 투표용지의 분실, 교체가능성, 부정한 선거운동비용의 지출 등에 따라 선거의 공정성에 대한 시비가 발생할 위험이 있는 것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국가의 과제이므로 이를 선거권자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타당하지 못하며, 선거의 공정성에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민주국가의 기능적 전제인 선거권 자체를 부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상되는 부정선거가능성은 해외에서 이루어지는 선거운동방법의 적절한 제한, 투표자 본인의 신분확인방법의 도입, 선거운동비용 지출에 대한 사전 사후의 관리 등 필요한 조치를 통하여 국가가 부정선거의 가능성을 차단할 의무를 지고 있고, 더 나아가 당선자 확정 이후의 시점에서는 법원의 재판 등을 통한 사후적 통제도 가능하다. 따라서 국민의 참정권 행사에 대한 제한은 국민의 선거권행사를 원칙적으로 보장하는 가운데 선거과정에 대한 통제와 규제를 행하는 방식으로 개입하는 데 그쳐야 하며, 선거권 자체를 박탈하는 것은 헌법 제37조 제2항이 허용하는 기본권제한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다.

셋째, 종전 판례는 자발적으로 출국하여 해외에 거주하는 국민들의 경우 선거권을 인정하지 않더라도 위헌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입장에 서 있다. 이러한 견해는 국내에서의 선거권 행사를 위해 헌법이 보장하는 - 국내에서의 선거권행사와 배치되는 - 다른 모든 기본권, 예컨대 국외 거주ㆍ이전의 자유, 직업의 자유, 공무담임권, 학문의 자유 등의 기본권을 희생하도록 강요한다는 점에서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이미 위 판례에서도, 비록 방론에서이긴 하지만, 해외거주자 중 해외파견군인과 공무원은 국가의 명령에 의하여 해외에 근무하고 있으며 그들 임의로 귀국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입법자가 이 점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함으로써 해외이주자 중에 비자발적 출국자가 존재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입법자에 대해 입법촉구를 행하고 있다. 그런데 비자발적 출국인가 아니면 자발적 출국인가는 상대적인 것에 불과하다. 해외유학생의 경우에도 자기자신의 계발 및 미래를 위해 외국에서 수학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내적 강제)을 가질 수 있음을 물론이며, 상사주재원의 해외파견근무는 직업활동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 해당한다. 더 나아가 오늘날 점점

가속화되고 있는 국제화시대에 해외로 이주하여 살 가능성은 그것이 자발적 계기에 의한 것이라는 이유 때문에 국민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선거권 행사를 부정할 수 있는 이유로 될 수 없다. 특히 재외동포 2세나 3세는 그들의 선택과 무관하게 해외에서 살아가게 된 것이므로 - 영주권자에 대해 원칙적으로 선거권을 인정하여야 하는 한 - 이들로 하여금 선거권행사를 위해 귀국할 것을 요구할 수는 없을 것이다.

넷째, 이른바 점진적 개선론은 부재자투표제도의 도움이 필요한 모든 사람들을 일거에 구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시대의 변천에 따라 대상 국민을 확대하는 등 점진적인 개선방안을 모색하여야 할 것30)이라는 논리이다. 이러한 논리는 입법자가 어떠한 영역에서 평등의 원칙을 단기간에 일거에 실현할 수는 없고, 단계적 점진적으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가져야 한다는 근거31)에 기초하고 있다.

이러한 논리는 재외국민들의 부재자투표의 도입과 관련하여 이를 실시할 경우에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를 단계적으로 경험을 쌓으면서 그 부작용을 최소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32)이기 때문에 부재자투표가 인정되는 인적 범위와 관련하여 일응 일리가 있는 논거인 것처럼 보인다. 또한 이 사건에 대해 이해관계인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의견서에서, 역시 단계적 개선론에 입각해 단기해외체류자들을 상대로 선거권(대통령 및 비례대표 국회의원선거에 한정)을 부여하는 개선입법방안을 2003. 8. 27. 국회에 제출한 바 있음을 밝히고 있다. 헌법재판소 역시 기존 결정에서 “해외거주자 중 해외파견군인과 공무원은 국가의 명령에 의하여 해외에 근무하고 있으며, 그들 임의로 귀국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다른 해외거주자에 비하여 이 사건 기본권의 제한의 정도가 무겁다고 보여지므로 향후 입법자가 이 점을 개선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하면서 완곡한 입법개선 촉구를 한 바 있다.

그런데, 국회는 헌법재판소의 위 결정이 있은 지 벌써 8년이 지날 때까지도 단기체류자를 포함한 재외국민의 선거권행사를 위한 아무런 단계적 입법

개선의 노력도 보이지 않고 있다. 예컨대 국회가 종전에 제한적으로 국내부재자투표를 인정하던 데서 전면적으로 국내부재자투표제도(현행 공직선거법 제38조 제1항)를 도입할 당시,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영주의 체류자격 취득일 후 3년이 경과한 19세 이상의 외국인들에 대한 지방자치선거권 부여 및 외교관・유학생・상사주재원 등 재외국민들의 부재자투표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개정논의를 행한 바 있다.33)그러나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최종안에서는 대통령선거에 대한 부재자투표만 도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고, 이를 삭제하는 쪽으로 결론이 나서, 결국 외국인의 지방선거권은 도입하면서도 재외국민들의 선거권은 인정하지 않은 채 넘어 가고 말았다.34)

그렇다면 차제에 이러한 단계적 평등실현이라고 하는 논거가 지금까지 재외국민들, 특히 국내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해외 거주 공관원, 상사주재원, 유학생 등의 선거권을 사실상 제한할 수 있는 불가피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재검토해 볼 때가 되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결정 당시 재외국민 참정권부여와 관련해 기존에 총 5건의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상태35)에 있었지만 쉽게 처리되지 못하고 있었다. 가장 큰 쟁점은 선거권자의 범위 및 선거의 종류인데, 한나라당은 영주권자를 포함해 재외국민 전부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임시(단기)체류자에 대해서만 선거권을 인정하자는 입장이었고, 또 선거의 종류도 대통령선거에 대해서만 인정하자는 안, 국회의원선거까지도 포함시키자는 안, 지방선거까지도 포함시키자는 안 등으로 나누어지고 있다.36)요컨대 정치권에서도 최소한 단기체류자에 관한 한 선거권을 부여하자는 데에는 견해를 같이 하고 있었다.

우리 선거법사를 뒤돌아보면, 전술한 바와 같이, 부재자투표에 관한 경험이 전혀 없었던 것이 아니다. 즉 국회의원선거법의 경우 1960년부터 1972년까지 그리고 대통령선거법은 1966년부터 1972년까지 해외체류 재외국민의 부재자투표를 허용한 경험이 있다.37)따라서 이러한 자체적 경험은 물론

OECD와 유럽의 대부분의 국가가 현재 재외국민의 선거권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국가들의 다양한 운영사례를 거울삼아 부재자투표제도를 도입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모의국외부재자투표까지 이미 실시하여 그 결과를 바탕으로 국외부재자투표제도 도입에 따른 제반 문제점과 대책에 대해서 검토를 끝낸 상태이며 이미 이러한 보고서가 2006년 12월에 제출된 바 있다.38)

그런데 국외부재자투표를 단기체류자에만 한정할 것인가 아니면 영주권자에게까지 확대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결국 공직선거법 제37조 제1항에 대해 그 위헌성이 확인되는 범위에 달려 있다고 할 것이다. 만약 제37조 제1항의 위헌성이 영주권자인 재외국민의 참정권을 주민등록요건을 설정함으로써 부정하는 데 있는 것이라면, 그에 따라 동 규정이 위헌으로 선언됨으로써 영주권자들에게도 원칙적으로 참정권이 인정되어야 하는 것이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제38조 제1항에 따라 단기체류자와는 달리 영주권자들의 경우에는 국외부재자투표를 행할 수 없다고 함으로써 내국인 및 단기해외체류자와 비교해 영주권자를 차별적으로 취급하는 것은 평등권 및 보통선거원칙의 위반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다섯째, 종전 결정은 국외부재자투표제도를 도입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이는 재외공관원이나, 상사주재원, 유학생 등과 같이 국내에 이미 주민등록이 되어 있지만 공적ㆍ사적 목적으로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단기체류자들의 선거권에 대한 직접적 제한의 문제가 아니라, 단지 선거권 행사에 있어서의 편의제공에 관한 문제에 불과한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많은 여행비용을 들이

면서 스스로 귀국하여 투표당일에 투표를 하고 다시 출국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을 요구하는 것에 가깝다.39)따라서 이들에게 부재자투표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단순히 선거권 행사에 있어서의 편의제공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선거권에 대한 실질적 제한 내지 박탈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이것은 국내부재자들과 비교할 때 평등권에 대한 침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2005헌마360 사건의 청구인들은 재미ㆍ재캐나다 영주권자들이란 점에서 위 97헌마99 결정의 청구인들40)과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청구인들이 법 제37조 제1항에 정한 주민등록요건이 위헌으로 선언됨으로써 선거권을 회복하게 된다면, 단기체류자인가 아니면 장기 체류 중인 영주권자인가에 따른 차이는 그 어느 쪽에 속하든 참정권이라는 기본권행사를 위한 필요충분조건인 국민이라는 차원에서 해소되므로 양자를 달리 볼 하등의 이유가 없다. 선거권과 같은 기본권은 대표적인 절차 종속적 기본권41)이기 때문에, 선거권행사에 관하여 구체적인 절차를 마련하여 보장하지 않으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 유명무실해져서 공허한 권리(nudum ius)가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러한 기본권의 경우 국가가 적절히 기본권실현을 위한 조직과 절차를 마련하여 실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이 최근 기본권이론의 흐름이기도 하다.42)따라서 국민들이 거주이전의 자유에 따라 공적 또는 사적인 목적을 위하여 (국내는 물론) 국외로 이주하는 경우이거나 혹은 직무, 학업, 여행, 파병 등의 이유로 외국에 일시 체류 하는 경우를 불문하고 주권자로서의 국민이 갖는 제1권리인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절차를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일차적 의무에 속한다.

그렇다면 선거인명부에 오를 자격이 있는 국내거주자에 대해서만 부재자신고를 허용함으로써 재외국민과 단기해외체류자 등 국외거주자 전부에 대해 국정선거권의 행사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는 법 제38조 제1항은 정당한 입법목적을 갖추지 못하여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반하여 국외거주자의 선거권과 평등권을 침해하고 보통선거원칙에도 위반된다.

청구인들 중 국내에 주소를 두고 있는 재외국민들은 법 제15조 제2항 제1호 및 제37조 제1항이 선거권자에 대하여 주민등록을 요구함으로써, 또한 법 제16조 제3항은 피선거권자의 범위를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주민으로 한정함으로써, 주민등록을 할 수 없는 청구인들로부터 지방선거에서의 선거권 및 피선거권을 박탈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바, 이 사건 심판청구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의한 헌법소원으로서 그것이 적법한 청구로 되기 위해서는 ‘국민의 기본권침해’가 존재하여야 하므로, 먼저 지방선거 참여권이 헌법상의 기본권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선결문제가 된다.

우리 헌법제118조 제1항에서 “지방자치단체에 의회를 둔다.”는 규정을 두고, 또 그 제2항에서 “지방의회의 … 의원선거 … 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라고 함으로써 지방의회 의원선거권이 헌법상의 권리임을 분명히 하고 있으나(또한 헌법 제24조의 선거권도 ‘지방의회 의원선거권’을 포함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같은 제118조 제2항은 “…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선임방법 … 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라고만 규정하고 있어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권이 헌법상의 권리인지 여부가 불분명하다.

국내 학자들의 견해를 살펴보면, ‘현행헌법(제118조 제2항)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선거권도 원칙적으로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고 보는 견해43)와 같이 ‘헌법상의 권리성’을 인정하는 데 소극적인 입장이 있는 반면, 지방자치단체장의 경우 헌법이 ‘선거’라 하지 아니하고 ‘선임방법’이라고 규정하고 있음으로 인해 그 선거권을 법률상의 권리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자치단체장의 선임방법은 반드시 선거에 의하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하면서 그 근거로서 우리 헌법이 지향하는 지방자치제는 주민자치제를 본질로 하는 민주적 지방자치제이므로 ‘임명제’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는 적극적인 입장도 있다.44)

하지만 후자와 같은 해석은 헌법 제118조 제2항의 문면과는 상치되는 것

으로 헌법조문에 구속되는 헌법재판소로서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렇다면 지방자치단체장의 선임방법은 현행 헌법상 법률에 위임되어 있는 것으로, 그 선거권 역시 일응 헌법상의 권리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권이 비록 법률상 권리라 할지라도, 비교집단 상호간에 차별이 존재할 경우에 헌법상 기본권인 평등권 심사까지 배제되는 것은 아니므로,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선거권에 대한 제한이 헌법적 심사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따라서 지방선거권에 대한 제한은 지방의원의 경우이든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경우이든 모두 헌법상의 기본권에 대한 제한에 해당한다.

한편 피선거권의 경우에는 지방의회 의원의 경우든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경우든 헌법상의 권리로 봄이 상당할 것인데, 이미 우리 헌법재판소도 “헌법 제25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공무담임권을 가진다.’고 규정하여 국민에게 공무담임권을 보장하고 있다. 피선거권은 선거에 의하여 국가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구성원으로 선출될 수 있는 자격을 의미하므로 공무담임권에 포함된다.”(헌재 2004. 12. 16. 2004헌마376, 판례집 16-2, 598)고 함으로써 지방선거의 피선거권을 헌법상의 기본권(공무담임권)으로 이해하고 있다.

(가) 선거권의 경우

지방의회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 선거에 있어 선거권은 헌법 제118조 제1항과 제2항, 제24조로부터 도출되는 헌법상 및 법률상의 권리라 할 것이고, 이를 반영하여 지방자치법 제13조 제2항45)은 지방의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선거권을 주민등록 여부에 관계없이 ‘국민인 주민’에게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법 제15조 제2항 제1호, 제37조 제1항은 주민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재외국민으로부터 선거권을 박탈함으로써 이들이 지방선거에 아예 참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데, 그와 같은 제한은 국정선거권의 경우와 마찬가

지로 헌법상의 평등권 및 제37조 제2항의 요건을 충족시켜야 정당화될 수 있다.

지방자치법이 선거권행사의 실질적 요건으로 들고 있는 것은 ‘국민인 주민’이다. 즉 ‘국민’의 요건과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주민’이라는 요건이 동시에 충족되면 원칙적으로 선거권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해외거주 재외국민의 경우 ‘주민요건’이 탈락되고 있으므로 선거권이 인정될 수 없음은 물론이다. 반면, 국내거주 재외국민의 경우 위 두 요건을 동시에 충족하고 있다. 국내에 주소를 두고 있는 재외국민은 형식적으로 주민등록법상 주민등록을 할 수 없을 뿐이지 다른 ‘국민인 주민’과 실질적으로 동일하다. 즉 이들은 당해 자치단체의 구역 내에서 다른 ‘국민인 주민’과 더불어 동질적 환경 속에서 동등한 책임을 부담하고 또 권리를 향유한다.

다른 한편, 2005. 8. 4. 법률 제7681호로 개정된 현행법은 제15조 제2항46)제2호에서 ‘영주의 체류자격을 취득일로부터 3년이 경과한 19세 이상의 일정 외국인’에 대해 지방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다(이에 따라 2006. 5. 31. 지방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하게 되는 외국인은 총 6천579명으로 그 중 대만 출신이 6천511명이며 일본인 51명, 미국인 8명, 중국인 5명 등이라고 한다. 이상 부산일보 2006. 3. 27자). 전술한 바와 같이 ‘선거권’은 자연권이나 천부인권이 아니라 ‘국가의 법에 의해 부여되는 실정권’에 해당하며, 나아가 외국인의 지방선거권은 헌법상의 권리라 할 수는 없고 단지 공직선거법이 인정하고 있는 ‘법률상의 권리’에 불과하다. 따라서 현행법에 따를 경우 ‘헌법상의 권리인 국내거주 재외국민의 지방선거권’이 ‘법률상의 권리인 외국인의 지방선거권’에 못 미치는 현상, 즉 ‘권리의 역전 내지 전도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가 부당한 것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물론 ‘헌법상의 권리인가 아니면 법률상의 권리인가’에 따라 그 권리의 현

실적 효과에 있어 질적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 또 ‘잠시 체류하는 재외국민에 비하여 생활의 근거를 국내의 일정지역에 두고 있는 외국인이 더 지방선거 선거권자의 개념에 가까울 수 있다’는 현실적 고려 등을 감안한다 할지라도, 영주외국인에 대해서는 일정기간 거주한 경우에는 지방선거권을 부여하면서도 국내거주 재외국민에 대해서는 그 체류기간을 불문하고 전면적, 획일적으로 지방선거권을 박탈하고 있는 법 제15조 제2항 제1호, 제37조 제1항은 법 제15조 제2항 제2호와의 관계에 비추어 볼 때 평등선거원칙에 위반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

(나) 피선거권의 경우

법 제16조 제3항은 지방선거에서의 피선거권자의 범위를 “선거일 현재 계속하여 60일 이상(공무로 외국에 파견되어 선거일전 60일후에 귀국한 자는 선거인명부작성기준일부터 계속하여 선거일까지)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관할구역 안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주민으로서 25세 이상의 국민”으로 한정함으로써 주민등록이 불가능한 국내거주 재외국민의 피선거권을 박탈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구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16조 제3항의 위헌 여부가 다투어졌던 96헌마200 결정에서 ‘선거일 현재 계속하여 90일 이상 당해 지방자치단체 관할구역 안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을 것을 입후보의 요건’으로 하였던 구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16조 제3항에 대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위 결정의 심판대상조항47)과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을 비교하면, 거주기간이 90일에서 60일로 단축된 것을 제외하면 그 규범적 의미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하다. 그러나 위 결정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재검토를 필요로 한다.

법 제16조 제3항이 지방자치단체장선거에 있어 피선거권자의 자격요건을

선거권에 비해 엄격하게 하고 있는 것은, 이미 위 결정(96헌마200)에서도 판시하고 있는바와 같이, “헌법이 보장한 주민자치를 원리로 하는 지방자치제도에 있어서 지연적 관계를 고려하여 당해 지역사정을 잘 알거나 지역과 사회적·지리적 이해관계가 있어 당해 지역행정에 대한 관심과 애향심이 많은 사람에게 피선거권을 부여함으로써 지방자치행정의 민주성과 능률성을 도모함과 아울러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도의 정착”(위 결정, 판례집 8-1, 550, 558-559)에 기여하고자 함에 있다 할 것이고, 그와 같은 입법목적의 달성을 위해 현행 공직선거법은 그 최소한의 요건으로서 ‘60일간의 거주요건’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지역전문가를 통한 지방자치행정의 민주성과 능률성의 제고’라는 입법목적의 달성은 60일간 당해 지역에 거주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충족된다는 점이 전제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외국의 영주권을 취득한 재외국민’이라 할지라도 그가 국내에 들어와 해당 지역에 일정기간 거주하고 있었다면 그로써 이미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와 밀접한 이해관계를 형성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그렇다면 설령 재외국민이라 할지라도 지방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필요하다면 지방의회나 지방자치단체의 장 선거에 출마하여 지방행정에 참여할 기회를 가질 수 있어야 함이 마땅한 것이다. 외국의 경우에도 지방선거의 선거권이 인정되면 거주요건을 갖출 경우 (경우에 따라 연령요건을 두기도 하지만) 원칙적으로 피선거권도 인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나아가 현행 법 제16조 제2항48)은 ‘만25세 이상의 국민’에 대해 국회의원 선거의 피선거권을 제한 없이 인정하고 있고, 그에 따라 ‘재외국민’이라 할지라도 국내거주 여부를 불문하고 국회의원 선거의 입후보를 통해 국정참여의 기회를 향유할 수 있음을 고려할 때, 지방적 차원의 행정참여의 기회를 의미하는 ‘국내거주 재외국민의 지방선거 피선거권’만을 부정함은 그 설득력을 상실하고 있다할 것이다.

그렇다면 ‘국내거주 재외국민’의 지방선거 피선거권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공직선거법 제16조 제3항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과도하게 국민의 헌법상 권리인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

다. 국민투표권 부분

국민투표권이란 대의제민주주의를 보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국민이 직접 특정사안에 대해 결정권을 행사하는 권리로서 각종 선거에서의 선거권 및 피선거권과 더불어 국민의 참정권의 한 내용을 이루는 것이다. 현행헌법은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외교ㆍ국방ㆍ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결정하는 경우(헌법 제72조)와 헌법 개정안을 확정하는 경우(헌법 제130조 제2항)에 국민투표권을 인정하고 있다.

이상과 같은 헌법상 권리로서의 국민투표권을 구체화하는 법률로서 ‘국민투표법’이 제정되어 있으며, 국민투표법 제7조는 만19세 이상의 국민에게 원칙적으로 국민투표권을 부여하고 있다. 그런데 국민투표법 제14조 제1항은 투표인명부 작성의무자로 하여금 ‘국민투표일공고일 현재로 그 관할구역안에 주민등록이 된 투표권자를 투표구별로 조사하여 투표인명부를 작성’하도록 규정하고, 그 결과 청구인들과 같이 주민등록을 할 수 없는 재외국민에 대해서는 그 국내거주 여부를 불문하고 획일적, 전면적으로 국민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전술한 국정선거권에 대한 제한과 유사한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따라서 국민투표법 제14조 제1항의 위헌 여부는 참정권이라는 점에서 그 본질을 공유하고 있는 국정선거권과 국민투표권이 그 의미와 기능면에서 어떠한 차이를 가지는가의 여부가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헌법 제72조에 의한 중요정책 국민투표는 ‘대통령이 그 대상이 되는 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하여 국민투표안을 공고함으로써 비로소 법적인 절차가 개시’(헌재 2003.11.27. 2003헌마694, 판례집 15-2,350,355)되는 임의적인 성격의 것이다. 즉 국민투표의 실시를 결정하는 것은 대통령의 독자적 권한으로서, 대통령은 국회 등 다른 국가기관과의 협의 없이 독자적으로 국민투표안을 공고함으로써 국민투표절차를 개시할 수 있다(위 결정, 판례집 15-2, 350, 356).49)그런데 의회의 정상적 입법활동에 의한 법률제정을 통해 국가 중요

정책을 실현할 수 있다면 현실정치에서 중요정책 국민투표가 반드시 행사되어야 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입법의 대상과 국민투표의 대상은 광범위하게 일치하는 것이라 할 수 있고, 후자는 전자에 대해 보충적 또는 대체적 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다. 즉 헌법 제72조의 국민투표는 대의기관인 국회의 의사를 보충 또는 대신하는 또 다른 대의기관인 대통령의 의사결정에 대한 국민의 승인절차라 할 수 있다.

헌법 제130조 제2항에 의한 헌법 개정 국민투표는 헌법 개정안에 대하여 최종적으로 국민투표를 거치도록 하는 것이지만, 이러한 국민투표는 양대 대의기관인 대통령 또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에 의한 헌법 개정안 제출(헌법 제128조 제1항) 및 국회 재적의원 2/3 이상에 의결(헌법 제130조 제1항)이라는 절차를 거쳐 최종적으로 국민에게 제안된 헌법 개정안에 대한 국민의 승인절차라 할 수 있다.

이상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헌법 제72조의 국민투표든 제130조의 국민투표든 국민의 대의기관이 내린 의사결정에 대한 국민의 승인절차에 해당하는 것이다. 또한 대의기관의 선출주체가 곧 대의기관의 의사결정에 대한 승인주체가 되는 것이 논리적으로도 타당하다 할 것이고, 그렇다면 국민투표권자의 범위를 국정선거권자의 범위와 달리 볼 이유도 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국민투표법 제14조 제1항이 주민등록을 할 수 없는 재외국민으로부터 국민투표권을 배제함으로써 헌법 제72조제130조 제2항이 보장한 청구인들의 국민투표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이 사건 심판대상 부분의 결론 역시 국정선거권에 대한 판단과 동일하게 될 것이다.

이 결정은 종전의 합헌결정들을 파기하고(결정요지 9. 참조) 선거권 제한입법의 헌법적 정당성을 판단함에 있어 엄격한 심사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주민등록만을 기준으로 선거권 등 참정권 부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헌법과 합치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확인하고 있다. 이 결정으로 인해 단순한 해외체류자이든 외국 영주권자이든 국민의 지위를 가진 재외국민은 주권자로서 원칙적으로 선거권 등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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