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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 "국회의원과 정부간의 권한쟁의 ", 결정해설집 6집, 헌법재판소, 2008, p.229
[결정해설 (결정해설집6집)]
본문

- 국회의원의 심의ㆍ표결권 침해 및 제3자 소송담당의 허용 여부 -

(헌재 2007. 7. 26. 2005헌라8, 판례집 19-2, 26)

이 은 희*1)

가. 국회의 구성원인 국회의원이 국회를 위하여 국회의 권한침해를 주장하는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지, 즉 권한쟁의심판에 있어서 이른바 ‘제3자 소송담당’이 허용되는지 여부(소극)

나. 국회의원의 심의ㆍ표결 권한이 국회의장이나 다른 국회의원이 아닌 국회 외부의 국가기관에 의하여 침해될 수 있는지 여부(소극)

대통령이 쌀협상 과정에서 미국, 인도, 이집트와 사이에 체결한 합의문을 국회의 동의 없이 체결ㆍ비준한 행위가 국회의 조약 체결ㆍ비준 동의권 및 청구인들의 조약안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하였는지 여부이다.

⑴ 대한민국 정부는 1995년부터 2004년까지 10년간 쌀에 대한 관세화를 유예받았던 특별대우를 2014년까지 10년간 추가로 연장하기 위하여 세계무

역기구(WTO) 회원국들과 사이에 소위 쌀협상을 하였고, 그 결과 다시 10년간 쌀에 대한 관세화를 유예하기로 하는 내용의 “세계무역기구 설립을 위한 마라케쉬 협정 부속서 1가 중 1994년도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에 대한 마라케쉬 의정서에 부속된 대한민국 양허표 일부개정안”을 채택하게 되었다.

⑵ 정부는 위 쌀협상 과정에서 이해관계국인 미국, 인도, 이집트와 사이에 쌀에 대한 관세화 유예기간을 연장하는 대가로 위 나라들의 요구사항을 일부 수용하는 내용의 각 합의문(이하 ‘이 사건 합의문’이라고 한다)을 작성하였다.

⑶ 정부가 2005. 6. 7.경 국회에 위 양허표 개정안에 대한 비준동의안을 제출하면서 이 사건 합의문을 포함시키지 아니하자, 국회의원인 청구인들은 이 사건 합의문을 포함하여 비준동의안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였고, 정부는 이를 거부하였다.

⑷ 이에 청구인들은 2005. 10. 31. 위 양허표 개정안에 대한 비준동의안 제출행위와 이 사건 합의문에 대한 비준동의안 제출거부행위로 인하여 청구인들의 조약안 심의ㆍ표결권 등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정부를 상대로 이 사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였고, 그 후 2007. 4. 26. 헌법상 조약의 체결ㆍ비준 주체인 피청구인이 이 사건 합의문을 국회의 동의 없이 체결ㆍ비준한 행위로 인하여 국회의 조약 체결ㆍ비준 동의권 및 청구인들의 조약안 심의ㆍ표결권이 침해되었다고 청구취지를 변경하였다.

⑴ 이 사건 합의문 중 ‘미국과의 이행을 위한 별도 합의서’는 양곡관리법의 개정이 필요한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에 해당하고, ‘인도와 이집트와의 국별 합의서’는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에 해당하므로, 그 체결ㆍ비준을 위하여 헌법 제60조 제1항에 따른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조약이다.

⑵ 피청구인은 이 사건 합의문을 체결ㆍ비준함에 있어 국회의 동의절차를 거치지 아니함으로써 위 합의문에 대한 국회의 조약 체결ㆍ비준 동의권한을

침해하였다. 그런데 정부와 국회의 권력이 다수당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현대의 정당국가적 권력분립구조 하에서 다수의 권력행사를 실효성 있게 견제할 수 있기 위해서는 소수정당이 국회를 위하여 국회의 권한침해를 주장할 수 있어야 하므로, 소수정당의 국회의원인 청구인들은 국회를 위하여 위 합의문에 대한 국회의 체결ㆍ비준 동의권이 침해되었다는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⑶ 국회의원의 심의ㆍ표결권 행사는 국회의 의사를 형성하기 위한 국회 내부의 행위이므로 원칙적으로 국회의 대내적 관계에서 행사되고 침해될 수 있을 뿐이나, 이 사건과 같이 피청구인이 이 사건 합의문에 대한 비준동의안을 제출하지 아니함으로써 국회의원의 심의ㆍ표결권의 행사 자체가 불가능하게 된 경우에는 대외적 관계에서도 국회의원의 심의ㆍ표결권이 침해될 수 있다.

⑴ 이 사건 합의문은 국가 간에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조약’이 아니라 정치적ㆍ도덕적 구속력만을 가지는 ‘신사협정’에 불과하여 국회의 체결ㆍ비준 동의의 대상이 아니되므로,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권한침해의 가능성이 없다.

⑵ 조약에 대한 체결ㆍ비준 동의권한은 국회에게 있으므로 국회의 구성원으로서의 개별 국회의원은 국회의 권한침해를 이유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없고, 국회의원이 국회의 권한침해를 주장하여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기 위해서는 이를 허용하는 명문의 규정이 있어야 하나 우리 헌법이나 헌법재판소법에 그에 관한 규정이 없다.

가. 국회의 의사가 다수결에 의하여 결정되었음에도 다수결의 결과에 반대하는 소수의 국회의원에게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다수결의 원리와 의회주의의 본질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국가기관이 기관 내부에서 민주적인 방법으로 토론과 대화에 의하여 기관의 의사를 결정하려는 노력 대신 모든 문제를 사법적 수단에 의해 해결하려는 방향으로 남용될 우려도 있으므로, 국가기관의 부분 기관이 자신의 이름으로 소속기관의 권한을

주장할 수 있는 ‘제3자 소송담당’을 명시적으로 허용하는 법률의 규정이 없는 현행법 체계 하에서는 국회의 구성원인 국회의원이 국회의 조약에 대한 체결ㆍ비준 동의권의 침해를 주장하는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없다.

나. 국회의원의 심의ㆍ표결권은 국회의 대내적인 관계에서 행사되고 침해될 수 있을 뿐 다른 국가기관과의 대외적인 관계에서는 침해될 수 없는 것이므로, 국회의원들 상호간 또는 국회의원과 국회의장 사이와 같이 국회 내부적으로만 직접적인 법적 연관성을 발생시킬 수 있을 뿐이고 대통령 등 국회 이외의 국가기관과 사이에서는 권한침해의 직접적인 법적 효과를 발생시키지 아니한다. 따라서 피청구인인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 없이 조약을 체결ㆍ비준하였다 하더라도 국회의원인 청구인들의 심의ㆍ표결권이 침해될 가능성은 없다.

세계무역기구 회원국들과의 쌀협상 과정에서 작성된 이 사건 합의문은 법적 효력을 발생하게 하는 조약체결을 위한 국내절차를 전혀 거치지 아니한 점, 조약의 일반적인 명칭과 다른 명칭과 형태로 체결된 점, 이 사건 양허안 개정안의 원만한 체결을 위하여 이해관계국과 사이의 신의에 기초하여 작성되었다고 볼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법적 구속력이 있는 헌법상의 조약이라고 보기보다는 당사국 간의 신의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신사협정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 사건 합의문이 조약임을 전제로 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심판의 대상도 부존재하여 각하를 면할 수 없다.

가. 정부와 의회가 다수당에 의해 지배되어 의회의 헌법상 권한이 행정부에 의해 침해되었거나 침해될 위험에 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의회의 다수파 또는 특정 안건에 관한 다수세력이 의회의 권한을 수호하기 위한 권한쟁의심판 등 견제수단을 취하지 않음으로써 의회의 헌법적 권한이 제대로 수호되지 못하고 헌법의 권력분립 질서가 왜곡되는 상황 하에서는, 의회 내 소수파 의원들의 권능을 보호하는 것을 통하여 궁극적으로는 의회의 헌법적 권한을 수호하기 위하여, 그들에게 일정한 요건 하에 국회를 대신하여 국회의

권한침해를 다툴 수 있도록 하는 법적 지위를 인정할 필요가 있고, 그 구체적 방안으로서 이른바 ‘제3자 소송담당’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나. 이 사건과 같은 권한쟁의심판에 있어서 ‘제3자 소송담당’은 적어도 국회의 교섭단체 또는 그에 준하는 정도의 실체를 갖춘 의원 집단에게는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할 수 있는 지위를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

이 사건 결정은 ① 국회의 구성원인 청구인들이 국회를 위하여 국회의 권한침해를 주장하여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지, 즉 권한쟁의심판에 있어 이른바 ‘제3자 소송담당’이 허용되는지 여부와 ② 국회의원의 심의ㆍ표결권이 국회의장이나 다른 국회의원이 아닌 국회 외부의 국가기관에 의하여 침해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으므로 그에 대해 살펴보고, 위 쟁점은 이 사건 합의문이 조약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것인데, 이에 대해 조약이 아닌 신사협정이라는 별개의견이 있었으므로 그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제3자 소송담당이란 ‘제3자가 자신의 이름으로 타인의 이익을 위하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권한’을 말한다. 예컨대 국회의 교섭단체나 의원이 국회의 권한침해를 이유로 침해기관을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 경우 청구인은 국회라는 기관의 법적인 대리인도 아니며 타인의 권한을 타인의 이름으로 다투는 것이 아니라 권한쟁의의 당사자로서 타인의 권한을 자신의 이름으로 방어하게 된다. 즉 스스로 방어하고자 하는 그 권한의 주체도 아니고 그 권한을 스스로 행사할 수도 없으면서 그 권한을 주장한다는 독특한 소송법적 구조를 취하게 된다.1)

헌법재판에 있어 제3자 소송담당이 문제되는 경우는 헌법소원심판과 권한쟁의심판의 경우이다. 전자의 경우에 있어서 제3자 소송담당은 허용되지 않

는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입장으로, “단체와 그 구성원을 서로 별개의 독립된 권리주체로 인정하고 있는 현행의 우리나라 법제 아래에서는 원칙적으로 헌법상 기본권을 직접 침해당한 권리주체만이 헌법소원심판에 따라 권리구제를 청구할 수 있는 것이고, 비록 단체의 구성원이 기본권의 침해를 당했다고 하더라도 단체가 구성원의 권리구제를 위하여 그를 대신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어 부적법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헌재 1991. 6. 3. 90헌마56, 판례집 3, 289, 297).

권한쟁의심판의 경우 헌법재판소가 입장을 표명했던 사건이 존재하기도(헌재 1998. 7. 14. 98헌라1) 하였으나 학계 등에서 이를 허용하자는 논의가 계속적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독일 기본법 제93조 제1항 제1호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결정하는 국가기관 상호간의 권한쟁의에 대해 “연방최고기관의 권리와 의무의 범위 또는, 기본법이나 연방최고기관의 직무규칙에 의하여 고유의 권한을 갖는 기타 이해관계인(andere Beteiligter)의 권리와 의무의 범위에 관한 분쟁을 계기로 하는 기본법의 해석에 관하여”라고 규정하고 있고, 한편, 위 기본법 규정을 보다 구체화하고 있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법(이하 “연헌재법”) 제63조는 “연방대통령, 연방의회, 연방참사원, 연방정부 및 기본법상 또는 연방의회와 연방참사원의 직무규칙상 고유한 권리를 부여 받은 이들 기관의 일부만이 청구인 및 피청구인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연헌재법 제64조 제1항은 “청구인의 처분 또는 부작위가 기본법에 의하여 부여된 청구인 또는 그가 속한 기관의 권리와 의무를 침해하였다거나 직접 위태롭게 하였다고 주장하는 경우에 한하여 청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연헌재법 제64조 제1항은 기관의 부분, 즉 부분기관도 그가 소속된 기

관을 위하여 권한쟁의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제3자 소송담당을 허용하고 있다. 이처럼 부분기관으로 하여금 그가 소속된 기관, 즉 母기관을 위하여 소송담당을 하도록 한 것은 민주적 헌법질서 하에서, 특히 의원내각제하에서, ‘다수의 전횡과 그로 말미암은 권력분립의 공동화현상’을 막기 위한 데 일차적인 목적이 있는 것으로 설명되고 있다(권력분립론에 입각한 논거).3)

그런데, 연헌재법 제64조 제1항의 문언대로라면 부분기관이 母기관을 위하여 소송담당을 하는 것이 매우 잦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연방헌법재판소는 제3자 소송담당을 매우 제한적으로만 인정하고 있다. 즉 연방헌법재판소는 지금까지 의회 내의 원내교섭단체에 대해서만 제3자 소송담당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하였을 뿐, 개별 의원이나 기타 당사자능력이 있는 기관의 부분들(가령 연방의회의 위원회 등)에 대해서는 아직 그러한 지위를 인정한 바 없다.

㈏ 교섭단체의 경우

연방헌법재판소는 교섭단체가 제3자 소송담당자로서의 지위를 갖는 것은 “소수보호의 원칙”에 그 근거를 둔 것으로 이해한다. 즉 의회 내의 교섭단체는 국가의사의 형성과정에서 하나의 중요한 견제장치로서 역할을 한다고 한다.4)가령 다수파 교섭단체에 의해서 장악된 의회가 대정부견제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음으로 말미암아 의회의 권한이 침해되거나 직접적으로 위험에 처하는 경우는 쉽게 상상할 수 있고, 이런 경우를 대비해 법적으로 소수파 교섭단체에 대해 권한쟁의의 당사자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하고, 그러한 당사자로서의 지위에서 의회의 권한을 대신 주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단순히 의회의 지위와 권한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소수파 교섭단체의 역할과 그 존재의의를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라고 한다.5)

그 경우 다수파 교섭단체에 대해서도 제3자 소송담당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할 것인지가 문제된다. 하지만 사실상 의회를 장악하여 다수의석을 차지한 정당의 교섭단체가 의회의 권리와 지위를 보호하기 위하여 권한쟁의를

제기함으로써 제3자 소송담당자의 지위에 서는 것은 무의미한 것이므로, 실질적으로는 의회 내의 소수파 교섭단체만이 의회를 위한 소송담당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 학설의 주된 경향이다.6)

㈐ 개별의원의 경우

의원에 대해서는 제3자 소송담당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연방헌법재판소의 입장이다. 연방헌법재판소가 의원에 대해 명시적으로 이를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이 제도는 연헌재법 제63조 이하의 규정들에 따라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것이며, 이 규정들의 문언에 비추어 볼 때 “기관”의 부분들, 즉 연방의회 내의 “상설기구”(상설적으로 존재하는 기구[Die ständig vorhandenen Gliederungen])에 국한되어 적용되며, 그 성립사에 비추어 볼 경우에도 의회 내의 ‘조직화된 소수파’, 특히 원내교섭단체의 보호를 목표로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7)즉 상설기구만이 의회의 권리를 내세워 주장할 수 있을 뿐이고, 개별 사안에 따라 성립되는 의원의 집단은 그러하지 못하다는 것이다.8)

㈎ 우리 헌법제40조에서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 제66조 제4항에서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 속한다.”, 제101조 제1항에서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권력분립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권력분립의 원칙은 국가권력의 분리와 합리적 제약을 통하여 권력의 남용을 방지하고, 이로써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려는 것이다. 나아가, 헌법은 단순히 권력을 분립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권력 상호간에 ‘견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함으로써 국가권력 작용이 서로 통제되면서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게 하고 있다. 이러한 권력분립의 원칙이 제대로 실

현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의회와 정부 사이에 권력의 견제와 균형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오늘날 정부와 국회의 권력이 다수당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현대의 정당국가적 권력분립구조 하에서는 의회와 행정부가 정당을 통하여 융화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고, 그에 따라 의회의 대정부 견제기능이 약화되는 부작용이 초래되기도 한다. 그리하여 고전적 권력분립의 원칙을 의회 내에서의 여당과 야당 간의 기능적 권력분립이론을 통해 보완하여야 한다는 실질적, 기능적 권력분립이론이 주장되고 있다. 그와 같은 실질적 권력분립이론은 헌법이 지향하는 소수자보호의 이념에 부합하는 것이기도 하다.

정부와 의회가 다수당에 의해 지배되는 경우, 의회의 헌법상 권한이 행정부에 의해 침해되었거나 침해될 위험에 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의회의 다수파 또는 특정 안건에 관한 다수세력이 그에 대한 방어를 제대로 하지 않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다수파나 다수세력이 의회의 권한을 수호하기 위한 권한쟁의심판 등 견제수단을 취하지 않음으로써 헌법이 명령하는 권력의 견제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의회의 헌법적 권한이 제대로 수호되지 못하고 헌법의 권력분립 질서가 왜곡되는 상황 하에서는, 의회 내 소수파 의원들의 권능을 보호하는 것을 통하여 궁극적으로는 의회의 헌법적 권한을 수호하기 위하여, 그들에게 일정한 요건 하에 국회를 대신하여 국회의 권한침해를 다툴 수 있도록 하는 법적 지위를 인정할 필요가 있고, 그 구체적 방안으로서 이른바 ‘제3자 소송담당’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 ‘제3자 소송담당’은 이를 인정하는 명문의 법률규정이 없기는 하지만, 헌법소송의 주된 법원(法源)인 헌법재판소법이 그 제정 당시 헌법재판 역사와 경험의 일천으로 인하여 헌법소송에 필요한 모든 규율을 완결적으로 담아내지 못하였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편, 헌법재판소법제40조에서 ‘헌법재판소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민사, 형사 또는 행정소송에 관한 법령을 준용’하도록 규정하면서, 다시 ‘헌법재판의 성질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도 내에서’라고 단서를 달고 있는 것은, 헌법재판소법이 완결적이지 못함을 스스로 인정하고, 나아가 헌법재판 또는 헌법소송이 여타의 소송과는 다른 특성과 특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표명한 것이다. 이에 비추어

볼 때, 헌법재판 또는 헌법소송에 관하여는 헌법재판소가 헌법의 원리와 지도정신에 의거한 창조적 법형성으로 법적 흠결을 보완해 나갈 여지가 주어져 있고, 또한 그것이 예정되어 있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의회의 대정부 견제기능의 정상적 작동을 전제로 한 헌법상의 권력분립이 명목적 원리로 전락하는 예외적 상황에서, 헌법재판소가 실질적 권력분립원칙과 소수자보호라는 헌법의 정신에 따라 ‘제3자 소송담당’을 허용할 것인지 여부 및 어떤 범위와 요건 하에서 허용할 것인지를 결정해 나감으로써 헌법재판소법에 내재된 입법적 흠결을 스스로 보완하는 것은 법적으로 금지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요청되는 바라 할 것이다.

㈐ 이 사건과 같은 권한쟁의심판에 있어서 위와 같이 ‘제3자 소송담당’을 인정하는 경우 어떤 범위와 어떤 요건 하에서 인정할 것인지가 문제인바, 적어도 국회의 교섭단체 또는 그에 준하는 정도의 실체를 갖춘 의원 집단에게는 제3자 소송담당의 방식으로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할 수 있는 지위를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

교섭단체는 국회에서 의사진행에 관한 중요한 안건을 협의하기 위해 구성된 기구로서, 20인 이상의 소속의원을 가진 정당이 하나의 교섭단체가 되며, 다른 교섭단체에 속하지 않은 20명 이상의 의원도 따로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국회법 제33조 제1항). 교섭단체의 국회법상 지위와 기능적 중요성을 고려할 때, 교섭단체에게는 국회를 대신하는 제3자로서 소송을 담당할 적격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할 것이다.

한편, 교섭단체는 20인 이상의 의원들로서 구성되므로 소속의원 수가 20인에 미달하는 정당은 스스로 교섭단체를 결성할 수 없고, 다른 교섭단체에 속하지 않은 20인 미만의 의원들 또한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없는바, 그러한 경우라도 상당한 수의 의원들이 국회의 권한과 권능 수호 및 소수자보호를 위해 연대하여 국회를 대신한 권한쟁의심판청구를 하는 경우라면 교섭단체에 준하는 단체성을 인정하여 심판청구의 적격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 권리는 원칙적으로 권리주체가 주장하여 소송수행을 하도록 하는 것이 자기책임의 원칙에 부합하므로, ‘제3자 소송담당’은 예외적으로 법률의 규정

이 있는 경우에만 인정된다. 그런데 권한쟁의심판에 있어 헌법재판소법 제61조 제1항은 “국가기관 상호간에 권한의 존부 또는 범위에 관하여 다툼이 있을 때에는 당해 국가기관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제2항은 “제1항의 심판청구는 피청구인의 처분 또는 부작위가 헌법 또는 법률에 의하여 부여받은 청구인의 권한을 침해하였거나 침해할 현저한 위험이 있는 때에 한하여 이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권한쟁의심판의 청구인은 청구인의 권한침해만을 주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즉 국가기관의 부분기관이 자신의 이름으로 소속기관의 권한을 주장할 수 있는 ‘제3자 소송담당’의 가능성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이에 반해 권한쟁의심판에 있어 ‘제3자 소송담당’을 허용하고 있는 독일은 기본법과 연방헌법재판소법에 부분기관이 소속된 기관을 위하여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다).

㈏ 또한 국회의 의사가 다수결에 의하여 결정되었음에도 다수결의 결과에 반대하는 소수의 국회의원에게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다수결의 원리와 의회주의의 본질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국가기관이 기관 내부에서 민주적인 방법으로 토론과 대화에 의하여 기관의 의사를 결정하려는 노력 대신 모든 문제를 사법적 수단에 의해 해결하려는 방향으로 남용될 우려도 있다.

따라서 권한쟁의심판에 있어 ‘제3자 소송담당’을 허용하는 법률의 규정이 없는 현행법 체계 하에서 국회의 구성원인 국회의원들은 국회의 조약에 대한 체결ㆍ비준 동의권의 침해를 주장하는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없다.

가. 헌법재판소는 그동안 국회의장과 국회의원 간의 권한쟁의심판사건과 같이 국회 내부에서의 분쟁이 문제될 경우에는 국회의원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의 침해를 인정해 온 반면10), 국회의원과 다른 국가기관 간의 권한쟁의심판사건에서는 국회의원의 심의ㆍ표결권의 침해가능성 여부를 둘러싸고 견

해가 서로 대립하여 왔다(헌재 1998. 7. 14. 98헌라111), 98헌라2).

국회 외의 국가기관에 의한 국회의원의 심의ㆍ표결권 침해가능성 여부에 대한 학계의 논의는 찾아보기 어렵고, 다만, 이 사건의 참고인들(이덕연 교수, 정태호 교수)이 서로 다른 견해를 취하였을 정도이므로 참고인들의 견해 등을 반영하여 긍정론과 부정론을 상정해 본다.

헌법재판소는 국회뿐만 아니라 국회의 부분기관인 국회의원에게도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능력과 당사자적격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국회의원은 헌법과 법률로부터 유래한 자신의 독자적인 권한이 침해될 경우, 당연히 침해행위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국회의원의 심의ㆍ표결권은 국회의원 개인의 자격에서 갖는 ‘권리’가 아니라 헌법기관으로서 직무상 보유하고 있는 ‘권능’으로, 국회의 동의권 등과는 구별되는 독자적인 헌법적 의미를 갖고 있고, 국회의원 개개인은 ‘국민의 대표’로서 국민의 의사가 왜곡되는 일이 없이 최대한 국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심의ㆍ표결권을 보장받고 있는 것이며, 이는 대의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한 필수적 요소라 할 것이므로, 이러한 심의ㆍ표결권의 침해행위는 국회 내부에서 뿐만 아니라 국회

외의 다른 모든 국가기관에 의해서도 자행될 수 있다. 따라서 국회의원은 어느 누구에 대해서라도 심의ㆍ표결권의 침해를 주장할 수 있고, 다른 국가기관에 의해 심의ㆍ표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방해받는 경우에는 당연히 적법하게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국회의원이 국회 외부기관에 대해 심의ㆍ표결권의 침해를 주장하는 길을 봉쇄하는 것은 대의민주주의 하에서 국회의원의 헌법상 지위와 역할을 경시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소수자 보호’라는 권한쟁의심판 본연의 목적과도 배치된다. 즉, 정당국가적 경향이 진전됨에 따라 권한쟁의심판은 정치과정에서 소수파가 다수파의 월권적 행위를 헌법적 원리에 의해 통제할 수 있는 장치로서의 기능에 중점이 두어지고 있는데,12)만약 소수파에 속하는 개별 국회의원에게 정부에 의한 심의ㆍ표결권의 침해를 이유로 하는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한다면, 다수정당으로서는 국회 내에서 표결처리를 강행함으로써 권한쟁의심판에 휘말릴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정부와 획책하여 아예 국회에 안건조차 상정하지 않음으로써 이에 대한 심의ㆍ표결을 막음과 동시에 그에 대한 추궁은 법적ㆍ정치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정부에 방기해버리는 전횡을 일삼을 수도 있다. 제3자 소송담당을 부정 내지 제한적으로만 인정하는 입장에 설 경우 그러한 위험은 더욱 증가한다. 소수파에 속하는 국회의원은 자신의 심의ㆍ표결권뿐만 아니라 국회의 권한침해도 주장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회의원과 국회 외의 국가기관 간의 관계에서도 국회의원의 심의ㆍ표결권의 침해가능성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

헌법 제60조 제1항에 의한 국회의 동의권과 헌법 제40조제41조 제1항국회법 제93조제109조 내지 제112조에 따른 국회의원의 심의ㆍ표결권은 비록 국회의 동의권이 개별 국회의원의 심의ㆍ표결절차를 거쳐 행사되기는 하지만 그 권한의 귀속주체가 다르고, 또 심의ㆍ표결권의 행사는 국회의 의사를 형성하기 위한 국회 내부의 행위로서 구체적인 의안 처리와 관련하여 각 국회의원에게 부여되는데 비하여, 동의권의 행사는 국회가 그 의결을 통하여 다른 국가기관에 대한 의사표시로서 행해지며 대외적인 법적 효

과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구분된다.

따라서 국회의 동의권이 침해되었다고 하여 동시에 국회의원의 심의ㆍ표결권이 침해된다고 할 수 없고, 또 국회의원의 심의ㆍ표결권은 국회의 대내적인 관계에서 행사되고 침해될 수 있을 뿐 다른 국가기관과의 대외적인 관계에서는 침해될 수 없는 것이므로, 국회의원들 상호간 또는 국회의원과 국회의장 사이와 같이 국회 내부적으로만 직접적인 법적 연관성을 발생시킬 수 있을 뿐이고 대통령 등 국회 이외의 국가기관과 사이에서는 권한침해의 직접적인 법적 효과를 발생시키지 아니한다.

따라서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 없이 조약을 체결ㆍ비준하였다 하더라도 국회의 체결ㆍ비준 동의권이 침해될 수는 있어도 국회의원들의 심의ㆍ표결권이 침해될 가능성은 없다고 할 것이다.

⑴ 조약의 개념에 관하여 우리 헌법상 명문의 규정은 없고 헌법교과서에서 이를 직접 다룬 경우도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데 이는 헌법상의 조약이 당연히 “국제법상의 조약”으로 해석되고 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조약법에 관한 비인(Wien) 협약」제2조 제1항 a호는 “조약은 단일의 문서 또는 둘 이상의 관련문서에 구현되고 있는가에 관계없이, 또한 그 특정의 명칭에 관계없이, 서면형식으로 국가 간에 체결되고 또한 국제법에 의하여 규율되는 국제적 합의”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조약은 ① 국제법 주체 간에 ② 권리ㆍ 의무관계를 창출하기 위하여 ③ 서면형식으로 체결되며 ④ 국제법에 의하여 규율되는 합의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14).

조약은 그 명칭으로 조약, 규약, 헌장, 규정, 협정, 협약, 의정서, 교환각

서, 양해각서 등이 사용되고 있는데 각각을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은 없다.

⑵ 신사협정은 정치가나 외교관들 사이에서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지 않고 단지 상대방의 신의에 기초하여 서로 언약하는 정책수행상의 약속으로 볼 수 있고, 이러한 약속은 법률적인 것이 아니라 정치적 또는 도의적인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신사협정의 당사자가 정부수반ㆍ각료 또는 대사일 경우에는 외관상 조약과 구별하기 어렵다.

⑶ 통상 조약과 신사협정은 ① 당사자의 의도(정치적ㆍ선언적 성격을 의도한 것인지, 법적인 구속력을 의도한 것인지 여부), ② 권리ㆍ의무관계의 구체성(조약은 명확하고 구체적인 권리ㆍ의무를 규정하여야 함), ③ 내용의 중요도(안보, 민간항공, 관세, 무역, 인권, 특권, 면제, 범죄인 인도 등 중요한 문제를 내용으로 하거나 국내법적 차원에서 볼 때 새로운 입법사항을 포함하고 있는 합의는 일반적으로 조약의 범주에 포함됨), ④ 강제적인 국제사법절차에 의한 분쟁해결규정 포함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게 된다.

이 사건 합의문은 이 사건 심판에 현출되지 아니하여 그 내용 및 서명주체를 알 수 없어 조약 여부에 대하여 단정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이에 두 가지 견해를 상정해 볼 수 있다.

① 이 사건 합의문은 쌀 관세화 유예기간을 10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의 이 사건 양허안 개정안에 대한 다자간 협상을 위하여 이해관계국 사이에서 양자간 합의로 이루어진 것이므로 국제법 주체들 사이에 체결된 것으로 볼 수 있다.

② 합의문은 쌀 관세화 유예기간을 연장하는 대가로 이해관계국에게 일정한 합의를 해 준 것이므로 이를 들어 정치적ㆍ선언적 의미의 합의에 불과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기록에 현출된 수입쌀을 공매하기로 하는 미국과의 합의 및 식량원조용 쌀을 구매하기로 하는 인도ㆍ이집트와의 합의 내용을 보면 양국 사이에 구체적인 권리ㆍ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다가 청구인들은 위 합의내용이 국회의 동의를 요하는 헌법 제60조 제1항

규정된 조약내용이라고 다투고 있기까지 하다.

③ 합의문에 대하여 국내법상의 조약체결절차(국무회의 심의, 공포)를 거치지 않았다고 하여 조약성을 부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는 조약의 국내법적 효력에 관련된 문제일 뿐이다.

① 이 사건 합의문은 법적 효력을 발생하게 하는 조약체결을 위한 국내절차인 국무회의 심의, 대통령 재가, 공포 등을 전혀 거치지 아니하였는바, 이는 이 사건 합의문에 발효를 위한 국내절차규정이 포함되어 있지 아니함을 의미하므로 체결 당사자 사이에 법적 구속력을 부여할 의도가 없었다고 보인다.

② 이 사건 합의문은 재외공관장들 간의 외교서한의 형태로서 특별한 명칭이 없거나 양해록(record of understanding)으로 되어 있는바, 조약의 일반적인 명칭에 비추어 이는 위 합의문을 조약의 형태로 체결할 의사가 없었음을 의미한다.

③ 다자간 조약인 이 사건 양허안 개정안의 원만한 체결을 위하여 이해관계국과 사이의 신의에 기초하여 이 사건 합의문을 작성하였다고 볼 수도 있다.

이 사건 결정에서 쟁점이 된 권한쟁의심판에서의 ‘제3자 소송담당’이 허용되는지 여부와 국회 이외의 국가기관에 의하여 국회의원의 심의ㆍ표결권이 침해될 수 있는지 여부는 헌법재판소에 아직 명확한 선례가 존재하지 아니한데다가 권한쟁의심판에 있어 ‘제3자 소송담당’을 허용하자는 학계의 논의도 있어 헌법재판소가 공개변론절차를 거쳐 여러 학계의 의견을 수렴하여 그에 대한 판단을 내렸고, 국회의 다수의사와 배치될 수 있고 헌법재판소와 또 다른 권력분립의 한 축에 있는 국회의 의사를 무시하는 결과가 될 수 있는 국회의원의 ‘제3자 소송담당’은 헌법과 법률의 명문 규정 없이는 헌법재판소로서 적극적일 수 없다는 것이 이 사건 결정의 취지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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