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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웅, "공직선거법 제23조 제1항 등 위헌확인", 결정해설집 6집, 헌법재판소, 2008, p.487
[결정해설 (결정해설집6집)]
본문

- 기초의원선거 정당추천 사건 -

(헌재 2007. 11. 29. 2006헌마977, 판례집 19-2, 645)

이 명 웅*1)

1. 2005. 8. 4. 법률 제7681호로 개정된 공직선거법(이하 ‘법’이라 한다) 제23조 제1항 별표 3이 기초의원 총정수를 2,922명으로 정하여 종전보다 574명 감축한 것이 자치구ㆍ시ㆍ군의회 의원(이하 ‘기초의원’이라 한다) 선거에 출마할 예정인 청구인들의 공무담임권이나 평등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소극)

2. 법 제26조 제2항이 하나의 기초의원 지역구에서 선출할 의원정수를 2인 이상 4인 이하로 정하여 종전의 소선거구제에서 중선거구제로 바꾼 것이 청구인들의 공무담임권이나 평등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소극)

3. 법 제47조 제1항이 기초의원선거에 정당추천을 허용한 것이 청구인들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① 법 제23조 제1항 중 별표3 부분, ② 법 제26조 제2항 중 ‘하나의 자치구ㆍ시ㆍ군의원 지역구에서 선출할 지역구 자치구ㆍ시ㆍ군의원 정수는 2인 이상 4인 이하로 하며’ 부분, ③ 법 제47조 제1항 본문 중 자치구ㆍ시ㆍ군의원 선거 후보자의 정당추천에 관한 부분이 각각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공직선거법(2005. 8. 4. 법률 제7681호로 개정된 것) 제23조(자치구ㆍ시ㆍ군의회의 의원정수) ① 시ㆍ도별 자치구ㆍ시ㆍ군의회 의원의 총정수는 별표 3과 같이 하며, 자치구ㆍ시ㆍ군의회의 의원정수는 당해 시ㆍ도의 총정수 범위 내에서 제24조(선거구획정위원회)의 규정에 따른 당해 시ㆍ도의 자치구ㆍ시ㆍ군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자치구ㆍ시ㆍ군의 인구와 지역대표성을 고려하여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정한다.

[별표 3] 시ㆍ도별 자치구ㆍ시ㆍ군의회 의원 총정수표(2,922명)

시 도
총정수
서울특별시
419
부산광역시
182
대구광역시
116
인천광역시
112
광주광역시
68
대전광역시
63
울산광역시
50
경기도
417
강원도
169
충청북도
131
충청남도
178
전라북도
197
전라남도
243
경상북도
284
경상남도
259
제주도
34

②자치구ㆍ시ㆍ군의원지역구는 인구ㆍ행정구역ㆍ지세ㆍ교통 그 밖의 조건을 고려하여 획정하되, 하나의 자치구ㆍ시ㆍ군의원지역구에서 선출할 지역구자치구ㆍ시ㆍ군의원정수는 2인 이상 4인 이하로 하며, 그 자치구ㆍ시ㆍ군의원지역구의 명칭ㆍ구역 및 의원정수는 시ㆍ도조례로 정한다.

공직선거법(2005. 8. 4. 법률 제7861호로 개정된 것) 제47조(정당의 후보자추천) ① 정당은 선거에 있어 선거구별로 선거할 정수범위 안에서 그 소속

당원을 후보자(이하 “정당추천후보자”라 한다)로 추천할 수 있다. 다만, 비례대표자치구ㆍ시ㆍ군의원의 경우에는 그 정수 범위를 초과하여 추천할 수 있다.

청구인들은 이 사건 심판청구 당시 자치구ㆍ시ㆍ군의회 의원(이하 ‘기초의원’이라 한다)으로서 2006. 6. 실시될 기초의원 선거에 입후보할 예정이다. 청구인들은 2005. 8. 4. 법률 제7681호로 개정된 공직선거법(이하 ‘법’이라 한다) 제23조 제1항 별표 3이 기초의원 총정수를 2,922명으로 정하여 종전보다 574명 감축하고, 제26조 제2항이 하나의 기초의원 지역구에서 선출할 의원정수를 2인 이상 4인 이하로 정하여 종전의 소선거구제에서 중선거구제로 바꾸고, 제47조 제1항이 기초의원 선거에 정당추천을 허용한 것은 자신들의 공무담임권, 평등권을 침해하고 지방자치제도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2005. 10. 6.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따라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기초의원 정수를 감축한 것은 청구인들의 당선가능성을 종전보다 감소시켜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하므로 청구인들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

기초의원의 정수를 감축한 이유가 기초의원의 유급화에 따른 재정부담 감소라면, 이는 정수를 감축하는 대신 급여를 더 낮게 책정하면 해결될 수 있으므로, 정수 감축은 적절한 수단이 될 수 없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

기초의원의 정수를 축소한 것은 기초의회의 기능을 더욱 부실하게 하여 주민의 자치역량 강화에 역행하고 지방자치의 본질에 반한다.

중선거구제는 주민의 지지도를 충실히 반영하지 못하게 하여 주민의 대표를 선출하는 선거의 기본원칙에 위반된다. 첫째, 중선거구제를 채택하면서 동시에 정당의 추천을 허용하면 주민의 지지도보다 정당의 추천 여부가 기초의원의 선출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둘째, 종전에 소선거구제를 통하여 최소행정단위(읍ㆍ면ㆍ동)의 대표를 선출할 수 있었던 지역이 대표를 기초의회에 진출시키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국회의원선거나 광역의원선거 모두 소선거구제임에도 불구하고 유독 기초의원선거에서만 중선거구제를 도입한 것은 기초의회 출마예정자들인 청구인들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것이다. 기초의회는 다른 선거에 비해서 소선거구제로 해야 할 당위성이 더 크다.

기초의원선거에서 중선거구제를 실시하면 그 지역선거구가 더 넓어져서 후보자들의 노력과 자금이 더 많이 소요되고 당선되기도 훨씬 어려워져 그들의 공무담임권이 침해된다.

기초의원 후보자의 정당추천이 허용되면, 기초의원으로 되기 위하여 정당의 공천을 받거나 무소속 후보로 출마하여 정당추천후보자를 상대로 어려운 경쟁을 하여야 한다. 따라서 청구인들은 정당추천이 허용되지 않는 경우에 비해서 공무담임권을 침해받는다.

기초의원선거에 정당추천제를 도입하면, 기초의원선거가 정당 중심의 선거로 변하게 되어 지역적 관심이 매몰되고, 기초의원이 주민의 의사보다 정당의 의사에 따르기 쉽게 되어, 지방자치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지방자치제의 본질을 침해하게 된다.

이 사건에 대하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의견이 없다고 통보하였

고 다른 기관의 의견은 제출되지 않았다.

1. 기초의원으로 되고자 하는 자의 공무담임권은 법률로 정해진 기초의원 선거제도의 틀 안에서 불합리한 차별을 받지 않도록 보장하는 것일 뿐이고, 기초의원 총정수를 줄이지 못하도록 요구하는 권능까지 내포하는 것은 아니다. 기초의원 총정수를 3,496명에서 2,922명으로 줄였다고 하여 기초의원으로 되고자 하는 청구인들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없고, 모든 후보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므로 차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 부분 심판청구는 기본권침해 가능성이 없어 부적법하다.

2. 다른 선거에서는 소선거구제를 채택하면서 기초의원 선거에서만 중선거구제를 채택하였다고 하여도, 공무담임권은 소선거구제를 요구할 수 있는 권능을 포함하지 아니하므로, 청구인들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할 수 있는 것이라 할 수 없다. 중선거구제가 소선거구제보다 후보자의 노력과 비용을 더 많이 들이게 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선거제도의 기본 틀에서 비롯되는 것으로서 모든 후보자들에게 동등하게 적용되는 것이므로 특정 후보자를 불리하게 차별하거나 공무담임권을 제한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 그러므로 이 부분 심판청구는 기본권침해 가능성이 없어 부적법하다.

3. 정당이 기초의원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의 목적은 유권자들이 선거권을 행사함에 있어 참고할 중요한 사항을 제공하고,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하는 정당의 활동을 효과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정당의 기초의원 후보자 추천제도는 기초의원 선거제도에 관한 기본틀의 하나로서 특정 후보자를 우대하거나 불리하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법 제47조 제1항 중 정당이 기초의원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도록 규정한 부분은 청구인들의 공무담임권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지방자치제도나 지방의회제도의 본질을 훼손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가. 기초의회의원 선거구를 중선거구제로 한 공직선거법 제26조 제2항(이

하 ‘중선거구규정’이라 한다) 부분

청구인들은 중선거구규정이 광역의원선거구를 기본으로 하여 2-4인의 기초의원을 선출하도록 한 것은 자신의 생활구역을 넘는 지역민들의 지지를 받아야 당선될 수 있게 된 것이고, 이는 (소선거구일 때보다) 더 많은 자금과 노력을 요구하므로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헌법은 지방자치단체의 선거에서 어떤 선거구제를 택할 것인지 국회가 규정하도록 하고 있다. 헌법 제118조 제2항은 지방의회의 조직ㆍ권한ㆍ의원선거 등 사항을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기초의회의원 선거에 있어서 ‘소선거구제’를 채택할 것인지 ‘중선거구제’를 채택할 것인지는 기본적으로 입법재량에 속하며, 각 제도는 나름의 장단점을 지니고 있다.1)어느 한 제도는 모든 지역구 선거 후보자에게 동등하게 적용되는 것이며, 어느 제도가 후보자들에게 유리한지는 개별 후보자들마다 다를 것이므로 일반적으로 단언하기 곤란하다.

어떤 선거구제를 택할 것인지는 기본적으로 입법재량의 영역이며, 특정 선거구를 택한 것이 후보자의 공무담임의 기회를 제약한다고 보기 어렵다. 국회가 기초의원 선거에서 중선거구제도를 규정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제도가 모든 기초의원 후보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이상, 후보자들의 공직취임의 기회가 소선거구제도일 때보다 더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 시ㆍ도의원선거와 기초의원선거는 각 다른 단위의 지방자치단체 구성을 위한 제도이다. 서로 선거구제가 다르다고 해도, 각 선거의 후보자들에게 같은 선거구제가 적용되는 한, 이를 공무담임권의 제한이라 보기 어렵다. 현역 의원인 청구인들이 과거에 소선거구제를 적용받았다고 해도, 현재 이들이 새로운 후보

자로서 다른 후보자들과 같은 조건에서 경쟁하여야 할 것이므로, 달리 볼 여지가 없다.

한편 청구인들은 중선거구제 하에서는 소선거구제일 때보다 당선에 많은 비용과 노력이 든다고 주장하나, 설사 그러한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후보자들 간에 같은 선거구제가 적용되는 이상, 소선거구제를 기준으로 하여 (소선거구제는 공무담임권을 제한하지 않지만) ‘중선거구제는 공무담임권을 제한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청구인들은 광역의회의원이나 국회의원선거와는 달리 유독 기초의회의원 선거에서만 중선거구제를 채택한 것은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기초의원 후보자들과 다른 광역의회의원이나 국회의원 후보자들은 각각의 선거에 출마하는 것이며 서로 간에는 아무런 경쟁관계에 있지 아니하므로, 그들 상호간에는 선거구제와 관련하여 평등권 침해를 주장할만한 의미 있는 비교집단을 구성하지 않는다.

차별대우는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차별대우 하는 것만이 헌법적으로 문제된다.2)공직기회의 차별을 본질로 하는 공무담임권의 제한이 있으려면 차별취급이 이루어진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 사이에 ‘비교집단’을 구성하여야 한다. 비교될 수 있으려면 먼저 ‘비교의 관점’이 성립되어야 한다. 이는 상이한 사람들이나 집단들 또는 상황을 포괄하는 ‘공통의 상위개념’(genus proximum)을 전제한다.3)

기초의원 후보자와 시ㆍ도의원 후보자는 각각 다른 선거의 후보자이므로, 비록 선거구제가 다르더라도 이것이 ‘각자가 추구하는 공직기회의 차별’을 가져온다고 볼 수 없다. 즉 선거구제와 관련하여 이들을 모두 포괄하는 ‘공통의 상위개념’을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양자는 서로 비교집단을 구성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소선거구제가 아닌 중선거구제를 채택하였다는 사정은 ‘기초의원선거 후보자의 공직기회의 차별’과 무관하며, 따라서 공무담임권의 제한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4)

설사 유의미한 비교집단을 구성한다고 하더라도, 청구인들은 차별취급이 아닌 동등한 취급을 원하며 이는 소선거구제를 의미하는데, 앞서 본 것처럼 청구인들에게 소선거구제가 적용된다고 해서 청구인들의 공직취임기회가 더 커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청구인들의 법적 지위가 더 유리해 지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청구인들은 평등권 침해를 주장할 자기관련성이 인정될 수 없다.

한편 청구인들은 자유선거의 원칙, 적법절차 위배를 주장하나, 기본권침해의 가능성 없이 단순히 일반 헌법규정이나 헌법원칙에 위반된다는 주장은 기본권침해에 대한 구제라는 헌법소원의 적법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헌재 2006. 2. 23. 2005헌마268, 판례집 18-1상, 298, 304).

청구인들은 별표3이 기초의회의원의 총 정수를 종전보다 줄인 것은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별표3은 기초의회의원 총 정수를 종전보다 574명 줄여 최대 2,922명으로 한정하였다. 이러한 입법은 기초의회의원을 유급제로 전환하면서 예산 문제 등을 고려하여 이루어진 것이다.5)이로써 기초의회의원 후보자들은 종전과 비교할 때 더 심한 경쟁을 거쳐야 공직에 취임할 수 있게 되었다.6)그런데 그와 같은 경쟁의 심화가 하나의 법적 효과인지 아니면 단순한 사실적 효과인지가 문제된다.

공직자의 정원수 축소는 일반인에게는 공직취임기회의 가능성을 낮추는 효과를 지니지만, 그 가능성은 보통 추상적인 것이다. 청구인들을 보면, 기초의회의원 총 정수가 2,922명으로 축소되었다고 해서, 바로 이것이 청구인들의 당락을 직접 좌우할만한 사정이라고 보기 곤란하다. 별표3은 청구인들의 공직취임기회를 직접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것이 아니며 단지 경쟁률에 영향을 주는 것이고, 그러한 경쟁률 문제는 모든 새로운 후보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며, 이로 인하여 청구인들이 종전보다(지난번 기초의원선거보다) 더 심한 경쟁을 거쳐야 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청구인들의 공직취임권 행사에 미치는 사실적, 간접적 효과에 불과하다

별표3은 청구인들의 공무담임권 행사에 있어서 단지 사실적, 간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며, 이로써 청구인들의 법적 지위를 직접 변경시키는 효과를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없다.7)

기초의원 총 정원이 전 번 선거보다 감축되었다는 사정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공직기회의 자의적 차별이라고 볼 수 없다. 총 정원이 줄어들어 종전보다 공직기회가 적어졌다면, ‘비교집단’으로는 종전선거의 후보자와 현재 선거의 후보자가 고려될 여지가 있다(현 선거의 후보자들 사이에는 같은 공직취임의 기회가 있으므로 비교집단이 구성되지 않는다).

그런데 종전 후보자와 현 후보자들 사이에는 의미 있는 비교의 관점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 양자의 여하한 차별은 각각 개별 시험에서의 ‘경쟁율’의 차이일 뿐이며, 이것이 실제로 현재의 후보자의 공직기회에 미치는 영향은 단지 사실적인 것에 불과하다. 또한 종전 후보자들 중에는 이미 공직에 취임한 자도 있고, 탈락된 자도 있는데 이들 중 누군가 현재의 공직후보자와

비교집단을 구성할 수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청구인들이 현역 의원이라고 해도 현재의 새로운 후보자인 한 달리 볼만한 사정이 없다.

또한 그러한 정원 축소를 공무담임권의 제한으로 인정하기 시작한다면 모든 형태의 정원 축소는 항상 공무담임권의 제한으로서, 본안에서 왜 정원이 축소되었는지 위헌심사를 하여야 하는데 이는 소송법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고, 헌법상의 기본권(근본적 권리)에 대한 지나친 확장해석이 될 소지가 있다.

물론 정원이 감축되면 종전보다 공무담임의 기회가 감소되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비교집단을 구성할만한 차별취급의 실제를 인정할 수 없다면, 단지 추상적인 수준의 기회 감소만으로 공무담임권의 제한이라고 인정하기는 어렵다.8)

다만, 공무원의 정수가 현저히 불합리할 정도로 축소되어 일반인의 공직취임의 기회 자체가 사실상 희박하게 되는 효과가 초래된다면, 이를 공무담임권의 제한문제로 볼 여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기초의회의원의 정원이 종전보다 축소되었지만 전국적으로 2900여명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러한 예외사유에 해당된다고 보기 곤란할 것이다.

청구인들은 별표3이 지방자치의 본질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기본권침해의 가능성 없이 단순히 일반 헌법규정이나 헌법원칙에 위반된다는 주장은 위에서처럼 기본권침해에 대한 구제라는 헌법소원의 적법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가) 자기관련성 내지 기본권침해 가능성

심판청구 당시 청구인들은 기초의원선거에 입후보할 예정자들로 추정되고, 정당추천규정이 자신들의 공무담임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바, 정당추천규정으로 말미암아 청구인들은 앞으로 정당의 추천을 받거나, 무소속후보자로 나서서 정당추천 후보자와 경쟁을 하여야 하는 상태에 처하게 된다. 이는 정당추천제도가 없는 상태에서 무소속 후보자들 간에 경쟁하는 것과 다른 법적인 상황을 초래하며, 후보자는 정당추천을 받거나 아니면 정당추천을 받은 후보자와 매우 어려운 경쟁을 하여야 하게 되었다.9)이러한 제도는 후보자의 공직취임기회에 대한 하나의 법적 제약이라고 볼 수 있으며, 그 효과는 청구인들에게 직접적으로 미치는 것으로 볼 수 있다.10)

처음부터 무소속으로 출마할 의사가 뚜렷한 공직후보자가 있다고 할 때, 새로운 공직선거법이 기초의원선거에 정당공천제를 도입함으로써, 이제는 정당공전을 받은 후보자들의 현저히 불리한 경쟁을 하여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그러한 법적 상황을 어떻게 볼 것인지가 문제된다. 통상 오늘날의 정당민주주의 하에서 정당공천을 받은 후보자와 무소속 후보자 중에는 정당공천을 받은 후보자가, 선거운동이나 자금, 조직적 지원의 면에서 유리하므로 당선가능성이 현저히 높다는 것은 경험적으로 검증된 사실이다.

입법자가 기초의원선거에 정당공천제를 도입함으로서 무소속 후보자는 공직기회의 실질적 제약을 받게 되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 이 점에서 정당공천제는 무소속 후보자에게 승리하기 어려운 경쟁을 하게하고, 아니면 추가적 비용(정당회비 등)과 노력으로 정당공천을 받을 것인지를 양자택일 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이러한 효과는 무소속 후보자의 공직기회에 관한 법적 지위의 변경을 초래할만한 것으로서, 공직기회의 차별적 효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공무담임권의 제한이 있는 것이다.

(나) 직접성

법령에 대한 직접적인 헌법소원을 청구하려면 당해 법령 또는 법령의 조항이 집행행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권리의 제한, 의무의 부과, 부담의 설정과 같이 ‘직접’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경우이어야 한다.

정당공천규정은 별도의 집행행위를 거치지 않고 기초의원선거에 입후보할 예정인 청구인들의 법적 지위에 영향을 미치므로 기본권침해의 직접성이 인정된다.

(다) 현재성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현재’ 침해받은 자가 제기할 수 있다. 다만 기본권침해가 장래에 발생하더라도 그 침해가 틀림없을 것으로 현재 확실히 예측된다면 기본권구제의 실효성을 위하여 침해의 현재성을 인정하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선례이다(헌재 1992. 10. 1. 92헌마68등, 판례집 4, 659, 699).

정당추천규정은 다음 기초의원선거부터 시행되기 때문에 위 법률조항들에 의한 기본권제한이 아직 현실화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청구인들은 다음 기초의원선거에 입후보할 예정이고 그 경우 심판대상에 의한 주장된 기본권침해가 발생한다는 것은 현재 확실히 예측할 수 있다할 것이므로 기본권구제의 실효성을 위하여 현재성 요건의 예외로써 침해의 현재성을 인정할 수 있다.

(라) 청구기간

청구인들이 기초의원선거에 입후보할 때 위 심판대상 법률조항에 의하여 기본권을 제한받게 되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은 법령이 시행된 후에 법령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하여 기본권을 침해하는 경우이므로 그 사유가 발생한 때로부터 청구기간이 기산된다. 그런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청구인들에게는 장래 선거가 실시될 것은 대비하여 현재성의 예외로서 심판청구를 한 것이 인정되므로 청구기간 도과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마) 권리보호이익

청구인들이 출마하려는 제3회 전국동시지방선거(2002. 6. 13.)는 종료되었으나 위 규정들은 현재까지 존재하며 기초의원의 선출제도와 정원에 관한 것으로서 지방자치제도의 중요한 요소에 관련되므로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

이 인정된다. 기초의회의원의 정당공천 규정에 대해서 종전 헌법재판소 결정에서 다루어진 것은 정당의 표명금지에 관한 규정에 대한 것이었으며, 현행 규정과는 형식이 다른 것이었으므로 이 사건에서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이 있다.

(가) 정당추천규정의 연혁

1988년 국회는 지방의회의원선거법을 제정하면서 광역지방선거에는 정당의 참여를 허용하되 기초지방선거에서는 정당의 참여를 배제하였다. 그러다가 1994년의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은 기초지방선거에서도 정당의 참여를 허용하였다. 그러나 1995년 개정법은 기초지방선거 중 기초자치단체장의 선거에는 정당의 참여를 허용하면서 기초의회의원선거에서는 정당의 참여를 배제하였다.11)

헌법재판소는 1999. 11. 25. 99헌바28 결정에서 기초의회의원의 경우 정당표방을 금지하도록 한 구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제84조에 대하여, ‘정당표방을 허용하는 경우 정당이 후보자의 당락뿐만 아니라 의정활동 전반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이로써 지방의회의 본래의 목적과 기능이 형해화 될 수 있다’는 취지에서 동 조항이 합헌이라고 결정하였다(전원일치).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2003. 1. 30. 2001헌가4 결정에서는 종전 결정을 변경하여, ‘정당의 지지 혹은 추천 여부는 유권자들에게 중요한 참고사항이 될 수 있으며, 정당표방을 허용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부정적인 효과보다 크다’는 취지에서 위 조항을 위헌이라고 선언하였다(6:3).

2005. 5. 국회는 기초의회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을 허용하는 ‘정당추천규정’을 두면서, 기초의회의원에 대하여 중선거구제를 도입하였다.

(나) 정당표방금지에 대한 종전 결정

1) 변경되기 전 합헌결정(헌재 1999. 11. 25. 99헌바28, 판례집 11-2, 543)

『1. 모든 선거 중 기초의회의원선거의 후보자만 정당표방을 금지할 것인가의 문제는 헌법상의 정당보호 및 지방자치제의 제도적 보장, 우리의 정치

문화와 지방자치에 대한 국민의식 등 제반사정을 헤아려 입법자가 결정해야 될 입법재량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다.

2. 우리의 정치현실 및 정당운영의 비민주성, 지연·혈연·학연이 좌우하는 선거풍토와 그 위에 지방자치를 실시한 경험이 일천(日淺)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기초의회의원선거에 정당추천후보자의 참여를 허용한다면, 정당은 그 후보자의 당락뿐만 아니라 선출된 의원의 의정활동 전반에 걸쳐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치게 되고, 이것은 지역의 특성에 따라 자율적으로 운영되어야 할 기초의회의 결정이 정당의 의사에 따라 그 결론이 바뀌게 됨을 뜻한다. 그 결과 기초의회가 정당의 의사에 따라 움직인다면, 기초의회는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상실하여 형해화(形骸化)한 모습으로 남게 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은 기초의회의 구성 및 활동에 정당의 영향을 배제함으로써 지역실정에 맞는 순수한 지방자치를 실현하기 위한 필요불가결한 것으로 그 목적이 정당하다고 할 것이다.

이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기초의회의원선거의 후보자는 정당표방을 할 수 없게 금지하는 수단을 채택한 것은 필요·최소한의 적절하고 효과적인 방법에 해당된다. 이 조항으로 말미암아 후보자는 직접 선거권자에게 자신이 추구하는 정치적 이념이나 정당과 관련된 정보를 줄 수 없고, 선거권자로서는 이러한 정보를 알 기회가 제한된다고 할지라도, 간접적이나마 자신의 정치적 이념 및 정당과 관련된 정보는 정당의 당원경력의 표시를 통하여 알리도록 배려하고 있어(법 제84조 단서) 피해의 최소성도 충족하고 있다. 후보자의 정당표방금지로 인한 지방자치의 제도적 보장이라는 이익은 후보자의 공무담임권 및 선거운동 자유의 침해로 입게 되는 손해보다 이익이 더 크므로 두 법익에 대한 균형성의 요건도 갖춘 것이다.

3. 그 밖의 공직선거와 비교할 때에 기초의회의원선거의 후보자에 한정하여 정당표방금지라는 정치적 생활영역에 있어서의 차별취급을 한 이 조항은 헌법이 추구하는 지방자치의 제도적 보장을 위한 입법목적에 필요불가결한 것으로써, 그 목적달성을 위한 수단 또한 필요·최소한의 부득이한 경우로 인정되므로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2) 위헌결정(헌재 2003. 1. 30. 2001헌가4, 판례집 15-1, 7)

『1. 선거에 당하여 정당이냐 아니면 인물이냐에 대한 선택은 궁극적으로 주권자인 국민의 몫이고, 입법자가 후견인적 시각에서 입법을 통하여 그러한 국민의 선택을 대신하거나 간섭하는 것은 민주주의 이념에 비추어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기초의회의원선거에서 정당의 영향을 배제하고 인물 본위의 투표가 이루어지도록 하겠다는 구체적 입법의도는 그 정당성이 의심스럽다.

그리고, 후보자가 정당의 지지ㆍ추천을 받았는지 여부를 유권자들이 알았다고 하여 이것이 곧 지방분권 및 지방의 자율성 저해를 가져올 것이라고 보기에는 그 인과관계가 지나치게 막연하므로, 법 제84조의 규율내용이 과연 지방분권 및 지방의 자율성 확보라는 목적의 달성에 실효성이 있는지도 매우 의심스럽다.

나아가, 법 제84조가 지방자치 본래의 취지 구현이라는 입법목적의 달성에 기여하는 효과가 매우 불확실하거나 미미한 반면에, 이 조항으로 인해 기본권이 제한되는 정도는 현저하다. 즉, 후보자로서는 심지어 정당의 지지ㆍ추천 여부를 물어오는 유권자들에 대해서도 침묵하지 않으면 안 되는 바, 이는 정당을 통해 정계에 입문하려는 기초의회의원 후보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 또한, 지방의회의원 선거의 선거기간이 14일로 규정되어 있고 사전선거운동이 금지되는 등 선거의 공정성을 담보하는 각종의 규제들이 마련되어 있어서 실제로 유권자들이 기초의회의원 후보자와 접촉할 수 있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은데다가 이른바 4대 지방선거가 동시에 실시되고 있는 탓으로 유권자들이 후보자들 개개인의 자질과 능력을 일일이 분석ㆍ평가하기란 매우 힘든 실정이므로 현실적으로 후보자에 대한 정당의 지지ㆍ추천 여부는 유권자들이 선거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중요한 참고사항이 될 수밖에 없는데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후보자의 정당표방을 금지하는 경우에는 유권자들은 누가 누구이고 어느 후보가 어떠한 정치적 성향을 가졌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투표를 하거나 아니면 선거에 무관심하게 되어 아예 투표 자체를 포기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할 때, 정당표방을 금지함으로써 얻는 공익적 성과와 그로부터 초래되는 부정적인 효과 사이에 합리적인 비례관계를 인정하기 어려워, 법익의 균형성을 현저히 잃고 있다고 판단된다.

법 제84조는 불확실한 입법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그다지 실효성도 없고 불분명한 방법으로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후보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

를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다.

2. 법 제84조의 의미와 목적이 정당의 영향을 배제하고 인물 본위의 선거가 이루어지도록 하여 지방분권 및 지방의 자율성을 확립시키겠다는 것이라면, 이는 기초의회의원선거뿐만 아니라 광역의회의원선거, 광역자치단체장선거 및 기초자치단체장선거에서도 함께 통용될 수 있다. 그러나, 기초의회의원선거를 그 외의 지방선거와 다르게 취급을 할 만한 본질적인 차이점이 있는가를 볼 때 그러한 차별성을 발견할 수 없다. 그렇다면, 위 조항은 아무런 합리적 이유 없이 유독 기초의회의원 후보자만을 다른 지방선거의 후보자에 비해 불리하게 차별하고 있으므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

※ 재판관 한대현, 재판관 하경철, 재판관 김경일의 반대의견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권력을 수직적으로 분배하는 문제는 서로 조화가 이루어져야 하고, 이 조화를 도모하는 과정에서 입법 또는 중앙정부에 의한 지방자치의 본질의 훼손은 어떠한 경우라도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정치현실 및 정당운영의 비민주성, 지연ㆍ혈연ㆍ학연이 좌우하는 선거풍토와 그 위에 지방자치를 실시한 경험이 일천(日淺)하다는 것을 감안하지 않고 그 밖의 공직선거와 마찬가지로 기초의회의원선거에도 정당추천후보자의 참여를 허용한다면, 정당은 그 후보자의 당락뿐만 아니라 선출된 의원의 의정활동 전반에 걸쳐 직ㆍ간접으로 영향을 미치게 되어, 지역의 특성에 따라 자율적으로 운영되어야 할 기초의회를 형해화할 수 있다.

이 법률조항은 기초의회의 구성 및 활동에 정당의 영향이 배제된 지역실정에 맞는 순수한 지방자치를 실현하는 필요불가결한 조항이다. 이 조항으로 말미암아 후보자는 직접 선거권자에게 자신이 추구하는 정치적 이념이나 정당과 관련된 정보를 줄 수 없고 선거권자로서는 이러한 정보를 알 기회가 제한된다고 할지라도 간접적이나마 자신의 정치적 이념 및 정당과 관련된 정보는 정당의 당원경력의 표시를 통하여 알리도록 배려하고 있으며(법 제84조 단서), 후보자의 정당표방금지로 인한 지방자치의 제도적 보장이라는 이익은 후보자의 공무담임권 및 선거운동 자유의 침해로 입게 되는 손해보

다 이익이 더 크므로, 이 법률조항은 과잉입법금지의 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그 밖의 공직선거와 비교할 때에 기초의회의원선거의 후보자에 한정하여 정당표방금지라는 정치적 생활영역에 있어서의 차별취급을 한 이 조항은 헌법이 추구하는 지방자치의 제도적 보장을 위한 입법목적에 필요불가결한 것으로서, 그 목적달성을 위한 수단 또한 필요ㆍ최소한의 부득이한 경우로 인정되므로 평등원칙 위반도 없다.』

(다) 이 사건에서 정당추천규정의 위헌 여부

1) 위 결정들은 정당의 표방금지 규정에 대한 것이지만, 동 규정은 정당의 후보추천금지를 전제한 것이었으므로, 그 논지는 정당추천규정의 위헌성 여부에 대한 논의에 원용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정당표방금지에 대하여 합헌이라고 하였다가 판례를 변경하여 위헌이라고 판단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문제된 정당추천규정은 그러한 위헌결정의 후속입법에 해당한다. 즉 기초의회의원 선거에서 후보자의 정당표방이 허용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정당의 후보자추천이 허용되는 입법이 마련된 것이다. 그렇다면 법적 안정성의 관점에서 볼 때, 판례변경에 이를만한 사유가 없는 한 정당추천규정을 위헌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2) 공무담임권의 침해 여부

청구인들은 정당추천규정으로 인하여 기초의회의원 후보자는 정당 공천을 받거나 그렇지 않으면 무소속 후보로 출마하여 정당공천을 받은 후보자와 경쟁을 하여야 하는데, 이는 공무담임권을 제한하는 것이라 주장한다.

정당추천규정으로 인하여 후보자는 정당추천을 받거나 무소속으로 출마하여 정당추천 후보자와 경쟁하여야 하는 것은 앞에서 본 것처럼, 그러한 규정이 없었던 상태에서 정당의 추천 없이 자유롭게 기초의회의원 후보자가 될 수 있었던 경우와 비교할 때, 청구인들의 공직취임의 기회를 법적으로 더 제약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정당추천규정은 청구인들의 공무담임권을 제한한다.

헌법 제25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공무담임권을 갖

는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공무담임권의 내용에 관하여는 입법자에게 넓은 입법형성권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헌법 제37조 제2항의 기본권제한의 입법적 한계를 넘는 지나친 것이어서는 아니 된다(헌재 2002. 8. 29. 2001헌마788등, 판례집 14-2, 219, 225). 공무담임권의 제한의 경우는 그 직무가 가지는 공익실현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하여 그 직무의 본질에 반하지 아니하고 결과적으로 다른 기본권의 침해를 야기하지 아니하는 한 상대적으로 강한 합헌성이 추정될 것이므로, 주로 평등의 원칙이나 목적과 수단의 합리적인 연관성 여부가 심사대상이 될 것이며 법익형량에 있어서도 상대적으로 다소 완화된 심사를 하게 될 것이다(헌재 2002. 10. 31. 2001헌마557, 판례집 14-2, 541, 551).

기초의회의원 후보자에 대한 정당의 후보자 추천제도의 목적은 유권자들이 선거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중요한 참고사항을 제공하고,12)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하는 정당의 활동을 효과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오늘날 정당은 무정형적(無定型的)이고 무질서한 개개인의 정치적 의사를 집약·정리하고 구체적인 진로와 방향을 제시하며 국정을 책임지는 공권력으로까지 매개하는 중요한 공적 기능을 수행하므로,13)헌법은 정당의 활동을 보장하면서 한편으로는 민주주의원칙이 정당 내부에서도 관철되도록 요구하고 있다.14)

그러므로 현실적으로 후보자에 대한 정당의 추천 여부는 유권자들이 선거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중요한 참고사항이 될 수밖에 없으며, 특정 후보자가 정당의 추천을 받았는지에 관한 정보가 유권자들에게 전달되는 것은 유권자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측면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위와 같은 입법목적은 공공복리를 위한 것으로서 정당성이 인정된다.

한편 정당추천규정을 통하여 선거권자들에게는 기초의회의원 후보자의 정치적 성향과 지지정당이 알려지게 되고, 정당에게는 전국의 각 지역에까지 자신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이로써 국민의 정치적 의사가 정당을 통하여 효과적으로 결집되어 반영될 수 있다. 그러므로 정당추천규정은 그 입법목적과 달성수단 간에 합리적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정당추천규정이 위와 같은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는 반면, 이로 인한 청구인들의 공무담임권의 제한 정도는 미비하다. 정당추천규정은 모든 기초의회의원 후보자에게 관련되는 조항이며, 특정한 후보자를 애초부터 우대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이로 인하여 본래부터 정당의 추천 없이 출마하고자 했던 후보자의 관점에서는 종전보다 경쟁이 더 치열해 질 수 있으나, 그러한 불이익은 추상적인 것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법익간의 균형성이 침해되고 있지 않다.

3) 지방자치제의 본질 침해 여부

청구인들은 정당추천규정이 중앙 정당의 과도한 영향력 확대로 인하여 지방자치의 자율성을 침해하게 된다고 주장한다.15)

그러나 후보자가 정당의 추천을 받았다고 해서 이것이 곧 지방분권 및 지방의 자율성 저해를 가져올 것이라고 보기에는 그 인과관계가 막연하다(헌재 2003. 1. 30. 2001헌가4, 판례집 15-1, 7, 17 참조). 올바른 정당이라면 지역 주민들의 자치적 의사를 존중하고 제대로 반영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하고, 이는 중앙과 지방간의 기능적 권력분립을 오히려 촉진하게 될 것이다.

청구인들의 주장은 우리나라 정당이 지닌 비민주성을 지적하면서 정당추천제도가 특정 정당 소속 기초의회의원들의 정당 예속성을 강화시켜 지역 주민들의 자율성을 해칠 것이라는 사실인식에 기반하고 있다. 그러나 정당

의 부정적 측면만을 부각시킨 그러한 추상적, 가정적 측면만으로 정당추천규정이 지방자치제의 본질을 침해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달리 이 사건에서 정당추천규정이 지방자치제의 본질을 침해한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다.

4) 적법절차의 위배 여부

청구인들은 정당추천규정을 포함한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들이 입법예고나 의견수렴절차를 거치지 않고 정당 간에 야합하여 졸속으로 통과된 것이므로 적법절차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회의 모든 입법이 입법예고절차를 거치게 되어 있는 것은 아니며,16)해당 입법의 수범자나 일반 국민들의 의견수렴이 필수적인 입법절차도 아니고, 심판대상조항들이 헌법이나 국회법 절차에 위배하여 제정된 법률이라고 볼만한 사정도 없으므로, 이 사건에서 적법절차 위배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 사건에서는 통상적인 선거구제도나 정원의 감축만으로는 공직선거 후보자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라 보기 어렵다는 점을 선언한 점이 주목된다. 나아가 기초자치단체의 지방의원선거에까지 정당이 개입하는 것은 헌법적으로 용인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비록 그러한 제도가 중앙중당으로 하여금 기초자치단체에 직접 관여하게 함으로써 지방자치의 기본이념이 훼손될 우려가 있지만, 적어도 헌법이 정당민주주의를 하나의 제도로서 보장하고 있는 상태에서 그러한 우려만으로 해당 제도가 위헌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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