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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8. 11. 27. 선고 2007헌마1024 결정문 [공직선거법 제56조 제1항 제1호 위헌확인]
[결정문]
사건

2007헌마1024 공직선거법 제56조 제1항 제1호 위헌확인

청구인

장○표

대리인 변호사 전상화

위 법률조항은 2009. 12. 31.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청구인은 2007. 8. 9.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17대 대통령선거 예비후보자로 등록하고 같은 날 ‘대통령선거 출마 기자회견문’을 발표하였으며, 2007. 12. 19. 실시되는 제17대 대통령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하고자 한다고 주장하였다.

청구인은 대통령선거 후보자로 등록할 때 5억원의 기탁금을 납부하도록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56조 제1항 제1호가 평등권과 공무담임권 등을 침해한다며 2007. 9. 12. 그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공직선거법(1997. 11. 14. 법률 제5412호로 개정된 것) 제56조 제1항 제1호(이하 ‘이 사건 조항’이라 한다)가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이 사건 조항 및 현행 공직선거법상의 관련 조항은 아래와 같다.

제56조(기탁금)① 후보자등록을 신청하는 자는 등록신청시에 후보자 1인마다 다음 각 호의 기탁금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이 정하는 바에 따라 관할선거구관리위원회에 납부하여야 한다.

1. 대통령선거는 5억원

2. 국회의원선거는 1천500만원

3. 시·도의회의원선거는 300만원

4. 시·도지사선거는 5천만원

5. 자치구·시·군의 장 선거는 1천만원

6. 자치구·시·군의원선거는 200만원

② 제1항의 기탁금은 체납처분이나 강제집행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③ 제261조(과태료의 부과·징수 등)의 규정에 의한 과태료 및 제271조(불법시설물 등에 대한 조치 및 대집행)의 규정에 의한 불법시설물 등에 대한 대집행비용은 제1항의 기탁금에서 부담한다.

제57조(기탁금의 반환 등)① 선거구선거관리위원회는 다음 각호의 구분에 따른 해당 금액 중에서 제56조(기탁금) 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기탁금에서 부담하는 비용을 뺀 나머지 금액을 선거일 후 30일 이내에 기탁자에게 반환한다.

1. 대통령선거, 지역구국회의원선거, 지역구지방의회의원선거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선거

가. 후보자가 당선되거나 사망한 경우와 유효투표총수의 100분의 15 이상을 득표한 경우에는 기탁금 전액

나. 후보자가 유효투표총수의 100분의 10 이상 100분의 15 미만을 득표한 경우에는 기탁금의 100분의 50에 해당하는 금액

2.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 및 비례대표지방의회의원선거

당해 후보자명부에 올라 있는 후보자 중 당선인이 있는 때에는 기탁금 전액

②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반환하지 아니하는 기탁금은 선거일후 30일 이내에 국가 또는 당해 지방자치단체에 귀속한다. (이하 생략)

2. 청구인의 주장 및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

기탁금의 주된 존재 이유가 후보자의 난립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면 이는 공직선거법 제48조 제2항의 후보자추천 요건의 강화와 이를 정당추천 후보자에게까지 확대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음에도, 이 사건 조항이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가 평생 만져보지 못할 거금인 5억원을 대통령선거 기탁금으로 요구하는 것은 자격 있는 후보자가 제도권 정치로 진입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는 것으로서, 이는 명백히 재산의 보유 정도에 의한 주권행사의 차별이자(평등권 침해), 정치적 동물인 인간의 욕구를 원천적으로 좌절시키는 것이며(행복추구권 침해), 유권자들의 판단을 받아볼 기회도 없이 선출직 국가공무원인 대통령이 될 자격을 사전에 박탈하는 것이고(직업선택의 자유, 공무담임권 침해), 공직선거법 제57조 기탁금의 국고귀속 규정까지 고려하면 사유재산권을 강탈하는 것이다(재산권 침해).

헌법재판소는 제14대 대선 당시 기탁금 3억원을 합헌이라고 보았고, 지난 15년간 국민소득, 물가수준 상승 등을 고려하면 현재의 기탁금 5억원은 과다한 금액이 아니라고 판단할 수도 있겠으나 그 결정( 92헌마269 )의 문제점은 차치하고라도(재판관 김진우, 조승형의 반대의견 참조), 당시에는 기탁금 반환에 필요한 유효투표총수 대비 득표율이 5%, 7%였으나, 현재는 10%, 15%로 2배 가량 증가하여 기탁금을 돌려받을 확률이 매우 낮아졌고, 당시에는 기탁금에서 대집행비용, 선거인명부 등의 사본작성비용, 국고부담연설비용까지 부담하였으나, 현재는 각종 과태료, 대집행비용만을 공제한다는 점을 보면 기탁금 5억원은 과거의 3억원에 비해서 과다하게 책정된 금액이다.

나. 관계기관의 의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의견없음을 통보하였고 다른 관계기관의 의견은 제출되지 않았다.

3. 적법요건에 관한 판단

청구인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17대 대통령선거 예비후보자로 등록하였으나 동 선거에 출마하지 않았다.

청구인은 후보자로 등록할 경우 요구되는 기탁금 액수가 지나치게 과다하다며 이 사건 조항을 다투는데, 비록 위 대통령선거는 종료되었지만 이 사건 조항이 대통령선거에 출마하려는 사람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에 대해서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이 인정되므로 권리보호이익을 예외적으로 인정함이 상당하다.

4. 본안에 관한 판단

가. 입법연혁 및 후보자 관련 통계

(1) 1963. 2. 1. 제정된 대통령선거법제22조에서 후보자는 정당이 추천하는 경우만 등록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고, 후보자 등록시 납부하는 기탁금제도는 없었다.

1980. 12. 31. 개정된 대통령선거법은 일정한 유권자들의 추천을 받은 개인이 후보자등록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고 기탁금제도는 없었다.

1987. 10. 27. 제9차 헌법개정에 의하여 대통령선거가 간선제에서 직선제로 바뀌었고 제13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1987. 11. 7. 대통령선거법 전문개정시 기탁금제도가 처음으로 도입되었다. 당시 기탁금은 정당추천 후보자가 5,000만원, 무소속 후보자가 1억원이었으며(제26조 제1항), 후보자가 사퇴하거나 등록이 무효로 된 때 또는 후보자의 득표수가 유효투표총수의 100분의 5를 초과하지 못한 때에는 그 정당 또는 후보자의 기탁금은 국고에 귀속되도록 하였다(제26조 제6항).

제14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1992. 11. 11. 개정된 대통령선거법은 기탁금을 무소속이나 정당추천 여부에 관계없이 모두 3억원으로 하였다(제26조 제1항). 한편 동법 제26조 제7항은 후보자의 기탁금에서 선거인명부 및 부재자신고인명부의 사본작성비용과 불법시설물 등에 대한 대집행비용을 의무적으로 공제하도록 하였다(제26조 제7항). 그런 뒤 후보자의 득표수가 유효투표총수의 100분의 7 이상이면 기탁금을 반환하고, 100분의 5를 초과하였으나 100분의 7 미만인 때에는 국고에서 부담하는 후보자 및 연설원의 연설비용을 공제한 뒤 반환하고, 후보자가 사퇴하거나 등록 무효인 때 또는 득표수가 유효투표총수의 100분의 5를 초과하지 못한 때에는 동 연설비용을 공제한 뒤 국고에 귀속되도록 하였다.

제15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1997. 11. 14. 개정된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은 기탁금 액수를 5억원으로 하였으며, 기탁금에서 공제되는 비용은 불법행위에

대한 대집행비용에 한정하였다. 기탁금의 반환은 후보자의 득표수가 유효투표총수의 100분의 10 이상일 경우에만 가능하였다.

(2) 역대 대통령선거에서 기탁금과 후보자수는 다음 표와 같다.

대통령선거
기탁금
후보자수
제11대(1980)
없음
1
제12대(1981)
없음
4
제13대(1987)
5천만(정당추천), 1억(무소속)
8
제14대(1992)
3억
8
제15대(1997)
5억
7
제16대(2002)
5억
7
제17대(2007)
5억
12

제13대 대통령선거의 결과를 보면, 후보자 등록을 한 8인 중 3인은 중도에 사퇴하였고, 유효투표총수의 5% 이상 득표자는 4인이었다.

제14대 대통령선거의 결과를 보면, 후보자 8인 중 유효투표총수의 5% 미만 득표자는 3인, 5-7% 득표자 1인, 7%이상 득표자는 3인이었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행한 ‘제14대 대통령선거총람’에 의하면 기탁금에서 공제되는 선거인명부 및 부재자신고인명부의 사본작성비용과 불법시설물 등에 대한 대집행비용은 후보자 1인당 최고 4,500만원 정도였으나, 국고부담연설비용은 후보자 중 최저가 3억여원 최고는 6억여원이었다. 그리하여 반환된 기탁금은 5-7% 득표자의 경우 전혀 없었으며(오히려 일부는 부채를 짐), 7% 이상자의 경우 최고 4,500만원을 공제한 나머지 액수였다.

제15대 대통령선거의 경우, 후보자 7인 중 유효투표총수의 7% 이상 득표자가 3인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5% 미만으로 득표하였다. 그 3인의 경우 부과된 과태료

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이 반환되었다.

제16대 대통령선거의 경우, 후보자 7인 중 유효투표총수의 7% 이상 득표자가 2인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5% 미만 득표자였다. 7% 이상 득표자들의 경우 과태료 2600-2800여만원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이 반환되었다(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사실조회 회보서 참조).

제17대 대통령선거의 경우 후보자는 12인이었고 선거기간 중 2인이 사퇴하였는데, 유효투표총수의 15% 이상 득표자는 3인이었으며 이들에게는 과태료 (900-2400여만원)를 기탁금에서 공제한 나머지 금액이 반환되었고, 나머지 9인은 모두 유효투표총수의 10% 미만 득표자로서 기탁금에서 과태료 내지 대집행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은 모두 국고에 귀속되었다(제17대 대통령선거총람, 112-113쪽).

나. 이 사건 조항의 위헌 여부

(1) 제한되는 기본권

청구인은 이 사건 조항이 평등권, 행복추구권, 직업선택의 자유, 공무담임권,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이 사건 조항은 후보자등록에 5억원을 요구함으로써 재산에 따라 공직기회를 차별하고 있으므로, 평등권, 재산권, 공무담임권이 모두 관련된다. 이는 하나의 규제로 인해 여러 기본권이 동시에 제약을 받는 기본권경합에 해당하는데, 그러한 경우 기본권침해를 주장하는 의도 및 기본권을 제한하는 입법자의 객관적 동기 등을 참작하여 사안과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고 또 침해의 정도가 큰 주된 기본권을 중심으로 해서 그 제한의 한계를 따져 보게 된다(헌재 1998. 4. 30. 95헌가

16, 판례집 10-1, 327, 337; 헌재 2002. 4. 25. 2001헌마614 , 판례집 14-1, 410, 426).

공무담임권의 내용은 일반적으로 국민이 공무담임에 관한 자의적이지 않고 평등한 기회를 보장받음을 의미하는데(헌재 2002. 8. 29. 2001헌마788 등, 판례집 14-2, 219, 224; 헌재 2005. 5. 26. 2002헌마699 등, 판례집 17-1, 734, 743), 이 사건은 공직취임의 기회 자체가 기탁금 납부 여부에 의하여 제한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공무담임권이 사안과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는 기본권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공직취임 기회를 제한하는 기탁금 액수가 과다하여 공무담임권을 침해하는지 여부가 주된 판단대상이 된다.

한편 청구인이 주장한 기본권 중 직업선택의 자유는 공무담임권 판단시 별도로 판단할 필요가 없으며(헌재 1999. 12. 23. 99헌마135 , 판례집 11-2, 800, 811), 행복추구권은 다른 기본권의 침해 여부를 논하는 한 독자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없다(헌재 2000. 12. 14. 99헌마112 등, 판례집 12-2, 399, 408).

(2)공무담임권의 침해 여부

(가) 대통령선거에서 진지하지 못한 불성실한 후보자들이 난립할 경우 불법선거운동의 감시와 투개표 등 선거관리에 지장이 초래되며, 선거에 관한 국가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또 후보자들에게 불법선거에 대한 과태료나 불법시설물 등에 대한 대집행비용이 발생하는 경우를 대비하여 기탁금을 예납하게 할 필요성도 있다. 한편 지나친 후보자난립으로 인하여 표가 분산되어 당선자의 민주적 정당성이 약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후보자난립을 방지하기 위한 기탁금 제도는 그러한 목적에 기인한 것이며 이는 공공복리를 위한 것으로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헌재 1991. 3. 11. 91헌마21 , 판례집 3, 91, 101; 헌재 1995. 5. 25. 92헌마269

등, 판례집 7-1, 768, 779).

그런데 기탁금을 납부해야만 대통령선거 후보자가 될 수 있게 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후보자의 재력에 따라 공직취임 기회를 차별하는 결과가 되고, 아무리 자격 있는 후보라도 기탁금을 마련할 수 없는 자는 참정권 내지 피선거권을 행사할 기회가 박탈되는 결과가 된다. 비록 대통령이 국가의 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으로서 특수한 지위를 지니나, 국민주권주의와 대의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하고 모든 국민에게 참정권과 정치적 표현의 자유 그리고 개인의 기회 균등을 보장하는 우리 헌법의 체제 하에서 피선거권을 가진 국민으로서 다른 국민들의 신임을 얻을만한 능력과 자질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면 대통령직에 도전할 수 있는 균등한 기회가 허용되어야 하며, 재산의 다과에 의하여 그 기회를 박탈하게 되는 것은 특별한 정당화 사유가 없는 한 허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대통령선거에 입후보한다는 것은 그 당락을 떠나서 정치적 쟁점을 공론화하고 시민의 참여와 국민토론의 장을 마련한다는 의미도 지니며, 이는 국정의 현안에 대한 진지한 관심을 제고시키고 능력 있는 정치인을 육성하는 계기가 된다. 그러므로 후보자난립 방지를 위하여 기탁금제도를 두더라도 후보예정자의 참정권과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입법자의 정책적 재량이 행사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대통령선거에서 어느 정도의 기탁금이 위와 같은 입법목적과 헌법적 가치를 조화시키는 합당한 범위인지는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판단에 맡겨져야 할 것이나, 그 금액이 현저하게 과다하거나 불합리하게 책정된 것이라면 허용될 수 없다(헌재 1995. 5. 25. 92헌마269 등, 판례집 7-1, 768, 780 참조).

(나) 이 사건 조항이 정한 5억원의 기탁금은 청구인과 같은 대통령선거 입후보예정자가 조달하기에는 매우 높은 액수임이 명백하다. 주요 정당의 경우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국고보조금을 받으므로 그러한 정당추천 후보예정자의 경우 5억원의 기탁금 마련이 가능할 것이나{2007. 8. 14. 지급된 정당에 대한 경상보조금(연 4회 중 1회분)은 한나라당이 22억, 대통합민주신당 15억, 열린우리당이 20억, 민주노동당이 5억, 중도통합민주당이 5억, 국민중심당이 3억여원이었다. 경상보조금 외에 선거가 있는 해에는 선거보조금도 따로 지급된다. 정치자금법 제25조 제3항}, 국고보조금이 지급되지 않는 군소 정당의 추천을 받을 후보예정자이거나 무소속 후보예정자의 경우 특별히 재력가가 아니라면 부채를 지거나 다른 사람들의 기부를 받지 않는 한 5억원 마련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다.

대통령선거 후보자가 부채를 지고 마련하기에는 5억원은 지나치게 큰 액수이며, 그러한 고액의 부채를 공직후보자가 부담하는 것은 사회적, 정치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기탁금의 전액 반환을 위해서는 유효투표총수의 15% 이상을 득표하여야 하며 이에 해당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기탁금 마련을 위한 부채는 결국 후보자와 주위 사람들에게 지나친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2008. 2. 29. 개정된 정치자금법제6조에서 2의2호를 신설하여 “대통령선거의 후보자 및 예비후보자”도 후원금을 받을 수 있는 후원회의 지정권자로 포함시켰으나, 5억원은 국민들의 인지도가 어느 정도 있는 예비후보자라 하더라도 쉽게 모금할 수 있는 액수라고 보기 어렵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반 국민들이 정치적 후원회에 기부하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지 않으며, 기성 정당 출신이나 유명 정치인이 아니라면 그러한 기부를 받을 기회

는 더 제약되어 있다. 특히 국민들은 자신의 실명으로 정치적 후원금을 내거나 이것이 공개되는 것을 꺼려하는 경향이 있었으며, 그 대상자가 야당 출신 후보자이거나 무소속 후보자일 때는 더욱 그러하였다. 정치자금법상 익명으로 기부할 수 있는 금액은 1회 10만원 이하 연간 120만원 이하이며(정치자금법 제11조 제3항), 후원회의 회계장부에는 기재되나 일반에게 공개되지는 않는 경우는 대통령선거의 후보자 및 예비후보자의 경우 연간 500만원 이하를 기부한 자의 인적 사항과 금액에 한정된다(동법 제42조 제4항). 따라서 후원자들이 실명이 공개되는 것을 꺼릴 경우 익명이나 비공개를 전제로 후원회를 통하여 5억원을 마련할 기회는 제약되어 있으며, 경제상황이 악화된다면 후원금을 통한 정치자금의 조달은 더욱 제약될 것이다.

그러므로 국민들의 지지도가 높은 후보자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지지도가 반드시 후원금의 기부액수로 연결될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개인이 5억원을 가지고 있거나 쉽게 동원할 수 있다는 것과 5억원을 일반인으로부터 모금할 수 있다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볼 것이다. 기탁금이 피선거권 행사의 필수적 선결조건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후보자 개인 입장에서 그 금액조달이 가능한지 여부가 기탁금의 과다 여부 판단의 일차적 고려사항이 되어야 하며, 후원회를 통하여 그러한 금액을 조달할 수 있거나 부채를 질 수 있는지 여부는 기탁금 액수의 위헌성 문제를 판단하는데 중요한 고려사항이라고 보기 어렵다.

외국의 경우, 정치자금의 기부가 폭넓게 허용되지만 우리와 같은 고액 기탁금제도가 없으며, 정치자금을 모금할 수 있으므로 고액 기탁금제도가 허용되어야 한다는 논지도 발견할 수 없다.

(다) 고액 기탁금의 문제점은 그 반환조건과도 연관된다. 아무리 고액의 기탁금을 마련한 후보자도 현행 공직선거법에서처럼 유효투표총수의 10-15%의 득표를 받을 경우 50% 반환, 15% 이상의 득표를 받을 경우에만 전액 반환된다면(제57조 제1항), 그러한 지지율에 못 미칠 경우 5억원을 기꺼이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피선거권 행사를 못하게 될 것이다.

이는 결국 기탁금이 고액이라도 재력이 풍부하여 그 정도의 돈을 쉽게 조달, 활용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입후보 난립방지 효과를 가지지 못하면서, 그 기탁금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만 입후보를 방지하는 효과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헌재 2001. 7. 19. 2000헌마91 등, 판례집 13-2, 77, 90). 더구나 그러한 효과가 단순히 5억원이라는 고도의 경제적 상태를 기준으로 나타나게 한 것은 공직선거에 후보자로 참여할 기회를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것이다.

(라) 헌법재판소는 1995. 5. 25. 선고 92헌마269 등 결정에서 대통령선거에 3억원의 기탁금을 규정한 구 대통령선거법 제26조 제1항을 합헌으로 결정하였다.

그런데 당시의 선거법은 기탁금으로 선거인명부 및 부재자신고인명부의 사본작성비용을 부담하도록 하였으며, TV와 라디오를 통한 각 1회의 후보자 및 연설원의 연설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도록 하였다(그러나 기탁금에서 이를 공제하고 다만 후보자가 유효투표총수의 7% 이상 득표시 공제하지 않음). 그러므로 무분별한 후보자가 난립할 경우를 대비하여 그러한 선거비용의 담보를 위해 기탁금이 3억원이 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실제로 당시 국고에서 부담한 연설비용은 후보자 중 최저가 3억여원이었고 최고는 6억여원에 이르렀으므로 모두 기탁금 3억원을 초과하였다(헌재 1995. 5. 25. 92헌마269 등, 판례집 7-1, 768, 780).

그런데 현행 공직선거법에서는 선거인 명부 작성비용을 기탁금으로 부담하게 하는 제도가 폐지되었고 선거방송비용도 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하는 대담․토론회 및 정책토론회(공직선거법 제122조의2 제3항 제4호, 제5호) 외에는 전적으로 후보자 개인부담이 된다(득표율 10% 이상시 국가가 사후에 이를 보전함).

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하는 위 대담․토론회는 기본적으로 대상이 ‘국회의원 5인 이상 소속 정당의 후보자, 직전 선거에서 3% 이상 득표한 정당의 후보자, 여론조사 평균지지율 5% 이상 후보자’(공직선거법 제82조의2)에 한정되고, 위 정책토론회는 ‘국회의원 5인 이상 소속 정당 혹은 직전 선거에서 3% 이상 득표한 정당의 대표자나 지정자’(공직선거법 제82조의3)에 한정되므로, 후보자가 난립한다고 해서 그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한편 과태료 내지 불법시설물 등에 대한 대집행비용은 종전 규정과 마찬가지로 기탁금에서 공제하게 되나, 제14대 대통령선거의 경우 그 금액은 후보자별로 최대가 4500만원 미만이었고, 제16대의 경우 최대가 2800만원 미만이었으며, 제17대의 경우 최대가 4775만원이었던 것을 보면, 과태료 및 대집행비용을 미리 확보하기 위하여 기탁금이 3억원이나 5억원과 같은 고액일 필요는 없다고 볼 것이다.

공직선거법구 대통령선거법과 같이 투표참관인과 개표참관인의 수당과 식비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도록 하였으나(제122조의2 제3항 제6호, 제7호), 제16대 대통령선거의 통계를 보면 군소정당 후보자나 무소속 후보자의 경우 참관인 선정은 모든 투표소나 개표소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현실적으로 비교적 적은 수에 그치고 있으므로(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간, 제16대 대통령선거총람, 101, 119쪽), 후보자가 난립된다고 해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부담이 비약적으로 증

가할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공직선거법은 선전벽보의 첩부 및 철거비용, 점자형 선거공보의 작성 비용 등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부담으로 하고 있으나, 설사 기탁금이 더 낮아져서 후보자가 더 증가한다고 해도 그러한 비용의 증가는 심각한 것이라고 보이지 않는다.

결국 현행 선거법 하에서 대통령선거의 기탁금 액수가 종전과 같이 3억원이 되어야 할 필요성은 오히려 약해졌는데도, 기탁금이 5억으로 증가되어 있고, 또 기탁금이 반환되는 유효투표수 득표율도 종전은 7% 이상이었으나, 현행 공직선거법은 15% 이상(전부 반환) 혹은 10% 이상 15% 미만(절반만 반환)이어야 하므로 반환조건은 더 엄격해졌다.

그렇다면 이 사건 조항의 기탁금이 왜 5억원으로 되어야 했는지에 대해서는 합리적 설명이 존재하지 않는다. 기탁금이 3억원일 때 후보자가 난립되었으므로 기탁금 액수를 더 상향하여야 한다거나, 그 정도의 상향은 물가인상으로 인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마) 기탁금이 고액이 아닐 경우 후보자가 늘어날 가능성은 있지만, 무소속 후보자의 경우 검인된 추천장을 사용하여 5 이상의 시․도에 나누어 총 선거권자 2500명 내지 5000명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공직선거법 제48조 제2항 제1호), 통상 대통령선거에서 소요되는 많은 비용과 노력을 감안하면 기탁금 액수만 가지고 후보자난립 문제를 대처할 필요는 없다고 볼 것이다. 또한 정당정치의 발전과 국민들의 정치문화의 성숙도에 따라 진지하지 못한 후보자의 난립현상은 줄어들 수 있다.

(바) 통상 대통령선거에서 사후에 보고되는 총 선거비용이 정당추천 후보자에 따라서는 3-400여억원에 이르는 상황을 보면 기탁금 5억원은 상대적으로 적은 금

액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후보자가 그 정도의 선거비용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일단 후보자 등록단계에서 5억원을 조달할 수 없으면 후보자가 될 수 없으며, 아무리 훌륭한 자질을 가지고 있거나 사회적으로 지지를 받는 사람들이라도 후보자등록시 5억원이 지나친 부담이 되어 입후보를 포기하게 한다면 이들에게는 대통령직에 대한 피선거권의 행사가 봉쇄당하게 된다. 비록 그러한 사람들이 소수에 그치더라도 그러한 소수자들의 기회가 박탈당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일부 소수층의 참정권 제한은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한다면 다수결의 원리에 의하여 지배되는 정치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소외된 소수자’들의 인권을 헌법보장의 사각지대에 방치하는 결과가 되어 결국 헌법의 기본권 보장정신에 어긋나기 때문이다(헌재 2001. 7. 19. 2000헌마91 등, 판례집 13-2, 77, 90).

대통령제를 둔 외국에서는 대통령선거에 기탁금제도를 두는 나라 자체를 찾아볼 수 없으며(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발행, 외국의 선거제도 비교분석집, 2005), 유일하게 프랑스에서 기탁금제도를 찾아볼 수 있으나 우리 돈 260만원 정도에 그치고 있다. 선거제도의 차이점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지구상에 유래가 없는 그런 고액의 기탁금제도를 우리나라에서만 두어야 하는 합리적 이유를 발견하기 어렵다.

(사) 결론적으로, 이 사건 조항이 설정한 5억원의 기탁금은 대통령선거에서 후보자난립을 방지하기 위한 입법목적의 달성수단으로서는 개인에게 현저하게 과다한 부담을 초래하며, 이는 고액 재산의 다과에 의하여 공무담임권 행사기회를 비합리적으로 차별하므로, 입법자에게 허용된 재량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다.

(3) 소결론

이 사건 조항은 청구인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

다. 주문에 관한 의견

(1) 재판관 이강국, 재판관 김희옥, 재판관 민형기, 재판관 목영준, 재판관 송두환의 헌법불합치의견

이 사건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는 이유는, 기탁금제도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기탁금 액수가 지나치게 고액이라는 데에 있다. 그러므로 위 기탁금 액수는 대통령선거에 출마하는 진지하고 성실한 후보자라면 적법한 범위 내에서 충분히 조달할 수 있는 금액으로 조정되어야 한다.

한편 대통령선거에서 지나친 후보자난립을 방지할 필요성이 있음은 앞에서 본 바와 같은바, 우리 공직선거법은 이를 위하여 기탁금제도와 함께, 선거권자의 추천제도를 두고 있다. 즉, 대통령선거의 무소속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는 검인된 추천장을 사용하여 5 이상의 시·도에 나누어 하나의 시·도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선거권자의 수를 500인 이상으로 한 2500인 이상 5000인 이하 선거권자의 추천을 받도록 하고 있다(법 제48조 제2항 제1호).

그렇다면 후보자난립을 방지하면서도 후보자에게 과도한 금전적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하여는, 기탁금 액수를 합헌적 범위 내로 조정하는 것과 함께 무소속후보자의 추천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는바, 이러한 권한은 입법자에게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조항에 대하여 단순위헌 선언을 하여 조항 자체를 폐지시키는 것 보다는 추후 입법자가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합헌적으로 개정할 수 있도록 헌법불합치 선언을 하고, 입법자가 2009. 12. 31.을 시한으로 하여 개정할 때까지 이를 계속 적용하는 것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2)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이동흡의 단순위헌의견

이 사건 조항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이유는 다수의견과 같으나 주문에 대해서는 다수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

이 사건 조항은 공무담임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단순위헌결정이 선고되어야 한다. 다음 대통령선거는 2012년으로 예정되어 있으므로,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 조항을 단순위헌으로 선언하더라도 입법자는 충분한 기간 내에서 기탁금제도를 후보자가 조달할 수 있는 합헌적인 범위로 정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선거가 종료된 후에 기탁금제도의 위헌성을 확인하는 경우 헌법불합치결정을 한 적이 있으나(국회의원선거 기탁금 사건. 헌재 1989. 9. 8. 88헌가6 결정), 당시는 국회의원의 재선거나 보궐선거를 있을 것을 고려한 것이었고, 그러한 고려사항이 없을 경우 해당 선거가 종료된 후에는 기탁금제도에 대하여 단순위헌결정을 하였다(헌재 2001. 7. 19. 2000헌마91 등 결정). 이 사건에서 재선거나 보궐선거를 고려할 필요성이 없다.

그러므로 이 사건에서 굳이 잠정적용을 명하는 헌법불합치결정을 할 필요가 없이 단순위헌결정을 하여야 한다.

5. 결론

이 사건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재판관들의 의견이 위와 같다면, 이에 대하여는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는 선언을 하여야 하므로 이에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는 재판관 조대현의 아래 6.과 같은 위헌의견과 재판관 이공현의 아래 7.과 같은 반대의견이 있다.

6. 재판관 조대현의 위헌의견

공직선거의 후보자로 등록하려면 기탁금을 납부하여야 하고 일정한 비율 이상의 득표를 하지 못하면 기탁금을 반환하지 아니하는 제도는 전부 헌법에 위반된다고 생각한다.

공직선거는 대의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절차이고 공직선거의 후보자로 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공무담임권과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구현하는 수단이다. 공직선거의 후보자 등록요건으로서 기탁금의 납부를 요구하고 선거결과 유효투표의 일정 비율 이상을 득표하지 못할 경우에 기탁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몰수하도록 하는 것은 선거제도의 민주주의 실현 기능을 억제하고 공무담임권과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며, 기탁금을 납부하거나 포기할 경제적 능력이 없는 국민의 후보자 등록을 어렵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탁금제도에 의하여 공직선거의 후보자로 되는 것을 제한하려면, 공무담임권과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필요성(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이 있어야 하고, 공직선거의 후보자 등록에 관하여 경제적 능력이 없는 국민을 차별하여야 할 합리적 이유가 있어야 한다.

기탁금제도는 후보자의 난립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공직선거는 대의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절차이고 그 후보자 등록은 공무담임권과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구현하는 수단인 점에 비추어 보면, 공직선거의 후보자가 가급적 많이 등록하도록 유도함이 마땅하다고 할 것이고, 공직선거의 후보자가 난립할 우려가 있다고 하여 그 후보자 등록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헌법 제8조 제1항은 복수정당제를 보장하고 있으므로 정당추천 후보자의 난립을 막기 위하여 기탁금제도를 두는 것은 허용되기 어렵다. 무소속후보자로

되고자 하는 자는 일정한 수 이상의 선거권자의 추천을 받도록 요구하고 있는바, 이처럼 선거권자의 추천을 받은 후보자에 대하여 다시 후보자의 난립을 방지한다는 이유로 기탁금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기탁금은 선거비용에 충당되는 것이 아니라 과태료나 불법선거에 대한 대집행비용으로 충당되는데, 기탁금제도가 매우 중요한 정치적 자유를 제한하는 점에 비추어 보면,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한 제재수단을 위법행위가 있기도 전에 미리 확보하기 위하여 기탁금을 예납하게 하는 것도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결국 공직선거의 기탁금제도와 그 몰수제도는 헌법 제37조 제2항이 요구하는 기본권 제한사유도 없이 공무담임권과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고, 합리적 사유도 없이 기탁금을 납부하거나 포기할 경제적 능력이 없는 국민의 후보자 등록을 어렵게 하여 차별하는 것이어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7. 재판관 이공현의 반대의견

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보므로 아래와 같이 견해를 밝힌다.

가. 후보난립 방지필요성의 절실성

오늘날 민주국가에서 선거제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선거는 국민이 직접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제도로서 통치권 또는 국정담당자를 결정하는 주권행사의 수단으로 민주적 정당성 부여의 계기이고, 우리 사회의 소수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며, 나아가 소수가 다수가 될 수 있는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장이 된다.

위와 같은 이념적 중요성을 가지는 외에 선거에 참여하는 국민들에 대한 관계

에서 선거는 스스로의 이해관계나 정치적 지향, 변화의 요구를 정책과 제도에 관철시킬 수 있는 구체적 기회가 되고, 막대한 선거비용 중 상당부분은 궁극적으로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현실적으로도 국민들의 이해와 직접적이고 중요한 연관을 맺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선거는 후보자에 대한 정보제공 및 후보자의 공약 또는 비전의 제시 과정에서 개인과 집단의 이익을 위하여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 사업적 목적이나 종교적 목적을 위하여, 또는 병적인 과시욕 등으로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고, 허황된 약속이나 자신에 대한 신화적 포장을 통해 대중을 미혹하여 이익을 얻고자 하는 이들에게 선거는 더할 나위없는 수단이 될 우려가 있으며, 후보자에 대한 신분보장(공직선거법 제11조)을 남용하고자 하는 이들 또한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진지하지 못하고 불성실하며, 경우에 따라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후보자의 출현은 선거의 순기능을 저해하고, 국민의 정치에 대한 냉소를 심화시켜 선거를 단순한 유희로 전락시킨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정하는 기탁금제도는 직접적으로는 위와 같은 무분별한 후보난립을 방지하고, 궁극적으로는 선거의 진지성을 확보하여 선거의 순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특히 대통령선거는 국가의 원수이자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해야 할 책무를 지는 가장 중요한 국가권력담당자인 대통령을 선출하는 것이다. 일정한 나이에 달한 국민 모두를 선거권자로 하고, 우리 사회가 그에 쏟는 에너지가 천문학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후보난립으로 인한 폐해가 다른 어느 선거에서 보다 크다고 할

것이고, 후보난립을 방지할 필요성은 매우 절실하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정하는 대통령 선거에서의 기탁금제도는 그 기탁금액이 과다하지 않는 한 헌법상 허용된다고 할 것이다(헌재 1995. 5. 25. 92헌마269 등, 판례집 7-1, 768, 779 참조).

나. 기탁금액의 과다 여부

대통령선거에서 기탁금제도 자체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기탁금을 납부하지 아니하면 후보등록을 할 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 자유로운 입후보에 대한 제한이 되고, 그 금액이 과다하여 당선가능성이 있음에도 이를 납부할 경제적 능력이 없는 자로 하여금 입후보를 할 수 없게 하는 정도라면 참정권, 공무담임권, 평등권 등을 침해하는 것이 될 수 있으므로 기탁금액은 기탁금제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공익목적과 그로 인한 기본권 제한 사이에 균형과 조화를 이루도록 책정되어야 한다. 다만 구체적인 기탁금액은 입법자가 정책적 판단에 따라 재량으로 결정할 사항이라 할 것이므로 그 금액이 입법자에게 허용된 재량의 범위를 넘어 현저하게 과다하거나 불합리하게 책정되어 위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정도에 이르지 않는 한 위헌이라고 할 수 없다 할 것이다(헌재 1995. 5. 25, 92헌마269 등, 판례집 7-1, 768, 779-780).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정한 기탁금 5억원이 대통령선거에서 후보난립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달성에 필요한 적정한 수준을 넘는 금액인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현재 대통령 선거의 경우 선거비용 제한액이 인구수에 950원을 곱한 금액으로(공직선거법 제121조 제1항 제1호) 각 후보자들이 막대한 금액을 선거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는 현실, 기탁금액은 불성실한 입후보자에 대한 실질적 제재 효과를 거

둘 수 있는 금액이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위 기탁금 5억원이 목적달성에 필요한 금액으로서 과도하다고 볼 수 없다.

한편 1995년 우리 재판소는 대통령선거 입후보자에 대한 기탁금 3억원이 과도하지 아니하다고 판시한 바 있는데, 1995년부터 2007년에 이르는 동안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을 생각할 때 위와 같은 정도의 기탁금인상은 지나친 것으로 보이지 아니한다.

다음으로 위 금액이 당선가능성이 있는 자의 후보등록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어렵게 하는 정도로 과다하여 참정권이나 공무담임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기탁금은 원칙으로 당선되거나 일정한 수준의 득표만 하면 선거종료 후 반환받는 것이므로 당선가능성이 있는 자에게는 사후반환이 보장된 일시적인 예납금이라 할 수 있다. 정당은 정치적 의사형성에 필요한 조직을 갖추고 있는 것이므로 대통령선거에서 당선가능성이 있다고 보아 후보자를 추천하였다면 그러한 정당에서 5억원 정도의 기탁금을 마련하는 것이 크게 어렵다고 보이지는 않고, 이 사건 심판청구 이후 개정된 정치자금법(2008. 2. 29. 법률 제8880호로 개정된 것) 제6조에 의하면 대통령선거 후보자 및 예비후보자는 후원회를 지정하여 둘 수 있으므로 공직선거법에 따라 2,500명 이상 5,000명 이하의 추천(공직선거법 제48조)을 받을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을 갖춘 무소속후보자라면 우리의 경제현실에 비추어 위와 같은 기탁금액을 마련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어렵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위 기탁금액이 참정권이나 공무담임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정도로 과다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헌재 1995. 5. 25, 92헌마269 등, 판례집 7-1, 768, 781-782 참조).

또한 선거비용의 과다지출과 선거부정 및 과열 등으로 공명선거에의 요청이 큰 우리의 선거풍토에서 단순히 외국의 예를 기준으로 위 기탁금액이 과다하다고 할 수는 없다. 무소속 후보자에 대한 추천제도가 무분별한 후보난립을 방지하는 유력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단순한 추천제도만으로는 정치적 냉소가 심각한 현실 속에서 진지하지 못한 추천의 가능성이 높아 기탁금제도를 전적으로 대체할 수단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입법자가 이러한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추천제도를 두면서 아울러 5억원을 기탁하도록 정한 것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할 수도 없다(헌재 1995. 5. 25, 92헌마269 등, 판례집 7-1, 768, 781-782 참조).

한편 후보난립의 폐해를 막기 위한 기탁금 제도의 취지상 기탁금 반환에 일정한 제한을 둘 수밖에 없는데, 그 제한의 엄격성이 곧 기탁금 액수의 과다함을 추정하도록 하는 것은 아니다. 반환요건의 엄격성으로 인한 문제는 기탁금 액수가 적은 경우에도 동일하게 발생할 수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반환요건의 엄격성으로 인하여 기탁금액에 대한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공직선거법 제57조에 따르면 최대 6인(유효투표총수의 15% 이상의 득표자)에 대하여 과태료 및 대집행 비용을 공제한 전액의 반환이 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위와 같은 국민적 지지를 통하여 능력과 자질이 검증된 이들에 대하여는 과거 대통령선거법과 달리 선거인명부 및 부재자신고인명부의 사본작성비용을 기탁금에서 공제하지 아니하도록 하여 더욱 실질적인 반환보장을 하고 있다는 점 및 그에 미치지 않더라도 유효투표총수의 10% 이상을 득표한 경우에는 50%의 기탁금을 반환하도록 하면서 과거 대통령선거법 하에서와는 달리 국고연설비용부담을 공제하지 아니하여 명목상의 반환에 그치지 않도록 한 점 등에서 위와 같은 반환요건으로

인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입법목적 달성의 필요를 넘어 자의적으로 과도한 기탁금을 정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정하는 기탁금 5억원은 대통령선거에서 기탁금제도의 목적달성에 필요한 금액을 넘지 아니하고 입후보하려는 국민의 공무담임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정도에 이르지도 아니하여 입법재량의 범위를 일탈한 과다한 금액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2008. 11. 27.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이강국

재판관 이공현

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김희옥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민형기

재판관 이동흡

재판관 목영준

재판관 송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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