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07헌바121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7호 등 위헌소원
청구인
1. 조○화
2. 김○규
3. 조○경
4. 조□경
5. 조 숙
6. 조△경
청구인들의 대리인 변호사 강지원
당해사건
서울고등법원 2006재나517 손해배상(자)
주문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개정된 것) 제451조 제1항 제7호, 제2항 중 ‘제7호’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들은 조▽경의 부모 및 자매들이다. 2000. 9. 22.경 북한강 바닥 진흙 속에서 서울 33허 ○○○○호 그랜저 승용차가 발견되었는데, 거기에서 키 153cm 정도인 30대 초반 여성의 것으로 추정되는 골반뼈와 다리뼈 등이 발견되었다. 수사기관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사인 및 사망자의 신원확인을 위하여 사체부검을 의뢰하였는데,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소속 의사 이한영은 뼈의 부패 정도가 심하여 유전자가 검출되지 않아 신원확인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의 부검감정을 하였다.
(2) 청구인들은 위 뼈들이 조▽경의 것이라는 전제하에서 당시 위 승용차를 렌트하여 1997. 6. 30.경 위 조▽경을 탑승시켰던 청구외 변○태가 위 승용차를 부주의하게 운전하다가 북한강에 추락하여 조▽경으로 하여금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고 주장하며, 위 승용차의 보험자인 삼성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를 피고로 서울지방법원 2001가단196589호의 손해배상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위 법원은 당시의 여러 정황과 자동차에서 발견된 위의 유골 등을 근거로 하여 변○태가 부주의하게 운전하다가 동승한 조▽경을 사망에 이르게 한 사실을 추단함으로써 원고 일부 승소의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 2002나53805호로 제기된 위 판결의 항소심에서 위 법원은 당시의 여러 정황 및 위의 유골의 존재만으로는 1997. 6. 30. 후 불상의 시점에 강에 추락하였을 가능성, 추락 당시의 운전자가 위 변○태외의 다른 사람일 가능성, 추락의 경위가 위 승용차를 운전하던 사람의 과실이 아닐 가능성, 그 유골이 조▽경이 아닌 다른 여성의 것일 수도 있을 가능성 등을 모두 배제할 수 없다고 하여 제1심 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부
분에 해당하는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다는 내용의 판결을 선고하였다. 청구인들은 대법원 2003다54438호로 상고를 제기하였으나, 대법원은 2003. 12. 26. 원고들의 상고를 기각하는 내용의 판결을 선고하였다.
(3) 그 후 청구인들은 사망자의 신원확인에 대한 재조사신청을 하였고, 이에 2006.경 위 유골에 대한 재감정이 있었는데, 2000.경에는 불가능하였던 유전자형 검출이 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위 재감정시에는 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에 재감정의 결과로 위 유골에서 검출된 유전자형과 원고들 사이의 DNA 염기서열이 일치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에 청구인들은, 결국 2000.경 수사기관이 의뢰하였을 때 담당의사가 위와 같이 유전자가 검출되지 않아 신원확인이 불가능하다고 한 감정은 잘못된 내용이므로, 위 항소심 판결은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7호 소정의 재심사유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재심을 청구하여 그 소송 계속중에 위 조항 및 동조 제2항은 이 사건과 같이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하여 새로운 사실이 밝혀진 경우를 재심의 사유로 인정하지 않아 결국 청구인들의 재판청구권,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07. 11. 1. 기각되자, 같은 해 11. 14.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청구인들은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7호 및 동조 제2항에 대하여 헌법소원을 청구하고 있으나, 위 조항의 제2항에서 이 사건과 직접 관계되는 것은 ‘제7호’ 부분에 한정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개정된 것) 제451조 제1항 제7호, 제2항 중 ‘제7호’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위헌여부이고,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규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민사소송법 제451조 (재심사유) ① 다음 각 호 가운데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확정된 종국판결에 대하여 재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다만, 당사자가 상소에 의하여 그 사유를 주장하였거나, 이를 알고도 주장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7. 증인․감정인․통역인의 거짓 진술 또는 당사자신문에 따른 당사자나 법정대리인의 거짓 진술이 판결의 증거가 된 때
② 제1항 제4호 내지 제7호의 경우에는 처벌받을 행위에 대하여 유죄의 판결이나 과태료부과의 재판이 확정된 때 또는 증거부족 외의 이유로 유죄의 확정판결이나 과태료부과의 확정재판을 할 수 없을 때에만 재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관련규정]
민사소송법 제451조 (재심사유) ① 다음 각 호 가운데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확정된 종국판결에 대하여 재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다만, 당사자가 상소에 의하여 그 사유를 주장하였거나, 이를 알고도 주장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법률에 따라 판결법원을 구성하지 아니한 때
2. 법률상 그 재판에 관여할 수 없는 법관이 관여한 때
3. 법정대리권․소송대리권 또는 대리인이 소송행위를 하는 데에 필요한 권한의 수여에 흠이 있는 때. 다만, 제60조 또는 제97조의 규정에 따라 추인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4. 재판에 관여한 법관이 그 사건에 관하여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때
5. 형사상 처벌을 받을 다른 사람의 행위로 말미암아 자백을 하였거나 판결에 영향을 미칠 공격 또는 방어방법의 제출에 방해를 받은 때
6. 판결의 증거가 된 문서, 그 밖의 물건이 위조되거나 변조된 것인 때
7. (생략)
8. 판결의 기초가 된 민사나 형사의 판결, 그 밖의 재판 또는 행정처분이 다른 재판이나 행정처분에 따라 바뀐 때
9. 판결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판단을 누락한 때
10. 재심을 제기할 판결이 전에 선고한 확정판결에 어긋나는 때
11. 당사자가 상대방의 주소 또는 거소를 알고 있었음에도 있는 곳을 잘 모른다고 하거나 주소나 거소를 거짓으로 하여 소를 제기한 때
제456조 (재심제기의 기간) ① 재심의 소는 당사자가 판결이 확정된 뒤 재심의 사유를 안 날부터 30일 이내에 제기하여야 한다.
② 제1항의 기간은 불변기간으로 한다.
③ 판결이 확정된 뒤 5년이 지난 때에는 재심의 소를 제기하지 못한다.
④ 재심의 사유가 판결이 확정된 뒤에 생긴 때에는 제3항의 기간은 그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계산한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재심이유) 재심은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이유가 있는 경우에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그 선고를 받은 자의 이익을 위하여 청구할 수 있다.
1~4. (생략)
5. 유죄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무죄 또는 면소를, 형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형의 면제 또는 원판결이 인정한 죄보다 경한 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
2. 청구인들의 주장 및법원의 위헌제청신청기각 이유 요지
가. 청구인들의 주장 요지
당해사건의 재심대상판결은 과거의 과학기술에 의하여 이루어진 잘못된 감정결과에 기초한 것으로서 그 후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하여 위 감정결과가 잘못된 것임이 밝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감정인의 거짓된 진술이 유죄의 판결이나 과태료부과의 재판이 확정된 때 또는 증거부족 외의 이유로 유죄의 확정판결이나 과태료부과의 확정재판을 할 수 없을 때에만 재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서 위와 같은 경우를 재심사유에서 제외하고 있다. 그 결과, 과학기술의 발전을 통해 새로운 사실이 드러남으로써 과거의 판결이 잘못된 사실에 기초하였다는 점이 밝혀졌다 하더라도 이에 대하여 재심청구를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상 재판청구권,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
나. 법원의 위헌제청신청기각 이유 요지
(1)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이 재심사유를 한정적으로 열거하고 있으나, 이는 확정판결의 법적 안정성을 유지하고 불필요한 재심을 방지하여 분쟁해결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등과 같은 재심제도의 취지에 부합하는 것으로서 입법자에게 주어진 합리적 재량의 범위 내의 것으로 보인다.
(2)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2항이 감정인의 거짓진술이라는 가벌행위에 대한 유
죄판결의 확정이나 증거부족 외의 이유로 유죄의 확정판결을 할 수 없을 것을 요구하는 것은, 가벌행위의 존재만을 내세우면서 무분별하게 재심을 제기하는 남소의 폐단이 우려되어 이를 제한함으로써 종국적으로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한 규정을 둔 것으로, 이 또한 입법자에게 주어진 합리적 재량의 범위 내의 것으로 보인다.
(3)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확정판결을 함부로 무시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을 저해하는 것을 막기 위한 부득이한 장치라고 할 것이므로, 위 규정을 위헌으로 볼 수 없다.
3. 판단
가. 재판청구권과 입법형성권
(1) 재판청구권과 재심제도
(가) 헌법 제27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함으로써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자격과 절차에 의하여 임명되고 물적 독립과 인적 독립이 보장된 법관에 의하여 합헌적인 법률이 정한 내용과 절차에 따라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이러한 재판청구권은 공권력이나 사인에 의해서 기본권이 침해당하거나 침해당할 위험에 처해있을 경우 이에 대한 구제나 그 예방을 요청할 수 있는 권리라는 점에서 다른 기본권의 보장을 위한 기본권이라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재판이라 함은 구체적 사건에 관하여 사실의 확정과 그에 대한 법률의 해석적용을 그 본질적인 내용으로 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따라서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한다고 함은 결국 법관이 사실을 확정하고 법률을 해석ㆍ
(나) 한편, 재심은 확정된 종국판결에 재심사유에 해당하는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경우 그 판결의 취소와 이미 종결되었던 사건의 재심판을 구하는 비상의 불복신청방법으로서 그와 같은 중대한 하자가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법적 안정성을 후퇴시키고 구체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마련된 것이므로, 판결에 대한 불복방법의 하나인 점에서는 상소와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지만, 상소와는 달리 재심은 확정판결에 대한 불복방법이고 확정판결에 대한 법적 안정성의 요청은 미확정판결에 대한 그것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상소보다 더 예외적으로 인정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헌재 2004. 12. 16. 2003헌바105 , 판례집 16-2 하, 505, 513 참조).
(2) 재심제도와 입법형성권
재심제도의 규범적 형성에 있어서, 입법자는 확정판결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의 중대한 하자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가려내어야 하는바, 이는 사법에 의한 권리보호에 관하여 한정된 사법자원의 합리적인 분배의 문제인 동시에 법치주의에 내재된 두 가지의 대립적 이념 즉, 법적 안정성과 정의의 실현이라는 상반된 요청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의 문제로 돌아가므로, 결국 이는 불가피하게 입법자의 형성적 자유가 넓게 인정되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재심제도와 관련하여 인정되는 입법적 재량을 감안하다면, 민사소송법상 재심의 사유를 규정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성에 대한 판단은, 입법자가 분쟁의 신속한 해결을 통한 법적 안정성의 확보에만 매몰되어 재판의 적정성이라는 법치주의의 또 다른 이념을 현저히 희생함으로써, 제반 기본권의 실현을 위한 기본권으로서의 재판청구권의 본질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등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하여 그 내용이 현저히 자의적인지 여부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
(1) 재판청구권 및 평등권 침해여부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은, 감정인의 거짓진술이 판결의 증거가 되고(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7호), 나아가 그 거짓진술에 대하여 유죄의 판결이 확정되는 등의 경우(동조 제2항)에 한하여 재심의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실체적 사실과 상이한 감정인의 진술이 있었다 하더라도 위와 같이 협소한 요건으로 한정하여 재심을 인정하는 이유는, 한편으로 판결의 기초가 된 자료에 중대한 하자가 있을 경우 확정판결에 대한 재심을 통해 당사자의 권리가 구제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 무분별하게 재심을 제기하는 남소의 우려를 줄임으로써 확
정된 종국판결의 법적 안정성을 유지함과 아울러 사법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입법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
(나) 다음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내용이 지나치게 자의적이어서 입법자에게 허용되는 형성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살펴본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재심은 그 제도적 취지상 확정판결을 불복의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법적 안정성의 요청을 물리쳐야 할 만큼 정의의 요청이 절박한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인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과학의 진전을 통하여 기존의 확정판결에서 인정된 사실과는 다른 새로운 사실이 발견된다 하더라도, 이러한 사유는 기존 재판 당시의 기준으로 결코 예측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확정판결이 번복되어야 할 만큼의 중대한 재판상 하자인지 여부가 모호하고, 또한 과학의 발전이라는 것은 연속적인 성격을 지니므로 그로 인한 새로운 사실의 발견은 확정판결 이후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바를 민사소송법상 재심사유로 두는 것은 법적 안정성의 이념을 허약한 토대위에 올려놓는 결과가 될 우려가 있다.
한편, 과학의 발전을 통한 새로운 사실의 발견이라는 것도 결국 그 시대적 변화 상황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는 확정판결 이후 우연하게 발생하는 사정에서 비롯된다고 할 것인데, 그와 같은 우연성에 기대어 확정판결에 대한 불복가능성을 무한히 열어두는 것은 법적 안정성의 근본을 흔들 여지가 충분하다고 보인다. 판결이 확정된 후 상당한 시간이 경과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언제 발생할지도 모를 우연한 사정에 기하여 그 판결의 결론을 유동적으로 방치한다면, 애초의
확정판결에 기초하여 형성된 복잡․다양한 사법적(私法的) 관계들도 항시 불확정적 상태로 유지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우리 사회의 법적 안정성이 훼손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비록 우리나라의 형사소송법이 “유죄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무죄 또는 면소를, 형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형의 면제 또는 원판결이 인정한 죄보다 경한 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를 재심사유로 규정하고 있지만(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 국가 공권력에 의한 형벌권의 행사를 규율하는 형사소송법과 사인간의 권리의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민사소송법은 그 제도적 성격이나 취지가 서로 상이하므로, 이를 반드시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실체적 진실의 발견과 인권보장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형사법과는 달리, 민사법에서는 경우에 따라 진정한 권리자의 이익보다도 거래안전을 우선시하기 위한 여러 제도를 갖추고 있는데, 이를테면 시효제도나 선의취득을 인정하고 있고, 취소권자 등으로부터 선의의 제3자를 보호하는 다수의 규정들이 존재하기도 한다. 이러한 제도들은 다소간 실체적 진실의 희생이나 양보 하에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형사법의 이념과 구별되는 민사법의 특징을 보여주는 것인바(물론 형사소송법에 있어서도 공소시효 등과 같이 정의의 이념보다 법적 안정성의 이념에 더 가까운 제도가 있다.), 그러한 논리적 맥락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조속한 권리관계의 확정을 통하여 종국판결의 법적 안정성을 유지하고 불필요한 재심의 여지를 차단하여 분쟁해결의 실효성을 확보하며 사법자원의 효율적인 분배를 추구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감안한다면, 청구인들 주장과 같은 사유를 재심의 대상으로 분류하지 않은 입법자의 판단에서 합리적인 이유를 찾아볼 수 있고, 단
지 형사소송법상 재심사유와는 상이한 형태로 규정되어 있다는 이유만을 들어 위 법률조항이 입법재량을 벗어난 자의적인 입법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 요컨대 감정인의 거짓진술에 대하여 그것이 판결의 증거가 될 것 및 그 진술에 대하여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당사자의 권리를 실효적으로 보장하는 한편, 무분별하고 불필요하게 재심을 제기하는 남소의 폐단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법적 안정성을 위해 구체적 정의 내지 재판의 적정성을 현저히 희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입법자의 합리적인 재량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 제27조 제1항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라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청구인들의 주장과 같은 사유를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재심사유와 구별하여 민사소송법상 재심의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이 현저히 불합리하거나 자의적인 차별이라고 보기도 어려워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청구인들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대우하여 헌법 제11조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도 없다.
(3) 행복추구권 침해여부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아래 5.와 같은 재판관 민형기의 반대의견을 제외한 나머지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5. 재판관 민형기의 반대의견
가. 다수의견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헌법상 재판청구권은 공권력이나 사인에 의해서 기본권이 침해당하거나 침해당할 위험에 처할 경우 이에 대한 구제나 그 예방을 요청할 수 있는 권리이고, 그 본질이나 내용에 비추어 이를 법률로써 보장함에 있어 입법자가 형성적 재량을 가진다는 점을 모르는 바 아니다.
이렇듯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있어 재판청구권이 수행하는 중추적 역할과 그에 따른 기본권 체계상의 중요한 지위를 고려한다면, 재판청구권에 대한 입법자의 형성적 재량의 범위는 무한정으로 광범위하게 인정될 수 없으며, 국민의 기본권을 충실히 보장하기 위한 재판청구권의 본질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에서 비교적 엄격히 한정될 필요가 있다 할 것이다.
요컨대, 재판청구권은 다른 기본권의 보장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성격이 크므로, 헌법재판소가 재판청구권을 법률로 보장함에 있어 입법자가 발휘하는 재량의 당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기본권의 충실한 보장이라는 우리 헌법 본연의 임무에서 비롯된 엄격한 구속력을 피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나. 다수의견은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적 안정성과 구체적 정의의 실현이라는 두 가지 이념 중 어느 한쪽으로도 현저히 기울어져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종래 알 수 없었던 새로운 사실이 확인되어 기존 확정판결의 결론이 타당성을 상실하게 될 경우까지도, 그것이 ‘이미 확정된 판결’이라는 형식상의 이유로 그 결론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태도는 법적 안정성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것으로서 정의를 추구하는 사법제도의 본질에 부합하지 아니하고, 헌법상 기본권 보장의 정신에도 명백히 위배된다.
확정판결의 규범력을 유지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법적 안정성을 고양하고자 하는 다수의견의 입장을 수긍하지 못할 바는 아니나, 사법의 보다 근본적인 과제는 분명 정의의 추구와 구현에 있고, 새로운 사실을 밝혀낼 수 있는 기술의 발전이 판결의 확정 전에 성취된 것인지 아니면 판결의 확정 이후에 성취된 것인지와 같은 우연한 사정에 따라 당사자에게 미치는 사법적 결론이 상이하게 형성되는 것은 합리적이라 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다수의견은 또한 확정판결에 대한 재심 사유가 확대됨으로써 거래의 안전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하나, 그 판결이 취소되어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안정의 훼손은 사법제도 본연의 소명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초래될 수밖에 없는 부수적인 현상에 불과하고, 나아가 그릇된 증거에 의한 판결에 따라 오도된 권리
관계를 바로잡는다는 의미에서 볼 때 오히려 그와 같은 훼손으로 인하여 비정상적인 관계가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으므로, 이로써 공익에 부합하는 측면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오늘날 현대 사회가 경험하는 과학기술의 놀라운 발전은 과거에는 없던 획기적인 상황이라 할 것이고, 또한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국가로서는 그와 같은 변화에 기하여 새로운 제도적 정비를 실천함으로써 기본권의 실효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경주하여야 할 것임은 물론이므로, 입법자로서는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기술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는 오늘날의 관점에서,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재심 사유를 인정하지 않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입법적으로 타당한지 여부를 다시 검토할 이유가 충분하다 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사법이 기본권 수호적인 태도를 견지할 때, 우리 국민의 기본권은 최종적으로 보호될 수 있고, 이것이 궁극적으로 헌법의 적용을 받는 국가공동체의 통합과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정의의 실현이라는 사법의 본질이 민사법과 형사법에서 본질적으로 다르게 나타나서는 아니되고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사유가 오직 형사소송법상 재심
사유로만 한정되어 민사소송 절차에서는 전적으로 배제되어야 한다는 당위적 요청도 존재할 리 없다는 점에서 다수의견의 입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라. 이러한 사정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정의와 법적 안정상의 이념을 다시 형량하여 볼 때, 과학기술의 진전으로 종래 알 수 없었던 새로운 사실이 확인되어 기존의 확정판결이 타당성을 상실하게 될 경우까지도 법적 안정성을 이유로 이를 재심사유에서 제외하는 것은 기본권의 보장을 위한 기본권임을 핵심적 내용으로 하는 재판청구권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 할 것이다.
2009. 4. 30.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이강국
재판관 이공현
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김희옥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민형기
재판관 이동흡
재판관 목영준
재판관 송두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