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07헌마589 민법 제766조 제1항 위헌확인 등
청구인
정○호
대리인 법무법인 빛고을 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김상훈
주문
1.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개정된 것) 제4조 제1항 및 제5조 제1항 중 제4조에 관한 부분,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부분에 대한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2. 청구인의 나머지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이 운전하는 티코 차량이 1995. 1. 7. 반대방향에서 이○애가 운전하는 소나타 차량과 이○희가 운전하는 트럭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이하 ‘이 사건 교통사고’라 한다)가 있었다.
(2) 이 사건 교통사고와 관련하여 청구인은 2005. 1. 7. 광주지방법원에 이○애․이○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다가, 2005. 9. 14. 광주지방법원에서 민법 제766조 제1항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이유로 패소판결을 선고받았고(2005가단1228), 2심인 광주고등법원에서 2006. 11. 2. 항소기각 판결을 선고받았으며(2005나8889), 다시 상고하였으나 2007. 1. 26. 대법원(2006다79056)에서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 및 제5조에 따른 심리불속행 상고기각판결을 선고받았다.
(3) 청구인은 2007. 2. 1. 위 대법원판결을 송달받고 2007. 5. 23.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① 민법 제766조 제1항(이하 ‘소멸시효 조항’이라 한다), ②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개정된 것) 제4조 제1항 및 제5조 제1항 중 제4조에 관한 부분(이하 ‘심리불속행 조항’이라 한다), ③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부분(이하 ‘재판소원금지 조항’이라 한다), ④ 대법원 2007. 1. 26. 선고 2006다79056 판결(이하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이라 한다)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고, 심판대상 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민법 제766조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①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개정된 것, 이하 ‘특례
법’이라 한다)
제4조 (심리의 불속행) ①대법원은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이 다음 각호의 1의 사유를 포함하지 아니한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더 나아가 심리를 하지 아니하고 판결로 상고를 기각한다.
2. 원심판결이 명령·규칙 또는 처분의 법률위반 여부에 대하여 부당하게 판단한 때
3. 원심판결이 법률·명령·규칙 또는 처분에 대하여 대법원판례와 상반되게 해석한 때
4. 법률·명령·규칙 또는 처분에 대한 해석에 관하여 대법원판례가 없거나 대법원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는 때
5. 제1호 내지 제4호외에 중대한 법령위반에 관한 사항이 있는 때
6. 민사소송법 제424조 제1항 제1호 내지 제5호의 사유가 있는 때
제5조 (판결의 특례) ①제4조및 민사소송법 제429조 본문의 규정에 의한 판결에는 이유를 기재하지 아니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청구사유) ①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절차를 모두 거친 후가 아니면 청구할 수 없다.
2. 청구인의 주장 및 이해관계인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 요지
(1) 소멸시효 조항의 단기소멸시효는 청구인이 손해배상청구를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기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동안” 행사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 조항은 청구인의 재산권과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
(2) 심리불속행제도는 헌법 제101조 제2항에서 보장하는 대법원에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특히 심리불속행의 예외사유 등을 정한 심리불속행 조항은 대법원 판례의 재판규범성을 인정할 우려가 있는 점(제3호), 법령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조차 불명확하다는 점(제5호) 등에 비추어 그 사유가 매우 추상적이고 모호하여 법원에 의하여 자의적으로 운영될 소지가 크므로, 청구인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등 헌법에 위반된다.
(4) 이 사건 판결의 제1심과 제2심은 청구인이 원고가 되어 신청한 증거신청을 모두 배척하는 등 청구인의 변론권을 침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상고심에서 위와 같은 위법사항을 시정하지 아니한 채 특례법을 기계적으로 적용하여 심리불속행 상고기각 판결을 하였으므로, 이러한 대법원 판결은 청구인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다.
나. 법무부장관의 의견
(1) 소멸시효 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사실상 법원의 재판을 대상으로 한 것이고, 또한 소멸시효 조항은 법원의 재판이라는 구체적 집행행위의 매개를 거쳐 비
로소 특정인의 기본권에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직접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
(2) 법원의 재판은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경우가 아닌 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지 않는데,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위와 같이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법원의 재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대상적격이 결여된 것이다.
(3) 심리불속행 조항은 남상소 등을 제한함으로써 재판의 신속과 소송경제 등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서 정당한 입법재량의 범위에 속하므로, 헌법 제27조 제1항의 재판받을 권리 등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4) 재판소원금지 조항에서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심판에서 제외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재판이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한 것이 아닌 이상 입법형성권의 한계 내에 있는 것으로서 정당하다.
3. 판단
가. 소멸시효 조항에 관한 심판청구 부분
법령에 대한 헌법소원의 청구기간은 그 법령의 시행과 동시에 기본권의 침해를 받게 되는 경우에는 그 법령이 시행된 사실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법률이 시행된 날부터 1년 이내에 헌법소원을 청구하여야 하고, 다만 법령이 시행된 뒤에 비로소 그 법령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하여 기본권의 침해를 받게 되는 경우에는 그 사유가 발생하였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그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년 이내에 헌법소원을 청구하여야 한다(헌재 2000. 11. 30. 99헌마624 , 판례집 12-2, 346, 352-353 참조).
앞서 본 바와 같이, 청구인은 2005. 1. 7. 이○애, 이○희를 상대로 법원에 손해
배상을 청구하였으나 2005. 9. 14. 1심(광주지방법원 2005가단1228)에서 소멸시효 조항에 따라 청구인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하였다는 이유로 패소판결을 받았고, 그 후 항소하였지만 2006. 11. 2. 항소기각판결(광주고등법원 2005나8889)을 받은 뒤 다시 이 사건 대법원 판결에서 상고기각판결을 받았음을 알 수 있는바, 그렇다면 청구인은 적어도 1심 판결에 대한 항소제기일 무렵에는 소멸시효 조항으로 인한 기본권침해의 사실관계를 알았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그로부터 90일이 경과한 2008. 5. 23. 청구된 이 부분 심판청구는 청구기간을 도과하여 부적법하다.
나. 이 사건 대법원 판결에 관한 심판청구 부분
법원의 재판 자체는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지 아니함이 원칙이고, 다만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에 대하여만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인바(헌재 1997. 12. 24. 96헌마172 등, 판례집 9-2, 842, 859-862; 헌재 2001. 2. 22. 99헌마461 등, 판례집 13-1, 328, 342-344 참조),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이와 같이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예외적인 재판에 해당되지 아니하므로 그 취소를 구하는 이 부분 심판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도 없이 부적법하다.
다. 심리불속행 조항에 관한 심판청구 부분
헌법재판소는 이미 심리불속행제도를 규정한 심리불속행 조항 등과 관련하여 여러 차례 합헌결정을 선고하였는바(헌재 1997. 10. 30. 97헌바37 등, 판례집 9-2, 502; 헌재 2002. 5. 30. 2001헌마781 , 판례집 14-1, 555; 헌재 2007. 7. 26. 2006헌마551 등, 판례집 19-2, 164; 헌재 2008. 5. 29. 2007헌마1408 , 공보 140, 846 참조), 그
결정 요지는 다음과 같다.
「헌법이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규정하였다고 하여 대법원이 곧바로 모든 사건을 상고심으로서 관할하여야 한다는 결론이 당연히 도출되는 것은 아니며,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사건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모든 사건에 대하여 대법원을 구성하는 법관에 의한 균등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의미한다거나 또는 상고심재판을 받을 권리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또한 심급제도는 사법에 의한 권리보호에 관하여 한정된 법발견자원의 합리적인 분배의 문제인 동시에 재판의 적정과 신속이라는 서로 상반되는 두 가지의 요청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의 문제로 돌아가므로,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형성의 자유에 속하는 사항이다. 심리불속행 조항은 비록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제약하고 있기는 하지만 위 심급제도와 대법원의 기능에 비추어 볼 때 헌법이 요구하는 대법원의 최고법원성을 존중하면서 민사, 가사, 행정 등 소송사건에 있어서 상고심재판을 받을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을 정함에 있어 개별적 사건에서의 권리구제보다 법령해석의 통일을 더 우위에 둔 규정으로서 그 합리성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한편 심리불속행 상고기각판결에 이유를 기재한다고 해도, 당사자의 상고이유가 법률상의 상고이유를 실질적으로 포함하고 있는지 여부만을 심리하는 심리불속행 재판의 성격 등에 비추어 현실적으로 특례법 제4조의 심리속행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정도의 이유기재에 그칠 수밖에 없고, 나아가 그 이상의 이유기재를 하게 하더라도 이는 법령해석의 통일을 주된 임무로 하는 상고심에게 불필요한 부담만 가중시키는 것으로서 심리불속행제도의 입법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특례법 제5조 제1항이 재판청구권 등을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볼 수 없다.」
이 사건에서도 위와 같은 헌법재판소의 선례와 달리 판단하여야 할 아무런 사정변경이 없으므로, 심리불속행 조항이 청구인의 재판청구권 등을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볼 수 없다.
라. 재판소원금지 조항에 관한 심판청구 부분
헌법재판소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부분에 대하여 이미, ‘법원의 재판’에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도 내에서 헌법에 위반된다는 한정위헌결정(헌재 1997. 12. 24. 96헌마172 등, 판례집 9-2, 842, 854-862)을 선고한 바 있고, 이 사건에서도 위 한정위헌결정과 달리 판단하여야 할 아무런 사정변경이 없다. 그러므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이라는 부분이 청구인의 재판청구권 등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는 주장은 이유가 없다.
4. 결론
이 사건 심판청구 중 소멸시효 조항 및 이 사건 대법원 판결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고, 심리불속행 조항 및 재판소원금지 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는 아래 5.와 같은 재판관 김희옥,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송두환의 특례법 제5조 제1항 중 제4조에 관한 반대의견,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이동흡의 특례법 제5조 제1항 중 제4조에 관한 보충의견, 아래 7.과 같은 재판관 조대현의 재판소원금
지 조항에 관한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5. 재판관 김희옥,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송두환의 특례법 제5조 제1항 중 제4조에 관한 반대의견
「심리불속행 상고기각 판결에 있어서 이유를 기재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한 특례법 제5조 제1항은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상고기각 판결에 대해서 그 이유를 전혀 기재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그 판결이 과연 적정한 것이었는지, 혹시 상고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을 누락하였거나 잘못 판단한 점은 없는지 등에 대해 살펴볼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으므로 상고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할 소지가 생겨난다.
아무런 이유를 기재하지 않은 채 재판의 결론만을 알리면서 송달과 동시에 재판이 확정되었으니 그 결과에 대해 승복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일방적이고 권위주의적 권력관계를 기초로 한 과거의 전제군주 통치체제하에서라면 몰라도 근대민주주의 국가에서의 재판 이념과는 부합하지 아니하며 사법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초래하여 민주주의 국가의 사법제도의 존립 근거를 위협하게 될 우려마저도 없지
않고, 또한 이유기재가 없는 재판이 가능하도록 한 것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재판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법치주의원리에 따른 재판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당사자의 주장에 대해 실질적으로 아무런 대답이 없는 재판을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재판의 본질에도 반한다.
심리불속행제도를 채택한다고 해서 심리불속행 판결에는 반드시 일체의 이유기재가 생략되어야 할 논리필연적 이유는 없을 뿐더러, 판결이유를 기재한다 해도 심리불속행하는 이유의 요지만 구체적으로 기재하면 되는 것이므로, 판결에 이유기재를 해야 한다고 해서 신속한 재판을 저해하는 등의 공익을 해치지는 않는다고 본다. 특히 심리불속행 판결에 대해서도 재심은 가능한 것이므로, 적어도 상고인이 판단유탈 등 재심사유가 있는지의 유무만은 판단할 수 있을 정도의 최소한의 이유기재는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일체의 이유기재를 아니하여 재심청구권마저 행사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명백한 재판청구권의 침해에 해당한다.
요컨대, 특례법 제5조 제1항은 근대민주주의 국가에서의 재판 이념과는 부합하지 아니하며, 법치주의원리에 따른 재판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당사자의 주장에 대해 실질적으로 아무런 대답이 없는 재판을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재판의 본질에도 반하는 부당한 규정이다.」
6.재판관 이동흡의 특례법 제5조 제1항 중 제4조에 관한 보충의견
164, 187-188 참조).
「판결서에는 원칙적으로 주문이 정당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당사자의 주장, 그 밖의 공격, 방어방법에 관한 판단을 표시하여야 하고(민사소송법 제208조 제2항), 만약 판결에 이유를 밝히지 않거나 이유에 모순이 있는 때에는 절대적 상고이유가 된다(민사소송법 제424조 제1항 제6호). 그렇다면 판결로 상고기각을 하는 심리불속행 재판의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다른 판결들과 마찬가지로 심리불속행 재판에 이르게 된 이유와 관련하여 당사자의 주장 등에 대한 판단을 표시하여야 마땅하다.
그런데 심리불속행 재판의 경우에는 민사소송법 제208조의 특칙인 특례법 제5조 제1항에 의하여 판결에 이유를 기재하지 아니할 수 있는바, 이는 다수의견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남상고 사건에 대한 신속한 처리를 통하여 정당한 당사자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충실히 하기 위한 심리불속행제도의 입법취지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도 있으나 이미 심리를 개시하였다가 판결의 형식으로 종결하는 특수성에 비추어 다음과 같은 사정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판결에 이유기재를 요구하는 목적은 당사자에게 법원의 판단과정을 납득시키고 불복수단을 강구하도록 하려는 것이나 간이한 사건처리를 위하여 판결이유를 생략할 수 있도록 규정한 소액사건의 경우(소액사건심판법 제11조의2 제3항)에서 보듯이 그 이유기재 여부는 입법재량권의 영역에 속한다고 볼 수 있고, 더구나 심리불속행 재판은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형성의 자유에 속하는 심급제도와 관련하여 입법화된 사항인 만큼 판결이유 기재를 비롯한 재판과정에 대하여 일정한 범위 내에서 입법형성권이 인정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판단대상이 심리불속행사유의 존부에 국한된 심리불속행 재판의 경우 판결이유의 기재내용도 본안의 당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심리불속행사유의 존부에 그치는 것이므로 그 판결이유의 기재 목적 역시 다른 경우와 달리 볼 수 있을 것이고, 나아가 심리불속행 재판이 최종심으로서 심리불속행사유의 존부만을 판단대상으로 한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특례법 제5조 제1항에서 그 판결이유의 기재를 생략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다고 하여 재판의 본질에 위배된다거나 입법형성권에 위배된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상고제한에 관한 외국의 여러 입법례 등에 비추어 특례법 제4조 소정의 심리불속행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재판의 성질상 이유기재를 생략할 수 있는 ‘결정’이 아닌 ‘판결’로써 상고를 기각하도록 한 것은 입법론적으로 재검토할 여지가 있음을 지적해 둔다.
결국 심리불속행 재판의 판결이유를 생략하도록 규정한 특례법 제5조 제1항은 당사자에게 법원의 판단과정을 충분히 납득시킬 수 없는 측면이 있기는 하나, 심리불속행제도의 여러 특수성을 감안한다면 입법형성권을 벗어날 정도로 합리성을 상실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어서, 특례법 제5조 제1항 중 제4조에 관한 부분이 위헌이라고 볼 수는 없다.」
7. 재판관 조대현의 재판소원금지 조항에 관한 반대의견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부분을 헌법에 위반되는 법령을 적용하거나 법령을 위헌적으로 해석하여 적용한 재판에도 적용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생각한다.
가. 헌법소원심판제도의 목적
현행 헌법은 사법권을 법원에 맡기면서 법원과 독립된 헌법재판소를 만들어 법
나.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인 공권력작용
다. 법원의 사법작용과 위헌성 통제
헌법이 사법권을 법원에 맡겼으므로, 구체적인 분쟁(탄핵․정당해산․권한쟁의
사건은 제외)을 해결하기 위하여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법령을 해석․적용하여 권리의무의 존부를 판단하는 재판작용은 법원의 권한에 속한다.
라. 법률의 합헌적 적용을 위한 법원의 의무
헌법은 국회가 제정한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재판의 전제로 된 경우에는 법원의 제청에 의하여 법률의 위헌 여부를 헌법재판소가 심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107조 제1항, 제111조 제1항 제1호). 따라서 법률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로 된 경우에는 법원은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여 그 심판결과에 따라 재판하여야 한다. 이것은 헌법의 최고규범력을 확보하기 위하여 헌법이 법원에게 부과한 의무이다. 따라서 법원이 헌법에 위반되는 법률을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고 재판의 기준으로 삼은 경우에는 헌법에 위반되는 규범을 적용한 점에서 헌법의 최고규범력을 해칠 뿐만 아니라 헌법이 부과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의무를 위반하는 것이다. 이러한 위헌성은 당사자가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이나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지 않았다고 하여 정당화되거나 치유되는 것이 아니다.
마. 명령․규칙에 대한 위헌성 통제
법원은 명령․규칙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로 된 경우에는 그 위헌 여부를 법원 스스로 판단하여 재판할 수 있지만(헌법 제107조 제2항), 그 명령․규칙이
위헌임에도 불구하고 합헌이라고 판단하여 재판의 기준으로 적용한 경우에는 명령․규칙의 위헌적인 효력을 인정한 점에서 헌법의 최고규범력을 해치는 것이므로 헌법재판에 의하여 시정되어야 한다.
바.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의 한계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이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헌법이 법원의 권한과 헌법재판소의 권한을 배분한 취지에 맞추어 법원의 권한에 속하는 재판의 적법성과 타당성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가 심판하지 말고, 헌법재판소의 권한에 속하는 공권력작용의 위헌성을 통제하는 일만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으로 삼으라는 취지이다.
따라서 법원의 재판이 위헌인 법령을 적용하거나 법령을 위헌적으로 해석하여 적용한 경우에는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으로 되어야 하며, 이것은 사법작용에 내포
될 수 있는 위헌성을 배제하기 위하여 필요한 한도에서만 법원의 사법작용을 헌법재판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기 때문에, 헌법이 규정한 법원의 재판권한을 침해하는 것도 아니고 법원의 재판에 대한 제4심을 허용하는 것도 아니다.
더 나아가 법원의 재판에 적용된 법령 내용이 위헌은 아니지만 재판의 절차나 결과가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도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으로 삼지 않으면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아야 하는지, 입법형성권의 재량에 맡겨진 사항이라고 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더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사. 헌법재판청구권과 합헌적 재판청구권의 보장
헌법소원심판의 대상과 절차와 효력은 국회의 법률로 형성되기 마련이지만, 국회의 입법형성권은 헌법이 헌법소원심판제도를 도입한 취지를 충실하게 구현하는 것이어야 하고, 국민들이 헌법재판소의 재판을 받을 기본권과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기본권을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 재판에 적용된 법규가 헌법에 위반되고 위헌인 법규를 적용한 재판이 기본권을 침해하게 되는 경우에도 그것이 법원의 재판이라 하여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권리구제기능을 담당하는 재판의 합헌성을 확보하지 못하게 할 뿐만 아니라, 헌법에 맞는 재판을 받을 권리와 헌법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며, 보충성의 원칙과 합쳐서 법원의 재판대상인 다른 공권력작용에 대한 헌법적 통제도 불가능하
게 하여, 헌법이 공권력작용의 합헌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헌법소원심판제도를 도입한 취지를 근본적으로 무시하는 것이다.
아. 재판소원 금지규정에 대한 위헌선언의 범위
따라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부분을 헌법에 위반되는 법령을 적용하거나 법령을 위헌적으로 해석하여 적용한 재판에도 적용하는 것은 헌법이 헌법소원심판제도를 도입한 취지에 어긋나고 헌법재판을 청구할 권리와 합헌적 재판을 받을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재판에 적용한 법령이 헌법재판소에 의하여 이미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된 경우뿐만 아니라 나중에 위헌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헌법재판소에 재판소원이 폭주할 것을 염려하여 헌법소원심판에 관한 헌법의 취지와 법리를 축소시킬 수는 없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1997. 12. 24. 선고한 96마172․173 결정에서 헌법재판소가 이미 위헌이라고 심판한 법률을 적용한 재판은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으로 된다고 판단하였고, 이 사건의 다수의견은 이러한 견해를 이 사건에서 변경할 필요가 없다고 하지만, 선례의 변경 여부는 구체적인 사건에서 변경할 필요가 있는지 여부를 따져서 결정할 문제가 아니고 선례의 법리에 변경할 부분이 있는지의 여부에 따라서 판정하여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부분을 헌법에 위반되는 법령을 적용하거나 법령을 위헌적으로 해석하여 적용한 재판에도 적용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언하여야 한다.
2009. 4. 30.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이강국
재판관 이공현
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김희옥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민형기
재판관 이동흡
재판관 목영준
재판관 송두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