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김정중, "입법부작위위헌확인", 결정해설집 8집, 헌법재판소, 2009, p.529
[결정해설 (결정해설집8집)]
본문

- ‘연명치료 중단 등에 관한 법률’의 입법부작위 헌법소원 사건 -

(헌재 2009. 11. 26. 2008헌마385, 판례집 21-2하, 647)

김 정 중*1)

연명치료중인 환자 본인이 제기한 ‘연명치료 중단 등에 관한 법률’의 입법부작위 위헌확인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청구가 심판대상적격(‘공권력의 불행사’)의 관점에서 적법한지 여부(소극)

1. 죽음에 임박한 환자에게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지 여부(적극)

2. 헌법해석상 ‘연명치료 중단 등에 관한 법률’에 관한 입법의무가 인정되는지 여부(소극)

‘죽음에 임박한 환자로서 연명치료의 거부에 관한 본인의 의사가 확인된 경우 이러한 환자를 위한 연명치료의 중단에 관한 기준, 절차 및 방법 등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치료 중단 등에 관한 법률’이라 한다)의 입법부작위가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

1. 청구인(환자본인)1)은 1932. 8. 26.생으로 2008. 2. 18. ○○병원에서 폐

암발병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기관지내시경을 이용한 폐종양 조직 검사를 받던 중, 과다출혈 등으로 인하여 심정지가 발생하였다가 심폐소생술에 의해 심박동은 회복되었으나, 저산소성 뇌손상을 심하게 입고 지속적 식물인간상태(persistent vegetative state)로 있으면서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채, 항생제투여·인공영양공급·수액공급 등의 치료(이하 ‘이 사건 연명치료’라 한다)를 받고 있었다.

2. 청구인의 자녀들은 병원 주치의 등에게 ‘이 사건 연명치료는 건강을 증진시키는 것이 아니라 생명의 징후만을 단순히 연장시키는 것에 불과하므로 의학적으로 의미가 없고, 청구인이 평소 무의미한 생명연장을 거부하고 자연스럽게 죽고 싶다고 밝혀왔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이 사건 연명치료의 중단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병원 주치의 등은 ‘청구인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고 청구인이 사망에 임박한 상태가 아닌데도, 이 사건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것은 의사의 생명보호 의무에 반하고 형법상 살인죄 또는 살인방조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취지로 반박하면서 위 요청을 거부하였다.

3. 이에 청구인은 소송상 특별대리인을 통하여 2008. 5. 11. ‘청구인과 같이 죽음이 임박하여 회복 불가능한 환자로서 무의미한 연명치료 거부에 관한 본인의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경우 헌법상 기본권으로서 무의미한 연명치료에서 벗어나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할 권리2)가 있다 할 것인데, 국회가 이를 보호하기 위한 입법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등의 주장을 하면서 국회의 입법부작위 등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진정입법부작위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공권력의 불행사’로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려면, 헌법에서 기본권보장을 위하여 법령에 명시적인 입법위임을 하였는데도 입법자가 상당한 기간 내에 이를 이행하지 않거나 또는 헌법해석상 특정인에게 구체적인 기본권이 생겨 이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행위의무 내지 보호의무가 발생하였음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입법자

가 아무런 입법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경우라야 한다. 그런데 헌법 어느 규정도 죽음에 임박한 환자를 위하여 ‘연명치료의 중단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야 한다는 것을 명시적으로 위임하였다고 보이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에서는 헌법해석상 ‘연명치료 중단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할 국가의 입법의무가 명백하다고 볼 것인지 여부가 문제된다. 이와 관련하여 살펴보아야 할 쟁점은 죽음에 임박한 환자에게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지 여부와 이러한 기본권이 인정됨을 전제로 이를 보호하기 위하여 국가가 ‘연명치료 중단 등에 관한 법률’을 입법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행사하지 않았는지 여부이다.

1. ‘연명치료 중단, 즉 생명단축에 관한 자기결정’은 ‘생명권 보호’의 헌법적 가치와 충돌하므로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의 인정 여부가 문제되는 ‘죽음에 임박한 환자’란 ‘의학적으로 환자가 의식의 회복가능성이 없고 생명과 관련된 중요한 생체기능의 상실을 회복할 수 없으며 환자의 신체상태에 비추어 짧은 시간 내에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이 명백한 경우’, 즉 ‘회복 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른 경우를 의미한다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죽음에 임박한 환자’는 전적으로 기계적인 장치에 의존하여 연명할 수밖에 없고, 전혀 회복가능성이 없는 상태에서 결국 신체의 다른 기능까지 상실되어 기계적인 장치에 의하여서도 연명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기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므로, ‘죽음에 임박한 환자’에 대한 연명치료는 의학적인 의미에서 치료의 목적을 상실한 신체침해 행위가 계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 할 수 있고, 죽음의 과정이 시작되는 것을 막는 것이 아니라 자연적으로는 이미 시작된 죽음의 과정에서의 종기를 인위적으로 연장시키는 것으로 볼 수 있어, 비록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결정 및 그 실행이 환자의 생명단축을 초래한다 하더라도 이를 생명에 대한 임의적 처분으로서 자살이라고 평가할 수 없고, 오히려 인위적인 신체침해 행위에서 벗어나서 자신의 생명을 자연적인 상태에 맡기고자 하는 것으로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부합한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환자가 장차 죽음에 임박한 상태에 이를 경우에 대비하여 미리 의료인 등에게 연명치료 거부 또는 중단에 관한 의사를 밝히는 등의 방법으로 죽음에 임박한 상태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기 위하여 연명치료의

거부 또는 중단을 결정할 수 있다 할 것이고, 위 결정은 헌법상 기본권인 자기결정권의 한 내용으로서 보장된다 할 것이다.

2. 죽음에 임박한 환자에 대한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다툼은 법원의 재판을 통하여 해결될 수 있고, 법원의 재판에서 나타난 연명치료 중단의 허용요건이나 절차 등에 관한 기준에 의하여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은 충분하지 않을지는 모르나 효율적으로 보호될 수 있으며,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여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자연스런 죽음을 맞이하는 문제는 생명권 보호라는 헌법적 가치질서와 관련된 것으로 법학과 의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종교, 윤리, 나아가 인간의 실존에 관한 철학적 문제까지도 연결되는 중대한 문제이므로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다. 따라서 이에 관한 입법은 사회적 논의가 성숙되고 공론화 과정을 거친 후 비로소 국회가 그 필요성을 인정하여 이를 추진할 사항이다. 또한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방법으로서 ‘법원의 재판을 통한 규범의 제시’와 ‘입법’ 중 어느 것이 바람직한가는 입법정책의 문제로서 국회의 재량에 속한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헌법해석상 ‘연명치료 중단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할 국가의 입법의무가 명백하다고 볼 수 없다.

결국 환자 본인이 제기한 ‘연명치료 중단 등에 관한 법률’의 입법부작위의 위헌확인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청구는 국가의 입법의무가 없는 사항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소정의 ‘공권력의 불행사’에 대한 것이 아니므로 부적법하다.

청구인은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당시 식물인간 상태로 의사능력이 없는 자였고, 이 사건 결정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3)따라서 청구인은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비롯한 헌법소원심판 절차상 소송행위를 할 능력이 없다. 그런데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외형상 청구인 본인이 직접 소송대리인을 선임하여 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의사무능력자를 위한 소송행위는 그가 법원에서 금치산선고(민법 제12조, 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라류 가사비송사건)를 받고 법률의 규정(민법 제933조제935조) 또는 법원의 선임 결정(민법 제936조)에 따라 정해진 후견인이 그의 법정대리인(민법 제938조)으로서 대리하여 할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51조). 다만 소송절차의 지연으로 손해를 볼 염려가 있을 경우는 위와 같은 금치산선고 등의 절차를 거치기 전이라도 수소법원의 특별대리인 선임절차를 거쳐 법원에 의하여 선임된 소송상 특별대리인이 의사무능력자를 대리하여 소송행위를 할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62조).

헌법재판소법 제40조 제1항에 의하면 헌법재판소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의 성질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도 내에서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의 규정을 준용하므로, 민사소송법의 위 규정을 준용할 수 있다.

이를 근거로 헌법재판소는 2009. 3. 18. 이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소송상 특별대리인으로 그녀의 아들 ○○를 선임하였고, 그는 청구인의 특별대리인으로서 이 사건 심판청구와 관련하여 소송대리인을 선임하고 소송대리인을 통하여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행위를 추인하였다. 의사무능력 상태에서 이루어진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 행위는 소급하여 효력을 갖추었다 할 것이다(헌법재판소법 제40조 제1항, 민사소송법 제60조).

이 점과 관련하여 소송상 특별대리인에게 청구인 본인의 생명에 관련된 자기결정권을 주장하는 심판청구행위를 대리할 권한까지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인지에 관한 근본적 의문이 제기되기는 하지만, 의사무능력자의 법정대리인은 본인의 이해를 가장 잘 대변할 지위에 있는 자를 정하도록 제도화 되어 있고, 의사무능력자에게 생명에 직결된 치료행위의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 등이 인정된다면 그 권리를 소송절차상 실현하는 방법은 소송상 특별대리인 등 법정대리인이 의사무능력자를 대리하여 제기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청구인의 소송상 특별대리인을 통한 이 사건 심판청구 행위는 적법하다고 하지 아니할 수 없다.

넓은 의미의 입법부작위에는, 입법자가 헌법상 입법의무가 있는 어떤 사항에 관하여 전혀 입법을 하지 아니함으로써 입법행위의 흠결이 있는 경우와 입법자가 어떤 사항에 관하여 입법은 하였으나 그 입법의 내용ㆍ범위ㆍ절차 등이 당해 사항을 불완전, 불충분 또는 불공정하게 규율함으로써 입법행위에 결함이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전자를 진정입법부작위, 후자를 부진정입법부작위라고 부르고 있다(헌재 1996. 10. 31. 94헌마108, 판례집 8-2, 480, 489).

청구인이 주장하는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법률’은 아직까지 전혀 입법이 없는 상태이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인 입법부작위는 진정입법부작위에 해당한다.

진정입법부작위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려면, 헌법에서 기본권보장을 위하여 법령에 명시적인 입법위임을 하였는데도 입법자가 상당한 기간 내에 이를 이행하지 않거나 또는 헌법해석상 특정인에게 구체적인 기본권이 생겨 이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행위의무 내지 보호의무가 발생하였음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입법자가 아무런 입법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경우라야 한다(헌재 1989. 3. 17. 88헌마1, 판례집 1, 9, 16 참조).

헌법 어느 규정도 죽음에 임박한 환자를 위하여 ‘연명치료의 중단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야 한다는 것을 명시적으로 위임하였다고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헌법해석상 「청구인이 주장하는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할 이익’이 헌법상 기본권으로서 인정되고 국가는 이를 보호하기 위하여 ‘연명치료 중단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야 할 헌법상 구체적 행위의무 내지 보호의무가 발생하였음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여기서 먼저,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할 이익’을 어느 기본권으로 포섭할 것인지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즉, 이를 자기결정권의 일부로서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 또는 ‘생명에 관한 자기결정권’으로 구성할 것인지, 아니면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및 자기결정권 등에 근거하는 독자적 기본권으로서 ‘무의미한 연명치료에서 벗어나 자연스런 죽음을 맞이할 권리’(또는 ‘자연스런 죽음의 권리’)로 구성할 것인지 등이 문제된다.

후술하는 바와 같이 죽음에 임박한 환자에 대한 연명치료 중단도 인위적 생명단축(죽음)을 초래한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에,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의 실질은 ‘생명(또는 죽음)에 관한 자기결정권’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 ‘생명에 대한 자기결정권’은 ‘생명에 대한 처분권’ 또는 ‘자살할 권리’ 등으로 오해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적절하지 아니한 측면이 있다. 그리고 연명치료 중단의 문제를 기존의 헌법상 기본권인 자기결정권의 보호영역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면, 굳이 독자적 기본권으로서 ‘자연스런 죽음의 권리’ 등을 새로이 인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문제된, ‘죽음에 임박한 환자가 무의미한 연명치료에서 벗어나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할 이익’은 헌법상 기본권인 자기결정권의 한 내용으로서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의 인정 여부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하다 할 것이다.

이에 대하여 연명치료 중단(자연스런 죽음)의 권리의 근거를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에서 도출되는 ‘일반적 인격권’에서 찾는 것이 더 적합하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이 사건은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환자의 ‘추정적 의사’ 또는 ‘가정적 의사’를 바탕으로 환자의 생명을 박탈하는 결과에 이르게 된다는 점에서 이를 ‘자기결정권’ 문제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 등을 이유로 한다.

그러나 죽음에 임박한 환자에 대한 연명치료 중단도 생명단축을 초래하는 것이라고 보는 전제에서는 그 권리의 실현은 결국 의도적인 생명단축의 실현 문제이므로 생명권 주체인 당사자 본인의 의사를 떠나서 그 정당성을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즉,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규범적 정당성의 근거는 생명권 주체의 자기결정권에서 찾지 않을 수 없다. 대법원은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른 후에 환자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에 기초하여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연명치료 중단이 허용될 수 있다”고 판시함으로써 연명치료의 중단의 근거로서 자기결정권을 들고 있다.4)

따라서 청구인이 주장하는 기본권을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으로 구성하고 이를 헌법 제10조가 규정한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의 전제로서 인정되는 기본권이라 할 수 있는 자기운명결정권5)의 한 내용으로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의 관점에서 ‘연명치료의 중단 등에 관한 법률’의 입법의무의 유무를 살피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하 항을 바꾸어, 먼저 죽음에 임박한 환자에게 헌법상 기본권인 자기결정권의 한 내용으로서 ‘연명치료를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다음으로 위 기본권이 인정됨을 전제로 위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연명치료 중단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야 할 헌법상 구체적 행위의무 내지 보호의무가 발생하였음이 명백하다고 볼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각 살핀다.

가. 논의의 전제 - 죽음에 임박한 환자에 대한 연명치료 중단으로 인한 사망이 생명단축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인지 여부

(1) 죽음의 과정과 사망 시기6)

죽음은 하나의 시점이 아니고 시간적으로 상당히 넓은 폭을 가진 생명현상의 정지과정이다. 신체 자체의 모든 세포가 동시에 죽는 일은 있을 수 없고, 죽음은 각 장기나 조직의 구조적 특징이나 그 조직의 산소결핍의 감성에 따라서 좀 더 빠르거나 늦게 온다. 특히 죽음의 이행과정에 있어서는 호흡ㆍ혈액순환 또는 뇌 기능이 하나의 조를 형성하여 상호 의존하는 이른바 ‘생명의 고리’를 이루고 있다. 이 경우 고리의 어느 한 요소라도 상실되면 생명의 고리 전체의 기능이 소멸하게 된다. 심근경색 등에서 올 수 있는 심근수축정지(cardiac asystole)에서는 먼저 심장박동이 정지되고 다음에 뇌기능이 상실되며 끝으로 호흡이 정지된다. 이에 반하여 익사 시에는 먼저 호흡이 정지되고 다음에 뇌기능이 상실되며 끝으로 심장박동이 정지된다. 뇌손상이 극심한 때에는 먼저 뇌기능이 상실되고 다음에 호흡이 정지되며 끝으로 심장박동이 정지된다.7)

죽음을 하나의 자연적 사실로서 전체 생명의 끝이라고 말할 경우에는 이를 생물학적 죽음이라고 한다. 모든 체세포의 기능상실로서 생체가 기능활동을 하는데 필요한 화학적, 물리적 또는 전기생리적 활동의 소실로 특징 되는 인체 각 세포의 불가역적인 상태로의 변화로서 인체의 완전한 죽음의 의미가 그것이다.8)이를 세포사(cellular death)라고 하며, 생명과 죽음의 최종적인 단계를 표시한다.

그러나 의학적 개념으로서의 죽음이란 생명현상이 정지되어 가는 연속적 과정에서 환자의 의지에 의하여 도저히 생명이 존속될 수 없고, 이미 그 생명에 대해서 주장하거나 유지되어질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이를 개체사(Individualer Tod) 또는 임상사(Klinischer Tod)라고도 한다. 그러나 개체사가 생물학적 죽음의 과정 중 어느 시점에서 일어나는지에 대해서 현대의학

은 명확하게 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즉, 종래의 의학에서는 호흡과 맥박이 종국적으로 정지하면 그로부터 우선 죽음의 과정이 필연적으로 진행하고 그 진행을 저지하는 어떠한 수단도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왔다. 생물학적 죽음의 관점에서 보면 그 시점에서 생명이 어느 정도 남아 있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것은 자연의 사멸과정과 같다고 보는 것이다.9)그러나 현대의학의 발달은 인공호흡기와 같은 새로운 생명연장 장치나 인공장기를 개발시켜 환자의 뇌기능이 완전히 소실되어 의식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호흡과 심장의 기능을 연장시킬 수 있게 되어 전통적인 죽음의 정의인 심폐사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고, 뇌기능의 불가역적 소실을 사람의 죽음으로 보는 뇌사의 개념이 주장되고 있다.10)

죽음은 법률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은 죽음의 개념이나 시기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고 있어 결국 학설과 판례에 의하여 결정될 수밖에 없다. 이는 의학적으로 이미 명료한 사망의 기준으로서 임상사가 기정 사실화 되어 있고 이 임상사가 법률적으로도 죽음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충분히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되어 죽음의 개념을 별도의 법적 규정에 의하여 규율해야 할 필요성을 인식하지 않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11)

법학적 개념상 죽음의 시기에 관하여 ‘호흡이 영구적으로 정지했을 때’라는 호흡종지설, ‘맥박이 영구적으로 정지한 때’라는 맥박종지설, ‘맥박과 호흡이 완전히 정지된 때’라는 맥박·호흡종지설 또는 종합설, ‘심장의 고동과 호흡이 영구적으로 정지하고 동공이 산대한 때’라는 삼징후설, ‘뇌(대뇌 및 뇌간)의 기능이 소실된 때’12)라는 뇌사설 등이 있는데, 맥박종지설 내지 맥박ㆍ호흡종지설이 통설로 되어 있다.13)

다만,「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장기 기증을 전제로 하는 경우 뇌사로 추정되는 자의 유족 등이 뇌사의 판정신청을 하여 뇌사판정을 받게 되면 장기적출이 가능한데, 이 경우에만 뇌사를 죽음으로 인정하고 있다.14)

(2) ‘죽음에 임박한 상태’의 의미

청구인은 소송상 특별대리인을 통하여 자신이 죽음에 임박한 상태라고 주장하면서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죽음에 임박한 상태가 무엇인지 명백하지 않다.

독일 연방대법원은 연명치료 중단이 문제된 사건에서 ‘비가역적 죽음의 과정이 시작된 경우’와 그렇지 아니한 경우를 구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15)여기서 ‘비가역적 죽음의 과정이 시작된 경우’란 질병의 진행이 비가역적이고 죽음의 과정이 시작되어 직접적으로 죽음에 직면해 있는 상태를

뜻한다.16)일반적으로 의식의 유무, 인공호흡장치나 인공영양공급 등이 비가역적 죽음의 과정이 시작되었는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요건이기는 하지만, 그러한 수단을 통해서 연명이 가능하고 일정기간의 기대수명이 있다면 비가역적 죽음의 과정이 시작된 환자로 보지 않는다.17)항구적인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의 경우 연명장치에 의존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기대수명이 있는 것으로 보고 비가역적 죽음의 과정이 시작된 것으로 보지 않는다.18)비가역적 죽음의 과정이 시작된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한 경우는 다시 회복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구분하고 있다.19)독일 연방대법원의 판례에 따르면, ① 비가역적 죽음의 과정이 시작된 경우는 환자의 의사와는 독립적으로 연명치료 중단이 허용되고(협의의 소극적 안락사, Hilfe beim Sterben), ② 비가역적 죽음의 과정이 시작된 경우에 해당하지 않지만 의학적으로 회복가능성이 없다면 환자의 의사확인 등 특정한 조건 아래 연명치료 중단이 허용된다(광의의 소극적 안락사, Hilfe zum Sterben)고 한다.20)

한편 미국 워싱턴 등 여러 주의 자연사법에서는 말기환자에 관하여, “말기상황이란 부상, 질병 등에 의해 초래된 치유 및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서, 합리적인 의학적 판단 내에서 수용된 의학적 기준에 부합하는 합리적 기간 내에 사망에 이르고, 연명치료가 단지 사망을 지연시키는 데만 기여하는 상황을 의미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21)

워싱턴 주 자연사법에서 규정한 말기환자가 독일 연방대법원에서 판시한 ‘비가역적 죽음의 과정이 시작된 경우’와 동일한 것인지는 명백하지 않다. 미

국 자연사법의 위 규정만 놓고 보면 환자의 ‘말기상황’이 ‘비가역적 죽음의 과정이 시작된 경우’보다 더 넓은 개념으로 볼 여지가 있다.22)

최근 우리 대법원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진료행위 중단의 허용요건으로서 환자의 건강상태에 관하여, “의학적으로 환자가 의식의 회복가능성이 없고 생명과 관련된 중요한 생체기능의 상실을 회복할 수 없으며 환자의 신체상태에 비추어 짧은 시간 내에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이 명백한 경우(이하,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라 한다)”를 제시하고 있다.23)이에 대한 보충의견에 따르면, 여기서 생명과 관련된 중요한 생체기능이란 호흡 기능, 혈액순환 기능, 뇌간 기능 등 생명현상 유지에 필수적인 기능으로서 그 기능을 상실하는 경우 짧은 시간 내에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생체기능을 말하고, 위 기능들 중 하나라도 영구적으로 상실한 경우에는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24)

(3) 이 사건의 경우

이 사건에서 청구인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죽음에 임박한, 즉 죽음을 목전(目前)에 둔 회복불가능 상태로서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할 권리가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청구인이 주장하는 ‘죽음에 임박한 상

태’는 대법원이 판시한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해당하는 경우를 뜻한다고 보인다. 청구인의 주치의 등이 청구인 측의 연명치료 중단 요구를 거부한 이유는 청구인 측 주장과 달리 청구인이 아직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진입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다툼은 사실인정의 문제로서 헌법재판소가 판단할 문제는 아니라 할 것이다. 청구인이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진입하였다고 볼만한 정황이 있으므로25)청구인에게 이 사건 헌법소원을 제기할 자기관련성이나 기본권침해 가능성은 인정된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는 청구인이 주장한 사실관계 즉,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있다는 점을 전제로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의 인정 여부 등을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4) 죽음에 임박한 환자에 대한 연명치료 중단이 생명단축을 초래한다고 보아야 할 것인지 여부

(가) 생명단축을 초래한다고 보는 견해

죽음에 임박한 환자라도 법률적으로 사망에 이르지 아니하여 생존한 사람임에 틀림없고 그에 대한 연명치료 중단으로 인하여 그 사망시기가 조금이라도 앞당겨지는 것은 분명하다. 모든 인간의 생명은 최대한 보호받아야 하는데, 죽음에 임박한 상태에 관한 의학적 기준이 명백하지 아니하여 그 경계가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오판의 가능성이 있음에도 죽음에 임박한 상태의 환자에 대한 연명치료 중단이 생명단축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이를 쉽게 허용하면 생명에 대한 부당한 침해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사정 등을 고려하면, 죽음에 임박한 환자에 대한 연명치료 중단도 생명단축을 초래한다는 전제에서 그 허용여부에 관한 법리를

전개하여야 한다.

(나) 생명단축을 초래하지 않는다고 보는 견해

죽음에 임박한 환자에 대한 연명치료는 회복을 위해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고 단지 죽음의 과정을 연장시키는 것일 뿐이다. 따라서 위 연명치료 중단은 자연스런 죽음의 과정의 이행에 관여하는 것일 뿐, 인위적인 생명단축을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경우 연명치료 중단을 허용하더라도 생명권 보호라는 헌법적 가치질서와 충돌하는 문제는 발생할 여지가 없고, 환자 가족이나 의사는 환자에 대한 연명치료를 계속하여야 할 의무가 없으며, 따라서 연명치료를 중단하여 환자가 사망한 경우 이에 관여한 그들의 행위가 촉탁ㆍ승낙 살인죄나 자살관여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할 여지도 없다. 여기서는 오직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할 가치나 이익의 실현만이 문제되므로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인정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단지 죽음에 임박한 상태에 관한 기준,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주체나 절차 등이 불명확하여 의료현장에서 분쟁이 발생함으로써 환자가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할 가치나 이익의 실현이 지연되어 실질적으로 이것이 침해받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법률의 입법의무가 있는지 여부만 주로 문제될 것이다.

(5) 이 사건 결정

이 사건 결정은 죽음에 임박한 상태의 환자에 대한 연명치료 중단도 생명단축을 초래한다고 보았다. ‘죽음에 임박한 환자’란 어떤 건강상태에 있는 환자를 의미하는지는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의 인정범위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따라서 ‘죽음에 임박한 환자’의 범위가 넓어져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의 인정범위가 넓어지면 생명권 보호의 헌법적 가치와 충돌하는 정도와 범위도 커진다.

이 사건 결정은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이 인정되면 생명권 보호와 충돌됨을 명확히 인식하고, ‘죽음에 임박한 환자’에 관하여 대법원 2009. 5. 21. 선고 2009다17417 판결이 판시한 것과 같이 ‘의학적으로 환자가 의식의 회복가능성이 없고 생명과 관련된 중요한 생체기능의 상실을 회복할

수 없으며 환자의 신체상태에 비추어 짧은 시간 내에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이 명백한 경우’, 즉 ‘회복 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른 경우로 한정하였다.

그 범위 내에서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의 인정 여부는 헌법상 생명권 보호에 관한 가치와 대립ㆍ긴장 관계를 유지한다 할 것이다.

(1) 소위 ‘안락사’에 관한 학계의 논의26)

(가) 긍정론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의 문제를 포함한다고 할 수 있는 안락사 논쟁에서 소극적 안락사를 긍정하는 학설은 대체로 헌법상 자기결정권의 대상에 생명도 포함된다는 점에서 근거를 찾는다.27)

이에 관하여 ① 원칙적으로 생명도 자기결정권의 대상에 포함된다는 견해,28)② 원칙적으로 자기 생명에 대한 처분권이 인정되지 않지만 예외적으로 일정한 경우에 생명에 대한 자기결정권이 인정된다는 견해29)가 있다.

①의 견해에 의하면, ⓐ 자기결정권을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법익에 대해 스스로 결정하는 자유로 이해하게 되면 생명에 대하여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는 점,30)ⓑ 생명권은 적극적

으로 자신의 생명을 처분할 권리를 담고 있지는 않지만 자신의 의사에 반하는 신체에 대한 침해를 방어할 권리를 담고 있으므로 생명을 유지하는 처치나 치료를 거부할 수 있고, 이러한 의미에서 생명권으로부터 직접 소극적인 의미로 죽을 권리를 갖는다는 점,31)ⓒ 자율성 존중의 원칙을 인정하는 한 개인은 누구나 자신의 개인적인 영역에서는 타인에게 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스스로의 가치판단에 따라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특히 개인의 실존과 관련된 문제에 있어서는 누구도 그 사람을 대신할 수 없기 때문에 거의 무제한적으로 그 개인의 자율적 판단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점32)을 논거로 한다.

②의 견해는 헌법 제10조의 인간 존엄은 인간답게 살 권리뿐만 아니라 인간답게 죽을 수 있는 권리, 즉 자연스럽게 죽을 권리를 포함하지만 ‘존엄한 죽음에 대한 권리’가 죽음에 대한 모든 권리를 내포하는 것은 아니며 ‘자신의 생명처분권’은 헌법상의 생명권과 모순될 뿐만 아니라 형법의 촉탁 승낙살인죄의 규정에도 저촉되므로 원칙적으로 ‘죽음에 대한 권리’가 도출될 수는 없고, 단지 한정된 범위인 ‘자연사에 대한 권리’만이 도출되고 헌법적 측면에서는 소극적 안락사에 대한 권리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33)

①의 견해는 원칙적으로 생명에 대한 처분권, 즉 자살할 권리를 인정한다는 점에서 쉽게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그러나 ①의 견해에서도 생명에 대한 자기결정권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제한될 수 있는 기본권으로서 생명보호에 관한 헌법적 가치질서 등의 이유로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는 것34)이므로, 실제 ①의 견해에서 생명에 대한 자기결정권이 구체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경우는 ②의 견해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35)

(나) 부정론36)

생명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부정하는 견해는 인간의 생명권은 어떠한 자유ㆍ권리보다도 우선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는 절대적 가치를 지니므로 어떠한 생명의 침해나 단축도 허용될 수 없고 생명권의 주체라 할지라도 자기의 생명을 자유로 처분할 수 있는 권리, 즉 ‘죽을 권리’를 갖지 못한다는 점,37)인간생명에 대한 존중은 인간의 존엄에 직결되는 것으로서 자기 자신의 생명을 가볍게 처분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고 보아야 하며, 이를 부정할 경우에는 전체 기본권 체계 자체가 붕괴될 위험이 발생하기 때문이란 점38)등을 근거로 한다.

(2) 외국의 입법례 및 사법기관 결정례39)

(가) 관련 입법이 있는 국가

① 미국

1997년부터 시행된 오레곤주의 존엄사법(The Death with Dignity law)은 의사조력자살을 허용하고 있다. 1998년 15명의 말기환자들이 위 법에 근거하여 의사의 도움을 받아 합법적으로 극약을 삼키고 사망하였다고 한다.

1977. 1. 1.부터 시행된 캘리포니아주의 자연사법(Natural Death Act), 1984년 플로리다주의 ‘생명소생법(Life Prolonging Procedures Act)’ 등 40개 주에서는 다양한 형태로 식물상태의 인간에 대한 생명유지 장치의 제거, 즉 소극적 안락사를 허용하는 법들이 입법되었다.

뉴저지주 대법원은 1976. 3. 31. 카런퀸란(Karen Quinlan) 사건에서 프라

이버시권에 기초하여 소극적 안락사를 허용하였다. 뉴욕주 대법원은 1979년 아이히너(Eichner) 사건에서 보통법상의 기본적 권리 내지는 informed consent40)에 의한 자기의사결정권에 기초하여 소극적 안락사를 허용하였다. 미주리주 대법원은 1989년경 Cruzan 사건에서 미주리주의 Living Will(생전유언)41)규정에 따른 소생불능 환자의 사전의 명시적인 의사표시가 없고, ‘명백하고 설득력 있는 증거(clear and convincing evidence)’에 의한 환자의 의사를 알 수 없는 상태라는 이유로 생명유지 장치 제거를 구하는 부모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플로리다주 대법원은 2001. 4. 23. Schiavo 사건에서 Living Will이 없었지만 증언 등 증거조사를 통하여 시아보가 생전 연명치료를 거부한 의사를 표시하였음을 인정하고 Schiavo에 대한 영양공급 장치를 제거를 명한 하급심 판결을 유지하였다.

연방대법원은 Cruzan 사건에서 영양과 수액 공급을 포함하는 치료를 거부할 권리를 수정헌법 제14조에서 보호된 자유이익(protected liberty interest)으로서 인정하였고, Vacco v. Quill 사건과 Washington v. Glucksberg 사건에서 의사조력자살을 금지하는 뉴욕주나 워싱턴주의 법률을 수용하였다.

② 네덜란드

네덜란드는 2002. 4. 1.부터 적극적 안락사를 허용하는 안락사법을 시행하고 있다.

③ 호주

호주에서는 연방 8개주 가운데 3개주가 생명연장 장치를 제거하는 의료행위를 법으로 허용하고 있고, 나머지 주에서도 관습법상 이를 허용하고 있다.

④ 프랑스

「환자의 권리 및 삶의 종말에 관한 2005년 4월 22일의 법률 제2005-370호」가 시행되고 있고, 환자가 의식이 있으며 종말기에 있지 않은 경우, 환자가 의식이 있으며 종말기에 있는 경우, 환자가 의식이 없으며 종말기에 있지 않은 경우, 환자가 의식이 없으며 종말기에 있는 경우를 구분하고 규율하

고 있다.

(나) 관련 입법이 없는 국가

① 독일은 1994년 연방형사법원의 켐프테너 사건에 대한 판결, 2003년 연방민사법원의 뤼베커 사건에 대한 판결 등에서 ‘비가역적 죽음의 과정이 시작된 경우’는 죽음에서의 도움(Hilfe beim Sterben) 또는 협의의 소극적 안락사로서 연명치료 중단을 허용하고 있고, ‘비가역적 죽음의 과정이 시작되지 않았지만 회복가능성이 없을 경우’ 환자의 의사(명시적 의사 또는 추정적 의사), 환자의 의사를 추정할 수 없을 경우는 일반인의 가치표상에 따라 연명치료 중단이 가능하다고 판시하였다.

② 일본은 1962. 12. 22. 나고야 고등법원 판결, 1995. 3. 28. 동해대학교 안락사 사건 판결 등에서 일정한 요건 아래 적극적 안락사, 간접적 안락사, 소극적 안락사가 허용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구체적 사건에서 적극적 안락사로서 허용요건을 갖춰 적법하다고 인정한 사례는 없다.

③ 영국은 19세기 말부터 안락사에 대한 논쟁을 벌였고, 안락사를 합법화하려는 입법제안이 몇 차례 있었으나 아직 법률로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제한적인 요건 아래 존엄사를 허용하는 판결이 선고되고 있어 소극적 의미의 안락사는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의 인정 여부에 관한 구체적인 검토

(가) 긍정론

인간의 생명은 고귀하고, 이 세상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엄한 인간 존재의 근원이며, 인간존엄성의 활력적 기초이다. 이러한 생명에 대한 권리는 비록 헌법에 명문의 규정이 없다 하더라도 인간의 생존본능과 존재목적에 바탕을 둔 선험적이고 자연법적인 권리로서 헌법에 규정된 모든 기본권의 전제로서 기능하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라 할 것이다(헌재 1996. 11. 28. 95헌바1, 판례집 8-2, 537, 545 참조). 그러므로 인간의 생명권은 최대한 존중되어야 하고 국가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있으며, 개인은 타인의 생명을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러한 생명권 보호에 관한 헌법적 가치질서에 따라 우리 법체계는 살인(형법 250조)은 물론, 피해자의 촉탁이나 승낙에 의한 살인, 자살에 대한 교사 및 방조 행위(형법 제252조)를 각 처벌하고 있고, 위 각 불법행위로 인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민법 제750조)42)을 인정하고 있다. 위 각 범죄는 작위(作爲)는 물론, “위험을 방지할 의무가 있거나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위험발생의 원인을 야기한 자” 즉 소위 보증인 지위에 있는 자가 “위험발생을 방지하지 아니한” 부작위(不作爲)에 의해서도 성립할 수 있다(형법 제18조).

그러나 환자의 의사에 따른 연명치료 중단으로 인하여 환자의 생명이 단축되었다고 하여 예외 없이, 연명치료 중단을 요구하는 환자의 의사는 생명의 임의적 처분으로서 정당하지 못하고, 환자의 의사(意思)에 따라 연명치료를 중단한 의사(醫師)는 생명권침해를 이유로 환자의 죽음에 대하여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볼 수는 없다.

즉, 생명권 또는 생명권 보호에 관한 헌법적 가치는 절대적이라 할 수 없고, 극히 예외적이지만 다른 헌법적 가치나 기본권에 의하여 제한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 할 것이다. 그 구체적인 논거는 다음과 같다.

① 대법원 2009. 5. 21. 선고 2009다17417 판결에 나타난 논거

환자가 죽음에 임박한 상태 즉,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진입한 경우, 환자는 전적으로 기계적인 장치에 의존하여 연명하게 되고, 전혀 회복가능성이 없는 상태에서 결국 신체의 다른 기능까지 상실되어 기계적인 장치에 의하여서도 연명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기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므로, 의학적인 의미에서는 치료의 목적을 상실한 신체 침해 행위가 계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 할 수 있으며, 이는 죽음의 과정이 시작되는 것을 막는 것이 아니라 자연적으로는 이미 시작된 죽음의 과정에서의 종기를 인위적으로 연장시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생명권이 가장 중요한 기본권이라고 하더라도 인간의 생명 역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라는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가치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보호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미 의식의 회복가능성을 상실하여 더 이상 인격체

로서의 활동을 기대할 수 없고 자연적으로는 이미 죽음의 과정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는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른 후에는,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신체 침해 행위에 해당하는 연명치료를 환자에게 강요하는 것이 오히려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해하게 되므로, 이와 같은 예외적인 상황에서 죽음을 맞이하려는 환자의 의사결정을 존중하여 환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보호하는 것이 사회 상규에 부합되고 헌법정신에도 어긋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른 후에 환자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에 기초하여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어야 한다.

② 그 밖의 학설상의 논거

ⓐ 종래는 자연스런 죽음에 이르렀을 상황인데도 오늘날 의학기술의 발달로 의학적으로 회복가능성이 없는 환자에 대해서도 산소호흡기, 영양공급장치 등 연명치료 장치에 의하여 생체기능의 유지 및 생명의 연장이 가능해졌는바, 이와 같이 심장박동ㆍ호흡ㆍ영양공급 등을 인공적으로 그리고 영구적으로 유지시키는 연명치료 자체가 생명현상에 대한 부당한 개입이다.43)

ⓑ 인간의 생명에 대한 인위적인 조작 자체를 거부하고 자연적인 수명만을 그대로 누리겠다는 환자의 의사는 존중되어야 한다.44)

ⓒ 죽음이 임박하고 더 이상의 의학적 치료행위가 환자 상태의 개선을 달성할 수 없으며 오로지 현재 상태의 유지만을 목적으로 하게 되는 등의 예외적인 경우, 생명권 보호라는 헌법적 가치질서는 뒤로 후퇴하고 당해 환자는 자신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의 실현을 위하여 자신의 생명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가진다고 보는 것이 헌법 제10조의 규정 취지에 부합한다 할 것이고, 이것은 죽음에 임박한 환자가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포기하고 자연사를 맞겠다는 선택일 뿐 자신의 생명을 인위적으로 단축시키는 자살로 볼 수 없다.45)

ⓓ 생명의 절대적 가치는 생물학적 의미의 생명 그 자체만은 아니고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인간 존재의 근원적 가치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보호되어야 하는데,46)죽음에 임박한 환자의 경우 회복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그에 대한 연명치료는 건강을 증진시키는 것이 아니라 단지 기계 장치에 의하여 생명의 징후만 단순히 연장시키는 것에 불과하고, 이런 상황에서 기계에 의존하고 있는 것은 단지 죽음의 시간만 연장하는 것이라 할 것이므로 이에 벗어나 자연스런 죽음에 이르는 편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에 부합한다.

③ 설문조사 결과

국립암센터에서 2008. 9. 성인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품위 있는 죽음에 대한 대국민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죽음이 임박한 환자에게 의학적으로 무의미하다고 판단되는 기계적 호흡 등 연명치료를 중단함으로써 자연스런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하여 87.5%가 찬성하였고, 환자가 본인에게 행해질 치료에 대해 미리 서면으로 작성하여 치료과정에 반영하는 “사전의사결정” 제도에 대해서도 92.8%가 필요하다고 응답하였다.47)

(나) 부정론

이 사건 결정의 별개의견(재판관 이공현)은 환자가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진입한 경우에는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그 환자의 자기결정은 존재하지 않거나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고, 연명치료 중단 시점에서 그 환자는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삶과 죽음의 의미를 이해하고 그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할 수 있거나 연명치료 중단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고 볼 수도 없는 점,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환자의 최선의 이익에 부합하는지가 문제될 뿐이어서 헌법상 자기결정권과 무관한 문제라고 보이는 점,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진입한 환자의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문제는 존엄한 인간존재의 근원인 생명을 보호하기 위하여 연명치료 중단의 오ㆍ남용을 막을 수 있는 기준과 절차 등도 아울러 신중하게 고려하여 판단해야 할 사회적 합의의 대상이므로, 헌법상 보장되어 있지도 않은 환자 자신의 생명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절대적인 공준으로 삼아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사

회공동체 구성원들이 담론의 장을 마련하여 숙의하고 여기서 형성된 공감대를 바탕으로 국회가 입법을 통하여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하였다.

그 밖에 부정론의 논거로서 다음과 같은 점을 들 수 있다.

① 죽음에 임박했는지에 관한 판단은 수치적으로 명확하게 단정하기 곤란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매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모호한 것이고, 그러한 판단의 실수는 치명적 결과를 낳는다.48)

② 독일이나 영국 등 의료비 부담이 거의 없는 국가와 달리 우리나라는 의료비의 개인 부담율이 높고, 환자보다는 가족들이 치료의 계속 여부를 결정하는 의료현실에서 연명치료 중단을 허용할 경우 경제적 요인에 의하여 자연스런 죽음의 권리를 빙자한 연명치료 중단이 남용될 우려가 있다.49)

③ 죽음에 임박한 환자가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하였다 하더라도, 자식들의 경제적 부담을 염려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거나, 혹은 진의 아닌 의사표시로 죽고 싶다고 말할 수도 있으며, 정신적 고립감과 사랑 없는 간호 때문에 죽고 싶다고 말할 수도 있는 등 그의 의사표시가 진정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50)

④ 환자가 의식이 없는 등 연명치료 중단을 결정할 능력이 없을 경우,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사전의사(事前意思)는 연명치료를 중단할 때까지 계속된다고 보기 어렵고, 환자 가족의 증언 등을 통해 확인된 환자의 가치관 등을 근거로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의사를 추정하는 것은 환자 가족의 이해관계에 따라 환자 본인의 진정한 의사와 달리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⑤ 환자 상태의 회복불가능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고 의료기술의 발달에 따라 앞으로 회복가능으로 바뀔 수도 있다.

⑥ 환자가 연명치료의 중단을 택하는 이유는 죽음 자체를 원하기 때문이 아니라 아마도 비참하고 고통스러울 것 같은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 사랑하는 가족에게 여러 가지 힘든 짐이 되고 싶지 않다는 부담감 때문일 것이므로, 이런 문제들은 개인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고, 통증치

료ㆍ호스피스 간호 등을 통하여 평화로운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해결하는 것이 타당하다.51)

(4) 이 사건 결정

이 사건 결정은 앞서 본 결정요지 기재와 같은 논지로 ‘회복불가능한 사망 단계’에 진입한 환자에게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이 헌법상 기본권인 자기결정권의 한 내용으로서 보장됨을 확인ㆍ선언하였다.

헌법상의 입법의무를 어느 정도로 인정하는가의 문제는 바로 입법자와 헌법재판소 사이의 헌법을 실현하고 구체화하는 공동의무 및 과제의 배분과 직결되는 문제라 할 것이다. 입법자와 헌법재판소는 모두 헌법규범의 구속을 받고, 입법자는 입법작용을 통하여, 헌법재판소는 헌법의 해석과 적용을 통한 헌법재판의 형태로 각각 헌법을 구체화하고 실현한다.

그런데 어떠한 사항을 법규로 규율할 것인가, 이를 방치할 것인가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입법자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그리고 세계관적 고려 아래 정해지는 사항인 것이고, 따라서 일반국민이 입법을 해달라는 취지의 청원권을 향유하고 있음은 별론하고 입법행위의 소구청구권은 원칙적으로 인정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만일 법을 제정하지 아니한 것이 위헌임을 탓하여 이 점에 관하여 헌법재판소의 위헌판단을 받아 입법당국으로 하여금 입법을 강제하게 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허용된다면 결과적으로 헌법재판소가 입법자의 지위에 갈음하게 되어 헌법재판의 한계를 벗어나게 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헌법상의 권력분립원칙과 민주주의원칙은 입법자의 민주적 입법형성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하여 입법자의 헌법적 입법의무는 예외적으로만 이

를 인정하고, 되도록이면 헌법에 명시적인 위임이 있는 경우만으로 제한할 것을 요구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입법부작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재판관할권은 극히 한정적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할 것이다.52)

헌법재판소가 진정입법부작위의 위헌확인 헌법소원을 인용한 사례로는 헌재 1994. 12. 29. 89헌마2 ‘조선철도 주식회사 주식의 보상금청구에 관한 헌법소원사건’이 유일하다. 한편 헌재 1998. 7. 16. 96헌마246 ‘전문의 자격시험 불실시 위헌확인 등 사건’에서는 의료법과 대통령령인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치과의사 전문의 제도 실시를 위한 시행규칙(보건복지부령)을 개정하거나 필요한 조항을 신설하는 등 관련조치를 취하여야 함에도 행정권이 이를 하지 아니한 행정입법 부작위가 위헌임을 확인한 바 있다.

(1) 일본53)

현재 일본에서 안락사 또는 존엄사에 관하여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입법례는 존재하지 않고, 그 규범의 부존재에 관하여 다투어진 판례도 찾아볼 수 없다. 또한 학계에서도 안락사 또는 존엄사의 논의는 그 요건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입법의무와 관련된 논의는 찾기 어려웠다.

(2) 독일54)

독일에서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입법은 아직까지 존재하지 않는다. 학계에서 안락사를 보장하는 법률에 관한 입법의무에 대한 논의는 입법정책론과 혼재되고 산발적으로 언급되어 있어 그 인정여부와 인정범위에 관한 지배적

인 견해를 말하기 어렵다. 그 대표적인 학자인 Knopp55)와 Hufen56)은 위 입법론을 언급하였지만, 국가가 안락사에 대한 실체적 요건 전반을 법률로 세세하게 규정하지 아니한 것이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의미에서 입법의무 위반이라고까지 언급한 것으로는 보이지 아니한다.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은 그 실질이 자연스런 죽음의 실현을 방해받지 아니할 권리로서 자유권적 기본권의 성격을 갖는다. 자유권적 기본권은 원칙적으로 국가의 방임만으로도 그 권리실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런데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은 생명보호의 헌법적 가치질서와 충돌하는 문제로 말미암아 그 실현이 원칙적으로 제한받고 있고 있기 때문에 국가가 이를 방임하는 것만으로는 그 기본권 보호의무를 다하였다고 볼 수 없다. 즉 국가가 생명보호의 헌법적 가치질서에 따라 타인의 촉탁ㆍ승낙을 받고 그를 살인하는 행위(작위 및 부작위를 포함한다.)를 처벌하고 있고(형법 제252조), 따라서 환자 본인의 의사(추정적 의사 포함)에 따른 것이라 할지라도 그에 대한 연명치료 중단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이에 관여한 의료인 등은 원칙적으로 촉탁 또는 승낙에 의한 살인죄 또는 그 방조죄로 처벌될 수 있다. 또한 환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료인과의 의료계약을 자유로이 해지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의료인은 진료의무를 면할 수 있으나, 의료인이 적법하게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진료행위’를 중단할 것인지 여

부는 극히 제한적이라 할 것이다(대법원 2009. 5. 21. 선고 2009다17417 판결 참조). 단지 연명치료 등 진료행위의 중단이 환자의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의 실현이라고 평가될 수 있을 때 비로소 이에 관여한 의료인 등은 민ㆍ형사상 책임을 면할 수 있다.

결국 죽음에 임박한 환자가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죽음에 임박한지 여부 즉,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진입하였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이 선행되어야 하고 위 기본권 주체인 환자 본인이 연명치료 중단을 원하는지 그의 의사가 확인되어야 한다.

그런데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법률이 마련되지 아니한 현 상황에서는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진입하였는지 여부에 관한 의학적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환자의 의사를 확인하는 것 역시 쉽지 아니하다. 이와 같이 연명치료 중단의 허용요건이나 그 판단 절차가 불명확한 상태에서 환자 측으로부터 연명치료 중단을 요구받은 의료인은 연명치료 중단의 허용요건에 맞지 아니하다고 판단될 경우 뒤따르는 민ㆍ형사적 책임을 염려하여 연명치료 중단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할 개연성이 높다. 이에 따라 연명치료 중단이 지연될 수 있고, 이는 죽음에 임박한 환자의 기본권인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의 실현이 사실상 불가능하도록 방치한 것과 다르지 않다. 한편, 의료현장에 따라서는 죽음에 임박한 환자의 범위를 넓게 인식하여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실현한다는 미명 아래 연명치료 중단을 남용함으로써 생명권침해의 불법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국회는 죽음에 임박한 환자의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한편, 죽음에 임박하지 아니한 환자에 대한 연명치료 중단의 남용을 예방하여 생명권 보호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① 죽음에 임박한 상태, 즉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관한 의학적 기준, ② 의료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환자가 이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판단의 정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판단 주체와 절차57), ③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환자의 의사를 어

떻게 확인할 것인가에 관한 방법과 절차, ④ 중단의 대상인 연명치료의 범위, ⑤ 연명치료 중단 남용에 대한 처벌과 대책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야 할 헌법 해석상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아울러 연명치료 중단의 시행주체나 방법, 연명치료를 중단한 자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의 면제 등에 관한 규율도 필요하다.

위 입법사항 구체적 형성은 의학적, 규범적 논의 및 평가와 합의를 거쳐 이루어야 할 입법정책의 문제로서 입법기관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위 입법사항에 대한 입법 자체는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므로 선택 가능한 의미의 정책의 문제가 아니고 헌법적 당위 내지 의무의 문제라 할 것이다.

한편 환자 측과 의료인 사이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다툼이 있을 경우 법원의 재판을 통하여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보호 받을 수 있고, 재판과정에서 자연스런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연명치료 중단의 허용요건, 시행 절차나 방법 등에 관한 기준이 제시될 수 있다. 그러나 재판 등 사법적 구제수단은 최종 결론을 얻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어 권리실현의 실효성을 보장받기 어렵고, 구체적 개별적 사건을 대상으로 한다는 한계 때문에 위에서 지적한 입법사항 등에 대한 종합적인 해결방식으로 적합하지 않다. 입법이 없는 상태에서 개개의 사례들을 모두 소송사건화 하여 일일이 법원의 판단을 받게 하는 것도 비현실적이고58)법적 안정성을 충분히 담보할 수 없다.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법적 혼란과 공백을 막고 의료기관에게 예측가능성을 주고, 연명치료 중단의 남용에 대한 대처, 연명치료를 중단한 의사의 민ㆍ형사상 책임에 관한 법률과의 조화 등을 도모하여야 하는 것에 관한59)종합적 대처는 입법으로써만 가능하다.

그렇다면 죽음에 임박한 환자의 기본권인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실효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는 것이 필수적이라 할 것이므로, 국회가 위 입법에 관한 구체적 행위의무를 부담하고 있음이 명백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입법의무 위반은 국가가 기본권을 효율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입법이 유일한 수단인데도 입법자가 전혀 입법을 하지 않고 있을 때에 한하여 확인할 수 있다. 입법자가 입법을 통하여 기본권의 보호의무를 최대한 실현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이것은 원칙적으로 입법재량에 속하는 사항이다.

죽음에 임박한 환자에 대한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다툼은 법원의 재판을 통하여 해결될 수 있고, 법원의 재판에서 나타난 연명치료 중단의 허용요건이나 절차 등에 관한 기준에 의하여 자연스런 죽음의 권리는 충분하지 않을지는 모르나 효율적으로 보호될 수 있다.

그리고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여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자연스런 죽음을 맞이하는 문제는 생명권 보호라는 헌법적 가치질서와 관련된 것으로 법학과 의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종교, 윤리, 나아가 인간의 실존에 관한 철학적 문제까지도 연결되는 중대한 문제이므로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다. 따라서 이에 관한 입법은 사회적 논의가 성숙되고 공론화 과정을 거친 후 비로소 국회가 그 필요성을 인정하여 이를 추진할 사항이다.

또한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방법으로서 ‘법원의 재판을 통한 규범의 제시’와 ‘입법’ 중 어느 것이 바람직하느냐는 입법정책의 문제로서 국회의 재량에 속한다 할 것이다.

일본, 영국 등과 같이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입법이 없는 국가에서도 사법기관의 결정례에서 제시된 기준에 따라 연명치료 중단 등이 허용되고 있음을 볼 때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반드시 입법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독일에서도 최근 2009. 9. 1. 시행된 개정민법(BGB 제1901a조, 제1904조 제2항 등)에서 ‘환자의 처분’ 내지 ‘환자의 지시’ 등에 관한 규정이 도입되기 전까지는 이와 같았다.

그렇다면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법률을 제정할 국가의 입법의무가 헌법해석상 도출된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청구인의 이 사건 입법부작위 위헌확인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이 사건 결정은 입법의무 확인에 관한 헌법재판권이 한계를 고려하여 결정요지 2.항 기재와 같은 이유로 부정론을 취하였다. 그 결과 ‘연명치료 중단 등에 관한 법률’의 입법부작위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소정의 ‘공권력의 불행사’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 사건 결정은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른 환자에게 생명단축을 초래할 수 있는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이 기본권인 자기운명결정권의 한 내용으로서 인정됨을 명확히 하였다. 생명권보호에 관한 헌법적 가치질서를 중시하여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른 환자라는 제한된 범위에서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헌법상 기본권의 내용으로서 인정한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위 판시취지는 관련 분쟁에서 재판규준이 될 것이다.

한편,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기본권 실현을 위하여 ‘연명치료의 중단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야 할 입법 정책적 필요성을 부정할 수 없지만, 이 사건 결정은 국회와 사이 권력분립에서 나오는 헌법재판의 한계를 고려하여 헌법해석상 위 법률의 입법의무가 명백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별지

(1) 오레곤주의 존엄사법(The Death with Dignity law)

의사조력자살을 허용한 입법으로 오리건주의 존엄사법이 있다.1)위 법률은 주민투표에 의해 1994년 통과되었지만 의사와 말기암환자 등의 반대, 소송 등의 우여곡절을 거쳐 1997년 10월부터 시행되었다.

이 법의 내용을 살펴보면, 환자는 반드시 불치의 말기질환으로 극심한 육체적 고통을 받고 있어야 하고, 사기가 임박하여 그 시기가 6개월 이내라는 2명 이상의 의사의 진단이 있어야 하고, 환자본인의 자기결정권에 의한 진지한 요청을 서면으로, 단 부득이 한 경우에는 구두로 할 수 있으나 이때에는 반드시 2명의 증인(의사와 가족 중 1인)이 있어야 하고, 환자의 예후를 판단한 병원의 윤리위원회를 통해 환자의 의사결정에 대한 평가가 되어져야 하고, 그 결정은 환자의 치료에 관여한 의료팀과 환자의 가족으로 구성된 팀에 의해 이루어져야 하고, 안락사가 반드시 병원에서 이루어질 필요는 없지만 반드시 의사에 의해 이루어져야 하며, 이 때 또 다른 1인 이상의 의사의 입회하에 시술이 이루어져야 하고, 안락사를 실행하기로 결정되었어도 반드시 15일 기다려 환자의 의사를 한 번 더 확인하고 실행하여야 하고, 안락사의 방법은 반드시 인도적인 방법이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2)

1998년 15명의 말기환자들이 위 법에 근거하여 의사의 도움을 받아 합법적으로 극약을 삼키고 사망하였다고 한다.3)

(2) 캘리포니아주의 자연사법(Natural Death Act) 등

캘리포니아주 의회에서 ‘자연사법(Natural Death Act)’이 가결되어 1977. 1. 1.부터 시행되었다. 이 법률은 18세 이상의 시민은 의사에 대한 지시서를 작성할 수 있는 권리가 인정되고 있으며, 이 지시서의 내용은 환자가 말기 증상을 보이는 경우에 그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연명장치의 제거에 관한 권리를 위임한다는 것이다.

그 후 1984년 플로리다 주에서는 ‘생명소생법(Life Prolonging Procedures Act)’을 제정하는 등 1976년부터 1985년까지 사이에 31개 주에서 다양한 형태로 식물상태의 인간에 대한 생명유지 장치의 제거, 즉 소극적 안락사를 허용하는 법들이 입법되었으며, 현재 미국의 40개 이상의 주가 소극적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다.4)

워싱턴주는 공공보건과 안전에 관한 법률(Title 70. Public Health and Safety)의 부분으로서 자연사법 규정(Chapter 70.122 Natural Death Act)을, 아이다호주는 보건과 안전에 관한 법률(Title 39. Health and Safety) 부분으로서 의료동의와 자연사법(The Medical Concent and Natural Death Act)을, 콜롬비아 특별구는 보건치료와 안전(Title Human Health Care and Safety)의 죽음에 관한 장의 하위부분에 자연사(Natural Death)에 관한 규정을, 미주리주는 치료보류에 의한 죽음(Death resulting from withholding treatment)에 관한 규정을, 알칸사스주는 말기환자 또는 영구적 의식불명환자의 권리에 관한 법률(Arkansas Rights of the Terminally Ill or Permanently Unconscious Act)을, 노스 캐롤리나주는 자연사 권리에 관한 규정(right to a natural death)을 두고 있다.5)

(3) 카런 퀸란(Karen Quinlan) 사건6)

미국 뉴저지주의 최고법원은 1976. 3. 31. “부친을 카렌의 후견인으로 임명한다. 후견인의 의뢰를 받은 담당 의사가 동 환자에 대한 생명유지장치를 제거하려면 병원윤리위원회의 승인을 거쳐 할 수 있고 그에 따를 민·형사상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 근거는 헌법상의 프라이버시권이다. 프라이버시권은 치료거부 여부를 포함하는 넓은 의미이며, 의사능력이 없는 자에 대하여는 그 후견인이 대리하여 결정할 수 있다. 프라이버시권에 대항할 수 있는 주의 ‘인간의 생명보호’도 질병의 상태와 치료의 종류에 따라서 압도당할 수 있는 것이며, 프라이버시권에 기한 치료의 거부로 죽음에 이르더라도 살인죄를 구성하거나 기타의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여 미국에서는 최초로 소극적 안락사를 허용하였다.7)

(4) 아이히너(Eichner) 사건8)

뉴욕주 대법원은 ① Fox는 입원 전에 진지하게 연명조치거절의 의사표명을 하였으며, 이 점에 관하여는 명백하고 확신할(clear and convincing) 정도의 증명이 있고, ② 생명유지 장치의 제거에 관한 Eichner 신부의 대리판단(substituted judgement)은 적절하며, ③ 환자의 연명치료 거절권은 보통법(common law)에 의해서 승인된 환자의 기본적 권리라는 이유로 아이히너 신부의 신청을 인용한 제1심 및 제2심 판결을 지지하면서 주 정부의 상고를 기각하고 소극적 안락사를 허용하였다.9)

이 판결은 식물인간에 대한 생명유지장치의 제거를 허용하였다는 점에서는 Karen 사건에 대한 판결과 같으나 연명치료거부권의 근거를 헌법상 privacy의 권리에서 구하지 않고 보통법상의 기본적 권리 내지는 informed consent(충분한 의학적 설명을 제공받은 후의 동의)에 의한 자기의사결정권에서 구하고 있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5) Cruzan 사건10)

미주리주 대법원은 common law에서 적용되고 있는 informed consent 원칙에는 치료를 거부할 권리가 내재되어 있지만 그러한 원칙이 이러한 소극적 안락사 사건에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하여는 의구심을 표현하였고, 또한 연방 헌법에 의하여 개인이 치료를 거부할 권리가 내재되어 있는 지에 대하여도 의문을 표시하였지만, 주 헌법에 의하면 개인은 치료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는 것을 인정하였다. 하지만 미주리주의 Living Will11)에 대한 제정법(Mo. Rev. Stat 459.010)은 인간의 생명을 최대한도로 유지하려고 하는 주 정부의 강력한 정책을 그 바탕에 내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Cruzan이 함께 살았던 동거친구에게 한 진술은 Cruzan의 진정한 의사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신빙성이 떨어진다. 미주리주의 Living Will 규정에 따른 소생불능 환자의 사전의 명시적인 의사표시도 없고, ‘명백하고 설득력 있는 증거(clear and convincing evidence)’에 의한 환자의 의사를 알 수 없는 상태에서는 어느 누구도 환자의 그러한 의사를 추정할 수 없다고 하면서 Cruzan의 부모가 생명연장 장치를 제거할 권리가 없다고 판시하였다.12)

연방대법원은 미국 헌법상 자유권의 의미에 의사결정능력이 있는 환자가

생명연장의 수분과 영양공급을 거절할 권리도 포함되어 있다고 판시하였다. 즉, 연방대법원은 퀸란 사건처럼 프라이버시권 보호에 초점을 두지 않고 치료를 - 영양과 수액 공급을 포함하는 - 거부할 합법적 권리는 수정헌법 제14조에서 보호된 자유이익(protected liberty interest)라는 원리 하에서 있으며, 크루젠 사건이 그러한 헌법상의 권리가 있음을 인정하였다.13)아울러 의사결정 능력이 없는 환자가 아닌 제3자가 환자를 대신하여 수분과 영양 공급을 거부하는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이전 의사표시에 대한 분명하고 명백한 증거를 필요로 한다는 미주리 주 법률이 적법절차 조항에 위반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14)

(6) Schiavo 사건15)

1심법원은 2000. 2. 증거조사를 통하여 테리가 의학적으로 생명을 연장하는 것을 거부하는 의사를 표시하였으며, 현재 식물인간상태로 소생이 불가능한 상태이므로 튜브가 제거되는 것이 옳다고 판시하였고, 2001. 4. 23. 이러한 하급심 법원의 판단을 그대로 인정하는 플로리다 대법원의 최종적인 판결이 나옴에 따라 2001. 4. 24. 테리에게 음식을 공급하는 튜브가 제거되었다.16)

(7) 의사조력 자살에 관한 미 연방대법원의 판결17)

① Vacco v. Quill 사건

주 법률이 의사조력자살을 금지하는 것에 대하여 뉴욕주 의사들은 인공호

흡기나 급식기에 의존하는 환자들은 그것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죽기를 결정할 수 있지만, 인공호흡기 등에 의존하지 않는 말기환자는 소극적 안락사의 방법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점에서 죽어가는 환자들에 대한 차별대우가 존재한다고 주장하였다.

연방대법원은 1997. 6.경 의사조력자살과 치료중단의 소극적 안락사 사이의 구별은 의료계와 미국의 법전통에서 광범위하게 인정되고 지지된 것으로서 이 구별이 합리적이며 논리적이라고 판결하였다.

② Washington v. Glucksberg 사건18)

의사조력자살의 권리는 미국의 법전통에 깊이 뿌리박고 있지 않다고 하면서 수정헌법 제14조의 적법절차조항에서 보호된 자유권은 의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미국의 역사와 전통에 깊이 뿌리박고 있을 때 한하여 허용되고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워싱턴 주의 의사조력자살에 대한 형사법적 금지는 인간생명의 존중, 자살의 예방, 의료인의 직업의 순수성과 윤리의 보호, 자살을 시도하라는 강요를 받는 취약계층의 보호, 안락사의 남용예방 등의 정당한 목적과 합리적인 관련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였다.

네덜란드는 2002. 4. 1. 적극적 안락사를 허용하는 안락사법19)을 시행하고 있다.

환자들이 치유될 수 없고, 환자가 건강한 정신을 잃지 않은 상태에서 안락사에 동의하며, 의사는 환자에게 그의 상황과 전망에 대해서 고지하고, 환자의 고통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클 경우, 최소한 1인 이상의 독립적 의사와 협의해야하고, 이 의사는 환자를 직접 문진하고 위의 요건에 대한 서면의견서를 작성해야하는 등 요건에 부합할 경우, 의사는 적당한 의료적 주의를 다하여 환자의 생명을 단절하거나 자살에 조력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위 요건에 충족될 경우 성인은 물론이고, 16∼18세도 부모로부터 완전히 독립하여 안락사를 결정할 수 있다. 12∼15세는 부모의 동의가 필요하고, 12세 이하라도 부모와 의사가 모두 동의하면 안락사를 시행할 수 있다. 안락사를 시행한 후 담당의사는 검시관과 5개 지역심사위원회(변호사, 의사, 윤리전문가로 구성)중 하나에 통보해야 한다. 지역심사위원회는 의사가 법상의 주의요건을 모두 충족하는지 심사하며, 사후평가에서 이러한 규정을 위반한 의사에게는 12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였다.20)

호주에서는 연방 8개주 가운데 3개주가 생명연장 장치를 제거하는 의료행위를 법으로 허용하고 있고, 나머지 주에서도 관습법상 이를 허용하고 있다.

노던 테리토리(Northern Territory)주에서 1996. 9. 말기환자의 안락사를 허용하는 법이 시행되었다가 1996년 12월 하원에서 위 법을 무효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1997년 3월 상원에 이어 총독이 폐지법안에 서명함으로써 안락사허용법은 1년도 되지 않아 폐기되었다. 위 폐기된 법에 따르면 안락사 허용요건으로 환자가 18세 이상이어야 하며, 환자의 치료가 불가능하고, 회생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증명되어야 하고, 환자는 죽음의 순간까지 의사표시능력이 있어야 하고 단순한 우울증 때문이어서는 아니 되며, 이러한 조건이 갖추어진 후에도 7일간의 준비기간을 두고 환자는 공식 청약서에 서명한 뒤 48시간 기다릴 것 등을 들고 있다. 그 이유는 의사의 조치가 있기 전 다시 한 번 생각할 여유를 주기 위해서이다. 위 법이 시행된 후 모두 4명이 안락사 하였다.21)

「환자의 권리 및 삶의 종말에 관한 2005년 4월 22일의 법률 제 2005-370호⌟(Loi n⁰ 2005-370 du 22 avril 2005 relative aux droits des malades et

à la fin de vie, J.O. du 23 avril) (개요)22)

위 법률에 나타난 환자의 용태에 따른 치료중단(존엄사 즉 소극적 안락사 및 간접적 안락사) 실행절차는 아래와 같다.

(1) 환자가 의식이 있으며, 종말기에 있지 않은 경우 (동법 제4조)

환자가 치료중단을 요구하더라도, 원칙으로서 치료 속행을 설득하고, 생명 유지를 환자의 意思에 우선시킨다. 다만 육체적ㆍ정신적 고통으로 인해 존엄사를 계속 바라는 경우에는 다음의 조건 아래에서 존엄사를 실행한다.

① 환자에게 치료중단의 결과를 고지한다.

② 환자 자신이 존엄사 실행 의향을 거듭 되풀이하여 표명한다.

③ ⌜의사단⌟의 합의를 거친다.

(2) 환자가 의식이 있으며, 종말기에 있는 경우(동법 제5조)

환자가 치료중단을 요구하면, 醫師는 원칙적으로 환자의 意思를 존중하되 다음의 조건 아래에서 존엄사를 실행한다.

① 환자에게 치료중단의 결과를 고지한다.

② 환자 자신이 존엄사 실행 의향을 거듭 되풀이하여 표명한다.

③ ⌜의사단⌟의 합의를 거친다.

(3) 환자가 의식이 없으며, 종말기에 있지 않은 경우(동법 제5조)

원칙으로서 환자의 생명유지가 환자의 意思에 우선한다. 다만, 다음의 조건 아래에서 존엄사를 실행한다.

① 신임인(personne de confiance: 환자의 부모, 근친자 또는 단골 醫師 등 중에서 환자가 지명한 사람), 가족, 근친자 등으로부터 존엄사 실행 의견이 있다.

② 환자의 사전지시서가 있으면 그것을 참조하여 환자의 존엄사 의향을 확인한다.

③ ⌜의사단⌟의 합의를 거친다.

(4) 환자가 의식이 없으며, 종말기에 있는 경우(동법 제9조)

다음의 조건 아래서 원칙적으로 존엄사를 실행한다.

① 신임인, 가족, 근친자 등으로부터 존엄사 실행의 의견이 있다.

② 환자의 사전지시서가 있으면 그것을 참조하여 환자의 존엄사 의향을 확인한다.

③ ⌜의사단⌟의 합의를 거친다.

대만은 2000. 5. 23. 입법원에서 안녕완화의료조례를 제정하여 2000. 6. 7. 공포ㆍ시행됨에 따라 말기환자의 치료종결을 인정하고 있다.23)

위 조례에 따르면, 적극적 안락사는 인정하지 아니함. 적극적이고 침습적인 치료를 거부하고 안녕완화의료24)를 선택하는 것, 심폐소생술을 거부하는 것이 허용되고, 환자 자신이 의식을 상실할 경우에 대비하여 의사결정을 대신할 대리인을 선임하는 것도 허용됨. 환자는 언제나 자신의 안녕완화의료에 대한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있음. 환자가 자신의 의사를 표명할 수 없는 경우에는 친족에 의한 대리결정을 허용하고, 대리결정을 할 친족의 순위를 법으로 정하였다.

완화의료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요건을 갖춘 사전의사표시는 구속력을 인정함.

본인(친족에 의한 대리결정의 경우 그 친족), 현장증인 2명의 서명날인이 있는 서면에 의하여 의사표시를 할 것을 요하고, 말기환자가 아닌 환자가 말기환자가 될 것을 대비하여 미리 심폐소생술불행사의 의사를 밝힌 경우에는

말기환자라는 점에 대한 의사 2명의 진단확정을 추가로 요한다.

현재 독일에서 안락사를 정당화하는 입법례는 찾아 볼 수 없다.

(1) 1994년 켐프테너 사건(Kemptener-Fall)에 대한 연방형사법원의 판결25)

비가역적 죽음의 과정이 시작되지 않은 환자에 대한 치료중단에 관한 판결이다.

비가역적 죽음의 과정이 시작된 경우 의사는 자신의 의료지식과 소신에 따라 죽음에 수반되는 고통이 돌이킬 수 없는 상태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해야 하며, 곧 사망할 것이라고 확신하여야 한다. 이러한 유형의 치료중단을 독일에서는 죽음에서의 도움(Hilfe beim Sterben) 또는 협의의 소극적 안락사로 표현하며, 이러한 경우 생명을 연장시키는 조치를 중단하는 것이 허용될 뿐 아니라, 의사의 권리로 인정되고 환자의 의사에 종속하지 않고 연명치료의 중단을 결정할 수 있다고 한다.

이와 달리 비가역적 죽음의 과정이 시작되지 않은 경우를 죽음에로의 도움(Hilfe zum Sterben) 또는 광의의 소극적 안락사라고 표현하는데, 이 경우에는 환자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이와 관련하여 환자가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경우에는 추정적 의사에 따르도록 하고, 추정적 의사도 알 수 없는 경우에는 일반인의 가치표상에 따른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 경우 치료중단은 독일민법 제1904조26)에 따라 후견법원의 결정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2) 2003년 뤼베커 사건에 대한 연방민사법원의 판결27)

환자가 동의능력이 없고 기본통증이 회복할 수 없는 사망과정에 접어들었을 경우, 사전에 - 소위 사전의사표시의 형식으로 - 당사자가 표현한 의사에 부합할 경우에는 생명 유지 혹은 연명조치는 중단되어야 한다. 이는 인간존엄으로부터 말미암는 것으로, 동의능력이 있는 상황에서 이미 행해진 자기결정권은, 자기책임으로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일 때에도 존중되어야 함을 요구한다. 다만 환자의 의사가 명확하게 확정되지 않았을 때에만, 중단조치의 허용여부는 환자의 추정의사에 따라 결정되어야 하며, 추정의사는 개별적으로 - 즉 환자의 인생관, 가치관 그리고 종교관으로부터 - 탐구되어야 한다. 환자의 후견인이 선정되었다면, 후견인은 의사와 간병인에 대해 환자의 의사를 자기의 법적책임으로 민법 제1901조에 따라 표현하고 효력을 주장하여야 한다. 후견인은 후견법원의 동의를 얻어서만 의사가 제공하는 생명유지 혹은 연장치료에 대해 효과적으로 동의를 거부할 수 있다. 의사가 그러한 치료를 제공하지 않았을 경우 - 처음부터 의학적으로 볼 때 필요없거나, 의미가 없거나 혹은 다른 이유로 가능하지 않을 때 - 후견인의 동의나 법원의 동의는 여지가 없다.

(3) 독일 헌법학계의 학설과 판례는 죽어가는 환자에 대한 연명치료중단의 헌법적 정당화 근거로서 (기본법 제1조 제1항의 인간의 존엄과 관련하여) 기본법 제2조 제1항의 일반적 인격권을 제시하는 견해와 기본법 제2조 제2항 제1문의 생명권을 제시하는 견해로 대체로 나뉘어져 있다.

독일의 연방헌법재판소 결정28)와 지배적인 학설에 따르면 환자의 생명에 대한 자기결정권의 근거를 기본법 제2조 제2항 제1문의 생명권에 두지 않고 기본법 제2조 제1항의 인격권에 두는 것으로 보인다.29)

일본 역시 안락사에 관한 법은 없다. 다만, 아래와 같이 안락사가 문제된 사건에 대한 몇몇 판결이 있었고, 특히 1995년 동해대학병원 안락사 판결 이후로 안락사 내지 존엄사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 되었다고 한다.30)

(1) 1962. 12. 22. 나고야 고등법원 판결 - 적극적 안락사를 정당화하는 요건을 제시한 판결31)

피고인의 아버지가 뇌일혈로서 반신불수가 되고 식사 및 대소변도 가족의 손에 의존하는 형편이었는데, 농사를 하느라 부친에 대한 간호가 좋지 못해 병은 악화되었으며, 이에 피고인의 부친이 "빨리 죽었으면" 이라든가, "죽여달라"는 등의 소리를 질러 피고인은 이러한 고통에서 자신의 부친을 해방시키는 것이 효도라고 생각하고 농약을 우유에 타서 먹게 하여 살해한 사건에서 나고야 고등법원은 다음과 같은 적극적 안락사의 허용요건을 제시하였다.

환자가 현대의학에 비추어 치료불가능하고 죽음에 임박해 있다는 의사의 판단이 있을 것, 환자의 극심한 육체적 고통이 있을 것, 오로지 환자의 고통 제거나 완화를 목적으로 행해졌을 것, 환자 본인의 진지한 촉탁이나 승낙이 있을 것, 의사에 의하여 윤리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방법으로 시행될 것.

(2) 1995. 3. 28. 동해대학교 안락사 사건 판결 - 横浜地判 平成七年 三月 二八日

의사인 피고인이 치유 불가능한 질병인 다발성 골수종에 걸려 심한 통증을 호소하고, 죽음이 임박한 환자에 대하여 고통을 감소시킬 목적으로 환자의 명시적인 승낙을 받지 않고 수액 및 인공호흡기를 제거하고, 진통제를 투여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에 대하여 안락사의 허용요건인 육체적인 고통의 존재와 환자의 명시적인 승낙을 결하고 있으므로 위법하다고 하여 유죄를 인정하면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안락사의 허용조건을 일반적으로 제시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최소한 첫째 환자에게 견디기 어려운 육체적 고통이 존재할 것, 둘째 환자의 죽음이 피할 수 없는 것이며 임종 시기가 임박하고 있을 것, 셋째 안락사의 실행이 환자의 의사 표시에 의하여 이루어 질 것, 넷째 안락사는 종류에 방법상 차이가 있고, 다만 생명의 단축을 초래하는 적극적 안락사의 경우에는 위 나고야 고등법원 판결과 같이 엄격한 요건이 충족되어야 할 것 등의 조건은 갖추어야 한다. 종래 안락사의 방법으로는 괴로움을 길게 끌지 않기 위하여 연명 치료를 중지하여 임종을 빨리 하는 부작위형의 소극적 안락사, 고통을 제거, 완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만 그것이 동시에 죽음을 빠르게 할 가능성이 있는 치료형의 간접적 안락사, 고통을 모면시키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죽음을 초래하는 조치를 취하는 적극적 안락사 등이 있다. 이 중 소극적 안락사는 치료행위의 중지의 범위에 드는 행위로 동기, 목적이 육체적 고통에서 도피하는 것에 있는 경우라고 해석되므로 치료행위의 중지로서 그 허용성을 생각하면 족하다. 간접적 안락사는 임종이 임박한 환자가 아직도 격렬한 육체적 고통으로 괴로워할 때 그 고통의 제거, 완화를 목적으로 하는 행위로 부차적 효과로서 생명을 단축할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한다고 하는 경우이지만, 이러한 행위의 주목적은 고통의 제거, 완화라는 행위로 간주할 수 있을 것과 가령 생명의 단축 위험이 있더라도 고통의 제거를 선택한다고 하는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근거로 허용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간접적 안락사의 경우 위 요건으로서의 환자의 의사표시는 명시의 것은 물론, 이 간접적 안락사가 객관적으로 의학적 적정성을 가진 치료행위의 범위 내의 행위로서 행하여진다고 생각되므로 환자의 추정적 의사(가족의 의사표시에서 추정되는 의사도 포함)로도 족하다고 해석된다. 적극적 안락사는 고통에서 해방시켜 주기 위한다고는 하나 직접 생명을 끊는 것을 목적으로 하므로, 그 허용성에 대해서는 더욱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고, 이 적극적 안락사가 허용되기 위한 환자의 자기 결정권의 행사로서의 의사 표시는 생명의 단축에 직결되는 선택인 만큼 그것을 행하는 시점에서의 명시적인 의사표시가 요구되어, 간접적 안락사의 경우와 달리, 추정적 의사로는 부족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32)

19세기 말부터 안락사에 대한 논쟁을 벌였고, 안락사를 합법화하려는 입법제안이 몇 차례 있었으나 아직 법률로 안락사가 허용되고 있지 아니하나 제한적인 요건 아래 존엄사를 허용하는 판결이 선고되고 있어 소극적 의미의 안락사는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33)

일반 개업의사인 데이비드 무어가 1999. 4. 16. 과거 30년 간 300여 명에 이르는 말기 환자들을 안락사 시켰다고 시인하여 파문을 일으켰는바, 검찰은 무어가 암으로 고통받던 조지 리델에게 고의로 의학적 사용이 금지돼 있는 다이아모르핀을 다량 주사했다면서 살인죄로 기소하였으나 영국 법원은 1999. 5. 11. 이에 대해 무죄평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무어 박사의 약물투여 초기 의도가 환자의 고통을 줄이는 데 있었기 때문에 고의적인 안락사로 볼 수 없다고 무죄평결의 이유를 밝혔다.34)

가톨릭 전통이 강하여 '비자발적 치료종결'을 허용하는 법률이 없으나, 판례에 의하여 환자의 추정적 의사에 기하여 17년간 지속적 식물상태에 있던 환자로부터 영양공급장치의 제거를 허용하였다.35)

위 판결에 대하여 총리가 의료진에게 영양공급의 재개를 명하는 총리령을 발표했지만 대통령은 이미 법원에서 판결을 내린 사안이라는 이유로 위 총리령에 서명을 거부하였고, 이에 총리는 자신을 돌볼 수 없는 환자에 대하여 인공적인 영양공급의 중단을 금지하는 법안을 제출하였다.36)

이탈리아에서는 위 환자의 죽을 권리에 대하여 47%가 찬성, 47%가 반대하고 6%가 의견을 보류하였다.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