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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기배아가 제기한 헌법소원심판 청구가 적법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 등 -
(헌재 2010. 5. 27. 2005헌마346, 판례집 22-1하 275)
김 태 호*1)
1. 초기배아의 기본권 주체성 여부(소극)
2. 배아연구와 관련된 직업에 종사하는 청구인의 헌법소원 심판청구에 대해 기본권 침해가능성 또는 자기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3. 배아생성자가 배아의 관리 또는 처분에 대해 갖는 기본권과 그 제한의 필요성
4. 잔여배아를 5년간 보존하고 이후 폐기하도록 한 생명윤리법 제16조 제1항, 제2항이 배아생성자의 배아에 대한 결정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2004. 1. 29. 법률 제7150호로 제정된 것, 이하 ‘생명윤리법’이라고 줄여 부른다) 제13조 제1항, 제16조 제1항 내지 제3항, 제17조 제1호, 제2호, 제20조 제4항, 제22조, 부칙 제2항, 제3항 및 구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2008. 2. 29. 법률 제885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생명윤리법’이라고 줄여 부른다) 제16조 제4항, 제17조 제3호, 제20조 제1항 내지 제3항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위헌인지 여부이다. 그 내용은 헌재 2010. 5. 27. 2005헌마346, 판례
집 22-1하, 275의 헌재 2008. 12. 26. 2008헌마419ㆍ423ㆍ436 (병합), 판례집 20-2하, 960, 999의 [별지] 기재와 같다.
가. 청구인 배아 일(1)(이하 ‘청구인 1’이라고 한다), 배아 이(2)(이하 ‘청구인 2’라고 한다)는 2004. 12. 9. ○○의료재단 부산분원 내에서 임신의 목적으로 청구인 남○민(이하 ‘청구인 3’이라고 한다)으로부터 채취된 정자와 청구인 김○미(이하 ‘청구인 4’라고 한다)로부터 채취된 난자의 체외 인공수정으로 생성된 배아 중 청구인 4의 체내에 이식되지 않고 남아 ○○의료재단에 보존되어 있는 배아들이다.
나. 청구인 3, 4는 부부로서 임신의 목적으로 위와 같이 정자 또는 난자를 제공하여 청구인 1, 2를 생성하게 한 배아생성자들이다. 또 청구인 5 내지 13은 법학자, 윤리학자, 철학자, 의사 등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다.
다. 청구인들은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제16조 제1항, 제2항 등이 임신목적의 배아 생성을 허용하면서 인공수정배아를 인간이 아닌 세포군으로 규정하여 이에 대한 연구목적의 이용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고, 잔여배아의 보존기간과 그 폐기 및 연구에 관해 불충분하게 규율하고 있으며, 생성배아의 수효에 관한 제한 및 인공수정을 할 수 있는 전제와 기준ㆍ방법 등에 대하여 규율하지 않고, 체세포핵이식행위를 통해 생성된 체세포복제배아의 연구ㆍ폐기를 허용함으로써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2005. 3. 31. 그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1) 우리나라 헌법체계 하에서 인간배아는 새로운 존재와 인격의 근원으로서 그 존엄과 가치를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하는 생명체이다. 배아, 태아, 출생한 인간은 생명의 연속선상에 있는 동일한 생명체이며, 고유한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따라서 인간의 배아가 ‘착상 전의 배아’이든,
‘인공수정 후 체외에 보관 중인 배아’이든, ‘인간의 체세포핵이식에 의한 체세포복제배아’이든, 배아를 태아 또는 출생한 인간과 달리 취급할 이유나 근거가 없으며, 오히려 연약한 생명체로서의 배아를 더욱 강한 법적 보호에 두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2) 생명윤리법 제13조 제1항은 누구든지 임신 외의 목적으로 배아를 생성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함으로써 임신목적의 배아 생성을 허용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하여 국가 또는 입법자는 배아생성시 임신목적의 과배란 시술 및 정자ㆍ난자 제공 과정에서 정자ㆍ난자 제공자의 신체 완전성이 손상되거나 배아제공자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생성 배아의 수효를 제한하고 인공수정을 할 수 있는 전제와 기준ㆍ방법 등을 규정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이를 게을리 하여 청구인들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 신체의 자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평등권 등이 침해되고 있다.
(3) 위 법률조항들은 또한 정자와 난자를 제공하여 청구인 1, 2를 생성하게 한 배아생성자인 청구인 3, 4가 ‘인간배아는 임신 외의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거나 파괴될 수 없다.’는 가치관과 인격을 형성하는 것을 방해하고, 청구인 3, 4가 자신들이 생성한 배아의 생명 침해에 대한 불안감을 갖도록 만들어 청구인 3, 4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 나아가 생명윤리법 제17조 제1호 등이 잔여배아를 연구 등으로 이용할 경우 정자ㆍ난자 제공자로부터 동의를 얻도록 규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인공수정배아 생성에 관한 동의시 위 동의 여부도 함께 표시하도록 함으로써 인공수정배아 생성을 원하는 청구인들에게 사실상 동의를 강제하고 있다. 이는 청구인 3, 4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4) 또한 잔여배아의 연구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생명윤리법 제17조 제1호 등은 잔여배아를 불임치료법 및 피임기술의 개발을 위한 연구(제1호), 근이영양증 그 밖의 대통령령이 정하는 희귀ㆍ난치병의 치료를 위한 연구(제2호), 그 밖에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령이 정하는 연구(제3호)의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구 생명윤리법의 2008. 2. 29. 개정으로 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심의까지도 생략되게 되었는바, 이는 잔여배아 연구범위를 백지위임함으로써 사실상 제한 없이 잔여배아 연구를 허용하
고 있는 것이다.
(1)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배아의 지위는 모체 내에 착상되어 성장할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현재 청구인 1, 2는 잔여배아로서 냉동상태에 있어 향후 청구인 3, 4의 임신목적으로 이용될지 여부가 불분명하고, 청구인 3, 4가 임신에 성공하거나 사정이 바뀌어 더 이상 임신하고 싶어 하지 아니할 경우에는 착상되지 못할 운명에 처해 있다. 착상될지 여부가 불분명한 상태에 있는 냉동상태의 배아는 착상된 배아 또는 태아 및 사람과 동일한 지위를 가진다고 볼 수 없으므로, 청구인 1, 2의 심판청구는 청구인능력이 흠결된 자의 청구로서 부적법하다.
(3) 과배란 유도는 난자 제공자의 건강, 임신 성공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의사의 판단과 동의권자와의 상담을 거쳐 이루어지는 지극히 의학적인 과정으로, 임신에 이용되고 남은 배아는 냉동 보관되고 환자가 원하는 시기에 이후 다시 임신에 이용될 수 있어서 추가적 과배란 유도나 난자채취의 필요성을 줄이므로,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
(4) 생성 배아의 수효 제한, 그 밖의 인공수정을 할 수 있는 전제와 기준, 방법 등에 대한 규정까지 제정하지 않음으로써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주장은 불임 및 인공수정에 관한 의학적ㆍ전문적인 내용을 일일이 법률로 규정하는 것이 불임 부부 및 의료인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 될 수 있어 비현실적이라 할 것이며 의사에게 보장되어야 할 의료현장에서의 자율성에 반한다.
(5) 생명윤리법 제17조는 제1호와 제2호에서 연구목적을 구체적으로 예시하고 있어서 구 생명윤리법 제17조 제3호에서의 연구를 ‘인간의 생명의 탄생
및 수명 연장, 난치병의 치료 등 인간의 복리를 위해 꼭 필요한 연구’라고 해석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고, 2008. 2. 29. 생명윤리법 개정 이후에도 제3호에 포함되는 연구인지에 대해서는 실질적으로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으므로, 구 생명윤리법 제17조 제3호가 연구범위를 백지위임한 것이라 볼 수도 없다.
(6) 이 사건과 관련된 연구 분야의 경우 특히 그 연구대상이 인간의 배아이기에 국내ㆍ외적으로 다른 어떤 연구 분야보다 강화된 학문 내재적 논증과 통제가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고, 생명윤리법 역시 관련 의료기관과 연구기관에 기관생명윤리위원회를 두어 배아연구의 윤리성을 담보할 수 있는 내재적 통제를 제도화하고 있으며, 배아연구가 자체 내의 통제력을 상실했다는 아무런 증거도 없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부터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기본권 침해가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
(1) 태아에 대하여 ‘인간’으로서가 아니라 ‘인간으로 되어가는 존재’ 내지 ‘생성 중인 인간’으로서의 지위가 인정되는 것에 비추어, 배아에 대해서도 바로 인간으로서의 지위는 인정되지 아니하고 ‘인간으로서 성장할 잠재성을 가지는 인간 이전의 생명체’로 인정할 수 있다. 이는 배아를 인간 이하의 존재로 취급하기 때문이 아니라 배아와 인간은 각기 그 법적 보호의 정도가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2)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비롯한 기본권의 향유능력은 ‘착상 이후의 배아’에게 인정된다. 초기 배아는 인간으로서 성장할 잠재성을 가지는 인간 이전의 생명체로서 생명의 단초가 되는 소중한 존재이기는 하나 기본권을 향유하는 주체라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생명윤리법 제17조 제1호 등에 의해 잔여배아의 기본권이 침해될 여지가 처음부터 없다.
(3) 배아 생성을 위한 정자 또는 난자 채취에는 서면동의가 있어야 하고, 이것은 임신 외의 목적으로 잔여배아를 이용하는 것에 대한 동의 여부를 포함한다. 따라서 정자 또는 난자의 제공자는 자신의 자유의사에 기하여 잔여배아의 이용에 대한 동의 여부를 결정할 수 있고, 동의가 없으면 잔여배아
연구 자체가 불가능하므로 잔여배아 연구로 인하여 정자 또는 난자의 제공자의 기본권침해 역시 있을 수 없다.
(4) 생명윤리법은 초기배아의 생명이 인간의 생명과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다 하더라도 그에 준하여 법적 보호를 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임신 외 목적의 배아생성을 금지하는 제13조 제1항을 둔 것이다. 그리고 배아를 보호할 가치와 배아 이용연구가 가져올 가치 사이의 형량을 통하여 어느 정도의 보호가 적절한지에 대한 구체적 판단은 입법자의 형성의 자유에 속하는 것이다. 구 생명윤리법은 ‘인공수정시 생성 배아의 수효에 관한 제한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으나 제13조 제2항에서 임신목적의 배아생성에 있어 금지되는 행위를 정하고 있으며, 그밖에 배아생성기관과 배아생성절차에 관한 절차적 규율도 두고 있다.
(1)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내부의 의견이 만장일치로 되어 있는 것은 아니나, 동 위원회의 다수의견에 따르면 인간배아는 ‘잠재적 인간존재’로서의 지위를 가진다. 즉, 인간배아는 성장하면서 점차 도덕적 지위를 얻게 되며, 원시선이 출현하기 이전의 배아도 생명권의 존중대상인 인간의 잠재성을 부인할 수 없다. 다만, 인간배아를 완전히 인간과 동등한 존재 내지 생명권의 주체로서 인격을 가지는 존재로 볼 수는 없다. 그렇다고 인간배아가 단순한 세포덩어리인 것은 아니며 인간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착상 이전의 초기 배아의 경우에도 연구자에 의한 임의적 처분이 가능한 연구 또는 실험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인간배아를 이용한 연구는 연구나 치료의 이익이 큰 경우에 한하여 법률규정을 두어 엄격한 관리하에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위한 목적으로 허용할 수 있다. 한편 같은 입장에 서면서도 일부 위원은 잠재적 인간존재로서의 지위 때문에 ‘줄기세포연구’의 경우 최소한의 배아만을 사용하는 제한적 이용이 타당하고, 체세포핵이식 연구의 경우에도 난자 등의 공여자에 대한 신체적ㆍ정신적 위험성과 도덕적 배려가 보다 명확히 정해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2) 반면 동 위원회의 일부 소수의견에 따르면 ‘착상 이전의 초기배아’는
순수하게 생물학적 관점에서 ‘세포군’으로서의 본질을 가지는 것으로 본다. 즉 배아에 대하여 완전한 인격과 생명권을 지닌 인간 개체 내지 잠재적 인간존재로서의 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본다. 이 견해에 의하면 특히 원시선이 생기기 전인 14일 미만의 배아는 단순한 세포군에 불과하기 때문에 연구나 실험의 객체 내지 물건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다만 초기배아의 단계를 거쳐 자궁에 착상된 경우에는 세포군이 아닌 태아로서 생명권의 주체가 된다고 한다.
(3) 동 위원회의 다른 일부 개별의견은 “인간의 생명은 수정된 때로부터 시작되므로 인간배아를 완전한 인간으로 인정”하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그에 따르면 수정 후 성장의 연속선상에 있는 인간생명에 대해 어느 시점을 단절하여 생명권의 주체 여부를 달리 평가할 이유가 없으므로, 인간배아의 생명권은 수정시부터 인정되어야 하며 그 결과 인간배아를 이용한 줄기세포연구는 허용될 수 없다고 본다. 이에 따르면 생명의 출발점에 대한 판단은 합의로 결정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고 한다.
(1) 배아가 인간과 완전히 동등한 존재라고는 평가되지 않기 때문에 인간에게 인정되는 헌법상의 기본권(생명권 등)을 인정할 수 없다.
(2)청구인 3, 4의 기본권침해 주장 역시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부적법하다.
첫째, 생명윤리법 제17조 제1호 등으로 인하여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나, 청구인 3, 4가 그로 인해 가치관이 혼란되고 배아의 생명침해에 대한 불안감에 빠진다 할지라도 그것은 청구인 3, 4에 대한 직접적인 침해에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없으므로 자기관련성이 결여되었다.
둘째, 잔여배아가 연구대상이 됨으로써 새로이 정자와 난자를 제공해야 할 위험성이 있게 되어 그 과정에서 청구인 3, 4의 신체의 완전성이 저해된다는 주장은 기본권침해 가능성을 인정할 수 없고, 기본권침해의 현재성도 인정할 수 없다.
셋째, 청구인들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도 주장하고 있으나, 청구인들은 얼마든지 임신 외의 목적으로 잔여배아를 연구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생명윤리법 제17조 제1호 등이 청구인 3, 4에게 양심의 결정ㆍ실현을 강제한 바 없다.
넷째, 생명윤리법 제17조 제1호 등으로 인하여 배아생성의료기관 등 여러 사람들에게 배아와 관련한 유전자정보 등의 사적 비밀이 노출되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나, 배아와 관련된 사항이 일반인이 아닌 배아생성의료기관에 알려지는 것은 일반 의료기관이 환자의 신상정보를 알게 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서, 청구인들은 이러한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자유의사에 따라 배아의 생성 및 임신 이외 목적의 잔여배아 이용에 동의한 것인바, 이는 사인에 대하여 사적 비밀의 권리를 포기하고 그 인지를 허락한 것이어서 기본권침해 가능성을 인정할 수 없다.
다섯째, 청구인은 평등권의 침해를 주장하고 있으나 생명윤리법 제17조 제1호 등의 의미와 목적이 잔여배아에 대한 학문적 연구에 있다고 할 때 잔여배아와 관계없는 ‘불임 아닌 부부’와 ‘정자 및 난자를 제공한 불임부부’는 동질적인 비교집단이라 할 수 없으므로 기본권침해 가능성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
여섯째, 그 밖에 누구든지 임신 이외의 목적으로 배아를 생성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정한 생명윤리법 제13조 제1항에 의한 기본권침해 주장의 경우 위 생명윤리법 제17조 제1호 등에 대한 청구가 부적법한 것과 같은 이유에서 그 청구의 적법성을 인정할 수 없다. 오히려 생성배아의 수효에 관한 제한 및 인공수정을 할 수 있는 전제와 기준, 방법 등에 대해서까지 법률로 규정한다면 불임자들의 인공수정을 통한 임신시도를 과도하게 제약하여 이들의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할 우려가 높다.
하여야 할 것이다.
초기배아는 수정이 된 배아라는 점에서 형성 중인 생명의 첫걸음을 떼었다고 볼 여지가 있기는 하나 아직 모체에 착상되거나 원시선이 나타나지 않은 이상 현재의 자연과학적 인식 수준에서 독립된 인간과 배아 간의 개체적 연속성을 확정하기 어렵다고 봄이 일반적이라는 점, 배아의 경우 현재의 과학기술 수준에서 모태 속에서 수용될 때 비로소 독립적인 인간으로의 성장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 수정 후 착상 전의 배아가 인간으로 인식된다거나 그와 같이 취급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사회적 승인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기본권 주체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2. 법학자, 윤리학자, 철학자, 의사 등의 직업인으로 이루어진 청구인들의 청구는 청구인들이 이 사건 심판대상 조항으로 인해 불편을 겪는다고 하더라도 사실적ㆍ간접적 불이익에 불과한 것이고, 청구인들에 대한 기본권침해의 가능성 및 자기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다만, 배아의 경우 형성 중에 있는 생명이라는 독특한 지위로 인해 국가에 의한 적극적인 보호가 요구된다는 점, 배아의 관리ㆍ처분에는 공공복리 및 사회 윤리적 차원의 평가가 필연적으로 수반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도 그 제한의 필요성은 크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배아생성자의 배아에 대한 자기결정권은 자기결정이라는 인격권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배아의 법적 보호라는 헌법적 가치에 명백히 배치될 경우에는 그 제한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큰 기본권이라 할 수 있다.
4.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 배아에 대한 5년의 보존기간 및 보존기관 경과 후 폐기의무를 규정한 것은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방법의 적절성이 인
정되며, 입법목적을 실현하면서 기본권을 덜 침해하는 수단이 명백히 존재한다고 할 수 없는 점, 5년 동안의 보존기간이 임신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배아를 이용할 기회를 부여하기에 명백히 불합리한 기간이라고 볼 수 없는 점, 배아 수의 지나친 증가와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의 증가 및 부적절한 연구목적의 이용가능성을 방지하여야 할 공익적 필요성의 정도가 배아생성자의 자기결정권이 제한됨으로 인한 불이익의 정도에 비해 작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 피해의 최소성에 반하거나 법익의 균형성을 잃었다고 보기 어렵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인간)가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기본권을 침해받은 ‘인간’만이 헌법소원을 청구할 자격이 있는 것인데, 이로부터 우리는 인간이 언제부터 인간인가 하는 의문에 마주하게 된다. 종전에 헌법재판소는 이와 관련하여 ‘태아’와 관련한 결정에서 “모든 인간은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가 되며, 형성 중의 생명인 태아에게도 생명에 대한 권리가 인정되어야 한다.”(헌재 2008. 7. 31. 2004헌바81, 판례집 제20권 2집 상, 91, 101)고 하였는데, 이것은 ‘태아’의 경우에는 적어도 생명에 관한 기본권에 관한 한 ‘인간’으로서 취급하여야 한다는 답을 한 바도 있다.2)
출생하기 이전의, 온전한 인간으로 형성 중에 있는 생명도 인간의 존엄성과 인간생명의 고귀함이라는 가치에 비추어 객관적 법질서가 이를 헌법적 차원에서 보호하여야 한다는 점은 틀림이 없을 것이다. 문제는 출생 전의 생명에 대해 언제부터, 어떤 기본권에 대해, 주관적인 기본권 주체로서의 지위를 인정할 것인가이고, 이는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이 판단은, 생물학적 판단 근거와 생명윤리적 가치 요소가 전제되어야 하고 이를 기반으로 규범적 판단이 수행되어야 하는, 어려운 과제이다. 해설 대상인 이 사건은 수정 후 착상 전의 배아 상태에 있는 청구인 1, 2가 헌법소원을 제기함으로써 출생 전 형성 중의 생명에게 기본권 주체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 또는 이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할 청구인적격이 있는지 여부가 핵심적인 쟁점으로 등장한 사건이다. 따라서 본 해설 또한 주로 이 쟁점에 대한 결정의 취지를 소개하는 데 중점을 두기로 한다(이하 2. 부분).
나아가 이 사건의 경우 청구인 1, 2를 생성한 청구인 3, 4 또한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에 대해 배아와 관련한 어떠한 기본권을 인정할 수 있는가 또한 이 사건에서 최초로 문제된 쟁점이다. 이 문제는 결국 배아생성자 스스로가 어떠한 기본권을 갖는가의 문제이지만, 한편으로 청구인 1, 2가 헌법소원의 청구인적격을 갖지 못할 경우 초기배아에 대한 헌법적 보호를 위해 배아생성자에게 그 어떤 헌법적 구제 수단을 마련할 것인가가 이 쟁점에서 함께 고려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결정의 취지도 본 해설의 주요 부분이다(이하 3. 부분).
성체로서의 인간에 이르는 단계는 크게 배아 - 태아 - 성체로 구분할 수 있다. 남성의 정자와 여성의 난자가 수정됨으로써 단세포 수정란이 된 후 약
14일이 경과하면(체내 수정의 경우 이 시기가 착상시와 일치한다) 배반포의 한쪽 끝에서 뇌와 척수로 분화되는 원시신경세포의 초기단계를 알려주는 윤곽선, 즉 이른바 원시선(primitiv streak)이 형성되고, 이후 8주에 이르기까지 분열한 각각의 세포들이 구체적인 신체기관으로 성장하게 되며, 8주 이후부터 이들 기관들이 양적 성장을 하여 성체로 자라나게 된다.
여기서 통상적으로 수정란으로부터 거의 모든 장기가 형성되는 8주째 시기 이전은 배아(embryo)로, 그 이후는 태아(fetus)로 구분하여 부른다. 그리고 수정란으로부터 원시선이 형성되기까지는 하나의 개체로서의 인간으로 탄생할 수 있는지 여부가 확정되지 않기 때문에, 배아 중에서도 14일을 기준으로 그 이전을 초기배아(전배아, 착상전배아 pre-embryo)로 부르고, 그 이후를 초기배아후배아(착상후 배아 post- embryo)로 구분하기도 한다.
생명윤리법 제2조 제2호는 수정란 및 수정된 때부터 발생학적으로 모든 기관이 형성되는 시기까지의 분열된 세포군을 ‘배아’로 정의하고 있으므로, 이는 통상의 배아 개념, 즉 수정란부터 대략 8주까지의 기간을 통칭하는 발생학적인 배아 개념을 채택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이러한 정의는 초기배아와 초기배아후배아를 포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생명윤리법상 ‘배아’의 정의가 이상과 같다고 하더라도, 실제 ‘배아’의 법적 취급이 문제되는 시기는 수정 후 약 14일까지의 ‘초기배아’ 단계이다. 왜냐하면 ‘자연배아’로서 수정 후 14일이 지나 모체에 착상한 ‘배아’는 이미 형법 개념상으로는 ‘태아’로서 취급되어 보호받을 수 있고,3)헌법재판소의 앞선 선례에서 본 바와 같이 이 단계부터는 생명권의 주체로 인정하기에도 용이하며, 우리 생명윤리법도 수정 후 14일이 경과하여 ‘발생학적으로 원시선이 나타나기 전까지’의 배아로서 임신에 사용되지 않은 배아에 한정하여 ‘인공수정배아’의 연구목적 사용 또는 폐기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생명윤리법 제17조 참조).4)
이 사건의 청구인 1, 2은 생명윤리법상의 ‘배아’ 개념에 포함됨은 물론, 그 중에서도 수정란 상태로 냉동되어 존재하는 수정 후 14일 이전 시기에 해당
하는 ‘초기배아’이다. 즉 이 사건에서 청구인 1, 2의 헌법소원에서는 ‘초기배아’가 갖는 헌법적 지위가 문제된다.5)
(1) 기본권의 주체로서 인간의 시기(始期)
(가) 쟁점
출생 전의 생명에 대해 헌법소원의 자격을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의 출발점은 출생 전의 생명이 기본권 주체가 될 수 있는가에서부터 시작된다. 왜냐하면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가 헌법소원의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서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자’만이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본권의 주체가 되려면 인간이라야 할 것이고, 출생 전의 생명이라면 적어도 이 시기가 인간으로서 ‘시작된 시기’(始期)라고 규범적인 판단을 할 수 있어야 기본권의 주체성을 인정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인간의 始期에 대해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이 명확한 견해를 표명한 바는 지금까지 없다. 헌법재판소는 ‘태아’에 대해서는 생명권을 인정
한 바(헌재 2008. 7. 31. 2004헌바81, 판례집 제20권 2집 상, 91, 101) 있고, 대법원 역시 인간의 생명은 잉태된 때부터 시작되는 것이고 회임된 태아는 새로운 존재와 인격의 근원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지닌다고 하여 ‘자궁에 착상한 때부터’ 생명의 시기를 인정한 취지의 판시를 한 바(대법원 1985. 6. 11. 선고, 84도1958 판결) 있는 정도이다. 외국의 경우 가령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도 수태된 후 14일째부터는 ‘어쨌든’ 생명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판시하였으나(BVerfGE 88, 203, 25), 그 이전에 ‘인간적 생명이 존재하는 한 그에게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권이 귀속된다’고 판시한(BVerfGE 39, 1, 41) 바도 있어 인간의 始期를 수정시부터로 볼 여지가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닌 것으로도 보인다. 결국 지금까지 착상후, 또는 수정 후 14일이 지나 원시선이 형성된 배아에 대해서는, 생명권에 관해 기본권 주체성을 인정하고 있다고 볼 여지가 있지만, 그 이전의 시기에 대해서는 그간 구체적 사건이 등장할 때까지 명시적 판단을 유보해 왔음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 사건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좀 더 분명히 인간이 시작하는 시기, 인간이 기본권 주체로서의 지위를 갖기 시작하는 시기에 대한 판단을 할 것을 요구받은 사건이다. 이 사건 초기배아에 대해 기본권 주체성을 인정한다면 그 의미는 인간으로서의 始期에 대한 규범적인 판단을 ‘수정시’부터로 본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나) 견해의 대립
견해에 따라서는 기본권 주체가 되는 인간의 始期를 다양하게 파악할 수 있고 실제 국내외에서 그와 같은 다양한 주장이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7)이하에서는 유력한 세 가지 견해만을 중심으로 그 논소를 요약하기로 한다.8)
① 수정시설(초기배아의 기본권 주체성 인정설)
이 견해는 수정시부터는 수정란이 모체 내에 있든 모체 밖에 있든, 기본권 주체로서 인정되므로 초기배아에게는 기본권 주체성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견해이다. 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제시되는 논거들은 전체적으로 볼
때 4개로 유형화할 수 있다. 즉 수정시설의 논거로는, 최초로 완전한 염색체가 존재하게 되며 이것은 그 이후의 발생단계를 거친다고 하더라도 더 이상 변화하지 아니하는 점(동일성 논거), 정자와 난자가 수정함으로써 최초로, 다른 필요한 조건이 갖추어진다면,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성을 갖춘 세포가 비로소 창조되며, 이러한 잠재성은 단순한 가능성 이상의 것인 점(잠재성 논거), 인간의 생명은 수정의 시점부터 발생의 연속적 과정에 놓이게 되고 이러한 발생과정은 단순한 양적 변화의 과정일 뿐이지 그 이상의 어떤 질적 변화를 가져오는 과정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인간존엄이 인정되는 시기를 수정시와는 다른 시점으로 보려고 하는 모든 주장은 오로지 실용주의적 입장에서만 정당화될 수 있을 뿐인 점(연속성 논거), 인간의 생명은 정자와 난자가 수정할 때부터 그 종적 귀속성이 인정되므로 모든 인간적 생명에는 존엄성도 귀속되어야 하는 점(종적 귀속성 논거) 등이 있다. 그 밖에는 ‘의심스러운 경우에는 법적 효력이 가장 강한 해석을 선택하여야 한다’거나 인간존엄의 시기를 수정시 이후로 미루어 인정하게 되면 필요에 따라 그 인정시기가 계속 뒤로 양보될 우려가 있는 점 등도 수정시설의 논거로 제시되고 있다.
② 착상시설(=14일설, 초기배아의 기본권주체성 부정설)
이 견해는 수정란이 발생 후 14일, 통상 모체(자궁)에 착상할 때부터 기본권 주체가 될 수 있는 것으로 본다. 다만 체외수정이 가능해 지면서 발생 후 14일이라는 기간과 착상이라는 생물학적 과정 사이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생겨나게 되었는데, 이러한 경우에는 원시선이 형성되는 14일 시점 이후를 기본권 주체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따르면 이 사건 초기배아에 대해서는 생명권이나 인간의 존엄성의 주체성을 인정할 여지가 없게 된다.
이 견해의 논거로는, 인간의 존엄이란 개별적 가치를 의미할 뿐이지 종적 귀속성의 가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수정 후 14일이 되기 전 수정란은 여전히 전능세포(totipotent)로서 존재하며 아직 개별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으므로 착상시에 이르러서야 ‘더 이상 분리될 수 없는 생명’으로서 존재할 수 있는 점(개별성 논거), 수정란 단계에서 이미 절대적인 불가침의 존엄청
구권을 인정하게 되면 착상방해수단(가령 피임약)의 사용에 대한 사회적 승인 및 실정법상 허용을 정당화할 수 없게 되는 점(현실성 논거), 수정란의 경우에 현실적으로 착상에 성공하는 비율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나머지는 여성이 임신사실을 인식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사멸하는 점(자연도태의 논거), 母야 말로 법적 의미에서 생명을 매개하고 그 생명을 인간이게 하는 존재이며 子의 권리주체성을 결정하는 것은 母의 임무에 속하므로 착상은 인간으로 성장하기 위한 매우 본질적인 단계인 점(‘母를 통한 수용’ 논거) 등이 논거로서 제시된다.
③ 출생시설
출생시설은 인간 존엄성이 시작되는 시점은 출생 이후부터이고 출생 이전단계에서 인간의 존엄을 인정하는 것은 종교적 신념에 기한 논증으로서 그와 같은 불확실한 논거로부터 배아나 태아에게 인간의 존엄성을 인정할 수는 없다는 취지의 견해이다. 이 견해는 인간의 존엄성을 중심으로 기본권 주체성을 부정하는 논증을 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출생 전 생명에 대한 인간의 존엄성을 긍정하면 그에 따라 출생 전 생명을 이용한 모든 연구 수행은 전면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결론을 부정하는 것이다. 특히 위 출생시설은 독일에서 이론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데, 독일의 경우 인간존엄성에 대한 기본권은 ‘형량’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기본권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 견해9)이므로 출생 이전 시기부터 인간의 존엄을 인정하게 되면 보호 정도에 대한 요구가 과도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10)
④ 기본권에 따른 始期의 분리 가능성
한편, 이상의 견해들이 언제부터 기본권의 주체가 되는 ‘인간’의 始期가 시작되는 것인지에 관한 견해라고 한다면, 기본권을 향유하는 ‘인간’의 始期
는 기본권에 따라 모두 동일하다고 보는 것이 원칙일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기본권의 종류에 따라, 특히 생명권과 인간의 존엄성의 경우에는 그 始期를 달리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즉 초기배아에게 인간의 존엄성을 인정할 수는 없지만 생명권에 한해서 기본권 주체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견해가 독일과 우리나라에서 유력하게 제기되었다. 즉 우리나라에서의 논의에 한정해서 보면, 인간과 인간생명(=인간 생명체)를 구분하여 인간에게는 생명권과 인간의 존엄성이 모두 인정되지만 인간생명(출생 전 생명)에 대해서는 인간의 존엄성이 아니라 생명권이 인정될 수 있다는 견해11)가 있고, 이에 반해 생명권 및 인간의 존엄성은 모두 그 始期를 같이하여 수정시부터 존재한다는 견해도 있다.12)
(다) 이 사건 결정의 해설
이 사건 결정에서는 형성 중의 생명에 대해서 “생명의 근원에 대한 생물학적 인식을 비롯한 자연과학ㆍ기술 발전의 성과와 그에 터 잡은 헌법의 해석으로부터 도출되는 규범적 요청을 고려하여” 예외적으로 기본권 주체성이 긍정될 수 있다고 하면서도 초기배아에 대해서는, 생명권이든 인간의 존엄성이든,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보았다. 그 논거는 위에서 본 착상시설의 그것과 유사한데, “아직 모체에 착상되거나 원시선이 나타나지 않은 이상 현재의 자연과학적 인식 수준에서 독립된 인간과 배아 간의 개체적 연속성을 확정하기 어렵다고 봄이 일반적이라는 점, 배아의 경우 현재의 과학기술 수준에서 모태 속에서 수용될 때 비로소 독립적인 인간으로의 성장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 수정 후 착상 전의 배아가 인간으로 인식된다거나 그와 같이 취급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사회적 승인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
려운 점”을 들고 있다. 이를 통해 볼 때 헌법재판소는 적어도 수정시설을 배척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고, 착상시 또는 그 이후의 어느 시점에 기하여 기본권 주체가 된다고 선언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1) 적법요건 충족 여부에 대한 몇 가지 쟁점 - 당사자능력ㆍ소송능력 충족 여부
이 사건 결정에서는 초기배아에 대해서 기본권 주체성을 부정하였으나 이를 인정하더라도 헌법소송상 적법요건 충족 여부에 대한 여러 문제가 여전히 남는다. 특히 초기배아가 헌법소원을 청구할 경우 초기배아에게 당사자능력 내지 소송능력을 인정할 것인지, 배아제공자에게 법정대리권을 부여하는 문제에 있어서도 무엇이 초기배아에게 ‘이익이 되는 것’인지 법적으로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즉 제공자의 의사만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 국가가 추정적 의사를 전제할 것인지, 제공자들이 이혼했을 경우 등 서로 의사가 상충될 때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의 문제가 그것이다.
헌법재판소법 제40조 제1항은 심판절차에 관하여 헌법재판소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의 성질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도 내에서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과 행정소송법을 준용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민사소송법 제51조는 당사자능력, 소송능력, 소송무능력자의 법정대리와 소송행위에 필요한 권한의 수여는 민사소송법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민법, 그 밖의 법률에 따르도록 정하고 있으며, 민사소송법 제55조는 미성년자나 한정
따라서 이에 대해 이 사건 결정이 명시적인 언급을 하고 있지 않지만, 초기배아가 비록 기본권 주체로서 인정된다고 해도 헌법소원으로 기본권 침해를 다툴 수 없고 소송능력도 인정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13)
(2) 기본권 주체성을 긍정할 경우의 본안 판단의 쟁점
이 사건에서 만약 초기배아의 헌법소원이 그 적법요건을 충족한다고 보았다면, 이 사건 헌법소원에서 제기된 생명권과 인간의 존엄성 침해 여부는 몇 가지 중요한 헌법적 판단을 하기에 이르렀을 것이다. 무엇보다 초기배아에 대해 생명권 또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주체가 된다고 인정을 하더라도 그 기본권 제한에 대한 심사 강도를 착상 후 태아나 출생 후 인간과 동일하게 할 것인가가 문제될 것이다. 이하에서 그에 대한 쟁점의 개요만을 살펴 보기로 한다.
(가) 인간의 존엄성 침해 여부
초기배아에 대해 인간의 존엄성 주체로서의 지위를 인정한다면 이들에 대한 연구목적 이용을 허용한 생명윤리법 제17조 내지 제20조, 부칙 제2항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만약 초기배아에 대해서도 인간의 존엄성을 절대적인 것으로 본다면 이를 허용하는 위 조항들은 위헌임이 틀림없게 될 것이다. 그러나 만약 초기배아에 대해서 인간의 존엄성의 상대화가 가능하다고 한다면 위 조항이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문제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외국의 입법례를 볼 때, 독일은 배아의 연구목적 이용을 금하여 가장 엄격한 형태의 입법형식을 취한 반면, 영국 등은 이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독일 배아보호법(Embryonenschutzgesetz, ESchG)은 수정되어 발달가능성이 있는 난자는 핵융합이 있는 시점부터 배아로 보고(제8조 제1항), 사람의 배아나 다른 배아, 태아, 사람 또는 사망한 자와 같은 유전인자를 갖도록 인위적으로 조작한 자 및 이를 시도한 사람은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한편, 배아 자체의 보존을 위함이 아닌 목적으로 배아를 체외에서 취급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법 제2조 제1항, 제1조 제1항). 다만 독일의 경우 최근 배아줄기세포법14)을 제정하고 제4조 및 6조에 따라 관계기관(로버트 코흐 연구소)의 승인이 있으면 배아줄기세포를 수입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두었다. 즉 수입하려는 배아줄기세포가 2002년 이전에 원산지 국가에서 잔여배아로부터 채취되었으며, 배아의 기증과 관련하여 대가가 지불되지 않았다는 점이 소명된다면 승인을 거쳐 배아줄기세포를 수입하여 이를 이용할 여지가 생겨난 것이다. 이후 이 입법은 국내의 줄기세포와 외국에서 수입한 줄기세포를 달리 취급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15).
영국은 생명공학기술에 대해 관대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영국의 법제는 종래 불임치료에만 허용하고 있던 인간배아 연구의 허용범위를 연구목적의 배아생산 및 배아복제 연구에 이르기까지 확대시키고 있다. 영국의 경우 배아 사용연구에 대해서 불임치료의 발달촉진, 선천적 질환의 원인에 관한 지식증진, 유산의 원인에 관한 지식증진, 보다 효과적인 피임기술의 발전, 이식전의 배아 중에 유전자 이상 또는 염색체 이상이 있는 것을 발견하는 방법
의 발전이라는 목적 하에 필요한 것이라면 연구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의 경우에도 발생 후 14일을 넘는 배아에 대해서는 이용이 금지되어 있다.16)
(나) 생명권의 침해 여부
착상 전의 생명은 생명발달의 초기적 존재로서 장래의 출생가능성에 대한 고도의 개연성이 보장되어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점에서, 초기배아가 생명권의 주체가 된다고 하더라도 착상이 완료되어 형법상 낙태죄의 보호객체가 됨으로써 완전한 생명보호를 향유하는 ‘착상 후 태아’와 동등한 법적보호를 공유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헌법재판소도 2004헌바81 사건에서 “생명의 연속적 발전과정에 대해 동일한 생명이라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동일한 법적 효과를 부여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동일한 생명이라 할지라도 법질서가 생명의 발전과정을 일정한 단계들로 구분하고 그 각 단계에 상이한 법적 효과를 부여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판시함으로써 생명의 발전단계에 따른 차등적 법적 보호의 가능성을 이미 긍정한 바 있다.
이 사건에서는 생명윤리법 제16조가 배아의 보존기간을 5년으로 하고, 연구 목적에 이용하지 아니하고자 하는 배아를 폐기하도록 한 것이 초기배아에 대한 생명권 침해인지 여부가 문제되나, 이미 생성된 배아를 5년의 기간 동안은 보존하도록 하되 착상되어 인간이 될 것임이 더 이상 기대되기 어려운 배아를 부득이 폐기하도록 한 것이라면 생명권에 대한 본질적 침해 또는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른 과잉금지원칙의 위배로 보기 어려울 것이다.
(1) 문제되는 기본권과 기본권 침해의 가능성
(가) 청구인이 주장하는 기본권의 침해 가능성
헌법소원은 기본권 침해를 구제하기 위한 제도이므로, 만일 기본권 침해
가능성이 없다면 공권력의 행사나 불행사가 존재하더라도 본안판단을 할 만한 실체가 없게 된다. 그러므로 문제되는 기본권과 그 기본권 침해의 가능성 문제는 원칙적으로 적법요건에서 검토하여야 할 문제이나, 많은 헌법소원 사건에서는 기본권 침해의 가능성이 묵시적으로 인정되므로 문제되는 기본권의 침해 여부를 본안에서 판단하고 있다.
이 사건 초기배아의 생성자인 청구인 3, 4(배아생성자)는 이 사건 심판대상 조항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 양심의 자유, 평등권, 신체의 자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나, 이들 기본권의 경우에는 이 사건 심판대상 조항에 의해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① 청구인들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양심형성의 자유를 침해받는다고 주장하나, 심판대상조항들이 존재한다고 해서 청구인들의 양심형성이 방해되는 것이 아니다. 또 심판대상조항들이 청구인들이 제공한 배아의 5년 후 폐기 및 배아에 대한 연구를 규정하지만, 인공수정을 통한 임신과 (폐기가 예정되는) 여분의 배아생산 그리고 배아의 연구목적 제공은 모두 청구인들의 ‘자발적 의사’와 ‘동의’17)에 의해 이루어지므로, 폐기나 연구를 정한 법률규정이 청구인들의 신조나 사상에 대한 ‘외부적 개입과 억압에 의한 강요’에 해당하지 아니 한다.
② 청구인들은 신체의 자유(신체를 훼손당하지 아니할 권리)를 침해받은 것이다’고 주장한다. 이 취지는 5년을 기준으로 잔여배아가 폐기나 연구대상이 되므로 그 후에 인공수정을 하려면 어쩔 수 없이 다시 배아생산 과정에 나서야 하므로 신체의 완전성이 훼손된다는 의미로 이해되나, 심판대상조항들이 청구인들로 하여금 정자 및 난자의 제공을 강요하고 있지 않으므로 심판대상조항들이 청구인들의 신체의 완전성을 직접 제한할 가능성을 인정할 수 없다.
④ 청구인들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특히 인격권적 개인정보자기결정ㆍ통제권 등)를 침해받았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배아와 관련된 인적 사항이나
유전자정보가 일반인이 아닌 배아생성의료기관과 배아연구기관에 알려지는 것은 청구인들이 배아의 생성과 연구목적 사용에 스스로 동의하였기 때문이며, 생명윤리법은 유전자 검사기관과 유전자은행에게 유전정보를 보호하도록 하고(제30조 제2항, 제35조), 배아연구기관 등 피감독기관이나 그 종사자에게 직무상 알게된 비밀을 누설하거나 도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제48조), 적어도 자발적 동의에 의하여 의료기관이나 연구기관이 보유하는 유전정보 등과 관련하여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침해를 주장하는 것은 그러한 침해의 가능성을 인정할 수 없다.
(나) 배아생성자의 배아에 대한 결정권의 침해가능성
배아생성자가 배아와 관련하여 침해될 가능성이 있는 기본권은 배아생성자의 배아에 대한 결정권이다. 배아생성자는 배아에 대해 자신의 유전자정보가 담긴 신체의 일부를 제공하고, 또 배아가 모체에 성공적으로 착상하여 인간으로 출생할 경우 생물학적 부모로서의 지위를 갖게 되는 점 등을 볼 때, 배아생성자는 배아의 관리 또는 처분에 대한 헌법적 자기결정권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18)이와 같은 배아생성자의 배아에 대한 결정권은 헌법상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지는 아니하지만, 헌법 제10조로부터 도출되는 일반적 인격권의 한 유형으로서의 헌법상 권리라 할 것이다.
이 사건 결정 또한, 청구인 주장의 취지를 살펴, 침해될 수 있는 기본권으로서 배아생성자의 배아의 처리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인정하였다. 이 사건 청구에서 원고가, 심판대상 조항에 따라 국가가 5년이란 배아의 존속시기를 정하고, 사실상 동의가 강제되는 상태에서 배아를 연구목적으로 제공하게 되며, 그 결과 인공수정으로 생성된 배아중 임신의 목적으로 이용하고 남은 배아(‘잔여배아’)가 폐기되거나 연구목적으로 제공됨으로써 배아생성자인 청구인들이 고통을 겪게 되었다는 주장의 취지는 결국 청구인들이 ‘배아에 대한 결정권’의 침해를 주장하는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2) 그 밖의 적법요건에 대한 판단
배아생성자들은 이 사건에서 생명윤리법의 여러 조항들을 심판 대상으로 문제삼고 있으나, 이 사건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배아에 대한 배아생성자의 자기결정권’의 침해가능성이라는 차원에서 볼 때 생명윤리법 제16조 제1항, 제2항(이하 이들을 ‘제16조 해당 부분’이라 한다)을 제외하고는 헌법소원의 자기관련성, 현재관련성, 직접관련성을 인정할 수 없는 것으로 보았다. 즉 제16조 해당 부분의 경우에는, 청구인들이 종교적 이유 등에 따라 잔여배아의 영구보관을 원할 수도 5년보다 더 오랜 보관을 원할 수도 있는데 일률적으로 5년 후 폐기 규정을 둔 것은 배아에 대한 청구인들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고, 배아생성자들이 생성한 배아의 5년 보존기간 도래가 임박하므로(2009. 12. 10. 경) 그 현재관련성도 인정되며, 제16조 해당 부분의 규율에 의해 배아가 폐기되거나 연구대상이 되는 것은 배아생성자들의 결정권을 직접 제한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19)
(1) 쟁점
이 사건 본안에서는 결국 생명윤리법 제16조 해당부분이 배아생성자의 ‘배아에 대한 결정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만이 문제된다.
생명윤리법 제16조 해당 부분은 잔여배아가 연구목적으로 이용되지 않는 한 5년 뒤에는 무조건 폐기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처럼 입법에 의해 배아의 존재기간을 설정한 것은 배아제공자의 자발적 의사를 무시하는 것이므로 배아에 대한 결정권을 제한한 것이다. 배아 제공자들에 따라서는 배아의 폐기가 생명의 폐기에 해당한다는 등의 이유로 영구보관을 원하거나 5년보다 더 장기의 보관을 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20)
(2) ‘배아에 대한 결정권’의 성격
제16조 해당 부분이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살피기에 앞서 기본권으로서 배아생성자의 ‘배아에 대한 결정권’이 갖는 제한적 성격을 먼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이 사건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도 ‘배아에 대한 결정권’의 성격에 대해 배아생성자가 갖는 결정권이 배아의 이익에 의해 제한될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밝히고 있다. 즉 배아의 경우 형성 중에 있는 생명이라는 독특한 지위로 인해 국가에 의한 적극적인 보호가 요구된다는 점, 배아제공자들간ㆍ배아제공자와 배아간의 이해가 서로 상충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 점, 배아의 관리ㆍ처분에는 공공복리 및 사회 윤리적 차원의 평가가 필연적으로 수반되지 않을 수 없다는 점, 배아의 이익을 가장 잘 보호할 수밖에 없는 입장에 있는 배아생성자가 배아에 대한 결정권을 가짐으로써 타인으로부터 가해지는 배아에 대한 위험을 배제할 수 있게 되고 이를 통해 헌법질서가 요구하는 배아에 대한 충실한 법적 보호를 도모할 필요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배아에 대한 결정권’은 배아의 보호를 위하여 행사되는 것일수록 두터운 헌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반면, 그 반대일수록 널리 제한의 가능성이 인정될 수 있다. 헌법재판소도 이 사건 결정에서 배아생성자의 배아에 대한 자기결정권이 “자기결정이라는 인격권 측면에도 불구하고 배아의 법적 보호라는 헌법적 가치에 명백히 배치될 경우에는 그 제한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큰 기본권”이라고 하고 있다.
다만, 이 사건의 경우에는 배아생성자의 결정권 주장이 배아의 헌법적 보호에 충실한 주장이므로 그 자체로 제한 필요성이 큰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 하고, 따라서 이 사건에서 헌법 제37조 제2항 위반에 대한 판단에서 배아생성자의 결정권이 갖는 제한적 성격을 특별히 따로 고려할 필요는 없다.
(3) 헌법 제37조 제2항 위반 여부
(가) 배아생성자가 체외인공수정의 방법으로 배아를 생성시키는 것은 출산의 자유와 함께 가족을 구성하여 삶을 영위할 자유의 한 측면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당사자들의 동의를 받아 생성된 배아에 대해서는 가급적 장기간 보존하여 착상을 시도하고, 국가가 마음대로 그 폐기 여부를 결정하
기보다는 가급적 배아생성자의 결정권을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생명윤리법 또한 이를 전제로 하고 있으며, 다만, 지나친 냉동배아 수의 증가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키고 부적절한 연구목적으로 배아가 잘못 사용되는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그 존속연한을 5년으로 한 것이 제16조 해당부분의 입법목적이다.21)
즉 배아에 대해 그 존속기간을 5년으로 한 것은, 체외수정기법의 경우 현재의 과학기술 수준에서 임신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한 번에 다수의 체외수정배아를 생성하는 방식으로 시도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그로 인해 잔여배아가 다수 생성되는 것이 불가피한 점, 배아의 생성이 임신을 위한 것인 이상(생명윤리법 제13조 제1항) 임신에 사용되지 않게 된 잔여배아수는 가능한 한 적게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한 점, 배아를 냉동보관 한다고 해도 10년 정도 지난 후에는 효력이 떨어지며 해동했을 때 임신목적에 적합하게 쓰이기도 쉽지 않은 점,22)배아의 수가 적절히 규율되지 아니하면 시술기관마다 냉동배아를 보관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미국의 경우 연 200달러)이 증가하게 될 것이며 또 증가된 배아는 실험목적으로 남용될 우려도 늘어가게 될 것인 점 등을 고려할 때 그 입법목적과 방법의 적절성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보존기간을 두더라도 기간경과 후 폐기를 당사자의 자율에 맡길 경우 배아생성자가 잔여배아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하지 않거나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배아의 관리가 부실하게 되어 그 부적절한 이용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이 점에서 제16조 해당부분의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방법의 적절성을 인정할 수 있다.
(나) 또한 5년이라는 보존기간을 두고 보존기간 경과 후 폐기를 규정한 것과 다른 방식으로 위 입법목적을 실현하면서 배아생성자의 기본권을 덜 침해하는 수단이 명백히 존재한다고 할 수 없는 점, 5년 동안의 보존기간이 임신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배아를 이용할 기회를 부여하기에 불합리한 기간
이라고 볼 수 없는 점, 이와 유사한 규율을 영국ㆍ프랑스 등(5년) 선진각국의 입법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점, 배아 수의 지나친 증가와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의 증가 및 부적절한 연구목적의 이용가능성을 방지하여야 할 공익적 필요성의 정도가 배아생성자의 자기결정권이 제한됨으로 인한 불이익의 정도에 비해 작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제16조 해당부분이 피해의 최소성에 반하거나 법익의 균형성을 잃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4) 생명윤리법이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를 위반하였는지 여부(가정적 판단)
그 밖에 청구인들의 주장 중에는 인공수정을 위한 배아생성시 사실상 임신을 원하는 제공자들은 병원측과 계약을 체결할 때 배아생산 숫자나 추후 연구목적 제공에 있어서 합리적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고 의사결정이 사실상 강요된다는 취지의 주장도 하고 있는데, 이는 개인이 사인(의료기관 내지 의사)과 인공수정 임신을 위한 배아생산 계약을 할 때 개인(난자 및 정자 제공자)이 배아의 숫자 등과 연구목적 제공에 있어서 불리한 계약을 당하지 않도록 국가가 충분히 보호하고 있지 않다는 주장으로 선해할 여지가 있다. 즉 청구인들은 생명윤리법 제13조 제1항이 누구든지 임신외의 목적으로 배아를 생성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하면서도 생성 배아의 수효에 대한 제한, 인공수정을 할 수 있는 전제와 기준, 방법 등에 대해서는 명확히 규정하고 있는 바가 없어 이 조항은 불충분한 규율로 인해 불필요한 수정란의 대량 양산 및 과배란 유도 등을 초래하며, 병원 측과의 계약시 잔여배아를 연구에 이용하는 데 대한 동의를 사실상 거부할 수 없게 되어 있으므로 생명윤리법 제17조-제20조, 부칙 제2항 역시 불충분한 입법으로서 청구인 3, 4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원고가 국가의 보호의무 위반에 대한 주장을 실제 한 바 없고 내용적으로도 보호의무의 존재 또는 그 위반을 인정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헌법재판소는 이에 대한 명시적인 판단을 하지 않았다. 다만, 이상의 주장 취지를 보호의무 위반의 관점에서 생명윤리법에 적용해 본다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려볼 수 있다.
먼저 빈번한 인공수정 시술을 하여 병원측이나 배아제공자들이 비용과 신체적 부담을 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현재는 한 번에 가능한 많은 숫자의 배아를 생산하는 경향이 있는데(5-12개의 배아 생산가능), 과대 배아생산은 뒤에 폐기문제나 연구목적으로 남용될 우려를 초래하므로 이를 순수하게 사법상의 계약관계에 맡겨두는 것보다는 입법적 필요성이 있는데도 생성 배아의 수효를 제한하는 규율이 미비하다는 주장은 검토의 여지가 있다.
그런데 2008. 6. 5. 개정된 생명윤리법 제15조의3은 “배아생성의료기관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빈도 이상으로 동일한 난자제공자로부터 난자를 채취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였고(시행은 2008. 12. 6.부터), 2008. 12. 3. 개정된 생명윤리법 시행령 제10조의2는 “법 제15조의3에 따른 난자채취의 빈도는 평생 3회로 하되, 6개월 이상의 기간을 두어 난자채취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다(2008. 12. 6.부터 시행). 따라서 현행법상 한 번의 시술시 배아생성수를 구체적으로 제한하고 있지는 아니하나, 난자채취의 빈도를 제한함으로써 과배아 생산을 어느 정도는 제도적으로 방지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이 사건 헌법소원 청구 당시와 달리 현재 시점에서는 배아생성의 숫자에 관한 입법이 마련되어 있고, 그것이 상당한 숫자의 과배아생산을 줄일 수 있게 되었는바, 현행법상의 규율에 여전히 개선점이 있을지라도 이를 가리켜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를 위반하였다고는 보기 어렵다.
다음으로 계약시 잔여배아를 연구에 이용하는 데 대한 동의를 사실상 거부할 수 없게 되어 있다는 주장의 경우, 연구목적 제공에 관련하여서는 이미 생명윤리법 시행시부터 생명윤리법 시행규칙 제5조 별지3과 별지4에 따른 서식이 의무화되어 있었고, 그 내용을 보면 비록 배아생성시에 연구목적에 동의를 하였더라도 연구가 시작되기 전에는 제공자는 항상 그 동의를 철회할 수 있게 되어 있는바, 배아제공자는 언제라도 그 동의를 철회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하는 이상 국가가 제공자의 동의권 보장을 위하여 적절하고 효율적인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고는 보기 어렵다.
이 사건 결정에서는 헌법재판소가 생명공학의 발전과 더불어 처음으로 제
정된 생명윤리 관련 법률에 대해 최초의 헌법적 평가를 내렸다. 특히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수정된 후 원시선이 나타나기 전의 수정란 상태 초기배아에 대해서 기본권 주체성이 부정됨을 명시적으로 선언하였다.
물론 헌법재판소의 이 판단 또한 결정의 시점에서 “생명의 근원에 대한 생물학적 인식을 비롯한 자연과학ㆍ기술 발전의 성과와 그에 터 잡은 헌법의 해석으로부터 도출되는 규범적 요청”에 따라 한 것인 만큼, 장차 과학기술 등의 변화에 따라 그 규범적 요청이 변화할 수 있는 여지는 여전히 열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