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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진성, "통신비밀보호법 제6조제7항 단서위헌제청", 결정해설집 9집, 헌법재판소, 2010, p.503
[결정해설 (결정해설집9집)]
본문

- 통신제한조치기간의 연장 제한 사건 -

(헌재 2010. 12. 28. 2009헌가30, 판례집 22-2하, 545)

공 진 성*1)

1. 통신제한조치기간의 연장을 허가함에 있어 총연장기간 또는 총연장횟수의 제한을 두지 아니한 통신비밀보호법(2001. 12. 29 법률 제6546호로 개정된 것) 제6조 제7항 단서 중 전기통신에 관한 ‘통신제한조치기간의 연장’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통신의 비밀을 침해하여 위헌인지 여부(적극)

2.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헌법불합치결정과 잠정적용명령을 하는 이유

통신비밀보호법(2001. 12. 29 법률 제6546호로 개정된 것) 제6조(범죄수사를 위한 통신제한조치의 허가절차) ①∼⑥ 생략

⑦ 통신제한조치의 기간은 2월을 초과하지 못하고, 그 기간중 통신제한조치의 목적이 달성되었을 경우에는 즉시 종료하여야 한다. 다만 제5조제1항의 허가요건이 존속하는 경우에는 제1항 및 제2항의 절차에 따라 소명자료를 첨부하여 2월의 범위안에서 통신제한조치기간의 연장을 청구할 수 있다.

⑧ 생략

가. 당해 사건의 피고인인 제청신청인 이○재, 이○원과 최○아는 각각 북

한 노동당내 대남공작사업 담당기구인 ‘통일전선부’ 산하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1990. 11. 20. 독일 베를린에서 남한 및 해외 친북세력을 결집시켜 출범시킨 단체인 통일범민족연합의 남측본부 의장, 사무처장, 정책위원장 등의 직책을 수행하면서 2009. 6. 24. 국가보안법상 잠입ㆍ탈출(제6조), 찬양ㆍ고무죄(제7조) 등으로 구속기소되어, 현재 서울중앙지방법원(2009고합731호)에 재판계속중이다.

나. 검사는 제청법원에 피고인들의 유죄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로 수사기관이 통신제한조치의 허가 및 그 연장허가를 통하여 수집한 이메일, 녹취자료(전화녹음), 팩스자료 등을 신청하고 있는바, 이에 제청신청인은 위 증거자료들 대부분이 총 14회(총 30개월)에 걸쳐 연장된 통신제한조치를 통하여 수집된 것으로서 이와 같이 통신제한조치기간의 연장을 허가함에 있어 제한을 두고 있지 않는 통신비밀보호법(2001. 12. 29 법률 제6546호로 개정된 것, 이하 ‘법’이라고 한다) 제6조 제7항 단서가 적법절차, 영장주의,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하여 피고인들의 사생활의 비밀과 통신의 자유를 부당히 침해한다는 이유로 제청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2009초기3876)을 하였다.

다. 제청법원은 위 제청신청을 받아들여 법 제6조 제7항 단서가 피고인들의 사생활의 자유와 통신의 비밀을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며 2009. 11. 27.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였다.

(1)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라 연장허가된 통신제한조치를 근거로 수집된 증거자료들은 이 사건 당시 피고인들의 활동, 행적, 성향, 북한공작원과의 접촉 내용 등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증거가 되는바, 이 사건 법률의 위헌 여부에 따라 연장허가된 통신제한조치의 근거가 상실될 수 있어 그에 따라 법원의 위 자료에 대한 증거채부결정이 달라질 수 있고, 그 결과 당해 사건 피고인들에 대한 유ㆍ무죄의 결론 역시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는 이 사건 재판의 전제가 된다.

(2) 통신제한조치를 수회에 걸쳐 연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증거를 수집하

는 등 수사목적을 달성할 수 없었다면 피의자의 통신비밀의 보호를 위해서 다시 청구를 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간연장을 통해서 횟수의 제한 없이 통신제한조치를 가능하게 할 필요는 없다는 점,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적용되는 통신비밀보호법 제5조 제1항 제1호 내지 제11호에 규정된 통신제한조치의 대상범죄는 그 적용범위가 광범위함에도 불구하고 대상범죄의 중요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경미한 범죄에 대해서도 통신제한조치기간의 연장을 허가함에 있어 제한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 수사를 위하여 통신제한조치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도 통신제한조치기간의 연장은 검찰조사단계에서 해도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경찰조사단계에서부터 통신제한조치의 연장절차를 개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점, 동일한 범죄사실에 대한 통신제한조치기간의 연장은 재청구의 경우보다 요건 및 절차를 비교적 간단하게 규정하고 있어 수사기관이 재청구를 하여야 할 사안임에도 통신제한조치기간의 연장으로 회피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는 점, 기간연장의 횟수제한이 없으면 사실상 무제한적인 감청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제한 없이 개인의 내밀한 사적인 정보 등을 통째로 취득할 수 있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피고인들의 통신의 비밀 및 사생활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며 그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

(1)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당해 사건에서 기소된 공소사실에 직접 적용된 법률이라고 할 수 없고, 일부 증거자료 수집의 근거조항에 지나지 않을 뿐이라는 점, 당해 사건에 증거로 제출된 자료로는 연장 허가된 통신제한조치에 의해 취득한 자료 이외에도 주거지, 사무실, 서버의 압수수색으로 취득한 자료, 판결문 기타 타 사건 수사, 재판시 취득한 자료 등도 있는바, 통신제한조치기간의 연장 허가에 의해 취득한 자료 이외의 자료들만으로도 전체적인 공소유지는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당해 사건에서 제출된 일부 증거자료 취득의 근거가 될 뿐인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에 대하여는 당해 사건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될 수 없다.

(2) 통신제한조치기간의 연장은 미래 자료의 획득이라는 통신제한조치의 특성상 필요한 기간산정이 어렵기 때문에 그 횟수의 제한 없이 인정되는 것

으로 신체의 자유라는 가장 기본적인 기본권 자체를 박탈하는 구속제도에 연장횟수의 제한을 두는 것과 평면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다는 점, 통신제한조치기간의 연장을 법원이 허가하도록 하여 기간연장에 대한 통제를 하고 있는 이상 대상 범죄별로 통신제한조치의 기간, 연장횟수를 달리할 필요는 없고 대상범죄별로 연장기준을 달리 선정할 경우 오히려 새로운 차별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 경찰 단계에서부터 통신제한조치기간의 연장을 가능하게 한다고 하여도 경찰은 검사에게 신청만 할 수 있을 뿐 법원에 기간연장을 청구하는 주체는 검사라는 점, 통신제한조치 기간, 통신제한조치기간의 연장이재청구보다 요건이 비교적 간단하여 재청구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고 하나 실무관행상 연장청구시 연장사유 등도 별도로 기재하고 있는 등 그 요건, 절차상에서 양자의 실질적인 차이는 전혀 없다는 점, 기간연장의 횟수제한이 없으면 사실상 무제한적 감청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하나 법원의 허가제 등 엄격한 절차규정을 두고 통제하고 있는 이상 제도 운영상의 문제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이 사건 법률조항 자체가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피고인의 통신의 비밀과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거나 그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1. 통신제한조치기간의 연장을 허가함에 있어 총연장기간 또는 총연장횟수의 제한을 두고 그 최소한의 연장기간동안 범죄혐의를 입증하지 못하는 경우 통신제한조치를 중단하게 한다고 하여도, 여전히 통신제한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으면 법원에 새로운 통신제한조치의 허가를 청구할 수 있으므로 이로써 수사목적을 달성하는데 충분하다. 또한 법원이 실제 통신제한조치의 기간연장절차의 남용을 통제하는데 한계가 있는 이상 통신제한조치 기간연장에 사법적 통제절차가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그 남용으로 인하여 개인의 통신의 비밀이 과도하게 제한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그럼에도 통신제한조치기간을 연장함에 있어 법운용자의 남용을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한계를 설정하지 않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원칙에 위반한다. 나아

가 통신제한조치가 내려진 피의자나 피내사자는 자신이 감청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기본권제한의 특성상 방어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상태에 있으므로 통신제한조치기간의 연장을 허가함에 있어 총연장기간 또는 총연장횟수의 제한이 없을 경우 수사와 전혀 관계없는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의 비밀이 침해당할 우려도 심히 크기 때문에 기본권 제한의 법익균형성 요건도 갖추지 못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된다 할 것이다.

2.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가 단순위헌결정을 선고하여 당장 이 사건 법률조항의 효력을 상실시킬 경우 통신제한조치 연장허가의 법적 근거가 상실하게 되어 수사목적상 필요한 정당한 통신제한조치의 연장허가도 가능하지 않게 되는 법적 공백상태가 발생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되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있을 때까지 잠정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단순위헌을 선고할 경우 통신제한조치기간의 연장허가의 법적 근거가 상실된다고 하더라도 수사목적상 필요한 경우에는 동일한 범죄사실에 대하여 새롭게 통신제한조치의 허가를 청구함으로써 계속해서 통신제한조치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있기 때문에 법적 공백상태가 생길 염려가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해서는 단순위헌을 선고하여야 한다.

통신감청은 전기통신의 내용을 수색하여 전기통신의 비밀과 사생활의 비밀을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므로 적법한 절차에 따라 법관의 영장에 의하여 이루어져야 한다(헌법 제12조 제3항). 그런데 통신비밀보호법제5조에서 규정한 범죄의 수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통신감청을 허가할 수 있도록 규정하면서 통신감청을 허가할 수 있는 대상범죄의 범위를 지극히 광범위하게 규정하였고, 통신감청이 종료되기 전에는 통신감청의 허가사실이나 감청사실을 당사자에게 알리지 아니하며, 통신감청의 대상자가 통신감청의

허가사실이나 감청사실에 대하여 불복하는 절차도 마련하지 않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이 통신감청기간의 연장을 허용하면서 연장할 수 있는 횟수나 총기간을 제한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감청대상자는 자신의 전기통신내용이 감청되는 줄도 모르는 채로 전기통신의 내용을 감청당하고, 통신감청이 끝나기 전에는 통신감청의 허가나 통신감청에 대하여 불복할 기회도 주어지지 아니한다. 따라서 통신비밀보호법에 의한 통신감청제도는 적법한 절차에 의한 수색을 요구하는 헌법 제12조 제3항에 위반된다.

주요 범죄 내지 국가 안위를 위협하는 음모나 조직화된 집단범죄의 음모가 있는 경우에는 장기간에 걸친 지속적인 수사가 필요하고 그 증거수집을 위하여 지속적인 통신제한조치가 허용될 필요가 있다. 그런데 통신제한조치기간의 연장제도에 총연장기간이나 총연장횟수의 제한을 둔다면 위와 같은 수사목적을 달성하기가 어렵다. 다수의견은 위와 같은 경우에 법원에 동일한 범죄에 대한 새로운 통신제한조치의 허가를 청구할 수 있으므로 그로써 수사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보고 있지만, 장기간 수사가 필요한 범죄에 있어서 감청에 의한 수사목적의 달성가능성이 여전히 인정되는 경우는 통신제한조치기간의 연장을 청구하여야 할 것이지, 제도의 취지가 다른 동일범죄사실에 대한 새로운 통신제한조치의 허가를 청구함으로써 수사목적을 달성하는데 충분하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통신제한조치기간을 연장하기 위하여는 반드시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므로 통신제한조치기간의 연장이 남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사법적 통제절차가 마련되어 있다. 법원이 실무상 기간연장신청에 대하여 철저히 심사하지 않는다는 사정이 있다면 이는 그러한 실무를 개선함으로써 해결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법원이 실무상 이러한 기간연장신청에 대해 철저히 심사하지 않는다는 사정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통신제한조치의 총연장기간이나 총연장횟수를 두지 않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피해의 최소성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또한 통신제한조치의 허가요건이 계속 존속하는지 여부를 법원이 개별적으로 심사하여 통신제한조치기간의 연장을 허가하는 한, 이 사건 법률조항을

통해서 추구되는 범죄 수사목적보다 그로 인해 제한될 수 있는 개인의 통신비밀의 보호법익이 명백히 우월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법익균형성 요건은 충족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제청법원에 증거로 신청된 증거자료들 중에는 이 사건법률조항1)에 근거하여 총 14회에 걸쳐 연장허가된 통신제한조치를 근거로 수집된 증거자료들이 있고 제청법원은 이에 대하여 증거채부결정을 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이 위헌으로 선언될 경우 종전에 이 사건 법률조항에 근거하여 연장허가된 통신제한조치에 의하여 취득된 증거자료도 증거능력을 상실하여 증거로 사용할 수 없게 되는지, 그로 인해 법원의 증거채부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긍정설과 부정설로 견해가 나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1996. 12. 26. 제1회 공판기일전 증인신문제도를 규정하고 있는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위헌소원사건에서 “일정한 법률조항이 재판의 전제가 된다고 하려면 그 법률조항의 위헌여부에 따라 재판의 결론이 달라지거나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지는 경우를 말한다(헌법재판소 1994. 12. 29. 선고, 92헌바22 결정 ; 1995. 5. 25. 선고, 93헌바33 결정 등 참조). 이 사건 제2항 및 제5항2)은 관련사건에서 법원의 증거채부

결정에 직접 적용되는 법률조항은 아니나 증거채부결정의 대상이 된 조서의 증거능력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그 위헌여부에 따라 법원이 그 조서를 증거로 채택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증거채부결정의 결과를 좌우하고 있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들을 심판대상으로 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은 적법하다(헌재 1996.12.26. 94헌바1, 판례집 8-2, 808, 818-819).”라고 판시하여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의 재판의 전제성을 인정하고 본안판단에서는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을 위헌으로 선언하였다.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 위헌으로 선언된다고 하더라도 이미 심판대상조항을 근거로 하여 종전에 행해진 증인신문절차와 그로 인해 취득된 증인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이 곧바로 효력을 상실하는 것은 아니고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에 법원의 증거채부결정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주장이 가능했지만, 이 사건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언급하지 않고 재판의 전제성을 인정하였다.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 단서규정에 따라 위헌법률의 소급효가 인정되는 “형벌에 관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의 범위는 실체적 형벌법규에 한정하여야 하고 형사소송절차에 관한 절차적인 법률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좁게 해석된다(헌재 1992. 12. 24. 92헌가8 판례집 4, 853, 887 참조).3)이러

한 판례의 입장에 따르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형사소송절차에 관한 규정으로서 위헌선언된다고 해도 위헌결정의 일반적인 소급효는 인정되지 않는다. 다만 예외적으로 구체적 규범통제의 실효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최소한 당해사건에서는 소급효가 인정될 수 있다(헌재 1993. 5.13. 92헌가10, 판례집 5-1, 226, 227 참조).4)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결정의 소급효가 당해사건에서 인정이 된다고 하더라도 종래 이 사건 법률조항을 근거로 14회에 걸쳐 행해진 법원의 연장허가결정이 무효로 되는 것은 아니므로 이러한 연장허가결정을 근거로 행해진 통신제한조치의 효력도 상실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통신제한조치가 위법하거나 효력이 없는 것이 아닌 한 그에 근거하여 수집된 증거자료도 증거로서 사용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여부는 종전에 이 사건 법률조항을 근거로 연장허가된 통신제한조치에 따라 획득된 증거자료들에 대한 법원의 증거채부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당해사건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 단서는 원칙적으로 실체적 형벌조항에 대해서만 적용되기 때문에 형사소송절차에 관한 규정인 이 사건 법률조항이 위헌

선언 된다고 해도 위헌결정의 소급효가 인정되지는 않지만, 구체적 규범통제의 실효성 확보를 위하여 최소한 당해사건에서는 소급효가 인정된다(헌재 1992. 12. 24. 92헌가8, 판례집 4, 853, 887-888; 헌재 1993. 5.13. 92헌가10, 판례집 5-1, 226, 227 참조).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위헌이라면 종래에 14차례에 걸쳐 행해진 통신제한조치의 연장허가는 위헌법률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것이고 그에 따라 수집된 증거자료 또한 위헌적인 절차에 따라 획득된 것이므로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어렵다.5)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여부에 따라 법원이 증거로 채택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증거채부결정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할 것이다.6)

선례와 마찬가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당해사건에서 법원의 증거채부결정에 직접 적용되는 법률조항은 아니나 증거채부결정의 대상이 된 증거자료의 증거능력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그 위헌여부에 따라 법원이 그 증거자료를 증거로 채택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증거채부결정의 결과를 좌우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당해사건 재판의 전제성은 인정된다.

(1) 통신비밀보호법의 입법취지

헌법 제18조에서는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여 통신의 비밀보호를 그 핵심내용으로 하는 통신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통신의 자유를 기본권으로서 보장하는 것은 사적 영역에 속하는 개인간의 의사소통을 사생활의 일부로서 보장하겠다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통신은 기본적으로 개인과 개인간의 관계를 전제로 하는 것이지만, 통신의 수단인 우편이나 전기통신의 운영이 전통적으로 국가독점에서 출발하였기 때문에, 통신의 영역은 다른 사생활 영역에 비하여 국가에 의한 침해 가능성이 매우 큰 영역이라 할 수 있고, 이것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포섭될 수 있는 사적 영역에 속하는 통신의 자유를 헌법이 별개의 조항을 통해서 기본권으로 보호하고 있는 이유라 할 것이다(헌재 2001. 3. 21. 2000헌바25, 판례집 13-1, 652, 658-658 참조).

통신비밀보호법이 제정되기 전에는 통신비밀의 침해는 형법, 우편법 등의 개별법에 의해 규제되어 왔다. 그런데 현대사회가 정보화사회로 변모하고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많은 새로운 통신수단이 개발됨에 따라 사람들은 한편으로는 광범하고 신속한 정보를 향유할 수 있게 되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통신의 비밀에 대한 침해를 가능케 하는 많은 통신제한장치들도 함께 개발되어 사생활의 비밀과 통신의 자유가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되었다. 이에 따라 통신비밀의 보호 및 제한에 관한 사항을 포괄적, 체계적으로 정비하여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통신의 비밀과 자유를 보장하기 위하여 1993. 12. 27. 법률 제4650호로 통신비밀보호법이 제정되었다(헌재 2004. 11. 25. 2002헌바85, 판례집 16-2 하, 345, 349-350 참조)

(2) 개정연혁

통신비밀보호법이 제정된 이후에도 불법도청을 시도하는 국가, 단체 및 개인으로부터 국민의 통신의 비밀을 보호하고 통신의 자유를 신장하는 방향

으로 동법은 수차례 개정되었다.

주요 법개정연혁을 살펴보면 2001. 12. 29. 법개정에서는 법 제2조의 전기통신에 “전자우편, 회원제정보서비스, 통신사실확인자료”를 포함시켜 보호대상을 확대하였다. 또한 감청 등을 할 수 있는 대상범죄를 391개에서 280개로 축소ㆍ조정하였으며, 통신제한조치의 기간을 수사를 위한 경우는 3월에서 2월, 국가안보를 위한 경우는 6월에서 4월로 단축하고, 그 목적이 달성된 경우에는 즉시 통신제한조치를 종료하도록 하였다. 긴급통신제한조치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조치후 36시간 이내(종전 48시간)에 법원의 허가를 받지 못하면 즉시 중지하도록 하였으며, 국가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감청설비에 대한 최소한의 통제를 위하여 국가기관이 감청설비를 도입할 경우에 신고 또는 통보제도를 신설하였다. 통신제한조치의 대상이 된 자의 알권리를 충족하기 위하여 통신제한조치 집행에 관한 통지제도를 도입하였다.

또한 2005. 5. 26. 법개정에서는 수사기관이 전기통신사업자에게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열람이나 제출을 요청하는 경우 지방검찰청 검사장의 승인이 아니라 법원의 허가를 얻도록 하여 통신제한조치에 버금갈 정도로 절차를 엄격하게 하였다.

(3) 통신비밀보호법상 전기통신의 감청제도 개관

(가) 법은 통신 및 대화의 비밀과 자유를 보장하기 위하여 그 제한의 대상을 한정하고 엄격한 법적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우편물의 검열 또는 전기통신의 감청(통신제한조치)7)”,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공”과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의 녹음 또는 청취”를 그 규제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통신제한조치의 허가연장에 관한 것이다.

(나) 통신제한조치의 한 유형인 감청이란 전기통신에 대하여 당사자의 동의없이 전자장치·기계장치 등을 사용하여 통신의 음향·문언·부호·영상을 청취·공독하여 그 내용을 지득 또는 채록하거나 전기통신의 송·수신을 방해하는 것을 말한다(법 제2조 제7호).8)여기서 전기통신이란 전화·전자우편·회원

제정보서비스·모사전송·무선호출 등과 같이 유선·무선·광선 및 기타의 전자적 방식에 의하여 모든 종류의 음향·문언·부호 또는 영상을 송신하거나 수신하는 것을 말한다(법 제2조 제3항).

(다) 법은 이러한 통신제한조치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법 제3조 제1항), 예외적으로 일정한 허가요건과 절차를 거친 경우 범죄수사 또는 국가안전보장을 위하여 보충적인 수단으로 통신제한조치를 인정하고 있다(제5조 내지 제9조). 이러한 통신제한조치는 범죄수사목적을 위한 통신제한조치(법 제6조), 국가안보목적을 위한 통신제한조치(법 제7조)9)와 긴급통신제한조치(법 제8조)10)가 있다.

(라) 범죄수사목적을 위한 통신제한조치는 법 제5조 제1항 제1호 내지 11호의 대상범죄를 계획 또는 실행하고 있거나 실행하였다고 의심할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고 다른 방법으로는 그 범죄의 실행을 저지하거나 범인의 체포 또는 증거의 수집이 어려운 경우에 한하여 허가할 수 있다(법 제5조 제1항). 이러한 허가요건이 구비된 경우 검사는 직접 또는 사법경찰관의 청구를 받아 법원에 대하여 피의자 또는 피내사자에 대한 통신제한조치를 허가하여 줄 것을 청구할 수 있다(법 제6조 제1항, 제2항). 통신제한조치의 청구는 필요한 통신제한조치의 종류·그 목적·대상·범위·기간·집행장소·방법 및 허가요건을 충족하는 사유 등의 청구이유를 기재한 청구서로 하여야 하며 청구이유에 대한 소명자료도 첨부하여야 한다(법 제6조 제4항). 법원은 청구가 이유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통신제한조치의 종류·그 목적·대상·범위·기간·집행장소·방법을 특정하여 기재한 허가서를 발부하여 통신제한조치를 허가할 수 있다(법 제6조 제5항, 제6항). 법원이 허가하는 통신제한조치의 기간은 2월을 초과할 수 없고 그 기간중 통신제한조치의 목적이 달성되었을 경우에는 즉시 조치를 종료하여야 하지만 검사는 허가요건이 존속하는 경우에 재차 법원에 소명자료를 첨부하여 2월의 범위안에서 통신제한조치기간의 연장을 청구할 수 있다(법 제6조 제7항).

(1)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연혁

통신제한조치의 기간과 그 기간 연장을 허가하는 규정인 법 제6조 제7항은 1993. 12. 27. 법이 제정된 이후 한 차례 개정되었다. 긴급감청과 수사권남용으로 인해 국민의 통신의 비밀이 침해된다는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하여 2001. 12. 29. 법률 제6546호로 법이 개정되면서 법 제6조 제7항도 함께 개정되었는데, 개정법은 통신제한조치의 기간을 범죄수사를 위한 경우에 3월에서 2월로 단축하고, 그 목적이 달성된 경우에는 즉시 통신제한조치를 종료하도록 하였으며, ① 통신제한조치의 연장기간을 3월에서 2월의 범위안으로 단축하고, ② 통신제한조치의 허가요건이 존속한다는 소명자료도 첨부하여 청구하도록 하였다.

(2) 이 사건 법률조항의 내용

(가) 의미

이 사건 법률조항은 문언상 통신제한조치 기간연장을 허가함에 있어 그 횟수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지만, 그 해석상 통신제한조치 연장의 경우 그 허가요건이 존속하는 한 1회에 한하지 않고 계속적으로 2개월 범위 안에서 그 기간의 연장을 허가할 수 있다고 본다.11)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2개월의 범위 안에서 통신제한조치기간의 연장을 청구할 수 있다”는 말은 통신기간조치기간의 연장청구를 통해서 연장될 수 있는 총 기간이 2개월이 될 때까지 횟수제한 없이 연장청구를 할 수 있고 총 연장기간이 2개월이 지나면 재청구를 하여야 한다는 의미로도 읽힐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2개월의 범위내에서 일정기간을 정하여 하는 1회의 통신제한조치기간의 연장청구를 횟수제한 없이 계속적으로 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여 적용하고 있으며12)보통은 1회에 2개월씩 연장청구를 하고 있다고 한다.13)

(나) 기간연장허가의 청구와 동일범죄사실에 대한 새로운 청구와의 구별

이 사건 법률조항의 기간 연장허가의 청구는 통신제한조치기간의 만료 후 동일한 범죄사실에 대한 새로운 청구14)보다 더욱 완화된 절차로 가능하기 때문에 새로운 통신제한조치의 허가청구를 해야 할 사안에 대하여도 새로운 청구를 하지 않고 기간연장허가의 청구를 통하여 쉽게 수사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상황에서 기간연장에 횟수제한을 두지 않은 이 사건 법률조항은 더욱 더 과도한 기본권제한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양자의 유사점과 절차적 요건 등의 차이점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15)

① 유사점

기간연장허가의 청구와 동일범죄사실에 대한 새로운 청구는 입법자가 통신제한조치기간이 만료된 경우에도 수사기관이 여하튼 재차 통신제한조치를 할 수 있도록 마련한 제도라는 측면에서 유사한 점이 있다.

② 차이점

첫째, 통신제한조치의 기간연장청구는 감청에 의한 목적달성 가능성은 여전히 인정되지만 감청의 목적이 아직 달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감청기간의 도과가 임박하였을 때에 감청기간 연장의 허가를 구하는 것인 반면, 동일한 범죄사실에 대한 통신제한조치의 새로운 청구는 기존 감청에 의해 목적달성 가능성이 사후에 소멸되거나 극히 희박해진 것을 이유로 감청이 종료되었다고 하더라도, 이후에 감청에 의한 목적달성 가능성이 다시 인정될 만한 사정변경이 존재하는 경우 이를 소명하여 감청허가를 다시 청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는 점에서 구별된다.

둘째, 양자의 절차적 요건도 상이하다. 법은 통신제한조치의 기간연장허가의 청구를 위해서 통신제한조치의 허가요건이 존속한다는 것을 소명할 것을 요청하고 있고(법 제6조 제7항) 이에 따라 시행령은 기간연장이 필요한 이유와 연장할 기간 및 그 소명자료만을 요구하는 것으로 족하고 청구하는 검사의 서명날인을 요구하지도 않지만(법 시행령 제5조)16), 동일한 범죄사실에 대한 통신제한조치의 새로운 청구를 위해서는 처음 청구할 때와 마찬가지로 필요한 통신제한조치의 종류ㆍ그 목적ㆍ대상ㆍ범위ㆍ기간ㆍ집행장소ㆍ방법 및 당해 통신제한조치가 허가요건에 충족하는 사유 등의 청구이유를 기재할 뿐만 아니라 “다시 통신제한조치를 청구하는 취지와 이유”까지 기재할 것을 요구하고(법 제6조 제4항) 청구하는 검사가 서명날인할 것을 요구함으로써(법 시행령 제4조) 기간연장허가의 청구절차에 비하여 더욱 엄격한 절차를 요구하고 있다.

(3) 각국의 입법례

통신비밀보호법은 일정 형량 이상의 범죄에 대해서만 감청을 허가하는 입법방식을 채택하지 않고, 감청허가 대상범죄를 열거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하에서는 통신비밀보호법과 유사한 입법례를 취하고 있는 독일, 미국, 일본외에 일정 형량 이상의 범죄에 대해서만 감청을 허가하고 있는 프랑스, 영국의 입법례도 함께 검토하기로 한다.

(가) 미국

미국에서 전기통신의 감청은 수사기관이 법무부장관, 차관, 차관보 등 (Assosiate Attorney General, Assistant Attorney General)의 인가를 받아 관할권을 가진 법원에 신청을 하여 허가를 받는 경우에 가능하다.17)감청허가는 기간이 만료되어도 감청요건이 계속 존속하는 경우 법원에 신청을 하여 연장받을 수 있으나 연장기간은 목적달성을 위하여 판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기간을 초과할 수 없으며 어느 경우에도 30일을 초과할 수 없다.18)

(나) 독일

독일에서 전기통신의 감청은 검찰의 청구에 대한 법원의 허가명령으로 집행되는데 법원은 최장 3월의 기한으로 감청명령을 발할 수 있으며, 그 기한이 만료된 경우에도 명령의 요건이 확보된 수사결과를 고려하여 계속적으로 존속하는 경우에는 최장 3월의 기한으로 횟수의 제한 없이 연장할 수 있다.19)

(다) 일본

일본에서 전기통신의 감청은 검찰관 또는 사법경찰관의 청구로 법원이 발부하는 허가영장에 의해 집행된다. 청구자는 10일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감청을 청구할 수 있고 다시 10일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감청연장을 청구할 수 있으며 법관도 청구에 이유가 있으면 10일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감청영장을 발부한다(범죄수사를 위한 통신방수20)에 관한 법률 제5조21)). 연장횟수에 대한 제한규정은 없으나 연장을 하는 경우에도 총 감청기간이 30일을 초과할 수는 없다(동법 제7조).22)다만 재청구 규정을 두고 있으므로 30일이 도과하는 경우 재청구를 통해서 30일을 넘어 통신제한조치를 할 수 있다(동법 제8조)23).

(라) 프랑스

프랑스에서 전기통신의 감청은 중죄24)및 2년 이상의 구금형에 해당하는 경죄를 범한 자에 관한 정보를 필요로 하는 경우 4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예심수사판사의 권한과 감독 하에서 할 수 있으며 동일한 형식과 기간의 조건하에서 연장할 수 있다(전기ㆍ전자 통신의 비밀에 관한 법률 제2조). 예심수사판사는 직접 또는 사법경찰관을 지휘하여 통신제한조치를 할 수 있으나 실무적으로는 예심수사판사의 지휘하에 사법경찰관이 통신제한조치를 행하고 있다고 한다.25)그 밖에 통신제한조치는 구속과 같이 법원에 별도로 영장을 청구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기간연장에 대한 제한은 없다.

(마) 영국

영국에서 전기통신의 감청은 소속장관이 국가안전보장, 중죄26)의 예방 및 탐지, 경제적 복리의 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신청권자의 신청에 의해서 발부한 영장에 의하여 할 수 있다(수사권규율법 제5조). 영장은 유효기간이 끝나면 그 효력을 상실하나 그 기간이 끝나기 전에 소속장관이 서명한 문서에 의하여 갱신(renewal)될 수 있다(법 제9조). 영장의 유효기간은 3개월, 갱신의 경우에는 최근 갱신일부터 3개월간을 원칙으로 하나 국가안전보장, 경제적 복리의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된 갱신의 경우에는 갱신일로부터 6개월이다. 이러한 통신제한조치 갱신과 관련하여 횟수제한은 없으며 허가권자는 법원 판사가 아닌 행정기관의 장이라는 점에 특징이 있다.

(1) 쟁점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범죄수사를 위하여 통신제한조치를 받고 있는 자에게 법원의 허가를 전제로 그 통신제한조치를 2월의 범위 내에서 횟수 제한 없이 계속하여 연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근거가 된다. 그 결과 수사기관은 통신제한조치의 허가를 다시 청구하지 않고 기간연장을 청구하는 것만으로도 통신제한조치를 기간의 제한 없이 지속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 이하에서는 비록 법원의 허가를 전제로 하고 있지만 그 횟수의 제한 없이 무한정 통

신제한조치를 가능하게 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통신의 비밀을 침해하는 것이 아닌지 여부를 검토하기로 한다.27)청구인들은 그 밖에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적법절차와 영장주의에도 위배되고,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한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사생활의 비밀의 특별한 영역으로 헌법이 개별적인 기본권으로 보호하는 통신의 비밀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서 별도로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없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통신의 비밀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적인 심사기준으로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검토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 밖에 형식적 절차뿐만 아니라 실체적 법률내용도 합리성과 정당성을 갖춘 것이어야 한다는 적법절차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는 그 실질적 내용이 위 과잉금지원칙 위배여부에 대한 심사에 포함되고, 영장주의에 위배되는지 여부는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강제처분에 있어서 문제되므로 별도로 검토할 실익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2) 통신의 비밀 침해 여부

(가) 심사기준과 심사밀도

헌법 제18조에서는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여 통신의 비밀보호를 그 핵심내용으로 하는 통신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 조항은 피의자 내지 피내사자에

게 통신제한조치기간의 연장을 횟수의 제한 없이 가능하게 하는 근거가 되어 통신의 자유 중에서도 가장 핵심내용인 ‘통신의 비밀 보호’를 제한하고 있다. 여기서 통신제한조치기간 즉 감청기간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과 통신의 비밀 보호를 고려할 때 인정되는 불감청수사원칙의 예외로서 설정된 기간이다. 그런데 이 감청기간을 더 연장하는 것은 예외에 대하여 또 다시 특례를 설정하여 주는 것이 되고 이처럼 기본권제한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그 예외의 범위를 확장하는 데에는 국가안전보장과 질서유지라는 공익과 국민의 기본권보장이라는 상충되는 긴장관계의 비례성 형량에 있어서 더욱 엄격한 기준이 요구되며 따라서 그 예외의 확장은 최소한에 그쳐야할 것이다.28)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심사함에 있어서는 그 제한되는 기본권의 중요성에 비추어 엄격한 기준에 의하여야 한다.29)

(나)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통신제한조치를 법원의 허가를 전제로 2월의 범위 내에서 연장할 수 있도록 한 것은 통신제한조치를 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법 제5조 제1항 통신제한조치의 허가요건이 존속하는 경우에 효과적으로 범죄수사목적을 달성하여 국가안전보장과 질서유지를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이 사건 통신제한조치기간의 연장은 이와 같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다) 침해의 최소성

1) 합헌론(법정의견)

① 통신제한조치 기간연장의 허가에 최소한의 입법적 한계를 두어야 할 헌법적 요청

주요 범죄 내지 국가 안위를 위협하는 음모나 조직화된 집단범죄의 음모의 경우에는 상당기간에 걸친 수사가 필요하고 미래에 발생될 자료를 포함하고 있는 통신자료의 특성상 그 증거수집을 위하여 일정기간 통신제한조치를 허가해야 할 필요가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범죄수사목적의 필요에 의하여 2월의 범위 내에서 법원의 허가를 전제로 한다고 하더라도 통신제한조치의 기간연장을 허가함에 있어 횟수나 기간의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은 통신의 비밀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될 수 있다.

통신제한조치기간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과 통신의 비밀보호에 비추어 인정되는 불감청수사원칙의 예외로 설정된 기간이고, 이 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예외에 대하여 다시금 특례를 설정하여 주는 것이 되므로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또한 이렇게 통신제한조치의 연장이 허가될 수 있는 최소한의 기간 내에 통신제한조치를 통하여 범죄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수집하지 못하였다면 범죄혐의가 없는 것으로 보거나 범죄혐의가 있어도 그 입증수단이 과도한 것으로 보아 통신제한조치를 중단하는 것이 무죄추정의 원칙과 불감청수사원칙에 부합한다. 이때 그 최소한의 연장기간이 도과하여 종료된 후 재차 통신제한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 여부는 기간연장허가의 청구가 아니라 동일한 범죄사실에 대해 새로운 통신제한조치의 허가를 청구하는 절차를 통해서 새롭게 심사하여야 할 것이다.

② 연장기간 또는 연장횟수를 제한하는 방법

통신제한조치가 연장될 수 있는 총기간이나 연장횟수를 제한하여 통신제한조치의 기간연장이 허가되는 최소한의 기간을 정한다면 수사기관이 기간연장의 허가의 요건이 새로운 통신제한조치의 허가보다 훨씬 가벼운 것을 이용하여 수사편의적으로 통신제한조치를 계속해서 한계없이 유지할 수 있는 남용의 위험성을 방지하여 피의자 및 피내사자의 통신의 비밀을 도모할

수 있다. 또한 그렇게 하여도 여전히 범죄혐의가 있고 다른 방법으로는 증거 수집 등이 어려운 경우, 즉 통신제한조치의 허가요건이 존속하는 경우에는 수사기관은 다시 새로운 통신제한조치의 허가를 청구하여 재차 법원의 허가를 받아 통신제한조치를 할 수 있으므로 이로써 수사목적을 달성하는데 충분하리라 본다. 이렇게 통신제한조치의 연장이 허가되는 최소한의 기간에 관한 규정을 두지 않고 일정한 범죄혐의에 대하여 무제한적으로 통신제한조치가 연장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원의 허가를 전제로 하더라도 결국 그 자체로 통신의 비밀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 된다.

③ 법원의 통제의 한계

물론 통신제한조치를 연장하기 위해서는 법원의 허가받아야 하는바, 이 사건 법률조항에 총연장기간이나 총연장횟수를 제한하는 규정을 두지 않고서도 법원이 그때그때 사안을 고려하여 통신제한조치 기간의 연장이 남용되는 것을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법원이 통신제한조치기간의 연장이 남용되는 것을 통제하는 것은 일정한 한계가 있다. 동일한 범죄사실에 하여 새롭게 통신제한조치를 청구하기 위해서는 “다시 통신제한조치를 청구하는 취지와 이유”까지 기재하여야 하는 등 기간연장허가의 청구절차에 비하여 더욱 엄격한 절차를 요구하고 있는바(법 제6조 제4항), 통신제한조치를 새롭게 청구하여야 할 사안임에도 완화된 절차로 통신제한조치를 계속하기 위하여 기간연장의 허가를 청구함으로써 기간연장제도를 남용할 경우 법원은 기간연장절차에 따른 심사를 하는 외에 다른 방도가 없다.

실제로 기간연장을 심사함에 있어서 일단 통신제한조치가 허가된 이후에는 계속되는 기간연장의 청구가 기각되는 일이 실무상 매우 드물다는 사실은 기간연장의 청구를 실질적으로 심사하여 통제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는 것을 방증해 준다. 더구나 이 사건처럼 기간연장청구의 남용을 스스로 통제하여야 할 법원이 그 남용가능성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위헌제청을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법적으로 기간연장을 통제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수긍하지 않을 수 없다.

2) 위헌론(반대의견)

① 주요 범죄 내지 국가 안위를 위협하는 음모나 조직화된 집단범죄의 음모가 있는 경우에는 장기간에 걸친 지속적인 수사가 필요하고 미래에 발생될 자료를 포함하고 있는 통신자료의 특성상 그 증거수집을 위하여 지속적인 통신제한조치가 허용될 필요가 있다. 그런데 통신제한조치기간의 연장제도에 총연장기간이나 총연장횟수의 제한을 둔다면 위와 같은 수사목적을 달성하기가 어렵다.

다수의견은 위와 같은 경우에 법원에 동일한 범죄에 대한 새로운 통신제한조치의 허가를 청구할 수 있으므로 그로써 수사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보고 있지만, 동일한 범죄사실에 대한 새로운 통신제한조치와 통신제한조치기간의 연장은 각각 입법취지가 다르다. 동일한 범죄사실에 대한 새로운 통신제한조치는 기존 감청에 의한 수사목적달성의 가능성이 사후에 소멸하거나 극히 희박해진 것을 이유로 감청이 종료되었다고 하더라도, 이후에 감청에 의한 수사목적달성의 가능성이 다시 인정될만한 사정변경이 존재하는 경우 이를 소명하여 감청허가를 다시 청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반면에 통신제한조치기간의 연장은 감청에 의한 수사목적의 달성이 여전히 인정되지만 감청의 목적이 아직 달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감청기간의 도과가 임박한 경우에 하는 것이다.

위와 같이 장기간 수사가 필요한 범죄에 있어서 감청에 의한 수사목적의 달성가능성이 여전히 인정되는 경우는 통신제한조치기간의 연장을 청구하여야 할 것이지, 제도의 취지가 다른 동일범죄사실에 대한 새로운 통신제한조치의 허가를 청구함으로써 수사목적을 달성하는데 충분하다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

②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통신제한조치기간의 연장이 가능한 대상 범죄는 법 제5조 제1항 제1호 내지 제11호에서 정한 것으로 상당히 포괄적임에도 불구하고 대상 범죄의 죄질·성격·중요도를 고려함 없이 통신제한조치의 기간연장을 함에 있어 횟수나 기간제한을 두지 않는 것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통신제한조치가 허용되는 대상 범죄 전체에 대하여 기간연장을 허용한다고 하더라도 통신제한

조치기간의 연장허가를 위해서는 반드시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어 사법적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그때그때 범죄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통신제한조치의 기간연장이 남용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법 제6조 제7항 단서, 제8항). 또한 통신제한조치의 대상이 되는 범죄 중에서 감청기간의 연장이 필요한지 여부는 대상범죄의 유형에 따라 법률에 의해 일률적으로 결정되기 보다는 구체적인 사건에서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할 성질의 것이므로 법원이 그때그때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③ 다수의견은 통신제한조치의 허가청구의 기각률이 압수ㆍ수색영장의 기각률보다 현저하게 낮으며 통신제한조치기간의 연장청구의 기각률은 통상 허가청구의 기각률의 반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실무를 고려할 때 기간연장허가청구에 대한 법원의 통제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압수ㆍ수색영장의 경우 구속영장이나 통신제한조치처럼 범죄의 혐의에 관한 소명에 있어서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와 같은 요건을 형사소송법에서 요구하지 않고(형사소송법 제70조), 단지 형사소송규칙이 압수ㆍ수색영장청구서에 ‘범죄사실의 요지’를 기재하도록 하며(형사소송규칙 제107조, 제95조), 청구를 할 때에는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인정되는 자료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을 뿐이다(형사소송규칙 제108조). 이는 범죄혐의를 수긍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과 구체적 소명자료의 존재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일응 피의자가 특정한 범죄를 범하였을 개연성이 있다고 볼 소명자료가 필요하다는 것으로서 범죄혐의의 소명정도에 관한 기준이 구속영장이나 통신제한조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다. 또한 압수ㆍ수색의 대상인 장소나 물건의 범위는 기본적으로 통신제한조치의 대상과는 달리 한정되어 있지 않아 특정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또한 통신제한조치와는 달리 압수ㆍ수색은 전달중인 정보의 수집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통상 대상물이나 장소를 1회적으로 압수 및 수색하는 것으로 종료하기 때문에 압수ㆍ수색을 할 수 있는 기간인 유효기간 외에 별도로 기간연장이라는 제도가 없으므로 압수ㆍ수색영장청구의 기각률과 통신제한조치기간의 연장청구의 기각률을 비교하기가 곤란하다. 한편 통신제한조치의 허가청구의 기각률보다 통신제한조치기간의 연장허가청구의 기각률이 낮은 이유는 통신제한조치의

허가요건을 갖춘 대상범죄의 특성상 그 수사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지속적인 통신제한조치가 필요했기 때문이므로, 통신제한조치의 허가청구의 기각률이 압수ㆍ수색영장청구의 기각률보다 현저하게 낮고 통신제한조치기간의 연장청구의 기각률은 통상 허가청구의 기각률의 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통신제한조치기간의 연장청구에 대한 법원의 통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보는 다수의견은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

④ 통신제한조치를 연장함에 있어 사법적 통제절차를 둔 이유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통신제한조치의 기간연장을 허가함에 있어 횟수나 기간제한을 두고 있지 않는 데서 발생할 수 있는 과도한 통신의 비밀 제한을 방지하려는 것이다. 법원은 검사의 기간연장 신청에 따라 무조건 통신제한조치의 기간을 연장하여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연장신청의 적정 여부를 철저히 심사하여 통신제한조치의 기간연장이 남용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법원이 실무상 기간연장신청에 대하여 철저히 심사하지 않는다는 사정이 있다면 이는 그러한 실무를 개선함으로써 해결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다수의견이 법원이 실무상 이러한 기간연장신청에 대해 철저히 심사하지 않는다는 사정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통신제한조치의 총연장기간이나 총연장횟수를 두지 않고 계속해서 통신제한조치가 연장될 수 있도록 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피해의 최소성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보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피해의 최소성원칙에도 위반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라) 법익균형성

(가) 합헌론(법정의견)

통신제한조치기간의 연장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불감청수사원칙의 예외에 대하여 다시금 특례를 설정하여 주는 것인바, 이처럼 기본권제한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그 예외의 범위를 확장할 경우에는 국가안전보장과 질서유지라는 공익과 국민의 기본권보장이라는 상충되는 긴장관계의 비례성 형량에 있어서 더욱 엄격한 기준이 요구된다.

통신제한조치가 내려진 피의자나 피내사자는 자신이 감청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기본권제한의 특성상 방어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상태에

있으므로 통신제한조치기간의 연장을 허가함에 있어 횟수나 기간제한을 두지 않는다면 수사와 전혀 관계없는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의 비밀이 침해당할 우려가 심히 크고, 나아가 피의자나 피내사자뿐만 아니라 그들과 전자적 방식으로 접촉한 제3자의 수사와 관련 없는 내밀한 사생활의 비밀도 침해당할 우려도 심히 크다. 반면 통신제한조치기간의 연장을 통하여 추구하고자 하는 수사목적은 일정한 연장기간이 종료될 때까지 통신제한조치를 통해 범죄혐의를 입증하지 못한 경우 오히려 그러한 범죄혐의가 불필요했던 것은 아닌가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고, 여전히 범죄혐의가 있다면 새로운 청구를 통해서도 충분히 실현될 수 있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추구하고자 하는 범죄 수사목적에 비해 개인의 통신비밀의 보호법익이 과도하게 제한되므로 법익균형성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다.

(나) 위헌론(반대의견)

범죄를 계획 또는 실행하고 있거나 그 혐의가 있고 다른 방법으로 그 범죄의 실행을 저지하거나 증거의 수집이 어려운 경우에 인정되는 통신제한조치의 허가요건이 계속 존속하는지 여부를 법원이 개별적으로 심사하여 통신제한조치기간의 연장을 허가하는 한, 이 사건 법률조항을 통해서 추구되는 범죄 수사목적보다 그로 인해 제한될 수 있는 개인의 통신비밀의 보호법익이 명백히 우월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규정은 보호되는 공익과 제한되는 기본권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법익균형성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할 것이다.

(다) 소결

이 사건 결정은 위와 같은 이유로 통신제한조치기간의 연장을 허가함에 있어 총기간연장 또는 총연장횟수의 제한을 두고 있지 않은 통신비밀보호법 제6조 제7항 단서 중 전기통신에 관한 ‘통신제한조치기간의 연장’에 관한 부분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의 통신의 비밀을 침해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1) 결정 이유의 논리 구조

(가) 잠정적용 헌법불합치(법정의견)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가 단순위헌결정을 선고하여 당장 이 사건 법률조항의 효력을 상실시킬 경우 통신제한조치 연장허가의 법적 근거가 상실하게 되어 수사목적상 필요한 정당한 통신제한조치의 연장허가도 가능하지 않게 되는 법적 공백상태가 발생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되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있을 때까지 잠정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

(나) 단순위헌의견(재판관 이강국, 송두환)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단순위헌을 선고할 경우 통신제한조치기간의 연장허가의 법적 근거가 상실된다고 하더라도 수사목적상 필요한 경우에는 동일한 범죄사실에 대하여 새롭게 통신제한조치의 허가를 청구함으로써 계속해서 통신제한조치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있기 때문에 법적 공백상태가 생길 염려가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해서는 단순위헌을 선고하여야 한다.

(2) 견해 차이의 의미

2인의 단순위헌의견은 통신제한조치의 기간연장허가를 새로운 통신제한조치의 허가로 대체될 수 있기 때문에 기간연장의 법적 근거가 상실된다고 하더라도 법적 공백은 발생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양자는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입법취지 및 절차적 요건이 상이하다.30)통신제한조치를 집행한 이후에도 범죄혐의가 여전히 남아 있어 수사목적상 통신제한조치의 연장허가가 필요한 경우 검사는 연장허가를 청구하여야 한다. 동일한 범죄사실에 대한 새로운 통신제한조치의 허가청구는 범죄혐의가 일단 이미 소멸되어 통신제한조치를 중지하였다가 다시 동일한 범죄사실에 대하여 새로운 범죄혐의가 발생했을 때 하는 것이다. 따라서 통신제한조치의 기간연장허가를 새로운 통신제한조치의 허가로 대체될 수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통신제한조치의 기간연장허가의 공백을 새로운 통신제한조치의 허가로 매울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단순위헌의견에 따르기는 어렵다.31)

통신제한조치는 기본권제한의 특성상 집행대상이 된 피의자나 피내사자가 자신이 감청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방어권을 행사하기 어렵고, 감청과정에서 수사와 전혀 관계없는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의 비밀이 침해당할 우려가 크고, 나아가 피의자나 피내사자뿐만 아니라 그들과 전자적 방식으로 접촉한 제3자의 수사와 관련 없는 내밀한 사생활의 비밀도 침해당할 우려도 크다는 점에서 그 남용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는지가 통신제한조치 대상자의 통신비밀의 보호를 위하여 중요한 관건이 된다. 그런데 비교법적으로 보면 미국, 독일, 프랑스의 경우는 법원이 영국의 경우는 행정기관의 장이 일정기간의 범위 내에서 감청을 허가하고 연장(미국 30일 이내, 독일 3개월 이내, 프랑스 4개월 이내, 영국 원칙적으로 3개월 이내)할 수 있도록 하되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그 총연장기간의 제한을 두고 있지 않으나, 일본의 경우에만 법원이 10일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감청을 허가하고 감청연장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면서 연장을 하는 경우에 총 감청기간이 30일을 초과할 수 없도록 입법적 제한을 두고 있는 것을 보면, 통신제한조치의 기간연장의 남용을 통제하는 방법은 (법원의 통제만을 두든, 총 감청기간의 한계도 함께 두든) 입법정책의 문제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 결정은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 제18조 통신의 자유 중에서도 가장 핵심내용인 ‘통신의 비밀’을 제한한다는 점, 통신제한조치기간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과 통신의 비밀보호에 비추어 인정되는 불감청수사원칙의 예외로 설정된 기간이고, 이 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예외에 대하여 다시금 특례를 설정하여 주는 것이 되므로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법원이 통신제한조치의 기간연장을 허가함에 있어 일정한 연장기간의 입법적 한계가 헌법적으로 명령된다는 점을 확인시켜주었다. 이러한 점에서 이 사건 결정은 감청대상자의 통신의 비밀보호에 크게 기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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