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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11. 10. 25. 선고 2010헌마243 결정문 [형사소송법 제262조 제4항 위헌확인 등]
[결정문]
사건

2010헌마243 형사소송법 제262조 제4항 위헌확인 등

청구인

엄○리

대리인 법무법인 남산

담당변호사 임동진, 이창구, 하민호, 정미화

피청구인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

주문

1. 피청구인의 서울중앙지방검찰청 2009형제112443호 사건에 관한 불기소처분에 대한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2. 형사소송법(2007. 6. 1. 법률 제8496호로 개정된 것) 제262조 제4항 후문 중 재정신청이 이유 없는 때에 하는 기각결정에 관한 부분에 대한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은 2009. 3. 25.경 주간 ‘○○타임즈’의 편집국장인 박○천 등을 출판물

에 의한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피청구인이 2009. 9. 10.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혐의 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하자(서울중앙지방검찰청 2009형제112443호, 이하 ‘이 사건 불기소처분’이라고 한다), 이에 불복하여 서울고등검찰청에 항고하였고(서울고등검찰청 2009불항제9020호), 위 항고가 기각되자, 다시 불복하여 서울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하였으나(서울고등법원 2010초재33), 위 법원은 2010. 3. 15. 이 사건 불기소처분이 정당한 것으로 수긍되어 위 신청이 이유 없다고 하면서 이를 기각하였다.

(2) 청구인은 위 재정신청 기각결정이 그대로 확정되자, 2010. 4. 15. ‘재정결정이 확정된 사건에 대하여는 다른 중요한 증거를 발견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소추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 형사소송법 제262조 제4항 후문과 이 사건 불기소처분에 대하여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청구인은 형사소송법 제262조 제4항 후문 전부와 이 사건 불기소처분에 대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으나, 형사소송법 제262조 제4항 후문은 “제2항 제1호의 결정이 확정된 사건에 대하여는 다른 중요한 증거를 발견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소추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2항 제1호는 “신청이 법률상의 방식에 위배되거나 이유 없는 때에는 신청을 기각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청구인의 위 재정신청은 ‘법률상의 방식에 위배되어서’가 아니라 ‘이유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하여 기각되었고, 청구인도 형사소송법 제262조 제4항 후문 중 ‘재정신청이 법률상의 방식에 위배되는 때’에 대한 독자적인 위헌사유도 주장하고 있지 않으므로, 위 부분은 심판대상에서 제외시킴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형사소송법(2007. 6. 1. 법률 제8496호로 개정된 것) 제262조 제4항 후문 중 재정신청이 이유 없는 때에 하는 기각결정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고 한다)과 이 사건 불기소처분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고, 이 사건 법률조항(밑줄 친 부분) 및 관련 법률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제262조(심리와 결정) ④ 제2항의 결정에 대하여는 불복할 수 없다.제2항 제1호의 결정이 확정된 사건에 대하여는 다른 중요한 증거를 발견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소추할 수 없다.

[관련조항]

제262조(심리와 결정) ② 법원은 재정신청서를 송부받은 날부터 3개월 이내에 항고의 절차에 준하여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결정한다. 이 경우 필요한 때에는 증거를 조사할 수 있다.

1. 신청이 법률상의 방식에 위배되거나 이유 없는 때에는 신청을 기각한다.

2. 청구인의 주장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재정신청이 이유 없어 기각하는 결정이 확정된 사건에 대하여 다른 중요한 증거를 발견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소추할 수 없도록 규정함으로써 재정신청이 기각된 고소인이 재정결정 이전에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더 이상 다툴 수 없게 하여 고소인인 청구인의 평등권, 재판청구권 및 형사피해자 재판

절차진술권 등을 침해한다.

나. 이 사건 불기소처분은 사건이 검찰에 송치된 지 2­3일 만에 피청구인이 피고소인들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아니한 채 경찰의 일방적이고 편향된 조사에 근거하여 졸속으로 이루어진 것으로서 청구인의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

3. 적법요건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심판청구

이 사건 법률조항은 소추권을 가지는 검사를 직접적인 수범자로 하고 있으나, 청구인의 재정신청에 대한 기각결정이 확정되어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라 청구인의 고소사건에 대하여는 다른 중요한 증거를 발견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검사의 소추가 불가능하게 됨으로써 청구인은 형사피해자 재판절차진술권 등의 기본권을 제한받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고소인인 청구인에 대하여 기본권침해의 자기관련성이 인정된다.

나. 이 사건 불기소처분에 대한 심판청구

원행정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를 받아들여 이를 취소하는 것은, 원행정처분을 심판의 대상으로 삼았던 법원의 재판이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어 그 재판 자체까지 취소되는 경우에 한하고, 법원의 재판이 취소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확정판결의 기판력으로 인하여 원행정처분 자체는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며, 이와 같은 법리는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이후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대하여 법원의 재정신청절차를 거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한다(헌재 2008. 7. 29. 2008헌마487 , 공보 142, 992, 993-994 등).

앞서 본 바와 같이, 청구인은 이 사건 불기소처분에 대하여 서울고등법원에 재정

신청을 하였으나 기각되었고, 위 법원의 재판은 취소된 바 없으므로, 위 기각결정이 심판대상으로 삼았던 이 사건 불기소처분은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불기소처분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4. 본안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제한받는 기본권

우리나라의 형사사법제도는 국가소추주의를 채택하여(형사소송법 제246조, 이하의 조문은 법률명의 표기가 없는 한 형사소송법의 조문임) 형사소추권한을 검사에게 독점적으로 전속시킴으로써 범죄의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직접 법원에 청구할 수 없도록 하고 있어 검사가 형사소추를 하지 아니할 경우에는 형사재판절차 자체가 개시될 수 없는바,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재정신청이 이유 없어 기각하는 결정이 확정된 사건에 대하여는 다른 중요한 증거를 발견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검사의 소추를 금지하고 있어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제한한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면 다른 중요한 증거의 발견 유무에 따라 검사의 소추 가부가 좌우되어 형사피해자가 재판절차진술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차별적 취급을 받게 되므로 이것이 헌법적으로 정당화되는 차별인지가 문제된다.

그 외에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재판청구권을 침해받고 있다고 주장하나, 헌법이 보장하는 재판청구권은 국민이 재판의 당사자가 되어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말하는 것이지, 타인으로 하여금 재판의 당사자가 되어 그와 같은 재판을 받도록 할 권리는 아니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재판청구권을 제한한다고 할 수 없다.

나. 형사피해자 재판절차진술권의 침해 여부

(1) 헌법 제27조 제5항에서는 “형사피해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당해 사건의 재판절차에서 진술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보장하고 있다. 이러한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은 범죄로 인한 피해자가 당해 사건의 재판절차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자신이 입은 피해의 내용과 사건에 관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데, 이는 피해자 등에 의한 사인소추를 전면 배제하고 형사소추권을 검사에게 독점시키고 있는 현행 기소독점주의의 형사소송체계 아래에서 형사피해자로 하여금 당해 사건의 형사재판절차에 참여하여 증언하는 이외에 형사사건에 관한 의견진술을 할 수 있는 청문의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형사사법의 절차적 적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이를 기본권으로 보장하는 것이다(헌재 2003. 9. 25. 2002헌마533 , 판례집 15-2상, 479, 485).

(2) 한편, 재판절차진술권에 관한 헌법 제27조 제5항이 정한 법률유보는 법률에 의한 기본권의 제한을 목적으로 하는 자유권적 기본권에 대한 법률유보의 경우와는 달리 기본권으로서의 재판절차진술권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규범의 의미와 내용을 법률로써 구체화하기 위한 이른바 기본권형성적 법률유보에 해당한다. 따라서 헌법이 보장하는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어떠한 내용으로 구체화할 것인가에 관하여는 입법자에게 입법형성의 자유가 부여되고 있으며, 다만 그것이 재량의 범위를 넘어 명백히 불합리한 경우에 비로소 위헌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헌재 2003. 9. 25. 2002헌마533 , 판례집 15-2 상, 479, 485).

(3)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재정신청이 이유 없어 기각하는 결정이 그대로 확정된 때에는 피의자의 법적 안정성을 보호하기 위하여 원칙적으로 검사의 소추를 금지하고 있다.

재정신청사건에서 법원의 판단 과정을 보면, 재정신청서를 제출받은 지방검찰청검사장 또는 지청장은 재정신청서를 제출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재정신청서․의견서․수사관계서류 및 증거물을 관할 고등검찰청을 경유하여 관할 고등법원에 송부하여야 하므로(제261조 본문), 법원은 재정결정을 함에 있어 검사가 수사과정에서 수집하여 불기소처분의 판단자료로 삼은 모든 증거물을 검토하게 되고, 더 나아가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신문이나 증인신문, 검증 등 새로운 증거조사를 할 수도 있다(제262조 제2항 후문). 재정신청절차는 항고절차에 준하므로(제262조 제2항 전문) 법원은 재정신청의 이유 유무를 재정결정시를 기준으로 판단하는바, 검사의 불기소처분 이후 새로이 발견된 증거나 발생한 사실도 판단자료로 삼을 수 있다.

이처럼 재정신청사건을 담당하는 법원은 수사기관이 수집한 모든 증거물을 검토함은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스스로 증거조사를 실시하기까지 하여 불기소처분의 불법․부당 여부를 판단하므로, 불기소처분을 한 검사보다도 사건의 실체를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고, 따라서 이러한 과정을 거친 법원의 결정은 존중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정신청 기각결정이 확정된 사건에 대하여 다른 중요한 증거가 발견되는 사정 변경이 없는데도 검사의 공소제기를 허용한다면 지나치게 장기간 피의자를 불안정한 상태에 두게 되고, 또 유죄판결이 선고될 가능성이 극히 희박한 사건에 사법 인력과 예산을 낭비하는 셈이 된다.

비교법적으로 보면,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법원이 검사의 불기소처분을 통제하는 기소강제절차를 취하고 있는 독일에서도 공소제기를 위한 충분한 근거가 존재

하지 않아 법원이 재정신청을 기각하는 경우 검사는 법원이 재정결정 당시에 알지 못하였던 새로운 사실이나 증거방법을 근거로 하는 경우에만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독일 형사소송법 제174조). 이는 신청인이 새로운 사실 또는 증거 자료를 제출할 경우 검사는 그것이 독자적으로 또는 이전의 자료들과 결합하여 공소제기를 정당화하는지 여부를 심사하여야 한다고 해석되고 있는바, 결국 공소제기가 가능한 새로운 사실이나 증거자료를 근거로 하는 경우란 이 사건 법률조항 소정의 다른 중요한 증거가 발견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다.

한편, 재정결정은 유․무죄의 실체재판이 아니기 때문에 일사부재리의 효력이 인정되지 아니하고, 피의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발견된 경우에도 재정신청 기각결정이 확정되었다고 하여 소추를 금지하는 것은 사법정의에 반하는바,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여 재정신청 기각결정이 확정된 사건에 대하여 다른 중요한 증거를 발견한 경우에는 검사가 소추를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놓고 있다.

이러한 제반 사정들을 고려할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이 이유 없음을 이유로 한 재정신청 기각결정이 확정된 사건에 대하여는 다른 중요한 증거가 발견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검사의 소추를 금지하는 것을 합리적인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청구인의 형사피해자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다. 평등권의 침해 여부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르면 다른 중요한 증거의 발견 유무에 따라 검사의 소추

가부가 좌우되므로 재정신청이 이유 없어 기각하는 결정이 확정된 후 다른 중요한 증거가 발견된 고소인과 그렇지 않은 고소인 사이에 형사피해자 재판절차진술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차별이 발생하나,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는 합리적인 근거에 기한 것으로서 입법자가 재량의 범위를 넘어서 불합리하게 입법형성권을 행사한 것으로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5. 결론

그러므로 이 사건 불기소처분에 대한 심판청구를 각하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2011. 10. 25.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이강국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민형기

재판관 이동흡

재판관 목영준

재판관 송두환

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이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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